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 이후 지역주민이 첫 주민발안제로 발의한 경주시 청년지원조례안이 경주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진보당 경주시위원회 등이 공동 발의한 이 조례안은 지난달 29일 경주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에서 출석의원 6명의 만장일치로 부결됐다. 이들이 발의한 조례안에는 △1000명의 미취업 청년에 경주형공공일자리 제공 △청년사회주택 마련 및 임대주택 무상 보장 △최소 180일, 최장 240일 이직 준비급여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조례 발의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시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주민 조례 관련 법률에 따라 3353명의 시민 서명을 받아 경주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렇게 상정된 조례안에 대해 시의회 전문위원은 매년 약 276억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반면 경주시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이유로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안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시의원들도 청년지원에 대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주시의 열악한 재정으로는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경주시도 이미 ‘경주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돼있고, 올해 청년의 해를 선포한 만큼 다양한 청년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이번 조례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결국 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이날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진보당 경주위원회 등 지역 진보 3당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의회를 비판했다. 또 시의회 의장에게 의장 직권의 경주시 청년지원조례안 상정 요구 등을 담은 항의서한도 전달했다. 조례안 부결에 따른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조례안 부결까지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소통 부재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조례안 발의 과정에서 현재까지 진보당 경주위원회 등과 경주시가 이와 관련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경주시가 시민들이 제안한 조례안을 경주시의회로 떠넘겨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조례안을 발의한 이들 역시 매년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사안을 두고 집행부와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아스럽다. 결국 소통 부재가 갈등의 씨앗을 키운 셈이 됐다. 이번에 부결된 조례안을 들여다보면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청년 주거복지와 노동 조건이 열악한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경주지역 청년들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차제에 경주시가 청년정책 수립에 있어 이 같은 지역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획기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 갈등보다는 소통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2021회계연도 경주시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결산검사 결과 기금활용 실적 저조, 명시이월사업 과다 등 개선·권고 사항 12건이 제기됐다. 제271회 경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 제출된 ‘2021회계연도 경주시 결산검사의견서’에는 12건에 대한 지적과 함께 개선 및 권고사항을 내놓았다. 의견서에는 순세계잉여금 최소화로 재정효율성을 제고한 사례 등 등 3건의 우수사례도 담겼다. 결산검사는 매년 이뤄지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지적 중 하나가 당해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고 다음 해로 넘기는 이월예산이 많다는 것이다. 의견서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에 사업비 전액이 명시이월 된 사업은 262건, 606억여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1억원 이상 사업이 전액 명시이월 된 건수는 74건, 예산액은 382억여원으로 나타났다. 매년 명시이월이 발생하는 것은 사업의 발주시기가 지연되거나, 사업을 수행할 보조사업자 선정 지연, 토지 등의 보상 지연 등이 주된 이유다. 여기에 집행부의 적극적인 업무수행 의지 부족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월되는 예산이 많아지면 경주시가 추진하려는 다른 사업 예산을 적기에 투입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행정 신뢰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눈에 띄는 지적은 기금 활용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경주시 총 11개 기금 중 체육진흥기금, 양성평등기금, 남북교류협력기금, 노인복지기금, 자활기금 등 5개 기금의 사용비율이 평균 2%에 그쳤다. 5개 기금의 전년도 조성액 총 92억7800여만원 중 2억여원을 사용해 활용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월예산을 줄이려면 사업 구상단계부터 타당성을 검토하고 철저한 사전조사와 사업 여건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 또 기금운용과 관련해서는 사용실적이 미비한 경우 일반회계로 편성해 운용하거나, 기금 폐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 집행잔액과 이월액의 지침에 자체적으로 범위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해당부서의 예산편성 시 패널티를 주는 방안 등도 적절해 보인다.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보다 주도면밀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할 때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라는 화두 앞에서 사람들은 표리부동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 이론적으로는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타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하다’는 심리에 더 크게 좌우되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단주의적 성향이 있어서 ‘동질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는 타인들이 나와 생각이 비슷할 것이라는 착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적 상상 속에서 가끔 등장하는 ‘도플갱어’라는 단어가 있다. 같은 세상에 존재하는 나와 똑같은 이를 뜻하는 단어이다. 이는 심령 현상에서나 존재하며 영화 속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존재이다. 실제로는 나와 똑같은 이는 물론이고, 나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이도 그리 많지 않다. 심리학자 칼 융은 유형이론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이 수없이 다양해 보여도 인식과 판단 선호의 차이에 의해 상당히 질서 있고 일관되어 있다고 제시한다. 그 이론을 토대로 해서 만든 MBTI 같은 유명한 성격유형검사 조차도 사람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이해하려고 한다.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유형을 대변하기에는 16가지의 유형도 적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동일한 유형이라도 또다시 하위의 지표로 세분화되니 MBTI에서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의 성격유형조차도 무궁무진하다. 내가 접하는 대부분의 타인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제를 가지고 타인을 대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마음이 자신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이 표출하는 행동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 사람도 나와 같이 생각해야 되고, 혹은 나와 같이 생각할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다른 행동으로 표출이 되면 그 사람의 진의에 대해 오해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생기는 오해도 갈등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는 명제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기의 내면을 알아 나갈 필요가 있다. 거기에서부터 출발을 해야 한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에서 인간의 8가지 다양한 지능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인 자기이해지능이 높은 사람은 운 좋게도 선천적으로 자기이해를 잘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자기이해지능이 높을 수는 없다. 선천적으로 자기이해지능이 높지 않다면 자기를 스스로 객관화시켜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서 자기이해를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갈 수 있다. 그러면 그 결과로 자신의 내면이 원하는 것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자기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면,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연습도 구체적인 목표나 가치가 설정되어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쟁 구도 속에서 학업에만 집중하는 것은 삶의 목표나 혹은 가치에 대한 규명이 명확하지 않기에 언젠가는 방향을 잃게 된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 즉 나의 내면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한 후에 방향을 설정하고 노력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한편,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관성같은 습성이 있다. 이런 습성은 성장기를 지배한 기존의 교육 체계에서 기인한 것도 있고, 부모들로부터 주입되어온 관행적인 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있다. 익숙한 습성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을 바꾸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래서 자유로운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더 새로움을 추구하기가 쉽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라는 명제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더 자유로운 상태로 두기 위한 첫걸음이다. 더 자유로운 상태가 되어야만 자신만의 삶의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기가 쉬워진다. ‘다름’을 잘 이해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온전하게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인정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의 원전 산업을 다시 살려냈고, 원전 세일즈 외교 덕분에 해외 원전 발주 움직임이 시작됐고, 앞으로도 제가 직접 발로 뛰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여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에너지 전환 정책’(탈원전)을 차별화 하려는 지금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다. 탄소중립을 지켜야 하고, 한전 적자를 메울 전기요금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은 에너지 안보와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원자력에너지가 최고의 대안이라고 지금 정부는 생각하는 것 같다. 원전 부흥 정책이 가져올 또 다른 지역 갈등과 안전에 대한 문제는 뒷짐 지고 오로지 원전 살리기에만 올인을 하다보면 5년 후에 국민적 저항을 또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윤석열 정부의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2036년까지 12기의 원전을 수명연장 하겠다고 한다. 우리 지역 경주에 있는 월성 2호기가 2026년, 월성 3호기가 2027년, 월성 4호기가 2029년에 설계수명이 완료되는데 지금 정부 방침대로라면 설계수명을 연장할 것 같다. 문제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처리다. 1978년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상업가동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관리를 논의 한지가 44년이나 흘렀다. 아직도 법제화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1983년부터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부지 확보를 위해서 9차례나 노력했지만 국민적 저항 앞에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지난 8월 31일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이인선 국회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8월 30일에는 구미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김영식 국회의원, 작년 9월 15일에는 서울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올해 안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만들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법안을 두고 정부(산자부)는 원전소재 지역(경주, 고리, 울진, 영광, 울주)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나 원자력학회, 방폐물학회, 원자력연구원, 한수원, 원전산업계 등 원자력 유관기관들의 친원전 인사들을 중심으로 토론회, 세미나, 공청회를 열어서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고 원전소재지역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강국, 원전 수출, 원전 생태계 복원, 소형묘듈원자로(SMR)’ 등 원전 부활도 좋지만 엄청나게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나오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문제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제 경주상황을 점검해 보자. 전국에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다. 이중에 경주는 중수로형의 월성 1호기가 폐쇄되었고, 월성 2~4호기는 가동 중이며, 경수로형의 신월성 1~2호기가 가동 중이다. 그래서 경주에는 5기의 원전이 가동 중에 있다. 여기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가 경주 월성원전에 중수로 48만996다발, 경수로 658다발 등 총 50만1519다발이 임시저장 되어 있는데, 경주는 월성2~4호기가 중수로 특성상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나온다. 국무총리 산하 제253차(2004.12.17.) 원자력위원회 회의에서 2016년까지 월성원전 내 임시보관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의결했기에 경주시민 10명 중 9명(89.5%)의 찬성률로 지난 2005년 11월 2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경주로 유치를 했다. 또한 대한민국 국회에서 2005년 3월 31일 법률 제7444호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8조엔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은 유치지역 안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분명히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에는 30년간 경주 월성에 임시로 저장한 48만 다발의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의 보관세를 주겠다는 이야기는 법안에 한 줄도 없다. 경주시민들과 동경주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으려고 산자부와 한수원은 배짱을 부리고 있다. 화장실 없는 고급 펜션 주택을 지어놓고 무허가로 지금까지 운영하다가 임시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더니, 이제는 고마움도 모르는 정부의 처사에 화가 날 지경이다. 2016년까지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을 갖고 나가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키든지 아니면 보관세를 주든지 정부(산자부)는 선택하라. 소통이 안 되는 정부라면 때로는 투쟁만이 경주가 살길이다.
필자는 경주 도당산 아래를 지나 포석정을 돌아가는 길목을 지나노라면 1719년(숙종45)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세워진 노론계 인산서원(仁山書院)이 생각난다. 바로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1607~1689)을 모신 서원이라 더욱 특별함이 느껴지지만, 서원의 흔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고 인산실기(仁山實記) 등 기록으로 전하는 서적만이 희미한 기억을 이어갈 뿐이다. 본지에 이미 인산서원과 향전에 대해 기고한 적이 있지만, 정작 인산서원과 밀접한 인재(忍齋) 한시유(韓是愈,1670~1723)에 대해서 크게 언급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한시유 선생에 대한 인물정보가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우암 사후에 경북의 남인지역에서 노론계 우암의 배향을 둘러싸고 1704년(숙종30) 거제의 반곡서원(盤谷書院), 1707년(숙종33) 포항의 죽림서원(竹林書院) 등 서원건립이 왕성하였고, 이에 반해 향전(鄕戰:향촌사족 간의 갈등)이 발생하며 지역유림 간에 마찰이 수차례 일어나기도 하였다. 당시 우암은 포항 장기(長鬐)에서 5년간 유배되었다가 1679년 4월 거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경주부를 경유하였다. 이때 곡산한씨 둔옹(遁翁) 한여유(韓汝愈,1642~1709) 등과 접촉하였고, 이후 한시유(韓是愈)․한흥유(韓興愈)․한희유(韓希愈)․한재유(韓再愈) 등 곡산한씨의 주도로 우암을 모신 봉암영당(鳳巖影堂)을 건립하기에 이른다. 인산서원이 건립되고 이후 1722년 경주부윤 권세항(權世恒,재임1722.4~1723.2)과 울산부사 홍상빈(洪尙賓,1672~1740)을 비롯한 남인계 지역유림들이 인산서원을 무단으로 철거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곡산한씨 한시유가 죽임을 당하며 지역유림 간 불안한 기운이 번졌고, 정권이 바뀌어 결국 1725년 계림사화(鷄林士禍)가 발발해 남인들이 화를 당하게 되면서 지역유림 간 향전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위 계림사화 사건과 관계해 필자는 2018년 동방한문학회에 「계림사화의 배경과 영향 고찰」 KCI논문을 발표하면서 경주에서 발생한 향전을 다각도로 살펴보았고, 한시유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인산실기』에 의하면, 인산서원은 우암 송선생을 모신 곳이다. 지난번 기해년(1719) 본읍의 한씨[한시유]가 동지 5,6명과 함께 부의 남쪽 봉암 아래에 영당을 창건하였다. 임인년(1722) 여름 6월 부윤 권세항이 산관(散官) 김세평(金世平) 등과 훼철하였다. 훼철 시에 진사 한시유 공이 운명하고 영정의 지보(支保)에 대해서는 지난 해 사적에 모두 실려 있다. (仁山實記「仁山書院變記」,“仁山尤菴宋先生妥靈之所也. 越在己亥, 本邑韓氏與同志五六姓, 創建影堂於治南鳳巖之下. 壬寅夏六月, 府尹權世恒與散官金世平等毁撤, 毁撤時進士韓公之殞命, 及影幀之支保, 俱載於昔年事蹟.”) 봉암영당 건립과 훼철사건 및 한시유의 장살(杖殺:매를 쳐서 죽이는 일)로 대립양상은 심해지게 된다. 계림사화 발생이전 1709년에 한여유가 타계하였고, 그의 초상에 유림들이 슬픔을 같이하였는데, 당시 계림사화에 화를 당한 10인(孫汝智․李德標․柳恒瑞․金禮甲․李大觀․崔南鳳․權潗․李立中․曺善道․李光熹) 가운데 김예갑․이대관 등이 한시유와 더불어 만사(輓詞)를 지어 슬픔을 위로한 것으로 미뤄보면 영당훼철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만 하더라도 지역유림 간 상황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판단된다. 다만 1722년 봉암영당 훼철사건으로 노론의 한시유가 장살을 당하면서 유림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고, 곡산한씨 내에서도 노론과 남인으로 갈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후 을사년(1725) 부윤 조명봉(趙鳴鳳,재임1725.5~1725.11)이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남인 가운데 10명이 유배 등을 당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 한시유는 1705년(숙종31) 증광시 3등 36위로 진사에 합격해 관로의 길을 걸었다. 후손인 백천재(百千齋) 한공한(韓公翰)은 송시열의 6대손 강재(剛齋) 송치규(宋穉圭,1759~1838)에게 족보의 서문을 부탁하였고 “진사 한시유와 그의 족제 한배유(韓配愈)는 봉암 임인년(1722)의 변란에서 가혹한 형벌을 받았지만 조금도 꺾이거나 굽히지 않았다. 평소 정한 뜻이 대대로 전해 내려와서 빼앗을 수 없었던 것이 어찌 아니었겠는가. 그와 같이 지조를 지키고서 만약 등용되었더라면 유익함이 있었을 것이지만, 운명이 다 똑같지 않은 것이 한탄스럽다. … 한공한은 나를 따라 공부하여 뜻을 도탑게 하고 옛것을 배운 사람이다”라 평가하였다. 인산실기는 상당부분 노론의 입장에서 기술된 측면이 많고, 남인과 노론의 입장이 조금은 다르게 기술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남인의 땅에 세워진 노론계 인산서원은 우암의 만남과 곡산한씨의 인연으로 어렵사리 세워진 서원이었다. 당시의 노론과 남인이 오가는 정국 속에 유림의 갈등은 깊어갔고, 학문을 추구하는 학자의 본질 역시 흐렸다. 이에 인산서원을 지키기 위해 몸 바친 한시유 선생은 당시 경주의 노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인물로 판단되기에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천년의 도시, 경주. 건설사들이 개발하기 두려운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경주가 아닐까? 땅을 파면 몇백 년에서 천 년이 넘는 도자기가 나오는 곳이 바로 경주다. 물론 과장을 조금 보탰다. 얼마 전 한창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가 문화재청과의 문제로 건설 중지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용도지역에 따라 토지를 개발하거나 보존할 수 있는데, 개발의 가장 강력한 적은 사람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바로 문화재다. 문화재는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적이다. 그런 문화재가 넘치는 곳이 바로 경주니까, 개발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곳이 경주라는, 아줌마의 논리는 완전 엉터리는 아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경주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로서, 환경에 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동서남북 해안이 모두 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제주도가 30년 동안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발과 환경에 관한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경주에 와서 원자력발전소가 지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우리 아이들이 지낼 환경에 대한 많은 고민과 질문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 이런 아줌마의 걱정이 푸념으로만 끝나질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대에서 빌려온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환경은 물려받은 우리 것이 아니라 후대에서 빌려온 남의 것이다!”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함부로 쓰는 것은 범죄다. 깨끗이 사용한 후 돌려줘야 당연한 것인데 함부로 훼손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린가? 아줌마가 어렸을 때 “물을 사서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우스갯소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당연한 현실이 되었다. 공기를 사먹는 것이 우스갯소리가 될 것인지 당연한 현실이 될 것인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공기를 사서 먹는 현실을 우리가 지금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10대 소녀가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하며 금요일 등교거부를 하고 환경운동을 하더니 UN에서 어서 빨리 조치를 취하라고 연설을 한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아이들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엄마는, 아줌마는 부끄러웠다. 미안했다. 거기에 동참하지 못해서, 아이들이 기후환경을 걱정하게 만들어서, 기성세대로서 무한한 책임감으로! 좀 더 솔직해지자면 “쪽팔렸다” 내가 이십 대 때 기성세대를 바라보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놓지 못하면서 매일 치고받는 국회위원들과 자극적인 뉴스들. 그러면서 매일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이란 말을 많이 썼다. 그런데 거의 삼십 년이 지나 내가 기성세대가 된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가? 문화의 힘으로 한류가 급부상했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그래서 뭐?! 그건 한국전쟁 이후 고난과 배고픔의 시대를 일궈낸 선조들의 힘을 밑바탕으로 이루어낸 것이다. 우리 세대만의 수고로 인해 일궈낸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십 년 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한심스럽다. 모두가 발전을 이야기하지만 말고 보존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환경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들이, 어른들이, 아줌마들이 나서서 우리 아이들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만들었어야 했다. 개발은 쉽지만, 보존은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한 번 파괴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있음을 한다. 이익과 보존 앞에서 인간은 선택의 갈림길에 여러 번 설 것이다. 더는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누가 쇼팽의 국적을 물어본다면? 쇼팽은 그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에 프랑스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폴란드 사람이다. 그는 바르샤바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속인주의 관점에선 프랑스 사람이다. 아버지가 프랑스 인이기 때문이다. 쇼팽의 아버지는 프랑스 혁명(1789) 후 폴란드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폴란드 귀족 여성과 결혼하여 1남 3녀를 두었다. 쇼팽은 이중에서 둘째이자 외동아들이다. 쇼팽의 귀족스럽고, 여성스런 이미지는 이러한 출생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연극 ‘마우스피스’와 뮤지컬 원작 영화 ‘틱, 틱...붐!’. 이 두 개의 작품과 창작자의 이야기를 다룬 많은 이야기들에서 다루고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창작자 본인의 삶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일어난 민감한 사건들이 이야기의 소재로 쓰이는 경우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가에 대한 주제가 언급된다는 것이다. ‘마우스피스’는 메타극(연극 자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연극으로 작품과 인생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반연극)의 형식을 띄고 있다. 40대 중반의 여성 희곡 작가 리비는 가난과 학대 속에서 살고 있는 데클란이라는 한 어린 소년에게서 영감을 받아 공연을 올리지만, 그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과 데클란이 살고있는 불편한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틱, 틱 붐(tick, tick...Boom!)’의 주인공인 존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 29세 남성이다. 그의 여자친구 수잔은 자신보다 창작활동을 더 중요시하는 존에게 상처받고, 싸우는 도중 “너 지금 이 순간에도 이걸 어떻게 노래로 만들까 생각하는 중이지?”라고 말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민감한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했다는 생각에 상처받아 창작이라는 행위 자체를 원망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 나는 연기를 하고 있고 우리 예-술하는 인간들은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아픔일지라도 그것을 말하고 싶어 한다. 작가가 아닌 배우들에게도 윤리적인 딜레마가 종종 찾아온다. 몇 년 전 연기를 가르쳤던 한 선생님이 우리에게 조심스레 했던 이야기가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에서 우는 도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걸 잘 기억해뒀다가 연기할 때 써먹어야지’ 분명 진심으로 슬프고 마음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이 마음을 기억해야지 하는 생각과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운 두 가지 마음의 공존. 나 또한 크게 다를 것 없다. 어찌 보면 이건 배우로서 욕심이 있다는 반증이기에 좋은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순수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없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 늘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는 죄책감이다. 인생뿐만 아니라 영화나 연극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극을 온전히 즐기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배우들을 보며 나라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런 나 자신이 싫어 마음을 비우려 애써봐도 늘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관객으로 존재한다는 건 꽤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인생 작품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쉽사리 말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야기 속 인물이 나와 비슷해 위로받거나 공감했던 작품, 미장센 혹은 음악이나 촬영 기법이 좋아 계속 찾아보게 되는 작품, 스토리가 탄탄하고 인물 관계가 디테일해서 몇 번씩 봤던 좋은 작품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연기와 창작을 업으로 삼고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인생 작품이 무엇이었는지 말하기가 괜히 곤란하다. 예술 작품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 일은 종종 있다. 나 또한 한 작품으로 인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작품에게 내 인생을 바꿀 여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 내가 주도권을 잡아보겠다는 욕심 때문일까. 다양한 세계와 가치관을 이해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저 업으로 삼은 이상 마냥 젖어들 수 없다는 말이다. 순수하게 바라볼 수 없다면 정확히 잘 바라볼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 작품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 박슬기 씨 : 뮤지컬 배우.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이다. 2017년 제11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대학생 여자연기상을 수상하고 대구시비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연수를 다녀왔다. 2020년 치러진 ‘미스 뮤지컬’ 경연에서 대상을 받았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광화문연가’, 베어 더 뮤지컬 외 다수에 출연했고 역시 뮤지컬 ‘앤ANNE’, ‘이상한 나라의 아빠’ 등에서 주연을 맡아 활약했다. 현재 음악 유튜브 ‘티키틱’과 협연 중이며 자신의 음악 유튜브 ‘seulki muto’를 운영 중이다.
노야황후는 황위를 이어갈 외아들이 죽자 자신이 직접 즉위하였다. 지통(持統)이라 불리는 천황이 바로 그녀이다. 지통천황은 넋을 잃고 방황하였다. 아들의 묘를 찾아다니고 아들과의 추억이 서려 있던 곳을 찾아다녔다. 또 그녀는 아들이 죽어 해가 되어 하늘에서 세상을 비친다고 믿고 그 해를 보기 위해 멀리 국토의 동쪽 끝까지 행차하였다. 신하들은 그녀의 방황을 말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방황을 말리는 신하들의 작품을 보자. 만엽집 44번가이다. 吾妹子 乎 去 來/見 乃 山 乎 高 三 香 裳/日 本 能 不 所 見/國遠見 可 聞 “우리의 사리에 어두우신 천황께서 아들에게 갔다오마 하시네. / 황자를 볼 것이라네, 산 높이서 세 여인이. / 해가 떠오르는 곳에서는 응당 황자를 보지 못한다네. / 황자께서는 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 나타나신다고 아뢰어야 한다네” 본 작품의 배경이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다. 691년 3월 지통천황이 동쪽 이세(伊勢)라는 곳에 행차하고자 하였다. 떠오르는 아들을 보고자 함이었다. 이때는 농번기였다. 신하들이 ‘농번기를 앞두고 가셔서는 안 된다’고 강력 만류하였다. 그러나 천황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 마땅히 농번기를 피하여야 함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을 보러 출타하여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천황에 대해 신하들은 ‘세상 사리에 어두운 여인(妹)’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이 작품은 내용보다 ‘매(妹)’라는 향가문자가 ‘세상 사리에 어두운 여인(妹=昧)’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향가이기에 향가 해독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매(妹)’라는 한자를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찾아보면 ‘누이, 소녀, 여자, (사리에) 어둡다(=昧)’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연구자들은 사전적 의미도 아닌 ‘아내’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 ‘오매(吾妹)’를 ‘나의 아내’로 풀고 있는 것이다. 일본서기에 이 작품이 창작되는 배경이 기록되어 있다. 신하 삼륜(三輪高市磨)이 ‘농번기를 앞두고 행차해서는 안 된다’고 만류하고 있다. 즉 ‘매(妹)’는 사전에 있는 4가지 의미 중 ‘사리에 어둡다(昧)’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추정되었다. 다른 작품의 ‘매(妹)’에도 이를 적용해본 결과 모두가 ‘사리에 어둡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그래서 ‘매(妹)’를 ‘사리에 어둡다(=昧)’로 최종 확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누이’나 ‘아내’라는 의미로 풀어놓은 향가의 해독이 오독으로 판명되었다. 신라향가에도 ‘매(妹)’라는 글자가 나오는 향가가 있다. 제망매가(祭亡妹歌)가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죽은 누이를 제사 지내는 향가’로 해독되어 왔다. 이제 ‘세상 사리에 어두운 누이’라는 의미로 풀어보았다. 그랬더니 ‘사람이 죽는 것도 나이 순서에 따라야 하는 데 오빠(월명사)보다 먼저 죽는 것은 세상사리 모르는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은 내용의 작품이었다. 제망매가라는 제목도 ‘세상 사리 어두운 누이를 제사 지내는 향가’로 풀어야 했다. 이처럼 향가 문자의 의미를 잘못 알고 푼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이다. 향가 문자의 의미가 재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면 다시 되돌아가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만엽집 하지말고 향가에만 집중하라고. 그 말도 맞다. 일본의 만엽집에는 향가의 배경기록과 같은 이론이 없었다. 만엽집에는 일반 이론은 없지만 4516장이나 되는 풍부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향가의 해독은 한반도 향가에서 시작한 다음 만엽향가로 들어가야 했다. 만엽향가에서 사례의 세례를 받은 다음 또다시 한반도 향가로 되돌아와야 한반도 향가가 풀렸다.
경주 곳곳이 가을꽃 국화 식재로 황금 꽃길이 조성됐다. 경주시는 동대교, 황성대교, 황성공원 등 주요 교량·화단과 황금정원 이음길, 황리단길 주변, 대릉원 돌담길 등 관광지일대에 국화 등 3종 3000본을 식재해 황금 꽃길을 조성했다. 다채로운 색감과 풍성한 국화향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황금 꽃길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선덕네거리에 조성된 황금정원 이음길 화단은 국화를 배경으로 가우라, 일일초, 칸나, 수크령 등 다양한 꽃을 식재해 특색 있는 화단을 연출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실외 마스크 자율화로 관광객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국화꽃 향기 속에서 가을의 정취를 흠뻑 만끽하고 추억을 만드는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는 한자어로 구狗, 견犬, 오獒로 구분하여 표현한다. 구와 견은 일반적인 개를 표현하고, 오는 크기가 큰 대형견을 말한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에는 생활 속의 일반적인 개는 견犬으로 표현하였고, 사람의 경지를 뛰어 넘는 길흉사를 알려주는 벽사의 의미로 표현할 때는 주로 구狗를 사용하였다. 우리나라 토종개에 관한 기록은 견과 구로 표현되는 몸집이 작은 개가 일반적이었다. 덩치가 큰 개인 오獒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키가 4자(120cm)나 되며, 중국에서는 오獒란 개는 머리털이 숫사자를 닮아 사자견이라고도 하는 티베탄 마스티프(Tibetan Mastiff)로, 짱아오(藏獒)로 불리는 견종이다. 우리나라에는 獒란 대형견에 대한 기록은 고려 보한집에 기록된 오수개에 대한 설화이다. 오늘날에는 확인하기 어려운 토종개이다. 고려 보한집(초간본 1254년 미확인, 1659년 각본(刻本), 1911년 활판본)은 고려시대의 문신‧학자인 최자(崔滋, 1188~1260)가 쓴 3권 1책의 목판본의 詩話集이다. 보한집에 기록된 오란 대형견에 대한 설화가 있다. “김개인(金盖仁)은 거녕현(居寧縣) 사람이다. 개 한 마리를 길렀는데 매우 예뻐하였다. 일찍이 하루는〈김개인이〉 밖으로 나가는데, 개가 또한 그를 따라갔다. 김개인이 술에 취하여 길옆에 누워서 자는데, 들에 불이 나서 장차 번지려 하자 개가 곁에 있는 냇가에서 몸을 적셔서 왔다 갔다 하면서〈김개인의〉 주위를 둘러 풀과 잔디를 적시어, 불길을 끊어 놓고서 기운이 다하여 죽었다. 김개인이 이에 깨어나서 개가 행한 자취를 보고 슬프고 감동하여, 노래를 지어 슬픔을 기록하고 무덤을 만들어 개를 장사 지낸 뒤에 지팡이를 꽂아 표지를 삼았다.〈그 뒤〉지팡이가 자라서 나무가 되었으므로, 그 땅을 이름하여 오수(獒樹)라고 하였다. 악보 중에 견분곡(犬墳曲)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다. 뒤에 어떤 사람이 시를 지어 이르기를, ‘사람들은 짐승이라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공연히 큰 은혜를 저버리곤 한다네. 주인이 위태로울 때에 몸 바치지 않는다면, 어찌 족히 개와 함께 논할 수 있겠는가?’ 라고 하였다. 진양공(晉陽公, 최우)이 문객(門客)들에게 명령하여 그 전기를 지어 세상에 알리도록 하였는데, 〈이렇게 한 이유는〉세상에 은혜를 입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은(報恩)의 도리를 알게 하고자 한 것이다” 金盖仁居寧縣人也. 畜一狗甚怜. 嘗一日出行, 狗亦隨之. 盖仁醉臥道周而睡, 野燒將及, 狗乃濡身于傍川, 來往環繞以潤著草茅, 令絶火道, 氣盡乃斃. 盖仁旣醒, 見狗迹悲感, 作歌寫哀, 起墳以葬, 植杖以誌之. 杖成樹, 因名其地爲獒樹. 樂譜中有犬墳曲是也. 後有人作詩云, ‘人恥呼爲畜, 公然負大恩. 主危身不死, 安足犬同論.’ 晉陽公命門客, 作傳記, 行於世, 意欲使世之受恩者, 知有以報也. 補閑集 > 補閑集 卷中 35> 金盖仁居寧縣人也, 畜一狗甚怜 김개인의 오수개 설화가 시대적인 개념을 뛰어넘어 전북 임실의 볼거리로 탄생되었다. 임실군 오수(獒樹)에는 오수의견공원과 반려견 축제인 오수의견문화제 등으로 지역민과 더불어 전국의 축제가 되어 현재도 함께 하고 있다. 오수개를 스토리텔링한 대표적인 1000만 애견시대의 성공 사례이다. 주인을 살린 개의 충성심을 후세에 기리기 위해 의견비가 오랜 세월의 풍파로 글씨가 마멸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의 의견비는 1955년 4월 8일에 세운 것이다. 임실군은 지사면을 오수면으로 행정지역명을 변경하고, 2003년부터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오수면 금암리 일원 12만964㎡에 집약 설치를 계획하고, 장묘시설, 사료 등 반려동물 관련 용품 생산 업체를 모은 농공단지, 애견 스포츠장, 애견조각공원, 대·중·소형견 놀이터, 반려동물 교육보호센터 등을 건립하고 있다. 또 전국 최초로 오수 펫 추모공원(2021년 7월 오픈)이 2018년 농림식품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국비 15억원 등 총사업비 50억원을 들여 대지면적 1만354㎡, 연면적 876㎡의 규모로 건립됐다. 오수면 금암리 864-1번지에 자리잡은 추모공원은 반려동물 화장로 3기 등 화장장과 추모시설, 수목장지 각종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반려인들을 위한 추모실과 입관실, 참관실, 봉안당을 설치하고 실외에는 산책로와 옥외 벤치, 파고라 등도 갖췄다. 또, 오수의견관광지에는 오수견 육종연구소와 반려동물놀이터, 카라반캠핑장 등 기반시설을 설치를 위해 의견관광지 일원 1만2500㎡ 부지에는 130억원을 투입해 반려동물 지원센터 건립 등 반려동물산업의 거점지역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펫 카페와 체험장, 교육장, 캠핑장 등을 조성하고 애견 호텔을 민자로 유치해 전국 최초의 반려동물 세계명견 테마랜드를 만들고 있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영국 「히드로 공항」 보안요원의 친절 인천공항에서 출발, 13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낸 우리는 지금 막, 영국의 관문인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6명의 가족이 공항 화물터미날에서 우리 짐을 찾기 위하여 돌아가는 화물 회전대로 눈을 집중시키고 있었어요. 60여일의 캠핑여행에 필요한 옷, 취사도구, 식자재, 침구류 등 입니다. 가족 6명이 10여개의 짐을 메고, 끌고 공항 대합실로 빠져나가자니 힘들었습니다. 복잡한 통로를 지나 출입문까지 가려니, 다른 사람들의 눈길도 만만치 않구요. 바로 그때 정복을 입은 공항보안 요원이 나타났습니다. 미리 그는 우리를 도와주려고, 공항 짐수레를 끌고 우리에게 접근한 것입니다. 우리를 도와주려는 의사 표시를 하고, 짐수레에 5-6개의 캐리어를 싣고, 선두에서 우리를 출입문 쪽으로 안내해요. 여행 출발지에서 친절한 도움을 받고 보니 어리둥절, 어찌나 감사한지 사례 정도는 하리라 미리 생각을 해둡니다. 그는 문밖에 나서자 어디까지 가는지 물어보고, 공항출입문 옆에 있는 지하철(메트로)역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우리가 갈려고 하는 「올드 스티리트」에 있는 「랜드마크 아파트」까지는 몇 정거장 더 가야 하며, 1시간 30여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일러줍니다. 사례봉투를 줄려고 하니, NO! 자기 할 일을 했다고 하며 친절히 거절하고 돌아서 갑니다. 자기 본연의 직무수행이 아닌데도 관광객에 대한 당연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그의 마음씨가 더욱 고마웠어요. 근무복을 입고 있었지만, 신사복 차림의 멋진 영국신사로 보여 한참이나 보고 서 있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숙소를 찾아준 아저씨 아이슬란드 제2도시 「아큐레이」는 이 나라 수도 레이크비크에서 북동쪽으로 400여키로 떨어진 항구도시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쯤으로 보면 됩니다. 우리는 6월 28일 아침을 먹고 이 항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수도권 지역에서 아이슬란드 본토 중앙도로를 따라 직행한 후, 그곳 주변에서부터 거슬러 해변가를 돌면서 화산, 온천, 빙하 지역을 돌아볼 생각이었습니다. 이곳 6, 7월은 맑은 날씨가 많은 여행하기 좋은 기간이에요. 아큐레이로 가는 길에 상벨리지역과 검은 모래바닷가를 돌아본 관계로, 그곳 항구 도착 때는 오후 4시쯤 되어 어둑해졌어요. 항구 좌우에 산으로 길쭉히 둘러있고 바다 양쪽에는 아름다운 주택들이 있으며 뒷산에는 만년설로 덮혀 있었습니다. 우린 예약해둔 숙소인 ‘아파트’를 찾아야 하는 데 쉽게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집 주소를 두어번 확인을 했는데도 찾지 못하자 마음이 초조해졌어요. 하루 종일 달려, 모두들 피곤해 있고, 저녁 식사도 준비해야 하는 데... 마침 길가 2층 옥상에서 집 수리를 하는 아저씨가 보이길래 큰소리로 상황설명을 하고,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저씨가 일을 중단하고 내려와 우리에게 왔어요. 우리가 찾는 아파트가 여기와는 반대편인데, 좀 멀리 있으니 자기를 따르라고 하고, 그의 차로 천천히 우리 차를 안내했습니다. 30여 분 뒤, 거리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쯤에야 집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땡큐를 연발하고 사례를 하려 하는데, 그는 자기 나라를 찾아주는 외국인에 대하여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하며, 오히려 자기가 감사하다고 하며 차에 오르더군요. 그분 덕분으로 좋은 아파트에서 이틀간 쉬면서 고래사냥, 최북단 식물원, 빙하 등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실용주의나 실사구시는 강력한 호소력을 지닌다. 긴박한 삶의 현장이야말로 진리와 정당성의 궁극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통찰이다. 이것은 일상에 대한 맹종이나 부당한 현실에의 묵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용주의는 사람을 세계의 자발적 창조자로 간주하며, 인간의 사회생활에서의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세계,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여기에 더해 실용주의는 교조와 공론, 소위 권위, 추상적인 지적 탐구와 이상적인 윤리와 책임의 강요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 괜찮고 바람직한 삶의 방식, 책임 윤리의 형성을 강조한다. 실용주의는 사회가 절대적인 원칙이 아닌 가능한 결과를 예측함으로써 사회혁신을 위한 행동의 기준을 도출하는 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무미건조한 지식분자의 공허한 이론이 아닌 삶으로부터 생성되는 경험, 지식, 실천이 가진 의미를 깨우쳐준다.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철학의 근본문제로 삼는 실용주의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환경·사회·투명경영(ESG)의 기본 전제는 인간의 삶과 행동의 의미를 논하는 것이다. 철학의 목적 중 하나가 인간에 관한 이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욕구나 필요를 만족시키는 것이라면 인간은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의 권위 특히 절대적 진리를 제공한다는 제도적 장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완성된 형태로 주어진 형이상학적 본질은 없고, 객관적인 대상 세계에 속한 영원불변의 진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용주의가 세계를 초월하는 관점을 비판하고 현실 중심적이며, 인류의 번영을 소중한 가치로 설정한 것처럼 SDGs와 ESG도 미래지향적인 관점을 중시하며 모든 것을 정해진 관념으로 환원하여 설명하려는 관념론과 거리 두기를 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노력에 의한 가치 창조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행동을 통한 변화’, 체계적 변화’만이 ‘진정한 전환(real transformation)’이 시작되고, 지역과 현장에서의 활동을 통하여 전 지구적 변화를 모색해 나가는 것이 SDGs 이행의 기본 관점이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보편적인 진리에 기초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여부가 핵심적인 논쟁대상이 아니다. 실용주의 철학의 기본 관점은 ‘세계는 진화하는 것(Charles Sanders Peirce)’, ‘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포함(제임스)하는 것, ‘초월적인 것이 아닌 인간의 경험을 포함하는 끊임없는 과정(듀이)’이다. 진리가 실천을 통해 증명되고 검증되어야 한다는 ‘실용주의 진리관’과 동일하게 SDGs 절대자와 고정된 체계를 부정한다. SDGs와 ESG는 현학적인 논리적 정합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모든 질문이나 문제를 열어놓고, 정서적으로, 지적으로 호소력 있는 실천과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선호한다. SDGs·ESG를 둘러싼 논의와 이행·실천은 실용주의와 많은 부분 결을 같이 한다. SDGs·ESG도 인간의 창의적 노력과 자유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세계에 대한 참여와 개선의 실천론이 성격을 가진다. SDGs·ESG의 핵심적인 정책과제는 ‘인간 중심적 발전(people-centered development)’이다. 인간 중심적 접근은 정의롭고, 살기 좋고, 포용적인 공동체의 건설과 빈곤 해결을 위한 보다 가치 있는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자 일련의 과정과 방법들이다. 이것은 삶을 위한 자연지원시스템(the natural support systems)을 보호하는 ‘모두를 위한 포용적인 발전’ 과정과 양식의 추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생태주의와 대립하지 않는다. SDGs 5P(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 ESG의 3요소(환경, 사회, 거버넌스)에서도 확인되듯이 효율과 만족의 극대화가 아닌 생태계와 사회 전체의 균형과 지속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인간 중심적 접근은 사회구조 속에 다양성이 촘촘히 짜여있고 유형과 무형의 문화적 유산과 활동들이 중요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사람 중심의 안전하고 문화적으로 융성한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SDGs). 그리고 기업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하에서 사회에 유용한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과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실현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ESG). 인간 중심 디자인 방법을 통한 가치 있는 해법 제안에는 적합성(Desirability), 실현 가능성(Feasibility), 지속성(Viability), 이 세 가지 관점들을 동시에 고려하여 도출한다. 실용주의는 ‘변화와 참여’를 중시하고 인간의 창의적 노력과 자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일련의 의식과 행동을 촉진한다. 나아가 학습과 탐구는 개방적 사고, 참여적 의사결정을 통한 적용 가능한 정책 대안 모색, 나아가 자기 성찰성을 강화한다. 자기 성찰성은 나와 현실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 합리적 비판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SDGs와 ESG도 이슈가 다양하고, 상호 연계되어 있으며, 이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표를 통한 검증과 평가와 환류를 수반하기 때문에 계획 수립과 실행에서 학습과 탐구를 중시한다. SDGs·ESG는 이해관계자들의 토론을 통해 지식, 가치, 인식, 관점, 태도를 변화시키고, 집단적 맥락에서 ‘바람직한 것’과 ‘실현가능한 것’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공동의 행동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처럼 SDGs·ESG에서 학습과 탐구 의지는 생성(生成)과 변화(變化)의 세계관(世界觀)으로서 미래(未來)를 향해 열린 실용주의 철학의 기본지향과 맞닿아 있다. >>다음에 계속
반월성 남쪽 토끼 고개 옆 半月城南兎嶺邊 무지개 다리 그림자 문천에 거꾸로 비치네 虹橋倒影照蚊川 용은 하늘로 오르며 꼬리 땅에 드리우고 蜿蜒騰漢尾垂地 무지개는 시냇물 마시며 허리 하늘에 걸쳤네 螮蝀飮河腰跨天 고려 중기 문신이자 대표적인 시인인 김극기(金克己)가 쓴 ‘월정교’(月淨橋)란 시의 일부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권21 고적(古跡)조에 실려 있다. 그가 노래한 월정교는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졌다. 왕궁인 월성과 남천 남단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는 “경덕왕 19년(760년) 2월에 궁궐 남쪽의 문천(蚊川, 지금의 남천) 위에 월정교(月淨橋)와 춘양교(春陽橋) 두 다리를 놓았다”고 전한다. “원성왕 14년(798년) 3월에 궁 남쪽 누교(樓橋)가 불에 탔다”는 기록도 있다. 그 후 고려 명종 대(1170~1197년)에 시인 김극기가 월정교를 주제로 시를 지었고, 충렬왕 6년(1280년)에 중수한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기록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은 “월정교는 옛날 본부 서남쪽 문천 가에 있었다. 두 다리의 옛터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미뤄보면, 월정교는 적어도 13세기 말까지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되는 1530년 이전 어느 시점에 무너져 흔적만 남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교량건축의 백미 만나다 월성 서쪽 끄트머리 서문 터를 빠져나와 만나게 되는 월정교는 최근까지 남아있던 다리의 흔적을 토대로 2018년 새로 지은 것이다. 폭 9m, 길이 66m, 높이 9m 규모로, 다리 위에 지붕을 씌운 형태로 만들어졌다. 월정교 복원·정비 사업은 1975년 교각·교대 실측조사와 1984년 석재조사, 1986년 발굴조사 등 관련 조사와 학술연구가 밑거름이 됐다. 조사 결과 배 모양의 교각이 남아있는 월정교 석교(石橋) 터와 하류 방향으로 19m 떨어진 지점에서 목교 터가 발견됐다. 석교 터는 교대 석축 일부와 4개의 배 모양 교각이 같은 간격으로 남아 있었고, 교각 주위 상류와 하류에 석재들이 넓은 범위로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발굴조사에선 누교(樓橋)형태의 교량으로 추정할만한 목조건물 지붕 부재와 기와류, 쇠못과 기와못 등이 출토됐다. 특히 신라시대 연화문과 고려시대 귀목문(鬼目文) 막새가 출토돼 경덕왕 대에 만들어져 고려 때까지 유지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교각 터 사이에선 타다 남은 목재 조각이 수습돼 원성왕 14년의 화재가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2008년 5월 복원공사에 들어가 2013년 교각과 누교를 복원하고 2018년 다리 양쪽 끝에 문루(門樓, 아래엔 출입을 위한 문을 내고 위에는 누각을 지어 사방을 두루 살피는 기능을 가진 건물)를 세워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일각에선 “고증 자료도 없이 중국 다리를 참고해 상상력으로 지은 무리한 복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앞에서 소개한 김극기의 시에 ‘홍교’(虹橋, 무지개다리)란 표현에 주목해 당시 월정교가 아치형 다리였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월성과 맞닿은 월정교 북쪽 문루엔 ‘월정교’라고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통일신라 말기 최고의 문장가로 꼽혔던 고운 최치원(857년~미상)의 글씨다. 사산비명(四山碑銘)으로 불리는 그가 지은 네 개의 비문 가운데 하나인 쌍계사 진감선사대공탑비(雙磎寺眞鑑禪師大空塔碑. 국보 제47호) 글자를 집자(필요한 글자를 찾아 모음)해 만들었다. 건너편 남쪽 문루에도 현판이 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두 곳 문루의 현판 글씨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이곳 문루에 걸린 현판 글씨는 통일신라시대 신필(神筆)로 추앙받았던 김생(711년∼미상)의 것이다. 태사자 낭공대사 백월서운탑비(太子朗空大師白月栖韻塔碑, 보물 제1877호) 글자를 집자했다. 남쪽 문루 현판의 ‘月’(월)자가 이채롭다. 각기 다른 곳에서 글자를 따왔지만, 마치 월정교에 걸릴 것을 예상이나 한 듯 ‘월’자는 배 모양의 교각 단면을 꼭 닮아 다시 한 번 눈이 가게 만든다. ◆남천 따라 흐르는 유구한 신라 역사 월정교 아래로 흐르는 남천(南川)은 토함산 서북쪽 계곡에서 발원해 불국동~평동~남산동~탑정동~사정동을 거쳐 형산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문천(蚊川), 사천(沙川), 황천(荒川)이라고도 하는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엔 ‘문천’으로 기록돼 있다. 순우리말 이름인 ‘모그내’를 한자의 뜻을 따서 표기한 것이다. 예부터 경주에는 8가지의 괴이한 현상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문천도사’(蚊川倒沙)다. ‘문천의 모래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다. 물은 하류로 흘러가는데 모래는 거꾸로 상류에 쌓인다는 사실은 문천에 그만큼 모래가 많았다는 의미다. 사천(沙川)이란 이름도 남천의 강바닥이 주로 모래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붙은 것이라고 한다. 남천 주변엔 월성과 월정교, 일정교 등 신라 궁궐과 관련한 다양한 유적이 있다. 하천 남쪽으로는 남산과 도당산, 오릉, 영묘사, 천관사 등 여러 사찰이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 학계는 남천이 신라 왕경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때문인지 월성을 둘러싼 세 하천 가운데 문천에 특히 다리가 많이 놓였다. 월정교와 일정교 외에도 효불효교(孝不孝橋), 유교(楡橋), 대교(大橋), 남정교(南亭橋), 귀교(鬼橋) 등 기록에서 확인되는 다리의 수만 해도 상당하다. 왕경의 중심부와 남산이 신라 왕경인들의 주된 생활공간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를 흐르는 문천에 많은 다리가 놓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측 설명이다. 김운 역사여행가
한국지역신문협회 권영석 중앙회장이 지난달 21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면담하고 ABC협회 부수공사의 정부광고 매체 선정 활용중단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공고문을 지역신문에도 게재 가능토록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서울 용산구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지역신문 간담회에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참석해 지역신문업계의 제언과 애로사항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국지역신문협회 권영석 회장(봉화일보 대표)을 비롯해 한국지방신문협회 박진오 회장, 류한호 지역신문발전위원장, 전국지역신문협회 김용숙 회장,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김중석 회장, 바른지역언론연대 최종길 회장 등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역신문 현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7월 조선일보 부수조작 사태 이후 정부광고법, 지역신문법 등을 개정해 한국ABC협회 부수공사 결과의 정부광고 매체 선정 활용 중단을 발표한데 이어 12월 1일 ‘정부광고 집행 지표’를 공개했다. 이 때문에 한국지역신문협회 165개 회원사를 비롯한 전국의 지역신문사들은 금년도 한국ABC협회 연회비 납부 및 부수공사(公査)와 관련해 혼란을 겪고 있다. 더욱이 문체부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마련해 발표한 새로운 정부광고 집행 지표는 신문발행 실적 외에도 국세 납세증명, 지방세 납세증명, 4대보험 납세증명, 편집위원회 운영, 독자권익위원회 운영 등 기존 ABC협회 부수공사 보다 훨씬 엄격한 사항들이 포함돼 지역신문업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문체부 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고 있는 정부광고 집행 지표는 법률로 규정된 것은 아니고 권장사항이지만, 전국 각 지자체를 비롯한 정부 기관 등에 공문으로 시달했다”며 “중앙정부기관, 공기업, 지방정부 등 정부광고를 집행하는 기관들이 각자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문체부의 이 같은 공문은 정부기관들에 사실상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어 지자체 자율적인 광고집행 기준 제정 또는 정부의 광고지표 개정운동 등 지역신문 실정에 맞는 광고 기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지역신문협회 권영석 회장은 “정부광고 집행 지표는 우리 지역신문 입장에서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므로 법률 검토와 전국 회원사들과의 협의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에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역신문협회 경북협의회
경북도는 지난달 27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민의힘-경상북도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예산 증액과 현안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2023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제출돼 10월부터 국회 예산심사가 시작됨에 따라 지역 국회의원들과 예산사업에 대한 사전교감, 정책현안 및 제도개선 과제 등을 중점 논의했다. 간담회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도 주요간부와 임이자 경북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지방시대를 위한 제도개선과제와 정책사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태풍 힌남노 피해극복을 위한 긴급 현안과제들을 주로 다뤘다. 특히 △헴프산업화를 위한 마약류 관리법 개정 △외국인 광역비자제도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 등 지역산업 육성과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법제도개선 과제에 대해 협조를 당부했다. 또 △고향사랑기부제 △농산어촌 대전환 △원자력 기반 세계 최고수준 청정에너지 벨트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 예타 통과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의 완전한 극복을 위한 재해구호법 및 의연금품 관리·운영 규정 개정과 재해복구사업 환경영향평가 제도완화 등을 설명하고, 당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건의했다. 도는 올해 처음으로 국비 10조원 시대를 열었고, 내년에는 9825억원(9.8%) 증가한 11조원 목표액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사업 발굴 등 국비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 국립 울릉도·독도 생태연구센터 건립, 차세대 모빌리티 반도체 클러스터, 환동해 심해과학연구센터 설립 등 50건을 건의했다. 경북도는 국회 심의에서 정부예산안에 들지 않은 사업비를 추가 증액 할 수 있게끔 지역 국회의원 등과 긴밀히 협력해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태풍으로 포스코가 물에 잠기는 등 유례없는 피해가 발생했고 피해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면 포항경주지역의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며 협조를 부탁했다.
경주시가 관리·운영해오던 통일전을 내년부터 경북도가 직접 운영한다. 도 이관을 위해 지난달 말 경북도, 경주시,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은 ‘통일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통일전은 1974년 고 박정희 대통령의 신라삼국통일 유적지 조성계획에 따라 1977년 조성돼 1987년 도에서 경주시로 이관 후 36년간 운영해 왔다. 초기에는 국가차원의 관람 유도로 학생과 일반인들의 관람·참배가 많았지만 현재는 관심과 활용이 예전의 명성을 잇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 관람 콘텐츠만으로는 통일전 운영 활성화에 한계가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장기적 발전을 위한 새로운 관리체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도는 국가적 차원의 호국 통일정신 계승을 위한 주요 호국시설로 거듭나고 시설 이용 활성화와 전문화를 통해 경북의 호국정신 계승·발전을 위해 경주시로부터 이관 받게 됐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경북도는 시설관리, 운영인력 채용 등 운영 전반적인 운영계획을 세우게 된다. 경주시는 이관에 필요한 사전절차 이행 등을 마친 후 내년부터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 위탁 운영해 학술연구와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이관시설을 국가적 명소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인근 경북산림환경연구원에 조성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경상북도 지방정원, 화랑교육원 등과 연계해 호국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은행나무길 명소로 손꼽히는 주변 환경과 경주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십분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경북의 호국정신은 나라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역사 발전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다”며 “통일전에 깃든 삼국통일의 뜻을 이어 대한민국의 대통합의 성지가 될 수 있도록 전 국민이 찾는 호국의 명소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심리상담학자 권수영 교수가 오는 12일 경주 화랑마을 기파랑관에서 ‘건강한 가정을 위한 부모의 마음챙김’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사진> 이번 특강은 경북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주관, 경상북도의 후원으로 진행되며 선착순으로 모집을 마감한다. 권수영 교수는 tvN ‘어쩌다 어른’, EBS ‘부모’ 등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 마음의 거리 두기 등을 강조했다. 경북남부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이번 강의는 자녀교육이 아닌 부모교육이며, 아이들과 소통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진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문의는 경북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054-745-1391)으로 하면 되며, 사전접수는 QR코드 및 네이버 폼(https://naver.me/GguXvvT0)으로 접속하면 된다.
사회복지법인 자선단 경주시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달 29일 선린대 안경광학과와 연계해 안강읍 육통2리 경로당에서 찾아가는농어촌복지활성화사업, 지역주민 눈건강 관리 교육을 실시했다. <사진> 이날 행사는 육통2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종합사회복지관의 기능·역할·사업 안내 및 홍보활동을 통해 복지사업에 대한 이해 증진 및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자 진행했다. 선린대 안경광학과에서 지역주민 50여명을 대상으로 노년기 눈건강 관리(건강한 시력 관리 방법, 개별 눈건강 상담 등)를 진행했다. 또 찾아가는 농어촌복지 활성화사업으로 복지관과 이동복지관사업의 다양한 사업 홍보와 체험활동 부스를 설치했고, 버스 내·외에서 혈압·혈당 체크, 인바디검사, 목·어깨·손·다리·발 마사지 등 건강관리 기구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박경주 학과장은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재능나눔 봉사 활동을 펼치는데 제약이 많았으나, 이번 기회로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뜻 깊었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기숙 관장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복지관은 선린대와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해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경주시공동육아나눔터는 지난 1일 평생학습가족관 앞 광장에서 ‘알뜰나눔장터’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 이번 행사는 공동육아나눔터 6개소 가족품앗이 회원들이 아이들이 물건을 사고팔며 경제관념을 습득하고 시장경제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해 열렸다. 회원들이 사용하던 중고 물품을 포함해 문구류, 잡화류, 간식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고 에코백 만들기 체험부스도 운영했다. 또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공동육아나눔터 홍보시간도 가졌다. 특히 알뜰나눔장터 운영을 통해 얻은 당일 판매수익금은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하기로 뜻을 모았다. 경주시는 현재 공동육아나눔터 6개소를 직영하고 있으며,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요리수업, 과학놀이, 책놀이, 미술체험, 오감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시는 양육 친화적 사회환경과 부모 육아부담 경감을 위해 공동육아나눔터 및 다함께 돌봄센터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성·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더욱 다양한 시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