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사랑! 연꽃 연꽃을 좋아하는 여인 연못가의 연꽃을 바라보며 나의 화폭에 담아본다. 땅속 깊이 어둠속에 뿌리 내리고 잔잔히 하늘을 우러러보며 하룻동안 천년을 살듯 이슬을 머금은 채 고고하면서 우아한 자태로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된다. 그대 사랑! 연꽃 향기로운 사랑으로 거듭 태어나 화폭에 한송이 보석으로 다시 피리라.
경주시가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월세 지원사업 등 청년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청년월세 특별지원 사업’으로 대상자를 신청 접수받아 선정된 청년에게 11월부터 월세 최대 20만원씩 12개월 간 분할 지원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학업, 취업 등 본업에 충실하고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국비 3억4300만을 포함해 도비와 시비 등 모두 6억86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약 280여명의 청년이 월세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이 목돈을 마련해 사회생활의 시작을 도와주는 ‘청년내일저축계좌’ 가입자를 모집했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본인 적립액 월 10만원에 정부지원금 월 10만원을 추가 적립해 3년간 지원한다. 만기 시 본인 납입액 360만원을 포함 총 720만원의 적립금과 예금이자를 수령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청년지원정책에 있어 다양한 현금지원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역인재 유출과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주시는 지난 1월 올해를 ‘청년의 해’로 선포하고 경주 희망의 무지개 7대 청년 대책을 공개했다. 청년 희망경제 프로그램, 청년 복지행복하우스, 청년 문화예술 르네상스, 지역대학 청년상생 플랫폼 등 일자리창출과 주거, 교육, 문화환경 조성 등을 핵심과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올해 150억원, 내년 200억원, 2024년 300억원, 2025년 400억원, 2026년 500억원 등 앞으로 5년간 사업비 155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경주시의 청년 지원책은 갈수록 줄어드는 지역 인구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청년층의 탈경주를 막아야하는 위기의식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계획을 통해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이 경주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기업들도 지역 청년들의 채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또 청년들을 위한 문화와 여가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청년들을 경주에서 살게 하려면 다양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환경 조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주시의 청년 지원책 강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단기 구간별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또 경주시의 정책이 청년층 인구의 감소를 막기 위한 특별대책이 되려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함도 필요해 보인다.
경주지역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2020년 30명에서 2021년 38명으로 1년 사이 2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책 마련이 요구된다. 도로교통공단의 최근 5년간 경주시 교통사고 사망자수 통계에 따르면 2017년 43명, 2018년 45명, 2019년 35명, 2020년 30명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다 2021년엔 38명으로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지역으로 유입된 차량이 증가하자 교통사망사고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최근 5년간 기간 중상해교통사고(사망사고+중상사고) 분석결과에 따르면 인구 30만 미만 지자체 중 경주시가 5.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주는 20여년 전인 2001년 교통사고로 무려 117명이 사망했으며, 2011년에도 71명에 달할 만큼 심각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감소추세에 있었다. 이에 따라 교통사망사고 다발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긴장해야 할 일이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공개한 ‘2021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서도 경주시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평가 결과 경주시 교통문화지수는 100점 만점에 ‘80.28점’을 받았다. 인구 30만명 미만 49개 시 지역의 평균 80.15점보다 약간 높은 수치지만 순위는 28위, C등급에 그쳤다. 최근 5년간의 평가에서 지수와 순위가 올랐지만 전체 순위가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운전자의 안전의식을 가늠할 수 있는 운전행태 항목에서 최하위권을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안전한 교통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지자체의 노력에서부터 운전자 및 보행자인 시민들의 의식 등까지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다시 증가하는 성적표를 받아 든 만큼, 시민이 안전한 도시 경주를 만들기 위해 다시 고삐를 죄어야 한다.
지난 8월 초 휴가로 경주에서 청도로 넘어가는 20번 도로를 달려보았다. 고향 지나는 길이라 언젠가는 달려보리라 생각했던 길이다. 가다 보면 울산과 청도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조금만 더 가면 비구니 산사 석남사, 운문사에도 다다르는 곳이다. 혹자는 가을철 단풍도로로는 대한민국 최고라 칭하는 그 길이기도 하다. 도로번호가 짝수인 만큼 궁극으로 동서로 연결되는 도로라는 뜻을 가리키지만 건천에서 산내로 가는 길은 남쪽으로 나 있는 길이다. 산내 의곡을 지나 서쪽으로 틀면 울산이고 동쪽으로 향하면 청도이다. 태풍을 담고 온다는 소식인 듯 간간히 내려 적시는 보슬비가 더하는 날이었다. 달리는 내내 오래된 옛 얘기 꺼내듯 대략 40여년 전엔 많이 듣고 자라 참으로 익숙했었던 지명 하나둘 이정표로 보이곤 하였다. 물론 지도상에선 익숙한 지명이 많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젠 한글과 영어가 합성어로 된 족보에도 없는 지명과 이름들이 흔하게 열거되기도 한다. 아마도 이는 도로 중심의 주소체계를 사용한 것도 한몫했다는 생각이다. 절골, 단석산, 신선사, 우중골, 땅고개, 어머리, 산내, 감산(감지), 의곡, 내일, 대현, 장승백이... 지역특성을 반영한 방언이 곁들인 지명들이 나열된다. 산내 의곡에서 방향을 틀어 다시 동북으로 경주시 서면 관내로 방향을 틀면 내칠, 우라, 천촌(샘골), 아화, 도리를 거쳐 가마골, 모길, 돈지, 가척, 수룡골로 이어지는 건천 신평리 앞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오면 읍내이고 20번 도로와 만나게 된다. 건천 서쪽의 사적 25호로 지정되어 있는 부산성(富山城)을 중심으로 크게 한 바퀴 돌아오는 셈이다. 부산성은 오봉산, 주사산 두 산으로 큰 형태의 고원 평탄면을 이루고 있어 제법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신라시대 때 경주 서쪽 방향을 방어하는 중요한 전진기지였음도 알 수가 있다. 어린 시절, 근 20년을 이곳 산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익숙치 않은 새 이름이 한둘 더 있다. 편백나무숲과 진목정이다. 하나는 송선리 선동(仙洞) 동네를 비켜나는 즈음에 자리한 편백나무숲이다. 40년 전엔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인데, 지금은 나들이 장소로 또는 산책길로 제법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10년을 내다보려면 나무를 심어라는 고전이 비유될 정도이다. 짧게는 십 년, 이십 년을 내다보고 자연을 가꾸면 우리 산천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살아 있는 당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자연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문해서지만 실은 최근에야 경주에도 천주교 성지가 있다는 얘기를 알았다. 산내면 의곡을 지나 다리 건너 마을을 돌아 산기슭으로 올라가니 소태골과 범굴이라고 하여 천주교 신자들이 기거했던 곳이 있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 주변의 조경공사가 한참이다. 돌아 나와 다시 안내표지를 따라 산을 따라 1km 이상 더 가니 천주교 성소와 순교자들의 무덤이 보인다. 우리 대한민국 천주교 두 번째 사제 최양업 신부가 전도했던 곳이라고 한다. 배교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던졌던 순교자의 무덤이 지금은 그 산천과 하나 되어 의연히 앉아 있다. 새삼 엄숙한 종교의 힘을 강하게 느낀다. 세 분의 순교자(허인백(야고보) 이양등(베드로) 김종률(루카)의 무덤이다. 울산 장대벌 감영에서 처형되고 잠시 모셨던 가묘라고 한다. 가까이에 이런 거룩한 성지가 있었다니 다만 놀라울 따름이다. 건천읍 송선리 선동마을 뒷산이 부산성이다. 삼국유사의 화랑도 득오가 죽지랑을 잊지못해 모죽지랑가를 지었다고 하는 곳이기도 하다. 계곡이 깊어 바깥사람은 잘 알지 못하겠지만 신선이 살았다 하여 선동이다. 산성으로부터 이어지는 계곡이 산성그랑이다. 싱그런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곳이고 골기 있는 노송이 계곡 입구에 드리운 곳이다. 산자수명한 고장 가까이에 이런 거룩한 곳이 있었다니 더욱 의미부여가 되는 셈이다. 때마침 정부에서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을 치유하고자 종교문화여행 프로그램 개발 공모에 나섰다. 이에 경주시가 ‘감성순례, 내 마음 다시 봄’이라는 주제로 치유순례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하니 반갑다. 경주가 가지고 있는 불교, 유교, 천도교라는 고유의 자산에다 이 천주교 순교자의 삶을 되새기고 추모하는 것을 더하는 치유순례 프로그램이다. 위에서 열거한 오랜 길들이 치유순례 프로그램과 접목되어 많은 분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주는 길이 되기 바란다. 경주는 의미를 부여할만한 자산이 많다. 욕심을 보태면 기본적으로 불교가 중심이지만 무속이라 백안시 되고 있는 전통의 정신세계까지 프로그램화하는 것도 권장해볼 만하다.
경주시가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에 따라 폐역사 및 폐철도 활용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지만 남은 과제가 더 커 보인다. 폐역사에 대한 활용방안은 큰 가닥을 잡은듯하지만, 총연장 80.3km에 달하는 폐철도 활용은 부지를 소유한 국가철도공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듯해 보여서다. 폐역사는 한국철도공사, 폐철도는 국가철도공단이 부지 소유 및 관리권을 갖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19일 역사 및 폐철도 개발 용역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최종보고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먼저 폐역사는 총 17개소 중 경주역 등 10개 역사를 활용하기로 했다. 경주역과 서경주역, 불국사역, 입실역, 안강역, 부조역은 ‘지역 거점 플랫폼’으로, 동방역, 모화역, 건천역, 아화역은 ‘생활권 중심 플랫폼’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임시활용계획에 따라 문화플랫폼 조성을 위해 리모델링에 들어간 ‘경주역’은 향후 복합 플랫폼인 상업업무복합개발을 통해 역사, 생태, 행정, 상업 업무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기존 경주역사는 황오동삼층석탑이 있는 자리로 이전한 뒤 화랑로와 연결하는 도로 개설을 계획했다. 특히 경주역 부지에 상징성 부여를 위한 랜드마크 타워 조성 등도 계획안에 포함됐다. 서경주역은 복합상업시설과 공동주택, 공공청사, 공원조성 등의 개발구상을 통해 뉴타운으로, 불국사역은 공원조성과 불국사역을 보존해 주민편의시설 등 역사문화공원으로 활용할 구상이다. 입실역은 생활권 중심상업지구, 안강역은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계획했다. 그리고 동방역은 그린웨이가 연계되는 역사·문화공원, 모화역은 근린 센트럴파크, 건천역은 역사전시관 조성과 휴식 공간을, 지역 최초 철도역인 아화역은 보전 활용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번 최종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폐역사 활용방안은 경주시와 시민의견이 구체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동해남부선 53.2km, 중앙선 27.1km 등 총연장 80.3km에 달하는 폐철도에 대한 활용방안 수립이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폐철도 구간에 대한 활용방안은 현재 국가철도공단이 공모 중인 민간 제안사업의 선정 결과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다. 시는 우선적으로 동해남부선 수소트램을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하는 등 친환경 수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울산~경주~포항을 잇는 84.5km 구간의 수소트램(광역철도)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노선은 우선 ‘울산 북구 효문역~송정지구~입실역~불국사역~경주역’까지 추진되는데 ‘효문역~송정지구’ 구간은 향후 건립될 울산도시철도 2호선과 연결된다. 이후 장기적으로 포항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울산, 경주, 포항 세 도시는 수소트램 건설 타당성 용역을 공동으로 실시해 최적노선 선정을 비롯해 수요, 비용, 경제성 분석 등을 모색하고 있다. 용역이 끝나는 대로 해오름동맹이 합동 건의를 통해 정부 상위계획 반영 및 건설·운영비 전액 국비지원 대정부 건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철도공단은 지난달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폐선 부지 경주시 구간 개별사업 추진을 위한 민간 제안 공모를 10월까지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제안사업은 내년부터 폐철도 일부 구간에서 민간 개발 형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민간공모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철도 유휴부지 활용사업을 통한 그린웨이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기타 활용방안으로 기존 철로를 와인터널, 레일바이크, 레일 정원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타 도시 사례와 함께 최종 용역에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계획에 차별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찌됐던 경주시가 국가철도공단의 제안 공모 사업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에 놓인 셈이 됐다. 국가철도공단이 내놓은 민간 공모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은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경주시나 시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폐철도 활용은 경주에 철도가 개통된 지 100여년 만에 추진하는 사업으로, 경주시의 장기적인 발전계획과 주민의견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경주시가 국가철도공단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소통을 강화해 향후 100년 대계를 이어나갈 사업이 선정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탁월한 행정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필자는 38년 6개월, 아내는 41년 6개월, 부부가 합해 80년 간 교직에 몸담아왔다. 담임은 물론 교장 교감 노릇할 때의 학생을 합하면 제자들이 500은 훨씬 넘을 것 같다. 하지만 재직 중 제대로 선생 노릇을 하지 못해 제자들에게 늘 미안한 생각이 든다. 옷깃을 여미고 500여분의 나한을 모신 응진전 문을 열었다. 이 전각 안에는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제화갈라보살과 미륵보살을 협시로 모시고 그 주위로 500여명의 나한을 빼곡히 배치하고 있다. 수행을 통해 더 이상 번뇌가 없어진 경지에 이르면, 공양을 받을 만하다고 하여 ‘응공(應供)’이라 불리는 나한의 경지가 된다. 나한은 아라한을 줄여서 일컫는 말이다. 그들은 진리와 하나가 되었다고 하여 ‘응진(應眞)’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아라한들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그 상(像)을 만들어 안치한 전각이 응진전이다. 사찰에 따라서는 나한전이라고도 한다. 이곳 응진전은 2002년 개금불사 때 나한의 복장(腹藏)에서 조성 당시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발원문이 발견됐다. 발원문에는 이 오백나한 불상을 금산사 스님과 기림사 스님들이 함께 참여해 조선 영조 5년(1729)에 조성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백 나한상들은 모두 경주에서 생산되는 불석으로 조성하였다고 한다. 오백나한들의 표정이 다양하다. 용의 목을 움켜잡고 있는 나한, 두 사람이 마주보며 웃고 있는 나한, 무기를 들고 있는 나한, 약병을 들고 있는 나한, 경전을 들고 있는 나한, 귀를 후비고 있는 나한, 세 명이 등을 대고 앉아 있거나, 둘이 손을 잡고 웃는 등 다양한 모습이다. 사자와 용 등을 제압하고 있는 나한상도 있다. 500여나한상 중에서 같이 손을 맞잡고 웃고 있는 상이 판타카 형제이다. 이 판타카 형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실 때, 왕사성 어느 상인의 딸이 그 집의 종과 눈이 맞아 집을 나왔다. 몇 년을 유랑하는 가운데 사내 아이를 낳게 되니 길에서 낳았다고 이름을 ‘판타카’라 불렀다. 그 뒤 또 둘째 아이를 낳으니 큰 애를 ‘마하판타카’라 고치고 작은 아이를 ‘출라 판타카[주리반특(周利槃特)]’라 불렀다. 아이를 낳았으니 친정 부모님께 소식을 알리고 또 아이들을 조부모에게도 보이려고 고향으로 갔다. 그러나 친정 아버지는 강경하였다. “집안 망신이니 이곳에서 같이 살 수는 없다. 아이들은 나에게 맡기고 돈이나 몇 푼 줄 터이니 나가서 살아라” 그리하여 사위와 딸은 떠났다. 할아버지는 마하 판타카와 출라 판타카를 불쌍하게 생각하여 아이들을 품에 안고, 부처님께 나아가 법문을 들었다. 먼저 법문을 들은 마하 판타카가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아 깨친 후 동생 출라 판타카도 출가시켰다. 그러나 출라 판타카는 우둔하여 가끔 제 이름도 잊어버렸기 때문에 이름표를 달고 다녔다. 출가하여 부처님 제자가 되었지만, 부처님은 어려운 공부는 그에게 무리라며 ‘먼지를 쓸고 때를 닦으라[불진제구(拂塵除垢)’는 가르침을 내렸다. 출라 판타카는 숙맥이라 ‘먼지를 쓸고’를 외우면 ‘때를 닦아라’를 잊어버렸다. 하루는 그런 자신이 서글퍼서 산문 밖에서 울고 있는데 부처님이 보고 말씀하셨다. “우자(愚者)가 자기 어리석음을 모르는 것이 진정 어리석은 것이다. 너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고 있으니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그 후부터 출라 판타카는 일념으로 먼지를 쓸고 때를 닦았다. 뭇사람의 신발도 닦고 뒷간을 치우고 마루와 마당을 쓸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 결국 바보라고 놀림받던 그는 마음 속 때를 닦아내어 존재의 본성을 깨달은 각자(覺者)가 되기에 이른다. 부처님의 설법을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고 한다. 진리를 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각각의 그릇대로 베풀었던 가르침을 말한다. 이를 수기설법(隨機說法), 수기산설(隨機散說), 응기접물(應機接物)이라고도 한다. 응병여약(應病與藥)이라는 말도 있다. 부처가 중생의 능력이나 소질에 따라 가르침을 설하는 것을 의사가 병에 따라 약을 주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그래서 출라 판타카와 같이 우둔한 사람도 깨우친 것이다. 오늘날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꼭 명심해야 할 가르침이다. 필자의 경우 젊었을 때는 제법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는데 최근에는 책을 읽는데 책장을 넘기면 앞 쪽의 내용이 까맣다. 출라 판타카가 된 것이다. 부처님을 찾아 가르침을 구해야 할텐데……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은 뜨겁다. 몇 해 전 〈오빠는 강남스타일〉이라며 온 세상에 줄기차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혀온 가수 싸이(PSY)님이 흠뻑쇼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깜짝 공연 소식만큼이나 이슈도 뜨겁다. 요즘 날씨마냥 화끈한 이슈의 방점은 ‘쇼’보다 ‘흠뻑’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어느 방송에서 “공연 한 번에 물을, 그것도 식수(食水)로 300t을 사용한다”는 그의 인터뷰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가뭄으로 많은 농가가 고통을 겪는 요즘이라 “차라리 콘서트에 쓰일 물을 소양강에라도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워터 밤(water bomb:물 축제) 공연이지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틀리진 않다. 하지만 공연 내내 물 맞아가며(우비를 입어도 다 젖을 수준) 즐겼던 관객들의 입장은 이랬다. “이게 바로 공연이지!”, “코로나 셧다운에서 벗어난 게 이제 실감이 나요!” 다 맞는 말이다. 나는 이 논쟁에 불씨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흠뻑쇼에서 사방으로 튀는 물은 가수와 관객이 서로 소통하는 대화법”이라고. 우리나라에 공연 온 외국 가수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독특한 공연 문화로 ‘떼창’을 꼽는다. 떼창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신조어다. 행동이나 목적을 공유한 다수나 무리라는 의미의 ‘떼’에다가 ‘창(唱)’이 결합된 형태다. 떼창은 왜 한국인만의 문화라고 할까? 함께 노래하는 게 어떻게 K-팝의 주요 키워드일 수 있나? 외국에서 공연하러 온 가수 빼고 자기들끼리 노래를 불러대기 때문이다. 또 있다. 보통 노래는 전주(前奏)로 시작되는데, 한국 관객들은 기타가 되었건 키보드가 되었건 그걸 ‘따라 부르기’ 때문이다. 기타 소리도 따라 한다고? 한두 사람이 그런다면 독특한 취미지만, 모두가 입으로 기타 소리(!)를 내고 있다면, 또한 자신의 노래를 함께 불러주는 관객을 보면서 가수나 세션이 행복의 눈물을 흘리거나 핸드폰으로 그 광경을 기록하고 있다면, 그것은 문화고 한국적인 것이기에 충분하다. 관객과의 구분이 없는 독특한 한국문화를 경험해본 가수들은 앞다투어 떼창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한국은 무대 위와 아래라는 구분이 애초부터 없다고 그들은 신기해한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인간의 본능이지만, 음악이 산업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전문 음악가가 무대를 독점해온 지 오래다. 그러니 한국의 떼창 문화가 더욱 매력적인 모양이다. 우리에게는 대동놀이나 강강술래처럼, 함께 어울려 흥(興)을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과 문화가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판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대학 축제로, 대동제로, 월드컵 거리 응원전으로 펼쳐진다. 싸이의 흠뻑쇼도 한국인 피 속에 흐르는 흥의 공명(共鳴) 현상일 수 있다는 말이다. 통상 공연은 무대 주체자의 계획과 실행의 결과물이다. 어느 지점에서 관객이 빵 터지고 어느 대목에서 감동받을지 미리 계산하고 연출한다. 근데 그게 한국에서는 안 먹힌다는 거다. 즉흥적이고 비예측적인 떼창이란 복병은 공연을 불확실성과 의외성의 영역으로 몰아간다. 수학적 냉철함과 상업적 뜨거움으로 결합된 공연장이 한순간에 혼돈의 놀이터로 바뀌는 것이다. 가수가 노래를 해도 좋고 관객이 노래를 하거나 이어가도 당연해진다. 이런 생경한 전개가 외국 가수들도 좋았던 모양이다. 떼창을 경험해 본 많은 연예인들이 너무 신난 축제였고 즐거웠으며 힐링이 되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고, 동료 가수들에게도 한국 공연을 적극 추천한다고 한다. 관객과 가수, 무대와 객석 그 경계가 해제되고 마치 거대한 난장으로 바뀌는 체험은 떼창만은 아닌 모양이다. 춘천의 어느 도로에서 좌회전하던 트럭에서 2000개의 맥주병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도로 한복판은 맥주 박스와 깨진 병들, 그 사이로 배어 나온 흰색 포말로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그런데 어디서들 왔는지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들더니 10여명의 사람들이 삽시간에 현장을 사고 이전처럼 복구를 해버렸다. 그런 다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 갈 길을 가버린 것이다. 망연자실한 트럭 운전사와는 대조적으로 갓길에다 차를 세우고 뛰어오는 사람들, 병조각을 빗자루로 쓸어 담는 편의점 주인, 점심을 먹으러 가던 인근 주민들이 소위 각본에도 없는 흥 한 마당을 펼쳐 보였던 것이다. 이 또한 떼창 정신의 계승이라면 오글거릴지는 모르나 사실은 사실이다.
저녁나절 박형준 반지하 창문 앞에는 늘 나무가 서 있었지 그런 집만 골라 이사를 다녔지 그 집들은 깜빡 불 켜놓고 나온 줄 몰랐던 저녁나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었던가 산들바람이 부는 저녁에 집 앞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서성대며 들어가지 못했던가 능금나무나 살구나무가 반지하 창문을 가리던 집, 능금나무는 살구나무는 산들바람에 얼마나 많은 나뭇잎과 꽃잎을 가졌는지 반지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에 떨어지기만 했지 슬픔도 환할 수 있다는 걸 아무도 없는데 환한 저녁나절의 반지하집은 말해주었지 불 켜진 저녁나절의 창문을 보면 아직도 나는 불빛에 손끝이 가만히 저린다 -가난의 빛, 그 소슬한 위로와 정화 당신은 눅눅한 가난의 시절에 당신의 가난을 다독여준 어떤 한 컷을 가지고 있는가? 필자에게는 고교 시절 자취방에서 새벽에 혼자 깨어서 듣던 동해남부선 기차 소리가 어머니의 손으로 다가왔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청춘은 여물어갔다. 이 시는 자주 이사를 다녔던 가난한 시절, 집에 대한 이야기다. “창문 앞에 늘 나무가 서 있었”던 반지하집, 시인은 그런 집만 골라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그런 집들에서 “깜빡 불 켜놓고 나온 줄 몰랐”다면 여느 사람들은 서둘러 집에 들어가 불부터 껐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깜빡 불 켜놓고 나온 줄 몰랐던/저녁나절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던가”하며 짐짓 사치(?)를 즐긴다. 식구에게서 떨어져 아마 외로웠을 시인은 “아무도 없는데 환한” 그 다정과 마음의 호사를 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 절정의 장면은 아무래도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 속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창문앞 능금나무, 살구나무 나뭇잎과 꽃잎이 그 빛을 다 감은 몸짓으로 하르르 떨어질 때이다. 가만히 숨죽이고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았을 시인에게 “아무도 없는데 환한 저녁나절의 반지하집”은 그 소슬한 기운으로 “슬픔도 환할 수 있”는 거야, 어깨를 다독이며 말해준다. 그래서 차마 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대”는 날이 많았다. 그런 많은 저녁나절을 소유한 자였기에 시인은 반지하의 가난 속에서도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마음의 왕국을 소유한 긍지를 지닐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시가 부신 서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이 체험한, 손바닥으로 만져본 그 환한 가난이 현재에도 핏줄에 녹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불 켜진 저녁나절의 창문을 보면/아직도 나는 불빛에 손끝이 가만히 저린다”고 읊조린다. 저녁나절에 발견한 가난의 빛! 세상에서 가장 환하고 평화로운 기억! 그것은 위로와 정화를 가슴에 심는, 자그만 빛의 따스함이다. 그러면서 이 시는 서정시는 이래야 한다고 옷깃을 치는 표정과 낮은 목소리마저 가지고 있다.
6월 29일부터 8월 18일까지 방영된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평균 17.5%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이 드라마가 인기 끈 이유는 자폐증(자폐스펙트럼장애)을 가진 우영우 변호사의 특별한 시선과 활동을 통해 불합리한 세상이 정의롭고 따듯하게 바뀌는 것에 시청자들이 열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함께 사회 일각에서는 자폐증 등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뒷받침과 제도적 지원에 대한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가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로만 끝나지 않고 사회적 변화에 이르는 예를 자주 보아왔듯 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그런 변화를 이끄는 계기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쉽게도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가 현실에서 존재하기는 매우 힘들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자폐증은 경우에 따라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지극히 예외로 자폐증 환자들은 일상적인 생활과 대화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폐증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레인맨(Rain Man, 1988)’에도 수를 암기하는 천재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 역시 일상생활이 어려워 동생의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묘사된다. 결국 우영우 변호사는 드라마에서는 존재할지 몰라도 일상에서는 거의 존재하기 힘든 허구의 인물인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는 자칫 자폐증 장애인들에 대해 허황되고 그릇된 환상만 남긴 채 실제 도움이 필요한 자폐증 환자들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비단 자폐증뿐 아니라 정신장애는 일반이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정신장애는 발달장애와 지적장애로 나뉘는데 자폐증은 발달장애의 한 유형일 뿐이다. 발달장애는 자폐증을 포함해 뇌성마비, 말초신경 및 신경근 질환, 정신지체, 근육질환 등이 있고 지적장애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지능이 낮아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장애의 형태다. 이 밖에도 노인성 치매 알츠하이머 같은 뇌질환도 환자 자신과 가족, 사회를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런 정신장애와 뇌질환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이들 장애가 겉으로 쉬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지원에서 늘 후순위로 밀려난다. 신체장애는 눈에 보이는 장애이기도 하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이므로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이익단체를 만들어 활동할 수도 있고 권익을 주장하는 데모도 벌일 수 있지만 정신장애자들은 스스로 무엇을 찾아서 챙길 수 없기 때문에 교육, 취업. 치료 및 생활 전반에서 관심과 지원이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어렵게 부모와 가족의 도움으로 살아가기 일쑤지만 언제까지 부모와 가족이 그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할 수도 없다. 실제로 각 지자체들이 장애인복지관을 개설하고 장애인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나 교육은 태부족이다. 우영우 변호사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컴퓨터 그래픽이 있다. 중요한 순간에 우영우 변호사의 뇌리에 떠오르는 고래의 모습이다. 향고래, 흰수염고래, 범고래, 돌고래. 일각고래.... 이 고래들이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우영우 변호사는 어려운 숙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찾게 되고 거뜬히 승소한다. 그러나 일상의 자폐 장애인들과 여러 정신장애인들에게는 이런 고래가 나타나지 않고 사방이 이해되지 않은 벽들과 불편함의 바다일 뿐이다. 좋은 나라와 성숙한 사회란 그런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세상을 유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지원해 그들의 일상이 여느 일반인들과 다름없도록 이끌어 주는 곳이다. 바로 그런 제도적 뒷받침이야말로 우영우 변호사에게 떠오른 고래를 대신하는 진정한 디딤돌이다. 비록 본방은 끝났지만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인 만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OTT 서비스나 케이블 방송 등 훨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방영될 것이다. ‘우영우’를 통해 우리 주변의 정신장애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늘여보자. 그렇다면 이 드라마야말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벽 속에 숨은 정신장애인들에게 최고의 인생 드라마가 될 것이다.
한반도 백마강 전투에서 패배한 천지천황이 몇 년 후 깊은 병에 들었다. 일부 신하들이 천지천황의 동생 대해인이 정치적 야욕을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만일 그렇다면 천지천황의 사후 후계자가 될 대우(大友)황자에게 큰 위협이 될 터였다. 그래서 그의 속 마음을 떠보고 의심이 사실일 경우 후환을 제거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천지천황은 사람을 시켜 동생 대해인을 궁에 들어오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나 천황의 입궁 명령을 전하러 갔던 신하의 배신이 있었다. 그는 대해인의 비밀 정보망이었다. 대해인에게 황궁의 불길한 움직임을 이야기해주며 ‘조심하시라’고 은밀하게 경고하였다. 천지천황이 입궁한 동생 대해인에게 말했다. ‘내가 병이 심하다. 내가 죽고 나면 뒷일을 그대에게 맡기고자 한다’ 미리 대책을 마련해 왔었지만 대해인은 소름이 돋았다. 설마 했던 형이 자신을 제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해인은 자신의 목을 조이려는 올가미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사전에 준비해온 답을 형에게 말했다. ‘저에게 뒷일을 맡긴다는 말씀은 당치 않습니다. 저 역시 이미 병이 들었습니다. 속세를 떠나 수도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그러하니 아들 대우황자에게 모든 정치를 맡기시기 바랍니다’ 대해인은 형을 만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곧바로 머리를 깎았다. 아내와 아들, 몇몇의 종만을 거느리고 요시노(吉野)라는 곳으로 가 은거에 들어갔다.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천지천황은 동생이 순순히 은거에 들어가자 그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더 이상의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젊어서는 국정을 농락하던 권신을 어머니 천황의 면전에서 참수하기까지 한 인물이었다. 그토록 단호했던 그가 은거라는 미지근한 조치를 내린 것이었다. 병이 깊어 마음이 심약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신하들이 ‘범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고 땅을 치며 탄식하였다. 일생을 풍운 속에 살았던 천지천황이 4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였다. 후계 황위는 천지천황의 뜻에 따라 아들 대우황자에게 승계되었다. 그가 홍문(弘文)천황이다. 멀리 요시노 숲속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조카에게 황위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대해인이 요시노에서 조카 홍문천황의 동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그에게 은밀한 정보가 전해져 왔다. ‘오미(近江) 조정에서 천지천황의 능을 만들 인부들에게 무기를 지참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단순히 능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 것같습니다. 큰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은거하고 있었으나 실상 대해인은 건곤일척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정보전이었다. 그의 정보망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천황이 그에게 입궁하라고 하자 즉각 천황의 의도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고, 능을 만들기 위한 사소한 군사들의 움직임까지 보고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정보는 약과였다. 그에게는 권력의 심부에 심어놓은 효율적인 정보망이 있었다. 그의 최고 정보망은 액전왕(額田王)과 십시(十市)라는 여인이었다. 대해인은 액전왕과의 사이에 십시라는 딸을 두었다. 자신의 딸 십시가 천지천황 사후 즉위한 홍문천황의 황후가 되었다. 대해인은 액전왕과 십시 모녀라는 여인부대를 홍문천황의 주위에 심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홍문천황의 동정이 대해인에게 광속으로 새어나고 있었다. 은거하고 있던 호랑이가 마침내 거병을 결단하였다. 수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홍문천황의 군사를 격파하였다. 패배한 홍문천황이 목을 매어 자결하자, 대해인의 부하들은 그의 목을 베어 대해인에게 바쳤다. 마침내 대해인이 승리하였다. 그가 천무(天武)천황이다.
(사)신라문화원은 2022년도 제1기 경주지역 해설사 양성교육 오전반 모집을 하고 있다. 현재 모집 중에 있는 해설사 양성교육 강의 신청자가 예상을 뛰어넘어 대거 몰려 기존 오후반(2시~4시)은 그대로 진행하고, 오전반(10시~12시)을 추가로 증설하기로 했다. 9월 1일부터 2023년 1월 19일까지 서악문화공간(경주시 서악동 서악3길 13)에서 이론강의 19회, 해설지도 2회 등 총 21회로 진행한다. 교육은 경주지역주민의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로 문화도시 만들기에 기여하고, 역사·철학·종교 등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한 문화시민 육성, 경주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문화유적 해설을 위한 해설사 양성을 목적으로 열고 있다. (사)신라문화원은 천년고도와 함께 소중한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이해하면서 문화재를 아끼고 보존하는 마음과 함께하는 문화재 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은 첫번째인 만큼 많은 분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신청은 현재 신라문화원 홈페이지(http://www.silla.or.kr)와 전화를 통해 접수받고 있다.
경주시가 ‘SNS 금이관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다음달 5일 오후 2시부터 4주간 3만명에게 무료 배포한다. ‘SNS 금이관이’ 이모티콘은 신라시대 금관을 왕과 왕비로 의인화한 경주시 캐릭터로 카카오톡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에 맞춰 16종으로 제작됐다. 경주 토종견 ‘동경이’도 사랑스러운 보조캐릭터로 추가됐다. ‘SNS 금이관이’ 이모티콘을 받으려면 경주시 공식 카카오톡 채널 ‘경주시알림톡’을 추가하면 된다. 다만 사용기간은 ㈜카카오 운영 규정에 따라 30일로 제한된다. 경주시 공식 캐릭터 ‘관이와 금이’는 신라의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 우수성을 소개하기 위해 지난 2003년 개발됐고, 이를 바탕으로 리뉴얼한 ‘SNS 금이관이’는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친근감을 줌은 물론 시정 홍보 등에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실제로 관이와 금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SNS웹툰 ‘뜬금 볼만한 경주툰’이 총 11회에 걸쳐 올해 2월까지 연재되면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웹툰 속 주인공 관이와 금이는 유명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경주의 숨은 명소와 체험·레저, 먹거리 등을 소개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한편 경주시 공식 캐릭터 ‘관이와 금이’는 경주시청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으며,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사용가능하다.
-빨간 산악열차 탑승 우리는 잘츠브루크에 있는 샤프베르크 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 8월 8일 아침, 빨간 기차를탔습니다. 이 기차는 빨간색으로 12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산악열차입니다. 그간 차량 정비는 해 오고 있지만 철로 노선은 물론, 차량 기본 틀은 그대로라고 합니다. 지난 역사를 되새기며, 주변 경관을 천천히 만끽하기 위해 열차제작기술이 좋아진 지금까지도 그 프레임을 바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차량 한 칸에 10여 명이 마주 보고 앉는데, 거의 45도 각도로 증기를 뿜어내며 느릿느릿 씩씩하게 올라갑니다. 노선 20여km를 좁은 철길을 따라 30분 정도 주파하는데, 나무숲을 지나고, 좁은 굴도 지나고, 잔디 능선을 지나면서 지그재그로 300여m 오르면, 중간역이 나타납니다. 여기서 잠깐 정차를 하고 나서, 삐이익∼ 기적 소리를 길게 내뱉고는 씩씩거리며 다시 오릅니다. 아래로 「볼브강 호수」와 「잘츠감머굿」 지역 주변의 아름다운 집과 마을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승객들은 차창 밖으로 손을 뻗어보기도,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 에서 종착역인 샤프베르크에서 내려, 산 정상까지는 300여m 쯤, 각자 개인별로 가벼운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걸어 올랐습니다. 잔디밭 능선 사이로 펼쳐지는 경관은 여러 가지.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속에 행글라이드 하는 사람들이 새처럼 하늘을 날아, 저 아래 멀리 호수 쪽으로 날아가곤 합니다. 주변 잔디밭에 ‘사운드 오브 뮤직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인, 어린 아이들이 ’ 도레미송‘을 부르던 초원의 촬영지가 나타났습니다. 관람객들이 몰려 촬영을 하고 쉬면서, 산 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관에 탄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샤프베르크 산 정상에서 주변 둘러보기 산 정상(해발 1783m)엔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어요. 호텔, 식당, 전망대. 테이블 의자 등. 정상 둘레를 트레킹 코스를 따라 산책도 가능하지요. 저 멀리 아래로 7개 호수의 에메랄드색 푸른 강물이며, 볼프강 호수의 아름다운 경관이 보입니다. 그리고 정상 주변의 절벽 간의 아찔한 모습, 아랫마을 숲속에 있는 울긋불긋한 집들, 2시간 구경으로 사방 비유를 둘러보고 나니 가슴도 뻥 뚫리고 머리도 맑아졌습니다. ▼평화스런 볼프강 호수 마을 빨간 기차를 다시 타고 내려와 볼프강 호수를 구경하기 위해 호수 초입에 있는 마을 ‘장크트 길겐’ 에 왔어요. 오래된 중세도시의 낭만적인 모습에 평화가 가득한 듯 보이는 이 마을이, 유명한 음악가인 모짜르트의 외갓집이 있던 마을입니다. 어릴 때 그가 이곳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거리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동상이 있고, 그가 어릴 때의 악기와 악보 소품들을 전시하는 모차르트 박물관도 있어요. 보트를 빌려 타고 1시간 정도 동네 앞 강변을 둘러보았어요. 초등학교 4학년 짜리 손주 녀석의 노젓는 솜씨가 어찌나 의젓한지 칭찬을 해주었어요. 언제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잊지 못할, 낭만적인 호수와 그 도시였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으로 본보에서 진행하고 있는 ‘쓰레기 없는 경주, 제로 웨이스트 활성화 사업’ 3기 두 번째 강의가 지난 19일 ‘오늘은 책방’에서 열렸다. <사진> 이날 강의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샵 ‘숲을’의 권은선 팀장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들에게 강의를 진행했다. 권 팀장은 △제로 웨이스트 삶의 계기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고민 △스몰 액션의 중요성 △나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등에 대해 참가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설명도 진행했다. 특히 권 팀장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며 겪었던 고민들과 주변의 시선, 불편함 등을 공유하며 삶 속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권은선 팀장은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평소 강의를 진행하며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문을 가질 때도 있다. 100%는 아니지만 남들에 비해 조금 더 많이, 일찍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해 제로 웨이스트 삶을 살고 있다”면서 “제로 웨이스트를 완벽히 실천하는 1명보다 작지만 노력하는 100명이 더 지구를 위해 낫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기후 위기는 결국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만큼 기업과 개인이 욕심을 줄이고 필요 이상의 소비, 필요 이상의 생산을 지양하는 것이 지구를 위한 일”이라며 “당장 나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체험으로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알맹주머니를 참가자들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사업은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개에 관한 우리나라의 최초 기록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이다. 『삼국유사』는 일연(一然, 1206∼1289)이 서술한 5卷 1冊으로 옛날부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노래·전설 등 야사들이 기술된 고문헌이다. 『삼국사기』는 나라에서 만든 역사책이고, 『삼국유사』는 글을 쓰는 방법이 자유로운 개인이 지은 책이다. 『삼국유사』에는 개를 표현한 견犬이 7회, 오獒가 1회, 구狗가 5회 나타난다. 이들의 쓰임새를 살펴보면 조상들의 개에 대한 정감이 지금과 다르지 않다. 犬·獒는 사실적 표현의 의미로 개를 나타내고 있다.『삼국유사』∙권제1 기이 제1 / 高句麗/ 王棄之與犬猪 皆不食 / 왕이 이것을 내다버려 개와 돼지에게 주었으나 다 먹지 않았다. ∙太宗春秋公 / 王興寺僧皆見如舡楫隨大水入寺門 有大犬如野鹿 自西至泗沘岸 向王宮吠之 俄不知所之 城中群犬集於路上 或吠或哭 移時而散 / 왕흥사의 스님들이 큰물을 따라 배가 절 문으로 들어오는 광경을 보았고, 들사슴 같은 큰 개가 서쪽에서 사비의 언덕까지 와서 왕궁을 향하여 짖더니 잠사 후에 가는 곳을 알지 못했다. 성안의 모든 개가 길 위에 모여 혹은 짖고 혹은 울면서 시각이 지나자 흩어졌다. 그후 귀신이 나타나 “백제는 망한다”, “백제는 망한다” 말하고 땅속으로 사라졌다. ∙ 柰勿王 金堤上 / 對曰 寧爲雞林之犬㹠 不爲倭國之臣子 寧受雞林之箠楚 不受倭國之爵祿 / 대답하기를 “차라리 계림의 개·돼지가 될지언정 왜국의 신하가 되지는 않겠습니다. 차라리 계림의 형벌을 받을지언정 왜국의 벼슬과 녹은 받지 않겠습니다” 『삼국유사』∙권제4 의해 제5 / 圓光西學 / 光曰 六齋日春夏月不殺 是擇時也 不殺使畜謂馬牛雞犬 不殺細物 謂肉不足一臠 是擇物也 / 원광이 말했다. “6재일과 봄 여름에는 죽이지 않는 것이니 이것은 때를 가리는 것이요. 가축을 죽이지 않는 것은 말·소·닭·개 등을 말하는 것이다. ∙ 卷 第三 / 塔像第四 / 洛山二大聖 觀音 正趣 調信 / 十歳女児巡乞, 乃爲里獒所噬號痛卧於前, 父母爲之歔欷泣下数行. / 열 살 짜리 딸 아이가 밥을 빌러 돌아다녔는데 마을의 큰 개에게 물려 앞에 누워 아픔을 호소하니, 부모가 목이 메어 흐느껴 울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狗는 미래지향적 의미의 개에 대한 표현이며,『삼국유사』∙권제1 기이 제1 / 智哲老王 / 王陰長一尺五寸 難於嘉耦 發使三道求之 使至牟梁部冬老樹下 見二狗 嚙一屎塊如鼓大 爭嚙其兩端 / 왕은 음경 길이가 1자 5치가 되어 배필을 구하기가 어려워 신하를 3도로 보내어 짝을 구했다. 신하가 모량부 큰 노거수 아래서 개 두 마리가 북 만한 엄청나게 큰 똥덩어리 양끝을 물고 다투는 것을 발견했다. ∙권제2 기이 제2 / 第五十四 景明王代 / 貞明五年戊寅. 四天王寺壁畫狗鳴. 說經三日禳之. 大半日又鳴. 七年庚辰二月. 皇龍寺塔影. 倒立於今毛舍知家庭中一朔. 又十月. 四天王寺五方神. 弓弦皆絶. 壁畫狗出走庭中. 還入壁中. / 제54대 경명왕(景明王) 때인 정명(貞明) 5년 무인(戊寅, 918)에 사천왕사(四天王寺) 벽화(壁畵) 속의 개가 울었다. 이 때문에 3일 동안 불경을 외어 이를 물리쳤으나 반일(半日)이 지나자 그 개가 또 울었다. 7년 경진(庚辰, 920) 2월에는 황룡사탑(皇龍寺塔) 그림자가 금모사지(今毛舍知)의 집 뜰 안에 한 달 동안이나 거꾸로 서서 비쳐 보였다. 또 10월에 사천왕사(四天王寺) 오방신(五方神)의 활줄이 모두 끊어졌으며, 벽화 속의 개가 뜰로 달려 나왔다가 다시 벽의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에 나타나는 犬·獒는 사실적 표현으로 충성심의 비유하고, 가축과 지명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狗는 미래지향적인 벽사(酸邪)의 의미로 미래를 암시하는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사실적 표현의 기록은 柰勿王 金堤上의 충성심과 가축, 지명(犬城) 이야기 등이고,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기록은 지증왕(500∼514)때 개들에 의해 왕후를 간택한 혼사(婚事) 이야기와 경명왕(917〜924)시절 사천왕사지의 길·흉사를 미리 알려준 신비스러운 개 이야기 등이다. 고대 우리 민족은 개의 특이한 행동 표현이 사람들의 길·흉사를 미리 알려준다고 믿었다. 이 모두가 개와 함께한 조상들의 마음이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외로운 성은 약간 굽어 반달을 닮고 (孤城微彎像半月) 가시덤불은 다람쥐 굴을 반이나 가렸네 (荆棘半掩猩㹳穴) 곡령의 푸른 솔은 기운이 넘쳐나는데 (鵠嶺靑松氣鬱蔥) 계림의 누른 잎은 가을이라 쓸쓸하네 (鷄林黃葉秋蕭瑟) 태아검 자루를 거꾸로 잡은 뒤로부터 (自從大阿倒柄後) 중원의 사슴은 누구 손에 죽었던가 (中原鹿死何人手) 강가 여인들 부질없이 옥수화를 전하고 (江女空傳玉樹花) 봄바람은 얼마나 금제의 버들을 흔들었나 (春風幾拂金堤柳) 고려 후기 문신 이인로(李仁老, 1152~1220)가 쓴 ‘반월성’(半月城)이란 시다. 이인로가 노래한 반월성은 우리에게 ‘월성’(月城)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신라의 왕궁 터다. ◆왕궁 있던 궁성…초승달 닮아 ‘반월성’으로도 불려 월성은 경주 시내 남쪽 남천(옛 이름은 문천) 가에 있는 토성이다. 101년 성을 쌓은 이후 신라가 멸망(935)할 때까지 843년 동안 신라의 왕성이었다. 모양이 초승달처럼 생겨 반월성(半月城)이라고도 불렸고, 왕이 계신 곳이란 뜻에서 재성(在城)이라고도 했다. 규모는 동서 890m, 남북 260m, 내부 면적은 20만7000여㎡(6만2000여평) 정도다. 성벽 전체 길이는 1841m, 성벽 높이는 10~18m 정도로 일정하지 않다. 남쪽은 월성 남쪽을 감아 돌며 자연적인 해자(垓子, 성벽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채운 방어시설) 역할을 하는 남천이 흐르고 자연절벽이 있는 곳이라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성벽이 없었던 것으로 학계는 추정한다. 지금은 조선시대에 쌓은 석빙고만 남아 있다. 아래 두 기사는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월성의 축성과 수리에 관한 이야기다. 파사이사금 22년(101년) 금성 동남쪽에 성을 쌓아 월성이라 했다. 둘레가 1천23보였다. 소지마립간 9년(487년) 월성을 수리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따르면 월성은 원래 왜에서 건너온 호공(瓠公)이 살던 집이었는데, 탈해가 호공을 몰아내고 집을 차지했다. 이후 파사이사금 때에 월성을 쌓았다고 한다. 초창기의 신라의 왕궁은 시조 혁거세 때 쌓은 금성(金城)과 파사왕 때 쌓은 월성, 두 곳이었다. 6세기가 되면 금성은 기록에서 사라지는데, 이후 왕궁은 월성과 그 일대만 가리키게 됐다는 게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측 설명이다. ◆서서히 베일 벗는 1천년 신라 역사 월성은 1천년에 걸쳐 만들어지고 변화된 왕궁이었던 만큼, 발굴조사도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 일제강점기였던 1915년 일본 고고학자 도리이 류조(鳥居龍藏)의 발굴조사를 시작으로 1979∼1980년 문화재관리국 경주고적발굴조사단이 동문 터를 조사해 해자 유구를 찾아냈다. 1985년부터는 해자와 계림 북쪽 건물터, 첨성대 남쪽 건물터, 월성 북서편 건물터 등을 확인했다. 2014년부터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를 통해 월성 내부와 성벽, 해자 등 전체 구역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반달 모양인 월성을 서쪽부터 순서대로 A∼D지구로 나누고, A지구와 월성 내부인 C지구를 먼저 발굴했다. C지구에서는 땅을 3m 정도 파 내려가는 탐색조사를 통해 현재 지표 아래에 통일신라시대 문화층 2개와 신라시대 문화층 5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8세기 관청으로 추정되는 많은 건물터 유적을 찾아냈다. A지구 서쪽 문터 유적에서는 5세기에 묻은 것으로 보이는 키 160㎝ 안팎 인골 2구와 토기 4점이 발견됐다. 이 유골은 신라가 사람을 제물로 바치고 그 위에 성벽을 조성한 인신공희 사례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또 월성 북쪽에 길쭉한 띠 모양으로 조성한 해자에서는 글자를 쓴 묵서 목간과 수많은 식물 씨앗, 동물 뼈가 나왔다. A지구와 B지구 북쪽에 있는 1호 해자에서는 4세기 중반에서 5세기 초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방패 2점과 40㎝ 길이의 배 모형이 출토됐다. 특히 방패의 경우 고대 방패는 실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 월성 출토품은 제작 시기 또한 이르고 형태가 복원이 가능할 정도로 온전하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의례용으로 보이는 배 모형도 국내에서 확인된 동종 유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실제 배처럼 선수와 선미를 정교하게 표현했다.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제198호)에 나오는 지방관 명칭인 ‘당주’(幢主)라는 글자를 기록한 목간도 해자에서 나왔다. 내용은 당주가 음력 1월 17일 곡물과 관련된 사건을 보고하거나 들은 것으로, 벼·조·피·콩 등의 곡물이 차례로 등장하고 그 부피를 일(壹), 삼(參), 팔(捌)과 같은 갖은자(같은 뜻을 가진 한자보다 획이 많은 글자로, 금액이나 수량에 숫자 변경을 막기 위해 사용)로 적었다. 신라의 갖은자 사용 문화가 통일 이전부터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됐다. 이전 갖은자가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유물은 ‘동궁과 월지’에서 나온 목간(7~8세기)이었다. ◆‘5세기 어느 여름날 경주’ 모습 되찾다 월성에선 그밖에도 씨앗과 열매 63종, 생후 6개월 안팎의 어린 멧돼지 뼈 26개체, 곰 뼈 15점 등 신라인의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출토품도 여럿 나왔다. 이에 따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성 발굴을 통해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과거 사람들이 생활했던 환경을 밝혀내는 ‘고환경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것을 ‘경관 복원’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내물마립간(재위 356~402) 무렵 신라가 고대국가로 발돋움하던 5세기초 8월 여름날의 경주. 월성 주변 해자 안에는 가시연꽃과 다른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연못 주변은 풀이 자라 시야가 비교적 확 트인 공간이다. 계림과 소하천인 발천 일대에는 느티나무가 싱그러운 녹음을 펼치고 있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는 참나무와 소나무 숲이 늘어서 있다. 해자에서는 신라의 국운왕성을 기원하는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행사 의장용으로 세운 방패가 늘어서 있은 가운데 소원을 담아 불에 태운 ‘미니어처’ 배가 동동 떠간다. 월성에서는 인근 지역의 지방관인 당주는 곡물수확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났음을 보고하고 있다. 당주는 곡물의 숫자를 정확하게 하려고 위·변조하기 쉬운 일(一)과 이(二) 대신 일(壹)과 이(貳)라 쓴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인근 공방에서는 수정 원석으로 화려하고 정교한 수정장신구를 만들고, 그 한편에서는 우리에서 키운 맛좋은 6개월 산 어린 돼지를 잡는다. 지금까지 발굴을 통해 얻은 자료를 토대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복원한 ‘5세기 어느 여름날 경주’의 모습이다. 김운 역사여행가
경북 농업대전환 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17일 출범했다. 경북도는 이날 도청 화백당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출범한 위원회는 경북도가 지난 6월 ‘농업은 첨단산업으로! 농촌은 힐링공간으로!’라는 농정비전을 선포한 가운데, 이를 구체화하고 실천하기 위해 마련했다. 출범식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생산·유통·경영 각 분야 전문가와 유관기관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농업정책, 스마트농업, ICT·메타버스, 기업경영 등 16개 분야에 민·관·산·학 전문가 72명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경북농업 첨단화와 농촌공간 재구조화에 자문과 정책제시 등 현장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수행한다. 위원장에는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손재근 경북대 명예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게 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기업·행정·학계 리더 체제를 통해 향후 혁신적 도정방향 제시 및 정책발굴, 글로벌 위기대응에 높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번 위원회가 농업 및 4차 산업혁명기술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분야 등을 포함해 구성된 것은 그간 농업분야만의 정책개발 수준을 넘어 농업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이철우 도지사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출범식에서 이철우 도지사는 “4차 산업혁명기술이 일반화되고 있는 지금이 농업대전환의 적기이다”며 “위원회와 함께 경북 농업의 대전환을 넘어 대한민국 농업을 확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는 경주시재가노인지원협의체와 함께 지난 18일 지회 3층 강당에서 행복선생님 42명을 대상으로 ‘노인복지콜센터(1533-3535)’ 홍보에 나섰다. <사진> 이는 복지 상담이 필요한 어르신 누구나 전화 한통으로 궁금증을 해소하고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각 경로당과 복지코디네이터 대상 어르신들에게 안내하게 된다. 경주시 어르신 종합상담 1533-3535은 지역사회 노인복지, 노인문제에 대한 원스톱 종합상담 제공 및 서비스 연계의 일원화를 통한 노인복지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이용은 권역별 담당기관으로 자동 연결된다. 경북도는 2022년부터 지역의 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를 거점으로 4대 중점사업(종합상담, 사례관리, 권익옹호, 60+지원사업) 등 서비스를 통합적, 연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권역으로 △경주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동천, 보덕, 황성, 용강, 천북면, 문무대왕면, 양남면, 감포읍 △공영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불국, 외동읍, 내남면 △참사랑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황오, 월성, 황남, 중부, 성건, 선도, 건천읍, 서면, 산내면 △하나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현곡면, 안강읍, 강동면을 지원한다. 노인복지콜센터는 65세 이상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상담과 사례관리 등 재가노인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종합상담(1533-3535) 범위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취약노인을 우선으로 하되 노인의 가족과 지역주민까지 확대해 제공하고, 60+지원사업(특화사업)은 60세 이상 예비노인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위한 서비스 연계로 희망하는 자에게 상담을 통해 제공한다. 특히 지역 내 어르신들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간담회 시 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도 참여해 복지사각지대 위기어르신 발굴 및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복지 활성화를 위해 함께 한다. 구승회 노인회 경주시지회 회장은 “복지와 생활정보가 부족한 어르신들에게 전화 한 통으로 언제든 상담과 질문을 할 수 있는 노인복지콜센터가 많은 도움이 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며 “앞으로 타 기관과도 연계해 경로당 회원과 모든 노인들이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경북도는 지난 18일 도청 회의실에서 새로운 복지 혁신 모델이 담긴 ‘경북형 신복지 모델 개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용역은 코로나19 위기와 삶의 격차 심화, 중앙 획일적 복지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복지 혁신 모델을 설정하고 ‘내가 중심이 되는 복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또 수요자가 원하는 복지를 필요한 곳에 적시에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복지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내가 중심이 되는 복지’를 비전으로 △내가 중심이 되는 복지 실현 △부모님으로 모시는 어르신 복지 △마음까지 챙기는 장애인 복지 △심리적 최저계층을 챙기는 외로움 대책을 4대 목표로 잡고, 분야별 실천계획을 담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어르신,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에 맞춤형으로 설계해주는 복지플래너인 행복설계사를 330개 읍면동에 배치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도민에게 정확히·적시에·충분하게 찾아서 드리는 맞춤 복지를 구현할 예정이다. 또 부모님으로 모시는 어르신 복지를 위해 행복포인트를 도입한다.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통한 지역사랑상품권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하고 다양한 사회참여를 통해 어르신의 건강한 노후생활과 의료복지 예산절감 등을 도모할 방침이다. 또 경북형 신복지 행복경로당 모델 건강하GO, 안전하GO, 즐기GO, 배우GO, 함께먹GO 등 ‘5GO 정책사업’을 개발할 예정이다.마음까지 챙기는 장애인 복지는 4차산업 혁명 시대 속에서 재가 장애인의 스마트 홈 케어 구축을 선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가 장애인 태블릿PC 지원, 찾아가는 디지털 복지상담사 배치, 비대면 플랫폼 운영 등을 통해 장애인의 소통 및 교류, 건강한 삶을 지원할 예정이다. 끝으로 심리적 최저계층을 챙기는 외로움 대책으로는 도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외로움 척도를 선정해 지역별 외로움 수준을 산출했다. 이를 토대로 맞춤형으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개발을 해나갈 방침이다. 이번 용역은 국내외 사례, 문헌연구, 주민설문조사, 수차례 자문회의 등을 거쳐 완성됐고 이를 근거로 내년도 신규시책에 반영해 도민 복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박성수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현재 복지예산 투입 대비 개인이 느끼는 복지체감도가 높지 않지만, 선제적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한다면 경북이 복지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향후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한시적 월세 지원 사업이 시행된다. <사진> 경주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학업, 취업 등 본업에 충실하고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해 ‘청년월세 특별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이는 생애 1회에 한해 월 최대 20만원씩 12개월간 분할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6억8600만원(국 3억4300, 도 1억290, 시 2억401) 예산을 들여 약 280여명의 규모로 지원한다. 지원 신청은 22일부터 1년간이다. 지원대상은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만19~34세 무주택 청년으로, 임차보증금 5000만원 및 월세 60만원 이하 지원대상주택에 거주하는 자다. 소득·재산 요건의 경우 청년가구는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이면서 재산가액이 1억7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청년가구를 포함한 원가구 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이면서 재산가액이 3억8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된다. 다만, 청년 본인이 만 30세 이상이거나 혼인(이혼), 미혼부(모)인 경우, 만 30세 미만이지만 미혼 청년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50% 이상이면 원가구 소득과 재산을 고려하지 않는다. 신청 희망자는 복지로 홈페이지 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청 가능하며 주소지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방문접수도 가능하다. 신청 전 복지로사이트 또는 마이홈포털에서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사업 지원대상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월세 지원금은 청년가구 및 원가구의 소득재산 검증을 거친 후 대상자로 선정되면 올 11월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갈수록 주거비 부담이 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청년들에게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 시는 청년 주거문제 개선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