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세상 - 88 숲속 채종한 시인 숲속에 바람이 인다 누군가 무엇을 하고 있나? 숲속을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숲은 어둠을 안고 움직인다  움직이는 나무들은 만상(萬象)이다  움직이는 나무들은 스스로 그 자리에서 움직일 뿐이다 시   평  별 말이 필요하지 않는 작품이다. 이런 폼의 시가 품위 있는 것도 별 말 없이 떠올려지는 여백의 울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숲󰡑의 정적과 󰡐나무󰡑의 꿋꿋한 정신을 통해서 보여주는 세계는 도가(道家)의 경지로도 해석된다.   󰡐숲󰡑의 신성함과 󰡐나무󰡑의 정신이 그것인데, 거기에 󰡐바람󰡑과 󰡐어둠󰡑이 쓸쩍 개입되어 있을 뿐이다. 시가 뭔지를 확실히 알고 쓰는 이러한 작품이 진실로 인간의 내면을 일깨워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서지월 / MBC문화센터 문예창작 지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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