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는 지난 20일 제272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끝으로 2022년 의사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진> 앞서 19일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는 조례안 및 일반안건,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제3차 본회의에서 ‘경주시의회의원 윤리강령 및 행동강령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등 3개 조례안과 ‘이태원 사고 사망자 가족에 대한 경주시 시세 감면 동의(안)’을 의결했다. 특히 13일부터 15일까지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출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과 제2회 추가경정예산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최종 승인했다. 19일 3차 본회의에서 이락우, 한순희 의원이, 20일 4차 본회의에서는 정종문 의원이 이틀에 걸쳐 시정질문을 이어갔다. 제4차 본회의에 앞서 최재필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했다. 이철우 경주시의회 의장은 “2022년 한해 코로나와 태풍 힌남노로 어렵고 힘든 가운데 제9대 경주시의회가 활기찬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2023년 계묘년 새해에도 변화와 혁신의 의회로 나아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단절된 폐철도 활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심 외곽 철도부지 인근 주민들의 생활과 안전을 위한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재필 의원은 지난 20일 제272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 같이 지적하며, 경주시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먼저 “동해남부선·중앙선 폐선에 따른 폐철도 활용사업과 관련해 도심을 제외한 교외지역은 소홀하게 대응하고 있는 문제점을 자각하고 심도 있게 고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폐철도·폐역사의 소유권, 관리권 문제와 더불어 국가철도공단의 폐선부지 개발사업 민간제안공모 결과는 도출되지 않고 있다”며 “이의 활용방안도 도심이나 역사 위주로 진행돼 도시외곽 철도부지 인근 주민 정주여건에 대한 안전이나 생활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폐철도 활용방안을 도심형과 교외형으로 볼 때, 도심형은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반면 교외형은 방치되거나 주변 인프라 개발이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유로 관심 밖이고, 예산 또한 수반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 같은 사례로 먼저 석장동 부엉마을은 철도 밑 통로박스나 철교로 인해 화재발생 시 중형급 소방차 정도만 진·출입이 가능해 인적·물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선덕여왕릉이 있는 배반동 하강선길, 송림사 초입에 있는 안강읍 안현로 등은 도시계획도로가 일부 정비됐지만 재난발생 시 생활도로 진·출입 문제는 낙후된 현실이라고 밝혔다. 안강읍 안강중앙로의 경우는 예산 등의 문제로 국가철도공단과 서로 입장만 고수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지난 8월에서야 폐철도교 상판이 철거된 바 있다고도 했다. 최 의원은 “이들 사례와 같이 그동안 외면 받았던 도심 외곽 폐철도 인근지역의 교통·안전 문제점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며 “경주시가 긴급차량 통행 등 주민안전을 위해 폐철도 활용사업 추진 방향을 충분히 고심하고, 국가철도공단에도 적극 건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단절된 폐철도 유휴부지로 인해 지역발전과 경관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도시경관 개선 및 효용가치를 높이고 안전을 위한 방향도 함께 고심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주시가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됐다. 경주시는 화백컨벤션센터와 보문관광단지 일원 178만㎡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국제회의 복합지구에 선정됐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번 지정 승인으로 복합지구 내 국제회의시설 및 집적시설의 교통유발부담금·대체산림자원조성비 등 각종 부담금 감면과 용적률 완화 등 혜택이 주어진다. 또 국비 지원과 복합지구 활성화 사업 평가를 통한 관광기금 지원, 영업 제한 규제 제외 등 사실상 관광특구(관광진흥법 제70조) 수준의 혜택도 받는다. 시는 기존 관광단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역사·문화·관광자원뿐만 아니라 원자력·미래 자동차 등 미래 산업과 국제회의를 연계시켜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컨벤션센터와 집적시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국제회의 지원제도를 운영하는 등 차별화된 실행계획은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 받았다. 시는 2015년 화백컨벤션센터 개관 이후 꾸준히 마이스 산업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세계 물 포럼, UN NGO 컨퍼런스 등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회의 도시로서 위상을 정립해 왔다. 또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2곳, 집적시설 12곳과 함께 ‘경주 국제회의복합지구협의체’ 구성을 시작으로 지역 내 호텔은 물론 박물관, 미술관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왔다. 시는 이번 복합지구 지정과 화백컨벤션센터 증축 등을 통해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제회의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고용 창출과 호텔·쇼핑 등 연관 산업에 끼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주 국제회의복합지구는 향후 경북도지사의 지정 공고 후 최종 확정된다. 주낙영 시장은 “마이스 산업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 굴뚝 없는 산업으로 비유되고 있는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라며 “이번 선정을 계기로 2025년 APEC 정상상회 유치 등 대규모 국제회의를 반드시 개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주형 마이스 도시로 거듭나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회의 복합지구는 인천 송도, 광주 김대중컨벤션, 경기 고양, 부산 벡스코, 대구 엑스코에 이어 이번에 경주, 대전 컨벤션이 추가돼 모두 7개로 늘어났다.
연 8.2% 특판 적금을 비대면으로 판매해 ‘해지읍소’ 사태를 일으킨 동경주농협에 대해 지역에선 농협 신뢰도 하락, 비상 시스템 부재 등 우려와 함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경주농협은 지난달 25일 지역 상가 및 농민 조합원들의 예수금을 조달하고자 적금 특판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대면 계좌 개설과 한도 미설정 등 실수가 발생하며 목표치였던 계약액 100억원의 90배인 9000억원이 계약돼 가입 고객들에게 해지를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특히 고객들이 해지를 하지 않게 되면 상호금융업 감독규정 제9조에 의거 경영 부실 농협 공시 사유가 예상돼 최악의 경우 파산을 염두해야 하는 상황까지 번지게 됐다. 이에 동경주농협은 적금 가입 고객들에게 사과와 함께 해지를 간곡히 요청하는 문자와 전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고 지난 19일 당장의 급한 불은 끈 것으로 확인됐다. 동경주농협에 따르면 해지호소 문자발송일인 12월 7일부터 15일까지 해지분에 대해서 당초약정이율을 적용해 지급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고, 해지 고객 대상으로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뒤늦은 대책 마련 나서 이번 사태가 조합의 실수에서 비롯됐지만 금융상품 관리 시스템의 부재도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등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여러 검증 절차를 걸쳐 이뤄지는 구조로 돼 있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지역조합은 구조상 조합의 자율을 보장하기 때문에 금융상품의 검증 절차가 단순해 조합의 한 순간의 실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으로 사전에 시스템 구축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동경주농협을 비롯해 남해축산농협·합천농협·제주사라신협 등에서 고금리 적금 특판에 나섰다가 해지를 읍소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상호금융권 고금리 특판 내부통제 현황점검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상호금융중앙회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예적금 특판 과정에서 조합 실수로 과다 판매가 발생함에 따라 중앙회 차원의 신속한 재발 방지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또한 과도한 예적금 유치경쟁으로 상호금융권의 유동성·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초래할 수 있기에 중앙회의 체계적 관리를 당부했다. 각 중앙회는 특판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판매한도 초과 시 자동으로 추가 판매를 제한하는 등 조합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고금리 특판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금융감독원과 각 중앙회의 시스템 구축 방안은 뒤늦은 대책 마련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동경주농협, 실추된 신뢰도 향상은 과제 동경주농협 측은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동시에 실추된 농협 이미지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경주농협 관계자는 “이번 적금 특판은 조합의 실수로 인해 발생했기에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면서 “지역 특성상 예수금 조달에 어려움을 느껴 적금 특판으로 지역 상가 및 농민 조합원의 예수금을 조달 하고자 했지만 의도와 다르게 비대면 활성화로 경영상 어려움을 감지했고 고객들에게 해지를 읍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객님들의 배려로 현재 해지율을 감안하면 경영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합원들이 염려하지 않을 만큼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精神一到 何事不成 정신을 한곳으로 집중하고 노력하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든 이루어 낼 수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있듯 精神一到 何事不成을 일상에 적용하고 어떤 일이든 그 자체에 몰입한다면 계묘년 새해에는 못 이룰 것 없는 의미 있는 한 해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경주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홀로 사는 노인이나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쌀과 연탄, 김장김치 등 다양한 물품을 전달하는 온정 넘치는 봉사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지역 내 많은 단체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의 손길을 보내줘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기에 지난 1일엔 경주역 광장에 ‘희망 2023 나눔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져 추운 겨울을 온정으로 녹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펼친 ‘희망 2022 나눔캠페인’에는 역대 최고금액인 10억2000만원을 모금해 사랑의 온도탑을 뜨겁게 달궜다. 올해 모금 목표액은 7억원으로 1일 캠페인 첫날에만 총 7050만원의 성금이 모금돼 힘찬 출발을 알렸다. 희망 2023 나눔캠페인은 ‘함께하는 나눔, 지속가능한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년 1월31일까지 진행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고물가·고유가·고금리 등 3高 현상으로 서민들과 소상공인 등의 삶은 녹록치 않다. 특히 홀몸 어르신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운 겨울나기가 큰 걱정이다. 시민들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경주시를 비롯한 지역의 많은 사회봉사단체들의 도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경기불황으로 팍팍한 형편이지만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나눔의 미덕을 살려야 한다. 적은 금품이라도 십시일반으로 나누는 사랑과 나눔의 행렬에 동참해 모두가 따뜻한 연말연시를 기대해본다.
경주의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일대(동궁과월지, 첨성대), 황리단길 등 5곳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2013년 이후 6회 연속, 동궁과월지, 첨성대는 2019년부터 3회 연속 선정됐고, 황리단길이 이번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와 더불어 경주시가 지난 13일 공개한 ‘2021 경주시 관광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의 95.7%가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 꼽는 등 지역 관광지표도 올랐다. 관광실태 조사에서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경주 방문 동기로는 방문객 79.2%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한 점을 들었다. 여행 만족도도 88.7%로 높게 나타났다. 경주를 연상케하는 이미지로는 방문객 74.9%가 불국사를 선택했고, 동반인원은 평균 3.1명이었다. 또 경주까지 오는 교통수단은 자가용이 84.2%로 가장 많았다. 반면 전세·관광버스로 경주를 찾은 방문객은 코로나19 여파로 0.4%에 그쳤다. 지난 2013년 12.8% 대비 크게 감소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전체 관광객 중 66.9%가 1박 이상 숙박여행을 한 것으로 조사돼 주목된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평균 여행기간은 1.9일에서 2.1일, 1박 이상 숙박여행은 62.5%에서 66.9%로 각각 증가했다. 숙박여행의 증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접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조사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경주여행 중 불편했던 점, 그리고 개선해야 할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다. 경주 여행 중 가장 불편한 점으로는 교통혼잡(주차시설)이 27.2%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중교통 이용불편(14.5%), 비싼물가(10.0%), 다양하지 못한 쇼핑품목(9.1%) 등의 순이었다. 또 경주 관광발전을 위해 중점적으로 개선·추진해야 할 사업으로는 ‘편리한 교통체계 확충(27.0%)’을 손꼽았다.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주차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교통체계 확충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이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증가할수록 주차난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주시는 동부사적지 인근 등지에 주차장을 확대 조성했고, 또 황리단길 인근에 1100면 규모의 대형 환승주차장도 추진 중에 있다. 관광시즌 매년 반복되는 주차난 해결을 위해 경주시가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은 높이 살만하다. 여기에 대중교통 이용불편을 해소하고, 그 이용을 확대해 주차수요를 줄이는 등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경주 관광이 부활하고,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해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2021년 한 해 동안 경주의 관광객 숫자를 한 이동통신이 빅데이터를 통해 3955만명, 즉 4000만 시대라 분석했다. 4000만의 논란을 떠나 펜데믹 이후 해외로 나가지 못한 관광수요가 국내로 기울며 많은 수의 관광객이 경주를 방문하고 있다. 전통 관광지인 불국사, 동궁과 월지 뿐만 아니라 황리단길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고 있다. 전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캐서린 하킴이 2010년 옥스퍼드대학교 저널 ‘유럽사회연구(European Social Research)’에 발표해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논문 「매력 자본(Erotic Capital)」에서 ‘매력 자본’은 경제 자본, 문화 자본, 사회 자본에 이어 현대 사회를 규정하는 제4의 자산이다. 캐서린 하킴은 아름다운 외모, 건강하고 섹시한 몸, 능수능란한 사교술과 유머, 패션 스타일, 이성을 다루는 테크닉 등 사람을 매력적인 존재로 만드는 이 모든 자원은 일상을 지배하는 ‘조용한 권력’이라 주장했다. 도시도 사람처럼 일반적인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이 있다면 경주를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조용한 권력인 매력자본이 필요하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제공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경주에 관광객 숫자가 엄청나게 유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타 도시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지점을 바탕으로 한 관광객 숫자에서는 경북 강구항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관광지 검색순위에서는 에버랜드, 현대백화점, 속초관광수산시장, 신세계백화점이 수위에 올라 있다. 방문자 체류 특성을 보면 경주를 비롯한 경북은 체류시간이 길고 평균숙박일수는 적은 유형의 관광객들이 많다. 연령층에서는 4~50대 집중방문지역은 신안군과 임실군, 울릉군 순으로 방문지역이 많다. 관광객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이 핫플레이스가 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이동통신 데이터와 카드를 통한 지출규모를 살펴보면 제주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해운대, 경주 순이다. 경주에 오는 관광객들은 제주나 해운대에 지출하는 경비의 1/3에서 1/2 정도다. 체류기간이 긴 제주와 대형 쇼핑몰이 받치고 있는 해운대와 그렇지 못한 경주의 특성이 이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형 쇼핑몰과 컨벤션센터 유치가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운대와 같은 방식은 경주에서는 무리다. 그렇다면 제주도처럼 체류기간을 늘이는 방법밖에 대안이 없다. 소비측면에서 속초관광시장처럼 성동시장과 중앙시장에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수 있는 매력적인 요인들을 찾아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신라시대의 유적을 바탕으로 한 관광이 주였던 시대에서 이제는 황리단길이라는 탈신라화된 관광지에 젊은이들이 모이고 있다. 관광객들의 느낌도 상당부분 변화되고 있다. 필자와 비슷한 시대에 경주로 수학여행 온 사람들의 추억은 불친절과 맛없던 도시락으로 경주를 추억하지만 지금은 경주 시내에서 가장 낙후되었던 동네 중 하나였던 황리단길이 상업지역으로 부상하며 전국의 젊은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있다. 황리단길이 경주의 가장 매력적인 장소가 된 이 현상을 도시 전체로 확대해 경주만의 매력자본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있다. 황리단길의 성공은 신라나 유적 같은 경주의 역사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란 점이다. 한옥이 중심이 되었다고 해서 꼭 한옥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황리단길을 찾는 젊은이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를 원한다. 핫플이라고 하는 대부분의 장소는 그곳에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해 이를 SNS 등을 통해 알리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경주라는 여행의 장소 속에 자신들의 삶이 스며든 매력적인 도시 경주가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경주가 어느 도시도 가지지 못한 제4의 자산인 매력자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 세대별로 그 욕구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월드컵 축구대회는 이제 3·4위 결정전 및 결승전을 앞두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은 열심히 뛰어준 대표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고마워한다. 경기를 잘해서 16강에 진출한 탓이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선수들의 투혼에 감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 스포츠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 혹은 세계 야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들을 육성하기에 급급한 소위 엘리트 위주였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종목별로 크고 작은 동호회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종목을 선택해서 즐기고 있었다. 조기 축구, 탁구, 테니스 및 배드민턴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근래 엘리트 스포츠의 폐해를 인지한 정부의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과 경제적인 여유와 맞물려 많은 사람이 각종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과거 각급 학교 운동선수들은 수업을 전폐하고 운동에만 전념했지만 이제는 일정 시간 수업을 하고 난 후 연습과 시합을 하게 되어있다. 개별 선수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수준 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정책이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국가대표선수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며 모든 스포츠 종목이 마찬가지다. 이러한 것은 스포츠만이 아니고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해당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일부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은 힘들고 어렵지만 남들이 하는 일은 쉬워 보이고 또 쉬운 것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때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하다가 ‘잘 안되면 시골가서 농사나 짓지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농사가 그렇게 쉽고 만만한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농사를 짓는 것이 육체적으로 엄청 힘드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노-하우(know-how)가 곳곳에 숨어있다. 논밭을 갈 때 소를 부려서 쟁기질하거나 아니면 각종 최신 장비들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개별 작물과 가축들에 대한 특징과 습성도 잘 파악해야 한다. 적절히 물과 거름을 주고 솎아 주기도 하고 수시로 김도 매야 하고 필요하면 이따금씩 농약을 쳐서 해충을 예방하고 전염병과 싸워야 한다. 깊은 산속에서 텃밭을 가꾸면서 소일하고 생활하는 ‘너와 나는 자연인이다’의 차원에서 보면 즐기면서 농사짓고 가축 사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논밭과 가축우리에서 나오는 곡식과 고기로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특히 자식들 교육비까지 감당해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 대목에서 프로와 아마가 구분되어 진다. 프로는 전문가이다. 누가 프로고 전문가인가. 각 분야마다 전문가들이 있다. 프로나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 최소한 세 시간씩 10년을 노력했을 때 프로나 전문가가 된다고 보면 된다. 소위 ‘1만 시간의 법칙’이다. 필자도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지 40년도 넘었지만 치다마다 했고 근래는 주말에만 치기 때문에 전형적인 아마추어다. 테니스는 내가 좋아서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 치고 즐길 뿐이지 어디 가서 프로 행세를 하지 못한다. 실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괜히 나대다간 창피 당하기 십상이다. 학문 분야도 마찬가지다. 각 학과의 수많은 전공 분야가 아주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다. 그래서 근래는 한 사람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노래 부르는 르네상스적 인물을 보기 어렵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 다른 학문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 특히, 역사·고고학 분야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 모든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역사·고고학도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원하는 사람 누구나가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각종 스포츠에서 프로와 아마가 확실하게 구분되듯이 학문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책 몇 권 읽고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로 프로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용감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프로가 프로다워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오~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12월이다. 몇 해 전만 해도 ‘망년회다, 송년회다’ 매년 시끄러운 연말연시 관련 뉴스가 넘쳐났었는데, 지난 삼 년의 코로나 상황은 우리의 연말연시 풍경도 많이 변화시켰다. 코로나 상황에서 각국은 경기부양책으로 현금을 마구 풀어놓았고 이제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초강도 인플레이션 상황이 도래했다. 안타까운 점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각국은 금리 인상과 긴축정책을 내놓으며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도 사라졌다. 얼마 전에 일어난 이태원 참사의 영향이다. 젊은 청년들을 어이없게 보내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 고사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를 비방만 하고 스스로 고치지 않는 정치판을 꼬집어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판만 그럴까? 부모가 되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순간이 자주 온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쉽다. 도덕과 윤리를 가르치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세상의 이치 역시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행동하는 것은 어떤가? 아이들에게 도덕과 규범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만 우리가 매일 도덕과 규범을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열심히 나눴지만 우리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얼만큼노력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모범’이 아니라 오히려 ‘위선’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관련 뉴스가 나올 때면 가슴이 철렁한다. 갈수록 잔혹해지는 어른들의 범죄와 너무나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잔인해지고 악랄해지고 교활해지는 아이들의 언어적, 물질적, 신체적 폭력성을 보면서 이게 다 우리 어른들이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준 것이 아닌가 하며 자책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너무나 쉽게 노출되는 잔혹한 뉴스나 영상들, 세계적인 한류 콘텐츠로 대한민국의 자랑이 된 <오징어 게임>도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중에 오징어 게임을 못 본 아이들은 별로 없을 듯싶다. “아이들이 보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이 남았는지 부모가, 어른들이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오징어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각종 미디어, 뉴스, 영상들. 아이들과 함께 봐봐라. 아주 가관이다! 이게 정말 모든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콘텐츠인지 의심스러운 것마저 있다. 또한 나이가 다른 형제, 자매들이 볼 경우, 아이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통해 아주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줌마는 말하고 싶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밥을 먹이기 위해 아이에게 보여준 뽀로로 영상, 사랑하는 아이의 부탁과 간절함에 사준 스마트폰,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 아이들과 새로운 전투의 시작일 뿐이다.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가?” 밥을 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와 실랑이를 하기 싫어서, 빨리 먹이고 쉬고 싶어서 꾀를 부린 것이 아닐까? 아이의 부탁이나 간절함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 귀찮음에 그냥 빨리 벗어나기 위해 사준 것은 아닐까? 아이의 자존감이 아니라 아이의 성적을 통해 나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가족 관계를 위해서 ‘미디어절제교육’을 권한다. 가족이 다함께 먹는 식사 자리에서 각자 핸드폰을 만지는 모습이 정상인가? 이 아줌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바꿔야 하지 않을까!
경주에는 임진왜란과 관련된 충효(忠孝)의 인물과 스토리가 참으로 많다. 그 가운데 세 효자 김응벽(金應璧)․김응규(金應奎)․김응정(金應井) 이야기 그리고 첨성대 부근의 문호사(汶湖社)와 정효각(旌孝閣) 관란(觀瀾) 이승증(李承曾,1515~1599) 스토리는 우리의 일상과 가까우면서도 무심히 지나치는 사적 가운데 하나다. 『동경잡기』를 보면, 김응벽 등 삼 형제는 모두 효성이 있고, 부친상을 당해서 삼 형제는 묘소 근처에서 여막(廬幕)을 짓고 살았다(金應璧與弟應奎應井 俱有孝誠 及遭親喪 三人廬于墓側). 이는 효행이 빼어나 나라에서 정려(旌閭)를 내려주고 귀감으로 삼은 대표적인 경우이다. 김응벽은 월암(月菴) 김호(金虎,1534~1592)와 더불어 창의하였고, 동생들 역시 벼슬에 나아가 본분을 다하였으며, 대대로 이들의 효행은 고을의 모범이 되었다. 게다가 경주에는 삼 효자 외에도 3년 여묘살이를 한 효자가 많은데,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신라의 손순(孫順)과 지은(知恩), 조선의 어린 효자 허조원(許調元), 남득온(南得溫), 박희남(朴希楠)․희장(希樟)․희정(希楨) 삼 형제, 최영린(崔永嶙) 등 그리고 특히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김윤손(金允孫)의 효행은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된다. 삼 효자의 부친은 김신종(金信宗), 모친은 언양김씨로, 삼 형제는 부친상을 당해 묘소 옆에 여막을 짓고 시묘(侍墓)하였다. 『명종실록』 1561년 윤 5월 21일의 기록을 보면, “유학 김응벽은 경주인이다. 성품이 본디 순수하고 독실하여 형제간에 우애가 극진하였으므로 서로 화락하게 부모를 봉양하였다. 부모의 상을 당하여서는 일체 옛 제도를 따랐고, 자기가 몸소 흙과 돌을 져다가 장사지냈다. 여묘 살이 할 적에 10여 일간 장맛비가 계속되었는데 어느 날 저녁 아버지의 무덤에서 김응벽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세 번 들렸다. 김응벽이 그 소리를 듣고 놀라 무덤 위로 올라가 방황하던 즈음에 북산(北山)이 무너져 여막을 쓸어 덮었다.”라며 정려가 내려졌다. 그리고 이들이 밟은 계단은 움푹 파였고, 장맛비에 여막이 무너지기 전 부친의 음성이 들려 다행히도 신주(神主)를 온전히 보존하였으며, 영리한 신춘(神春)이라는 개가 각자의 집으로 편지를 통지한 사연 등은 오래도록 동도의 효자로 회자(膾炙)된다. 정려는 부의 남쪽 10리 금광제(金光堤) 위에 있었다고 전하며, 비석은 현재 탑동 오릉 숭덕전 동쪽 도로변에 이건되었다. 이후 1804년에 중건된 삼효각의 비문(碑銘)은 박종경(朴宗京), 축문은 치암(癡庵) 남경희(南景羲,1748~1812), 현판은 칠원현감 최심건(崔心健,1764~1808)이 썼고, 구암(懼庵) 이수인(李樹仁,1739~1822)은 삼효자 정려각 중건기(重建記)를, 회당(晦堂) 장석영(張錫英,1851~1926)은 「김씨삼효자 望阡碑銘(망천비명) 병서」 등을 지어 이들의 효행을 칭송하였다. 이수인 선생은 안강의 인물로 가학을 계승하며 부귀공명에 뜻을 버리고 오로지 독서와 의리의 행실에 힘쓴 인물이다. 1796년 6월에 경상도관찰사 이태영(李泰永)이 학행으로 천거하여 선공감가감역(繕工監假監役)에 임명되었는데, 이때 이수인ㆍ이정국(李楨國)ㆍ우재악(禹載岳)ㆍ정위(鄭煒)ㆍ김태익(金台翼) 등 영남의 5인에게 행실과 학식이 뛰어나기에 역마를 주어 보내라고 명한 일이 있었다. 효자 월성김 공 형제 정려각 중건기-구암 이수인 우리 동경[경주]에는 예부터 효자가 많았는데, 신라 때 석종(石鐘)의 이야기부터 명성이 영원하고, 지금 『동경지』에 실린 아름다운 행실의 사적을 살펴보면 손가락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금옥 같은 형제이자 지기들은 그 덕이 외롭지 않고 후인이 사모함이 되었으니, 바로 경주부 효자 김 공 형제가 그러하다. 관란 이승증 공과 서로 나란히 이름을 이었으니 행실과 의로움이 어금버금하다고 칭송한다. … 공은 계림사람으로, 형제 세 사람은 김응벽․김응규․김응정이다. 세 사람은 나면서부터 성품이 지극하였고, 부친상을 당해 모두 여묘살이를 하였다. … 이는 진실로 동경의 믿을만한 기록의 역사이다. 아! 모든 행실의 근원이 세상을 통틀어 드물게 보이거늘 하물며 한 가문에서 세 사람이나 나왔다. 갑자기 돌아가신 부친의 부름과 집에서 기르든 가축의 순종함은 아마도 불가사의한 일이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같은 고을의 후학으로 매번 기상을 상상하고 흠모하였는데 나이가 이미 백발이 되었다. 하루는 김응규의 6대손 김명건(金鳴鍵)이 나를 찾아와 말하길 “우리 선조의 효행은 온 고을에서 전하고 암송되니 굳이 나열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가첩을 상고해보니 조정의 정려가 만력 기사년 4월일에 있었으나, 신축년 사이에서 무너지고 없어져 지금 80여년에 이른지 오래입니다. … 선조께서 세상에 계실 때 늘 중건의 마음이 있었으나 결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 지금으로부터 8년 후에 재목을 모으고 지난 겨울에 공사를 시작해 금년 봄에 공사를 마쳤습니다. 옛 정려와 거리가 수백보 떨어졌으나, 금광 옛 둑은 옮기지 못하였습니다. … 이에 한 말씀을 얻어 기록하고 싶습니다.”라 하였다.
오늘날에도 무대에 자주 오르는 이탈리아 오페라는 거의 대부분 19세기의 작품들이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4대 천황을 동상으로 모셔놓고 있다. 그들은 로시니, 도니체티, 벨리니, 그리고 베르디다. 이들 중에서 로시니(G.A.Rossini/1792-1868)가 맏형이자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의 선구자이다. 그는 벨칸토(bell canto) 오페라의 좌장으로서 도니체티와 벨리니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오페라의 왕 베르디에 이어 푸치니가 독일 오페라의 거센 도전에 맞서 싸우는데 크나큰 초석이 되었다. 로시니는 페사로라는 작은 도시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호른 연주자이고, 어머니는 가수였다. 로시니도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다. 14살에 첫 오페라 ‘디메트리오와 폴리비오’를 작곡하더니 10대에 이미 여러 곡을 만들었다. 21살 때(1813)는 ‘탄크레디’와 ‘알제리의 이탈리아인’이라는 수준급 오페라를 만들어 흥행시켰다. 그런데 이런 재능을 눈여겨 본 사람이 있었다. 나폴리의 전설적인 극장장인 바르바이아(D.Barbaia/1778-1841)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로시니를 스카웃한다. 거액의 연봉에 카지노 지분까지 제안 받은 로시니는 산 카를로 극장을 위해 매년 한 편의 오페라를 만들기로 한다. 이 계약은 로시니가 평생 여유로운 작곡생활을 하는데 두둑한 밑천이 된다. 첫 번째 작품은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소재로 다룬 ‘영국여왕 엘리사베타(Elisabetta, regina d'Inghilterra)’(1815)이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른 철의 여인 엘리자베스를 찬양하는 내용일까? 아니다. 여왕의 치적이 아닌 버진 킹(처녀여왕)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여왕을 질투의 화신으로 몰았다. 당시에도 이런 통속적인 내용의 드라마가 대중에게 먹혀 들어갔을까? 그렇다. 오페라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로시니는 나폴리에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듬해인 1816년은 로시니가 절대 잊을 수 없는 해다. 오늘날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세빌리아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가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로시니의 대선배 격인 파이지엘로(G.Paisiello/1740-1816)가 1782년 초연하여 이미 흥행돌풍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불과 24살짜리 애송이가 76세 원로 작곡자와 맞장을 뜬 것이다. 로시니의 초연은 파이지엘로의 골수팬들 때문에 엉망진창이었다. 그들은 야유를 보내고 무대에 쥐를 풀어놓는 만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어렵지 않게 관객들의 마음을 사게 된다. 파이지엘로가 바로 그 해(1816) 사망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망자의 오페라를 소비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파이지엘로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없다. 로시니만 기억한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주목할 만한 아리아는 로지나가 부르는 ‘Una voce poco fa(방금 들린 그 목소리는)’이다. 벨칸토 오페라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대단한 고음의 노래다. 2021년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펜트하우스Ⅱ’에서 천서진(김소연 분)의 대역으로 오윤희(유진 분)가 이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오윤희는 엄청난 고음으로 라이벌인 천서진의 기를 꺾어 버린다. 벨칸토는 ‘아름다운 소리’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하지만 아름다운 소리에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 벨칸토 시대가 저물고, 20세기 중반까지 벨칸토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이유이다.
본란에서 영화 ‘경주’를 다룬 1553호 기사 이후 몇몇 독자들로부터 도대체 왜 그 영화가 경주다운가에 대한 해석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영화가 난해하기만 했지 도무지 왜 그 영화가 경주다운 영화인지 모르겠다는 말씀들이었다. 영화나 소설, 특히 ‘경주’처럼 판타지적 성격이 느껴지는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이번 호에서는 순전히 기자의 입장에서 영화 경주가 경주다운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다. 우선 배경이다. 기본적으로 경주는 무덤의 도시다. 석조 유적을 제외한 대부분 건축은 조선시대 복원되었거나 재건되었고 더 많게는 1970년대 이후 경주개발계획으로 재건된 관광지들이다. 그에 비해 경주의 능들은 비록 일부씩 훼손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그대로 모습을 유지해 왔다. 신라 당시 경주는 황오동, 황남동 일대가 대부분 시가지이고 능들은 지금의 대릉원 일대, 노동동과 노서동 등 경주 시가지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삶과 죽음이 지척에서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가 다른 유적은 다 그만두고 이 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 경주다운 첫 번째 이유다. 다음으로 사람이다. 경주의 어느 대학교수가 연줄을 놓아 북경대에서 강의하도록 해달라고 조른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경주는 인연을 매우 중시하는 풍습이 있다. 오죽하면 경주에서 행세 깨나 한다는 사람들은 보통 계 모임을 열 개쯤 가지고 있고 사업이라도 할라치면 동창회나 체육회, 지역 모임 등에 가입해 활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작은 인연을 놓치지 않고 북경대에서 강연이라도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하는 경주교수의 부탁은 이런 경주의 심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주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대놓고 드러내지 않지만 은근히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게 통하지 않으면 혼자 비방하고 화낸다. 그런 마당에 경주의 교수가 대놓고 부탁한 것은 어지간한 용기가 아닌게 그게 거절 당했으니 그 감정이 얼마나 거칠어지겠는가? 이런 심리는 극중 윤희(신민아 분)에 대한 영민의 마음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윤희를 짝사랑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 윤희의 집에 들어가는 최현에게 신분증을 보여 달라며 압박하고 화내는 모습은 그런 경주사람들의 내면을 보여준다. 셋째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신비성이다. 이것은 대구와 보문에서 하루에 두 번이나 우연히 만난 모녀와 그녀들의 죽음에서 먼저 확인된다. 최현이 다시 찾은 점집에서 어제까지 있었던 점치는 할아버지가 사실은 몇 해 전에 돌아가신 분으로 드러나면서 다시 삶과 죽음의 공존이 일어난다. 하이라이트는 최현이 국수집에서 나와 뜬금없이 도망치는 어느 길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나 사람들이 죽어 나자빠진다. 이런 이야기들은 영화의 전개와 전혀 전혀 상관없는데 굳이 왜 이런 장면들이 들어갔을까? 경주의 능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징물이듯 영화는 이 어처구니없는 장치들이야말로 경주라는 공간을 역설해 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북천의 어느 징검다리쯤으로 묘사되는 곳에서 최현이 오래 전 자신이 들었던 물소리를 듣는 것에서 다시 드러난다. 영화에서 그 하천은 바짝 말라 물이라고는 채 발바닥을 적시지도 못할 만큼 마른 하천이다. 경주를 묘사하는 많은 시와 소설, 만화들은 이 마른 하천 뿐 아니라 어느 지역 어떤 유적이건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물결 도도한 하천과 사사성장 탑탑안행의 경주로 변모시켜왔지 않은가? 영화 속 경주는 현실과 현장의 경계를 마구 허물고 있는 셈이다. 대미는 마지막 찻집 장면에서 마침내 문제의 춘화도가 나오는 것으로 장식된다. 여기에는 최현과 함께 이미 죽은 사람으로 묘사된 창희와 최현, 최현의 친구 춘원 그리고 윤희까지 함께 등장한다. 시간과 사람이 엉망진창 뒤섞인 느낌이다. 다행히 이미 영화는 이런 조합까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만큼 진화한 뒤다. 이 장면에서 더욱 경주다운 것은 춘화도에 대한 해설이다. 창희는 춘화도의 여인을 최현으로 묘사하고 춘화도의 남자를 자신으로 표현한다. 즉 춘화도가 남녀의 교합이 아닌 남남, 남색의 현장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진위여부를 떠나 화랑세기에 나오는 숱한 남색(男色)의 기록은 영화의 단초를 제공하고도 남을 것이다. 거기서 오히려 윤희는 색과는 전혀 상관없는 방외자임이 드러난다. 마치 화랑세기에서 남색으로 인해 남편을 빼앗긴 여인들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영화 전반부 창희의 아내가 최현에게 했던 말들, 최현이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 헤어질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나 깊은 밤 윤희의 집까지 따라가서 ‘별일’ 없이 떠나는 것이 동시에 이해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는 춘화도 속 황새처럼 이 영화를 아리송하게 바라보고 있다. 물론 기자의 해석이 완전히 틀렸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영화 경주를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독자들의 비판과 해석이 기대된다.
경주 출신 극작가 겸 연극감독인 강훈구<인물사진> 감독이 연출하는 ‘공놀이클럽’의 신작 연극 ‘로켓 캔디’가 ‘2022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 작품’으로 선정돼 11일부터 2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작품은 SF 소재 연극이란 점에서 먼저 눈길을 끌고 캔디로 만든 로켓이란 내용에서 또 한번 흥미로운 상상을 자극한다. ‘로켓 캔디’는 인간이 달을 개척하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2043년을 배경으로 하는 SF연극이다. 달에 매장된 천연광물이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고 로봇은 노동을 전담하게 되며 인간은 더 이상 삶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배경이다. 그러나 그런 안락한 세상이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충족된 세상에서 인류는 스스로의 가치를 잃은 채 철저히 무력해지는 것은 아닐까? 연극은 유토피아의 실체에 대한 이런 의문을 구식 고체 로켓에 천착하고 있는 2043년의 소녀 ‘지구’를 통해 질문한다. 17살 소녀 ‘지구’의 꿈은 8살 때 헤어진 아빠를 찾아 달에 가는 것이다. 지구의 유일한 특기이자 취미는 설탕과 질산칼륨을 섞어 만든 캔디로 로켓을 만드는 것. 어느 날 지구의 로켓이 폭발사고를 일으켜 사람들이 다쳐 지구는 그 죄로 소년원에 갇힌다. 그 지구 앞에 ‘우주’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몰래 설탕을 훔치고 질산 칼륨을 만들어 로켓 캔디를 만든다. 지구는 과연 지구를 탈출해 우주로 갈 수 있을까? 이번 작품은 강훈구 감독의 또 다른 역작으로 알려졌다. 강훈구 감독은 ‘죽은 사회의 시인(2015)’ 이후 꾸준히 화제작을 만들어온 극작가 겸 연극감독으로 ’경찰공무원 근무현실과 합격 노하우(2016)’,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제 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2017)’, ‘마지막 황군·미인도(2017)’, ‘폰팔이(2018)’ 등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강훈구 감독은 코로나19가 만연하던 지난해 7월에도 근로현장을 고발한 화제작’, ‘마더퍼크 오이디푸스’로 노동계의 끝나지 않을 숙제를 정면으로 다룬 바 있다. 이번 작품에는 쟁쟁한 연기력을 갖춘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제58회 동아연극상 유인촌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박은경이 주인공 ‘지구’ 역을, <오징어 게임>의 ‘알리’역으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초거대기업 솔라리아의 설립자 ‘노아’역을 맡아 연기한다. 여기에 마두영, 서영주, 김용희, 이세준, 고유나, 류세일, 정나금 등 배우들이 함께 연기한다. 예매는 대학로예술극장 홈페이지(theater.arko.or.kr)를 통해 할 수 있다.
슈퍼 히어로 한 명이 나타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 적이 있는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억만장자가 경주에 큰 회사를 짓고, 지역 청년들을 전부 채용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귀갓길 어두운 밤이 무서운 사람이라면 당신을 지켜줄 거미 소년이 줄을 타고 나타나 주길 소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주시 청년들에게까지 신경을 쏟아 줄 전지전능한 히어로는 없다. 나는 현재 경주시청년센터가 운영하는 청년정책단 ‘경청’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달마다 모여 경주시의 숙원사업인 ‘경주 ‘희망 무지개’ 7대 청년 정책’을 공부하고, 다른 지역 정책과 비교하여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토론한다. 또, 실무자들에게 청년 정책을 건의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행사에 참석하거나, 청년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년정책단의 수는 고작 열 명 남짓이다. 우리가 아무리 의견을 모아 목소리를 내봤자 뭐가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특히나 경주시가 기획하는 청년을 위한 행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이들을 만날 때가 그렇다. 주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행사에 참여하고 싶어도 몰라서 참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러 좋은 지원 프로그램이 있어도 왜 참여도가 저조할까 단원들과 고민해보면 늘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홍보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서 사람만 모이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기업이다. 이와 달리, 시가 운영하는 행사는 사람을 모으는데 예산을 다 써버리면 정작 모인 사람들에게 줄 것이 없어진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 하는 것, 이것이 현실이다. 경주시청년센터에는 카페처럼 꾸며진 쉼터에서 무료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하는 청년, 회의실을 대관해 면접 스터디를 하고, 면접정장무료대여 ‘첫단추’ 프로그램을 통해 대여한 정장으로 면접에 가는 취업준비생, 공유주방을 대관해 요리실습을 하는 청년창업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뿐인가, 무료 심리상담이나 창업컨설팅, 매달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간절하고 절실하게 지원을 원하는 청년들은 이미 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을 얻고 있다. 그러나 경주시의 청년들이 가진 문제를 그 절실한 이들이 가져가는 혜택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경주 ‘희망 무지개’ 7대 청년 정책은 ‘청년 희망경제 프로그램’, ‘청년 복지행복 하우스’, ‘청년 문화예술 르네상스’, ‘지역대학 청년상생 플랫폼’, ‘청년 농·어부 희망 디딤돌’, ‘청년 화랑고도 커뮤니티’, ‘청년 氣(기) 살리기’로 구성되어 있다. 7대 정책 중 ‘청년 화랑고도 커뮤니티’, ‘청년 氣(기) 살리기’ 두 정책은 청년센터를 활용한 청년 커뮤니티 형성과 청년 행정참여 책임제를 통한 지역 청년들의 주인의식 고취를 골자로 한다. 이는 커뮤니티의 회복과 정치적 무관심의 해소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경주시도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주시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행정 수장의 정치력이나 탁월한 정책, 실무자들의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를 위해 모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대표하여 목소리는 낼 때, 서로의 히어로가 되어줄 수 있다. 청년의 문제는 청년에서부터 시작해야 풀린다. “청년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청년 문화 형성 및 청년 정책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청년정책단 발족의 의의다. 2022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이 행복한 소수가 그 시작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1)스페인 바로셀로나 민박집 주인 아줌마 7/2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이튿날 아침 바로셀로나에 도착, 예약해둔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스페인 최고의 관광명소인 ‘람브란스’ 거리 가까운 블록에 한국교민이 운영하는 민박집입니다. 딸의 지인 도움으로 2박 3일 간 지내기로 했습니다. ‘유니크’라는 민박집인데, 방 2개를 우리가 빌렸어요. 자기 집은 따로 있고, 이곳 아파트를 전세 내어 본가에서 왕래하며, 운영하고 있었어요. ‘충북 음성’이 고향인데, 오래전에 여기에 이민 와서 자리를 잡았다고 해요. 스페인 관광자료, 바로셀로나 여행안내지 등을 비치하여 놓고, 여행 정보도 제공해 주는 친절한 아주머니였어요. 깔끔하고 부지런하고, 상냥한데 매우 근검절약했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이 없는 짠순이 민박집 7월의 바로셀로나 여름 날씨는 매우 더운데도, 방에 에어컨이 없었어요. ‘아주머니, 에어컨이 없어요?’하고 물으니, ‘낮엔 더워도 밤엔 괜찮아요. 여긴 다들 그렇게 살아요’ 하며 대수롭지 않게 흘려버립니다. 아마 절전하기 위해 설치조차 안 한 것으로 평소 생활 습관인 것 같았어요. 더워 잠을 설치지만 불평할 수도 없고 참는 수밖에. 같은 동포로서 알뜰하게 사는 그녀의 생활방식에 맞춰 이해해주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 외 방 청소, 주변 정리, 방범등엔 더욱 신경을 써주며, 애들도 씻어주며 친절하고 곰살맞게 대해주어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아끼며 악착같이 살려고 애쓰니, 다들 자리를 잘 잡아 살구나 하는 부러움을 갖게 합니다. 떠날 때는 애들 간식까지 마련해주는 그녀의 성의에 짙은 동포애를 느끼게 했습니다. (2)바로셀로나(보케리아 시장) 교민 맛집, ’마싯타‘ 식당 바로셀로나에서 가장 으뜸 관광지인 ‘람브란스’ 거리를 가봤습니다. 이 도시는 스페인 지중해 연안에 있는 항구도시이며, 관광도시입니다. 옛날 ‘한니발’ 장군이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피레네’ 산맥을 넘어갈 때, 지나친 마을인데 하도 아름다워, 나중에 자기 가문의 도시로 삼고, ‘바로세로나’라고 한데서 전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람브란스 거리는 1㎞ 쯤 되는데 카타루나 중앙 광장에서 바로셀로나 해안까지 연결되는 도로입니다. 교통 중심지며, 상가, 식당, 꽃가게가 즐비하고, 거리의 화가, 여행객들로 북적대는 곳입니다. 길거리에 ‘삼성전자 갤럭시 로고’도 붙어있어 반갑고 우쭐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거리 중간쯤에 ‘보케리아 시장’이 있어요. ‘산 호셉시장’이라고도 하며, 수백 개의 점포가 들어 차있는 스페인 최대의 시장이지요. 여기를 구경하다 코너에서 우리 한글로 ‘마싯타’라고 쓰여있는 간이 식당을 만났어요. -청사초롱과 한글 메뉴가 걸려있는 우리네 간이 식당 교민이 운영하는 가게라 반가웠어요. 두어 평 정도되는 가게에 청사초롱이 걸려있고, 식당 이름, 메뉴 등이 순 우리 한글로 적혀 있었어요. 메뉴는 라면, 김밥, 잡채, 불고기 등이 있고, 고추장, 된장 등을 우리 교민이나 여행객들에게 식재료로 판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가게를 보고, 손님들이 가판대에서 서서 음식을 먹게되어 있었어요. 내부면적은 작지만, 일종의 맛집으로 깨끗하고 청결하더군요. 수년 전에 바로셀로나에 여행왔다가, 이 식당을 시작했다고 해요. 처음 고생을 했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니, 목(위치)이 좋아 지금은 장사가 잘된다고 여유 있게 웃어요. 무엇보다 이곳 교민들이나 동포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주어 고맙다고 합니다. -당당한 우리 한국교민, 스페인 상인과 어깨를 나란히 라면과 김치를 보자 애들이 좋아해서 어쩔줄 몰라 했어요.라면 한 그릇에 6000원 정도인데, 금새 게눈 감추듯 했고, 김밥, 만두 등을 더해서 우리도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시간이니 손님들이 가게에 들리면서, 우리는 자리를 비켜 주고, 먹든 음식을 손에 들고 쫓기듯이 비껴 서서 먹어야 했습니다. 다른 외국 손님에게 한 그릇이라도 더 많이, 더 편히 팔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유럽 제일 큰 시장에서 스페인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당당하게 삶의 전선에서 선전하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기분 좋았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leejongi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키우던 풍산개 ‘곰이, 송강’을 정부에 반납한다는 기사로 세간이 시끄러웠다. 반려동물을 가족같이 대하는 동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곰이와 송강이는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청와대에 선물한 풍산개이다.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소통과 배려의 문제로 정치하는 사람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김영삼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반려동물을 키웠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스패니얼 종류인 ‘해피’, ‘스마티’, ‘그리티’ 등 여러 마리의 스패니얼 종을 키웠다. 7세 어린 나이의 아들을 떠나보내고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이승만 대통령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이었다. 4.19 사태로 급하게 미국 망명을 한 후에도 고국에 있는 해피를 몹시 그리워하여 극비리에 해피를 하와이로 데려가 남은 생을 함께 했다. 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정희 대통령은 진돗개, 스피츠, 치와와 등 여러 종류의 반려동물을 키웠다. 퍼스트 독(First dog)은 스피츠 품종인 ‘방울이’와 진돗개인 ‘진도’였다. 방울이는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를 떠났다. 전두환 대통령은 ‘송이’와 ‘서리’라는 진돗개 두 마리를 키웠다. 진도군에서 선물한 ‘송이’와 ‘서리’에 직접 사료를 주고, 산책을 시킬 정도로 무척 아꼈고 퇴임 후에는 사저에서 키웠다. 2003년 재산 압류 때 진돗개가 경매 대상으로 등록되었고, 전 대통령의 이웃이 입찰자로 나서 낙찰을 받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되돌려 줬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후를 함께 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요크셔테리어를 키웠다. 요크셔테리어 네 마리는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함께 지냈지만, 이후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에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의 이름은 ‘단결’과 ‘자주’였으나, 우리 정부에서 ‘우리’와 ‘두리’로 개명하였다. 풍산개는 경산의 삽살개와 함께 자랐으며, 또 진돗개와 교배하여 ‘통일’이라는 자견을 낳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 공개 요청으로 서울대공원으로 거처를 옮겨 14세까지 살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르던 진돗개와 삽살개를 넘겨받았지만 쉽사리 친해지지 못하고 서울대공원으로 보낸 이후부터 재임 기간 중 청와대에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다. 퇴임 후 고향인 봉화마을로 내려갔을 때 보더콜리인 ‘누리’를 선물을 받아 키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개에 대한 가장 많은 사진 자료를 남겼다. 2009년 청와대에서 태어난 진돗개 ‘청돌이’는 이 대통령과 출퇴근, 운동을 함께 하며 대통령과 사적 시간에 늘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논현동 사저로 함께 데려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종종 알려졌으나, 2018년 이 대통령의 구속 이후 소식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젊은 시절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했던 스피츠 종 ‘방울이’를 떠나보내고, 동생 박지만 씨가 선물한 진돗개 ‘봉달이’, ‘봉숙이’도 떠나보내며 반려견을 키울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당시 이웃 주민이 선물한 진돗개 ‘희망이’, ‘새롬이’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희망이’, ‘새롬이’와 새끼 중 5마리는 혈통보존단체 등을 통해 입양됐으나, ‘태극과 리오’는 마땅한 입양처를 찾지 못해 청와대에 남아 있었다. 대한민국의 19대 문재인 대통령은 ‘동물을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이었다. 유기묘 출신으로 최초의 퍼스트 캣이 된 ‘찡찡이’와 유기견 출신이었던 퍼스트 도그 ‘토리’를 입양하여 키웠고, 이번 12월 11일에 죽은 ‘마루’는 오랫동안 키웠던 반려견이었다. 또, 북한 김정은의 정상회담 선물로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은 국유재산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문 전 대통령이 키울 수 있도록 배려를 하지 않아 더 이상 키울 수가 없어 국유재산이기 때문에 정부에 반납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반려견을 선거 득표 목적으로만 종종 키웠다. 이제 반려동물은 가족과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 보편화 된 시대임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통일신라 신문왕이 죽자 그의 아들인 효소왕은 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탑을 세웠다. 692년에 조성한 것으로 전하는 황복사지 삼층석탑이다. 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37호로 지정된, 낭산(狼山)의 대표적인 유적 중 하나다. 1942년 탑 해체수리 과정에서 2층 지붕돌 안에서 금동 사리함과 함께 경주 구황동 금제여래좌상(국보 제79호), 경주 구황동 금동여래입상(국보 제80호) 등 많은 유물이 나왔다. 발굴 유물 중 하나인 금동 사리함 뚜껑 안쪽에 탑을 건립하게 된 경위와 발견된 유물의 성격이 기록돼있었는데, 효소왕의 뒤를 이은 성덕왕이 즉위한 지 5년만인 706년에 사리와 불상 등을 다시 탑 안에 넣어 앞선 두 왕의 명복을 빌고 왕실의 번영과 태평성대를 기원했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베일 벗는 황복사 황복사(皇福寺)는 ‘삼국유사’에 654년 의상대사(625~702)가 출가했다고 기록된 절로, 건립 연도와 창건자 등 자세한 사항은 알려져 있지 않다. 황복사 탑으로 전해지는 삼층석탑이 있다는 이유로 황복사지 삼층석탑 앞 건물 터는 오래 전부터 황복사지로 불렸다. 엄밀히 따지자면 ‘전(傳) 황복사지’인 셈이다. 그리고 황복사는 삼층석탑 해체 때 나온 금동 사리함 뚜껑에서 ‘죽은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신성한 영령을 위해 세운 선원가람’을 뜻하는 ‘종묘성령선원가람’(宗廟聖靈禪院伽藍)이란 명문이 드러나 신라왕실의 종묘 구실을 한 왕실사원으로 추정돼 왔다. 사실 이 사찰 터는 일찍이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일본 학자 노세 우시조(1889~1954)가 신라의 왕릉급 무덤에서만 주로 발견되는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호석을 발굴해 많은 관심을 받아온 지역이었다. 하지만 경력이 일천한 젊은 학자 노세의 조사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조선총독부는 출토유물의 노출공개를 허락하지 않았고, 이 부조상은 발굴 이후 다시 묻히게 된다. 노세의 첫 발굴 이후 국내 학계에서는 여러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이 십이지신상이 원래는 왕릉에 썼던 부재였으나, 어떤 이유로 왕릉이 폐기된 이후 황복사 건물의 기단터를 장식했던 것으로 추정해왔다. 십이지신상 면이 완만하게 휘어져 있고 더구나 다른 곳에서는 건물 기단에 십이지신상을 설치한 예가 없다는 점이 그 근거였다. 게다가 절터 인근 들판은 폐왕릉지로 추정돼 왔다. 무덤 조성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석재가 여럿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덤의 주인은 신문왕으로 봤다. 인근에 신문왕을 위한 석탑(황복사지 삼층석탑)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정리하자면, 이 지역이 홍수 등의 이유로 어느 시점에서 더 이상 무덤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자 왕릉을 폐기한 뒤 석재를 가져와 건물에 사용했다는 게 학계의 추정이었다. 그러던 중 폐기된 왕릉지에 대한 발굴이 이뤄졌다. 성림문화재연구원은 2016년부터 황복사지와 그 주변에 대한 발굴 조사를 벌였고, 2017년 2월 첫 결과를 내놨다.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이 왕릉이 실은 어느 누구의 무덤으로도 사용된 적이 없는 가릉(假陵)이란 것이었다. 무덤의 주인은 효성왕(재위 737~742)으로 추정됐다. ‘효성왕이 죽은 뒤 매장을 하지 않고 법류사 남쪽에서 화장하여 동해에 뿌렸다’는 기록을 근거로, 효성왕의 무덤으로 사용하려다가 화장과 산골이 결정되면서 왕릉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폐기된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삼층석탑 앞 건물지에 묻혔던 십이지신상도 이 미완성 왕릉에 쓰였던 십이지신상을 재활용했을 것이란 견해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림문화재연구원은 2017년 2차 조사에서, 땅에 뭍혀 있던 십이지신상 면석의 크기를 실측한 결과, 이들은 절터 앞 왕릉에 쓰인 석물보다 크기가 훨씬 작고 뒷부분 탱석 얼개도 달랐다. 미지의 다른 왕릉 석물에 새겨진 십이지신상을 재활용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신라 왕실사찰의 웅장하고 화려했던 면모도 드러났다. 국내 발굴 사상 최대 규모의 대석단 기단 건물터와 대형 회랑, 연못 등 크고 작은 유적이 무더기로 드러난 것이다. 유적 안에선 금동입불상 등 불상 7점을 비롯해 1000점 이상의 유물도 쏟아졌다. 왕실사원 성격과 관련해 주목한 곳은 탑 아래의 대석단 기단 건물터였다. 십이지신상 기단 건물터에 덧붙여 동-서 축선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내부에 대형 회랑을 돌린 독특한 얼개는 경주의 기존 신라 유적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가람 배치 방식이었다. 게다가 건물터 뒤에 삼층석탑이 놓여 있다는 점에서 문-탑-금당의 일반적인 고대 가람 배치와 다른 문-금당-탑의 배치구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쌍탑 가람? 경주 불국사에 가면 대웅전 앞마당에 두 개의 석탑이 나란히 서 있다. 다보탑(국보 20호)과 석가탑(국보 21호)이다. 지금은 터만 남은 감은사지에도 동·서 삼층석탑이 마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쌍탑의 시원은 679년 낭산 남쪽에 들어선 사천왕사로 알려져 왔다. 옛 신라에선 1탑이었다가 삼국통일 직후 사천왕사에서 최초로 쌍탑 가람 배치가 나타났고 이후 감은사·불국사를 비롯해 통일신라 사찰의 기본 틀이 됐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2019년 이곳에서 쌍탑의 기원이 삼국 통일 이전인 옛 신라 때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쌍탑 목탑터가 발견돼 화제가 됐다. 앞서 언급했듯 황복사는 ‘삼국유사’에 654년 의상대사가 출가했다고 기록된 절이다. 그런데 황복사지 삼층석탑은 통일신라 때 신문왕이 죽자 아들인 효소왕이 692년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탑이다. 의상이 출가할 때와 석탑을 조성한 때가 30년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황복사에서 탑돌이 의식을 주관했던 스님이 공중에 떠서 탑을 돌았고, 그 위신력으로 함께 따르던 무리들도 공중에 떠서 탑돌이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공중에 떠서 탑을 돌았다’는 데 주목했다. 석탑에는 기본적으로 계단이 없다. 황복사지 삼층석탑도 마찬가지다. 반면 계단이 놓이는 목탑이었다면 이 같이 묘사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이 절터가 황복사가 있었던 자리가 맞다면, 현재 남아있는 삼층석탑을 세우기 전 목탑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두 개의 목탑지로 추정되는 유구(遺構)가 발견된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국립경주박물관장이던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목탑 터가 맞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쌍탑 가람이고, 쌍탑의 시작이 늦어도 7세기 중반 옛 신라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다수 학자들은 황복사가 ‘신라 최초의 쌍탑 가람’이라는 의견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목탑 터로 보기엔 규모가 작고, 중문 터와 탑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게 주요 이유다. 발굴조사를 주도한 성림문화재연구원 박광열 원장도 “목탑 터 바로 옆에 귀부 자리가 있는 것으로 볼 때 종묘와 관련된 곳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했다. 어찌됐건 황복사지 일원에 대한 3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통일신라 이전엔 남북 선상으로 금당지로 추정되는 건물지와 동·서 목탑지, 중문지 등의 유구가, 통일신라 때는 동서 선상으로 십이지신상 기단의 건물지와 황복사지 삼층석탑, 동·서 귀부 등이, 고려시대엔 초석건물지와 관련시설 등이 각각 확인됐다. 결국 삼국유사 기록처럼 통일신라 이전 옛 신라 때도 사찰이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김운 역사여행가
경북도는 경북관광협회와 함께 지난 8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관광업계 대표, 관광종사자, 시군 공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9회 관광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사진> 이날 기념식은 세계 관광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 관광인의 화합과 사기진작을 위해 마련했다. 행사는 관광진흥 유공자에 대한 표창과 공로패 전달, 경북 관광의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위한 ‘세계와 함께하는 관광경북’ 기념 퍼포먼스와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했다. 당초 9월 27일 관광의 날에 맞춰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9월 초 발생한 태풍 힌남노 피해의 조기 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행사를 연기했다. 이날 관광진흥유공 표창은 신규 관광개발사업을 통해 지역관광활성화에 기여한 안동시 관광진흥과 김소은 주무관 등 5명이 시·군 관광부서 우수 공무원 도지사 표창장을 받았다. 관광진흥 유공부분 기관표창에 리첼호텔(대표 안희정), 민간인부분에서는 한미여행사 대표이사 유장용 등 17명이 도지사 표창패를 받았다. 또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관광업계 임직원 8명에 대한 경북관광협회장의 표창과 관광자원 개발과 관광수용태세 개선에 기여한 공무원 및 유관기관 관계자 4명에 대한 경북관광공사사장의 감사장 수여도 있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메타버스 속 아바타와 VR드로잉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관광 경북의 미래를 담은 특별 공연과 경북관광의 재도약을 위한 뜻을 하나로 모아 ‘관광의 미래 경북 힘으로’를 주제로 한 기념 퍼포먼스도 함께 펼쳤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의 우수한 관광자원을 잘 엮어 세계인이 찾아오는 관광경북을 만들어 가겠다”며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지역관광의 얼굴인 만큼,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친절과 미소로 신뢰를 쌓아 다시 찾고 싶은 경북을 만드는 데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경북도의 내년 농축산유통 분야 예산으로 1조351억원을 편성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는 올해보다 1071억원(11.5%) 증액된 것으로 본예산 규모로는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도는 코로나19 장기화 및 고령화 농촌인구 감소, 고유가, 물가상승 등으로 침체된 농촌경제를 살리고 농업 대전환을 추진하는데 중점을 뒀다. 민선 8기 도정홍보는 물론 농촌의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해 농업농촌의 4차 산업화로 기존 농업정책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경북 농업대전환 사업을 대폭 반영한 것. 경북도는 올해 8월 각 분야 전문가 72명으로 구성된 농업 대전환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위원회에서 도출된 역점 시책 사업으로 4개 분야 25개 과제, 2077억원을 채택했다. 이 중 경북 농정 대전환 사업의 대표 역점시책으로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 사업에 29억원을 편성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신개념 농촌마을로 마을 전체를 영농 법인화하고, 공동영농체계를 갖춰 청년농업인과 기존농업인이 함께 공존하는 농촌 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구미·문경·예천 3개 지역을 선정해 공동영농에 필요한 스마트한 시설 장비와 공동급식시설을 지원하고, 첨단 시설(시설원예, 곤충), 가공시설 장비, 청년 주거공간 및 브랜드개발 지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 팜 조성사업에도 79억원을 편성했다. 청년농들에게 적정 임대료만으로 스마트팜을 경영하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농가 고령화 및 이상기후에 대응해 첨단 농업 인프라 구축을 통한 청년농 및 신규 창업농들의 인구유입을 위한 임대형 수직농장 조성사업에도 20억원을 편성했다.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지원(90억원), 농촌 돌봄마을 시범단지(55억원), 농산물 산지유통센터 설치지원(83억원), 농산물 생산유통기반구축지원(37억원) 사업도 추진한다. 삶이 활기찬 행복농촌 조성을 위한 농촌공간 정비사업에 129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농촌 주거지 인근 축사·공장 등 유해시설을 철거·이전해 농촌공간을 재조정함으로써 농촌을 농촌답게 꾸며보자는 사업으로 이번에 확대·편성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포항, 경주, 상주, 고령, 영양 등 도내 5개 지역이 선정돼 내년 한해에만 국비 100억원을 지원받는 사업성과도 거뒀다. 과수 농가의 농업환경개선을 위해 과실전문 생산단지 기반 조성사업에 193억원을 편성했다. 중소형 농업기계 공급지원 사업에는 48억원, 공익증진 직접 지불제에는 4079억원이 편성됐다. 또 수출규제 강화, 비료 가격 급등에 따른 식량 안보 확보와 농업인의 경영 부담완화를 위해 무기질 비료가격 인상차액 예산 168억원과 함께 농작물 재해보험료 지원 예산 180억원도 편성됐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2023년 농축산유통분야 예산 1조원 시대를 맞아 농업대전환을 통해 농업기초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역만이 아닌 전국에서 인정받는 농도 경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