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재단법인 문화엑스포를 경북문화재단으로 통폐합하는 산하 공공기관 구조 개혁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도가 경영 효율화 등을 이유로 산하 공공기관을 줄인다는 계획으로, 그 중 경주문화엑스포대공원과 경북콘텐츠진흥원이 통폐합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도는 유사 분야의 기능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기관 규모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중복 조직을 하나로 합쳐 규모의 경제를 꾀한다는 명분이다. 이 같은 통폐합 사실이 알려지자 먼저 경주시의회와 경주지역 사회단체인 (사)천년미래포럼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사)천년미래포럼이 통폐합에 반대하고 나선 이유로는 경주문화엑스포대공원이 1998년 문화예술을 주제로 국제엑스포를 개최하며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여년간 세 번의 해외엑스포와 7번의 국내 행사를 통해 경북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전문 기관으로 자리 잡은 점도 들었다. 이 같은 지속 명분에도 경북도가 경주시민의 의견도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폐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행정편의’를 넘어 ‘행정독재’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대응 방식을 달리하면서도 (재)문화엑스포 통폐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는 지난 19일 “경주엑스포대공원은 경주시가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경북도가 (재)문화엑스포를 일방적으로 통폐합해서는 안된다”며 통폐합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주엑스포대공원 토지와 건축물의 지분은 경북도와 경주시가 각각 50%씩 나눠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엑스포대공원 사용을 위해서는 경북도가 경주시로부터 무상사용허가를 얻어야 하고, 시의회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 같은 행정절차상 권한을 통해 경주엑스포대공원을 (재)문화엑스포 외 타 기관이 사용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경주시의회가 경북도의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고유권한인 만큼 개입할 명분이 약하지만, 문화엑스포 통폐합을 막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문화예술 콘텐츠는 경제적 잣대로만 따질 수 없다. 그런 만큼 경주시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재)문화엑스포 통폐합을 계획한 것은 지역민들의 반발을 자초한 셈이 된다. 지금이라도 경북도는 지역 민심을 제대로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참에 (재)문화엑스포가 통폐합 대상에 거론되는 이유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향후 운영방안을 살펴보는 시간도 가지길 바란다.
경주시가 지난해 말 폐선된 중앙선과 동해남부선의 폐역사부지 및 폐선로 활용방안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민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특히 국가철도공단이 오는 10월 11일까지 시행하는 경주시내 폐선 부지 개발을 위한 민간제안 공모사업에 경주시와 시민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는 김동해 의원 지난 18일 열린 제269회 경주시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강조한 말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은 폐철로를 우선 걷어내고 상하레벨을 평탄화시키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막상 이 같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국가철도공단이 7월 1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제안공모를 통해 사업자가 정해지면 폐철도 활용사업에 경주시와 주민의 의견반영이 어렵게 된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공모사업자는 영리를 먼저 추구하기 때문에 경주시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과 동떨어진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폐역사 및 폐철도 부지 대부분이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 소유로 경주시가 활용방안에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민간 사업자들이 영업수익만을 쫓는 사업을 하도록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공모사업이 이제 막 시작한 만큼 경주시는 지역 발전에 초석이 될 수 있는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국가철도공단과의 협의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 막대한 예산이 들더라도 경주 백년대계를 준비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과감한 투자로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경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폐철도활용사업단을 신설해 폐역사 및 폐철도 활용방안 수립을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시작단계다. 경주역을 비롯해 폐철도 부지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개발계획 수립까지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공공사업영역과 민간사업영역으로 세분하고, 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미래 경주발전 비전을 하나씩 마련해 주길 바란다.
진남루를 돌아 절 마당에 이르면 대적광전을 중심에 두고, 왼쪽에 약사전, 동쪽에는 목탑지, 서쪽에는 응진전, 앞쪽에 진남루가 사각의 성지를 이루고 있고, 뜰에는 삼층석탑과 새로 조성한 석등이 있다. 보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대적광전은 기림사의 본전으로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다포식 단층 맞배지붕이다. 전면은 배흘림기둥에 화려한 꽃창살문을 달았는데 단청이 퇴색하여 고색창연하고 공포에 조각이 많이 들어가 화려하며 내부는 넓고 장엄하다. 수리할 때도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아 예전 모습이 제대로 보존되어 있다. 느닷없이 마누라가 예뻐 보이면 치매기가 있고, 단풍이 눈에 성큼 들면 늙었다는 징조라고 한다. 단청이 퇴색된 건물을 보고 오히려 정감을 느끼게 되는 필자는 치매 전조인가, 늙었다는 징조인가?? 대적광전(大寂光殿)의 ‘적(寂)’은 번뇌를 멸한 고요한 진리의 세계 즉 니르바나(nirvana)를 의미한다. 한자로는 ‘열반(涅槃)’이라고 하는데 ‘니르(nir)’는 ‘꺼지다’이고 ‘바나(vana)’는 ‘불’이다. ‘니르바나’는 ‘번뇌의 불이 꺼지다’의 뜻으로 탐욕[탐(貪)]과 분노[진(嗔)], 어리석음[치(痴)] 등 온갖 번뇌가 다 소멸된 궁극적인 경지를 가리킨다. 즉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져 버린 평온한 마음 상태, 번뇌의 불꽃이 모두 꺼져버린 고요한 마음 상태, 욕망과 괴로움이 모두 소멸된 정신 상태가 니르바나[열반(涅槃)]이다. 대적광전의 ‘광(光)’은 그 세계에서 나오는 참된 지혜가 온 우주를 찬란하게 비춘다는 의미이다. 내부에는 삼존의 소조 불상을 모시고 있다.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좌우의 불상을 노사나불과 석가모니불이라고도 한다. 약사불이라면 지물인 약합이 없고 또 이 전각 바로 동쪽에 약사전이 별도로 있어 불상이 중복된다. 노사나불의 경우 보관을 쓰고 있거나 양손을 들어 손바닥을 위로 올린 형태의 수인으로 표현하는데 이곳에는 좌우 불상이 꼭 같은 수인을 하고 있다. 삼존불상은 몸집은 비대하나 머리가 작아서, 완성도는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후불탱화인 비로자나삼불회도(毘盧遮那三佛會圖)는 전체적으로 황토색의 바탕에 홍색, 녹색, 노란색 등이 조화를 이루어 은은한 느낌이 든다. 화면의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가면서 위상이 높은 상에서 낮은 상으로 배치하고, 인물의 표현도 점점 작아지게 하여, 원근감과 입체적인 공간감을 살리고 있다. 이 탱화는 천오(天悟)와 임한(任閑) 등 18세기 경상도 지역을 대표하는 화승(畵僧)들이 참여하여 숙종 44년(1718)에 그린 것이다. 이 대적광전은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어졌으며 그 뒤 8차례나 다시 지어졌다. 1997년 해체 공사 때 종도리에서 4종의 묵서가 발견되었다. 이 묵서에 의하면 1629년에 제5차 중수가 있었고, 1755년에 개조 중수가 있었고, 1785년에 6차 중창이 있었으며, 1978년에 제7차 중수가 있었다. 최근 1997년에는 정부의 문화재 수리 비용으로 제8차 완전 해체 수리가 이루어졌다. 대적광전은 불전 자체도 보물이고,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역시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후불탱화인 비로자나삼불회도도 보물이다. 그래서 이 전각은 기림사 내에서도 가장 문화재를 많이 보존하고 있는 불전이다. 대적광전에는 이외에도 보물로 지정된 비로자나불의 복장물(腹藏物)이 발견되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중기까지 무려 700여 년 동안 발행된 대방광불화엄경』을 포함한 71권의 전적과 부처님 진신사리 4과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1986년 9월 대적광전에 들어와 이 유물을 훔쳐 도망치는 절도범들을 잡아서 겨우 되찾은 것이다.
여기 사진 한 장이 있다. 세계적인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Tiger Woods)의 힘찬 스윙을 찍은 사진이다. 잘 알다시피 그는 PGA 통상 82번의 우승을 거머쥔, 현역 중 최고의 골프 선수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기에 갤러리들은 그의 힘겨운 스윙에 온통 집중하고 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역사적인 순간을 두 손으로 곱게 쥐어든 핸드폰으로 기록 중이다. 미국 PGA 챔피언십 1번 홀, 우즈의 세컨드 샷 상황. 우즈만큼이나 긴장한 갤러리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뜯어보다가 우즈의 왼쪽 뒤에 있던 사람에 이르자 피식 하고 웃음이 터진다. 파란색 모자를 쓴 그 사람만 핸드폰 대신 캔 맥주를 들고 있다. 맥주 사이즈(!)도 모양(!)도, 두 손으로 고이 들고 있는 모양새(!)마저 똑같아 여차하면 놓치기 쉽다. 마치 ‘윌리를 찾아라’처럼 쉽게 지나친 장면에 교묘하게 숨어 있는 윌리를 찾았을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였더라, 중요한 장면을 두 눈 대신 핸드폰에 담기 시작한 지가... 내 눈에 그는 존재 자체로 세상에다 웅변하고 있는 철학자였다. 눈은 이렇게 사용하는 거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의 눈과 그의 태도가 그걸 증명해준다. 아니 맨눈으로 대상을 보는 게 뭐가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핸드폰이 눈의 기능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까만 직사각형’이 인류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평범했던 일상이 더 이상 그렇지 않고 비범한 그 무엇이 되어버린 세월이 야속해서랄까. 핸드폰을 움켜쥐기 전의 그 견고했던 우리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그 상실감과 좌절감에, 그는 맥주를 든 철학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좀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그저 내 생각이 로맨틱해졌다고 치자.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한 장면만을 기록할 뿐이다. 동영상이라면 이어진 장면을 기억할 테고. 반면에 눈이 담은 기억은 언젠가는 흐릿해질 테지만, 인식 주체와 대상 사이 그 어떠한 개입도 없이 주체와 대상이 날 것 그대로 부딪치는 그 싱싱함이 살아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타이거 우즈는 우상(idol)이다. 거의 BTS이고 ‘나훈아 오빠’다. 나를 홀라당 잊어버리고 온전히 몰입하는 대상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겸제의 ‘인왕제색도’도 마찬가지로 소위 걸작(masterpiece)이다. 걸작은 기본적으로 우리를 잊어버릴 만큼 시선을 붙잡아놓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시공을 넘나들며 사랑받아 온 걸작을 감상하기 위해, 아니 소유하기 위해 예외 없이 우리는 핸드폰을 끄집어낸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는가? 작품 모나리자가 걸작이라면 그걸 바라보는 우리도 걸작이라는 사실 말이다. 세상에는 성인(聖人)들이 많다. 하지만 그 어떤 성인도 스스로를 성인이라고 자랑하지는 않는다. 헤어스타일 독특한 그저 평범해 보이는 어느 인도 사람을 부처로 만드는 건, 그를 성인으로 볼 줄 아는 ‘눈 밝은’ 제자들에 의해서다. 스승을 뛰어나게 하는 것은 ‘스승의 눈’을 가진 제자 때문이란 말이다. 모나리자 작품만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눈을 가진 우리도 대단하듯, 타이거 우즈만큼이나 우즈의 눈을 한 갤러리도 주인공이란 말이다. 젊은 친구들 말마따나 가슴이 웅장해지는 이런 상황에 뱀 다리 하나를 붙이자면, 그 갤러리가 들고 있던 맥주 브랜드 사(社)에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홍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맥주 캔을 든 철학자’와 바로 계약을 맺고는 이후 열릴 PGA 챔피언십 티켓과 모든 여행 경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무제한(!) 맥주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들어있다고 한다. 그 조건으로 타이거 우즈 뒤에서 맥주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티셔츠에, 모자에, 그리고 맥주 캔에 ‘새겨졌다’. 15초짜리 광고를 찍어 공식 트위터에도 올렸다. 두 손에 캔을 고이 든 그의 모습은 이제 영원히 기록된 셈이다. 광고 끝에는 이런 자막이 나온다. ‘즐길 때만이 가치가 있는 법이다(It’s only worth it, if you enjoy it).’ 타이거 우즈처럼 매 경기에 집중하고 즐기다 보면 레전드가 된다는 말도 되지만, 우리도 이 맥주를 즐길 수만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분명한 건 그냥 맨눈으로 대상을 봤다고 평생(뒷끝 있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얼마나 부러웠으면...) 맥주 이용권을 획득하는, 이 아이러니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식물원을 위하여 序/이경록 누가 만든 식물원인지 식물원이 하나 둥두렷이 공중에 떠 있다. 낮에는 이 나라 사람들이 뱉는 탄소炭素들이 모여 이 식물원을 감싸고, 식물원의 숨소리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아맹啞盲이 되는 풍조라, 자신의 호흡으로 이 식물들이 생긴 줄 모른다.) 주인 없는 이 식물원은 공중의 정精, 별 꺼지는 밤이면 지상으로 내려온다. 지상으로 내려와 사람이 잠든 거리를 식물들이 거닐고, 식물들 중의 어떤 놈은 자기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잠든 사람은 모두 식물들인가? 이 세상은 식물을 위한 하나의 식물원인가? (사람들은 모두 아맹啞盲이 되는 풍조라 이런 개념 구분이 불분명하다.) 그러면 밤이여, 다시 끝없이. 이 식물원을 위하여! -지금 읽어도 새로운 공중정원의 상상력 경주가 낳고 품은 천재 요절 시인 이경록이 절정일 때 쓴 「이 식물원을 위하여」 연작은 상상력과 현실 인식, 미적 완성도 등에서 시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추면서 한국 시단에 시적 광휘를 눈부시게 펼쳐 보인 작품들이다. 연작 6편 가운데 첫 작품인 「이 식물원을 위하여 · 序」를 보기로 한다. 안타까운 것은 시 전집에 실린 이 시에서 틀린 곳이 다섯 군데나 발견된다는 것. “탄소炭素들이”가 “탄삭炭索들이”가 되고, 불필요한 구절이 들어가고, 한 구절은 아예 빠지기도 했다. 올바른 해석을 위해서라도 원전확정이 시급하다. “식물원이 하나 둥두렷이 공중에 떠 있다”니? 환상을 통해 공중에 돌올한 이미지 건축을 하는 시인의 놀라운 상상력을 우리는 본다. 이 공중정원의 이미지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공중의 핵(“정精”)인 식물원이 “별 꺼지는 밤이면 지상으로 내려”오는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자. 공중의 식물원은 지상의 사람들과 무관하지가 않다. “이 나라 사람들이 뱉는 탄소炭素들이 이 모여 식물원을 감싸고” 있어 보이지 않고, 또 숨소리도 들리지 않 지만 말이다. 시인만이 “사람들의 호흡으로 생”긴 이 식물원을 상상력 속에서 공중에 위치시키고 낮엔 공중에 떠 있다가 밤이 되면 내려오게 한다. 내려온 식물들은 “사람이 잠든 거리를 거닐고, 식물들 중의 어떤 놈은 자기가” ‘진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움직이다 못해 거들먹거리기까지 하는 식물, 이야말로 시적 영혼의 아픔과 불온성이 아닌가? 마침내 시인은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말 못하고 보지 못하는 인간, 마비된 세상을 향해 일갈한다. “잠든 사람은 모두 식물들인가? 이 세상은 식물을 위한 하나의 식물원인가?”고. 이제 우리는 시인이 공중에 하나의 식물원을 축조한 이유가 하나의 ‘식물원이 되어버린 당대의 세상’에 대한 저항 의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시인은 식물원이 지상에 내려오는 이 의식을 통하여 ‘아맹啞盲’이 된 당대의 숨 막히는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시적 응전을, “그러면 밤이여, 다시 끝없이. 이 식물원을 위하여!”라고 지속하고 있다. 어떻게 시인은 70년대 중반에(「이 식물원을 위하여」 연작은 『현대문학』 1976년 1월호와 같은 해 봄에 발간된 동인지 『자유시』 1집에 실려있다.) 우리 시단에서 198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타나는 ‘공중정원’의 상상력(송찬호는 1989년에 낸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에서 「공중정원」 연작 3편을 선보인다.)을 10년 이상이나 앞당겨 선취하고 형상화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이런 미학적 건축술은 확실히 시인만의 독자적인 영역이다. 실제로 시인은 이 연작을 쓰기 위해 남산식물원과 창경원을 여러 번 다녀왔고 “피다 만 산난초 하나”(연작 1), “말이 필요하지 않은 질경이풀”, “오래 사용하지 않은 목구멍”에 “얼기설기 엉켜 있”는 가시덩굴(연작 2) “본적이 다”른 산다화, “서로 말이 없”는 개불알꽃(연작 3), “시들고 짖이겨져 있”는 개나리, 진달래(연작 4), “입만 벙긋”하는 포인세티아, 남천, 철쭉, 동백, 열대식물(연작 5) 등 다양한 식물들을, 소통 불능이 된 당대 인간의 양태와 상황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연작의 놀라운 신선함을 알아본 당대의 대표적인 평론가 김현이 “작품을 쓰는 대로 모두 문학과지성사로 보내라”는 엽서를 보낸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뒤이은 발병과 투병으로 그는 “내 피는 하늘에서 별이” 된다는 시(「빈혈」)만 남기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그의 빛나는 업적을 이어가는 것은 이제 후배들의 몫이 됐다.
경주를 기반으로 한 책은 널리고 널렸다. 신라 유적과 신라사를 기반으로 한 인문학술서적들만 해도 수만 권이 넘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경주를 특정할 만한 영화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개봉된 영화 중에 작품성과 흥행을 다 잡은 알찬 작품도 있었던 반면 언제 그런 그런 영화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영화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는 ‘신라의 달밤(2001)’이다. 김상진 감독이 연출했고 이성재, 차승원, 김혜수 등 당시로서는 가장 핫한 배우들이 출연했고 인기 있던 조연인 이원종, 성지루 등이 가세한 조폭 영화다. 흥행도 성공적이어서 당시로서는 놀랄 만한 서울 160만, 전국 480만명의 출중한 성적을 거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경주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요점은 영화의 모티브가 수학여행에 있고 그 수학여행의 요람이 경주였다는 사실이다. 극중 주인공인 최기동(차승원 분)과 박영준(이성재 분)이 수학여행 와서 경주의 고등학교 학생들과 패싸움을 벌인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제목답게 황남동 고분군, 감포 앞바다, 영화의 주요 촬영지였던 황오동 상가, 서출지, 불국사 유스호스텔 지역, 보문호수는 물론 경주경찰서까지 직접 비추는 등 경주의 구석구석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들에 몰입하다 보니 경주의 풍경이 차분하게 조명되는 흔적은 적은 편이다. 고분들이 자주 드러나는 장면 이외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 영화가 온전히 경주에서 찍은 영화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경주의 색채를 담는 데는 소홀했다. 당시 이 영화는 경주 출신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강우석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는 전제에서 시작되었는데 나중에 투캅스3(1998), 주유소 습격사건(1999) 등의 연출로 알려진 김상진 감독으로 바뀌면서 출연진도 일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경주를 다시 알리는데 충분한 영화였고 경주사람들에게도 수학여행 전성기 경주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아쉬운 것은 2001년은 지금처럼 SNS가 발전하지 않은 시기이다 보니 영화가 흥행했는데도 불구하고 신라의 달밤을 보고 경주를 찾는 관광객은 드물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지금처럼 SNS가 발달했다면 영화를 보러 온 관광객도 훨씬 많았을 것이고 영화 촬영 장소들마다 관광객이 들끓는 특수도 누렸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은 드라마 선덕여왕(2009 MBC)과 상당한 대조를 보인다. 최고 시청률 43.6%를 기록한 근래 보기 드문 흥행작이었던 이 드라마는 2009년 5월에 방영을 시작해 같은 해 12월 22일에 종영했다. 마침 이듬해인 2010년은 대한민국 스마트폰이 보급이 500만 대를 넘어선 스마트폰 대중화의 시대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 SNS의 효과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당시 선덕여왕 촬영장소는 경주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연일 몸살을 앓았다. 오죽하면 그 이전에 아무도 찾지 않던 낭산의 선덕여왕릉이 관광객들의 행렬로 근처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을까? 이서진, 김희선이 주연을 맡아 방영된 ‘참 좋은 시절(2014 KBS2)’도 30.3%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경주 알리기에 톡톡히 한몫했다. 그러나 아무리 SNS가 발달해도 영화건 드라마건 흥행하지 못하면 이런 특수를 기대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장률 감독이 내놓고 ‘경주’란 제목으로 찍은 영화 ‘경주(2014)’의 경우 경주시민들조차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조차 모른 채 묻혀버렸다. 경주출신 송창수 감독이 도굴을 소재로 찍은 ‘마이 캡틴 김대출(2006)’도 경주에 파급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유감스럽게도 경주는 ‘신라의 달밤’과 ‘참 좋은 시절’ 이후 이렇다 할 영화나 드라마를 유치하지 못한 채 영상산업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신라의 달밤’이 SNS 발달 이전 기억나는 경주 영화로 선택된다면 SNS발달 이후 경주사람들이 자신 있게 말할 경주 영화는 언제쯤, 누구에 의해 만들어질까? 꾸준한 스토리 개발과 영화·드라마 유치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왜국에 들어와 씨를 뿌리고 또 씨를 뿌리고 있지. / 마땅한 일이라면서 가래를 끌고 있으나 전례에 따라 관위를 주어야 한다네. / 그들은 언덕을 날듯이 뛰어다니며 농사를 짓고 있지. / 그들은 산과 들을 날듯이 뛰어다니며 농사를 짓고 있지”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고위직들의 신산했던 삶을 이야기한 위의 향가는 일본서기 671년 1월달 해당 내용에 기록되어 있다. 그들은 산과 언덕을 개간하며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험한 일을 하면서도 ‘이러는 게 마땅하다’ 라 말하고 있었다. ‘나라를 잃은 우리가 무슨 면목이 있어 좋은 것을 원하겠는가. 땅을 파며 힘들게 사는 것이 마땅하지 않는가’라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밑바닥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산과 들에 흩어져 잊혀지고 있었다. 그때 뒷골목의 아이들이 그들의 존재를 언급하며 그들을 소환해 낸 것이다. 작품의 내용을 볼 때 고대 일본에서는 백제인들이 입국해 정착할 경우 본국에서의 신분에 따라 적절한 관위를 주는 게 관례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관례에도 불구 백제의 고위직들이 백마강 패전 후 일본 땅으로 들어온 지 8년이 지났음에도 관위 수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향가는 힘을 가진 노래이다. 그러한 향가의 힘 때문이었을까. 천지천황이 이때 백제인들에게 관위를 주었다. 그것이 일본서기의 기록이다. 물론 지극히 현대적 시각을 가진 필자는 ‘설마 향가 때문이었을까?’하며 의심하고는 있다. 아마도 이 향가는 천지천황의 측근들이 만들어 유포했을 것이다. 천지천황은 매우 세심했던 성격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백제 파병을 앞두고도 군수물자를 공평하게 부과하고, 병력을 징발함에 있어 모두에게 공정하게 하라는 내용의 동요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는 백제인에게 관위를 수여함에 있어서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기존 일본 관리들의 반발을 의식해 ‘유민들에게 전례에 따라 관위를 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향가를 만들어 널리 유포시켰을 것이다. 그래야 토종 관리들이 이것이 천심이자 민심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조치에 수긍할 것이라고 믿었다. 천지천황은 민심의 향배를 중시하는 지도자였음에 틀림없다. 천지천황이 의도했느냐 아니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돌아다녔다. 노래는 백제 고위직들의 반성하는 마음과 관례에 따라 등용하라는 내용을 가사로 만든 것이었고 춤은 백제인들이 따비를 끌고(원문 속의 曳), 괭이질하던(원문 속의 矩) 모습이었다. 향가에 동요가 나온다. 동요는 민심이었고, 집권층은 그러한 민심에 귀를 기울였다. 이후 백제인들은 어찌 되었을까. 역사의 진행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해 말 천지천황이 병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후계자 경쟁에서 조카에게 밀려 탈락되었던 동생 대해인(大海人)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조카 대우황자를 살해하고 천황으로 즉위하였다. 백제 유민들은 낯선 이국땅에서 그들을 잊지않고 챙겨주었던 최대의 후원자를 잃고 말았다. 한반도의 전쟁에 소극적이었던 대해인의 집권기간 내내 백제인들은 은인자중을 강요받게 되었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일이다. 침묵의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백제 유민들을 등용하라는 내용의 이 노래를 일본인들은 다음과 같이 풀고 있다. “多致播那播於/能我曳多曳多那例例/騰母陀麻爾農矩/騰岐於野兒弘爾農俱 귤나무 열매는 각각 다른 나무에 열려있지만 이를 실에 꿸 때는 다 하나가 되지요” 다 하나인데 왜 백제인들을 중용하려 하느냐라는 뜻이라고 한다. 일본 연구자들은 백제인 등용을 비난하는 작품이라고 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이러한 풀이는 오류다. 실제는 백제 유민을 받아들이라는 노래였다. 천지천황의 사망과 그의 아들의 패망으로 인해 신산했던 디아스포라의 길이 그들의 앞에 놓이게 되었다.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는 지난 6월부터 행복선생님 42명이 경주시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우리마을예쁜치매쉼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현재 운영하고 있는 경로당의 모든 프로그램은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음악, 체조, 여가문화, 건강, 글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미술프로그램인 ‘왕비거울’은 어르신들에게 새롭게 활력을 주고 있다. 꽃누르미를 활용한 왕비거울 만들기 프로그램은 △대화가 쉽게 오갈 수 있고 △식물을 귀하게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마음과 관찰력이 생긴다. △꼼꼼함과 섬세함을 요구함으로 침착함과 정서적 안정감을 주며 △풀잎, 꽃잎 모양의 신비함과 식물을 통해 손을 많이 활용하게 돼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모 어르신은 “내 콧바람이 무지 쎈갑다. 흰 용지에 잘 올려놓고 숨만 쉬었는데 꽃잎이 다 날아갔다. 우야믄 되노? 선생님 마스크를 단디 쓰고 갓난아기를 보는 것처럼 작업하라는 말이 실감나네”라고 한바탕 웃고 다시 집중했다. 행복선생님들은 “어르신들은 예술적 감각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떨리는 손으로 어르신들이 정성스럽게 장식을 해 손거울을 완성했다”며 “어르신의 주름은 살아오신 인생의 길이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훈장이다고 말씀드리니 어르신들이 서로 얼굴을 보여주시며 행복해 하셨다”고 전했다. 역량강화를 위해 꽃누르미 사전강의를 해주신 이성희(이꽃공방) 대표는 “꽃누르미는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것이 즐겁고 어디에나 활용하기 좋은 장점을 갖고 있어 좋은 활동을 하게 된다”며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활동해주셔 감사하고, 꽃누르미 왕비거울 만들기를 통해 이쁜 모습, 좋은 모습만 보시고 어르신들과 행복선생님 모두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주시립도서관은 내달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초등학교 3~4학년 30명을 대상으로 여름독서교실을 운영한다. 이번 여름독서교실은 ‘도서관 속 환경학교’라는 주제로 사서가 엄선한 환경 분야 그림책과 다양한 독후 활동으로 이뤄져 어린이들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환경문제’, ‘생태문제’, ‘소비문제’ 등 총 3개 테마에 걸쳐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준비돼있어 참여 학생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접수 기간은 오는 26일 오전 10부터 경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으로 접수된다. 세부 일정 및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library.gyeongju.go.kr), SNS(인스타그램) 또는 시립도서관 별관 아이사랑책놀이터로 문의하면 된다. 시립도서관 측은 “이번 독서교실은 필환경 시대를 살아가야 할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될 뿐만 아니라 환경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과 SDGs 교육을 연계한 직접적인 SDGs 목표는 목표 4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이며 세부목표로 4.2 ‘적합한 기술을 지닌 청소년과 성인의 수 확대’, 4.3 ‘양질의 교육에 대한 평등한 접근 보장’, 4.5 ‘모든 수준의 교육과 직업훈련에 평등한 접근 보장’, 4.7 ‘지속가능발전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과 기술습득 보장’이다. 이행수단은 4.a ‘모두를 위한 안전하고 비폭력적이며, 포용적이고 효과적인 학습 환경 제공’, 4.b ‘고등교육 장학금 확대’, 4.c ‘자격을 갖춘 교사 공급 확대’에 포함되어 있다(Takayanagi, 2018: 64; 이창언, 2020b: 135). 최근 대학에서 SDGs 교육에서 주목할 점은 첫째, 형성역량(Design Capability) 강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 매체와 방식, 흥미를 촉발하는 교육 기제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에 온라인교육, 링크와 Real World Web 활용, 학생과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대학과 지역 투어, 이에 투어를 위한 캠퍼스 조성사업, SDGs 이벤트, 캠페인, 학생과 교원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 국제 인턴십 등 다양한 참여자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이창언, 2020b: 135). 둘째, SDGs와 직업교육, 직업훈련이 연계된다는 점이다. SDGs 4.3, 4.4, 4.5에서 연속적으로 강조되듯이 교육 영역에서 직업교육은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직업교육은 횡단 이슈(Crosscutting issue)로서 목표 8 ‘지속적·포괄적·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생산적 완전 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의 세부목표 8.2, 8.3, 8.5, 8.6, 8.b, 그리고 여성의 직업능력 강화(목표 5), 불평등 해소(목표 5) 등과 연계된다. 세대, 계층, 성, 지역 형평성과 새로운 산업의 경향성을 예측한 교육(목표 4)이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이 SDGs 이행실 천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SDGs를 매개로 외국인 유학생, 졸업생 교육, 국제 캠퍼스 조성과 학술 교류 프로그램은 물론 국제장학금 자금 원조, 해외 대학과 SDGs 공동대응을 위한 국내 연수 프로그램 운영 등 개발도상국 대학과의 교류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이창언, 2020b: 135-136). ESD와 ESDGs 교육은 대학 구성원들의 ‘통합적 문제해결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의 핵심역량(Key Competencies for Sustainability)’ 은 문제해결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지식·기술·태도의 복합체로서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또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와 관련된 해결 능력을 의미한다(이창언, 2020b: 136). ESD는 우리의 삶의 터전의 자연과 사회,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인식(인식 능력)하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고(비판적 사고 능력), 배움을 지향하지만 행동하는(실천력) 능력과 태도가 강화될 수 있다. 대학에서 SDGs 연구와 직접 연관된 세부목표와 이행수단은 목표 9 ‘회복력 있는 사회기반시설 구축,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산업화 증진과 혁신 도모’ 중 9.5에 언급되어 있다. 이 세부목표는 과학 연구의 혁신 강화와 1백만 명 당 연구개발(R&D) 종사자 수, 공공·민간 연구개발 지출 증가와 산업 분야의 기술 역량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행수단인 9.b와 목표 12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중 이행수단인 12.a는 과학적 연구를 위한 사용 가능 자원 투입의 필요성, 정책을 위한 환경 확보, 개발도상국의 기술개발, 연구 혁신 지원과 과학기술의 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목표 17 ‘이행수단 강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재활성화’ 중 세부목표 17.6은 전 세계적인 기술 촉진 메커니즘 등을 통해서 지식을 공유할 것을 제안한다. 17.8은 후발 개발도상국을 위한 정보통신 기술(ICT)을 비롯한 실현 기술의 이용 강화를 목표로 한다(이창언, 2020b: 137). 12.a와 유사한 맥락에서 목표 14 ‘지속가능발전을 위하여 대양, 바다, 해양자원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 중 세부목표 14.4, 14.5, 이행수단 14.a는 과학적 정보에 기초한 해양관리계획의 이행, 과학적 지식과 연구역량 강화를 강조한다. ICT 혁신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며, 과학-경제-사회 사이에 선 순환적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포용적이고 공평한 미래 사회를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이창언, 2020b: 137). ‘SDGs 이행을 위한 과학기술혁신(STI for SDGs)’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SDGs 시대의 만남을 선도할 수 있다. 대학은 ‘과학, 기술과 이노베이션(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 STI)’을 통해서 SDGs를 실천하는 혁신적 기업과 지방정부의 사회적 공헌을 유도, 학생들의 현장경험을 강화하며 대학 연구의 전문화와 다양화를 촉진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대학 집행부는 재정확충과 인지도 상승을 모색할 수 있다. SDGs 연구는 전통적인 분야별(정부, 기업, 시민사회) 접근과 새로운 분야 간 협력, 특히 과학, 정보, 기술 섹터와의 제휴가 빈번해지는 연구 영역이다. SDGs 이행과 실천을 위한 과제는 광범위하여 학제 간 연구, 실증연구, 현장연구도 강화되고 있다. 대학에서 SDGs 연구는 지역과 도시의 사례연구(case study)를 촉진하며 대학 구성원과 외부 그룹을 위한 SDGs 커리큘럼, 학술정보, 관련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한다. 또한, SDGs 정보 축적과 공유할 아카이브 구축도 가능하게 한다. SDGs 연구가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제적 연구를 통한 연구방법론의 공동설계와 공동실행, 공동평가를 위한 통합적 시스템 설계, 연구의 인센티브 구조 구축, 예비연구자를 위한 연구비, 장학금 제공을 위한 기반 조성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이창언, 2020b: 137).
-아이슬란드 어느 해변 마을의 전설 아이슬란드 아큐레이리에서 해안따라 수도 ‘레이크비크’로 오는 도중이었습니다. 만년 설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작은 폭포 2개를 위아래로 만들며, 바다로 내려오는 해변 마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산봉우리 하나가 초원을 만들고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어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로 이 산봉우리가 두 폭포를 항상 내려다보고, 지키고 있는 듯합니다. 폭포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적혀있었어요. 아주 옛날 홀어머니가 두 아들을 키우며 그들에게 당부를 했는데, ‘절대 어부가 되지 말라’고. 큰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마을이라 남자들은 커서 어부가 되어 가족을 부양하는 게 당연하지만, 어머니가 극구 반대하는 건, 남편이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아들이 장성하여 어머니 몰래 고기잡이배를 타다가 풍랑을 만나 모두 죽고 맙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도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떴어요. 그 후 마을 근처에 작은 화산이 분출되면서 산봉우리가 생겼고, 잇달아 폭포 2개가 위아래로 만들어졌답니다. 이곳 사람들은 어머니가 산이 되어 두 아들(폭포)을 내려다보고 그리워하며, 보호하는 형상이라 여긴다고 합니다. 그들 폭포수(아들)는 초원의 냇물이 되어 그 산봉우리(어머니) 언저리를 돌아 바다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슬란드 ‘타킬 캠프장’ 싱베리아 국립공원을 돌아본 후, 새 숙소를 마련할 캠핑장을 알아보려고 해안 마을 안내소에 들렀습니다. 날씨는 잔뜩 흐려 금방 비가 올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마침 방갈로가 있는 캠핑장이 있다고 해서, 그곳(타킬. Tarkil) 캠핑장을 네비에 맞추고 출발했습니다. 산속 캠핑장이란 것만 알고, 전화번호만 체크했지 거리나 찾아가는 길, 위치는 상세히 물어보지 않았답니다. 차는 네비를 따라 자꾸 산중으로만 달립니다. 나무는 없고 분화구와 모래 언덕으로 둘러싸인 길은 덜컹덜컹 비포장으로 험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랑비와 안개로 인해 시야까지 자유롭지 못했어요.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량은 없고 좁은 산길은 위험한데, 몇번이나 전화를 해도 캠핑장 주인은 길따라 오라고만 합니다. 안내판이 보이질 않으니 네비가 이끄는 방향이 맞는지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겁이 났어요. 우리 부부는 돌아가자고 했고, 딸과 사위는 그냥 가자고 했어요. 다행히 근처에 ‘Tarkil’이라 쓴 표지판이 나타나고 저지대로 내려와, 30분 뒤에야 그곳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은 높은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화산 분화구 분지인데, 바닥에는 잔디밭이 넓게 깔려있고, 가운데에 개울따라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습니다. 캠핑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평원에 방갈로가 몇 채 들어서 있었습니다. 관리자인 젊고 잘생긴 청년이, 우리들의 푸념을 명랑하고 쾌활한 언변으로 잘도 받아넘깁니다. ‘이런 좋은 곳에서 하룻밤 묵는 걸 영광으로 여기며,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농으로 되받습니다. 우리는 텐트를 치지 않고 방갈로를 택하여 짐을 풀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주변에 뜻밖의 풍광이 우리 눈을 의심케 했어요. 우리는 뾰족하고 멋진 산봉우리들에 둘러싸여 있고, 근방에는 맑은 냇물이 흐르고, 동굴과 계곡이 자연 그대로 방치되어있는, 마치 외계에 온 듯한 신비스러운 곳이었습니다. 이튿날은 맑은 하늘 아래서 그 산길 원 웨이를 거꾸로 기분좋게 내려왔어요. 유럽 여행 중 묵은 20여 곳의 캠핑장 중에서, 가장 멋진 캠핑장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개고기 식용이 비난의 대상은 아니지만 계승해야 할 자랑스러운 고유의 식문화는 아니다. 의식주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시대의 경쟁력이다. 최근 개고기 식용에 대한 오랜 논쟁이 ‘개고기 식용 종식’을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영부인에 의해 다시 불붙고 있다. 88올림픽의 개최지로 세계의 관심이었던 대한민국을 향해 “개고기를 먹는 나라는 야만인들이며, 문화적 가치가 없는 나라다”라고 올림픽 보이콧과 한국제품 불매운동을 주장한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Brigitte Bardot)가 “아름다운 관습의 나라 한국이 개고기를 먹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혹평하여 세계적인 관심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빅마우스(Big mouth)들이 개고기는 우리나라 전통 식문화이며, 민족의 뿌리라고 맞대응을 하여 국민 정서를 이분화 하였고, 개고기 식용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기원전 6세기경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며, 동아시아에서 개고기를 먹는 풍습은 중국 한족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현재 개고기는 한국, 중국, 베트남 등에서 식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주로 만주족들과 중국 한족들이다. 근래까지 개고기를 식용했던 홍콩, 타이, 대만, 필리핀, 인도 등은 상업적 목적의 도살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개고기 식용의 출발이었던 중국도 가축에서 개를 제외시켰다. 이제 세계에서 개고기를 먹는 문화권은 대한민국과 일부 나라의 소수지역 뿐이다. B.C 1세기 삼천포 사천 늑도의 패총 유적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량인 27마리의 개 뼈가 26구의 인골과 함께 공동묘역에서 발굴되었다. 개 뼈는 죽기 직전에 가해진 외상이나, 뼈를 발라내기 위한 칼자국이 전혀 없었고, 주로 남자나 어린이와 함께 나란히 묻혀 있었다. 이 시대에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것이 학술적인 결론이다. 또 신라와 고려는 불교 국가로 국법으로 개고기 식용이 금지되었고,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는 개가 길흉사를 미리 알려주는 벽사의 의미로 신격화되었다. 고구려 덕흥리, 무용총, 안악, 장천 등의 고분군 내벽에는 오늘날보다도 훨씬 뛰어난 고급 목테를 한 개가 무덤의 호위무사견, 반려견, 경비견 등으로 그려져 있다. 무덤을 장식한 개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수호신이었다. 신라, 고구려, 고려의 선조들은 개고기 식용을 터부시 하였다. 조선이 유교를 숭상하자 고려의 불교문화는 쇠퇴하게 되었고, 조선은 고려보다 개고기 식용에 관해 관대했다. 조선시대는 유교의 영향으로 개고기가 제물로 제사 음복으로 이용되면서, 제례에 참석한 선비를 중심으로 개고기가 식용으로 인식되었다. 또 개고기 식용에 관한 기록은 대부분 18∼19세기이며, 단백질 공급을 위한 치료용의 일시적인 처방음식으로 서민 대상의 식문화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문화가 서민층으로 확산된 계기는 일제 강점기부터이다. 조선총독부는 군수용품으로 년 50만 마리 이상의 견피를 강압적으로 공출해 갔다. 견피 공출 후의 부산물이었던 살코기는 먹거리가 부족했던 서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식용되었다. 개고기를 식용하지 않았던 일본은 조선인들에게 개고기를 먹도록 유도하여 일본 국민과 차별화하는 목적으로도 이용하였다.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경제는 훨씬 더 어려워져 한 끼의 밥을 먹기가 어려웠던 시절에 개고기는 목숨을 잇는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 서민용 보양식으로 확산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개는 축산법에 의해 가축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개고기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위생 관리를 받지 않는다. 즉, 우리나라의 개고기 판매 식당은 식품위생법에 어긋나므로 개고기 취급과 위생관리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는 것이다. 민족의 혼까지 들먹이면서 개고기 식용을 정당화 하려는 움직임은 21세기 반려동물 문화를 정면으로 도전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1000만 반려견 동호인에 의해 정립된 선진 반려견 문화와 산업 선진국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모범국가이다. 의식주는 나라의 부와 문화의식의 품위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땅히 변하는 것이다. 개고기 식용이 비난의 대상은 아니지만 계승해야 할 자랑스러운 고유의 식문화는 아니다. 의식주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시대의 경쟁력이다. 개고기 식용 고집은 시대적 어리석음이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첨성대는 월성 안에 우뚝이 서 있고 (瞻星臺兀月城中) 옥피리 소리 그 옛날 교화 머금었네 (玉笛聲含萬古風) 문물은 시절 따라 신라 때와 달라도 (文物隨時羅代異) 아! 산수만은 예나 지금이나 한가지네 (嗚呼山水古今同) 고려 말 문신 정몽주(1337~1392)가 쓴 ‘첨성대’(瞻星臺)란 시다. 정몽주의 두 아들이 아버지의 글을 모아 펴낸 문집 포은집(圃隱集)에 실려 있다.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이방원의 수하에게 암살당하기 전 언제인가 경주를 다녀갔었던 듯하다. 첨성대를 마주한 그는 신라의 쇠망이 남의 일 같지 않음에 한숨처럼 슬픔을 읊는다. ◆1400년 이어진 첨성대 미스터리 첨성대는 1400년 전인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년) 때 만들어졌다. 첨성대가 세워지고 난 뒤 600년이 지나서 편찬된 ‘삼국유사’에 처음 첨성대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돌을 다듬어 첨성대를 만들었다’(鍊石築瞻星臺)는 내용이 전부다. 이후 첨성대는 ‘별을 우러러본다’는 뜻의 ‘첨성’이란 이름을 통해 ‘천문대’로 인식됐고, 고려와 조선을 거쳐 지금까지도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선시대인 1530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첨성대에 대해 “사람이 오르내리면서 천문을 관측했다”고 설명하고 있고, 정조 때 실학자 안정복(1721~1791)은 ‘동사강목’을 통해 “사람들이 가운데를 통하여 오르내리면서 천문을 관측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청의 국보 제31호 첨성대 설명문도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신라시대의 천문관측대”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첨성대는 정말 천체를 관측하는 곳이었을까. 첨성대의 건축 구조를 곰곰이 따져보면 천문관측소라고 하기엔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너무 많다. 조선시대 몇몇 유학자들도 불평을 했을 정도였다. 신라의 옛것은 산만 남은 줄 알았는데/ 뜻밖에 첨성대가 있음을 몰랐구나/ 선기옥형(고대의 천문관측기구)으로 정치를 한 것은 먼 옛날부터인데/ 이 제작은 황당하여 어디에 쓸까나 조선시대 성종 때 유학자인 김종직(1431~1492)은 ‘첨성대’란 시에서 첨성대에 대해 ‘제작이 황당하다’고 묘사했다.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수흥(1620~1690)도 ‘퇴우당집’에 첨성대의 구조를 묘사하면서 기묘하다고 했다. 첨성대 몸체는 원형이며, 회오리 병처럼 생겼다. 높이는 수십척이며, 허리 중간에 문이 나 있다. 땅에서 문까지는 사다리를 타야만 올라갈 수 있다. 그 문에서 위쪽은 안이 비어 있는데, 더위잡아야만 올라갈 수 있다. 정상까지는 수직이다. 제도의 기묘함이 그지없다. 이 같은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금까지도 학계에선 그 실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수미산설·우물설 등 다양한 주장 제기 첨성대에 대한 논란은 ‘첨성대가 별을 관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이렇게 불편하게 제작된 이유는 무엇인가’란 의문에서 출발한다. 의문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첨성대 중앙에 있는 가로세로 0.9m 규모의 ‘창’의 위치다. 첨성대 꼭대기에서 별을 바라보려고 했다면, 입구를 아래쪽에 두고 그 안쪽으로 계단을 설치하는 게 훨씬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상엔 첨성대 내부로 향하는 문이 없다. 따라서 관측자는 지상에서 사다리를 타고 3.76m를 올라가서 몸을 구부려 좁은 창으로 진입한 뒤, 다시 사다리를 타고 3.38m 위의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 둘째로는 그렇게 올라간 첨성대 꼭대기도 관측을 하기엔 불편해 보인다는 점이다. 우물 정(井)자 모양의 정자석으로 난간을 치고 남은 공간은 가로세로가 각각 2.2m로 좁다. 바닥은 판석으로 덮어두어 내부에서 올라와 닫을 수 있게 해두었는데, 혼천의 등 천문관측 기기를 설치하고 두 사람이 일을 하기에도 불편했을 것이다. 게다가 정자석 등 첨성대 구조물은 특정한 방위를 가리키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정자석이 각각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다면, 관측자는 좀 더 쉽게 관측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천문대 설’에 대한 반론의 핵심이다. 이런 의문으로 인해 첨성대는 근대 학계의 최대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1973년 한국과학사학회가 주최한 제1차 첨성대 토론회, 1979년 소백산 천체관측소에서 진행된 제2차 토론회, 1981년 경주에서 개최된 제3차 토론회 등이 이어졌고,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태양에 비치는 첨성대의 그림자로 시간과 절기를 측정했다는 규표설, 중국의 천문서인 ‘주비산경’의 원리에 따라 수학적 원리와 천문현상의 숫자를 형상화했다는 주비산경설, 불교의 수미산을 형상화한 상징적 건축물이라는 수미산설, 최상부에 우물 정(井)자 형태 돌을 얹었다는 점에서 우물의 상징이 투영된 우물설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천문대를 고수한 학자들은 첨성대 건립 이후 ‘삼국사기’에서 신라의 천문 기록이 네 배 이상 늘어난 점, 특히 행성에 관한 기록이 눈에 띄게 증가한 점을 내세웠다. 최대 쟁점인 중앙 창의 위치에 대해서는 별을 관측하는 밤에 사나운 들짐승으로부터 관측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설계였다는 가설도 나왔다. ◆하늘과 관련된 포괄적인 의미의 건축물 최근엔 첨성대가 ‘현대적인 의미’ 혹은 ‘본격적인 의미’의 천문대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데에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학자들 사이에서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요약하자면 ‘첨’(瞻)이라는 한자엔 ‘앙망’의 뜻이 내포돼 있는 만큼, ‘첨성’의 의미를 ‘별을 관측하는’ 곳이 아닌 ‘별을 숭모하는’ 곳 정도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서금석 박사는 최근 첨성대 해석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다양한 주장을 분석했다. 그는 모든 이설이 천체 관측과 관련된 천문대설을 완벽히 부정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하면서 “첨성대는 천문대뿐만 아니라 다른 기능도 수행한 다목적 공간이었을 것”이라며 “별을 보는 첨성(瞻星)뿐만 아니라 점을 치는 점성(占星) 등의 역할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첨성대가 축조되었던 시절엔 천문·정치·종교·제의·농업은 서로 분리된 게 아니었다. 태양과 별은 절대 신성의 존재였고 그것을 우러르는 것이 정치적·종교적·문화적 제의의 요체였다. 그렇다 보니 천문 관측은 농경이나 종교, 신앙과 밀접했을 것이다. 이 같은 천문관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현대적인 의미’의 천문대, 다시 말해 관측기구를 만들어놓고 사람이 올라가 하늘을 관측했느냐 아니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신라 첨성대는 하늘과 관련된 포괄적인 의미의 건축물, 넓은 의미의 천문대가 아니었을까. 김운 역사여행가
경북도내 5대 민속마을에 대한 광역소방특별조사단 현장조사 결과 가장 큰 화재위험성은 산불이며, 화재 확산방지를 위해 산림과의 이격을 넓히는 등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는 지난 4월 1일부터 6월 24일까지 도내 5대 민속마을에 대해 광역소방특별조사단을 민속마을별로 8명을 투입해 현장조사를 펼쳤다. 민속마을은 경주 양동마을을 비롯해 하회마을, 한개마을, 무섬마을, 괴시마을 등이다. 조사결과 소방 분야에는 소화기 충전압력 미달, 내용연수 경과 등 관리 미흡과 대부분의 소화기를 보관함 없이 옥외에 비치·관리하고 있어 미관훼손 및 기능적 불량사항이 다수 발견됐다. 건축방재 분야에서는 목조 및 초가 건물이 밀집된 형태로, 건축물 간 이격거리 부족으로 소방차량 통행 및 현장활동이 곤란한 구역도 있었다. 특히 아궁이 및 화목보일러 사용가구가 많았고 아궁이·연통 관리 불량 및 불씨 비산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과정에서 지적된 현지 시정사항은 똑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관계인 교육·지도를 실시했으며, 개선권고 사항 70건은 추가 현장 확인을 통해 이행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광역소방특별조사단 전문위원 권용수 교수는 중요문화재에는 문화재 안전경비 인력이 24시간 상주하고 있으나,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대상 위주로만 안전관리 집중현상이 있다고 보았다. 전문위원 이지희 교수는 하회마을을 제외한 양동마을 등 4개 민속마을의 가장 큰 화재위험성은 산불이며, 화재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산림과의 이격 거리를 넓히고 주변 산림을 내화수종으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경북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민속마을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민속마을은 상시 거주하는 주민과 문화재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문화유산 보호와 함께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경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민속마을의 화재 예방을 위해 분야별 위해 요소를 제거하고 조사 결과에 따른 개선과제에 대해 유관기관과 공유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과기정통부 주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지원 공모사업-지역데이터·서비스’ 분야에 경북·서울·전북 초광역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2년 간 국비 47억원(총사업비 99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공모사업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지원 사업이다. 총괄 주관기관인 경북(경북SW진흥본부)과 서울(서울산업진흥원), 전북(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관련 전문기업 등 총 18개 기관이 참여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의 ‘맛-멋-흥-쉼’을 공통 테마로 한옥마을과 전통문화를 메타버스로 구현하고, 지역 소상공인 O2O(online-to- offline) 서비스 및 디지털 콘텐츠의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확산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내년까지 국비, 지방비, 민간투자 등 총사업비 99억원을 투입해 3개 지역 총 9곳의 명소를 3차원 공간으로 구현하고, 관광·숙박·특산품·디지털 콘텐츠 등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3차원 공간으로 만들어지는 명소는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의성 고운사, 서울 남산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등 9곳이다. 이 공간들은 라이다(LiDAR), 드론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3차원 공간정보 데이터로 구축하고, 개발도구를 활용한 지역 특화콘텐츠를 제작한다. 여기에 한옥마을 가상체험(VR) 서비스, 증강현실(AR) 정보 서비스 등을 통합플랫폼에 등록해 대국민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지역 문화관광 르네상스를 위한 헤리티지 투어리즘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3곳(하회마을, 양동마을, 고운사)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의식주혼(衣-食-住-魂)을 주제로 다양한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 의(衣)를 테마로 △한복-드레스 투어 콘텐츠로 한복 가상체험 △한복진흥원과 연계한 한복제작하고, 식(食) 분야는 △한식-컬리너리 투어 콘텐츠 △종가·사찰 음식 체험, 다도 체험 △밀키트 제작업체 연계 △지역 농산물 주문 시스템 등이 도입된다. 또 주(住)를 테마로 △하회-양동 스테이, 고택체험 서비스, △메타수학여행 프로그램을, 혼(魂)을 주제로는 △고운-템플스테이를 통해 연등달기, 발우공양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 참여와 활발한 창작활동도 지원할 계획이다. △역사문화를 소개하는 1인 미디어 방송 활동 △메타버스에서 나만의 한옥·한복·전통문양 만들기 △디지털 콘텐츠의 NFT 생성과 거래 연계 서비스 등이 지원된다. 지역경제를 돕는 소상공인 O2O 서비스도 개발된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방식의 서비스다. △고택·사찰 가상체험과 숙박(스테이) 연계 서비스 △한복 가상체험과 제작 배송 연계 서비스 △전통문화 가상 체험과 탈제작 DIY(do it yourself) 및 한식 밀키트 배송 연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번 공모사업 선정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메타버스 관련 첫 사례로 전담조직 신설 이후 불과 3개월여 만에 거둔 성과다. 도는 지역의 문화·사회·경제·산업 전반에 메타버스를 적용해 메타버스 수도 경북 조성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도는 이번 공모사업 함께 선정된 독도를 주제로 한 메타버스 콘텐츠 개발 사업에도 국비 8억원을 확보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무한히 확장하고 있는 메타버스와 지역 문화·관광·산업의 접목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이 사업을 통해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 지방적 실천 모델인 ‘메타버스 수도 경북’ 조성에 속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땅값이 땅값+집값보다 비싼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땅 위에 집을 짓는 것인데 당연히 땅값이 땅값+집값보다 쌀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에는 땅값이 땅값과 집값을 합친 것보다 비싼 곳이 무려 19만4867호에 해당한다. 경기도는 지난 14일 개별공시지가가 땅값과 주택가격을 합한 개별주택가격보다 비싼 이른바 가격역전현상 해결을 위해 이달부터 ‘2022년도 주택·토지 간 특성불일치·가격역전현상 일제 정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격역전현상은 개별공시지가를 담당하는 토지담당부서와 개별주택가격을 담당하는 세무담당 부서가 도로와의 관계, 땅의 높낮이, 모양 등 토지 특성을 다르게 조사하는 경우 발생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기준 A시 B주택의 개별주택가격(토지+집)은 3120만원, 개별공시지가(토지)는 1억3899만원(㎡당 702만원)으로 공시돼 땅과 건물값을 합친 것보다 땅값이 약 4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는 이처럼 특성불일치 사례 4만6798호, 가격역전현상 사례 14만8069호 등 7월 기준 총 19만4867호에 대해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올해 안으로 이들에 대해 표준주택 선정의 적정성과 개별주택에 대한 주택특성 조사 착오 여부를 검증한 후 이 검증 결과를 개별 시·군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개별 시·군은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특성불일치, 가격역전현상을 정비하게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개별주택가격과 개별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취득세 같은 지방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 부과 시 활용되는 표준가격”이라며 “이번 정비로 공정한 조세 정의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경기도의 조치는 다른 광역단체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사안으로 지방세수 증대와 토지조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조치로 보여진다.
황룡사는 건축 당시 신라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겠지만 지금도 복원 가능성을 두고 온갖 기대와 관심이 모아지는 건축물이다. 그중에서도 높이 약 80여 미터로 추정되는 황룡사 9층탑은 경주를 특정지을 랜드마크로 신라 당시에도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었을 것이다. 이 황룡사와 황룡사 9층 탑은 정치인들이 공약으로 써먹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시장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들이 곧잘 황룡사 재건 혹은 복원을 외치며 선심성 공약을 펴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황룡사 9층 탑을 다시 세우기 어려우니 현대적인 조명장치로 대치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실제 황룡사와 황룡사 모습을 증명할 방법이 없고 가구식 건축물의 특성상 비슷한 시대 중국이나 일본의 건축을 보거나 국내의 주요 목조건물을 참고하며 대강의 모습만 추측해 볼 뿐이다. 그런가 하면 보문단지에는 황룡사 9층탑을 모티브로 동국제강에서 건설한 황룡원이 세워져 힐링센터로 활용되고 있고, 경주엑스포공원에는 실물 높이로 재현한 현대식 황룡사 9층탑을 음각 디자인한 82미터 높이의 ‘경주 타워’도 세워 놓았다. 황룡사 9층탑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사례들이다. 경주의 유명 SNS 강정근 씨가 지난 15일 올린 페이스북에 자신이 사는 센트럴 푸르지오 아파트 외벽에 황룡사탑을 형상화한 조명을 올려 지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사진에 나타난 조명탑은 층수는 9층보다 많아 보이지만 얼핏 보기에 황룡사 9층 탑을 연상하게 한다. 달린 댓글을 보면 ‘멋지다’, ‘경주답다’ 등의 반응이 있고 벽에 쏘인 핑크빛 조명 때문에서인지 ‘카바레’같다는 재미있는 댓글도 달렸다. 단순히 아파트 외벽에 쏜 조명이라고 하지만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댓글에 달린 것처럼 경주다운 발상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굳이 큰돈 들여서 복원이나 재건하는 것보다 이렇게 경주 주민들이 솔선하여 경주다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고 진정한 시민관광의 요체인 듯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강정근 선생이 사는 아파트 주민들은 경주의 지역성을 살리는 데 앞장선 참으로 경주시민다운 주민들이다.
12장에서 잠깐 자서전 단원 나누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 보통 대부분의 자서전은 5~6개의 단원으로 나누는데 그때 소개한 이영만 선생님은 무려 13개의 단원으로 나눌 만큼 구분이 명확하면서도 다양한 글들이 있다고 말했었다. 더 기억력이 좋은 분들은 그 이전에 내 블로그가 다양한 단원으로 무려 1500개 넘는 글이 들어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거기에는 큰 단원이 15개고 그 속에 작은 단원이 45개나 있다. 그 속에 평균 잡아 30개의 글이 들어 있으니 이게 전부 자서전의 자료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 자서전 쓰는 분들은 막상 자서전을 꾸며놓고 나면 5~6개 단락을 나누기조차 버거울 만큼 글이 적은 적을 알게 된다. 물론 찬찬히 생각해보면 쓸 수 있는 내용들이 더 많이 생기겠지만 대개의 경우 갑자기 기억력을 총동원해 책을 펴내다보니 단기간에 그 세세한 기억들을 다 꺼내지 못할 뿐이다. 그렇다보니 보통 40~50편 정도의 글로 자서전을 펴내고 그것을 토대로 공통분모를 모아 단원을 설정하게 된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단원 나누기는 시간적 배열이다. 자서전 주인공이 50대라면 유년기, 소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로 구분 짓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것을 학교에 맞추어 유년기, 초등학교기, 중고등학교기, 대학기, 직장생활, 사업기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직장생활이란 일반 기업 생활, 공직 등이 망라된다. 특별한 체육인이나 예술인, 학자들은 입문기, 단련기, 숙련기, 전성기, 은퇴기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인데 이 역시 따지고 보면 시간적 배열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순한 시간적 배열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내가 펴낸 모 국회의원의 자서전은 제목이 ‘절차탁마 OOO의 길’이었는데 단원나누기를 절, 차. 탁, 마, 길로 꾸몄다. 이 역시 시간적인 배열이었지만 각 단원을 시각적으로 디자인해 일반적인 시간배열이라는 느낌을 덜고 조금 더 전문적인 듯한 모습을 취했다. 시간적 배열이 무시되어도 좋은 경우도 물론 흔하다. 자서전을 당연한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다 보니 정치인들의 책 분류는 일반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난다. 그들은 보통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정말 뚜렷하게 어필할 만한 특별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는 한편 대부분 자신의 정치적 업적이나 능력,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 사람들과의 소통에 대해 쓰려는 경향이 많다. 또 이런 분들은 언론이 비춘 자신의 모습이나 방송에 나온 경험 자기의 정치경력에 보탬이 될 만한 또 다른 문화인이나 자신보다 우위의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글들도 곧잘 쓴다. 이런 정치인들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인생에 대한 정리, 지금까지의 업적, 신념과 철학에 대한 단상, 소통해온 사람들, 제시하는 미래비전, 화보 등의 순으로 단원이 나뉘어진다. 위의 모 국회의원의 경우도 시간의 배열과 함께 이런 기반을 바탕에 두고 단원을 배열했다. 역시 내가 펴낸 어느 정치인의 자서전에는 이런 경향을 여과 없이 반영했다. 공무원 출신으로 서울의 어느 구에서 부구청장까지 지낸 경주 출향인의 책이었는데 그 단락이 1. 집안을 책임진 아이’ 2. 공직 그 막중한 의미의 시작, 3. OO에서 뛰다. 4. 공복의 자세, 5. 화보 식으로 꾸몄다. 그 책 제목이 ‘당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였는데 마지막에 그 제목에 대한 상세한 신념을 설명하는 것으로 단원 하나에 단락 하나를 넣어서 마무리했다. 최근에 펴낸 어느 지방 도시 시장의 자서전은 가장 앞에 그 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적과 미래의 비전으로 제시한 정책을 따서 ‘GTX시장OOO(OOO은 이름)’이라 했고 주인공을 ‘언제나 청년’이라는 의미에서 청년 OOO, 정치이력에 따라 시의원 OOO, 시장 OOO, 그 시장의 모토를 따라 사람중심 OOO, 부록 등으로 꾸몄다. 이것은 다분히 전략적인 분류였는데 정치인들의 자서전은 이렇게 전략적인 부분이 고려되기 십상이다. 다시 말해 단락 나누기는 책 속의 책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구분점이다. 그러니 단락이 많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책을 구성하는 내용이 다양하고 풍요롭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단락은 책 내용을 주제나 상황에 맞게 나누어주는 의미도 있지만 책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오래전 책들은 이런 단락을 생각하지도 못했고 디자인의 중요성도 몰라서 단락나누기를 거의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자서전에서만 이 단락나누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지간한 책들은 모두 적적히 단락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단락이 있으면 책을 읽는 성취감도 각별해 질 수 있다. 어지간하면 300페이지 넘는 책들이 5~6개의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으면 단락을 지날 때마다 그 부분이 제시하는 내용을 파악했다는 기분이 생길 것 아닌가? 단락 나누기는 내용만큼 디자인의 요소에서도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단락은 컬러 인쇄가 시작되면서 더 중요한 비중을 두고 다루어졌다. 왜냐하면 단락을 나누고 그 단락에 사용하는 디자인의 색상과 배열에 따라 책을 감각적이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락의 첫 장을 출판업계에서는 아직도 우리말이 익숙하지 않아 흔히 ‘도비라〔とびら〕’라는 일본어로 표현하는 경향이 짙다. 도비라는 ‘문’ 또는 ‘문짝’, ‘속 표지’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책 속 단락의 첫 페이지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디바이더〔divider〕’라고 하는데 아직도 보통 ‘도비라’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상당수의 전문영역이 오랜 기간 일제강점기의 영향을 받아 그 용어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출판계도 마찬가지라 여겨져 씁쓸하다. 여기서는 ‘속표지’라고 통일시켜서 사용하겠다. 이 속표지는 표지에 못지않게 근사하게 꾸미고 색상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실력을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 책 디자인인데 때문에 책을 디자인 하는 디자이너들은 이 속표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속표지는 사진을 활용하기도 하고 디자이너 나름의 특별한 디자인 요소로 꾸미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나중에 책을 인쇄하고나 보면 속지들 사이에 단락에 따라 선들이 쭉쭉 그어진 듯 보여서 책 디자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속표지로 디자인의 완성도를 따지기도 하고 단락이 달라지는 곳을 쉽게 구분해내는 기준으로 삼는다. 지금 당장 서가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보라. 책이 어떤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는지 속표지는 어떻게 디자인되어 있는지 알고 본다면 책을 대하는 즐거움이 조금 더 커질지 모른다.
황오동청년회는 지난 15일 초복을 맞아 경로당 7곳을 방문했다. <사진> 이날 회원들은 무더위 속 어르신들의 안부를 물으며 준비해온 라면, 국수, 수박 등 복달임 음식과 함께 생필품을 전달했다. 청년회 회원들과 동행한 황오동 유용숙 동장과 직원들은 안전한 여름나기 홍보와 코로나 4차 예방접종 및 방법을 안내했다. 또한 냉방시설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 점검과 어르신들의 불편사항,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박성범 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매년 진행되는 경로잔치에 어르신들을 초대하지 못해 죄송하고 자주 찾아뵙지 못해 아쉬웠다”면서 “복달임 음식과 생필품을 전달하며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고 어르신들이 건강한 여름을 보내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용숙 황오동장은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시기를 바라고, 그동안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신데 감사드리며 백신 4차 접종에도 동참하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인체의 근골격은 75%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체내 수분 중 10%가 감소하면 근력이 감소하는 등 생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20%가 감소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평소 적절한 수분 섭취를 통해 근감소증을 예방하자.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인해 ‘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노화 과정 중 신체 구성 성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근육은 체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장 큰 장기로, 인체는 약 600개 이상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근육은 움직임, 힘 쓰기, 호흡, 균형 잡기, 체중 조절, 그리고 체단백질의 주된 저장고로서 주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화 시 근육의 소실에 대해서는 그동안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1989년 어윈 로젠버그(Irwin Rosenberg)가 노화 시 근육의 소실에 대해 처음으로 ‘근감소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근육에 대한 의학적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근감소증은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용어지만 최근 들어 근감소증의 진단 기준이 정립되고 있고, 어느 기준 이상의 근감소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2016년 근감소증은 세계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ICD)에서 따로 분류되었다. ◆근감소증의 원인과 위험성 근감소증은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 근감소증은 일차성(원발성) 근감소증과 이차성(속발성) 근감소증으로 구분된다. 원발성 근감소증은 노화 그 자체로 인해 발생하며, 이차성 근감소증은 질환이나 신체 비활동, 침상 안정 상태, 영양이나 흡수 장애 등으로 발생한다. 근육의 노화 시 미세 구조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빠르게 수축하는 Type II의 근섬유의 위축과 소실이 발생하고 근섬유의 수와 크기도 감소하게 된다. 세포의 자멸과 생성은 성장 및 조직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생리 과정이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전신적인 만성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세포 자멸으로 인한 세포 수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근육 세포의 활동·비활동 조율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게 되고 근육 내 및 근육 간 지방 조직이 증가함으로써 근육의 강도가 감소한다. 즉, 노화에 따른 근육의 이상은 양적인 문제라기보다 기능적인 문제가 더욱 중요시 생각된다. 근감소증은 근력의 감소로 인한 신체 기능의 저하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낙상과 같은 위험성이 증가한다. 낙상은 노인성 골절로 이어지게 되며 이는 사망률 및 이환율의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근육량의 저하로 인해 기초 대사량의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신체 활동의 감소와 함께 비만과 내장 비만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노인에서 흔히 관찰되는 인슐린 저항성과 2형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근육량의 감소는 골밀도와도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3가지 방법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인식하기는 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치료법은 없다. 근육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를 위해 근육 운동과 적절한 영양 공급, 수분 섭취가 필수적이다. 근육 운동은 혈류 개선 효과 및 혈압을 조절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및 협심증과 같은 혈관질환에 약물치료와 동등하거나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자율신경계 조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부정맥과 같은 원인으로 인한 급사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어 당뇨병 조절 효과가 있으며, 노화 방지의 효과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항암효과도 지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근육의 재료가 되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여 근력을 키우면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성인의 하루 권장 단백질 섭취량은 자신의 체중 1kg당 0.8g 정도지만 노인의 경우 근감소증 예방과 치료를 위해 체중 1kg당 1~1.5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의 물 섭취 권장량인 남성 5잔(1000mL), 여성이 4잔 반(900mL)의 물을 마시자. 노년기 신장의 기능 저하는 소변 농축 능력을 감소시키면서 만성 탈수 상태를 조장하고, 만성질환에 따른 다양한 약제들은 이뇨를 유발시키는 성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 탈수 상태가 더 증가한다. 노화에 따른 갈증 조절 중추의 기능이 감소하므로 자연적으로 탈수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만성 물 부족 상태는 세포의 수축 및 단백질 구조와 기능을 저해하게 되며 많은 수분을 함유하면서 수시로 물의 이동이 많이 일어나는 근육에서는 이러한 수분 부족이 직접적으로 기능의 감소와 효율의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근감소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글 : 이병훈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