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무 산사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며 낙엽활엽의 소교목이다. 우리나라의 일부 섬지방을 제외하고 전국에 걸쳐 분포하며 높이 6m 정도로서 굵기는 직경이 한 뼘 정도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어릴 때는 매끄러우나 나이가 들면서 세로로 갈라지고 회갈색으로 변하며, 어린 가지에는 가시가 있다. 중국의 산사수(山査樹)에서 이름을 얻은 산사나무는 지방에 따라 아가위나무, 야광나무, 동배, 이광나무, 뚱광나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곤 한다. 또 다른 한자 이름으로 산리홍(山裏紅), 산조홍, 홍과자, 산로 등으로 쓰기도 한다. 산사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북부, 사할린이나 시베리아 등지에서 자라는 북방계 식물이다. 산사나무에는 5월에 앵두꽃을 닮은 꽃이 십여개씩 모여 달린다. 연초록의 신록과 하얀 꽃이 그야말로 함박 웃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보고 있는 착각에 빠질 만큼 계절과 잘 어울리는 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이 꽃을 ‘메이플라워(May Flower)’라고 부른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아기사과처럼 앙증맞게 생긴 열매는 새빨갛게 익기 시작한다. 빨간 열매에 얼룩점이 있으며, 가을이 깊어 잎이 다 떨어지면 붉은 열매가 하늘을 덮는 듯이 많이 달려 있어서 파란 가을 하늘과 퍽 잘 어울리는 열매이다. 열매는 겨울에도 달려 있으며, 빨간 열매를 씹으면 사과처럼 아삭거리고 새콤달콤한 맛이 있다. 새들이 좋아해서 야생조류들을 불러 모으는 식이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람에게 이로운 약효로도 한몫을 하는 두루 쓸모 있는 나무이다. 산사나무의 열매는 색상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산사자(山査子)라 하여 이것으로 빚은 산사주(山査酒)는 잘 알려진 약용 술이다. 동의보감에 보면 산사나무 열매는 `소화가 잘 안되고 체한 것을 낫게 하며 기가 몰린 것을 풀어주고 가슴을 시원하게 하며 이질을 치료한다`고 하여 소화기 계통의 약제로 쓰였다. 또 가을에 잘 익은 열매를 따서 씨를 발라내고 햇볕에 말린 다음, 종이봉지에 넣고 잘 봉해서 습기 없고 통풍이 잘 되는 장소에 매달아 두고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옛 문헌에는 늙은 닭을 삶을 때나 생선요리를 할 때 산사자(산사나무 열매) 몇 알을 넣으면 잘 무르고 생선중독에도 해독작용을 한다고 기록돼 있으며, 이는 일본에 영향을 주었다. 생선요리를 많이 하는 일본에서는 막상 산사나무가 자라지 않아 조선 영조 때 우리나라에서 이 나무를 가져가서는 어약원에서 재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산사 열매로는 산사죽, 산사탕, 산사병과 같은 음식을 만들고 산사주, 산사차, 산사잼 등을 만들 수 있는데 특히 위를 튼튼히 하고 소화를 도우며 장의 기능을 바르게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서북지방에서는 울타리로 심기도 했는데 나무에 달린 가시가 외부사람의 침입을 막기 보다는 귀신으로부터 집을 지켜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산사나무 종류는 유럽에도 널리 분포한다. 서양에서는 벼락을 막아 주는 나무로 생각하여 울타리로 심기도 하였다. 또한 예수님의 가시면류관으로 산사나무의 가시에 찔려 피를 흘렸기 때문에 이 나무의 가시를 옷에 꽂아 놓으면 벼락도 피할 수 있고, 집안에 꽂아 놓으면 화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산사나무에 대한 벽사(僻邪:요괴를 물리침)의 신앙은 서양에서도 볼 수 있다. 산사나무는 계절의 변화를 주며 쓰임새가 다양한 나무로서 조경수로 많이 개발하여 보급할 필요성이 있는 나무이다.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