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의 아침나절 정 민 호 이날 아침 목련이 피고 있다 한 詩人의 영혼이 구름으로 걸린다. 아직 시린 손끝에 번져 오는 먼 물빛 같이 젖은 봄날의 訃音, 오선지 위에 날아 앉은 그 일생의 작은 한 소절이 조용히 머문다. 훌 훌 떠나간 자리에는 서러운 하늘이 외롭게 푸르러만 있었다. 마지막 남은 서정의 밤을 서러움으로 지킨 사람. 목련이 피는 未明에 그는 보헤미안처럼 길 떠나고 말았다. *시인. 경주문인협회 회장 역임. <해설> - 분위기 있는 좋은 시를 소개하겠다. 여기서 분위기 있는 좋은 시란, 맛좋은 음식처럼 당장 구미에 당기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아침나절에 피어있는 목련을 보고 그게 자유니 평화니 티없이 고운 여인의 맵시니 하는 이 따위의 진부한 정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마음을 서늘하게 해주는 목련꽃 피는 아침이니 말이다. 보라, 아주 발상이 뛰어나지 않는가. 이 시를 쓴 시인은 자신이 아닌 한 시대를 살고 간 한 시인의 죽음을 목련꽃과 일치시키는 놀라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흰 목련꽃의 개화가 `먼 물빛 같이 젖은 봄날의 訃音`인 것이다. `마지막 남은 서정의 밤을 / 서러움으로 지킨 사람`이란 앞에서 필자가 말한 한 시대를 살다간 시인의 마지막 숨 거두기 전야인 것이다. `아직 시린 손끝에 번져 오는 / 먼 물빛 같이 젖은 봄날`이니 이른 봄이다. 생의 허무가 잔뜩 배어있다. 또한, 그냥 피어난 목련꽃이 아니라, `아침나절`의 목련이라는 것도 의미를 더한다. 그러니까 시인은 `이날 아침`에 `목련이 피고 있다`고 한 것이다. 아, 이렇게 세상이 저무는게 아니라. 세상은 밝아오는데 한 인간의 목숨은 지고 그 공간에 꽃은 피어나 죽음을 알리는 것인가. 전형적인 서정시의 완성을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