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꽃·나무 산책(110) 소태나무 옛날에 어른들이 음식의 간이 너무 짜거나 쓴맛이 나면 ‘소태 맛’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소태나무는 정말 지독한 쓴맛을 가지고 있는 나무이며, 나무가 쓰기 때문에 고목(苦木)이라 한다. 쓴맛의 근원은 ‘쿠아신(quassin)’이란 물질 때문인데 잎, 나무껍질, 줄기, 뿌리 등 소태나무의 각 부분에 골고루 들어 있으나 나무의 안쪽 껍질에 가장 많다. 쿠아신은 위장을 튼튼히 하는 약제, 살충제, 또는 염료로도 사용하였으며 맥주의 쓴맛을 내는 호프 대용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애기가 늦게까지 젖을 먹으며 좀처럼 젖이 떨어지지 않을 때 소태나무로 즙을 내어 젖꼭지에 발랐다고 한다. 아무리 찰거머리 같은 놈도 소태 맛에는 저절로 항복하게 된다. 그 당시에도 도시의 엄마들은 마이신의 약을 발랐으나 시골 엄마들은 소태나무 즙을 발라 아이에게도 해롭지 않고 도리어 위장을 튼튼하게 하였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지혜로움을 찾아 볼 수 있다. 본초도감에는 봄, 가을에 채취하여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려 두었다가 위염에 쓰거나 화농, 습진, 화상을 비롯하여 회충구제에도 사용한다고 하였다. 소태나무는 소태나무과의 낙엽소교목으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자라며, 어린 가지는 붉은 빛이 도는 갈색의 매끄러운 바탕에 황색의 작은 숨구멍 흩어져 있고 가지는 흔히 층층나무처럼 층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잎은 작은 잎이 한 대궁에 열두세 개씩 붙어있고 가지에는 어긋나기로 달린다. 암수 딴 나무로서 꽃은 5~6월에 피며 황록색의 작은 꽃이 둥그스름한 꽃차례에 여럿이 모여서 핀다. 열매는 콩알만하고 핵과로 초가을에 붉은빛으로 익는다. 가을의 노란 단풍이 아름다워 조경수로도 식재된다. 소태나무를 확실히 찾아내는 방법은 잎을 따서 조금 씹어보는 방법이며, 소태나무의 그 지독한 쓴맛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소태나무는 우리 주변에 잘 자라고 비교적 흔한 나무로서 한때 껍질을 벗겨 섬유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큰 나무를 구경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안동시 길안면에 있는 소태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7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높이가 20m를 넘는다. 지명유래를 참고하면 소태골, 소태리 등의 지명이 들어간 지역은 소태나무가 많이 자랐던 지역으로 짐작된다.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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