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종합장사공원인 하늘마루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 달간 국가유공자 특별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사진> 국가유공자 화장 예약 시 우선 배정하고, 전용 유족대기실 1실을 마련해 유족들의 편의를 제공한다. 화장예약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해 예약 가능하며, 화장 당일 유공자 증명서류와 신분증을 제출하면 된다. 이동훈 하늘마루관리무소장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유공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특별 운영하게 됐다”며 “특별 이용기간 동안 유족들의 편의제공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라이온즈파크 광고운영사인 ㈜아이에스제이플러스가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을 앞두고 경주유치 홍보에 나서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진> ㈜아이에스제이플러스는 5월 23일부터 6월 13일 중 삼성라이온즈 홈경기 시간에 맞춰 APEC 개최 최적 도시 경주 홍보 광고를 내면서, 경주 유치 홍보문구가 공중파를 타고 전국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구장이나 시청자들이 가장 잘 보이는 홈베이스 뒤편 로얄석 부근 LED 광고판 2면에 무료로 홍보를 지원하고 나선 것. 이 홍보 광고는 5월 28일, 29일, 30일, 31일 오후 6시 30분, 6월엔 1일, 2일은 오후 5시, 11일~13일은 오후 6시 30분부터 스포츠채널을 통해 송출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아이에스제이플러스의 도움으로 전국의 야구팬들과 시청자들에게 APEC 개최 당연 도시 경주를 대외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수 대표는 “경호·안전, 현장 인프라, 교통, 경제성장 공유 등 경쟁 도시에 비해 모든 면에서 우수하고, 특히 한국을 찾는 세계 정상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역사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은 오직 경주 뿐이다”며 “반드시 경주에서 정상회의가 개최돼 대구·경북의 새로운 발전 원동력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주시가 총사업비 172억원을 들여 건립 중인 ‘황오 커뮤니티센터’가 오는 9월 개관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황오 커뮤니티센터’는 옛 경주역 맞은편 황오동 129-1번지 일원 1821㎡ 면적에 지상 7층으로 조성된다. 원도심 주차난 해소와 주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거점 공간 역할을 하게 된다. 시는 앞서 토지매입과 문화재 발굴, 철거 과정을 거쳐 지난 2022년 7월 착공, 현재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오는 8월까지 조성 공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며, 준비 기간을 거쳐 9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1층은 오픈커뮤니티실, 웰컴센터, 로비, 상가 1곳 등이 2~5층은 77면 규모의 주차장이 들어선다. 또 6층에는 주민커뮤니티센터, 강의실, 다목적세미나실, 현장지원센터 등이 들어서고, 7층엔 상가 4곳이 들어선다. 특히 7층에는 상가 4곳 외에도 시민과 방문객들이 경주도심을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조성한다. 이외에도 황오 커뮤니티센터 야외 1층 유휴공간은 각종 공연과 문화장터 등 행사장으로도 활용된다. 주낙영 시장은 “황오 커뮤니티센터는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대표 거점시설로 지역민의 도시재생 역량을 강화시키는 역할은 물론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이하 창의도시) 국내도시 가입 도전을 올해는 포기하고 2026년 다시 도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판단했고, 민간 위원들과 소통 후 연기를 결정하게 됐다는 것. 이러한 경주시의 결정에 전문가들은 2026년에는 꼭 선정될 수 있도록 빠르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창의도시 가입에 대한 경주시의 의지 확인과 장기적인 계획은 당장 지금부터라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창의도시에 가입하면 유네스코 로고의 공식 사용, 세계 창의도시들과 교류협력, 국제 홍보 기회 확대를 통한 도시 브랜드 향상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12개 도시가 국제도시로 가입했으며, 경주시도 국제도시 가입을 위한 국내도시 선정을 준비해 왔다. 창의도시 준비 2년 종착지는 신청 연기 경주시는 2019년 9월 창의도시 예비회원도시에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로 첫 가입했다. 이후 2022년 3월 주낙영 시장은 창의도시 가입 도전을 지시했고 이후 2년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방문, 관계자 회의, 분야선정위원회 개최, 민관추진단 발대식 등 선정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2024년 5월 말 가입 신청 마감을 앞두고 현실적인 한계로 공예와 민속예술 분야 창의도시 국내도시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 조건인 5년간의 실적이 없고, 같은 분야에 강력한 경쟁도시인 청주시가 올해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특히 청주시는 2019년 국내도시 선정에 실패한 후 2021년에는 도전하지 않았고 올해 야심차게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경주시 입장에서 경쟁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또한 문화도시 도전 및 탈락, APEC 정상회의 유치 총력 등 시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으로 인해 인적·물적 자원 및 시간도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도전하려고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민간 전문가 등과 많은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현실적으로 진행해온 실적 부재, 청주시의 도전 등 현실적으로 선정이 힘들다는 결과에 이르렀다”면서 “2026년에 국내도시 선정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신청 포기, 입장은 ‘분분’ 경주시는 2026년 창의도시 국내도시 선정을 위한 기본적인 계획은 어느 정도 그려놨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개관 예정인 ‘금속공예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예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 공예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6년 국내도시 선정을 위한 일정 수준의 실적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시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신청 포기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나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민관추진단 발대식 때만 해도 2024년 가입 신청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는데 신청기간이 다돼서야 돌연 취소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발대식 당시 경주시가 신라문화제, 경주도자기축제, 공예인 청년가업승계지원 제도 등 프로그램을 비롯해 경주 민속공예촌, 신라금속공예관, 국립경주박물관 등의 인프라만으로도 지정 요건과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실패한 2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내도시에 신청해 탈락한다면 오히려 추진 원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인데, 2026년 창의도시 가입 도전을 위해서 예산과 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창의도시 가입을 준비하며 현실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면서 “준비하고 있는 여러 계획을 통해 2026년 가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2026년 도전 성공을 위한 제언도 민관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해온 한국유네스코 경주협회 김상민 회장은 이번 경주시의 창의도시 도전 포기에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성공을 위해서는 확실한 의지와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1년 6개월의 시간이 짧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참여 독려를 비롯해 예산확보, 민간단체와의 협업, 선택과 집중을 통한 명확한 방향성 설정 등 너무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의 실패를 바탕으로 창의도시의 성공적인 가입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을 제언했다. 김상민 회장은 먼저 지방정부 구성원 교육, 조례 제정, 전담조직 구성, 예산 확보, 관련 기관·단체와의 지속적인 교류, 축제·교육·생산·판매 등 기본적인 플랫폼 구축을 통해 확실한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실패사례를 철저히 분석한 오답노트를 작성해 2026년에는 꼭 선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창의도시 자체가 미래 먹거리 산업인 만큼 시민운동을 통한 추진동력 확보를 제안했다. 형식적인 추진위원회를 지양하고 전주시와 청주시의 사례를 참고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 그는 “현재 경주시민의 대다수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대해 모른다”면서 “경주시가 정말 경주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경주시민에게 창의도시에 대해 대대적으로 알리고 참여를 독려해 진정한 의미의 민·관 협력을 이끌어 낸 후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모바일을 통해 시내버스 위치를 초 단위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경주시는 지난 29일 ㈜카카오와 시청 대외협력실에서 ‘초정밀버스정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초정밀버스정보 시스템은 위성항법시스템을 활용해 지도상에 실시간 버스 위치를 나타낸다. 10㎝ 오차 범위 내 버스 위치 정보를 1초 단위로 갱신해 보여 준다. 이번 협약을 통해 시는 하반기부터 ‘카카오맵’ 모바일 어플에서 경주 시내버스 위치 정보와 도착 예정 시간, 노선 등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이 서비스는 기존 버스정보시스템(BIS)과 달리 지도상에서 실시간 움직이는 버스 위치 정보를 제공해 대중교통 대기시간을 줄이고 여행객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 방법도 쉽다. 모바일 카카오맵 첫 화면에서 초정밀 버스 기능을 클릭한 후 해당 지역(시·군)을 선택하면 버스 이동 경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초정밀버스정보 서비스는 카카오맵 어플 이용에 앞서 6월 중 경주시 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먼저 제공된다. 한편 경주시는 16억원 예산을 들여 오는 6월까지 초정밀버스정보시스템 및 경주역 스마트 승강장 구축, 버스정보안내기(BIT) 확대 15기 등 버스정보시스템 확대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협약은 지자체와 민간 플랫폼 상호 발전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스마트한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을 위해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도입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인 푸드테크 트렌드를 제시하는 경상북도 식품박람회가 오는 6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Eat the 경북, 잇다 Future’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식품박람회는 도내 식품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알리고 식품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이번 행사는 전시행사(..
경주농협 최준식 조합장이 NH농협생명이 주관하는 ‘BEST CEO상’을 수상했다.
유리인간 어쩌면 우리는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 아닐까? 그저 투박하게 태어나 서서히 깎이고 부서지면서 아름다운 현재가 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가끔씩 찾아오는 시련은 우리를 부서뜨린다. 떨어져 나간 조각들을 다시 붙일 순 없지만, 떨어져 나간 자리를 더 아름답게 가꿀 순 있다. 작고 투명한 유리인간은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 그렇기에 그저 담담히 살아가는 이 생명체를 보며, 묘한 위로를 얻는다. 때로는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잡아먹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여, 작고 연약한 유리인간들은 조금씩 마모되며 살아간다. 차가운 아침과 평화로운 오후, 쓸쓸한 밤을 보내며, 파도에 휩쓸리되 결코 가라앉지 않는다.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을 위한 현장실사가 지난 20일 경주에서 진행됐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 실사단은 이날 경주를 방문해 비공개 현장실사를 했다. 실사단은 이날 경주화백컨벤션센터가 위치한 보문관광단지와 대릉원, 첨성대 등 경주의 문화유산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현장실사에 이어 유치경쟁에 뛰어든 경주, 인천, 제주를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6월 중 개최도시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APEC 정상회의는 미·일·러·중 세계 4강을 비롯해 아·태지역 21개국 정상·각료·언론 등 2만여명 이상 참가하는 경제번영과 평화구축의 대규모 국제행사다. 오는 2025년 11월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다. 위원회는 개최도시 선정 기준으로 △유치 목적과 기본계획 우수성 △국제회의에 부합하는 도시 여건 △정상회의 운영 여건 △국가·지역 발전 기여도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2025 APEC 정상회의는 우리나라 국격은 물론 외교·경제·문화적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 한국이 새롭게 도약하는 모멘텀이 돼야 한다. APEC은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에서 개최돼야 마땅하다. 신라 천년 고도로 찬란한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경주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점, 국가지정문화재 등을 360점 보유하고 있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자 한반도 문화유산의 보고이다. 현재 유치 경쟁에 뛰어든 경주, 인천, 제주 중 유일한 지방 중소도시는 경주뿐이다. 혹자는 지방에서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경주는 2012 APEC 교육장관회의, 2015 세계물포럼 등 다양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노하우가 풍부하다. 우려는 금물이다는 소리가 나올만하다. 지금은 지방화 시대다. APEC의 포용적 성장과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 모델이 경주다. 그간 개최된 정상회의 중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2012),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에서 성공 개최한 사례를 보면 지방도시인 경주의 정상회의 개최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또 경주는 각국 정상의 경호와 안전, 보안을 위한 입지적 조건도 최고다. 정상회의가 열릴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 등이 3분 거리에 위치해 이동이 매우 짧다. 타 후보 도시와 달리 바다에 접해있지 않고 호리병처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호와 안전에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 또한 관광단지 전체 1200만㎡를 민간인출입통제구역으로 설정해 각국 정상들의 다자간 회의와 1대1 회담이 가능하다. 지난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될 때 한미정상회담은 보문관광단지에서 열린 점은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주변 3㎞ 이내에 103개소, 4463실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대표단들이 필요로 하는 객실 수요대비 157%를 넘어선다. 이 중 40평 이상의 정상용 5성급 호텔 및 스위트룸 등이 10개소, 223실로 정상회의를 위한 객실도 이미 최상급이다. 여기에 1시간대의 김해국제공항 등 4개 공항과 서울에서 2시간대의 KTX경주역, 경부고속도로, 3971대의 셔틀버스 운영 등 사통팔달 완벽한 교통 접근성도 갖췄다. 경주는 영남권 산업벨트의 중심허브 도시로 한수원 본사, 원전 관련시설, SMR국가산업, 미래차 e-모빌리티 등을 볼 수 있는 경제도시이기도 하다. 또 인근 도시인 울산(완성차, 조선), 포항(포스텍, 이차전지), 구미(반도체, 전자), 안동(바이오) 등의 첨단산업과 연계한 미래 원전, 투자유치 등 다양한 분야의 경제·산업현장을 공유할 수 있다. APEC이 지향하는 무역 투자 자유화, 혁신 디지털 경제, 포용적 성장 등 3대 비전 실현에 부합한 곳이다. APEC이 개최될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 최절정기로 세계 정상과 영부인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과 월지, 대릉원 등에서 찍은 사진이 전 세계에 소개된다면 그야말로 감동 드라마로 세계의 이목이 경주와 한국에 집중된다. 특히 지난해 9월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한 결과 불과 85일 만에 25만 경주인구 보다 약 6배 많은 146만3874명이라는 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확인했다. 이는 경주가 APEC 정상회의 최적지로 손색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APEC 유치 도시로 경주 선정은 숙명이자 필연이다. 오는 6월 도시 결정을 앞두고 타 도시와의 차별화된 전략과 준비로 정상회의 최적 도시임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경주의 강점과 잠재력을 최대한 어필하고 반드시 유치에 성공해 경북도와 경주시를 전 세계에 알리고,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롤모델이 되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사활을 건 총력전에 시·도민의 염원과 단합된 힘이 결집한다면 못해낼 일이 아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공간에 대한 수요와 소비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장소(place)’라는 것이 과거 단순한 목적지와 기능이 중요시되었다면, 최근에는 공간 자체의 특색과 아름다움, 매력이 중요시되고 있다. 상점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외에 그 공간이 가진 매력이 장소 방문의 큰 요인이 된 것이다. 공간을 소비한다는 것은 해당 장소가 제공하는 다양한 시각적 볼거리, 문화,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의 유명 백화점과 쇼핑센터들도 상업 활동 외에 전시관, 예술공연 등을 열고 있고, 건축에서도 특색있는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소비자들에게 멋지고 매력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 거래가 일상화되어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야 하는 이유가 줄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지역 상가 쇠퇴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어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상가 활성화 대책들이 시행되기도 했다. 쇠퇴하는 상가를 활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그 공간을 매력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 상가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길’ 전략이 여러 곳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황리단길과 같은 번화가 사례를 바탕으로 쇠퇴한 상가를 활력 있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경주 중심상가 지역도 거리 이름을 ‘금리단길’로 명명하고, 새 단장을 통해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상가를 활성화하는 데는 홍보, 입점 브랜드, 역사성, 화제성 등 여러 분야에서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중 필자는 이번 기고에서 도시설계의 관점에서 중심상가 가로를 매력적인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첫째, 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거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길과 방문자들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것은 사람들이 길을 그냥 지나가는 통로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보행하면서 주변 상점과 음식점들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구경하기도 하고, 그 길 자체를 즐기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 자체만으로도 매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냥 도로만 ‘OO길’이라 지칭하고, 바닥을 새로 포장하고 가로등과 가로 시설물들만 가꾼다고 해서 그 길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그 길을 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길을 장소로써 활용하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서양처럼 노천카페가 어렵다면 벤치와 같이 쉬어갈 수 있는 소품들이 가로에 활력을 줄 수 있다. 둘째, 골목 안을 파고들어야 한다. 서울 인사동길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욱 매력적인 찻집과 갤러리들을 만나볼 수 있다.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황리단길도 주된 길에서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더욱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들을 즐길 수 있다. 이미 중심상가 블록 내부에는 게스트하우스, 음식점,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사람들은 넓고 높은 것에는 위압감과 휑한 감정을 느끼지만, 골목에서는 아늑함을 느끼게 된다. 미로와 같은 골목과 그 안의 보석 같은 장소들은 방문자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셋째, 공간을 과감하게 비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심상가 지역에 공실이 늘어나면서 비워진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는 주로 주차장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주차가 편리한 것도 필요하지만, 황리단길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곳이 주차나 차량 이용 환경이 좋아서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님을 생각해야 한다. 주요 가로 안의 비워진 건물은 과감히 정리하여 공개공지로 제공하여 다양한 활동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을지로의 한 골목은 밤이 되면 맥주 골목으로 변하여 젊은이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만남의 장소를 제공할 수도 있고 공연, 전시, 판매 등의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 생겨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전국의 유명 거리들은 대부분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일부러 그런 곳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한 과한 노력은 대부분 실패했다. 다만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자생적인 활력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가장 부각되는 용어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이다. 국가와 기업, 그리고 지자체 모든 단체들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아래 연일 모이고 연구하고 활동하며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만큼 인류가 직면한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최종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특히 경주시는 지난 4월 22일 주낙영 시장이 중심이 되어 탄소중립 선도 도시를 선포하였으므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대처하여 대한민국을 위시하여 전 세계의 모델이 될 필요성이 있다. 이에 필자는 고청 윤경렬 선생이 남긴 발자취 속에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청 윤경렬 선생(1916-1999)은 한 평생을 경주와 신라 문화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데 헌신한 인물이다. 그는 삶의 모습 그 자체로 행동하고 교육하며 이를 후세에 전하려 한 교육학자였다. 우리는 윤경렬 선생의 삶과 업적을 통해 오늘날의 성과와 성공위주의 물질문명이 만들어 낸 기후위기 속에서 새로운 교육과 문화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윤경렬 선생의 철학은 자연과 문화의 조화를 중시한다는 점에 있다. 그는 경주남산의 풍경과 그 속에 담긴 신라의 유산을 하나로 보았다. 경주남산을 단순한 지형이 아니라, 겨레의 꿈과 예술, 역사가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본 것이다. 자연 속에서 역사와 문화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그의 태도는 오늘날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대인들은 즐기기 위해 자연을 훼손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대단히 모순된 용어를 자연과 문화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윤경렬 선생은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를 설립하여 어린이들에게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교육했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유적을 탐방하고, 문화재의 가치를 체험하며 배우는 체험 교육이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문화재의 소중함을 가르쳐 그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상당히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믿음을 가지고 교육에 임했다.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가 1954년도에 설립되었다는 점을 강조해본다면, 우리는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속에서 시작된 어린이 교육은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가르침으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는 현재의 탄소중립교육이 실천 운동이 아닌 인류가 지구와 화해하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미래 세대의 정체성 교육으로 확립되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윤경렬 선생의 교육 철학은 지속 가능을 위해 조화를 지향한다. 그는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으면 미래에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문화와 자연의 보존을 강조했다. 때문에 오늘날 경주의 문화유산이 보존되는 것에 기여를 했으며 이는 오늘날의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철학적 기반이 된다. 우리는 단기적인 이익을 넘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과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윤경렬 선생은 예술과 문화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신라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신라문화동인회를 창설하여 수많은 후학과 함께 역사속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예술과 문화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예술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행동을 촉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술과 문화를 통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윤경렬 선생의 유산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지침이다. 그의 철학과 교육 방법은 물질문명과 기후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교육과 문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경주가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경주다운 교육과 문화를 일구어 낸 윤경렬 선생의 교육 철학과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제안을 해본다. 윤경렬 선생의 눈으로, 선생의 음성으로 이에 대한 답을 듣고자 한다면 발전이 아닌 자연과 조화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가는 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윤경렬 선생의 유산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경주시에 현재와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월성 주위에 해자(垓子)가 있었다. 해자는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성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월성의 해자에 대한 발굴조사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이뤄졌다. 해자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 외부의 침입 방지, 식수 확보 및 오수 배출, 물자 운반, 연못이나 원지 등의 조경시설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월성 해자는 성의 남쪽은 자연 하천인 남천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인위적인 도랑을 파서 만들었다. 그런데 남천을 해자로 이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수량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갈수기에는 거의 바닥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곳 남면은 비교적 경사가 급해서 만약 침입자가 경사면을 기어 오른다면 쉽게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경사가 완만한 곳은 평소 경계를 강화하여 이를 보완하였을 것이다. 월성의 남쪽을 제외한 삼면은 시기에 따라 돌을 사용한 석축해자(최대 길이 약 150m, 최대폭 약 50m, 석축 최대높이 0.8m)와 돌을 사용하지 않은 수혈해자(최대폭 약 58m, 최대 깊이 1.8m)로 구분된다. 먼저 땅을 파서 돌 없이 도랑을 만들어 사용하다가 그 위에 석벽을 쌓아 올려 이를 보완하였다. 월성 북쪽의 해자는 물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다가 남천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돌을 이용하지 않은 수혈해자에서 5~7세기대 유물이 나왔고, 석축해자에서는 8~9세기대 유물이 나왔다. 이곳 월지의 해자는 사람이 못 건널 정도로 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자에서 출토된 가시연꽃의 존재로 보아 해자 바닥이 거의 뻘층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건널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80년대에 해자의 대략적인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시굴조사를 시작한 이후 1999년부터 2010년까지는 해자의 형태, 축조 기법을 파악하기 위한 발굴조사를 하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해자의 변천과정, 옛날의 환경, 주변의 건축물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발굴조사가 실시되었다. 지금까지의 발굴조사 결과 월성의 해자는 두 차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4세기 후반에는 월성의 방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수혈해자를 만들고 5세기 전반에는 판자벽을 설치하여 재정비했다. 7세기 후반 삼국통일 무렵 월성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석재로 호안을 두른 석축해자로 변화하였다. 석축해자는 총 7개의 독립된 담수시설로 확인되었으며, 입수구와 출수구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서쪽 방향으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하였다. 이곳 해자에서는 발굴과정에서 각종 씨앗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다양한 식물 유체가 출토되었다. 땅속에서 썩지 않고 남겨진 이와같은 식물의 잔해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씨나 열매에서부터 맨눈으로 볼 수 없는 꽃가루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특히 수생식물인 가시연꽃 씨앗은 옛 월성해자의 모습을 추정해 볼 수 있고 당시 신라인들이 식물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 이곳 해자에서 약 80m에 이르는 목재 구조물이 확인되었다. 이 구조물에 이용된 나무를 분석하면 당시의 식물 환경을 알 수 있다. 출토된 목재 구조물의 나무 조직을 현미경을 통해 분석한 결과 사용된 나무는 참나무가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소나무, 굴피나무, 물푸레나무, 벚나무, 느릅나무, 느티나무 등 다양한 나무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 해자에서 확인된 동물로는 멧돼지, 사슴 등의 야생동물, 소, 말, 개와 같은 가축이 많고, 심지어 강치, 상어, 돌고래 등의 바다 동물도 있었다. 또, 해자에서 나온 동물 뼈는 당시 신라 사람들이 동물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중 곰은 신라 시대 유적에서 최초로 확인된 동물이다. 곰의 뼈는 가죽을 얻기 위해 해체하면서 남은 흔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뼈는 반달가슴곰의 뼈와 유사한 것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군대의 깃발을 만들 때 곰 가죽을 이용했다는 내용이 고고학 자료로 확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곳 해자에서 복골(卜骨)이 출토되기도 했다. 이와같이 해자 속에서 출토된 유물로는 신라 사람들의 먹거리에서부터 도구의 재료, 신앙생활을 일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일정한 주기로 분열하고 성장한다. 이것이 주지하다시피 세포 분열이다. 세포 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고 오래된 세포는 자연스레 소멸한다. 세포의 생로병사(生老病死)다.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 예를 들어 몸에 상처라도 생기면 상처 주변의 세포는 즉시 분열하여 새 피부 세포를 만들어 상처를 회복시킨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세포의 죽살이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공식이 안 먹히는 데가 딱, 한 군데 있다. 가령 세포 분열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나면 암과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 또 나이가 들면서 세포 분열의 속도가 느려지면 노화가 진행된다. 둘 다 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들이다. 하지만 우리 몸의 항상성과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분열해서는 안 되는 데가 있다. 바로 뇌(腦)다. 뉴런이라고 알려져 있는 뇌세포는 전기신호를 이용해 인접한 다른 뇌세포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다른 일반 세포와 달리 뇌세포는 태아 때 이미 대부분 만들어진다. 또한 뇌세포는 사람이 죽을 때까지 사는, 수명이 가장 긴 세포이기도 하다. 왜 그런지 이유는 분명하다. 뇌 속에 저장된 기억들 때문이다. 다른 세포들처럼 뇌세포도 분열한다면 평생 저장해 온 정보(기억)도 오래된 세포와 함께 사라지고 말 것이다. 오늘날 심각한 문제로 급부상한 알츠하이머병이 그런 경우다. 뉴런이 죽거나 그 기능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기억이나 의사 결정과 같은 인식 능력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이를 뉴런 퇴화라고 부른다. 기억은 뉴런의 연결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연결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인간에게 있어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존재 방식이기 때문이다. 내 아들의 첫 옹알이, 첫걸음, 처음으로 자전거 배우던 날 등의 기억은 부자(父子) 관계를 지켜주는 핵심이자 기본 요소다. 아들에 대한 기억으로 아빠라는 존재가 구축된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그러고 보면 본인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은 정작 본인한테는 없는 게 또 인간 존재의 특징이자 숙명이지 싶다. 아들의 가장 소중한 탄생 과정을 정작 본인은 기억하지 못한다. 같은 방식으로 자식의 무릎이 되었든 병원이 되었든 마지막 가쁜 숨을 내쉴 내 모습을 온전히 기억할 주체는 내가 아니라 내 자식이다. 인간 존재의 유지 및 전개 양상은 주체와 상관없이 이렇게 기억을 매개로 간단(間斷) 없이 이어진다. 이번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챗GPT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무엇보다 ‘기억을 제어’하는 새 기능이 눈에 띈다. 이제 “이 기억은 잊어버려”, “이 장면은 지우지 마, 계속 기억해 둬” 하는 식의 명령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그 의미는 인공지능이 나보다 내 과거를 시시콜콜 더 잘 기억할 것이고, 뻥 뚫린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나보다 더 빠르고 깔끔하게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세포로 구성된 우리에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때마침 일론 머스크의 뇌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에서 사람 뇌에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우리 뇌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는데,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읽어낼 수 있고, 나아가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다고 한다. 괴짜 천재인 일론 머스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뇌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실현해 보이겠다고 한다. 허황된 이야기만도 아닌 게 현재 제브라피시나 송사리 같은 작은 동물 뇌를 스캔하고 뇌신경 연결 지도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한다. 기억을 보존하고 데이터화하는 현 수준이 이 정도라고 한다. 유엔(UN)의 연례보고서에서도 사람의 기억을 적절한 가격(선진국의 경우 한 사람당 1만달러, 개발도상국에서는 한 사람당 3000달러 미만)으로 보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억에도 선진국과 비선진국이라는 구분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내가 두려운 건 아들의 탯줄을 자르던 그 소중한 기억을 내 머리에서 지운다면 녀석은 여전히 내 아들일까? 이번에 일론 머스크가 개발한 칩 이름이 텔레파시(Telepathy)라는데 그 초능력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정말 궁금하다.
버스에도 봄 김기택 버스에 앉아 있다 선남선녀 비닐 의자 위에 핀 생화들 꽃향기가 밀어 올리는 말소리 웃음소리 그 싱그러운 봄의 정물 속으로 한 노인이 들어온다 노인이 두리번거리자마자 갑자기 선남선녀 위에 붙어 있는 노란 스티커 ‘노약자석’ 아무리 건강해도 젊은이 못지않은 기력이 뻗쳐도 늙음은 버스 타면 젊은이에게 눈치 주어야 하는 것 앉을 자리 찾느라 부산하게 눈치 보아야 하는 것 선남선녀 앞에 노인이 바짝 다가선다 움직이지 않는 아름다운 정물들 스스로 그림 속에서 나올 수 없는 꽃처럼 노약자석에 딱 붙어버린 그래도 여전히 환하게 빛나는 선남선녀 창밖은 시선을 세차게 잡아당기는 착한 봄 날씨 핸드폰에는 꽃과 함께 도착한 동영상 메일 젊음은 도저히 난처할 겨를이 없다 넘쳐 오르는 색과 향기를 어쩌지 못하고 피어오르는 일 하나만으로도 너무 바쁘다 노약자석에서 일어날 틈이 없다 아무리 위엄 있게 헛기침을 해도 제 기침에 오히려 제 허리가 구부러지는 노인 주름살 속으로 다시 깊숙이 들어가는 장유유서의 눈치 갑자기 바짝 쪼그라든 정정함과 당당함은 노약자석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데 낡은 버스 실내가 은은한 광채로 넘치도록 출렁거리는 봄 눈부신 선남선녀 빼앗긴 봄, 반어가 은근히 꼬집는 젊음의 풍속도 김기택의 시에서 갈수록 유머가 넘쳐난다. 그 유머는 사물의 속성을 최대한 살리고 그 내밀함을 드러내는 기능을 하면서도, 그 속에 감추어진 세태를 은근히 끄집어내어 비판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이 때 김기택의 시의 유머 속에는 아이러니가 감추어져 있다. 그는 아이러니를 표나게 드러내지 않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병리를 통찰 진단하면서도 시를 윤기있게 살린다. 이 탱탱한 긴장이 그저 그럴 듯이 우리가 매일 일상적으로 목격하는 현상 속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그의 시의 매력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움직인다. 시인은 그중에서도 매일 겪고 보는 버스의 봄 풍경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도입부를 보면 영락없이 젊음이 가득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버스에 앉아 있”는 선남선녀, 그들은 “비닐 의자 위에 핀 생화들”처럼 광휘가 눈부시다. 데이트라도 하듯 연신 말하고 키득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꽃향기가 밀어 올리는 말소리 웃음소리”가 공기를 다 펄럭이게 한다. 그러나 웬걸, 한 노인이 그 풍경 사이로 들어오자마자 그 생동감은 “봄의 정물(靜物)”이 된다. 그들이 앉은 자리는 마침 “노란 스티커”가 붙은 ‘노약자석’. 그 선남선녀 앞에 마침내 “노인이 바짝 다가”서도 그들은 “시선을 세차게 잡아당기는 착한 봄 날씨”에 눈을 주거나 핸드폰에 “꽃과 함께 도착한 동영상 메일”을 보는 일에 바쁠 뿐이다. 조물주가 ‘봄의 정물(情物)’로 낳아준 그들은 이제 난처할 겨를도 없이, 넘쳐흐르는 색과 향기를 어쩌지 못하고 피어오르는 일 하나만으로 너무 바쁜 젊음이 돼가고 있는 것. 너희들이 앉은 자리가 노약자석이라고 노인은 “아무리 위엄 있게 헛기침을 해도 제 기침에 오히려 제 허리가 구부러”질 뿐. 어디까지 와버렸는가. “늙음은 버스 타면 젊은이에게 눈치 주어야 하는” 세상, “주름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아무 말도 못하는 “장유유서의 눈치”가 된 세상. 시인은 이런 답답한 마음을 블랙 유머를 통해 꼬집으며 우리 시대의 현실을 통찰하고 있는 것. 오늘도 여전히 바짝 쪼그라든 정정함과 당당함이 “노약자석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빼앗긴 버스. 이 버스에 언제 진정한 봄은 올 것인가?
경주시가 전문농업인 육성을 위한 경주농업대학 단기반 교육생을 24일까지 선착순 모집한다. 모집인원은 농업경영마케팅 30명, 토양 30명으로 60명이다. 응시원서는 경주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며, 메일 또는 방문접수를 통해서만 받는다. 교육은 SNS 활용방안 및 마케팅전략, 작물생육 및 토양환경 등 농업인들의 경영 마케팅 능력 향상과 품목에 따른 맞춤식 교육으로 진행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경주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경주시 농업진흥과 교육훈련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경주시농업기술센터 이정숙 소장은 “농업대학은 경주 농업인의 교육수요에 부응하고 품목별 우수교육을 추진해 미래농업인 육성과 경영능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른함과 식곤증이 흔히 일어나는 계절, 경로당이 부드러운 신체활동과 율동으로 들썩이고 있다. (사)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경로당 행복선생은 소리가 나는 손 타악기 ‘에그쉐이크’라는 도구를 활용해 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신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도구를 흔들어 소리를 느껴보고 이해하며 신나는 노래에 맞춰 신체를 움직이고 있다. 어린 시절 많이 불렀던 동요의 박자와 리듬을 먼저 익히고 움직이며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강동분회 인동2리(회장 이정순), 국당2리(회장 이은우) 경로당 어르신들은 “행복선생의 구령과 동작을 따라 천천히 해보니 몸과 마음이 시원해지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며 “동요와 민요를 번갈아 부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옛 친구들은 무얼하며 보낼까 궁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강분회 LH아파트(회장 서경조) 경로당 어르신들은 “소리도 부드럽고 예쁜데 손에 쥐고 활동하기 편해 좋다”며 “흔들어 소리를 내고 노래도 따라하며 몸을 움직이게 되니 더 흥겹다”고 말했다, 신체활동을 진행한 최윤미 행복선생은 “도구의 활용으로 소리를 이해하며 진행되는 율동을 겸한 신체활동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추기에 모두가 즐겁다”며 어르신들과 함께 에그쉐이크를 흔들어 보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으로 설립된 마을여행사가 개발한 여행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상품은 코레일관광개발과 협업으로 개발한 것으로 황오동 원도심 일대 중심의 투어로 구성돼 있다. 6월 한 달간 코레일관광개발 여행몰에서 당일 상품과 1박 2일 상품, 3박 4일 상품 등 총 3가지로 운영되고 있으며,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의 지원을 통해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지난 17일 기준 당일 및 1박 2일 상품은 각각 2회차, 30명씩 모객으로 총 120명 예약이 조기 마감됐다. 특히 1박 2일 상품은 10팀의 추가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마을여행사(로컬여행사협동조합 경주두가)는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마을 해설사, 협동조합, 여행사 교육 등을 받으며 주민사업체로 발돋움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마을여행사 상품은 주민이 관광객에게 직접 지역 이야기를 전달하는 지역특화 여행상품”이라며 “지역 도시재생사업으로 구성된 마을여행사가 원도심 관광활성화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2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BBC의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 비전은 전 세계 공영방송의 모델로 채택, 적용되었습니다. 공공서비스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이용 가능한 기본적인 서비스입니다. 즉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과 전기를 말합니다.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자국의 민주주의가 공영방송을 통해 회복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가속화되는 기후 변화, 지속적이고 고조되는 사회적 불평등,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수많은 정보가 온라인에서 또 다른 정보를 전염시키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직면한 위기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필요한 믿을 수 있는 정보와 심층적인 분석, 합리적인 토론 및 비판적 시각이 오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인터넷과 미디어 환경이 이미 상업 미디어에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감시, 광고, 허위 정보, 증오심 표현, 음모론 등 개인적 취향과 의견에 따라 상업적이며 정치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2024년, 세계는 다시 글로벌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주목 기반의 알고리즘이 지배하고, 인공지능의 사용이 증가하며, 딥페이크와 같은 기술로 인해 게이트 감시자 역할을 하는 신뢰성과 신빙성 그리고 진정성을 보장하는 행위자가 요구됩니다. 이러한 보호자는 사실을 확인하고 허위를 공개하며, 연관성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독일에서 공영방송의 개혁을 논의하는 사람들(공영방송 미래위원회)은 공영방송에 특별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는 사실 기반을 두는 보도 외에도 사회적 담론을 객관적으로 수반하고, 사용자가 허위 정보의 표현을 인식해서 허구와 진실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상업적으로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균형의 추 역할을 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영방송이 더욱 요구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이 국가와 기업(자본)에 거리를 유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한 법적, 경제적, 조직적 기반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영방송의 역할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에 관한 고찰은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도구(tool)는 정치, 제도, 경제, 문화 등 한 사회의 특성이 국가 간, 국가 내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내부의 이질적이고 복잡한 환경을 고려하여 적용되고 활용될 때 의미를 가진다(이창언, 2020: 1734). 우리 삶과 분리되지 않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SD)의 실천, 그리고 긍정적 결과는 문화예술과 분리되어 설명할 수 없다. COST(2015)는 문화예술이 지속가능발전을 이끌어 내고 완수하는 역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첫째, 문화와 예술은 개개인의 창조성을 높이고 자기표현의 원천이 되는 등 경제·사회·환경 분야와는 구별할 수 있는 독자적인 역할을 가진다. 둘째, 문화는 사람들의 세계관의 근저에 있는 것으로서 다양하고 경쟁적인 요구를 균형 있게 하여 발전에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셋째, 문화는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은 경제성장을 가장 중시하는 정책방향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지속가능발전’의 실현을 위한 주체로서 개인과 집단의 역량강화나 가치관에 주목하여 문화의 역할을 파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회와 개인의 발전의 상호관계에서 문화의 지위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경제정책의 기본적인 목적을 경제성장이 아니라 개개인의 충실한 삶(Well-being) 실현으로 이행시키는 논의라고 할 수 있다(Sen, 1999; 石塚正彦 역, 2000). 심지어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이하 ‘GDP’)의 개발자인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 1934)조차도 “GDP에 의해 정의된 국민소득의 측정을 통해서는 한 국가의 후생을 알 수 없다(Kuznets, 1934)”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은 GDP를 대체하는 척도로서 8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물질적 소비뿐 아니라 건강, 교육, 일, 관계, 불평등, 환경 등에 영향을 받는 다차원적 개념이며, 따라서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Joseph E. Stiglitz, Amartya Kumar Sen, Jean-Paul Fitoussi, 2010). 소득을 비롯한 물질적 생활 조건, 건강 유지, 교육, 일하는 것 등의 활동, 정치적 발언력, 사회와의 관계를 갖는 것, 현재와 미래의 환경, 미래에 걸친 경제적·물리적 안정성, 지속가능성(경제적, 환경적)을 독립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이승준·김지원·조주령·구교준, 2021).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동료 경제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생산’과 ‘일’에 지나치게 몰두해 있었다. 이제는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혹시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것이 일본의 원전 같이 자기 파괴적인 것은 아닌가,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생명줄 역할을 하는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볼 때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GDP를 나침반처럼 여기고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만 보고 달려 왔다면, 이제는 우리가 인간적으로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고, 그것을 향해 가려면 어떤 이정표를 따라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아마르티아 센, 조지프 스티글리츠, 장 폴 피투시 저, 박형준 역, 2011: 224-225).” 위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충만한 삶(Well-being)을 단순히 개인적인 만족감 수준이 아니라 사회나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련된 주체로서의 인간상을 전제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만한 삶(Well-being)은 가치관을 포함한 문화 요소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사회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원 낭비형 생활방식을 탈피할 수 있는 문화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적은 사람들이 충만한 삶(Well-being)의 실현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 또 거기에서는 문화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제기하는 것이다.
삽살개는 경북대학교 하지홍 교수에 의해 1992년 3월에 우리나라 축양동물 토종개 중에서 두 번째로 천연기념물 제386호 경산의 삽살개로 지정 등록되었고, 세상 사람들은 그를 삽살개의 대부라 한다. 삽살개의 연구는 경북대학교 수의학과의 탁연빈 교수 등에 의해 1969년부터 시작되었다. 과학기술처의 용역사업으로 1971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수집한 삽살개 30두(경상도 23두 강원도 7두)에 대한 ‘삽사리의 보호육성 및 개량번식에 관한 연구’가 최초의 결과이다. 용역 결과물인 삽살개는 연구자의 지도교수인 하성진(경북대 수의학과) 교수의 농장에서 보호되었다. 하성진 교수의 아들이 바로 하지홍 교수이다. 1953년 대구에서 출생한 하지홍은 경북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미생물 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5년 모교인 경북대 유전공학과 교수로 돌아와 삽살개 연구에 뛰어들었다. 아버지의 농장에서 키웠던 과거의 삽살개는 대부분 흩어져 겨우 8마리가 남아있었다. 마지막 8마리가 하지홍 교수의 노력으로 1989년엔 30여마리로 늘어났다. 하지홍 교수는 1989년 7월 3일에 경북대학교 탁연빈 교수 연구팀이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전국에서 수집한 원종 30여두에 대한 연구 결과인 외형특징, 모질, 두상, 견체 외관, 성품, 체질적 특징, 특이 유전자 계열 등을 근거로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을 하였으나 유전형질, 혈통 등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1990년 2월 3일에 문화재청 심사에서 보류됐다. 1990년 4월 17일과 7월 7일 재심을 요청하였으나, 또 과학재단의 삽살개 연구 최종 보고서가 완료될 때까지 재심의가 연기되었다. 1991년 8월 13일 체육청소년부 장관에게 삽살개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요청과 한국생물과학협회 학술발표대회(1991. 10. 25)에서 발표한 과학재단 연구 결과인 ‘삽살개의 모색과 DNA 지문에 의한 혈통분석, 외형적 특성’과 방송 다큐멘터리 ‘우리 삽살개를 아십니까’ 등의 영향으로 재심의가 접수되었고, 1991년 11월 14일 현지 조사에 의한 66두의 삽살개와 가계도가 확인되어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회의 결의에 의해 1992년 1월 29일 천연기념물 지정 지침이 검토되었고, 너무나 길었던 심의가 끝나고 1992년 3월 5일에 천연기념물 제368호 경산의 삽살개로 지정되었다. 하지홍 교수는 심의 신청, 재심 요구 등은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무수히 많은 문전박대만 당했고, 수십번을 문화재관리국에 드나들었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고, 어떤 지원이나 관심도 받지 못하여 좌절할 때도 있었다. 멸종 위기의 삽살개를 구해 이름을 알리고 싶은 학자의 욕심으로 시작한 일이기도 했지만, 학문적인 시기와 질투, 20여년을 삽살개 먹여 살리느라 유산을 다 팔았던 경제적 고통과 비방은 자부심으로 버텨냈다. 천연기념물 지정 초기에는 삽살개에 대한 외모와 품종표준의 기준이 명확하게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품종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개량한 가짜라는 논란에 휩싸였고, 한국동물보호가 윤신근 수의사의 검증되지 않았던 가짜 삽살개 주장 등으로 삽살개 외형의 진위 논쟁과 비난이 시대의 관심을 뒤덮었고, 애견 업자들은 “개값을 높이려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받고 독점한다”는 비방 등을 이길 수 없었던 하지홍 교수는 천연기념물 지정 3년 후인 1995년에 육종 포기를 선언했다. 자신의 순수한 뜻과 의지가 왜곡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연구할 수가 없음을 깨달았고, 학문적 연구에만 전념할 생각이라면서 “논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밉기도 하지만, 삽살개가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오히려 이제는 홀가분하다”고 말하고 삽살개 연구를 정리하기도 했다. 청춘을 삽살개와 보내는 바람에 개인의 시간은 없었다. 또 많은 비로 금호강이 범람했을 때는 아버지와 함께 삽살개를 피신시키느라 온 밤을 지세웠고, 경제 사정이 나빠지고 몸은 고단했지만 학자의 양심 때문에 힘든 줄을 몰랐다. 멸종 위기에서 구한 삽살개는 독도 파수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스코트 ‘살비’가 되었고, 현재 삽살개 육종연구소와 세상에는 1만여 마리의 삽살개가 우리 곁에 있다. 삽살개의 유전형질에 대한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토종개를 세계적인 반열로 올리는 업적이 되어 30여 년 전 꿈을 이루었다. 현재 (재)삽살개 재단 이사장으로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울 후계 연구자를 기다리면서 ‘삽살개 육종연구소’를 지키고 있다. 최석규 경주개 동경이 혈통보존연구원장 경주신문 독자위원회 위원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