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경주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발표한 ‘2022년 (5차)결핵 적정성평가’에서 100점 만점 1등급을 획득했다. 심평원은 국가 결핵관리 정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결핵균의 초기 전염력을 감소시켜 발생률 감소를 목적으로 2018년부터 결핵 적정성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5차 결과는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진료분을 대상으로 평가해 공개했다. 2021년(4차) 평가까지 국가단위 결과공개였으나, 결과값의 지속적 향상과 국민들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2022년(5차) 평가부터 기관별 평가결과 공개로 변경됐다. 동국대경주병원은 이번 평가에서 6개 항목 모두에서 100점 획득으로 종합점수 100점 만점으로 최적화된 결핵 치료 기관으로 검증받았다. 평가지표는 △(진단의 정확도) 결핵균 확인검사 실시율, 통상감수성검사 실시율, 신속감수성검사 실시율 △(초치료 처방준수) 초치료 표준처방 준수율 △(결핵환자 관리수준) 결핵 환자 방문비율, 약제처방 일수율 등 6개 항목이다. 정주호 병원장은 “결핵은 공기 매개성 감염병으로 초기 진단 및 꾸준한 약 복용으로 대부분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라며 “이번 1등급 성과를 획득한 만큼 지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2023 추계학술발표회에서 방사성폐기물 및 사용후핵연료에 관한 학술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단체 공로상을 수상했다. 2023 추계학술발표회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세계 원전운영 상위 10개국과 비교해 고준위방폐장 부지선정 전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해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한다”며 신속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중저준위방폐물 사업의 경우 안정적인 방폐물 인수를 위해 1단계 동굴처분시설 총 방사능량을 상향해 처분을 확대할 계획에 있다”며 “1단계 동굴처분시설에 이어 2단계 표층 및 3단계 매립형을 적기에 확보하고 방폐물 검사 건물 증설 등 필요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 이 사장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와 지속해 협력함은 물론, 규제기관 및 연구기관, 방사성폐기물 발생자(한수원 등)와 유기적으로 현안을 논의하며 중저준위방폐물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고준위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북경주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가 북경주체육문화센터 수영장에서 초등학생 생존수영교육이 가능하도록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이로 인해 기존 수영장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 북경주체육문화센터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11월 3일까지 수영장 이용객을 대상으로 관내 초등학생 생존수영교육 운영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530여명 수영장 이용객 중 280여명이 참여했으며, 40%의 이용객들이 초등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찬성 의사를 표현했다. 나머지 60%는 생존수영교육 운영 시 수위조절판 설치로 인한 분기별 휴관 기간 발생, 자유수영 1레인 감소 등의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생존수영교육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도입된 실기교육으로 물에 대한 적응력을 향상하고 위기 상황에서 자기 생명보호 능력을 배양하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의무교육과정이다. 신영욱 회장은 “북경주 지역에는 제일, 산대, 안강, 옥산, 양동, 강동, 사방초 등 7개 초등학교가 있으며, 몇해전 신규 개장한 북경주체육문화센터에 수영장 시설이 구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수영교육을 위해 학생들은 경주, 포항, 그리고 교육환경이 미비한 야외 체험장 등을 이용해 교육을 받고있는 실정”이라면서 지역 수영장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주 지역의 초등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존수영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단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영장을 이용하는 정원철(안강읍, 42) 씨는 “지역 수영장이 초등학생들의 생존수영 교육에 활용되게 되면, 기존 이용자들의 이용 시간이 줄거나, 편의성이 저하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민 모두를 위한 공간인 만큼 모든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주시시설관리공단 정태룡 이사장은 “어린이들의 생존수영교육 역시 중요하지만 시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공단에서는 먼저 북경주체육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의 의견이 우선시돼야 한다. 현재 생존수영 교육의 효율적 활용을 논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실히 듣고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나도 한때는… 10월 말부터 11월 초 이상고온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단풍 색깔이 작년만 못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불국사 단풍 역시 이를 비켜가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5일 카메라에 담은 불국사 단풍(사진 위)과 1년이 지난 올해 11월 2일 찍은 단풍(사진 아래) 색깔이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 최진욱 시민전문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내 중등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2023 전국 중등 축구리그 왕중왕전’이 11일부터 22일까지 12일간 경주서 열린다. 경주시와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고, 경주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경주스마트에어돔과 축구공원, 시민운동장 일원에서 치러진다. 경북 권역에서는 안동중(안동), 함창중(상주), 오상중축구스포츠클럽(구미) 3팀이 출전한다. 대회는 전국 권역 리그별 성적이 우수한 64팀(1위 24팀, 2위 23팀, 3위 14팀, 4위 3팀)이 참가해 64강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경기시간은 전·후반 각 35분으로 치러진다. 64강전은 11일~12일 양일 간, 32강전은 14일, 16강전은 16일, 8강전은 18일, 준결승은 20일 개최된다. 대망의 결승전은 대회 마지막 날 오전 11시 시민운동장에서 펼쳐진다. 시는 이번 축구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단 및 방문단 장기 체류로 지역의 다양한 관광지를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대회는 경주시축구협회의 유치 노력으로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스포츠 인프라가 다양한 경주에서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좋은 경기를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간이 투자해 경주 엑스포공원에 조성하려는 미디어아트뮤지엄 ‘계림’이 경주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 3일 열린 제278회 경주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미디어아트뮤지엄 ‘계림’ 건립을 위한 2023년도 제5차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이 ‘목록삭제’돼 수정가결됐다. 경주시에 따르면 ‘계림’은 덱스터스튜디오 등이 223억원을 투자해 경주 엑스포공원 내 2만9910㎡ 부지에 연면적 8730㎡,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건물 내부에는 전시실과 사무실, 주차장 등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20일 경북도와 경주시, 덱스터스튜디오, 문화유산기술연구소, 재단법인 문화엑스포는 ‘계림’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었다. 당시 업무협약에 따르면 계림은 명화와 추상적인 공간을 소재로 하는 타 미디어아트와 달리 신라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독창적 콘텐츠로 꾸며진다고 밝혔다. 아시아 최대 VFX스튜디오·실감콘텐츠 전문기업인 덱스터스튜디오와 대한민국 대표 디지털헤리티지·문화유산 콘텐츠 전문기업인 문화유산기술연구소의 협업으로 어디서도 접할 수 없는 독창적 역사문화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또 협약에 따라 경주시와 경북도, 문화엑스포는 사업부지 제공과 행정 지원 등을 맡고, 덱스터스튜디오와 문화유산기술연구소는 콘텐츠와 하드웨어 구축·운영 등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무협약 체결에 이어 이 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후 지난 6월 경북도 공유재산심의와 8월 경북도의회 공유재산심의에서 원안 가결되는 등 순항했다. 하지만 이번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 일단 제동이 걸린 것. 앞서 열린 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 안건 심의에서는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높았다. 의원들은 먼저 사업 부지인 경주 엑스포공원은 도·시유지와 국유지로 사업자가 일정기간 무상사용 후 운영권을 넘기는 기부채납 기간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기부채납 기간이 대부분 15년 이상인데 운영권 이관 후 노후된 건물의 보수, 유지 등 관리비 또한 부담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일부 의원은 미디어아트뮤지엄 콘텐츠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기도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지역의 문화유산 등을 활용한 미디어아트뮤지엄의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으로 경주 문화관광자원의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고, 지역 관광산업의 진흥을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심의에서는 목록삭제 동의안이 발의돼 결국 안건은 통과하지 못했다. 물천분교에 조성하는 문화예술창작소 ‘원안가결’ 폐교된 물천분교에 추진하는 문화예술창작소 조성과 관련 예산 증액과 사업내용 변경을 위한 2023년 제5차 경주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이 이번 임시회를 통과했다. 이 사업은 지난 8대 의회에서 통과될 당시 사업비 35억원으로 폐교된 물천분교를 리모델링한다는 것이 주요 계획이었다. 하지만 건축물 정밀안전점검 진단결과 E등급을 받아 리모델링이 불가해짐에 따라 폐교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것으로 사업 내용을 변경하기 위해 이번 임시회에 상정한 것. 이에 따라 사업비도 당초 35억원에서 8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사업비는 전액 시비로 충당한다. 사업 규모도 당초 부지 9550㎡에 폐교 건물 877.22㎡를 리모델링하는 것에서 연면적 1361㎡ 지상 2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폐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한 뒤 오는 2026년까지 건물 내 창작실, 전시실, 체험장, 야외공원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문화예술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문화기반시설 확충을 통해 문화예술도시 경주의 위상제고와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고 제안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8대 의회에서도 제기됐던 건물 노후화 문제, 향후 운영비 부담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원안 가결한 경주시의회와 두 배 넘는 예산증액을 추진한 경주시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당초 경주시는 2020년 물천분교를 시립미술관 건립 후보지로 정했다가 2021년 문화예술창작소로 변경했고, 당시 시의회에서도 한 차례 보류 끝에 통과되는 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경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경주범피)는 수확의 계절을 맞아 범죄피해자들에게 사랑 가득한 ‘희망 쌀’을 지원한다.지난 8일 경주범피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이명호 위원은 손수 농사 지은 무농약 쌀 10KG 60포를 경주범피에 기증했다. 이날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마당에서 이상현 지청장, 김지영 부장검사가 참석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일로를 걸었던 경주 관광산업이 서서히 부활할 전망이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전면해제된 이후 올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이 기대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 분석 결과 올해 들어 9월까지 경주를 찾은 관광객이 36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경주시를 다녀간 외부 방문객 수가 3592만946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경북도 전체 외부 방문객 수가 1억3717만4441명으로 경주는 도내에서 26.19%를 차지했다. 경북을 방문한 사람 10명 가운데 4명이 경주를 찾은 셈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한국관광공사의 빅데이터 플랫폼이다.이동통신, 신용카드,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관광 통계를 분석해 공개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지역별 방문객은 경북도내 21개 시·군에서 807만2491명(22.5%)이 경주를 찾아 가장 많았다. 이어 울산 725만450명(20.2%), 부산 449만5874명(12.5%), 대구 423만5310명(11.8%), 경기 308만506명(8.6%) 순이었다. 지역별 방문객 중에서도 포항 남구(11.6%), 울산 북구(8.6%), 포항 북구(8.4%), 울산 울주(7.4%), 울산 남구(5.5%)가 상위 5위에 들었다. 가장 많은 유입 카테고리는 음식, 숙박, 문화관광이었다. 방문객 연령대는 20~29세가 19.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50~59세 19.2%, 30~39세 17.4% 순이었다. 내비게이션 검색량은 음식점이 170만7390건(34.5%)으로 단연 높았다. 이어 숙박업소 96만7351건(19.5%), 역사관광 78만2684건(15.8%), 문화관광 66만493건(13.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주 방문객의 수가 증가한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통계 분석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개선 과제들도 보인다. 이 기간 경주시의 관광소비 합계는 총 1901억6200여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전국 평균 증가율 5.4%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중 소비비중 변동률은 운송업(렌트카)이 74.1% 감소했고, 이어 숙박업과 여가서비스업이 각각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숙박방문자와 체류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체류시간은 286분으로 같은 기간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대비 83분 더 오래 머물렀지만, 전년 대비 3.5% 하락했다. 평균 숙박일수는 1.52일로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 보다 0.23일 적었다. 또 숙박 방문자는 558만2501명으로, 전체 방문자 중 15.5%였다. 전년 동기 대비 1.7% 하락한 수치다. 숙박 방문자 중 1박과 2박은 증가했지만 3박 이상 숙박하는 방문자는 줄어들었다. 이 기간 1박 75.6%, 2박 17.7%, 3박 이상 6.8%로, 전년 동기 대비 1박과 2박은 각각 7.2%, 6% 증가했지만, 3박 이상은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장기적인 기간에 걸친 통계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조사결과로만 보면 경주 방문객은 늘었지만 숙박 방문자는 줄어들었다는 결론이다. 숙박을 하는 관광객이 감소하는 것은 경주 관광산업이 자칫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관광객 소비패턴 분석 결과에 따르면 관광객의 당일여행 지출은 6만4000원, 숙박은 22만4000원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체류시간에 따라 관광객 소비가 비례해 증가한다는 것이다. 경주와 인접한 포항과 울산 지역의 방문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당일치기 방문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숙박 방문객과 체류시간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경주 관광의 매력을 홍보할 대상 도시를 수도권, 충청권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 일회성 축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경주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야간 관광 상품 개발로 외부방문객이 찾아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동궁과월지 등 기존 야간 관광명소와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코스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음식과 숙박,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해지면 더할나위 없이 좋다. 그동안의 애매모호했던 방식의 통계로는 변화하는 관광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적합한 관광정책 수립도 불가능하다. 경주시는 지속적인 빅데이터 분석과 함께 방문객 수를 파악할 수 있는 무인계측기 확대, 관광지 및 숙박·음식업 매출 추이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확하고 정밀한 통계가 지역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주지하길 바란다.
지금 벌어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은 그 내막을 살펴보면 다분히 이스라엘의 시온주의와 관련 깊다. 시온주의는 조상 전래의 가나안 땅을 찾아 모든 유대인이 모여야 한다는 유대민족의 절대적 신념이다. 그러나 이 가나안 땅은 모세 때부터 격렬한 분쟁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 모세가 출애급을 계획하기 휠씬 이전부터 팔레스타인은 지금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땅이었다. 그것을 40년 동안 가나안을 찾는답시고 황야를 헤매던 모세가 야훼의 결정이라 선언하며 전쟁으로 빼앗은 것이다. 구약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불레셋 사람들은 구약 성서만 놓고 보면 야만스럽고 더러운 종족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칭하는 것이고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다윗과 골리앗’의 그 골리앗도 팔레스타인 전사인 것이다. 결국 구약에 나오는 여호수아, 다윗, 솔로몬 같은 성서의 영웅들은 기존의 팔레스타인을 무력으로 내쫓고 그 자리에 유대왕국 이스라엘을 세운 침략자들이다. 그 이스라엘이 AD70년 로마에 의해 멸망하고 2차 세계대전 후 다시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에 돌아오기까지 1600년 동안도 지금의 팔레스타인 땅은 원래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 땅이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막강한 경제력과 외교력으로 영국과 미국 등 연합국을 지원한 유대인들은 결국 서방세계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을 건국했고 그 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계속 몰아붙인 끝에 팔레스타인 땅 대부분을 빼앗고 험준한 산악지대 일부와 가자지구만 달랑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남겨주었다. 그 결과 가자지구에 몰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무려 2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경주시 면적(1324㎢)의 4분의 1수준인 360㎢에 복닥거리며 살게 되었다. 지금 벌어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은 그 내막을 살펴보면 다분히 네타냐후 총리의 독재적 전횡과 연결되어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가자 지구에 이번에 포크레인으로 무너뜨린 철의 장막을 세우고 각종 첨단 감시장치를 세워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열악한 생필품과 식수, 전기시설 등 인간 이하의 삶으로 고립시킨 장본인이다. 더구나 이 네타냐후 총리는 세 번이나 총리가 된 인기를 믿고 온갖 부정축제를 일삼고 가족들까지 비리에 연루되어 탄핵당할 위기에 처했지만 사상초유의 헌정유린으로 법까지 바꾸며 사법권까지 어지럽혔다.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몰랐다는 이면에 네타냐후 정권의 방임 의혹이 강하게 드는 것은 내적 치부를 외적으로 돌려 정권을 유지한 무수한 독재자들의 행태를 이미 보아왔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릴 때부터 유대 신화인 구약성경을 마치 인생의 필독서처럼 배우며 유대인들에 대한 친근감을 키웠고 대부분 학교 교육에서도 핍박받은 이스라엘 민족 특히 나치 치하 홀로코스트로 탄압 받은 유대인들에 대해 온정을 지닌 채 살아왔다. 당연히 그런 유대인들이 마침내 이스라엘을 재건한 사실을 영웅시하고 그 민족혼을 본받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다. 반면 무슬림에 대해서는 걸핏하면 ‘한 손에 칼 한 손에 꾸란’ 식으로 종교 자체를 폭력적으로 왜곡한 정보에 노출되어 왔다. 심지어 무슬림들은 지나친 종교 의식으로 인해 대부분 가난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는 비판도 들어왔다. 냉정하게 보면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우리나라 역사로 치면 일제 강점기 우리가 일본에 항거해 싸우는 독립전쟁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사방이 철벽으로 막힌 채 생필품 보급조차 되지 않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탈출구를 만들기 위한 전쟁 뿐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격이다. 지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관련한 서방 세계의 방송이나 그 방송을 보는 시각은 다분히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편견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역시 거의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계인들이 가자지구에 대한 올바른 사정을 알아야 지금 벌어지는 가자지구 전쟁을 좀 더 공정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다수가 아는 것이 늘 올바른 것이 아니기에 그 이면의 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구 경주박물관 경내에는 600년 된 은행나무 2그루가 있다. 이는 ‘경주 동부동 은행나무’란 이름으로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명물이다. 2그루 모두 암나무이고 생육 상태가 양호하다. 경주박물관이 1975년 인왕동으로 옮긴 후 그곳을 경주문화원이 사용했기에 ‘경주문화원 은행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경주문화원이 2022년 황남동으로 이전하였기에 앞으로 ‘경주부 관아 은행나무’나 ‘경주부 관아 공원 은행나무’로 불리기도 할 것이다. 은행나무가 있는 곳은 경주부 관아가 있었던 곳이다. 동부동 은행나무는 관아가 들어설 때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예전에 문묘·향교·서원·관아·사찰에 많이 심었다. 경주부 관아 터에는 은행나무 외에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경주부사의 살림집인 내아(內衙), 관아의 호장이 사무를 보던 공간인 부사(府司), 무관들이 사무를 보던 양무당(養武堂) 등 3동의 건물이 있다. 성덕대왕신종을 보관했던 종각 건물도 있다. 동부동 은행나무는 도심 한복판에 시민과 가까이 있다. 은행나무 앞에서 11월 9일에 경주문화원 주최로 제17회 은행나무 가을음악회가 개최된다. 음악회 때는 은행나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고유제를 지낸 후 생육 조건을 좋게 하려 뿌리 주변에 흙을 북돋워준다. 은행나무 앞에서 가을음악회도 열리지만 시내 한복판에 아름다운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이는 경주부 관아건물이 있는 경내로 들어와야 은행나무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경주박물관장 관사가 은행나무를 가리기 때문에 도로에서는 은행나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멋진 노거수 은행나무가 시민이나 관광객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무척 아쉽다. 도로에서 은행나무가 드러나야 은행나무의 존재가 알려지고 부각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립경주박물관장 관사의 이전이 필요하다. 관사가 이전되면 도로에서 은행나무 있는 쪽으로 접근도 쉽다. 관사 이전은 몇 가지 점에서 절실하다. 첫째 관사 건물과 은행나무가 근접해 있어 관사의 철거는 은행나무의 생육에 크게 도움이 된다. 둘째 관사가 이전하면 은행나무 주변에 소공원이 조성되어 시민의 휴식 및 만남의 장소가 생길 것이다. 구 도심에는 소공원이 절대 부족하다. 셋째 관사 이전으로 노거수가 제 모습을 찾으면 도심 명소가 되어 관광객을 도심으로 유인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관아 건물을 활용하여 민속박물관으로 만든다면 은행나무 존재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읍성 안의 대표적 관광 명소가 될 것이다. 관사는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은행나무의 생육 상태 개선, 읍성 안 관광 명소화, 시민 휴식 공간 확충 등을 위해 리모델링보다는 관사 이전을 국립경주박물관과 경주시는 머리를 맞대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협의가 순조로우려면 박물관 측의 입장과 바람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관사 이전에 시민·사회 단체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주시는 읍성 내의 문화유산을 복원·정비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객사나 동헌 등을 복원하는 데는 많은 재원과 시간이 필요하다. 중장기 계획 하에 읍성 내 문화유산의 복원·정비를 시급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실행하면 된다. 국립경주박물관장 관사를 이전하여 은행나무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은 투자 대비 효율이나 가성비가 매우 높은 프로젝트이다. 두 기관이 관사 이전을 협의하기 전에 경주시의 어떤 부서가 주무 부서인 지를 정하는 것이 먼저이다. 관광컨벤션과·문화재과·사적관리과·도시공원과 등이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부서이다. 그런데 어느 과가 주무 부서라고 쉽게 얘기하기 어렵다. 주무 부서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자발적으로 일이 추진되는 경우가 드물다. 필자 생각으로는 도시공원과나 사적관리과가 이 문제해결을 위한 주무부서가 되어 다른 기관 및 부서와 협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걷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이다. 은행나무를 시민과 관광객의 품에 가까이 가게 하면 은행나무 주변이 걷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따른 대답은 초등학생다웠다. “늑대인간”이나 “상어가 제일 무서워요!”라는 폴과 니나의 답변을 보니 저학년 교실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캐롤린은 “딜런이요” 라고 대답하길래 같은 반 친구가 왜 무서울까? 궁금해졌다. 자연스레 딜런이 쓴 글이 눈에 들어왔다. “피할 수 없는 죽음(inevitable death)으로 우릴 천천히 몰아가는, 멈출 수 없는 시간의 행진(unstoppable marching of time)이요” 그렇다. 죽음은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이고, 늑대나 상어가 무서울 나이에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를 그것도 건조하게 지적했던, 왠지 낯설은 초딩 딜런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2022년이니까 벌써 작년의 일이다. 대표적인 사학자이자 종교인인 김동길 선생이 94세의 일기로 영면하셨다. 코로나 확진 후 악화된 건강을 미처 회복하지 못해서였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고인은 생전의 서약에 따라 시신은 연세대 의과대학에, 김옥길기념관을 포함한 자택은 누이가 총장을 지냈던 이화여대에 기증됐다. 혼탁한 사회를 향해 “이게 뭡니까!” 하던 그의 죽비소리는 멈췄지만, 거인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보다 몇 달 전 작고한 이어령 선생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엄마가 집에서 “밥 먹으러 들어와!” 하고 부르는 것’이 죽음이라고 그는 온몸으로 정의했다. 그 스스로 죽어가면서 지켜봤을 죽음은 그의 말마따나 ‘어둠이나 낭떠러지가 아니라 밝은 대낮의 고향’이었다. 참 선생다운 해석이라고 생각했다. 두 거인의 마지막 모습은 죽음에 대한 우리의 고집스러운 전통과 작지만 큰 관점의 이동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보통 사회가 발전하는 만큼 죽음을 맞는 방식은 다양했다. 두서없이 나열해 보자면, 가령 구석기시대에는 가족이 세상을 떠나면 자신들이 사는 동굴에 주검을 묻었다. 삶에서 죽음을 분리시키지 않았다는 의미다. 죽음에 신분과 정치가 개입되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에 와서다. 신분과 힘을 과시하려는 무덤의 형태가 발달하게 되었다. 사회 조직이 점차 시스템을 갖추니 죽음도 정치와 결탁되어 가는 모양새다. 통일신라시대는 불교의 화장(火葬) 문화가 확대되었다. 고려시대는 근간이었던 유교와 불교가 혼합된 장례 형태라면, 조선시대에 들어와서야 우리에게 익숙한 유교식 장례문화가 정착된다.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화장장이나 공동묘지가 건립되고, 오늘날은 화장 후 봉안 시설에 안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쌍용그룹 사보(社報)에 30대 사원 백오십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더니, 본인의 시신 처리는 매장(14%)보다 화장(78%)을 선호하지만, 부모일 경우에는 화장(26%)보다 매장(66%)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매장 문화와 화장 문화와의 충돌이라기보다 어쩌면 우리 민족이 갖는 죽음에 대한 이중적 의식 구조로 이해된다. 죽음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나 새로운 해석을 가진 지도층의 솔선수범 없이는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딜레마라고나 할까. 그런 측면에서 가령 토지 매입비용과 묘지 설치 및 관리상의 문제가 해결되는, 화장한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수목장(樹木葬)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와 달리 외국에서는 죽음 방식에 대한 다양하고 탄력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가령 미국에서는 화장하지 않고 시신을 거름용 흙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시도 중이다. 매장이나 화장 등 기존의 방식과 달리 자연을 조금도 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퇴비화 매장(Human Composting Burial)’ 방식은 매우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뭇조각이나 짚 등으로 채운 특수 용기에 시신을 넣고 한두 달 정도 분해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화학물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 장지(葬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겪는 토지 부족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더 파격적인 모델도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화장한 고인의 유해를 풍선에 담아 하늘로 올려보내는, 소위 풍선장(葬)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미 초고령화 단계에 진입한 일본은 사망자 수는 늘어나는데 고인을 추모할 사람도 없고 유골을 묻을 공간도 부족해지는 현 상황에서 기존에 없던 창의적 대안의 장례 모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연의 원형적 모습인 사계절(四季節)의 인간 존재적 모형이 생로병사(生老病死)라면, 인간의 죽음도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오늘날, 우리에게 삶이 그러하듯 죽음이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지 머릴 맞대고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김유신의 수련과 관련하여 『삼국사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진평왕 33년 신미년(611년) 공의 나이 17세 때 고구려·백제·말갈이 국경을 침범하는 것을 보고 분개하여 쳐들어온 적을 평정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홀로 중악(中嶽)의 석굴로 들어가 몸을 깨끗이 하고는 다음과 같이 하늘에 고하여 맹세하였다. “적국이 무도하여 승냥이와 범처럼 우리 강역을 어지럽게 하니 거의 평안한 해가 없습니다. 저는 한낱 보잘것없는 신하로서 재주와 힘을 헤아리지 않고 환란을 없애고자 하오니 천신께서는 굽어살피시어 저에게 힘을 주소서!” 머문 지 나흘이 되는 날에 갑자기 거친 털옷을 걸친 한 도인이 나타났다. “이곳은 독충과 맹수가 많아 위험한 곳인데 귀하게 생긴 소년이 혼자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른께서는 어디서 오셨으며 또 존함은 어찌되는지요?” “나는 일정한 거처가 없고 인연따라 가고 머무는데 이름은 난승(難勝)이라고 한다” 공이 이 말을 듣고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에게 두 번 절하고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저는 신라 사람입니다. 나라의 원수를 보니 가슴이 아파 여기에 와서 누군가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엎드려 비옵건대 어르신께서는 저의 정성을 불쌍히 여기시어 방술을 가르쳐 주소서” 노인은 묵묵히 있었다. 공은 눈물을 흘리면서 예닐곱 번이나 거듭 간청하였다. 노인은 그때서야 말했다. “그대가 어린 나이로 삼국을 병합하려는 뜻을 품고 있으니, 이 또한 장하지 않은가!” 이에 노인은 비법을 가르쳐 준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삼가 함부로 전하지 말라! 만약 이를 의롭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재앙을 받으리라” 말을 마치자 곧 작별을 했다. 노인이 2리 쯤 갔을 때까지 공이 뒤따라 그를 찾아보았으나 흔적이 없고 오직 산 위에 오색찬란한 빛이 서려 있었다. 이어 진평왕 34년(612)에는 김유신이 보검을 차고 홀로 열박산 깊은 골짜기에 들어가 향을 피워 놓고 하늘에 고하며 축원하고 맹세하면서 기도하였다. 그때 천관(天官)께서 보검에 신령스러운 빛을 내려 주었다. 3일째 되는 날 밤에 허수(虛宿)과 각수(角宿)두 별의 빛이 환하게 내려오자, 칼이 마치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김유신이 보검으로 단석을 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보검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곳도 단석산이 아니고 열박산이다. 열박산의 위치는 경상남북도의 경계 지점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호면 미호리의 열박재가 있는 백운산으로 이곳으로부터 10km 이상 떨어져 있다. 『동경잡기』 「고적」조, 『동경통지』 「산천」조, 『조선환여승람』 「경주군 산천」조, 『여지도서』, 『경주읍지』, 『대동지지』, 『영남읍지』, 『금오승람』, 『동경속지』 등에도 단석산에 대하여는 앞서 인용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수록하고 있다. 신선사는 내려올 때 다시 들리기로 하고 바로 정상으로 향했다. 제법 경사가 급하다. 눈앞에 단석산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이 나타난다. 해발 827.2m. 경주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시계를 보니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다. 아무도 없다. 하늘을 나는 새도 숲속을 휘젓고 다니는 산짐승도 눈에 띄지 않는다. 경주일요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만 홀로 이 산을 지키고 있다.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 바로 옆에 그리 크지 않은 바위가 두 동강이 나 있다. 이를 장군이 칼로 내리친 단석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잘려진 면이 고르지 못하다. 칼로 내리친 것이 아니라 쇠몽둥이로 깨뜨린 형상이다. 따라서 이를 단석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타석산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곳이 김유신과 관련이 있다는 기록이 보이지 않으니 단석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단석산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문헌에 의한 것이 아니고 구전을 채록한 것이었다. *소년시절 김유신이 좋아한 기녀 천관이 아니다. 천관(天官)을 직역하면 ‘하늘의 벼슬자리이다. 천관은 지관(地官)·수관(水官)과 함께 도가에서 말하는 삼관신(三官神)의 하나이며, 정월 15일을 상원(上元)이라 하여 천관이 하강하는 날이라고 한다. 또 천관은 별자리에 따른 전쟁 수행 방법을 모은 책이다. **사방신(四方神)은 동서남북 방위에 따라 7개씩의 별자리를 주관하는데 허수(虛宿)은 북방칠수(北方七宿)의 넷째이고 각수(角宿)는 동방칠수(東方七宿) 중 첫째이다.
아버지의 검지 안상학 지문이 반들반들 닳은 아버지의 검지는 유식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신체에서 눈 다음으로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독서를 할 때 밑줄을 긋듯 길잡이만 한 것이 아니라 점자 읽듯 다음 줄 읽고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쪽마다 마지막 줄 끝낼 때쯤 검지는 혀에게 들러 책 이야기 들려주고 책장 넘겼을 것이다 언제나 첫줄은 안중에 없고 둘째 줄부터 읽었을 것이다, 검지는 모든 책 모든 쪽 첫줄을 읽은 적 없지만 마지막 여백은 반드시 음미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유식했을 뿐만 아니라 삿대질 한 번 한 적 없는 아버지의 검지였지만 어디선가 이 시를 읽고는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렇게 아버지의 여백을 읽고 있는 중이다 해학 속에 담긴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생각 시인 아버지의 책 읽으시는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분은 노련한 독서가가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히 독서속도도 빠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독서에 들인 그분의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진지하고 살뜰하다. 검지를 꾹꾹 눌러가며 한 줄 한 줄 마음을 다해 책을 읽으신다. 그것을 시인은 눈이 윗줄을 읽는 동안 검지는 “밑줄을 긋듯” “점자 읽듯 다음 줄을 읽고 있었을 것”이기에, “아버지의 신체에서 눈 다음으로/책을 많이 읽은 “아버지의 검지는 유식했을 것이”라고 농을 친다. 그것도 지문이 다 닳을 정도로 읽었으니 이 유머는 참 그럴듯하다. 더욱이, “쪽마다 마지막 줄 끝낼 때쯤 검지는/혀에게 들러 책 이야기 들려주고”에 이르면 와락, 웃음마저 쏟아진다. 다음 쪽을 넘기기 위해 검지에 침을 바르는 일인 줄 독자들은 이미 다 알기 때문이다. 첫줄 밑에서부터 시작한 검지의 독서행위는 그리하여 “검지는/모든 책 모든 쪽 첫줄을 읽은 적 없지만”으로 받아넘기고, 다음 쪽을 넘기기 위해 천천히 혀에 침을 묻히는 검지의 동작은 “마지막 여백은 반드시 음미하고 넘어갔을 것이다”으로 또 받아친다. 이렇게 책 읽기로 유식해진 검지에 더하여 시인은 짧게 한 줄을 더 한다. 가족이나 이웃에게 삿대질 한 번 한 적 없는 ‘참 유순한 검지’라고. 그런 아버지가 당신의 독서 습관을 해학적으로 묘사하는 이 시를 어디선가 또다시 ‘검지’로 눌러 읽으시고는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시인은 딴지를 걸고 있지만, 우리는 다 안다. 이 작품은 결국 아버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자식이 온몸으로 “아버지의 여백을 읽”는 시라는 것을.
오랜 기간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단일민족이라는 신앙 같은 상식을 교육하고 그런 양 믿고 살았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도 인종학적으로 남방계와 북방계로 나뉘어 그 생김이나 특징이 분명히 다르고 크고 작은 전쟁의 결과로 다양한 인종의 교류가 생겼을 것이 뻔한데도 억지로 한 민족인 것처럼 포장해왔을 뿐이다. 그게 국가 간 교류가 적고 개방되지 않은 나라라면 별 일 아니겠지만 다수의 국가가 어울려 살거나 이 민족 간 교류가 많아지면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인종의 문제를 안게 된 것은 6.25 이후 UN군의 진주, 특히 미군과의 교류로 인한 문제부터일 것이다. 순전히 피부색과 머리카락 등 눈에 띄는 다름이 있을 뿐이지만 별종이나 저급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심지어 더러운 사람으로 취급한 다수의 배타적 성향이 곳곳에서 2세를 괴롭히고 사회문제로 비화되었다. 2000년대 이후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 결혼으로 인해 늘어난 다문화 가정, 다양한 국가에서 취업으로 들어온 해외노동자들이 늘면서 일어난 사회적 편견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미국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일어나는 극한적인 인종차별을 없었지만 단순히 외모가 다르고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량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홀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한때 아메리칸 드림을 외치며 모두가 꿈의 나라로 알고 있었던 미국은 실상 지독한 인종차별 국가다. 백인은 흑인을 ‘니그로’라는 말로 차별하고 그 흑인과 백인은 다시 동양인을 ‘바나나’라 비하하며 차별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지금도 겉으로는 평화롭게 위장한 채 살아가고 있지만 걸핏하면 인종으로 인한 폭력사고가 일어난다. 숱한 인권단체와 양심적 지성들이 이런 문제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오랜 기간 활동해온 덕분에 상당부분 인종차별이 완화되었지만 언제 이 문제가 불거질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종차별 백인단체로 KKK단을 꼽는다. KKK는 Ku Klux Klan의 합성어로 이들은 백인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흰색 천으로 온몸을 감싸 자신들을 드러낸다. 미국 역사에서 KKK단이 다른 인종에게 저지른 범죄와 폐해는 상상을 불허하며 지금도 그 점조직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악랄한 KKK단 지부장이 백인 자녀들과 흑인 자녀들의 학교가 통합되는 회의의 공동의장을 맡았으니 그 결과가 심히 괴로울 것은 뻔하다. 더구나 그 악명높은 KKK지부장에 맞서는 상대는 흑인의 권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소문난 열혈 여성 운동가다. 피를 튀기는 접전이 예상된다. 영화 ‘더 베스트 오브 에너미즈(The best of enemies/2019 로빈 바슬 감독)’는 1970년대 화재로 학교 기능이 마비된 흑인 학교를 백인 학교와 합치는 안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2주간의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다. 굳이 세부적인 내용을 접어두더라도 이 첨예한 일이 일으킬 갈등은 보지 않아도 알 만하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다룬 만큼 그 회의상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상세한 전개와 놀라운 반전은 흥미롭기 이를 데 없다. 여기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양자가 모두 자신들의 신념이 자녀들에게 합리적이고 올바르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KKK단 리더는 자녀들이 흑인 아이들에게 받을 피해를 방지하고 올바른 교육을 위해 흑인 아이들과의 통합을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혼신을 다한다. 그러면서 흑인 대표자에게 당신들과 우리는 똑같은 입장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대답하는 흑인 대변자의 말이 가슴을 후빈다. “흑인들은 당신들이 겪지 않은 고통을 겪으면서 자라납니다. 백인들은 아무 이유없이 애들에게 침을 뱉고 백인에게 길을 안 비키면 얻어맞기 일쑤죠. 앉고 싶은 자리에도 마음대로 앉질 못해요. 가고싶은 곳이나 학교도요. 이런 고통을 매일 겪는데도 우리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지요. 그러면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의 결말은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을 어떤 이유로도 홀대하거나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언제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이 영화를 추천하는 마음은 다소 무겁다. 인종간이나 피부색 간의 일이 아니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 대상이 비록 적이라도 말이다.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는 지난달 28일 황성공원과 북천둔치 일대에서 자원봉사자 20명과 함께 ‘V-펫과 함께’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사진> 캠페인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을 예방하고 올바른 반려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자원봉사자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 교육과 펫티켓 교육을 수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날 자원봉사자들은 반려견 기초교육과 펫티켓 교육을 받은 후, 펫티켓 안내서와 배변봉투를 나눠줬으며, 외출 시 목줄 착용 및 배변 수거와 같은 반려인들이 지켜야 할 펫티켓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V-펫 프로그램에 두 번째로 참여하면서 펫티켓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었다”며 “지역 주민들이 점차 펫티켓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이 경험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캠페인은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며, 지역 내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을 예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 사회의 반려동물 문화를 향상시키고 사람들 간의 이해와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동궁과월지 맞은편 월성 자락에는 가을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나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사진: 최진욱 사진전문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경북형 관광 전문가 양성을 위한 ‘2023 경북 관광인재 육성 아카데미’가 지난달 26일 수료식을 가졌다. <사진>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경북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이번 아카데미는 관광업계 종사자와 관광에 관심 있는 도민을 대상으로 상·하반기로 나눠 총 2회 진행했다. 상반기 아카데미는 지난 8월 11일부터 25일까지 3주간 관광 콘텐츠 기획, 관광 창업 비즈니스 모델, 관광업 신직무 교육 등 총 6회차로 운영해 38명이 수료했다. 하반기 아카데미는 상반기 관광 기초 교육에 이어 심화된 내용으로 구성했다. 10월 12일부터 26일까지 관광 창업교육 중심으로 로컬관광, 관광 상품 개발부터 사업계획서 작성법 등 5회차 교육을 통해 경북 관광기업 대표, 예비창업자, 경북도민 등 29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김성조 사장은 “관광 창업에 어려움이 있는 기창업자와 예비창업자들이 아카데미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과 역량 강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관광 기업 및 예비 창업자를 위해 다양한 관광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3 한옥문화박람회’가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서 열린다. 경주시와 경북도가 주최하고, HICO가 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가치를 잇는 한옥’을 주제로 한옥이 필요한 이유와 미래건축으로서 가치를 이어가는 지속가능성 등을 제시한다. 행사는 40개 참가업체와 140개 전시부스, 컨퍼런스, 부대행사 등으로 구성했다. 전시회는 △한옥건축 △한옥자재 △인테리어 △한옥문화 △한옥정책 등 5개 분야로 나눠 설계·시공·인테리어 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적인 전시품목으로 구성됐다. 현장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뿐만 아니라, 한옥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는 다채로운 강연도 준비했다. 4일 오후 2시부터 개최되는 한옥 트렌드 컨퍼런스는 △다니엘텐들러 소장 △한옥스테이 숙박공유 플랫폼 ‘위홈’ 조상구 대표 △조인선 대표 등이 연사로 참석해 주거·상업·공공용 한옥의 주요 프로젝트 및 트렌드를 소개한다. 5일 오후 2시에 열리는 한옥 시공 컨퍼런스는 △경주건축사회 정대열 건축사 △로담신한옥 조정환 대표 △대보세라믹스 박효진 대표 등이 한옥 단계별 시공법부터 유지·보수까지 실생활에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부대행사로는 한옥건축 시 필요한 건축비용, 자재 등에 대한 상담을 비롯해 참관객-참가업체 연계 등의 건축 상담회가 진행된다. 한옥과 어울리는 목공예, 규방공예, 테라리움(한옥 정원), 한식 디저트 등 트렌디한 ‘한옥문화 클래스’도 4일 동안 무료로 선보인다. 특히 유명 스냅작가와 문화해설사가 함께하는 경주 한옥명소 투어와 한옥배경 감성사진 촬영 프로그램은 체험해볼만하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경주에서 태어나거나 경주를 사랑했던 시인들의 노래 소리가 가슴에 와 닿는 감성의 계절이다. 1990년 초 경주신문 시비순례(詩碑巡禮)을 통해 세상과 가까워졌던 시인들의 시비와 우리 삶을 더 성숙하게 물들일만한 단풍은 가을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목월의 시비를 비롯해 청마시비, 고무신 시인과 이경록 시인의 시비다. 본지에 소개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의 흔적을 찾아봤다. 목월의 노래비 ‘송아지’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 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두 귀가 얼룩 귀 귀가 닮았네. 송아지는 유년 시절 누구나가 다 부르던 노래말이다. 경주 황성공원 내 김유신 장군의 기마상이 있는 獨山 서쪽아래에는 박목월의 송아지 노래비가 있다. 이 노래비는 1968년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경주의 뜻있는 어른들과 새싹회 후원으로 세워진 노래비다. 박목월은 ‘나그네’로 우리에게 더욱 잘 알려진 경주의 시인이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본명은 영종으로 1916년 1월 6일 경주군 모량에서 태어났다. 대구 계성중학교를 졸업한 목월은 경주금융조합에 재직하던 1940년 조지훈의 추천으로 ‘文章’지 9월호에 가을 어스름, 연륜 등으로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했다. 문단에 등단하던 그해 결혼하고, 이듬해 휴직해 문학수업을 위해 2회에 걸쳐 일본으로 갔으나 문학은 홀로 공부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믿고 귀국했다. 해방이 되던 해 경주에서 대구로 이사해 4월 김동리, 서정주, 유치환, 조지훈, 박두진 등과 조선청년문학가 협회를 결성했다. 이어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집을 간행했다. 1948년 서울로 이사, 서울대 음대 강사를 역임. 시문학(1950년), 심상(1973년)을 발행하고 1969년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76년 한양대학교 문리대 학장에 취임한 2년 후인 1978년 3월 24일 새벽 산책길에서 돌아온 뒤 지병이던 고혈압으로 영면했다. 시집으로는 청록집의 7권과 4권의 동시집, 20여권의 에세이집을 남겼다. 의지의 시인 청마 유치환 생명파 시인으로, 의지의 시인, 사상(思想)의 시인으로 불리는 청마 유치환의 시비가 불국사 남쪽 석굴암으로 오르는 등산로 초입에 있다. 목 놓아 터뜨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 개 돌로 눈 감고 앉았노라 시비에는 유치환 시인의 시 ‘석굴암 대불’의 앞부분을 새겨놓았다. 유치환 시인의 시비는 그가 1967년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별세한 이듬해인 1968년 가을 건립됐다. 유치환 시인은 경주와의 인연이 매우 깊다. 시인이자 교육자인 청마는 1908년 경남 충무에서 출생해 극작가인 형 유치진과 함께 잡지 ‘부여부’를 만들어 시를 발표하고, 1931년 시 ‘정숙’이 문예월간에 발표되며 문단에 등단했다. 한 때 평양에서 사진업을 하기도 했고, 만주를 방랑하기도 했으나 해방 후 경주고·경주여고 교장으로 재직하며 우리에게는 더욱 친숙한 시인이다. 유치환 시인의 대표작은 국정교과서에 실린 ‘깃발’이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고무신 박종우 시인 ‘鐘’ 선도산 동남쪽 기슭에는 古無新 박종우 시인의 시비가 있다. 아직은 아직은 건드리지 말라 도사린 설움 설움을 터뜨리지 말라 그의 작품 ‘종(鐘)’의 일부가 음각으로 새겨져있다. 울주군이 고향인 박종우 시인은 많은 학교를 다녔으나 보통학교와 고대 경영대학원을 제외하고는 한 군데도 졸업증서를 받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고무신 시인은 1950년 시집 조국의 노래를 발표하고, 1957년 작푼 ‘나’가 사상계에 신인상을 받아 문단에 나왔다. 그의 아호인 고무신(古無新)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이에 대해 정민호 시인은 “그의 아호는 자기가 지었는데, 고무신이란 말은 ‘옛 것 뿐이요 새것은 없다라는 뜻’이라고 한다”며 “또 어떤 이는 ‘옛것은 없고, 모두 새것이다’고 풀이하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의 아호에 걸맞게 항상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고 했으니 그의 아호는 그대로 고무신과 연관 있는 것으로 되어버렸다”고 전했다. 고무신 시인은 그의 호처럼 거무티티하고, 질기고, 마구잡이고, 구수하고, 인정미가 넘치는 일면과 천재같이 총명했다고 전해진다. 박종우 시인은 1950년대 후반 경주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경주공고 교사로 재직했었다. 시비는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해인 1977년 5월 25일 고향만큼 사랑했던 경주에 세워졌다. 천재 요절시인 이경록 ‘사랑歌’ 그대 며칠 전 八百里(팔백리) 밖 阿火(아화) 안말에서 띄워보낸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오늘 아침 東南風(동남풍)과 함께 닿아 내 몸의 숨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오다. 흘러 들어와 그 말의 숨결이 내 心臟(심장)의 피 덥히며 온몸을 흐르다. 八百里 밖 사람아, 그대 사랑한다는 말의 하늘 길로 또 내 말을 보낸다. 오늘밤 錦江(금강)이나 秋風嶺(추풍령) 上空(상공)에서 내 말은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소리치며 떠 헤매 가리라.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이 나라의 사랑하는 마음들아, 한 마디씩 씨받아 팔 괴고 잠들어라. 29세 아까운 나이로 요절한 시인 이경록 시비에 새겨진 그의 대표작 ‘사랑歌’다. 이경록 시인은 1948년 1월 8일 경주군 강동면 다산리에서 출생해 경주중·고교를 거쳐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고교시절부터 문학적 재질을 널리 떨친 이 시인은 1973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달팽이’와 이듬해 월간문학 신인상에 시 ‘이분법’이 각각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다. 등단 후 1977년 지병인 백혈병으로 요절할 때가지 4년여간 많은 시를 발표해 세상에 전해지고 있다. 시비는 그와 함께 활동했던 ‘자유시동인’의 발의로 경주중 24회, 경주고 15회 동기회가 추진해 1986년 1월 진현동 우정의 동산에 건립했다. 이후 2015년 황성공원으로 시비를 옮겼다. 이번에 찾은 이들 시인들의 시비와 주변 환경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다. 경주에는 이들 시인 외에도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시인과 소설가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가 다수 있다. 경주는 문화·관광도시이자 문학도시이기도 하다. 이 비들 간을 연계할 수 있는 문학지도나 문학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주시보건소는 지난달 26일 임산부의 신체·정서적 안정을 위해 숲태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사진> 숲 태교는 산림의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이용해 임신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태아와의 애착 형성을 돕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다채로운 꽃과 나무 등 우수한 산림자원으로 유명한 경북 천년 숲 정원에서 출산을 앞둔 부부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천년숲애 사회적협동조합과의 연계로 펼쳐진 이번 교육은 요가, 명상과 숲 테라피, 허브 식물테라피로 진행됐다. 프로그램을 마치기 전 예비 부모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액자를 만들어 태아와 부부가 서로 마음을 전하는 시간도 가졌다. 최재순 보건소장은 “예비 부모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프로그램인 만큼 부부와 아기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