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을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만들어 준 작품은 〈올드보이(2003)〉다. 동명의 만화를 원안으로 한 작품으로 그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탔던 걸로 기억한다. 머리로는 말이다. 하지만 내 세포 하나하나가 기억하는 방식은 좀 다르다. 자그마치 20년이 지났지만 한 장의 사진처럼 마음속에 딱,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산낙지 씬이다. 살아 꿈틀대는 낙지를 입에다 욱여넣는 그 장면 말이다. 질겅대는 억센 이빨 사이로 삐져나온 다리가 얼굴을 감싸는 모습은, 유혈이 낭자하는 그 어느 장면보다도 공포스러웠다. 외국 관객들이 꼽은 가장 잔인하고 충격적인 씬이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가장 역겨운 식품 관련 장면”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양은 문어, 낙지나 오징어 같은 두족류(頭足類)에 대해서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미신이기도 하겠지만 그들 머릿속에 살아(!) 있는 문어는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으면 제일 먼저 와서 뜯어먹는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강하다. 그나마 해산물 요리가 발달한 지중해 연안 남유럽은 문어를 먹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익혔을 경우다. 영화에서처럼 살아 있는 낙지라면 유럽 사람들이라도 좀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다. 어쩌면 고소를 당할 수도 있겠다. 두족류는 인간과 비슷한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동물 학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막상 써놓고 보니 나도 무서워져 지금이라도 전개 방식을 바꿔야 하나 고민이 된다. 사실 ‘외국인 입에 떡의 식감은 너무 이질적’이라는 걸 써보려는 의도였는데 너무 강한 도입으로 이젠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 내가 듣고 아는 바로는 우리 떡이 서양인들 입에 너무 찐득(sticky)하다는 거다. 가령 찹쌀로 만든 떡처럼 식감이 강할 경우 얼마나 오래 씹어야 할지, 그래서 언제 삼켜야 할지를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니 떡은 우리 기대와 달리 외국인들에게 호불호가 선명히 나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기야 그것 말고도 흥미롭고 재미난 한국 음식이 많은데 굳이 떡을 정복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나의 근거 없는 기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이 벌어졌으니, 그거슨 BTS가 떡볶이 먹방을 찍은 사건(?)이다. 우리 지민 오빠가 전 세계 아미 팬들을 상대로 “여러분들, 크리스마스에는 떡볶이예요!” 하고 입을 맛있게 오물거린다면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여태 칠면조 가슴살을 먹었는데 이제부턴 떡볶이닷!’ 정도는 아닐지라도 한국 하면 떠올릴 음식 리스트에 떡볶이가 추가되었으리라. 입 속이라는 지극히 내밀하고 주관적인 감각 환경에 이견이 허락되지 않는 강력한 기준을 우리 지민 오빠가 만들어 준 셈이다. 받아들이기에 좀 이질적이었던 감각이 한순간 ‘아, 이것이 한국인들의 소울푸드 맛이구나’ 하고 한국인들의 소울(soul: 魂)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희유한 경험으로 이끈 그들 능력이 신기하다. 입천장에 잘 들러붙은 떡이 갑자기 옳고 갑자기 맛있어진 것이다. 달콤한 떡고물과 쫄깃한 식감으로 한국인들의 주전부리 역할을 해왔던 떡은 떡볶이로 변주되어 외연을 넓히고 있다. 또한 산낙지라면 질색하던 외국인들이 용기를 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혐오 음식이던 산낙지가 ‘가장 먹어보고 싶은 이색적인 한국 음식’ 1위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에 오면 도전하고픈 음식으로 산낙지를 꼭 맛본다고 한다. 이게 문화의 힘이다. 혐오가 호감으로도 바뀔 수 있지만 그 반대도 가능한 게 문화의 매력이다. 요즘 김밥이 전자의 경우다. 지난 8월 미국 초대형 할인점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에서 판매를 시작한 한국 김밥이 2주 만에 완판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발 그만 좀 사가라. 매일 사러 가는데 갈 때마다 품절”이라는 하소연을 할 정도란다. 보통 김밥은 수분이 많고 실온에서 잘 상할 수 있어 냉동 제품 상태로 수출한다. 이걸 한국계 음식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레인지에 돌려먹는 영상이 빵 터져버린 것이다. 경북 구미의 어느 식품업체에서 생산된 이 제품은 포장지에 큼지막하게 kimbap이라고 쓰여 있다. 김밥이라는 우리 발음으로 팔리는 거다. 바로 밑에 제품 소개로 ‘한국식 두부(Tofu)와 야채, 그리고 김으로 만든 라이스 롤(Rice Roll)’이라고 쓰여있다. 이제 우리의 목표를 수정할 때다. 일본식 토푸를 우리식 두부로 되찾아와야 한다. 이것이 문화의 힘이고 세상을 지배하는 소프트 파워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후배들과 남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단석산 신선사에 대해 계속 글을 쓰고 있어 후배들과 동행할 처지가 아니다. 홀로 또 신선사를 찾아 길을 나선다. 산을 오르다 보면 지금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한 생각이 정리된다. 헨리 소로우는 산책한 시간만큼만 글을 쓰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때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고 했다. 니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렇게 일갈하고 있다. “가능한 한 앉아서 지내지 마라.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면서 얻은 게 아니라면 어떤 사상도 믿지 마라” 이런 대단한 분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필자 또한 등산이나 산책을 하면서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해 구상을 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신선사 석굴 앞이다. 신선사 석굴 북편 작은 입구 쪽에 ‘미륵전’이라는 팻말이 있다. 미륵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서편의 주 출입구를 들어서면 맞은편인 동면 불상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런데 이 불상이 주불은 아니다. 남면에 있는 조상명기(造像銘記)에 의하면 주불은 북면 안쪽에 있는 미륵불이다. 그리고 동쪽과 남쪽 바위에는 각각 보살상을 조각하여 삼존의 형식을 이루었다. 주존불의 좌측과 맞은편이 협시불이다. 일반적으로 삼존불이라면 주불을 가운데로 하고 좌우로 협시불을 모신다. 그렇다면 동면 불상이 주불이어야 하지만, 바위 규모와 형태 등을 고려하여 부득이 이와 같은 변화를 꾀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올라오는 길 100여m 아래에 있는 안내판에는 동암이 관음보살, 남암은 지장보살, 북암이 미륵본존이라고 한다. 본존인 미륵불은 입상으로 동안에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머리 위로는 육계가 이중으로 우뚝하다. 삼도는 없고 양손 모두 다섯 손가락을 펴서 여원인과 시무외인의 통인을 하고 있다. 옷차림은 통견의로서 좌우대칭의 조각 기법을 따랐으며 옷자락을 길게 아래로 늘어뜨려 발 아래까지 이르고 있다. 비록 딱딱하고 다소 서툰 듯 하지만 전체 높이가 약 7m로서 삼국시대 초기 마애불의 최고 최대의 작품이다. 동쪽 면에 새겨진 보살 입상은 보관이 생략되었으며, 왼손을 들어서 가슴에 대었고 오른손은 몸 앞에서 보병을 잡고 있다. 마멸이 심하여 분명하지 않지만 남면에도 광배가 없는 1구의 보살입상을 새겨 앞의 불보살상과 함께 삼존을 이루고 있다. 남면의 안쪽에는 이 불상군을 만들 당시에 새긴 400여자의 경주상인암조상명기(慶州上人巖造像銘記)가 있다. 상인(上人)이란 최고의 덕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혜가 있고 덕이 뛰어난 스님들을 높여 부르는 말인데, 여기에서는 불보살을 아울러 지칭하고 있는 듯하다. 미륵불과 관련하여 『삼국사기』 「열전」 ‘김유신’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김유신 공은 15세 때 화랑이 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기꺼이 따르며 용화향도라고 불렀다” ‘용화’는 미래불인 미륵이 후세에 인간세계에 하생(下生)하여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인연있는 사람들에게 3회에 걸쳐 설법을 행한다는 데에서 유래한 말이며, ‘향도’는 불교신앙단체이다. 즉 김유신을 따르는 화랑도가 불교의 미륵신앙과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 고문헌에서 김유신과 단석산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지 않고 있으나, 이곳에 주존불로 모시고 있는 불상이 미륵불이라면 이곳 단석산과 김유신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조상명기 14행에 ‘높이 3장의 미륵석상 1구와 보살상 2구를 만들었으니…’라는 구절이 판독된다.
붉은 오디션 박라연 첫눈이 온다 종일 처음이 내린다 하얀 눈송이 사이로 ‘너의 무지개가 산다’는 문장이 내려온다 어디에 무지개가 사는지 여전히 모르지만 어둠의 아랫마을에 우리 이야기의 처음이 산다면 내려가는 어둠과 울음의 경사를 관객이 결정한다면 검은 밤의 어깨 위에 스무 살을 걸고 시작할래요 ―뭐? 너, 무슨 오디션 프로에 참가하니? ―응 따뜻한 색이잖아! 모두 다 보잖아 ―스물은 너무 아련한데? 그 먼 기억의 숲을 모셔오려면 요절이 불가피해요 아련함이 숲마저 요절시키면? 늙은 요절을 어디에 쓰나? 관객은 또 숨죽여 지켜볼 텐데 벼랑 사이에 냄새를 뿌릴까 해요 나만의 냄새를요 몸의 화산이 폭발되도록 50가지 무지개로 나누어지도록 시, 그 요절의 오디션 코비드 시절, 길거리에 나갈 수 없을 때 우리 사회를 강타한 것은 어느 방송사의 트롯 오디션이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는 생방송 오디션 현장은 심사위원은 물론 관객의 평가를 통해 등수가 매겨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모두 다 보는 데서 공정한 링 위에 올라가 진행되는 오디션이라니! 시인은 시로써 이 세상과 싸워야 하는데, 시의 평가에 공명정대란 없다는 불신이 차오르던 즈음에 그 오디션 진행 과정을 티브이로나마 보면서, 공정하게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 부러웠던 것. ‘붉은 오디션’이라는 제목도 그렇거니와 이 시에서 눈에 띄는 건 우선 빛깔이다. 그것은 설렘의 흰색(“하얀 눈송이”)과 암울의 검은 색(“검은 밤”)의 대비에서 희망의 상징인 ‘무지개’가 되기 위한 경합의 붉은 복장과 내밀하게 연결된다. 시인은 관객이 숨죽여 보는 현장에서 “종일 처음이 내린다 하얀 눈송이 사이로/‘너의 무지개가 산다’는/문장”의 설렘을 환상으로 본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일지도 모를 “어둠의 아랫마을, 그 암울한 곳에도 우리 이야기의 처음이” 살 것을 믿으며, 세상에 미만한 “내려가는 어둠과 울음의 경사를” 표현한 결과물, 시편들의 상상력과 미학성을 독자인 관객이 결정해준다면 기꺼이 오디션에 참가하겠다는 결의를 보인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쩐다? 시인은 늦은 나이에 스무살을 걸고 오디션 참가해야 하니. 하루가 다르게 트랜드가 바뀌는 시단의 분위기 속에서 세월의 숲은 너무 아련해서 이 게임은 시작하자마자 죽는 요절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때 시인이 치는 배수진은 아찔한 벼랑 사이에 “나만의 냄새를” 뿌리고 마침내 “몸의 화산이 폭발되”어 걷잡을 수 없는 “50가지 무지개로 나누어지”는 것! 그렇다. 시인의 말처럼 진정한 시는 벼랑에서 만나는 게임일지 모른다. 벼랑에서 목숨을 걸고 하는 요절의 오디션일지라도. 시인들이 제대로 쓰고 제대로 평가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경주시가 겨울철 한파와 폭설 등에 대비해 재난상황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대응 활동을 추진한다. 시는 내년 3월 15일까지 4개월 간 동절기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협업기능 13개 반, 23개 부서를 편성해 5단계 상황별 근무반을 운영한다. 먼저 시는 트럭 36대, 트랙터 47대, 굴삭기 2대, 모래선별기 1대 등 총 86대의 제설차량과 살포기 33개, 베토판 49개 등 총 82개 제설장비를 운영한다. 또 모래 1868곳에 1092㎥, 제설재 303톤(염화칼슘 143, 소금 160)도 비축했다. 특히 그동안 역점을 둔 주요 간선도로 제설과 함께 지역 31곳 상습 교통두절 예상도로도 중점 관리한다. 더불어 대중교통 이용, 보행 취약계층에 대한 제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마을안길, 이면도로, 버스정류장 인근 등에 대한 후속 제설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수도계량기 동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한다. 이외에도 겨울철 피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비닐하우스, 노후 축사 등에 대한 시설보강 여부, 보온덮개 및 가온시설 등을 사전 점검하고 행정지도한다. 한파특보 발령 시 독거노인,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건소, 지역자율방재단, 생활관리사와 함께 안부 확인, 건강관리 등 복지서비스도 강화한다. 또 한파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지역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활용해 한파쉼터 196곳도 지정·운영한다. 또 시내버스 정류장에 투명 바람막이 212곳과 온열의자 204곳을 설치 완료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동절기 한파와 폭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신속한 현장대응으로 안전한 겨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신라왕경 14개 핵심유적 사업 중 하나인 인왕동사지 복원·정비가 순항하고 있다. 경주시는 12억원을 들여 올해 1월부터 내년 5월까지 인왕동사지 유적 일원 경역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공정률은 70%. 이 사업은 금당지, 십자형건물지, 동회랑지, 익랑지 등에 건물지를 복토하고 초석을 설치한다. 또 지역에서 보기 드문 와적기단에 유구보호각을 설치해 교육적 공간 마련과 방문객 편의를 위한 탐방로, 안내판, 주차장 등을 조성한다. 특히 유적 보전 원칙을 최우선으로 관람환경을 개선해 유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일반 관람객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적지로 정비할 방침이다. 인왕동사지 유적 일원은 7세기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시대 절터다. 인용사지에 대한 문헌 삼국유사 기록에 따르면 인용사는 김인문의 원찰로 창건됐다가 중건됐음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인용사지가 문헌의 인용사로 비정(比定)된 것은 1930년대 일본인 연구자에 의해서이며, 이후 연구자들은 그 견해에 따라 이곳을 인용사지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신라시대 전형적 건축형식인 쌍탑가람을 보이면서 금당지, 탑지, 회랑지, 담장지, 와적기단 등 독특한 유구가 확인됨에 따라 2016년 1월 사적 제533호 ‘경주 인왕동사지’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시는 향후 미발굴 지역에 대한 추가 조사와 고증연구를 통해 유적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동·서탑 복원 등 정비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왕동사지 정비를 통해 인접한 황룡사지, 동궁과월지, 경주 분황사지와 더불어 신라 왕경을 알릴 수 있는 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신라왕경 복원사업은 천년고도 경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신라 사찰 건축의 연구 자료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유적을 잘 복원·정비해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주환경운동연합과 경주겨레하나 등 16개 경주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24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회용품 사용 규제를 담은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당초 이날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1회용품 사용규제를 환경부가 철회한 것은 시대역행적인 자원순환 정책이라며 이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인구 24만의 작은 도시에 해마다 1천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막대한 양의 1회용품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황리단길을 비롯한 역사문화도시 거리 곳곳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닐을 만드는 데는 5초가 걸리지만 썩는 데는 500년이 필요하다. 경주시는 당초 계획했던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등의 매장 내 사용 금지를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탄소 중립 실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거창한 행사보다 1회용품을 규제하는 실질적인 조례가 필요하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제 △황리단길 상권의 규제특구 지정 △공공기관의 1회용품 사용 중단 등을 제안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경주의 아름다운 환경을 후세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1회용품을 비롯한 쓰레기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경주시에서 조례를 제정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두 개의 맞닿은 연못을 서로 연결해 물을 대면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뜻의 이택상주(麗澤相注)의 마음으로 힘을 모은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주낙영 시장이 지난 29일 제279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시정운영 방향을 밝혔다. 주 시장은 “고금리·고물가로 경제에 불안정성이 커지고 지방교부세 대폭 감소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서민생활안정 등 민생경제는 물론, 중단 없는 경주발전을 위한 혁신사업에도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는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불요불급하거나 관행적인 지출은 조정했고, 경상적 경비도 10% 감축했다”며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취약계층 주거·교통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을 경감하는데 주력하고, 일자리창출과 친서민·민생안정을 위한 에너지정책 등 실생활 체감형 사업과 경주발전을 위한 성장 동력 확보 사업에 투입했다”고 했다. 이어 주 시장은 중단없는 경주 발전을 위한 분야별 5가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먼저 대한민국을 넘어 역사문화관광의 K-브랜드로 품격을 높이는데 행정력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5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유치하고, 신라왕경 14개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 세계유산 탐방거점센터 건립, 신라왕경 역사가로길 조성, 문무대왕 성역화 사업, 문무대왕 해양역사관 건립, 국립 선부역사기념공원 조성, 경주읍성 2단계 사업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구축을 위해 새로운 경제산업 지도를 그릴 계획이다.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의 촘촘한 추진과 스마트관광도시 고도화, 경주형 e-커머스 활성화로 도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정책으로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신경주 역세권 해오름 플랫폼 시티 조성, 산업단지 대개조, 건천 경제자유구역 조성, 미래차 소재·부품·장비산업 특화단지 조성으로 첨단 신성장산업 조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계획이다. 젊은이들이 농어촌에 돌아올 수 있도록 농축수산업의 체질개선에도 행정력을 집중한다. 신농업혁신타운 조기 준공과 젊은 농민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영농정착금, 임시거주지·농지 임차비 등 지원을 늘려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 계획이다. 또 수요자 맞춤형 친환경 치유농업 돌봄단지 조성, ICT 기반의 스마트 축산 확대, 감포항 명품 어촌 테마마을 조성, 양남 동해안 내셔널트레일 조성 등 농축수산업 발전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환경적으로 건강하고 쾌적한 아름다운 도시 ‘경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폐역·폐철 부지에 대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동천~황성 그린뉴딜 천년숲길, 보문 왕경숲 등 정원도시 구현과 종합운동장 이전 및 근린·문화공간 재정비 등 ‘황성공원 그랜드플랜 사업’도 추진한다. 이외에도 노후교량 개체, 지하차도 구조개선, 상하수도 관리, 가로등·보안등 설치 등 시민의 쾌적한 생활을 위한 기초사업도 꼼꼼히 챙기는 동시에 대형 통합환승주차장, 안강 화물공영주차장, 흥무로, 황금대교 및 감포 중앙도시계획도로 조성 사업에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최첨단 복합문화도서관, 육아 종합지원센터, 장애인가족 복합힐링센터 건립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에도 행정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주낙영 시장은 “경주시와 시의회가 ‘시민의 행복’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해 ‘더 큰 경주, 더 나은 미래’라는 찬란한 결실을 맺는 또 다른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시보건소장 공모에 16년간 재임했던 전 보건소장 지원으로 논란이 일자 자진해서 철회했다. 경주시는 오는 12월 공석이 되는 경주시보건소장 채용을 위해 지난 17일까지 공개모집했다. 공개모집 결과 전 보건소장 A씨와 지난 보건소장 채용에 탈락했던 의사 B씨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보건소장 A씨는 16년간 경주시보건소장으로 재직하다 명예퇴직했었다. 이후 김천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최근에는 경주시가 민간 위탁하고 있는 경주시립노인전문병원에 당직의사로 재직 중이다. A씨가 보건소장에 지원하자 보건직 공무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언행 문제와 함께 내부 승진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 보건소 관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갑자기 명예퇴직한 전 소장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외부 인사로 보건소장이 임용된다면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보건직 공무원들의 승진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전 보건소장이 보건소장 채용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무원노조도 반발하는 분위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주시지부(이하 공무원노조)는 지난 28일 전 보건소장 지원에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공무원노조는 보건소장 임용시험 공고에 전 보건소장 지원 소문에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전 보건소장은 인사권자인 시장과 인사를 무시하고 본인 의견에 반하는 직원은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승진에 배제하고 폭언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보건소장 자리가 또다시 한 사람의 왕국이 돼서는 안 되며 직장에서 존중받으며 일할 권리가 있다”면서 “갑질과 전횡의 온상인 인물이 임용될 경우 경주시 청렴도가 과거로 회귀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보건소장 채용 때마다 난항 경주시는 그동안 의사 면허를 가진 보건소장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데는 불안한 직위와 업무량, 조직체계 융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보수도 큰 원인이었다. 보건소장 연봉 상한액이 9000여만원 수준 이지만 실제 의사들이 보건소장에 채용되면 의사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대부분 연봉 하한액인 6000여만원을 받는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 평균 연봉보다 현저히 낮은 연봉을 받으며 근무하려는 의사를 찾기 어렵다”면서 “의사 채용이 어렵다면 내부 승진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건소장 채용도 보건 직렬 국장급 승진은 보건소장이 유일한 상황에서 외부 인사가 보건소장으로 채용되면 승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기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 일자 공모 응모 자진 철회 경주시보건소장 채용 관련해 논란이 일자 전 보건소장 A씨는 응모를 자진 철회했다. 경주시는 지난 29일 전 보건소장 A씨 채용 신청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A씨가 채용 서류 반환을 청구해 채용 신청이 취소됐다”면서 “특별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자진해서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 씨가 사퇴하면서 보건소장 채용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다. 보건소장 지원자가 2명 미만일 경우 재공고 후 보건소장 후보자를 다시 뽑아야 한다. 경주시 관계자는 “보건소장 채용이 쉽지 않다”면서 “현재 보건소 내 내부 승진 대상자도 없는 상황으로 당분간 보건소장 공석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내 외부 의료인 채용 2곳? 한편 공무원노조는 현재 도내 22개 지자체 가운데 외부 의료인을 보건소장으로 채용한 곳은 구미시보건소와 포항북구보건소 두 곳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 의료인을 보건소장으로 채용한 곳은 포항북구보건소가 유일했다. 구미시의 경우 내부 직원을 개방형으로 공모해 채용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의사 채용이 어려워 개방형 공모를 통해 선산보건지소에서 소장으로 근무한 내부 직원이 채용됐다”고 말했다. 포항북구보건소는 도내 유일하게 의사면허증을 가진 보건소장이다. 북구보건지소는 정규직공무원으로 임용된 보건소장이 24년째 근무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보건소장은 정규직 공무원으로 정년이 60세로 정해져 있다”면서 “현 보건소장이 퇴직하면 새로운 의사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4시 55분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문무대왕면 입천리 입천마을 복지회관 일대)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시는 지진 발생에 따라 비상 2단계를 발동했다. 시는 상황종료 시까지 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소속 공무원 20%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시는 피해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시 즉각적인 ..
NH농협은행 경주시지부는 지난 27일 사단법인 하나-경주지역자활센터에 연탄 2500장을 전달했다.
사단법인 가경사회서비스지원센터는 지난 16일과 17일 경주시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 참여자 워크숍을 진행했다. <사진> 교원드림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지역 내 장애아동 이용시설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참여자 12명을 대상으로 열렸다. 아이스 브레이킹, 생애경력설계서비스, 장애아동 이해 및 소통, 성공적 취업설계 등 소진예방 및 직무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장애아동과 가족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고,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지금의 경험을 살려 지역 내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봉구 센터장은 “사업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 업무를 되돌아보고 리프레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고무적이었다”며 “워크숍에서 느낀 점을 현장에 적용해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장애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은 만 50세 이상 70세 미만의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신중년에게 지역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제공하고,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일자리로의 이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10人의 경주작가들이 선사하는 경주스러움 전시 ‘경주이스틱’이 지난 12일 플레이스씨 전시관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플레이스씨와 경주미술협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각 작가들이 자신의 독특한 방식으로 ‘경주스러움’을 표현하고 탐구했다. 강민수, 김서한, 박수미, 서지연, 오동훈, 오승민, 이상수, 최영조, 최용대, 최용석 작가가 참여했으며, 전시는 내년 1월 14일까지다.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경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구하고 이를 표현했다. 강민수 작가는 아버지가 입었던 모시 두루마기를 활용해 옛날의 정취와 아름다운 자연을 그려내며 시간을 초월한 감동을 선사했으며, 김서한 작가는 한국적인 단청 색채로 현대 도시를 묘사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박수미 작가는 한지의 본질적인 매력을 활용해 인간의 근원적 사유를 표현하는 과정을 보여줬으며, 서지연 작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흐려지는 흔적을 따뜻한 서정으로 표현해 위안을 줬다. 오동훈 작가는 버블맨 시리즈를 통해 상상력과 희망찬 미래를 시각화했으며, 오승민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과 내적 치유를 조형적 언어인 색채를 통해 확산 시키며 끊임없는 연속성의 경계로 관람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이상수 작가는 경주 주변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재현한 작품과 그의 시그니처작 선인장 조각작품을 함께 전시했으며, 최영조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문인화를 현대적인 아크릴화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내며 관람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분청사기를 표현한 최용대 작가는 시대적인 배경과 작가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을 통해 우리의 생활문화를 그렸으며, 최용석 작가는 붉은 색의 진사를 테마로 상서롭고 경사로운 감정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플레이스씨의 최유진 대표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는 경주의 작가들과 플레이스씨의 공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전시의 주제인 ‘나다움’은 경주의 특별한 분위기와 연결돼 있다. ‘나다움’은 ‘경주스러움’으로 번역되며, 이는 ‘경주이스틱’이라는 영어 제목으로 전시를 대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시를 통해 10명의 작가들 각각이 자신의 ‘경주스러움’을 표현하게 됐으며, 관람객들이 그로부터 독특한 영감을 얻어가길 바란다”며, “플레이스씨는 앞으로도 지역민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며 연중무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지도부로 공이 넘어가며 연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고준위특별법에 대해 심의했지만,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 등을 두고 입장차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여야 지도부가 당 차원에서 합의를 통해 법안 처리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특별법안은 모두 3개다. 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국회 산중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난해 11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법안 심사 작업을 벌였지만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표류해왔다. 주요 쟁점은 고준위 방폐장 확보 시점 명시 여부와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의 규모 등이다. 정부·여당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 및 최종 처분시설의 확보 시점 모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최종 처분시설 확보 시점만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와 관련해서는 원자로 운영허가가 향후 연장될 가능성을 고려해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여당의 입장과 기존 원자로가 설계될 때 명시된 수명 기간까지만 고려해 저장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됐던 법안을 당 지도부 차원의 합의를 통해 처리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주시를 포함한 원전 소재 지자체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산중위 법안심사소위 심사를 앞두고 20일 경주시 등 원전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와 21일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는 국회를 찾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포화가 임박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영구화를 막고, 지자체 지원 근거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내 원전 내 쌓여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포화시점도 문제지만, 현재 운영 중인 임시저장시설의 영구화를 막아 주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별법안이 연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를 넘기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법안 처리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여야 지도부는 원전 소재 지자체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연내 반드시 법안을 처리해주길 바란다.
경주·울산·포항 3개 도시가 행정협의체인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 2023년 하반기 정기회를 열고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정기적인 모임이지만 주낙영 경주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3개 도시 실·국장 등 42명이 참석해 보다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상생협의회에서는 ‘해오름동맹 도시발전 전략 연구 최종 보고회’와 ‘해오름동맹 상생협력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등 그동안 모색해온 협력방안에서 한 걸음 더 내딛었다. 이날 최종보고회는 수도권 집중 심화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도시 간 상생협력을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핵심 사항은 기존 공동협력사업의 성과를 분석해 공간거점 위주의 도시발전 전략 수립과 신규 협력사업 발굴 등이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기반 탄소중립 실현, 지속 연계협력을 통한 도시권 경쟁력 강화, 해오름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증대를 위해 협력해나간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협력 분야는 경제산업, 교통 인프라, 문화관광, 해양물류, 삶의 질 등을 꼽았다. 또 핵심 선도 사업(안)은 해오름 친환경 첨단산업지대 구축, 세계적인 강·산·바다 정원도시 조성 등 해오름 대도시권 형성을 위한 공간 거점 육성 계획을 담았다. 무엇보다 해오름동맹은 시·도와 광역·기초단체를 넘어 상생발전을 위한 협력 모델로서 주목받을만하다. 3개 도시가 협력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 수도권 재편과 메가시티 추진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오랜 세월 실질적인 협력 사업을 진행해온 해오름동맹은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 보인다. 지방소멸을 막고, 실질적인 지역발전과 나아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해오름동맹과 같은 자발적인 상생모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단일 경제권 성장, 초광역 교통망 형성, 광역문화 관광권 조성, 도시 안전망 구축 등을 목표로 나아가는 해오름동맹을 성공모델로 만들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란다.
경주에서는 국제행사, 전시, 학술대회를 비롯한 다양하고 많은 행사가 개최된다. 이를 위한 인프라도 전국에서 최고 수준이다. KTX 신경주역이 있고,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도시간 연결도로망도 잘 구축되어 있으며 앞으로 더 확충될 계획이다. 최근에는 포항공항이 포항경주공항으로 이름을 바꾸어 경주로 오고갈 때 항공편 이용에 대한 홍보도 진행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경주시는 2025년에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를 유치하기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사 개최지인 보문관광단지에는 대규모 컨벤션 시설인 화백컨벤션센터가 건립되어 있고, 타 도시에는 흔치 않은 특급호텔을 비롯한 양질의 숙박시설이 충분하다. 단순 행사개최를 위한 인프라만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이 집적된 도시로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된다면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려 국가의 위상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경주의 국제적 인지도 또한 크게 상승할 것이다. 경주가 APEC 정상회의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고민했던 것은 APEC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행사 개최로 인한 파급효과를 도심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계해 볼 수 있는가였다. 개최 장소인 보문관광단지에 대한 집중과 이목을 도심으로까지 넓혀 도심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삼을 수 있다면 행사 개최로 인한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심과의 접근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과 방향은 ‘대중교통지향형 도시개발’로 요약할 수 있다. 일명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로 불리는 대중교통지향형 도시개발은 도시의 중심지역을 핵심 대중교통시설의 거점으로 설정하고 복합용도의 고밀개발을 추진하되, 외곽은 저밀도의 자연생태지역으로 보전하는 도시개발방식이다. 도시의 외연적 확장보다는 압축적 도시개발을 통해 이동거리를 줄이고 대중교통중심의 교통체계를 도입하기에 친환경적인 탄소중립도시의 계획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마침 폐경주역 부지를 복합용도의 중심지구로 개발한다고 하니, 이를 행정·문화·복지기능이 복합적으로 제공되는 용도로 조성하고 여기에 대중교통 중심시설을 도입함으로써 도심의 핵심지역으로 만드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아니면 현 터미널 부지를 기존의 도시간 이동을 위한 광역교통기능과 함께 보문단지와 신경주역을 대중교통으로 연계하는 중간지점 성격을 가지는 복합중심지로 조성할 수도 있다. 전자는 과거 경주역이 담당했던 도심지역의 중심공간으로서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경주 도착은 옛 경주역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많은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단순히 도착지점으로서의 경주역이 아닌 이제 막 경주관광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갈 곳을 안내하고,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 역할도 했다. 경주역 동측으로는 경주읍성이 일부 복원되었고, 주변지역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활력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하고 있어 이들 사업과 연계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터미널 부지 또한 봉황대 지구와 황리단길 등 도심으로의 보행 접근성이 훌륭하다. 기존의 터미널 시설을 현대화하고 경주에 필요한 용도와 시설을 복합화하여 중심 지역으로 조성할 경우 또하나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중교통 중심시설은 대규모의 정차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지방 도시가 그렇겠지만, 경주도 대중교통수단보다는 자동차 중심 도시다. 도처의 관광지들을 렌트카나 택시가 아닌 대중교통만을 이용하여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일부 지역은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코스별 관광순환버스를 도입하여 접근성을 향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 같은 대중교통지형형 도시개발의 장점은 무엇보다 별도의 교통수단 없이도 걸어서 도심을 둘러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경주역과 터미널을 핵심 지점으로 그사이를 사람들이 보행을 통해 오고 간다면 자연스럽게 중심상가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 경주는 어느 분이 당선이 될까? 그림이 그려지고 예측도 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눈이 쏠리는 이곳에서 말하기는 왠지 꺼려진다. 비겁하다 할 수도 있고 괜히 척지는 행동을 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인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생각을 적극 말하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출마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이 소수의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적극 의사를 표현하는 이 사람들을 경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거의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경주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각 정당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표방하고 있어 경선을 거쳐야 하기에 더욱 이러한 소수의 적극층을 간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람들이 공천이나 당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내 판단으로는 ‘아니오!’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것에도 ‘아니오!’라고 판단하고 싶다. 영향은 있지만 그것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답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적극층이 나타내는 표현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아주 크게 다가올 것이고, 이들을 배제하고는 선거운동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표현 등이 소극적이라 함께 선거운동을 하기에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필자도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판단과 평가를 할 수 있지만 괜히 척이라도 질까봐 표현에 소극적인 비겁함을 내포하고 있듯이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에 직접선거가 도입이 되어 지금까지 이뤄진 선거운동의 형태를 보면 큰 틀에서 별반 달라진게 없다. 합동연설회에서 TV토론으로 바뀌었고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 등이 주요 변동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을 가지고 다단계 형식의 선거운동, 주요 행사 등에 가서 얼굴을 내비치고 주요 길목에서 인사와 명함 배포 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 이러한 것들은 조직에 전적 의존해야 하는 선거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후보자는 적극 표현층의 소수에게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러한 형태로 선거가 계속 치러지고 행해진다면 능력은 있는데 대중 앞에 민낯을 보일 용기가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역으로 표현하면 능력 있는 선출직 지도자 탄생도 더욱 요원해지면서 국가·지역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선거는 이렇게 전개돼왔다. 그런데 2022년 대한민국 선거에 여태 없었던 획기적인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발탁돼 부패한 국민의힘 세력 등을 척결해 민주당으로부터 엄청난 찬사를 받던 검찰총장이 역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돼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었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자기 직무를 다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무한 신뢰를 보냈고 권력 핵심을 건드린 대가로 현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는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와 함께 응원과 지지를 보낸 결과, 검사만 했고 정치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사람이 결국에는 대통령에 당선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소수에 의해 밀실에서 결정되는 시대에서 다수의 평가를 받아 결정되는 시대가 되는 큰 변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현상이 한순간의 신기루가 아니라 향후에도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거의 흡사한 과정을 밟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마찬가지로 많은 국민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 평가와 지지가 결코 가볍게는 보이지 않는다. 능력을 보고 사람을 선택하는 시대에 돌입했다는 의미로도 분석된다. 많은 악재들이 계속 터지고 진행형인 민주당, 큰 악재없이 가고 있는 국민의힘, 양당 간 지지율 차이는 거의 없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내년 선거는 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도 제대로 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공격은 하되 결과물이 없다 보니 상대편의 계속된 악재에도 국민들로부터 크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젠 지역 선거도 이럴 것이다. 비방이나 과대포장, 조직의 움직임보다는 현직에게서는 임기 중 어떤 정책으로 어떠한 성과를 이뤘고 어떤 모습을 보여 주었는가를 볼 것이다. 신인에게는 공약, 정책의 방향성 등에서 어떤 비전을 볼 수 있는냐가 주요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다. 최근 경주의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황리단길을 꼽을 수 있다. 이것을 누가 조성했는가? 누구도 아니며 자연 발생적으로 조성되어진 것이다. 시민들은 이런 것을 바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 시민들의 자긍심을 올려주는 지도자! 황리단길처럼 많은 국민들이 찾는 이러한 것을 찾아내고 만들어 낼 줄 아는 창의력 있는 지도자!를 바란다. ‘자고 나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 하듯이 지금은 엄청난 속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초고속 정보화 사회다. 이제는 선거도 여기에 맞춰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돼야만 더욱 밝은 사회가 된다. 표현에 주저하는 비겁함을 던지고 좋은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풍토도 능력을 보고 선택하는 첫걸음이다. 2024년 선거는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선거혁명이라 불릴 만큼 변화를 기대하며, 선출직 탄생의 방식에 큰 변곡점이 되는 원년의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화계(花溪) 류의건(柳宜健,1687~1760)은 경주 내남 화곡의 아름다운 산수를 벗 삼아 유유자적 글을 읽고 참된 선비의 길을 걸으신 산림처사(山林處士)였다. 그는 자연에 묻혀 지내며 가난과 부유함은 하늘의 명에 달렸고, 구복(口腹)을 채우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으려하지 않았다. 또한 『맹자』 「진심(盡心)상」의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 노릇하는 것은 여기에 끼지 않는다. 부모가 다 생존하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위로는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그리고 평소 거문고를 통해 영욕(榮辱)과 시름을 멀리하였고, 맑은 정신으로 마음의 바름을 얻고자 하였다. 가난은 간난(艱難:몹시 힘들고 고생스러움)에서 나온 말로,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이 닥친 상황 즉 수입이나 재산이 적어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고 어려운 처지를 말한다. 선비로서 시와 음악을 가까이하면서 자신을 수양하지만, 그의 삶은 늘 넉넉지 못하고 곤궁한 생활에 아내와 자식들이 고달파하기 일쑤였다. 그가 남긴 시작품 가운데 ‘가난’에 관한 자신의 소회를 읊조린 부분이 종종 나타난다. 경주부윤 조명정(趙明鼎)에게 보낸 시에 “집이 가난해 손님은 적어 문은 늘 닫혀있고, 몸은 병들어 즐겁지 않아 독서도 손을 놓았네(家貧少客常關戶 身病無悰亦廢書)”라며 가난해서 찾아오는 이 적은 벽촌에 몸은 병들고 좋아하는 독서마저 내려놓았다. 손님이 찾아오면 주안상과 식사조차 어려운 궁핍한 처지가 눈에 선하다. 포도나무를 보며 지은 시에 “큼직한 꽃 무더기를 마음껏 차지하니, 선비의 생활 온전히 가난하지는 않다네(大宛芳叢能擅有 書生活計未全貧)”라며 비록 가난하지만 자연이 주는 꽃의 아름다움에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다는 지조의 마음이 느껴진다. 조상의 무덤을 옮기려는데 사정이 어려워 친구의 도움을 받은 시에 “가난한 몇 해 혀로 밭을 가는 비용을 지불하였는데, 촌 늙은이 지금까지 되레 부러웠다네(螢雪幾年費舌耕,到今還羡老田更)”라며 생활을 영위하고자 학문을 가르쳐 주고 곡식 등을 받아 생활을 영위하는 설경(舌耕)의 표현을 하였다. 그는 후학양성을 위해 화계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평소 그는 가난에 대해 자득(自得)하였는데 “졸렬함이 처세임을 진작에 알았지만, 가난을 따지지 않는 가업을 전하고 싶다(已知處世爲謀拙 更欲傳家不計貧)”라며 세상을 향한 소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자신은 가난 때문에 도를 벗어난 일이나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 다짐한다. 그리고 평소에 “술을 좋아하지만 가난해 취하기 어렵고, 늙어도 독서하는 삼여(三餘) 아깝지 않네(愛酒貧難謀一醉 看書老不惜三餘)”라며 독서의 즐거움과 가난으로 좋아하는 술을 즐겨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독한 굶주림에 대해서 “부엌에서 솥을 씻는 야윈 아내와 앉았는데, 동문 열리니 아이가 밥 달라고 울어댄다(洗鐺厨下坐羸婦 索飯門東啼小兒)”라며 양식이 떨어져 먹을 것이 없는데도 공연히 솥을 씻어대는 아내와 아침이 되자 밥 달라고 보채는 아이의 모습에서 곤궁한 삶이 절실하다. 이 외에도 화계는 가난과 질병으로 더욱 힘든 노년을 맞이하였다. 늘 거친 밥과 굶주림은 일상이 되었고 대장부로서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였다. 『장자(莊子)』 「도척(盜跖)」에 “요임금과 순임금은 천하를 소유하였지만, 자손들은 송곳 꽂을 땅도 없었다(堯舜有天下 子孫無置錐之地)”라 하였는데 화계는 송곳조차 없으니 송곳 꽂을 땅을 묻지 말고, 칼이 있어도 탄협가(彈鋏歌:더 나은 대우를 원하며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호소하는 노래) 부르기조차 부끄럽다며 참으로 어려운 처지를 문학적으로 표출해 내었다. 화계는 가난하였지만, 학문과 수양의 끈을 놓지 않았고, 평생을 학문하는 선비로 일생을 마쳤다. 공부하는 필자 역시 가정유지와 생계를 위해 경제활동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부유하면 공부가 게으르고, 가난하면 독서조차 힘이 드니 적당한 중도(中道)의 경제사정이 필요하다. 지난날의 화계 선생에게 되묻고 싶다. 과연 적당한 경제사정은 어느 정도의 부유함을 말하는지?
스마트 세상은 세계를 가깝게 했지만, 개인은 서로 멀어지게 만들었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톡을 하고, 목소리를 듣고 말하는 것보다 문자가 편하다.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모두가 적절한 핑계로 스마트폰을 택한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할까 말까 난감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그냥 핸드폰을 보며 무시한다. 어색한 소통의 시작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편하다. 그렇게 소통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금 당장보다 십 년 후, 이십 년 후가 더 걱정된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의견이 나뉘고 불화가 생기고 그걸 조정하고 화해하는 일련의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이들끼리 금방 풀릴 문제도 어른들이 나서면서 문제가 더 커지는 것도, 없지 않아 보인다. “낄끼빠빠 -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야 한다” 아줌마는 이 말이, 요즘 부모들이 잘 알고 실천해야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줌마들 모임에서 아이들이 하루종일 노는 시간을 갖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아이들끼리 있으니 놀다가 다치기도 하고, 투닥거리기도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우리는 폭력적인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아이들끼리 서로 조정하도록,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관여하지 말자는 무언의 약속을 이행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하다가 서로 다투며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부모님이 개입했고 어느 정도 조정이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한 시간쯤 흘렀을까, 이상한 광경이 아줌마 눈에 들어왔다. 부모가 폭력 사태로 끼어들어야 할 정도로 투닥거리던 두 남자아이는 아무 일 아니었다는 듯이 친하게 놀고 있는데, 그 아이의 부모님들은 편치 않은 안색이었다. 나중에 아이들 무리에서 가장 큰 중학생 형에게 의견을 물었다. 정리하자면, 두 아이의 입장은 각자의 상황에서는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었고 상대방을 각각 오해한 부분이 있었고 그로 인해 감정이 상했고 때리는 일까지 발생했는데, 이 정도 일은 우리가 지낸 시간이 있고, 앞으로 지낼 시간이 더 있으니 아이들 자신도 정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끼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론이 명확하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뼘 더 자라있다는 말을 다시금 기억하게 한 날이다. 이런 이해와 공감이 되려면 우리는 서로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말하기보다 몇 개의 문자에 의존한다. 소통의 기본 능력은 상호작용을 통해 익혀 나간다. 내가 말했을 때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전달하는 것도 소통을 통해 익힌다. 누가 말을 못 한다고 따지는가? 아줌마는 자신 있게 답한다. 말 못 하는 사람이 많다. 말만 할 뿐이지 내용이 없거나 제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말꼬리를 잡고 이야기는 엇나가고 감정만 상한다. MBTI의 문제도 아니다.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 것과 별개다. 각종 인터넷방송에 익숙한 청소년과 대화를 해보면, 난감한 경우가 종종 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상대에 따라, 관계에 따라 말은 달라져야 한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하는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물론 모든 청소년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요즘 친구들을 보면 어디에서 제대로 된 소통을 배울까 심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고 얼굴을 마주하자. 상대의, 아이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자. 공감과 배려가 가득한 세상은 소통에서 시작된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온 가족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시간을 만들자. 우리 가족부터.
1853년 브람스는 요아힘의 추천장을 들고 슈만을 찾아간다. 그때 슈만은 정신착란증으로 위태로운 상태였다. 맡고 있던 뒤셀도르프 관현악단 지휘자 역할도 수행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슈만은 듬직한 이 독일 청년의 작품을 보고는 자신이 창간한 음악신보(Die Neue Zeitschrift für Musik)에 극찬을 아낄 수 없었다. 이리하여 브람스는 슈만이 보증하는 일류 음악가의 대열에 서게 된다. 슈만은 그 후 몇 달 지나 지휘자 직에서 물러난다. 정신병이 도진 것이다. 이듬해에는 라인강에 뛰어든다. 마침 강을 지나가던 어부 덕분에 구사일생했지만 온전한 정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 슈만은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는 2년 후 생을 마감한다. 이렇듯 브람스와 슈만의 인연은 오래 이어질 수 없었다. 불과 3년을 함께 했을 뿐이다. 이 3년 동안 브람스는 정신병자 슈만과 그만을 사랑했던 클라라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오늘날 ‘슈만과 클라라’는 마치 고유명사 같다. 그만큼 그들의 사랑은 드라마틱했다. 슈만은 라이프치히의 유명한 피아노 교육자 비크(Johann Gottlob Friedrich Wieck/1785-1873)의 문하생이 되면서 처음으로 클라라(Clara Josephine Wieck/1819-1896)를 만나게 된다. 당시 비크의 딸 클라라는 눈부신 외모를 가진 10대 소녀였다. 슈만은 특유의 언변으로 클라라를 공략하기 시작한다. 피아노밖에 몰랐던 클라라는 9살 연상의 슈만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비크 교수는 슈만과 클라라의 교제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슈만이 애제자임에는 분명했지만, 금지옥엽 기른 외동딸을 주기에는 미덥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특히 손가락 부상으로 더 이상 피아노연주를 하지 못하고, 대신 작곡과 평론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할 슈만의 경제적 능력이 문제였다. 하지만 비크의 반대에도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은 점점 커져갔다. 마침내 슈만이 클라라와의 결혼을 요구하자 비크는 소송으로 딸을 지키려 했다. 법원은 슈만의 손을 들어 주었다. 1840년 슈만과 클라라는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된다. 슈만이 서른 살, 클라라가 스물한 살 때다. 슈만과 비크는 소송으로 큰 상처를 주고받았지만 결국 화해를 한다. 이렇듯 한편의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한 슈만과 클라라 사이를 브람스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브람스와 클라라가 처음 조우했을 때, 브람스는 스무 살, 클라라는 서른네 살이었다. 열네 살 연상의 클라라에게 반한 브람스는 수줍은 사랑고백을 하지만, 클라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브람스는 평생 해바라기같이 한 여인을 바라보며 독신으로 지낸다. 클라라는 슈만이 정신병원에서 죽은 1856년부터 40년 동안 슈만 부인으로 남아 슈만과 브람스의 작품을 연주하면서 여생을 보낸다. 1896년 클라라가 죽자 이듬해 브람스도 그녀를 따라간다. 이 정도면 ‘클라라와 브람스’를 또 다른 고유명사로 인정해도 되지 않을까?
어느 사이 우리나라는 노령인구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 노년인구는 다수비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의료시설과 의학의 발달, 적절한 영양공급, 노인들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사회적 시설들의 증가가 노년 인구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생명을 연장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노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노력도 뒤따라야 하는데 정작 법과 제도는 노년을 외면하고 예산에 대한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노인들에 대한 복지나 혜택을 줄이려 든다. 법과 제도를 다루고 예산을 결정하는 결정권자들이 노인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고 노인을 쓸모없이 예산만 축내는 부류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인복지와 노인예산을 쉽게 생각하는 이면에는 자신은 노인이 안 될 것 같은 착각이 동반된다. 언제나 청춘일 줄 아는 젊은이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었지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들 역시 노인이 되어 젊은 사람들에게 짐으로 여겨지고 걸림돌로 치부되었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반복적 진리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그 젊음을 누리는 동안의 달콤함에 탐닉한 나머지 자신은 영원히 젊을 것처럼 착각하기에 노인에 관한 일은 멀고 먼 남의 일로 여기기 쉬운 것이다. 사람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노인이라고 해서 감정이 둔하고 노인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초월하거나 달관하지 않는데도 젊은이들은 으레 노인이기 때문에 가져야 할 많은 원칙들이 있는 줄 안다. 그래서 홀로 된 노인이 연애라도 할라치면 노망들었다고 우스워하고 혹시라도 좀 더 깊은 관계로 번지면 어떻게 하나 근심하게도 된다. 특히 가진 것이 많은 노인들일수록 자식들의 등쌀에 짓눌려 새로운 삶을 꿈꾸기 어렵게 된다. 그러면서 정작 자식들은 노인을 돌보거나 가깝게 살기를 꺼린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가 열연한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 (Our souls at night / 2017 라테쉬 바트라 감독)’은 노년의 노인들이 느끼는 결핍과 그 결핍에서 헤어나기 위한 노력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빼어난 작품이다. “그냥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 상대가 되어 달라” 오랜 이웃인 메디(제인폰다 분)의 난데없고 엉뚱한 질문에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 분)는 며칠 고심하지만 결국 그 이야기의 상대가 되기로 한다. 두 사람 모두 짝을 잃은 지 오래되었고 자식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 매일 적적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이들은 밤마다 만나 자신들의 내면에 갈무리된 이야기들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주변 사람들은 이들을 이상하게 본다. 그 눈길을 의식하면서도 결국 그 눈길을 이겨내야 한다고 믿은 두 사람은 초연하게 자신들의 삶에 충실한다. 가족들 역시 낯설어하고 어려워한다. 특히 루이스의 과거를 잘 아는 메디의 아들은 자신의 엄마가 루이스를 사귀는 것에 못마땅해한다. 영화에는 메디의 손자를 정성껏 돌보면서 메디의 신임과 손자의 신임을 동시에 얻은 장면이 나온다. 부자지간에 볼 수 없는 애틋한 정이나 살가움이 조손(祖孫)간에 진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루이스는 메디의 손자와 자연스럽게 교감을 이룬다.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단지 루이스가 손자를 잘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노인이 사회의 여러 면에서 충분히 대접받을 만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메디의 아들을 떠나, 이런 상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담스럽고 부자연스럽다. 특히 사회가 성숙하지 못할수록 여성에 대한 압박히 훨씬 심하기 마련이다. 궁극적으로 젊은이들은 병이나 사고로 요절하지 않는 이상 모두 노인이 된다. 이 절대불변의 진리를 깨닫고 나면 메디와 루이스의 만남은 지금 젊은이들에게 곧 닥칠 내일의 일이 될 수 있다. 영화는 노인들의 감정도 완전히 젊은이와 같을 뿐 아니라 제약이 따르고 몸이 움직이지 않아 더욱 간절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연 메디와 루이스는 노년에 찾아든 사랑을 다시 꽃 피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