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마을 여기가 바로 도솔천이라! 수줍은 새색시처럼 소담스런 담장 벚꽃은 떨어져 화려함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경주에는 벚꽃이 아니더라도 운치를 즐길 곳은 무궁무진하다. 이맘때면 추천하고 싶은 곳, 천마총 돌담길은 연인이나 벗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지금은 야간조명을 설치해 천마총 주변은 낮에 보던 첨성대나 계림, 반월성, 천마총과는 천양지차일 정도로 밤풍경이 더욱 아름다워 왕릉의 부드러운 곡선과 불빛을 받은 나무며 유채꽃은 천년고도 경주의 멋을 한껏 뽐내기에 충분하다. 천마총 뒤편을 돌아가는 돌담길을 걷다보면 높이 솟은 솟대가 오가는 이를 반기는 도솔마을(대표 무심화).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방으로 통하는 곳으로 고풍스런 기와지붕에 소박함이 절로 묻어나는 곳이다. 말복에 제를 올리고 한마당 잔치를 펼친다는 도솔마을은 입구부터 범상치가 않다. 수줍음 많은 새색시의 모습처럼 소담스럽고 아담한 담장은 마당 안을 궁금하게 만들어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금관총 주변 정비사업으로 4년간의 영업을 마무리하고 지난 2003년 12월경 이곳 천마총 뒤편으로 옮겨온 도솔마을은 전통 한옥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내고 싶어서 그저 먼지만 닦아내는 노력의 대가였을까 이곳에 한번쯤 들러본 이라면 이구동성으로 “도솔마을에 오면 외가집을 찾던 어린시절이 생각나 금방이라도 외할머니가 나오실 것 같다”며 자연스럽고 푸근한 분위기가 좋다. 도솔마을을 들어서면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절구며 가마솥이며 세간들을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들은 저희끼리 어우러져 정겹고, 해우소에 걸린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 미소 짓게 한다. 넓은 마당 한쪽에 있는 ‘부질당’은 인생이 덧없고 부질없다는 뜻으로 누군가가 지었다는 말에 다시금 보니 각각의 방에는 나름대로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건들바’, ‘경주남산’, ‘수류화개’, 마당 중앙에 우뚝 선 ‘야단법석’이라는 이름 등이 그것이다. 또 방들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건들바’로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만들어 솟대나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담너머 천마총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으로 인해 예약 영순위라고 한다. 지인과 함께 들렀다가 도솔마을에 매료된 예술가들이 서각, 서예, 수묵화, 조각 등 자신의 작품들을 한 점씩 준 것을 이곳저곳에 걸어 두다보니 어느새 작은 갤러리처럼 꾸며져 있다. 정다운 벗과 정담을 나누며 먹는다는 정담주(막걸리)며 도솔주(동동주), 여여주(소주) 등 정겨운 이름의 술과 단일 메뉴지만 제철음식들로 차려지는 도솔정식이면 천상의 조물주가 머문다는 도솔천이 부럽지 않을 만큼 여흥에 취하고 맛에 취하기에 충분하다. 매년 음력5월5일 단오에는 잊혀져가는 세시풍속을 이어가는 어울림 한마당잔치가 펼쳐진다. 테마별로 펼쳐지는 이날의 한마당잔치에는 판소리, 대금연주, 사물놀이 등의 공연과 서예, 동양화, 서양화 작품을 그린 부채를 판매하는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술과 음식을 넉넉하게 마련해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어울려 하루 낮과 밤을 즐긴다. 이날의 모든 경비를 자신이 부담하는 도솔마을의 무심화씨는 “경주를 사랑하고 문화와 역사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고맙고 도솔마을을 찾아주는 이들의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