최재영 교수의 꽃․나무 산책 115
찔레나무
찔레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이며 높이는 2m 안팎으로 자라는 나무로서 야생장미이다.
찔레는 요즘 사람들에게 꽃 중의 으뜸으로 사랑받는 장미꽃의 원종(原種)이다. 세계에는 장미의 종류가 1만5천여종이 되지만 모두가 야생장미인 찔레를 기본종으로 하여 개량한 것이다.
봄이 한껏 무르익었을 때 하얗게 꽃을 피워 향기를 퍼뜨리며, 우리 나라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고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특히 강둑이나 밭둑의 양지 바른 곳에서 무더기로 가시덤불을 이루기도 한다. 덩굴성 식물은 아니지만 밑둥에서부터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긴 줄기는 활처럼 늘어지고 가지는 끝 부분이 밑으로 처지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꽃은 5월에 흰색 또는 연분홍색 꽃이 피고 향기가 좋다. 열매는 9월~10월에 빨갛게 익는다. 이 열매는 까치나 꿩 등의 조류가 좋아하는 먹이가 되며, 우리 지방에서는 까치밥이라고도 부른다.
찔레꽃의 향기는 사람을 사로잡을 만큼 짙고 신선하다. 우리 선조들은 찔레꽃을 증류하여 화장수로 즐겨 이용하였다. 이를 꽃이슬이라 하여 찔레꽃 향수로 몸을 씻으면 미인이 되는 것으로 믿었다.
찔레와 장미를 비교하여 보면 장미는 화장을 한 미인 같이 잘 생긴 꽃인데도 벌과 나비는 장미보다는 찔레를 더 많이 찾아 온다. 곤충들의 혜안(慧眼)이 인간보다 더 앞질러 가는지도 모른다.
찔레나무는 조경용 또는 산울타리용으로 쓰이고, 꽃잎은 봄철에 화전을 붙이고, 열매는 약용에 쓰인다. 이와 같이 찔레의 꽃, 열매, 뿌리, 새순,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 등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이 모두 약으로 쓴다. 한방에서는 찔레를 석산호(石珊湖)라 부르고 그 열매를 영실(營實), 또는 장미자(嗇薇子)라 하여 약으로 귀하게 쓰는데, 열매를 복진통, 하리, 관절염, 음위, 풍습, 창종, 강장, 치통, 자상 등에 약재로 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봄철에 돋아나는 찔레순을 꺾어 먹었으며,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가시가 달린 연두색의 새순을 조심스럽게 꺾어서 껍질을 벗겨서 씹으면 싸각거리고 떫은 맛이 돌기는 하지만 그래도 달짝한 맛이 느껴진다.
그 당시에 군것질 거리가 궁하던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먹거리가 되었다. 요즘에 와서 알고 보니 그 때 먹었던 찔레순은 약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