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저녁 7시경 황남동의 한 식당에서 가진 경주시수영협회 회장 이ㆍ취임식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단상도 없는 식당 방에서 30여명의 식구들(경주시수영연맹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신구 회장 이ㆍ취임식을 치렀다. 외부초청인사라고 해야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를 비롯한 지극히 제한적인 인사 몇 사람밖에 없었고 그 흔한 화환이나 기념타올조차 없었다. 경주시수영협회를 4년간 이끌었던 이모 회장이나 새로 취임하는 이모 회장은 어느 누구보다도 활동범위가 넓고 인맥이 두터울 뿐 아니라 능력 있는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촐한 이ㆍ취임식을 준비한데는 남다른 뜻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ㆍ취임식에 소요될 경비 전액을 경주시수영협회 발전에 쓰겠다는 취지로 식당에서 식구들끼리 이ㆍ취임식 행사를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먼저 쉽지 않은 일을 몸소 실천해 보인 이분들의 숭고한 정신과 뜻에 깊은 감동을 느끼며 아울러 찬사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체육단체는 물론 크고 작은 각종 모임에서부터 심지어 봉사단체들까지도 거금을 들여 초호화판으로 광나게 이ㆍ취임식 행사를 하면서 회장 이름이 아로새겨진 그럴듯한 기념품에다가 빼곡히 화환을 줄 세우고, 시정에 바쁜 어른들 죄다 내빈으로 초청해 줄줄이 축사를 시키는 것을 아주 당연하고, 그래야 엄청 폼 나는 걸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인데 반해 경주시수영협회 회장의 이번 이ㆍ취임식은 비록 작고 초라하기까지 했지만 그 이면에 담긴 한 없이 크고 아름다운 정신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외양은 중시하면서 정작 그 속에 담긴 내용이나 의미는 그다지 귀하게 여기지 않는 요즘의 세태에서 경주시수영협회 회장 이ㆍ취임식에서 보여준 이들의 모범은 한줄기 빛이고 소금으로 이 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자양분이 될 것이며 오래토록 칭송받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