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률사에서 도난당한 지장탱화가 20여년만에 경주로 돌아온다. 백률사 지장탱화는 대웅전 본존불 뒤에 봉안됐던 노사나불탱화와 함께 2001년 6월 18일 새벽 도난됐으며, 노사나불탱화는 2017년 4월 환수돼 현재 불국사 성보박물관에서 관리·보관하고 있다. 지장탱화는 2020년 7월 도난문화재 은닉처에서 발견됐다. 당시 포항 보경사, 구례 천은사, 구례 화엄사, 순천 선암사 등 14개 사찰의 32점 도난 문화재와 함께 발견된 것.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도난 문화재 관련 2심 선고에서 원소유자로 소유권이 인정됐다. 이에 회수된 탱화는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남은 행정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며, 올해 중으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장탱화의 크기는 가로 245cm, 세로 277cm로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열 명의 시왕 등 지장보살의 주요 권속이 배치돼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탱화가 제대로 보존이 되지 않아 약간의 손상은 있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 칼로 도려내 가져가 장황이 없는 상태라 경주에 돌아가도 바로 공개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탱화는 1900년 작품이며 근대 중요한 역사적 사실과 관계가 있는 경우 문화재지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북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수가 많아 문화재지정이 힘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불교조계종은 전국 25개 교구를 둔 본사가 있고, 거기에 말사가 예속되는 본말사제도가 있다. 백률사는 불국사 말사이기 때문에 행정절차가 종료되면 본사인 불국사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불국사 성보박물관 측에 따르면 앞서 반환된 노사나후불탱화는 도난당한 뒤 말려져 보관돼 온 탓에 훼손이 심한 상태라면서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환받은 상태 그대로 수장고에 보관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훼손이 심한 문화재는 대중에 공개하기 전 보존처리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아직은 계획된 바가 없다고 했다. 한때 불교문화재가 돈이 된다는 이야기가 떠돌며 불교문화재 도난과 불법거래가 심각해졌다. 이 시기 한적하고 외진, 보안 장치가 없는 사찰은 문화재 절도범들의 타깃이 됐다. 특히 불화는 불상, 석탑 등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크기가 상당한 불화라도 그림 부분만 오려서 접거나 말아 부피를 줄여 이동이 가능했기에 도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대한불교조계종과 경찰청, 문화재청은 협력관계를 맺어 도난 예방과 도난 성보문화재의 조속한 환지본처를 위해 문화재 보호법상 도난 관련 공소시효 확대, 문화재에 대한 선의취득 제도 폐지 등 제도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도난 된 문화재들이 하나 둘 제자리를 찾고 있다. 회수된 문화재 중에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도난된 비지정문화재들도 현재 기준으로 재평가했을 때 국보나 보물로 승격이 가능할 수 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경주의 도난 문화재들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고, 20여년 동안 구겨져 빛을 보지 못했던 백률사 탱화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하루빨리 재조명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한편 백률사 탱화는 1997년 경북도로부터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돼 등록문화재에서 삭제됐다. 반면 1900년에 조성된 서울 미타사 금수암 신중도는 화면 구성 및 도상 차용에 있어 20세기 초반 경기지역 신중도의 새로운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문화재적 가치가있다고 판단돼 지난해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경주시의회 이철우 의장이 14일 농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농협중앙회 이성희 회장을 대신해 안강농협 최덕병 조합장이 이철우 의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꽃의 정령과 나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삶이 예순을 훌쩍 넘어 버렸다. 홀로 바람처럼 흘러온 삶 외롭고 고독함이 덕지덕지 딱지처럼 엉켜 붙어 파멸해갈 때 꽃의 이야기와 시선이 있었고, 정령의 모습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는 생명이며, 한 몸이 되어버린 그 이야기들을 화면에 올려놓는다.
경북문화관광공사와 재단법인 문화엑스포 통합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는 지난 1일 경북도문화관광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수정 의결했고, 9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된다. 이에 따라 지난 1996년 설립한 재단법인 문화엑스포는 폐지수순을 밟게 된다. 경북도는 문화관광분야의 유사기능을 효율적으로 통합운영해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통합을 추진해왔다. 도는 도의회 본회의 통과 후 문화엑스포 청산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1일 통합 기관을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도 있다. 공기업과 재단법인 간 통합 관련 위법여부와 경주시 보조금 지속 부담 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개정안 부칙에 재단법인 문화엑스포의 모든 재산과 권리·의무는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이를 포괄승계하기로 한 것을 두고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공기업과 재단법인의 통합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법률적으로 포괄승계가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경북도와 경주시가 절반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주세계엑스포공원 부지와 건물에 대한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주엑스포공원 운영을 위해 전체 예산의 25%인 25억원 이상을 매년 경주시가 부담하고, 경북도는 향후 경주시 부담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도는 공사와 문화엑스포의 설립근거는 다르지만 재단법인 해산·청산 후 통합하는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법인 청산절차에 따라 엑스포 재단 출연금을 처리하고, 부지는 민간위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공기업 축소 방안에 맞춰 이른바 ‘짜맞추기식 행정’이라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현재 공기업과 재단법인 간 통합 관련 법적 위반 여부를 검토 중에 있고, 향후 경주시 보조금은 승인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반발하고 있다. 법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통합부터 서두르면 경주엑스포공원의 미래 도 기대하기 어렵다. 경북도는 먼저 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주시민들이 통합에 수긍할 수 있도록 경주세계엑스포공원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도 하고 발전도 있다.
아동학대는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다. 아동학대 한 건 한 건이 피해아동에게 평생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 지자체의 관심도 높아져야만 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주지역에서 아동학대신고 접수건수는 2020년 155건, 2021년 200건, 2022년에는 150건이었다. 최근 3년간 평균 신고건수로는 168건이며, 이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이중 실제 학대사례로 확인된 것은 2020년 103건, 2021년 134건, 2022년에는 78건이다. 지난해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아동학대 유형별 사례로 보면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신체·정서·성(性)·방임 등 유형별 아동학대 중 신체학대와 정서학대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학대 유형들 중 3개 이상 학대가 복합된 ‘중복학대’가 78건 중 29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아동학대가 늘고 있고, 신고 건수도 줄지 않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전문보호기관과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주지역을 관할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북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유일하다. 하지만 경북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주를 비롯해 경산, 군위, 영천, 의성, 청도 등 경북 남부지역 6개 시·군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종사자들이 담당하는 아동학대사례도 1인당 무려 46~50여건에 이르는 등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경주지역은 읍·면·동 간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상담 장소도 없고, 학대 가해자들은 대부분 공격적 성향이 강해 상담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동학대에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아동전문보호기관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년 시절 학대 경험은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범죄 등 사회적 문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법과 제도만으로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빈틈없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제라도 아동이 안전한 도시 조성을 위해 아동전문보호기관과 피해아동을 학대자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는 시설 등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한 경주시의 조속한 후속조치를 기대해 본다.
심각한 기후 위기로 인해 재생에너지 100%(RE100)와 탄소중립(넷제로)으로 달려가고 있는 ESG 체제는 이제 가시화되고 있다.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에너지(석탄과 석유) 사용을 중지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인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겠다는 RE100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난제가 있다. ESG가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시작해 전 세계 기업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어서 일개 소비자이자 시민인 우리와는 별개의 일로 생각하거나,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최근인 2023년의 세계 기상이변만 살펴보자. 대기의 강이 미국을 덮쳐 캘리포니아 전역이 3주째 폭우에 시달렸고, 이 대기의 강은 뉴질랜드로 옮겨가 현재까지 물바다를 이루고 있다. 또한 미국의 눈 폭풍과 폭설, 러시아의 기록적 한파, 남아메리카의 심각한 가뭄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유례없는 한파로 기후 위기를 체험하는 중이다. 이런 기후 문제의 책임을 화석연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책임을 물리고 ESG 경영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RE100달성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과 생산품에 대해 탄소세와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는 방법이 모든 나라에 공평한가에 대해서는 소신 있는 발언이 필요하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작년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렸다. 이 총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배출된 온난화 가스로 인해 막대한 재해를 입게 된 개발도상국에 대한 ‘손실과 보상’에 기금조성을 합의했다는 것이다. RE100이 선언되기 전에 다루어져야 할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로 인한 재난에 대해 이제라도 당사국들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합의만 했을 뿐이지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RE100이 준비된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 국경세와 탄소배출권거래제로 호재를 누리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에 미국 내 자동차 판매 수입보다 더 많은 탄소배출권 판매로 16억 달러(2조145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2021년 중국에서만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으로 3억9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5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테슬라를 비롯해 전 글로벌기업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7%를 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본다면 암담하다. 2023년 시범적으로 보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철강 알루미늄 등 우리 산업계는 일종의 ‘탄소 관세’로 연간 약 5309억원을 부담해야만 한다. EU에서 주장하는 탄소 1톤당 100달러에 이른다면 이 금액은 3~4배가 늘어날 것이다. 이쯤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요구하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혹은 이전에 일어난 기후 위기에 대한 선진국들의 손실과 보상 문제를 다시 거론해보자. 시행착오를 거쳐서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해낸 그들의 제품으로도 이익을 보겠지만 이미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한 애플사 등은 탄소배출권을 팔아서 막대한 이익을 보게 된다. 거시안적인 관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시뮬레이션하면서 ESG를 준비해야 한다. 넷제로와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 재난을 간과한다면 기후재앙보다 더 먼저 경제재앙의 그물에 갇힐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가 기존 우리가 쓰는 전기값보다 비싸다는 현실도 적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자체도 거시적인 안목으로 다시금 행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각 공공기관이 ESG 관점에서 스스로 평가하며 준비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만이 ESG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도 머지않아 이 평가가 필수적으로 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영역 안에 기업과 기관, 소상공인들, 학교, 자영업자들을 ESG 측면에서 제도와 협력을 통해 도와야 한다. 더불어 이런 ESG의 구조 아래 그린플래이션 속에 폭풍처럼 휘둘릴 수밖에 없는 소비자 즉 일반시민인 우리가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의식 있는 소비자(시민)들이 ESG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움직임이 있다. 가정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며 올바른 삶의 방향성을 설정해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닌 환경과 사회 그리고 경영과 더불어 ESG로부터 파생될 경제문제까지 살피는 ESG 교육이 경주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동학정신이 의식을 완전히 바꾸는 동학혁명으로 이어졌듯이 세계적 흐름 속에 매몰되지 않고 한국적 ESG혁명의 불씨가 경주에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집 앞 담장의 목련 가지 끝이 한껏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머잖아 봄소식을 터뜨릴 기세이다. 지난 4일은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이었다. 태양의 주기로만 보면 봄의 절기에 들어선 만큼 봄 맞을 채비를 집집마다 하고 있다. 그런 습속으로 예전에는 대문에 붙이던 입춘방의 축문을 서로 주고 받으며 덕담을 건넸다. 입춘축의 여럿 중에 ‘입춘대길 건양다경’이 가장 많이 보인다. ‘봄을 맞이하여 좋은 일이 깃들고, 밝은 기운을 받아 기쁜 일이 많이 생기라’는 댓구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보고 지나치는 ‘건양다경’이라는 단어 중, 건양에 대한 아픈 역사가 보인다. 조선은 중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였다는 뜻에서 황제라 칭하고 원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894년 갑오개혁이 이루어지며, 공식적인 고종의 첫 번째 연호가 바로 이 건양(建陽)이다. 그러나, 이는 1895년 을미사변 후 양력을 강제로 도입하도록 하는 일본의 압력이 작용해 만들어진 연호다. 이 건양은 새로운 연호인 광무로 바뀌기까지 1896년 1월부터 대략 1년 8개월 동안 사용했었다. 입춘과 오랜 기간 대구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우리 정서에 녹아 있지만, 역사적 의미를 바로 알고 사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입춘은 희망의 봄을 맞이하는 절기인 반면, 우리에겐 여전히 많은 아픔을 경계하는 계절의 마디이기도 하다. 입춘추위에 장독 터진다는 말이 있듯 꽃샘추위가 몇 번쯤은 더 왔다가야 비로소 봄이 오기 때문이다. 근년에 들어와서 날씨 변화를 더욱 많이 느끼는 터이고, 우리 지구가 여기저기 몸살을 앓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지구가 비스듬히 서 있고 그 바깥을 도는 태양의 길과 이 땅에 쪼이는 태양의 빛으로만 봐서 입춘이 딱 봄이 시작하는 날인 것은 분명하다. 전문적 용어론 태양의 황경이 315도에 위치하는 날이다. 아직은 땅덩이가 식어 있고 그 냉각된 복사열과 함께 그간 엘니뇨와 라니냐로 일컬어지는 대류열 시스템의 고장 때문에 이상 기후를 자주 만난다. 참고로 동지는 황경 360도로 이 땅에 햇볕을 가장 적게 비치는 절기이고 춘분은 270도로 알려져 있는데, 절기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응용이 치밀함을 알 수 있다. 그런 치밀함과는 상관없이 요즘 날씨와 기후는 마치 천천히 다가와서 빠르게 휙 지나가는 불규칙한 진자운동을 보는 듯하다. 봄은 터무니없이 짧아져 순식간에 지나가고 봄의 온기를 채 느껴보기도 전에 이내 더워진다. 겨울과 여름만 존재하는 계절이 된 것이다. 이제 한반도는 더운 기간만 따지면 아열대성 기후라고 할 수 있겠다.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현실과 더불어 기후 역시 여느 사회나 자연 현상과 마찬가지로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을 타고 있는 모양세다. 더울 땐 너무 덥고 추울 땐 너무 춥다. 문제는 이 순환의 고리를 사람이 간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화석연료의 사용, 각종 산업공해와 교통공해들이 대두되며 지구가 심각한 환경위기에 처했다. 이게 이상 기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인간의 지혜가 ESG라는 전문용어로 다소 늦은 듯 자리잡은 것은 그나마 매우 다행한 일이다. 70년대 중반 하나뿐인 지구가 오염되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경계하여 지속가능한 개발을 들고 나온 지 반세기, 환경과 사회를 보듬는 사업이 실행되고 정책적으로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지배구조로 확대된 것은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횡포를 적극적으로 방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입춘을 지나면서 아득한 남쪽에서 묻어올 봄을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봄볕 같은 소망을 기다리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은 입춘 추위는 꿔서라도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가올 2023년의 봄은 희망과 긍정이 선순환하는 첫걸음이길 바란다.
필자의 이름 ‘성찬’을 두고 오래전 고인이 되신 외할머니께서는 걱정이 많으셨다. 고뿔이라도 들어 콧물을 흘리고 기침이라도 할 때면 이름을 잘못 지어 병 치레를 한다고 혼잣말을 하시곤 하셨다. ‘성찬’을 ‘성치 않은’이라는 의미인 ‘성찮’으로 생각하신 것이다. 그래서 외손자 이름을 바꾸라고 하셨단다. 감은사지의 소재지인 옛 양북면은 어느 외조모의 생각인지 21.4.1 문무대왕면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우리 경북의 경우만 하더라도 면의 명칭을 바꾼 예로는 포항 대보면이 호미곶면으로, 울진군 서면을 금강송면, 원남면을 매화면으로 변경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지명 명칭을 바꾸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양북면 명칭을 이렇게 바꾸면 바로 남쪽에 위치한 양남면은 어떻게 하지? 양북이 없는 양남이라 아무래도 이상하다. 부질없는 생각을 접고 감은사지를 찾아 집을 나선다. 경주에서 문무대왕면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먼저 보문단지를 거쳐 추령터널을 지나는 길이 있다. 또 터널을 지나지 않고 추령재를 너머 꼬불꼬불한 옛길로 갈 수도 있고, 불국사로 해서 토함산 터널을 지나는 길, 석굴암을 비껴 토함산을 너머 장항리사지를 거치는 길이 있다. 최근에는 토함산 터널을 지나는 길로 주로 다니지만 추령재 꼬불꼬불한 길이 가장 운치가 있다. 토함산 동쪽 골짜기를 흘러 내려온 개곡물과 함월산에서 기림사를 지나온 호암천이 만나고 이어 용동천이 합류하는 지점이 와읍이다. 와읍을 지나면서 경주 사람들이 널리 알려진 유머가 생각난다. 경주 동쪽 재 너머 읍이 셋이라는 것이다. 이곳 와읍을 비롯하여 석읍과 감포읍이다. 그런데 감포읍은 실제 행정구역으로 읍이지만 와읍과 석읍은 오지이다. 읍일 리가 없지만 지명이 그러하다. 고려 고종 25년 몽고군이 침략해 왔을 때 황룡사 9층탑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재들이 불에 타고 말았다. 당시 황룡사에는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성덕대왕신종보다 네 배가 더 큰 종(49만 근)이 있었다. 그 종을 몽고군이 이곳 대종천으로 해서 가져가려다 폭풍우를 만나 그 종은 가라앉고 말았다. 이후 이 하천을 큰 종이 지나간 하천이라고 해서 대종천이라고 하고 그 뒤로 풍랑이 심하면 그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탐색에 나섰지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야기는 황룡사의 종이 아니라 감은사의 종을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훔쳐가다가 대종천에 빠뜨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하천 이름이 처음으로 나오는『대동지지』,『동여도』,『대동여지도』에는 동해천(東海川)으로 기록되어 있다. 동해천은 고유명사라기보다는 ‘동해안에 면에 있는 내’라는 뜻인데, 일제강점기에 전해오는 전설에 따라 대종천이라 한 것으로 보인다. 문무대왕면 소재지에서 그 남쪽으로 대종천을 따라 뻗어있는 도로를 한참을 가면 바다가 보인다. 이 지점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멋진 3층석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이다. 감은사지가 있는 이 지역을 ‘용담(龍潭)’이라 하였는데 1914년 일제강점기에 이웃 마을인 원당리(院堂里)와 행정구역이 통폐합되면서 용당리가 되었다. 용담이라면 용이 깃든 소(沼)라는 의미이다. 감은사지 금당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로 소(沼)가 있는데 지금은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 동해안 일대는 약 12만 5천 년 전 간빙기에 해수면이 현재보다 약 6m 정도 높았을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또 다른 연구자에 의하면 매년 0.3mm씩 이 지역이 위로 솟아오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곳까지 바닷물이 차올랐으며, 감은사가 창건된 것이 1300여 년 전이니 그동안 대종천 토사가 퇴적되었을 것이므로 당시에는 이곳까지 배가 드나들었을 것이다.
홍시를 먹다 보면 꼭지 부분에 하얀 줄기가 보인다. 디오스프린이라는 성분으로 이게 변비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이걸 칼로 도려내고 먹으면 아주 간단한 걸 귀찮아서 그냥 먹는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게으름이 정말 변비에 걸리는 거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항상 이긴다는 데 있다. 빈 접시 위로 홍시 꼭지가 늘어날수록 후회도 커져간다. ‘처음부터 도려내고 먹을 걸... 변비보다 죄책감이 몸에 더 안 좋다는데...’ 작은 후회는 점점 몸집이 커져간다. 캐나다의 유명한 산악인 제이미 클라크라고 있다. 에베레스트, K2등 세계 최고봉 일곱 개 중 여섯 개를 정복한 베테랑이다. 그가 한다는 말이 높고 험준한 산은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오기 여간 힘든 게 아니란다. 그래서 등반 전에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만 전화번호부만큼 두껍다고 한다. 함께 오를 등반자가 손바닥 두께의 리스트를 잘게 나누어 체크하고 또 체크한다. 그는 강조한다. “산악 등반에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결국 작은 준비물들입니다” 당연한 소리를 이 베테랑은 왜 했을까? 한 번은 제이미가 동료와 함께 장장 14시간을 걸어 캐나다 로키 산맥의 고지대에 이르렀는데, 아차차! 라이터를 안 챙겨 온 거다! 얼은 몸을 녹이려면 뜨거운 물을 규칙적으로 마셔야 하는데 캠프도 설치하고 스토브도 준비됐고 그 속에 넣을 물 대용의 눈도 지천에 준비되었는데, 천원도 안 되는 라이터를 준비 못 한 거다.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이들은 어떻게 했을까? 고지대에서는 수분이 몸 밖으로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탈수가 와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결국 제이미와 동료들은 이를 깨물며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14시간 동안 ‘그놈의 라이터! 천 원짜리 라이터!’ 아쉬워했을 걸 생각해 보면, 작은 것이야말로 정말 큰 법이다. 신년 벽두부터 미국 전역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사태가 벌어졌다. 그 원인은, 미국 내 민간항공 안전을 위한 정부기관인 연방항공청(FAA)의 데이터베이스 파일이 손상되어서다. 그것도 딱 하나인데 말이다. 활주로 폐쇄, 비행기가 이륙 전에 조종사와 지상 직원들이 주고받는 항법 신호 등이 중단되었고, 기상 악화 등 비행에 치명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전체가 완전 먹통이 되었다. 아주 경미한 손상으로 인해 1300여 항공편이 취소됐고, 1만여편이 지연 운항되었다고 한다. 작은 하나가 정말 뼈아프게 컸던 사례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2월에 발생했다. 엄지손가락 크기의 너트 하나로 전투기 한 대가 추락했다. 공군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정비사의 실수로 너트 하나를 빼먹는 바람에 연료 펌프 구동축의 톱니바퀴에 비정상적인 마모가 발생했다. 그래서 엔진에 정상적인 연료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엔진이 정지되었으며, 결국 전투기가 추락한 것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불러온 무려 420억짜리 초대형 도미노다. 이 사고 외에도 자재 결함이나 인적 과실 등을 이유로 한 크고 작은 항공기 추락 사고가 5건에 이른다. 여기에는 북한 무인기 격추를 위해 이륙하는 과정에서 추락한 경공격기나, 역시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현무 미사일이 엉뚱하게 강릉 쪽으로 떨어진 사고는 포함도 안 되었다. 모두 사소한 실수에서 발생한 인재임에 분명하다. 흔히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자료 검색이나 카톡을 보내려면 검지 하나(아님 둘)면 충분하다. 엄지는 제법 두꺼워 자판에 잘 안 먹히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하는 사람은 여태 본 적 없고, 제일 편한 게 검지다. 재미난 건 1년 동안 손가락 하나로 핸드폰 위를 뛰어(?) 다닌 총거리가 풀코스 마라톤을, 그것도 두 번이나 완주할 정도라는 분석이다. 영국의 일크라는 마케팅 업체에 따르면, 핸드폰 화면을 올리고 내리고 문자를 주고받는 등 움직임을 분석해 봤더니 거의 83km를 뛰는 셈이더란다. 앙증스러운 검지가 에너자이저 건전지도 아닌데 아주 대단한 일을 해낸 거다. 화면이 작은 핸드폰이었다면 더 열심히 아래위로 스크롤, 아니 내달렸을 걸 생각하니 둘째 손가락에 짠한 마음조차 든다. 사소한 게 엄청나기도 하고 감정도 흔들어대고, 아주 공사다망하다.
2월 천양희 헐벗은 산속 소나무만 푸르다 늘푸른 소나무! 그 사이로 까치가 날아다닌다 살아 있는 것들이 이렇게 좋다 이곳에서 내 하루가 다 끝날 것 같다 사람은 끝이 좋아야 ... 쌓인 낙엽들 벌써 거름 되었다 누굴 위해 날 무릅쓴 적이! 하늘이 날 내려다본다 내가 날 내려다본다 내 몸 끝이 벼랑이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 산길도 끝이 있어 주저앉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까치가 覺覺覺 깨우친다 언제나 나는 늦게 깨닫는다 늦은 겨울 한줄기 바람이 능선 따라 올라온다 조심할 건 저 늦바람! 지금은 꽃샘바람이 꽃을 시샘하고 있는 중 아마도 立春大吉할 -'覺覺覺', 2월이 들려주는 음성 천양희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건, 자연, 사물, 새 등 비인간의 몸짓이나 표정에서 나의 깨달음과 고백을 이끌어내고, 인간 일반을 화들짝! 일깨우는 촌철살인의 일침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 그것은 특히 언어의 부림, 말놀이의 건너뜀에서 더 이상 초극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나는 울림을 가진다. 그 어법과 말부림은 우리 시대 시인 가운데 가장 예리하고도 날카로운 시인이 아닌가 한다. 이 시도 그렇다. 헐벗은 산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늘푸른 소나무’는 메마르고 헐벗은 현실에서 변함없이 푸른 인간에 대한 상징이다. 소나무와 교융하는 것이 날아다니는 까치. 나무 새가 화답하며 서로 어울리는 그 모습을 보는 “살아 있는 것들이 이렇게 좋다” “내 하루가 다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감격적이다. 그런데 ‘끝날 것’이 ‘끝’을 부른다. “사람은 끝이 좋아야 ..."에서 시작도 그렇지만 끝이 좋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온다. 그것은 “쌓인 낙엽들 벌써 거름 되었다 누굴 위해 날 무릅쓴 적이!”로 이어진다. 이런 반성과 고백은 시인의 것이면서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 “내 몸 끝이 벼랑이다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 “산길도 끝이 있어 주저앉는다”에서 나타나는 산길과 내 몸의 대비는 어떤가? 산길은 끝을 가지는데, 나는 내려갈 수 없다는 건, 가진 것이 몸밖에 없는 ‘불타는 홀몸’의 시인의 자각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시에서 가장 돌올한 부분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까치가 覺覺覺 깨우친다”는 구절이다. ‘깍깍깍’과 ‘覺覺覺’의 물오른 언어를 보라! 까치가 갑자기 각자(覺者)가 되어 진리를 설파한다. 이는 자리에 따라 움직이고 권력을 행사하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이면서, 홀몸의 시인의 소외와, 그럼으로도 그것을 너끈히 극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극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시인은 그것을 “언제나 나는 늦게 깨닫는다”고 세상 잇속에 따라가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 깨달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늦은 겨울 한줄기 바람이” 자신이 몸을 감싼다. 시인은 다시 한번 자신을 다그친다. “조심할 건 저 늦바람!”이라고 하여 인간의 일로 건너뛴다. 지금은 꽃샘바람이 ‘입춘대길’할 꽃을 시샘하고 있는 계절이라는 거다. ‘꽃샘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은 “立春大吉할” 인생이라는 자존감이 드러난다. 그뿐일까? 그것은 나의 생이 꽃피는 걸 시샘했던 남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남의 생이 꽃피는 걸 시샘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들어 있다. 2월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포근해졌다고 풀어져서는 안 된다. 2월은 찬물과 더운물처럼, 봄을 앞두면서도 추위가 가시지 않은 두 계절이 섞인, “꽃샘바람이 꽃을 시샘하고 있는” 욕망의 계절이다. 2월의 초입에서 이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읽어보시라.
경주 칠평도서관은 전통, 민속 관련 그림책을 전시하는 ‘사서 추천 북큐레이션’과 2권의 그림책의 원화 전시를 가진다. ‘사서 추천 북큐레이션’ 전시는 우리 민속의 명절 이야기와 풍습, 민담 관련 그림책 추천 도서 목록을 제공한다. 2월 원화전시회에서는 ‘볼품없는 상’, 3월 원화전시회는 ‘똑같이 다르다’라는 그림책의 원화를 각각 전시한다. 전시 장소는 도서관 1층 로비이며 기간은 3월 24일까지다. 이후 북큐레이션과 원화 전시회는 정기적인 전시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즐거운 독서 문화생활을 영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칠평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경주시가 건강취약계층을 위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자가 건강관리 서비스 체계를 마련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어르신들께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하고, 어르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서비스 대상은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행태 개선이 필요한 65세 이상 경주시민 420여명 이며,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참여자로 선정되면 밴드형 활동량계와 혈압계, 혈당계, 체중계, 화면형 AI 스피커 등을 6개월간 대여해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이들은 매일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 혈압·혈당 측정하기 등 건강 상태에 따른 개별 건강 미션을 수행해 스마트폰 전용 앱에 결과 값을 입력해야 한다. 향후 시는 건강측정 디바이스 구매와 전문 인력을 채용해 4월에서 6월까지 참여자 모집 후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ICT 기술을 활용해 어르신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건강 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씩 따로 보아져 전체적인 ‘국제시장’을 만들지 않습니까? 이것을 디자인으로 보면 세부적인 디테일 하나하나가 전체적인 큰 그림을 만들지요! 시우디자인센터 이시후 대표는 천상 뼛속까지 디자이너다. 영화 이야기 좀 하자는데 결국 거기서도 디자인을 엮고 들어간다. 영화 스토리를 이야기로 보지 않고 디자인의 도구로 본 노시우 대표의 시각이 오히려 재미있다. 국제시장 속에는 적어도 열 개 가까운 큰 이야기가 녹아 있다. 흥남철수 장면, 남하한 부산에서 부대끼는 모습, 구두닦기 어린 시절, 희생으로 점철되는 청년의 모습, 탄광으로 간 독일 시절, 독일에서의 연애 이야기, 돌아와 국제시장에 정착하는 모습, 꽃분이 상점에 천착하는 노인의 모습, 이산가족찾기의 눈물 어린 모습, 모든 것을 내려놓은 화해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의 전 생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런 큰 그림이 윤제균 감독이 그린 레이아웃이라면 이것은 영락없이 디자인의 레이아웃과 일맥상통한다. 어느 것은 레이밍이 되고 어느 것은 캐치프레이즈가 되고 어느 것은 CI(Corporate Identity) 혹은 BI(Brand Identity)가 된다. 이런 레이아웃을 각각 떼어놓고 보면 여기에는 또 다른 이야기 요소들이 살아 숨쉰다. 구두닦이를 스쳐 지나가는 정주영 회장과 앙드레 김의 이야기, 탄광광부가 되기 위해 쌀가마니를 들어 올리고 애국가를 열창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디테일의 요소들이다. 이런 요소들이 얽히고 설켜 화면을 구성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작업들이 그에 맞게 뒷받침되어야 하지요. 어떤 것은 세밀하게 어떤 것은 과감하게 생략해야 하는데 이런 게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전체적인 구성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노시우 대표의 설명을 영화로 옮기면 1400만 관객을 모아 흥행대박을 이룩한 국제시장은 그야말로 잘 짜여진 최고의 디자인인 셈이다. 노시우 대표는 요즘도 365일을 하루처럼 전국으로 디자인을 교육하러 뛰어다닌다. 전국 유수의 지자체 공직자나 농민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강의하고 필요에 맞는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농업을 돈 되는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지역에 맞는 특화작업과 디자인이라고 믿은 노시우 대표는 전국의 특산물이 어떻게 브랜딩되어야 하는지 꿰고 다닌다. 그게 자신만의 노하우로 작용해 또 다시 여러 지자체로부터 교육과 작업을 받아낸다. “그러니 제가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그걸 마냥 영화 자체로만 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국제시장에서 노시우 대표가 가장 영감을 받은 장면은 어떤 것일까? “저는 요즘 가끔씩 유튜브를 통해 80년대 벌어졌던 이산가족 찾기를 찾아보곤 합니다. 그 장면을 보면 우리의 암울했던 역사를 다시 새겨볼 수도 있고 가족을 사랑하는 절절한 마음도 느낄 수 있거든요. 어쩌면 제가 한창 어린 시절 제 마음속에 각인된 가장 강렬한 기억인지도 모릅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무려 136일 동안 끊이지 않고 생방송 되었던 그 방송은 당시를 지나온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겐들 뼈아프게 새겨지지 않았을까? 그 당시 피켓을 내건 이산가족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벽보나 피켓이 눈에 띄게 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문구에서부터 글씨 색. 글씨 크기와 벽보 모양 등 온갖 것을 새롭게 보이도록 구성해야 했다. 노시우 대표가 그 방송들을 일부러 찾아보는 것은 고교시절부터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노시우 대표에게는 어쩌면 원초적인 향수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저는 아직도 그 엄청난 CG가 동원된 아바타를 보지 못했어요. 아바파2가 아니라 아바타1부터 말입니다” 뼛속까지 디자인으로 무장한 노시우 대표이기 때문에 영화 국제시장이 영화가 아닌 디자인의 요소로 비친 것은 오히려 당연하지만 가끔씩은 영화가 주는 그 자체의 편암함에 빠져 아바타도 보고 국제시장도 다시 볼 것을 권한다. 365일 디자인 강연과 작업 속에서 바쁘기만 한 노시우 대표이기에 해본 말이다.
경주한수원FC가 구단 최초 아시안 쿼터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경주한수원FC는 J2리그 몬테디오 야마가타 소속의 하야타 고마츠(이하 고마츠·인물사진) 선수를 영입하며, 구단 최초 아시안 쿼터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게 됐다. 고마츠는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의 선수로 패싱력과 더불어 수비력도 갖춘 선수로 판단, 올 시즌 구단의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마츠는 요코마하 마리노스 U18세 출신으로 2017년 J3 리그 시작, 2020년 J2 리그의 몬테디오 야마가타로 진출했고, 지난해는 J2리그 Iwate Grulla Morioka 소속으로 29경기 출전 3득점을 올렸다. J2,3리그를 포함 총 142경기 7득점 5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뛰었던 Iwate Grulla Morioka에는 부천FC에서 활약했던 장현수와 이번 시즌 천안시티FC로 이적한 김종민 선수가 몸을 담았던 팀이다. 경주한수원FC에 입단한 고마츠 선수는 “K3리그의 강팀인 경주한수원FC에 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한국은 춥지만 팀원들과 관계자들이 따뜻하게 환영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한편 경주한수원FC는 3월 개막하는 K3리그를 위해, 2월 1일부터 제주도로 2차 동계 전지훈련을 떠나 리그 제패를 위한 구슬땀을 쏟을 예정이다.
경북도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한·태교류센터(이하 센터)가 지난 3일 기업 단체 관광객 115여명과 함께 경북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태국 현지의 경북홍보사무소로, 도와 공사는 최근 2년간 긴밀한 협업관계를 구축해왔다. 센터는 코로나19 상황에도 태국 현지에서 SNS기자단 운영 등 활발한 온라인마케팅과 박람회 참가 등 오프라인 홍보 활동을 전개해왔다. 이 같은 활동의 결실로 이번 방문이 이뤄지며 대규모 단체 관광객 유치 성과를 거뒀다. 태국 기업 단체 관광객들은 지난 3일 입국해 부산-경주-포항을 경유하는 3박 4일간 일정을 통해 경북의 다채로운 볼거리와 콘텐츠를 즐겼다. 첫째날은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된 경주 대릉원 일대와 월정교 방문을 시작으로, 황리단길, 첨성대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경주의 주요 관광지를 찾았다. 다음날은 포항으로 이동해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 청하시장 및 전국적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페이스 워크’를 방문했다. 이번 1차 방문에 이어 2차, 3차에 걸쳐 최대 300명의 태국 기업 단체 관광객이 추가로 경북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태국 주요 정부기관 및 기업 포상 관광단이 올해 경북을 찾을 예정이다. 공사 김성조 사장은 “이번 현지 홍보사무소를 통한 관광객 유치는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신호탄”이라며 “올해 방한 관광 시장의 재도약의 기회를 잡고 경북에 외래 관광객들이 대거 유입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이 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가 “접시를 열심히 닦다가 깨트린 사람은 보호해 주고, 접시를 닦지 않아 먼지가 끼도록 두는 사람은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며 공무원들에게 적극행정을 장려한데서 나온 말이다. 접시깨기 행정이란 말은 과거에도 있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20년 1월 취임사에서 “일하다 접시를 깨는 일은 인정할 수 있어도, 일하지 않아 접시에 먼지가 끼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손도 베이고 그릇도 깨고 하는데 그릇 깨고 손 베일 것이 두려워 아예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역대 정부마다 접시깨기 행정을 주문한 이유는 “새로운 일에 손을 댔다가 책임지기 보다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나서달라는 말인데, 여기서 말하는 ‘적극적’이란 단순히 ‘소극적’의 반대말이 아니다. 일례로 한번 쓰고 버려지는 애물단지 ‘아이스팩’의 수거·재활용 시스템도 다름 아닌 공무원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아이디어를 낸 서울 강동구청 최병옥 주무관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아이스팩 재사용 체계를 구축한 덕분에 2년 간 아이스팩 20만1990여개를 수거해 생활쓰레기 101톤을 줄일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20년 5월 정부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국민을 위해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당시 지급 3주 만에 대상자 99%가 지원금을 수령할 만큼 신속한 속도를 보였는데, 이는 민간 카드사 홈페이지와 연계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행안부 이빌립 서기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가능했다. 적극행정 사례는 경주시에도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교량 신설 대신, 보행로를 활용해 우회전 전용 차로를 신설하고 교량 측면에 보행자용 데크를 만들자는 역발상 역시 공무원의 아이디어였다. 경주시 신재목 주무관의 아이디어 덕분에 교통정체를 획기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예산 90억원도 아낄 수 있었다. 흔히들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렴이라고 한다. 청렴해야 공정해지고, 공정해야 신뢰가 생긴다. 하지만 지나치게 청렴만 강조하다보면 유연함을 잃게 되어 적극행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명나라 시대 ‘해서(海瑞 1514-1587)’라는 유명한 청백리가 있었다. 그는 우도어사(감찰부장)까지 오른 정2품의 고위 관료였지만, 사망 후 남긴 재산이 장례를 치르기에도 모자라 동료 관원들이 돈을 걷었다는 일화가 있다. 더 대단한 것은 해서가 평생토록 이런 수준의 청렴함을 유지하고 살았다는 것인데, 그는 평생 술과 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았다. 한번은 그가 병약한 노모를 위해 고기 두 근을 사자 “해서가 고기를 두 근이나 샀다”는 소문이 관가에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도가 지나치다 못해 매정하다고 해야 할까. 사실 해서는 강직함으로 시기와 원성을 사 수차례 파직을 당해야 했다. 해서의 삶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엇갈린다. 탐관오리들로 가득한 부패한 세상에 한줄기 빛이었다는 호평과 함께, 결벽증에 가까운 강퍅함으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어 실제 큰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처럼 해서는 시대와 불화했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이중텐 ‘품인록’ 중) 2023년 현재를 살아가는 공무원들은 해서의 어떤 면을 취하고, 또 어떤 면을 버려야 할까? 만약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법과 규정만을 고집한다면, 시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해결해 줄 적극행정은 불가능하다. 높아진 시민들의 기대와 욕구를 감안할 때 해서가 추구했던 얼음장 같은 강직함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로 민원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유능한 공무원이다. 청렴하되 무조건 강직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이 청렴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청렴만 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과거 경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은 오늘과 미래의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매개체다. 1900년대 초 경주지역 곳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본지를 통해 소개됐다. 1992년과 1994년에 걸쳐 본지에 화보로 실렸던 사진은 독자들이 제공했고, 사진에 대한 해석도 달았다. 이들 사진은 창간 34주년을 맞은 경주신문과 독자, 그리고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이에 당시 보도됐던 신문 속 과거 사진과 본지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을 지면을 통해 몇차례 소개하며 향수를 소환해본다. 1992년 말부터 1994년까지 본지는 ‘사진으로 보는 그 때’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이 제공한 1900년대 초 경주 곳곳의 사진을 연재했다. 당시 명문당서점 李淸市 씨를 시작으로 이재건 씨, 김기문 시인, 서울의 최진환 씨 등이 사진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해설을 달았다. 1910년대 첨성대 전경 계림 쪽에서 본 1910년대의 첨성대. 왼쪽편의 나즈막한 초가집이 보이고, 늘어진 수양버드나무가 인상적이다. 흰 페인트로 칠한 안내판이 한적한 길목을 지키고 서있다. 1920년대 석굴암 1920년대의 석굴암 전경. 초겨울 날씨에 잎진 나무가 을시년스럽고 소로옆에 세워진 어느 나무꾼의 지게가 당시의 곤궁한 농촌을 떠올리게 한다. 입을 벌린 감실 입구는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말이 없는데 보수작업을 위해서인지 절개된 채 드러난 앙상한 입구 위쪽이 역사의 생채기인양 아프게 느껴온다. 1920년대 경주 안압지 태고의 신비가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정적인 호면(湖面). 목선 한 척을 수초 사이에 띄워둔 채 어부는 물속에 들어가 고기잡이를 하고······. 1920년대의 경주 안압지 전경이다. 발굴과 복원을 꿈도 못꾸던 그 때. 마음은 시간을 거슬러 옛날로 걸어본다. 경주군 감포 바닷가 풍경 구한말 동해안 풍경의 노상소견(路上所見). 사진으로 보아 경주군 감포 바닷가 일대의 어떤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정치하에 생겨난 신작로에는 포푸라 가로수가 식민연륜의 민족 아픔을 되삭이며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은듯 커가고 5월인가 싶게 미끄러질듯 가파른 농경지엔 지금 한창 보리가 피어 푸르르다. 너스레한 바지저고리 차림의 촌로들이 길에서 반갑게 만나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데 그 뒤켠으로 물지게를 지고 총총히 멀어져 갈 뿐인 농부의 뒤를 쫓아 마음은 옛날에 대한 향수에 부푼다. 경주 읍내장 솥전거리 1910년대의 경주 읍내장 솥전거리 풍경. 매 2일, 7일 5일 간격으로 열리던 이 장은 지금의 동부동 경찰서 옆에 섰는데 남문 밖에서 4일, 9일 열리던 사정장과 함께 당시 경주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던 동맥으로 이름이 높았다. 갓을 쓰로 흰 두루마기에 장죽을 든 노인네들이 보이고 좌우로 빼곡이 내민 골기와집에 질세라 새끼로 단단히 엮어맨 나지막한 초가집이 인상적이다. 1910년대 장날 나뭇전 풍경 1910년대의 경주 장날 나뭇전 풍경. 뒤쪽에 ‘월성아문(月城衙門)’이라 쓰인 현판이 보인다. 나무에 잎이 무성한 것으로 미루어 때는 여름이 가까운 그런 절기이리라. 즐비하게 쌓아놓은 장작이며 소깝단 사이를 갓 쓰고 두루마기 걸친 채 떼지어 오가는 촌로들 모습이 무척이나 한가하다. 당시 경주에는 봉황대 옆에 샅자리전이 있었고, 경찰서 옆에 솥전이 있었다. 지금의 법원 앞 물회식장 자리에 ‘아문(衙門)’이 있었다는데, 사진으로 보아 나뭇전은 구 ‘옹기전’ 자리가 그곳이라 추측된다. 무열왕릉 귀부상 비바람 막아주는 누각도 없이 당그러니 초석 몇 개 남은 풀밭에는 천년 영화의 아쉬움을 더듬는듯 목줄기 길게 뽑아 꿈틀거리는 돌거북···. 1910년대의 경주시 서악동 태종무열왕릉 동쪽 곁에 있는 귀부상이다. 청솔 푸른 나뭇가지 아래 저편 시가 쪽으론 길 한줄 집 한 채 보이지 않는데 까마득한 역사의 신비를 쫓아 적막함이 아지랑이처럼 감돌아든다. 1920년대의 경주시가지 전경 산천은 유구한데 인걸을 간데 없고···. 그러나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한 오늘날의 경주 모습과는 판이한 1920년대의 경주시가지 전경. 수도산(선도산) 쪽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측되는 이 사진은 각각 방향을 바꾸어 찍은 4장의 사진을 연결한 것으로써 당시의 사진술을 한눈에 엿볼 수 있다. 오른쪽 끝의 숲이 삼릉이오, 왼쪽 끝부분은 지금의 준공업단지 용강동이다. 서천 다리 옆에 구역사(舊驛舍)가 있고, 바로 그 앞이 도시개발로 철거가 돼버린 농창(農倉) 자리이다. 사정동 쪽에 공고 건물이 보이지 않고, 구황동에 경주중·고 건물이 보이지 않는 당시의 경주는 한껏 고즈넉할 뿐이다. 읍내와 충효동을 잇는 서천에는 지영다리가 있고, 강가에서 빨래하는 아낙의 모습이 마냥 한가롭다. 지금의 경주JC 건물 뒤쪽에 있는 느티나무가 애동목인 그 때. 줄지어 늘어선 강가의 오리(五里)숲이 성벽처럼 감싸고 있다. 경동노회 건물이 들어서 있는 자리엔 일제 때 지은 피(避) 병원이 보이며, 정수장 앞으로 경포선의 목탄 철길이 장난감처럼 뻗혔는데 그 앞의 하얀 모래밭이 되어진 하상(河床)으론 천년영화 덧없이 실어가 버린 듯 형산강 물줄기가 말없이 세월 따라 흐르고 있다.
경북형 공공마이데이터 플랫폼인 ‘모이소 경상북도’ 대국민 서비스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사진> 이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의 주체인 도민들이 본인 행정정보를 주도적으로 활용해 신속·간편하게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축하게 됐다. 주요 서비스는 △공공마이데이터 플랫폼(공무원)·앱(대민) 개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경북도민증 발급 △비대면 보조금 신청·지급 △대국민 시범 관광 서비스 △공공플랫폼 연계 활용 등이다. AI를 기반으로 행정안전부 묶음서비스를 활용한 ‘모이소 경상북도’ 앱에서 도민증 발급, 직불금 정보 등 필요한 정보에 대한 실시간 확인 가능하다. 이에 따라 도민과 공무원 모두 행정기관 방문과 서류검토에 걸리던 업무시간을 다른 일과 정책 개발 등에 할애할 수 있게 됐다. 도는 올해부터 ‘모이소 경상북도’ 앱을 통해 농어민수당 신청도 진행하고 있다. 또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전담 돌봄사가 아픈 아이들을 직접 병원에 데려다 주는 진료 돌봄 서비스도 앱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빠르게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도는 ‘모이소 경상북도’ 앱 서비스 가입 후 관광지 방문을 QR로 인증하면 모바일 지역농산물 할인권을 지급할 계획이다. 또 관광지 방문객 데이터를 수집해 향후 더 많은 관광객이 경북도를 방문할 수 있는 관광정책 개발에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 경주 벚꽃마라톤대회를 비롯해 총 7건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추진하는 ‘2023-2024 한국방문의 해’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문화, 예술, 콘텐츠, 스포츠, 게임, 음식,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K-컬처를 즐길 수 있는 행사를 토대로 광역지자체와 분야별 민간 전문가가 추천한 이벤트를 대상으로 최종 심의위원회를 거쳐 선정됐다. 경북도에 선정된 7건의 이벤트는 △2023 고령 대가야축제(3~4월) △경주 벚꽃마라톤대회(4월) △2023 문경 찻사발축제(4~5월) △포항 국제불빛축제(5월) △제20회 예천아시아 U20 육상경기선수권대회(6월)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2023(9~10월) △상주 세계모자페스티벌(10월) 등 7건이다.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경기에 이어 3번째(부산, 강원 포함)로 많은 이벤트가 선정됐다. 경북도는 국제관광박람회와 콘텐츠를 활용해 개별여행객 대상 마케팅과 홍보설명회, 상담회 등을 통해 여행사 대상 시기별 맞춤형 관광상품을 기획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또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 재외한국문화원, 세종학당 등 해외 유관기관과 연계해 K-로드쇼 및 팸 투어, 체험 행사 등을 개최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김상철 문화관광체육국장은 “2023-2024 한국방문의 해와 연계해 경북만의 우수 관광자원을 널리 알려 방한관광객의 발길이 경북에 닿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난 7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위한 관련기관 실무회의를 개최했다. 도와 시는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APEC유치 전담팀’을 구성하고, 2025년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준비에 착수했다. 이날 경북도, 경주시, HICO, 경북문화관광공사, 경주 숙박시설 관계자 등이 참석해 각 기관이 추진해온 사업 검토와 신규 사업을 논의했다. 또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개최도시 선정 과정에 보다 전략적으로 대응하는데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 회의는 △2025 APEC정상회의 경주유치 홍보 강화방안 △경주시민 의식 대전환을 위한 캠페인 △HICO 증개축 현황 △경주시 숙박시설 현황 등을 점검하고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구현모 국제관계대사는 “정부에서 공식 지정한 ‘국제회의도시’ 경주는 유치 신청 도시 중 유일한 기초자치단체로 국내 소규모 도시개최를 통한 지역균형 발전 및 관광·경제 활성화에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경주가 APEC정상회의 최적지임을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정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개최지로 선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는 오는 16일 롯데호텔서울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민간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한다. 각계 유력 인사를 민간추진위원으로 위촉해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에 전방위적 유치지원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