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오상도 의원이 올해 여름 동해안 지역 해파리 개체 증가로 인한 어민 피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지난 26일 열린 제28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오상도 의원은 올해 고수온 현상에 따라 평년보다 2개월 빨라진 지난 5월부터 해파리 특보가 발효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8월 중순 기준 56.5%의 출현율을 보이는 노무라입깃해파리로 인해 수확한 해산물의 상품 가치가 떨어지고, 어구 손상은 물론 피서객이 급감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해파리 개체 증가는 연안 개발 및 오염물질 방류로 인해 바다에 영양분이 과도하게 공급되어 발생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행부에서 해파리 피해 예방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파리 수매사업 예산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상도 의원은 “해파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주시가 추가로 예산을 투입하고,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진행해줄 것”요구했다.
경주시의회는 지난 26일 의회 본회의장에서 9월 2일까지 8일간 일정의 제284회 경주시의회 임시회를 개회했다. 이날 제1차 본회의에 앞서 최재필 의원은 ‘경주시 신규 관광 콘텐츠 개발 제안’, 정종문 의원 ‘정부 원자력 정책 홍보 및 주민수용성 제고 방안’, 오상도 의원은 ‘해파리 개체 증가로 인한 어민 피해와 대책 수립 필요성’에 대해 5분 자유발언을 했다. 이어 제284회 임시회 회기결정의 건, 2024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변경안 제안 설명의 건,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결의안 등을 상정했다. 27일부터 9월 1일까지 휴회 기간 동안 각 상임위원회는 2024년도 주요 업무보고와 함께 조례안 및 일반안건에 대해 심사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24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심사한다. 또 2025 APEC 정상회의 추진지원 특별위원회는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결의안’을 심사한다. 9월 2일 열리는 제2차 본회의에서는 각 상임위 및 특위에서 심사한 안건을 비롯해 2024년도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에 대해 의결할 예정이다. 한편 6건의 의원 발의를 포함해 총 14건의 조례안이 상정됐다. 이외에도 경주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재위탁) 민간위탁 동의안 등 6건의 동의안과 경주중심상권르네상스 5개년 계획 변경안에 대한 의견 청취안 등 4건의 의견 청취안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은 “제9대 경주시의회 후반기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이번 임시회에서 2024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비롯해 다양한 안건들을 면밀히 검토해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는 지난 21일 경주 식물원(라원)과 천북 예술창작소 부지를 찾아 현장 점검했다. 2026년 개장을 목표로 진행 중인 경주 식물원(라원) 부지를 찾아 사업추진 현황 및 실감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특히 2025년 10월 APEC 정상회의 손님맞이를 위한 시범 개장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 방문한 예술창작소 부지에서도 부지조성 현황 및 토지 매입에 관한 사항을 청취했다. <사진> 박광호 문화도시위원장은 “경주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열중해야 한다”면서 “식물원·예술창작소와 같이 관광 요소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관광자원 창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 원만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출전문 출자법인인 ‘한수원KNP’를 통해 수출 지원체계를 고도화한다. 한수원KNP는 지난 5월 타사 수출전문 출자법인 대비 최단기간 누적 수출 2000만불을 달성하고, 7월에는 공공기관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하는 ‘전문무역상사’에 지정되는 등 중소기업 수출 지원에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한수원KNP를 통해 공공기관 최초로 ‘수출역량별 핀셋형 지원체계’를 구축, 수출 경험 등 기업별 역량에 따라 맞춤형 지원사업을 시행해 2027년까지 수출전략기업 100개 회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UAE 원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입자재를 국내 기업이 공급할 수 있도록 국산 대체품을 개발하는 등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발굴하고, 해외 수출 프로젝트 다각화를 통해 2030년까지 중소기업의 누적 수출금액 1억불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특히 한수원은 한수원KNP를 통해 △소상공인과 스타트업은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키우는 협력기업의 성장사다리를 만들고(Scale-up) △한수원 주도의 팀코리아 모델 구축을 통해 협력기업과의 팀워크는 강화(Team-up)하며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발판으로 유럽시장 교두보 확보는 물론 SMR 시장을 위한 북미시장 개척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Market-up)하는, 이른바 ‘3-UP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KNP는 정보,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 중소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협력중소기업과 함께 2015년 설립한 수출전문 회사다. 한수원KNP는 원전 분야 최고 전문인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앞으로 한수원KNP를 통해 일괄 지원이 아닌 기업별 상황에 맞춰 더욱 정교하게 협력 중소기업들을 지원해나갈 것”이라며 “3-UP 전략으로 더 건강한 원전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경상북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 23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제325차 월례회를 개최했다. <사진> 이번 월례회는 지난 7월 22일 제9대 후반기 경상북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동협 회장의 개회사 및 환영사를 시작으로, 송호준 부시장 축사, 사회복지시설 성금 전달, 본회의 등으로 진행됐다. 본회의에서는 ‘인사권 독립에 따른 지방공무원 임용령 개정 촉구 건의안’, ‘차기 월례회 개최의 건’에 대한 심의와 지역축제에 대한 안내가 이어졌다. 이번에 건의안을 발의한 이동협 협의회장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에도 불구하고 파견 기간이 1년 이상인 5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결원보충 승인을 신청할 권한이 없는 등 문제점에 대해서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건의안에 대한 취지를 밝혔다. 이어 2025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각 시·군 의회의 지원을 당부했다.
주낙영 시장은 지난 26일 시장실에서 우역비 주부산 중국총영사관 총영사 권한대행을 만나 APEC 정상회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 우역비 권한대행은 다렌외국대 한국어과를 졸업하고, 2003년 중국 외교부에 입직해 주한 중국대사관, 중국 외교부 예빈사(의전국)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주부산 중국총영사관 부총영사로 부임했다. 이날 주낙영 시장은 “내년 경주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에서 주부산 총영사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경주와 중국 간의 우정과 협력이 더욱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역비 권한대행은 “중국도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중요한 의제 및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를 재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우역비 총영사 권한대행은 이날 2025년 APEC 정상회의장이 될 HICO를 포함해 숙박시설 등을 둘러본 후 부산으로 돌아갔다. 한편 경주시는 중국 산시성 시안시와 1994년 11월 자매결연 이후 츠저우, 양저우, 자오꿔, 이창, 청더, 난핑 등 중국 8개 도시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경주시 내남면 신농업혁신타운 내 열대작물을 관람할 수 있는 ‘아열대농업관’과 원예치유 실습 공간인 ‘치유농업관’이 들어선다. 경주시는 이들 시설의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지난 25일 밝혔다. 예산 18억원을 들여 추진한 이 사업은 벤로형 유리온실 2동 규모다. 시설 명칭을 ‘올림’으로 정한 아열대농업관은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오른 기후변화에 적합한 아열대작물 온실이다. 실내에는 바나나, 올리브, 커피나무 등 대표 열대작물 50여종이 전시된다. 치유농업관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마음을 내려주는 치유농업 온실이다. 명칭은 ‘내림’으로 정했다. 내부에는 허브식물, 공기정화식물 등 30여종의 식물들과 실습장이 갖춰졌다. ‘내림’ 온실은 농업인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신농업혁신타운에는 ‘올림·내림’ 온실을 비롯해 스마트농업교육센터 ‘배움’, 작목별 실증시험포장인 ‘키움’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돼 지역농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주낙영 시장은 “신농업혁신타운이 농업 시험연구단지 용도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도 농업을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에서 생산된 쌀이 수확을 시작했다. 경주시는 지난 27일 남산동 일원에서 올해 첫 벼베기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주낙영 시장, 이동협 시의회 의장, 최준식 경주농협 조합장, 안영석 경주농협특수미쌀작목회 회장 및 회원 등 80여명이 참석해 첫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또한 주낙영 시장과 이동협 의장은 벼 작황을 점검한 후 직접 콤바인에 시승해 벼베기 작업을 체험하기도 했다. 특히 벼 농가의 어려움과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를 통해 농민들과 송통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번에 수확한 쌀은 지난 4월 21일 첫 모내기를 실시한 조생종인 해담벼로 경주농협특수미쌀작목회는 130ha에 쌀 660톤을 수확할 예정이다. 주낙영 시장은 “올해는 폭우와 폭염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두의 노력으로 큰 피해 없이 벼를 수확할 수 있었다”며 “수확기가 끝날 때까지 좋은 날씨가 이어져 풍년 농사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쌀값 하락과 쌀 소비 감소로 농민들이 힘들지만 첫 수확을 무사히 시작하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경주시의 적극적인 쌀값 안정과 쌀 소비촉진에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첫 수확을 시작한 경주쌀은 9월 2일부터 지역 각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5㎏, 10kg, 20kg로 판매된다.
경주지역 내 노인학대 사례가 줄지 않고 있어 관련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인을 학대한 가해자의 상당수가 해당 노인의 아들과 배우자인 것으로 나타나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이웃들의 관심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경주지역 노인학대 신고·판정 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학대 유형도 다양해졌다. 경주지역 노인학대 신고접수는 2020년 37건, 2021년 31건, 2022년 48건, 2023년 48건으로 증가추세다. 지난해 노인학대 유형으로는 정서적 학대가 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가 34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경제적 학대 5건, 자기방임 3건, 방임 1건 등의 순으로 노인학대 사례가 확인됐다.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는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가장 많은 학대 유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22년엔 성적 학대 2건, 유기 1건 등 앞서 발생하지 않은 사례도 나와 노인학대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해 동안 총 48건의 노인학대 사례 중 45건은 가정 내 이뤄진 학대로 밝혀져 주변 이웃들의 관심도 중요해졌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학대행위자와 피해 노인의 관계다. 자료 분석 결과 학대 행위자는 배우자와 아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대행위자로 △배우자 17건 △아들 16건으로 배우자와 아들에 의해 학대를 당한 경우가 전체의 68.8%를 차지했다. 이어 △딸 5건 △본인 3건 △기관 3건 △타인 2건 △며느리 1건 △친척 1건 등의 순이었다. 배우자와 아들의 학대는 지난 2020년부터 줄곧 가장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대피해 노인 가구형태는 노인독거와 노인부부 형태에서 주로 발생했다. 2023년 △노인독거 14건 △노인부부 21건 △자녀동거 12건 △손자녀동거 1건 순으로 노인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학대 신고와 학대 사례가 늘어나면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상담도 증가했다. 경주지역을 담당하는 경북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학대상담 4089건 △일반상담 697건 등 총 4786건에서 2022년에는 △학대상담 4252건 △일반상담 1238건 등 총 5490건으로 1400여건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내 노인 인구 비율이 25.9%에 도달하면서, 함께 증가하고 있는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이웃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로 드러난 사례들을 모은 통계자료이기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는 노인학대는 더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학대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가정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학대의 경우 피해자 본인과 이웃들의 관심이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늘어나는 노인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노인학대 관련 범죄자의 취업 제한 대상 기관을 확대하고, 취업 실태를 공개해 재학대 예방을 강화한다. 노인학대 관련 범죄 경력이 있는 자는 노인복지시설이나 의료기관, 치매안심센터 등 13개 기간 외 복지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노인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법인에도 취업할 수 없다. 노인학대 관련 신고는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 또는 경찰서(112)로 하면된다.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과 경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범피)는 27일 경주지청에서 ‘범죄 피해자 법 체험교실’을 실시했다.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검찰청 체험프로그램으로, 이날 피해자들이 경주지청을 방문하자 최명규 지청장이 환영 인사로 이들을 맞았다. 이어 최소연 부장검사 주재로 신승재 검사와 참가자들이 1시..
경주 도심 내 ‘불금예찬 야시장’이 올해도 문을 열었다. 경주시는 지난 23일부터 6주간 매주 금·토요일 KB국민은행 경주점 동편 골목 일원에서 불금예찬 야시장’을 운영한다. 개장 기간 금리단길 내 맛집들이 참가하는 먹거리 매대, 주변 공방들과 연계한 플리마켓 등이 열린다.특히 올해는 맛과 쇼핑의 흥을 높이는 소..
경주시립도서관이 올해 하반기 독서문화 프로그램 수강생을 모집한다.하반기 프로그램은 9월 5일부터 12월 24일까지 17주간 운영된다. 운영 프로그램은 △책과 어반스케치 △Old Pops와 떠나는 여행 영어 △독서지도사 2급 △익숙한 혹은 낯선 시와 함께하는 인문학 ‘가을, 시(詩)에 물들다’ △그림책이랑 미술이랑 △디..
불국사농협 임직원과 고향주부모임 회원들은 농협 경주시지부와 함께 지난 22일 쌀 소비촉진을 위해 불국사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실시했다.
한지에 스민 열망과 도전 20여년 전 **나라 종이에 손끝을 베어가며, 종이접기 열풍에 휩쓸리게 되었다. 종이의 입체성을 통한 언어는 문화와 역사를 연결하는 기억으로 저장되는 한지를 만나면서, 세계적 가치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거대한 포부를 품게 되었다. 천년 이상 지속되는 유연하고 질긴 닥종이는 지문이 닳도록 만지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조금은 과도한 열망이지만, 오늘처럼 내일에 물려줄 우리 종이가 오대양을 뚫고 전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오늘도 뜯고 붙이며 늘리기를 시도한다. 비록 미약한 노력일지라도, 쉬고 싶지 않다. 숙제처럼 한지예술문화 전변화를 위해 내일이 없듯이 오늘의 풍랑을 맞이한다.
1년 중에 몇 달은 과거에 일어난 일의 선연한 기억과 함께 한다. 3월이면 기미년의 3·1운동, 4월이면 4·19의거, 5월이면 무엇보다 광주민주화운동, 6월이면 호국보훈의 포괄적 헌신이라는 식이다. 8월이면 뭐니 뭐니 해도 1945년의 해방이고, 또 1948년의 정부수립이다. 아울러 이 달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가 일본을 어떻게 대하여야 할까 하는 논쟁이 일어난다. 올해는 특히 광복절 행사가 반쪽으로 치러진 것처럼, 정부와 광복회 및 야당이 전면적으로 대립하였다. 표면적으로는 독립기념관장 인사의 적절성으로 들끓었으나, 속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일련의 대일자세에 관한 정당성이 물어졌다. 격렬하게 일어난 이 논쟁을 보며 논쟁의 주제에 관하여 조바심을 감출 수 없었다. 주로 야당 측을 중심으로 하여 형성된 반일의 슬로건이 다시 한번 힘을 떨치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식민통치 경험에 입각하여 일본이 여전히 팽창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식의 논리가 그 슬로건 안에 숨어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올바른 주장일까? 나는 1989년 한국 법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 파견되었다. 그해는 일본의 ‘헤이세이’(平成)원년으로 당시 일본은 가히 욱일승천의 기세로 국력이 뻗어나가고 있었다. 곧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에 ‘일본의 평화’(Pax Japonica)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며, 세계 각지에서 젊은이들이 일본을 배우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로부터 36년이라는 아득한 세월이 흐른 올해 아이들의 권유에 못 이겨 8월 15일 전후로 일본여행을 하였다. 내가 받은 강렬한 느낌은, 아, 옛날에 내가 보았던 일본이 아니었다. 그때는 거리마다 활력이 가득가득 넘쳤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를 가건 좀 쓸쓸한, 쇠락의 느낌마저 주는 나라로 변해있었다. ‘낭까이(南海) 대지진’의 공포가 사림들의 머릿속을 누르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의 미소를 잃어버린 꽉 다문 얼굴에는 고난을 이겨내려는 인내의 마음이 새겨져 있는 듯하였다. 그들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의 인상을 내게 주었다. 만물의 법칙에 따라 한 국가도 흥망성쇠의 과정을 밟는다. 한국과 비교하여 일본은 지금 미래를 치고 나갈 힘이 많이 부족하다. 30여 년의 길고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첨단산업의 기반이 약하다. 사회에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려는 진취적 기운을 지금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사회도 여려 병폐를 안고 있으나 사회의 활력이라는 점에서 보면 단연 일본보다 낫다. 전반적 상황을 종합하면, 한국이 일본을 앞서가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내 말이 아니다. 특히 세계를 무대로 뛰는 젊은이들은 이 점을 확신한다. 이 예측과 확신이 지금 한일 두 나라를 바라보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다. 광복 후 무려 79년이 지나고 더욱이 우리가 앞서가기 시작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여전히 일본을 무서워하는 ‘공일증’(恐日症)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식민지배가 다시 재현될 것처럼 말을 하며, 매국(賣國)을 경계한다. 단순한 오해나 착각에 의한 정세판단의 오류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인 왜곡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는 과거에 일본과 중국, 미국에서 장기체류를 하며 연구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우리가 일본과 친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친일파이며, 중국과도 완전히 마찬가지로 생각하니 친중파이다. 또한 세계의 중심인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여야 한다는 친미파이기도 하다. 그런 다중적 입장을 가진 나는 이번 광복절을 일본에서 보내며, 향후 한국과 일본 양국간의 바람직한 관계설정을 생각해보았다. 2024년의 8월에 서서 내다보는 안목이다. 일본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과거 침략의 역사에 대해 통렬한 사죄를 하고, 한국은 한국대로 현실과 맞지 않는 ‘공일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비로소 양국간의 대등하고 건전한 관계수립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과제가 실현되어야 우리의 국운이 순조롭게 뻗어나갈 수 있다.
매년 7월 말이면 필자가 살고 있는 슬라이고(Sligo)에는 영미 문학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유명시인 월리엄 버틀러 예이츠(W. B. Yeats 1865-1939) 관련 학술대회가 열린다. 더블린에서 태어난 예이츠 시인은 어린 시절 대부분을 슬라이고에서 보낸 추억을 바탕으로 이니스프리의 호도(Lake Isle of Innisfree), Salley Garden 등 주옥같은 시를 썼다. 2024년 여름이 가기 전에 슬리시 숲(Slish Wood) 올레길과 데크길을 걸어 이니스프리 섬으로 가보기로 했다. 답사 코스는 킬러리 산(Killery mountain, 옥스 산맥(Ox Mountains)의 북쪽에 위치한 산으로 약 3억 년 고생대 해저지형이 융기하여 생성의 반대편 슬리시 숲(Sleagh Wood) 입구에 주차하고 5km 남짓 산 중턱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Oak tree와 편백나무, 소나무가 가득 차 하늘을 뒤덮은 올레길은 푸르름을 더해 주었고 산 정상에서 흐르는 보그워터(Bog Water)도 졸졸 흐르고 있길래 ‘탈모에 좋을 것’이라며 머리를 감았더니 상쾌함에 눈마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숲속 농가에서는 벌꿀 통이 여기저기 놓여 있고 숲이 끝나는 지점에 길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고원이 펼쳐지는 데 보랏빛 헤더꽃(Heather)이 지천으로 피었고 양치류 관목이 펼쳐진 위로 난 데크길은 마치 천국의 계단 같았다. 한 시간 남짓한 트래킹의 목적지인 이니스프리로 섬을 저만치 바라볼 수 있는 지점에 도착했다. 3~4집의 민가가 있는 마을을 지나 섬으로 가는 경사면까지 가 멀찌감치 섬을 바라볼 수 있었다. 지척에 이니스프리 섬의 보잘것없는 모습에 실망감이 들 만도 한데, 민가에서 기르는 당나귀 두 마리가 필자에게 다가와 킁킁대며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는 게 아닌가? 간식으로 먹고 난 바나나 껍질을 줬더니 맛있게 받아먹는다. 우리 말에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번에도 섬에는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예이츠 관광 10선 중 이니스프리 외에 Doorey Rock, Slish wood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트래킹 코스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렇듯 친근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별개로 19세기 중반 감자 기근을 계기로 미국, 호주 등지로 아이리쉬 디아스포라(Diaspora)가 시작되었다. 예이츠 역시 20대 초 약관의 나이로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1890년에 창작하여 2년 뒤 ‘The Countess Kathleen and Various Legends and Lylics’에 서정시 ‘이니스프리의 호도’를 발표했다. 런던의 아스팔트를 걷다가 문득 유년기의 추억을 되새겨 쓴 ‘망향의 시’라 할 수 있다. 예이츠는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로서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기여하는 등 아이리쉬 뿐 아니라 영문학을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많이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을 숭배하는 이들은 그가 마지막으로 잠든 장소까지 모여든다. 이 장소는 슬라이고 카운티의 작은 마을 드럼클리프 교회에 있다. 시인 자신이 선택한 장소이다. 그가 죽기 전 써 내려간 마지막 시 중 하나인 「벤 불벤(Benbullben)산 기슭에서」에서 그는 자신의 무덤을 묘사하는데 묘석은 대리석이 아니라 현지에서 난 석회암(limestone)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까지 정해 놓고 수수께끼 같은 유명한 비문으로 시를 끝맺는다.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 삶에 / 그리고 죽음에 / 말 탄 자여 / 지나가라!” 예이츠가 드럼클리프에 묻히고 싶어 했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개인적인 측면은 조부이신 존 예이츠가 이 지역의 교구 목사였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 교회 묘지가 아일랜드의 유명산인 벤 불벤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생 그는 고대 아일랜드의 전설에 심취해 있었으며 자신의 시에서 종종 이러한 전설을 언급하였는데, 2억 년 전 용암이 흘러내리다 형성되었다는 벤 불벤은 아일랜드의 그 어느 곳보다도 그에게 더욱 낭만적인 장소였음에 틀림이 없다. 지금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는 많은 대한민국의 청년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위해, 혹은 여행을 위해 워킹할리데이 비자를 받아 일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혐오 범죄와 폭행과 강도 사건들에 대한 보고가 끊이질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 한인 청년들에 대한 측은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며칠 전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더블린에 거주하는 한국인 학생 두세 명이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슬라이고를 방문한다고 연락이 왔다. 필자가 안내를 맡게 될 터인데 이니스프리 섬과 벤 불벤 산을 포함해 슬라이고의 ‘예이츠 관광 10선’을 최대한 돌아보기로 했다. 벌써부터 학생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떠올라 기대감이 벅차오른다.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값이 하락하고 있어 농업인들의 한숨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주 농민단체협의회는 최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차원의 쌀값 폭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농민단체들의 이 같은 주장과 시위는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 20㎏ 4만4435원으로 열흘 전보다 184원 내렸다. 한 가마 가격은 17만7740원으로, 지난해 10월보다 4만원 낮은 수준이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5일 가마당 21만7352원을 기록한 후 10개월 연속 내리고 있다. 통상 7월에서 9월은 쌀 재고가 줄며 가격이 오르는 시기지만 올해는 재고가 많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예년과는 다른 양상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2024년 공공비축 시행계획을 의결하고 올해 45만톤 규모의 쌀을 공공비축하기 위해 매입하기로 했다. 공공비축제는 양곡부족으로 인한 수급불안, 자연재해 등 식량 위기에 대비해 비축하는 제도로 도입 이후 35만 톤 내외 수준을 유지해 왔다. 매입가격은 수확기 산지 쌀값을 조곡(벼) 가격으로 환산해 연말에 결정하고, 매입 직후 농가에 중간 정산금으로 포대 당 3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농민들은 공공비축제 만으로는 쌀값 하락을 막을 수 없다고 반발한다. 쌀 재고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0% 가까이 증가해 햅쌀이 출하되면 재고를 줄이기 위한 대량 판매로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정책으로는 과잉생산된 쌀 산업의 구조를 개선할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주 농민단체협의회가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수확기 쌀값 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쌀 대신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전략 작물 직불제’를 재정비하는 등 중장기 대책 마련과 함께 식량 원조 등 다각도의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경주읍성 성벽 복원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복원 구간 내 위치한 고철 야적장이 철거되면서 복원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경주시는 북성벽 복원을 2026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읍성은 정확한 축조연대는 알 수 없으나 고려 우왕 때 개축했다는 기록과 1592년 임진왜란 때 왜군에게 성을 빼앗겼을 때 당시 이장손이 만든 일종의 포인 비격진천뢰를 사용해 다시 찾은 역사가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 세종, 선조, 영조, 고종에 이르기까지 경주읍성에 많은 증·개축 과정과 내·외부의 구조 변경이 있었음을 문헌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종실록(文宗實錄)에는 둘레 4075척(약 1904m), 높이 11척 6촌(약 5.4m) 등 비교적 정확한 성곽 제원과 구체적인 구조가 잘 기록돼 있다. 읍성의 성문은 동서남북에 향일문, 망미문, 징례문, 공진문 등 4대문이 있어 이들 문을 통해 출입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대부분 헐려나가고 동벽 약 50m 정도만 옛 모습을 남기고 있었던 것을 지난 2018년 동성벽 324m, 동문(향일문)을 복원했다. 역사에서 보듯 경주읍성은 고려시대 축성돼 조선시대를 거쳐 근·현대까지 경주의 역사와 함께해 온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경주시는 올해 하반기 내로 북성벽 구간에 대한 발굴 조사에 착수해 2026년까지 동성벽·북성벽 215m 구간에 대해 추가로 복원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성벽 복원과 함께 치성 4개소, 여장, 주변 정비, 경관 조명 등도 설치한다. 북성벽 일부 구간이 복원되면 읍성의 구조, 형태, 의미 등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위용을 갖추게 된다. 경주읍성의 추가 복원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문화유산의 상징성과 새로운 관광자원이 늘어나는 데 있다. 하지만 경주읍성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구심점 역할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보면 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동성벽 일부가 복원된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경주읍성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지 않아서다. 경주읍성 인근의 주차시설이 부족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없다. 또 경주읍성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띄지 않고 홍보 부족 등 개선점이 적지 않다. 경주시는 북성벽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은 이참에 부족한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관광객이 찾고 도심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발굴조사 결과 이런 건물터를 찾았다. 1974년 경주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월지 준설 작업을 하다가 유물이 다수 출토되자 작업을 중단하고 1975년부터 2년여에 걸쳐 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서 연못 내부와 주변 건물지 등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하게 되었다. 이 발굴조사에 의해 건물지 26동, 담장터 8개소 등이 확인되었다. 조사를 마치고 3년 뒤인 1980년에 발굴 결과를 토대로 서쪽 호안에 접한 건물지 중 일부를 복원하고 나머지 건물지에는 원래의 자리에 새로 초석을 놓았다. 발굴 결과 서쪽으로 남북 일직선 위에 4동의 큰 건물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들 건물은 모두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남북 축선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건물지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중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문을 들어서면 회랑 내의 공간이 되는데 그 중앙에 정면 7칸, 측면 4칸의 정전(正殿) 정전은 수조하지처(受朝賀之處)라 하여 왕이 문무백관과 왕세자, 척신, 사진 등으로부터 조하를 받던 곳이다. 정전은 궁궐 건축에서 최상위에 위치한다. 으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있다. 또 이 건물의 북쪽으로 정면 5칸, 측면 5칸의 편전(便殿) 편전은 왕의 일상적 집무시설이다. 이곳에서 왕의 일과가 대부분 이루어진다. 으로 추정되는 건물지가 있다. 이 건물지의 북쪽으로는 좌우 익사(翼舍)를 가진 침전(寢殿) 침전은 일상적 생활을 당당하던 공간으로 가장 내밀한 영역이다. 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배치되어 있고 이들 건물 추녀 끝 바닥에는 물이 흘러가는 석구(石溝)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연못 주위의 호안 석축을 따라 5동의 건물지가 확인되고 있는데 그중 3개 동의 건물(남쪽으로부터 제1, 3, 5호 건물)을 복원하였다. 건물의 복원에는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옥개부재, 공포부재, 가구부재, 난간부재와 기와류, 전류(塼類) 등 건축부재와 철물장식 등을 고증자료로 활용하였으며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건물과 탑의 양식 등을 참고하였다. 건물에 사용된 단청은 고구려 고분 벽화, 봉정사 극락전,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등에 남아있는 단청문양을 참고하여 화려하지 않고 검소한 문양으로 장식하였다. 제1호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3칸, 건평 21.4평의 주심포 겹처마 팔작지붕이다. 이 건물의 복원에는 봉정사와 부석사 무량수전, 그리고 발굴유물 등을 참고 하였다. 세부 양식은 배흘림기둥 위에 제공과 첨자를 결구하였다. 건물 내부 바닥은 우물마루를 깔아 마감하였고 건물 외부로는 난간을 설치하였다. 제3호 건물은 복원된 3건물 중에 가장 규모가 큰 정면 5칸, 측면 4칸, 건평 56.64평의 겹처마 2고주 9량의 팔작지붕이다. 천정은 연등천정으로 하고 지붕마루에는 역시 치미를 올려 장식하였다. 제5호 건물은 3건물 중 가장 규모가 작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13.18평 겹처마 사모지붕으로 하고 화강석 절병통을 올렸다. 주위 발굴에서 수습된 고증자료에 따라 바닥은 방전을 깔아 화강석 기단 갓돌을 두르고 3면의 석축 변에는 돌난간을 돌렸다. 복원된 3호 건물에는 월지 전체의 모형이 전시되고 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이곳 월지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복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철거하고 월지모형만 남겨져 있다. 못 남쪽으로도 긴 건물터가 동서로 놓여있었는데 이들 건물지의 바닥에는 보상화문 등의 문양전과 무문전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복원을 하지 않은 건물지의 유구는 성토한 후 잔디를 심고 회랑지를 제외한 건물지에는 그 해당 위치에 287개의 초석을 새로 깔아 배치하여 건물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초석으로 건물 배치와 그 규모 등을 짐작할 수 있어 당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신재로 깔아 옛 맛을 잃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서쪽 멀리 떨어진 공터에는 복원에 사용되고 남은 일부 석재가 놓여있다. 동궁과 월지를 나오려는데 문득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다음 글귀가 떠오른다. ‘정말 소중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보인다’ 이곳에서 발굴된 건물지 등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전은 수조하지처(受朝賀之處)라 하여 왕이 문무백관과 왕세자, 척신, 사진 등으로부터 조하를 받던 곳이다. 정전은 궁궐 건축에서 최상위에 위치한다. **편전은 왕의 일상적 집무시설이다. 이곳에서 왕의 일과가 대부분 이루어진다. ***침전은 일상적 생활을 당당하던 공간으로 가장 내밀한 영역이다.
드디어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동의를 바라진 않지만, 올림픽은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가 열광하는 ‘제로섬 게임’의 전형이다. 올림픽이 막 끝난 시점에 좀 뜬금없는 주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 선수의 승리가 상대방의 실수에서 비롯되는’ 방식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그래서 가위바위보가 인간 존엄에 더 부합하는 게임이라고 좋아했다. 주먹만 내기 때문에 주로 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영원한 승자도 또 영원한 패자도 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야구, 축구, 사격이나 수영 등 우리를 흥분시키는 세상 모든 경기의 본질은, 승과 패를 다 더해(sum) 보면 제로(zero)로 수렴된다. 여기에 올림픽 특수를 그냥 넘겨 보낼 수 없는 나이키는 한 편의 광고로 도발을 시도했다. 결과는 그다지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말이다. 파리 올림픽 개막에 맞춰 선보인 광고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상대 선수의 눈을 노려보는 도발적인 얼굴을 한 선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과 함께. “내가 나쁜 사람입니까(Am I a bad person)?” 쇠를 긁는 듯한 거슬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악당역으로 유명한 미국 배우 윌렘 데포(Willem Dafoe)였다. 경기가 막 시작되기 직전, 농구나 탁구 선수들의 비장한 모습을 교차로 비추며 광고는 그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남을 기만하고 이기적인 나는 그럼 나쁜 사람입니까?” 성우 목소리와 세계 일류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농구)나 음바페(축구)의 얼굴이 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우리(시청자)를 무찔러야 할 상대인 양 도발했다. “난 공감할 줄 모르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아!” 레슬링 선수(맥락상 유명 선수일 텐데 누군지 모르겠다)가 상대방의 목을 사정없이 조르고 있고, 림을 향해 상대가 쏜 공을 무자비하게 블로킹하며 그 과정에서 바닥에 쓰러진 상대 선수를 조롱하는 농구 선수(웸반 야마)의 웃는 모습이 화면을 채웠다. 쇳소리가 더욱 거슬린다. “난 제멋대로고 동정심 따윈 없지, 이런 내가 나쁩니까?” 미국 단거리 육상계의 마녀 샤캐리 리처드슨과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너무나 유명했던 코비 브라이언트의 일그러진 얼굴은 화면을 뚫고 나올 기세다. 나이키가 작정을 하고 승리의 여신을 악당으로 프레임을 덧씌울 의도가 아니라면 이쯤에서 반전이 나와야 할 텐데...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광고는 이런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누구나 오를 수 없는 승자의 자리(Winning isn’t for Everyone)’ 나이키에 대한 호감도나 판매실적이 예전 같지 않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옛 인기를 이으려 ‘무자비한 악당’이라는 부캐로 거듭나려는 시도가 불편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이 광고에 달린 많은 댓글 중에는 “승리는 노력하고 결단력을 가지고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challenging yourself) 것이지, 남을 짓밟는(tearing others down) 게 아니”라고 꼬집는 댓글들이 다수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시작부터 많은 이슈를 몰고 왔다. 가령 센강 개막식에서 호화 대형 선수단을 보유한 미국이나 중국과 적은 수의 선수가 참여한 콩고의 등장만 해도 그렇다. ‘대형 크루즈’와 ‘모터보트’의 선명한 대조는 나이키 광고의 파리 올림픽 버전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올림픽 개회식 행사가 열린 트로카데로 광장에 오륜기(五輪旗)가 거꾸로 나부끼고 우리나라를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소개하는 건 좀 큰 실수라고 봐주자. 이미 벌어진 해프닝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이 어느 58세 중국계 탁구 선수에게는 데뷔전이었다. 놀랍고 반가운 뉴스였다. 탁구 신동에서 이젠 국가대표 에이스가 된 신유빈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깝게 패했지만 먼저 상대 선수를 일으켜 세우고 껴안아 주던 장면이 좋았다. “상대가 나보다 더 뛰어났다”라고 당당히 인정하고 “더 배워 도전하겠다”는 성숙한 각오가 보기 좋았다. 양궁 10연패 장면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세계 사람들이 숨죽이며 지켜봤을 결승전에서 선수들이 휴식이나 낮잠 잘 때의 심박수(70~80 bpm)를 유지했다는 게 지금도 안 믿긴다. 승리는 남이 아니라 자신을 이기는 거라는 강력한 증거다. ‘은메달밖에 못 땄다’고 외려 미안해하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 선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상대방을 무찔러야 할 적으로 몰아가는, 나이키식 광고는 이제 전략을 바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