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는 안강 근계지구 526필지 19만 300.2㎡에 대한 경계를 확정하고 지적재조사 사업을 완료했다. 지적재조사사업은 100여년 전 일제강점기 당시 작성된 종이지적을 디지털지적으로 옮기고, 토지의 실제 현황과 일치하지 않는 지적공부의 등록사항을 바로 잡는 국책사업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토지대장 및 지적도를 작성했다. 시는 면적증감이 발생한 토지는 토지감정을 의뢰해 조정금을 징수·지급할 예정이다. 경주시는 이번에 완료한 안강 근계지구를 포함해 총 16개 지구를 완료했고, 올해는 안강읍 안강1지구·안강2지구 및 감포읍 전촌지구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이누리 장난감도서관 이용자가 발달 부족 12세까지 확대된다. <사진> 경주시는 6세 이하로 이용을 제한했던 ‘아이누리 장난감도서관’의 규정을 변경해,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은 12세 이하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이누리 장난감도서관은 그동안 이용 대상을 6세 이하로 제한했기 때문에, 7세 이상 12세 이하의 발달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이곳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경주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주시 영유아 장난감도서관 설치 및 운영 조례’의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관련 규정은 빠르면 올해 연말부터 변경될 예정이다. ‘경주시 아이누리 장난감도서관’은 2010년 12월에 개소했으며, 경주시립도서관 별관의 ‘본점’과 경주시 여성행복드림센터의 ‘행복드림점’ 등 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영유아에게 질 좋은 장난감 대여와 양육비 절감’을 목표로 설립된 이 장난감도서관은 다자녀, 한부모, 장애인, 유공자 자녀에게는 무료로, 일반 시민 자녀에게는 연간 1만원의 저렴한 이용료로 제공된다. ‘경주시 아이누리 장난감도서관’은 최근 3년 간 장난감 대여 횟수가 4만 9894회에 이를 만큼, 경주시의 대표적인 보육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 사업을 통해 장난감이 필요한 영유아와 어린이들의 놀이권을 보장하고,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경주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내남면 소재 뿌리기업 한호산업을 방문했다. 지난달 26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실장과 주낙영 경주시장,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 등 15여명은 한호산업을 방문해 의견을 청취하고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이어 주낙영 시장은 한호에코스티㈜ 영천공장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 참석해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책을 함께 모색했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등을 통해 소재를 부품으로 만들고 완제품 생산으로 잇는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을 말한다. 1999년 설립된 한호산업㈜은 소성가공 기술로 자동차 파워트레인 부품을 생산해 현대위아, 한국GM 등에 납품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3년 뿌리기술 전문기업 지정 이후로는 2021년 산업부 지능형 뿌리공정시스템 구축사업 등 지금까지 굵직한 정부 지원사업을 수행해 왔다. 특히 지능형 뿌리공정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최근 몇 년간 로봇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해 이전보다 불량률이 80% 이상 감소 됐고, 생산성 15% 이상, 작업시간 30% 이상이 단축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뿌리산업이 튼튼히 갖춰져야 우리 주력산업(자동차·조선 등)과 첨단산업(반도체 등)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뿌리산업을 튼튼하게 지탱해 온 기업과 근로자에게 감사를 전하며 모두가 자긍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시의회 의원연구단체 ‘경주시 출산·양육정책 연구모임’이 지난달 30일 의회 소회의실에서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도시 조성을 위한 출산·양육정책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사진> 이번 연구용역은 인구정책 중 출산과 양육정책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의회 차원의 정책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날 보고회는 연구단체 소속 의원과 각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집행부의 관련 부서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출산·양육 관련법 및 조례 분석결과, 정책 제안, 질의응답 및 토론으로 진행됐다. 경주시 출산·양육정책 연구모임은 지난 4월 연구단체를 등록해 연구용역 실시, 선진지 견학을 통한 우수 선진사례 벤치마킹, 기초자료 수집·분석 등 연구 활동을 진행해왔다. 김종우 대표의원은 “이번 연구용역 결과물을 바탕으로 경주시 출산·양육 관련 조례 제·개정 및 제도 건의가 활발히 이뤄져 향후 정부 및 타 지자체 출산·양육 정책의 본보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주시 출산·양육정책 연구모임은 김종우 대표의원을 비롯해 임활·오상도·최재필 의원으로 구성돼있다.
초저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경주시와 지역 종교 지도자들이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사진> 경주시는 지난달 26일 시청 대외협력실에서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종교 지도자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각 종교 공동체 내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과 방안을 논의하고, 종교 간의 협력 및 협조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주낙영 시장을 비롯해 박동한 경주시기독교연합회장과 성제 불국사총무국장, 이호봉 천주교경주지역사제단대표, 최상락 천도교용담수도원장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현재 경주시는 심각한 초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다. 혼인건수는 지난 2000년 1915건에서 지난해 784건으로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출생아 수도 계속 감소해 2005년 1.11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1명까지 낮아졌다. 이로 인해 경주지역 인구 분포는 60대 이상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등 역피라미드 형태가 고착돼 자칫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앞서 경주시는 지난 2021년 정부가 지정하는 소멸위험지역 118곳 중 한 곳에 포함됐다. 이에 간담회 참석자들은 중앙정부와 경북도의 저출생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역 맞춤형 정책 개발에 힘을 쏟기로 했다. 특히 종교계와 경제계, 언론 등 각계각층과 소통 및 연대를 강화해 생명과 가족의 중요성을 알리고, 일·가정양립 문화 확산을 위한 민간주도 캠페인을 추진하기로 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저출생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슈로 종교계 역시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더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겠다”며 “특히 가족의 가치 회복과 공동체 연대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주낙영 시장은 “저출생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앞에서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들과 힘을 합쳐 가족 친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경주 용황지구 일원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 경주시의회 정원기 의원은 지난달 30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용황지구 일대의 심각한 주차난 해소를 위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정 의원은 먼저 대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경주의 신도심으로 부흥하고 있는 용황지구 일대가 무분별한 불법주차로 인해 주차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웃 간 갈등과 긴급상황 시 소방차의 신속한 진입이 어렵고, 보행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 또 최근 경주시가 이곳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부지 1만4000㎡ 규모의 임시주차장을 조성했지만 일시적인 주차 해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차난 해결을 위해 먼저 민간 건물의 주차장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사업을 제안했다. 마트, 상가, 병원 등 민간시설과 협력해 주차장을 확보하고, 건물 소유주에게는 노면 포장이나 도색, CCTV설치, 차광막 설치 등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추진하면 주차난을 일부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차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주차정보 안내시스템 구축도 제안했다. 또 서울 장안근린공원과 역삼문화공원처럼 용황지구 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마련한다면 주차문제 해결과 함께 휴식 공간을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기 의원은 “주차 문제는 경주시와 시민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는 과제”라며 “민관이 협력해 주차난 해소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홍보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높인다면 주차 걱정이 없는 도시 경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준공한 황금대교를 중심으로 서쪽인 현곡면의 보행자 도로에 대한 정비 및 확충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의회 최영기 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제28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황금대교 인근 보행자 안전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 최 의원은 먼저 “민선8기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사통팔달 도로교통망 확충’의 일환으로 추진된 황금대교 준공을 통해 주민들의 정주 여건 환경이 개선됐다”고 했다. 하지만 “현곡면 새한센시빌 아파트에서 황금대교로 이어지는 보행자 도로는 노후화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며 “또 황금대교 서편 안현로는 보행도로가 아예 없어 보행자가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은 “현곡면과 황금대교 구간의 보행자 도로를 확인해 신속하게 정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장초와 황성동 e편한세상 아파트 사이에 남아 있는 폐철도 다리를 보수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보행자가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추가로 제안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구 아양교 옆 아양기찻길의 보수 사례를 들며, 폐철교에 보행로 또는 자전거 도로를 개설하면 주변 상가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기 의원은 “보행자 도로 개선을 위해 금장지역과 황금대교 구간의 보행로 정비와 폐철교를 활용한 보행자 통행로 추가확보 및 복합공간 조성을 심도 있게 검토해 추진해달라”며 “현곡면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시민이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고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경주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주시의회는 지난달 30일 의회 본회의장에서 8일간의 일정으로 제285회 경주시의회 임시회를 개회했다. 이날 제1차 본회의는 의회운영위원회가 제안한 ‘경주시의회와 국내외 지방의회 간 교류 협력에 관한 조례안’ 등에 대한 심의가 이어졌다. 10월 1일부터 6일까지의 휴회 기간 중 각 상임위원회는 상정된 조례안 및 일반안건에 대해 심사한다. 이어 7일엔 제2차 본회의를 열고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한 조례안 및 기타 안건을 의결한다. 한편 이번 임시회에는 △정종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주시 공공자금 운용 및 관리 조례안’, △최영기 의원 ‘경주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에 관한 조례안’ △정성룡 의원 ‘경주시 자동차대여사업의 등록기준에 관한 조례안’ 등 3건의 의원 발의 조례안을 포함해 총 4건의 조례안이 상정됐다. 또한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 운영에 따른 출연 동의안 등 10건의 동의안과 2024년 인문도시지원사업 공모사업 추진 보고 등 2건의 보고에 대해 심사한다.
천년고도 경주의 핵심유적에 대한 정비·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크다. 이번 호에서는 국내 고도 중 하나인 공주시의 문화유산 복원·정비 현황과 활용 정책 등을 살펴본다. 본보 기자의 현지 취재는 지난 8월 29일 진행됐다. /편집자주 백제의 대표적 문화유산은 공주, 부여, 익산 등 3개 도시에 걸쳐 있는 백제역사유적지구 8곳으로 크게 압축된다. 백제 후기(475~660년) 문화를 대표하는 왕성, 사찰, 왕릉, 외곽성 등 8개 문화유산으로, 지난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공주의 공산성, 무령왕릉과 왕릉원,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나성, 왕릉원, 그리고 익산의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등 8곳이다. 이들 문화유산을 통해 1400여년 전 찬란했던 백제문화와 백제가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으로 활약한 국제성도 엿볼 수 있었다. 4대 문 모두 복원 완료 ‘공주 공산성’ 공주시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중 하나인 공산성은 웅진백제시기(475~538년)를 대표하는 왕성이다. 공주시에 따르면 공산성은 백제시대에는 토성이었으나, 조선시대 인조 이후 석성으로 개축했다. 백제 때는 웅진성, 고려시대 공주산성·공산성, 조선 인조 이후에는 쌍수산성으로 불렸다. 현재는 동쪽 735m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석성이다. 공산성은 백제가 웅진으로 천도(475년) 후 성왕 16년(538년) 사비(부여)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64년간 백제의 왕성이었다. 북쪽으로 공산의 능선과 계곡을 따라 총 2660m 길이의 성벽을 쌓은 공산성은 금강을 접한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산성 내 왕궁지와 왕궁부속시설지 등에서는 10칸, 20칸 등의 큰 건물터와 연못터가 확인됐고, 백제의 연꽃무늬 수막새를 비롯한 많은 유물들이 출토됐다. 특히 공산성의 4대 문은 모두 복원됐다. 동쪽에는 영동루, 남쪽에는 진남루, 북쪽에는 공북루가 있으며, 서쪽에는 현재 공산성 출입문으로 사용되는 금서루다. 그중 터만 남아 있던 영동루와 금서루는 공산지(公山誌)의 기록을 근거로 1993년 복원을 완료했다. 진남루와 공북루는 조선시대 석성으로 다시 쌓으면서 건립한 문으로, 진남루는 1971년 모두 해체하고 원래대로 복원했고, 공북루는 1964년 보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총 7기 복원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백제시대 왕과 왕족의 무덤이다. 현재 무령왕릉을 포함해 왕릉원 1~6호분까지 총 7기가 복원됐다. 1~5호분은 돌로 방과 통로를 만들고 흙을 덮어 만든 굴식돌방무덤이며, 6호분과 무령왕릉은 벽돌을 터널 형태로 쌓아 만든 벽돌무덤이다. 무령왕릉은 백제 시대 제25대 왕과 왕비를 합장한 무덤으로, 1971년 발굴 당시 1500년 전의 화려한 모습이 온전히 남아 있는 상태로 발굴돼 세간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문화유산 활용 관광프로그램은? 공산성 금서루에는 대표적인 상설 문화관광 프로그램인 ‘웅진성 수문병 근무교대식’이 매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공주시에 따르면 백제 왕성 성곽을 지키는 수문병 모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올해는 혹서기를 제외하고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마다 총 5회씩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회 1000명 이상 관람객들이 관람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 활용 관광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공주시의 설명이다. 공산성 서문인 금서루 앞 회전 교차로에 지난 2021년 9월 모습을 드러낸 무령왕 동상도 눈길을 끈다. 무령왕 동상은 높이 9.47m에 무령왕이 중국(양나라)에 ‘갱위강국’(更爲强國) 선포 국서를 보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좌대 안에 구동부를 설치해 동상이 360도 회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무령왕릉 발굴 50년, 갱위강국 선포 1500년을 기념하기 위해 무령왕 동상을 건립했다. 회전할 수 있는 동상은 바라보는 방향마다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쪽을 바라보면 무령왕릉이 있고, 북쪽은 고구려를 격파하고 갱위강국을 선포한 대왕의 위엄, 남쪽은 백성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군주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공주시 관계자는 “무령왕은 백제의 가장 위대한 준주이자 공주의 자긍심 그 자체이다”며 “무령왕 동상은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역사도시로서 공주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주시는 다양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고 있다. 공산성과 무령왕릉 사이를 도보로 이동하며 백미고을, 회랑, 황새바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지난 2022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길로 유명한 ‘한옥마을 둘레길’은 공산성과 국립공주박물관, 고마나루 솔밭길 등을 거닐며 백제의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백제 문화유산 활용 백미 ‘백제문화제’ 백제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프로그램의 백미로 손꼽히는 축제는 올해 제70회를 맞은 ‘백제문화제’다. 백제문화제는 백제의 왕도인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에서 같은 일정으로 각각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9일간 공주시에서는 금강신관공원과 공산성, 제민천 일원에서 열렸다. 부여군은 백제문화단지, 구드래, 정림사지 일원에서 개최됐다. 70년 전통을 지닌 백제문화제가 백제역사유적지구와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많은 변화가 뒤따랐다고 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재)백제문화제재단에 따르면 백제문화제는 지난 1955년 부여지역 유지들이 뜻을 모아 백제대제집행위원회를 구성해 ‘백제대제’를 거행하며 시작됐다. 11회째인 1965년까지는 부여군이 단독 개최해왔고, 행사 주체가 충청남도로 이양된 1966년부터는 행사 규모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공주시가 백제문화제에 참여해 부여군과 동시에 진행했고, 부수적인 문화행사가 증가했다. 1975년(제21회)부터 4년간은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백제문화제가 공주와 부여 이외에 대전에까지 확대 개최한 것. 충남 도내 전 지역으로 백제문화제의 열기를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백제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부족했던 대전의 백제문화제는 전시 위주의 행사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1978년을 마지막으로 대전 개최방식은 중단됐다. 이후 1979년부터 2006년까지는 홀수년에 공주, 짝수년에는 부여에서 대제(大祭)와 소제(小祭)의 개념으로 번갈아 개최했다. 백제문화제가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당시 ‘통합개최’를 주관하는 조직으로 재단법인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현 백제문화제재단)를 설립해 관주도형에서 민간주도형 축제로 전환했다. 이 시기에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발전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다. 특히 2010년(56회) 9월 18일부터 10월 17일까지 30일간 정부공인 국제행사로 열렸던 ‘2010세계대백제전’은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다. 공주시에 따르면 당시 369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2499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뒀다. 또 백제문화제는 2015년 7월 8일 백제역사유적지구가 국내에서 12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고,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각인시키는 축제로 성장해오고 있다. 공주시 관계자는 “백제문화제는 축제를 넘어 백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자긍심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욱 기자 lsw8621@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경주의 교통문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교통문화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23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시 교통문화지수가 100점 만점에 78.36점(D등급)으로 전년 76.15 대비 2.21점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수 상승으로 순위도 인구 30만명 미만 49개 시 가운데 36위로 전년 43위 대비 7계단 상승했다. 교통문화지수는 전국 229개 시군구를 △인구 30만명 이상 시 △인구 30만명 미만 시 △군 지역 △자치구 등 4개 그룹으로 구분해 운전형태·보행행태·교통안전 항목에 대해 평가지표를 지수화한 것이다. 등급은 지수에 따라 A~E까지 5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경주시는 30만명 미만 49개 시 평균 교통문화지수 80.85점보다 낮은 78.36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주시 교통문화지수가 30만명 미만 시 평균에는 못 미쳤지만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점수가 향상했다. 방향지시등 ‘E’등급 지난해 경주 시민의 운전형태 실태조사 결과는 45.17점으로 전년 대비 0.9% 소폭 상승했다. 운전형태를 평가하는 8개 지표 중에서 신호 준수율(98.41%), 이륜차 승차자 안전모 착용률(94.40%), 운전 중 스마트기기 미사용 준수율(66.98%), 음주 운전 금지 준수율(100%), 제한속도 준수율(67.92%)은 전넌대비 개선됐다. 방향지시등 점등률은 전년 대비 2% 가까이 상승한 64.35점을 기록했지만 실태조사에서 가장 낮은 E등급으로 그룹 순위가 49위 중 46위를 기록했다. 반면 안전띠 착용률(68.48점),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86.51%)은 전년보다 점수가 낮아졌다. 무단횡단 금지 준수 ‘A’ 교통안전 관련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보행행태는 전넌 대비 큰 폭의 상승이 이뤄져 시민 의식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 횡단보도 횡단 중 스마트기기 미사용 준수율, 무단횡단 금지 준수율 등 3개 지표가 전년 대비 상승했다. 특히 무단횡단 금지 준수율을 전년 63.21%에서 지난해 83.02%로 크게 상승해 A등급, 5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들 지표는 보행자 개개인의 준수 여부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시민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교통안전 예산 확보는 1위, 교통사고 사상자 수는 꼴찌 수준 경주시 교통안전에서 지자체 교통안전 행정 노력은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교통안전 노력을 평가하는 교통안전 실태조사 4개 부문에서 대부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교통안전 전문성 확보와 지역교통안전정책 이행 정도는 모두 B등급을 받았으며 특히 교통안전 예산 확보 노력은 A등급으로 지자체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업용 차량 안전 관리 수준 점수는 전년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며 꼴찌 수준인 46위를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경주시의 전체 교통문화지수는 전년 대비 상승했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사 수는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사고 사상자 수 지표를 살펴보면 인구 및 도로 연장 당 보행자 사상자와 인구 및 도로 연장 당 보행자 사상자가 E등급으로 각각 47위와 46위를 기록했다. 사업용 자동차 대수 및 도로 연장 당 교통사고 사상자도 전년대비 하락한 D등급을 기록했다. 경주시 지표 결과를 종합하면 음주 운전 금지 준수율, 무단횡단 금지 준수율, 교통안전 예산 확보 노력 등은 유사 규모의 타 지자체 대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고 운전 중 스마트기기 미사용 준수율, 제한속도 준수율, 무단횡단 금지 준수율 등은 전년 대비 개선도 및 준수율이 높아졌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경주시의 경우 사업용 차량 안전 관리 수준, 인구 및 도로 연장 당 자동차 교통사고 사상자 수, 인구 및 도로 연장 당 보행자 사상자 수 등은 유사 규모의 타 지자체 대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안전띠 착용률, 사업용 차량 안전 관리 수준 등은 전년 대비 개선도 및 준수율이 미흡한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교통안전 의식이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최근 사적 ‘경주 월성’ 발굴 조사에서 진한 사로국 시기의 취락 양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로국 시기의 거주 형태가 월성 내부에서 발견된 것은 최초의 사례로, 의미가 크다. 발굴 조사 결과, 3세기 전~중엽에 이 지역에서 취락을 조성하기 위해 1.5m 높이의 성토 작업이 수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성토 재료로는 벼의 겉껍질, 식물 종자, 조개껍질 등 다양한 유기물질이 사용됐으며, 특히 막대한 인력과 자원이 동원된 성토 작업이 성벽 축조보다 100여년 앞선 시점에 이미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취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의례를 거행한 흔적도 발견됐다. 연구소 측은 “목재 기둥을 세워 만든 이 유구는 직경 약 6m의 원형 구조로, 불을 질러 마무리하는 의례로 폐기된 상태였다”면서 “유구 안에서는 종류별로 2~3점씩 짝을 이룬 토기 15점이 출토됐고, 그 위에는 황색 안료가 발린 마직물이 감싸고 있는 흔적이 확인됐다. 특히 개를 의례 제물로 바친 정황이 발견돼, 이는 비슷한 시기에 유례가 없는 매우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7일 오후 2시에 월성 A지구 발굴현장에서 발굴 성과를 일반에 공개하는 현장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월성이 왕성으로 전환되기 전, 사로국 시기의 취락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어 8일 오전 10시에는 경주 힐튼호텔에서 학술 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는 △‘사로국 시기 월성 취락이 제기하는 쟁점’에 대한 발제로 시작하여 △월성 이전 취락의 조사 내용을 검토하는 ‘1부 토론’과 △월성 축조 이전의 세력에 대한 역사적 함의를 논의하는 ‘2부 토론’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현장 설명회와 학술 토론회는 참여를 희망하는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앞으로도 경주 월성의 발굴 성과와 학술적 가치를 국민과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적극적인 행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사적지 내 첨성대 동편에 가을을 알리는 핑크뮬리가 개화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최진욱 전문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나의 이야기, 희망, 그리고 동행자 저 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기대와 소망을 품고 나아간다. 빛을 따라가다 보면 희망과 행복, 보람된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혼자 갈때 보다 둘이 함께하는 것이 더 가벼운 발걸음을 만들어 줄 것이며, 비록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결국 끝에서 다시 만나고 이뤄질 것이다. 길 위에는 분명 많은 이야기들이 포장돼 있으며, 우리는 그 이야기를 밟고, 듣고, 만지며 걸어가야 한다.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겠지만,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사진은 나의 이야기이자 희망이며,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한 장의 사진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해석하고 전달하는 힘에 이끌려 40년을 사진과 함께해왔지만,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미흡하고 부족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카메라와 친구가 돼 새로운 길을 나선다.
지난 여름 학생 인솔차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를 방문하였다. 이젠 우리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도쿄의 아키하바라는 물론이고 오사카의 돗돈부리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었다. 한국인도 눈에 많이 띄었지만, 곳곳에 중국인이 많았다. 관광이 전공인 관계로 지금 일본이 비교적 국제관광객으로 붐비는 이유를 따져보게 된다. 불과 십여 년 전 일본은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범국가적으로 관광 정책을 수립하였다. 그런데 그 효과는 별무였다. 그러던 것이 저가항공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섬나라 일본이 가지는 구조적 장애로 여겨졌던 접근성이나 가격경쟁력까지 생겼다. 몇 가지 이유가 더하여 일본의 국제관광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중국인이 일본을 많이 찾는 이유야 여럿 있을 수 있다. 언어계통상 일본은 나름 일본화한 한자이긴 하지만 한자를 많이 쓰고 있어 가히 한자문화권이라 할 수 있다. 간판이나 길 안내판을 볼 때 한자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중국인이 일본을 여행하면서 딱히 일본어를 몰라도 소통이 수월하겠다는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물론 한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어나 글 속에 한자가 들어있어 지적호기심을 자극하기엔 한글이 더욱 좋을 수 있다. 더불어 심지어 깊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짐작까지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중국을 비롯한 한자문화권의 사람에겐 즉각적으로 소통하기 쉽지 않다. 복잡한 기호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의 관광을 ‘커뮤니케이션’이라 정의할 때, 동질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관광에 편리하고 유리하다. 한자는 방대하게 외우고 익혀야 하는 글자라 배우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 심지어 한자가 어려워서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쉬운 한글이 있음에도 여전히 문맹률이 높으니 박정희 대통령은 효율을 중시하는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한글 전용정책을 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문맹률을 없앴다. 반면에 1970년부터 72년까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은 한자를 배우지 않아 거꾸로 한자 문맹자가 더러 있다. 대략 50년대 중반 출생한 사람이 해당되겠다. 언어는 뇌구조를 지배하고 인간의 사상을 좌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인 서울대학교에 일본어학과가 없는 이유이다. 한 세대 이상 일본어로 사고하는 구조와 사상을 국민의 관념 속에서 제거해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한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 세대 기간 이상 한글 전용으로 쓴 결과, 이제 한글로 한국인의 정체성이 우뚝 섰다. 한류로 일컬어지는 K컬처와 콘텐츠의 상당부분이 한글과 관련지어진다. 어느덧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포용성도 생기고 세계적 문화에 비길만한 내공도 커졌다. 바야흐로 문화 다양성의 시대에 이제 내 문화 남의 문화를 구별하는 배타적인 사고방식의 시대는 지났다. 당연히 남의 문화를 그들의 가치로 바라보려는 문화상대주의 의식과 더불어 내 것 남의 것 따지게 되면 이젠 세련되지 못하고 편협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느덧 국민의 의식 속에서 잊혀져 가던 한자와 일본어가 국제화란 이름으로 이젠 하나의 다양한 콘텐츠로 이해되고 수용된다. 한자 배우기라는 작은 붐도 있다. 그간 제법 잊혀졌던 한자 공부는 지적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한자는 오랜 역사 동안 한자로 이루어져 왔던 우리의 전통문화의 이해와도 연결된다. 비교적 한자에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필자에게도 여러 학습매체가 있어 자연 새로운 한자가 있으면 눈에 들어온다. 차제에 평생 처음 읽어보는 한자가 있어 소개해 본다. 상두주무(桑土綢繆)라는 단어이다. 상두주무, 뽕나무 뿌리의 껍질을 뜻하는 ‘桑土’는 상두라고 읽는다. 흙토(土) 자를 두자로 읽기엔 낯설다. 뽕나무 뿌리껍질은 습기를 막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무’는 칭칭 감는다는 뜻이다. 올빼미는 장마가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둥지의 새는 곳을 막는다. 닥쳐올 재앙을 대비해 미리 꼼꼼하게 준비한다는 뜻이다. 물론 젊은 세대에겐 한자가 영어보다 더 낯선 언어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자문화권에 살고 있다. 더구나 최근 중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우리 주변에서 중국어가 쉬이 들리고 또 한자가 쉬워 보인다. ‘커뮤니케이션’으로 상징되는 관광의 시대에 관광과 한자라는 소통수단과 언어를 생각해본다. 논의 중에 어려운 고사성어로 얘기가 비약 발전하였지만, 이왕지사 한국사회에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어려움이 많은데 미리 대비할 일이다.
매년 2학기에는 고고학 실습 과목을 가르쳐 오고 있다. 실습 수업이지만 유적지를 찾기 위한 여러 가지 이론과 방법론에 대해 먼저 강의실에서 설명한다. 그리고 나서 야외에 나가서 지도 보는 법, 나침반과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를 알아보고 또 유적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지도에 표기하는 법을 실습해 본다. 그러면서 동서남북은 어느 방향인지, 유적지는 주로 ‘어디’에 있는지, ‘왜’ 거기에 있는지에 대해서 배산임수(背山臨水)와 관련하여 논의한다. 실습수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야외에 나가서 이곳저곳을 살피고 견학과 답사를 많이 한다. 몇 년 전의 일이다. 학생들을 데리고 학교 뒤에 있는 외외 마을을 지나면서 할머니 한 분과 마주쳤다. 마침 그곳에 흙담이 있길래 학생들이 들으라고 일부러 내가 큰 소리로 “할머니, 여기 담쌓으면서 흙에 잔자갈은 왜 넣었습니까”라고 물었다. 할머니께서 바로 “그래야 야물지”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모든 것이 섞여야 단단해지는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세상 원리를 잘 알고 계셨던 것이다. 흙벽돌을 만들면서 짚을 썰어 넣는 것이나, 초가집이나 기와집 벽을 진흙이나 회로 바를 때 짚 혹은 털을 각각 섞어서 반죽하던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토기나 기와를 만들 때도 점토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반드시 보강제로 모래나 바위를 잘게 부순 것, 토기나 기와를 빻은 가루, 혹은 조개 가루를 점토와 섞는다. 그렇지 않으면 토기나 기와를 성형해서 말리거나 가마에서 굽는 과정에 갈라지거나 터지게 되어있다. 비 온 뒤 흙탕물이 고여있다가 물이 증발한 이후 침전된 황토에 금이 가고, 심한 가뭄 후에 논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다. 점토가 다른 물질과 섞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금은 무르지만 24K 18K는 아주 단단하다. 구리도 물렁하지만 여기에 주석 혹은/그리고 아연을 섞으면 단단한 청동이 된다. 콘크리트, 도자기, 아스팔트, 각종 금속 등 이 세상 대부분 물질이 이물질과 섞이게 되면 단단해진다. 그래서 짬뽕과 퓨전(fusion) 음식도 더 맛이 있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단일민족보다는 다민족 사회가 더 강하다. 미국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세계를 리드하고 있을 만큼 강한 이유도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여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어서 이들과 피가 섞이다 보면 강한 나라가 되리라고 예측된다. 우리나라에서 동성동본 간 금혼법이 폐지되어 원하면 혼사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성동본 간에는 가급적 혼인을 피하는 관습이 있다. 과거 각 마을에서도 며느리나 사위는 같은 동네가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구했다. 그러한 것도 강한 유전인자를 가지기 위한 장치 중의 하나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수를 채용할 때 가능하면 본교 출신자를 배제한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필자와 친한 친구 한 명이 애리조나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 인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동부 작은 대학 교수로 갔다. 몇 년이 지난 후 모교에서 이 친구의 전공인 중미(Meso-America) 고고학 분야 교수 채용 공고가 났다. 이 친구는 지도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도 지원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의 지도교수는 단호하게 “안 된다”라고 하였다. “왜 안돼요”(Why not)라고 물으니 단도직입적으로 “우리는 다른 혈통이 필요하다”(We need a different breed)라고 했다는 것이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지도교수께서는 내게 “지원은 해도 좋다. 하지만 미국 대학에서는 본교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라”고 하였다. 결국 필자도 지원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학사회에서 ‘동종교배’를 추구하지 않는 이러한 불문율이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提高)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섞여야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양남 주상절리를 포함한 경주·포항·영덕·울진의 경북 동해안 일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지질공원은 특별한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또는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공원으로,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는 곳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는 최근 심의를 열고 경북 동해안 일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내년 5월 프랑스 파리서 열리는 유네스코 봄 정기총회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에 예비결과를 통과한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은 경주·포항·영덕·울진 일원 2694㎢다. 지정 장소는 양남 주상절리를 포함해 울진 성류굴·왕피천·평해 사구습지, 영덕 해맞이공원, 포항 호미 반도 둘레길 및 여남동 화석 산지 등 총 29곳이다. 이 가운데 경주지역은 △양남 주상절리 △남산 화강암 △골굴암 △문무대왕릉 등 총 4곳이 포함된다.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은 한반도 최대 신생대 화석 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수한 학술 가치, 관리 운영구조 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세계지질공원에 지정될 자격은 충분하다. 종유석·석순·석주·동굴진주 등 다양한 생성물이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성류굴은 길이가 870m에 이른다. 경주 양남주상절리도 부채모양을 비롯해 위로 솟거나 비스듬히 누워있는 모양 등 다양한 주상절리로 희귀성이 높다. 경북 동해안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 국내에서는 여섯 번째다. 국내 세계지질공원은 2010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2017년 경북 청송, 2018년 광주 무등산, 2020년 강원 한탄강, 2023년 전북 서해안이 지정됐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경주는 다른 문화유적과 함께 상승효과를 일으켜 경제적·문화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근의 관광지를 효율적으로 연계할 경우 높은 관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지질공원 인증 후 4년마다 심사하게 된다. 심사 결과 지적된 사항이 2년 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세계지질공원 자격이 박탈된다고 한다. 내년 5월 열릴 유네스코 봄 정기총회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승인까지 경북도와 경주 등 해당 지자체가 철저한 준비를 해주길 바란다. 또 사후 관리와 연계 관광 등 세계지질공원 승인 이후의 정책들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문해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자가 많이 포함된 우리나라 말의 특성도 있지만, 스마트 기기 보급 확산과 활발한 미디어 매체의 유행으로 사람들이 글을 직접 읽거나 쓰거나 생각할 시간도 없이 영상으로 정보가 전달되며 발생하는 문제다. 이에 미국 일부 주(州)에서는 필기체 교육이,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종이책·손글씨 교육이 지난해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점차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아날로그’식 교육이 필요한 시대이다. 영상은 시청자가 생각하고 사실(Fact)을 확인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반면 종이책과 신문 등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판단과 사고를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문해력과 창의력 함양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능력으로 교육적인 측면은 물론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필요하다. 경주신문은 2018년부터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신문활용교육(NIE)을 제공하고 있다. 초·중·고교에서 시작된 NIE 프로그램은 지난해부터 교육 대상을 지역아동센터 학생들로 변경했다. 학교에서 교육도 좋지만 학생들이 학원 등으로 일정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측면에서다. NIE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신문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쓰거나 말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신문을 읽고 이해함으로써 문해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NIE 프로그램의 유행은 이미 지났다고 많은 이들이 판단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신문 매체가 아닌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 아날로그식의 읽기와 쓰기가 스마트 기기를 통한 교육보다 글에 대한 집중도와 이해도 측면에서 효과가 좋다는 것은 겪어본 사람들은 충분히 알 것이다. 유행은 계속 돈다고 흔히 말한다. 교육 방식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스마트 기기는 계속 발전하고 더욱 확산할 것이지만 과연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도구로서 적합한지는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초등학교 4학년생들한테 ‘눈금’이 뭔지 물었다. 그랬더니 한 남학생이 자신에 찬 얼굴로 “피곤하거나 자다 일어나면 생기는 눈에 생기는 이물질”이란다. 그럼 ‘용수철’은 뭐냐니까 옆에 있던 여학생은 “약간 남자 사람 이름 같다”라고 했고, 그 말이 그럴듯해 보였는지 아까 그 남학생은 “아빠 친구 이름”이라고 대답했다. 방송에 나온 실제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어떨까? 단톡방에서 오고 가는 대화 중에 발췌한 내용들이다. “···과제물을 제출하는 학생은 하루에 과제점수가 20점씩 감점되니 서둘러 제출 바랍니다” 아마 과제물 제출률이 저조하니까 조교가 올린 공지글인 모양인데 급하게 이런 답글이 달린다. “(조교님이) 금일 자정까지라고 하셨잖아요!” 맥락상 상당히 억울하다는 투로 읽힌다. 이때 대화방에 있던 다른 학우가 “금일은 오늘이라는 뜻”이라고 정정을 하자, 그 억울한 학생이 또 떼를 쓴다. “학생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으시면서 오해 소지가 있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자신 말고도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는 학우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면서... 우리말에는 한자어로 된 어휘가 상당히 많은데, 자신도 ‘평가’나 ‘위치’ 같은 용어를 쓰면서 왜 유독 금일(今日)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조교 형님이 잘못한 거라 몽니를 부릴까? 금일을 금요일의 준말로 알고 있었다면 뭐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이 헤프닝이 서울대에서 벌어졌다면 좀 다른 이야기다. 서울대생인데도 이렇다면 곤란하단 말이 아니라, 그 초등학생이 그렇게 그 대학생으로 커간다는 사실을 말하는 거다. 나이나 교육의 질 고하를 막론하고 전 국민이 어휘력, 더 나아가 문해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그 여파는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리한 코로나 사태에 지친 의료진과 국민들 피로감을 잠시나마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적 있다. 토요일부터 그다음 월요일까지 3일간의 연휴였는데, 문제는 ‘사흘’을 4일로 착각한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는 거다. “왜 한자(?)를 써서 사람 헷갈리게 하느냐”는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런 해프닝이 있고 3년이 지나 고등학교 모의고사를 쳐봤더니 사흘을 4일로 착각한 학생들이 여전히 많더란다. 사흘의 ‘사’자가 숫자 4를 닮아서라는 ‘창조적인’ 이유를 달지만 웃지 못할 촌극 수준을 이미 넘어선 듯하다. 그럴듯한 이유야 많겠지만 이 같은 사회 병리적 현상은 환경 요인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스마트 기기 발전과 유튜브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우리 삶의 편리함과 정보적 유익함을 주는 동시에, 그 주된 방식이 문자에서 영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쉽게 말해, “이제 빼곡히 적힌 글을 꼭 읽어야 할까?” 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차례라는 말이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화려한 영상에 길들여진 사람들(특히 청소년)은 “굳이?!”라는 부사 하나로 답할 것이다. 두어 시간짜리 영화보다 이삼십 분으로 압축된 영화 리뷰를 선호하는 시대에서는 이상의 어휘력이나 문해력 논쟁이 엉뚱하게 방향을 틀기도 한다. 어느 음식 배달 기사가 배송 완료 문자를 “(주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시고 또 주문해 주세요?”하고 보냈다고 한다. 생뚱맞은 물음표는 기사가 웃는 이모티콘을 주문자한테 전송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몰랐던 주문자는 배달비 지급할 테니 반품 및 환불 처리를 해달란다. 그의 말마따나 ‘이상한’ 문자에 기분이 나빴다는 이유에서다. 이모티콘이나 부호 하나에도 없던 감정을 부여해 오독(誤讀)하는 시대다. 사실 우리는 고의적인 오타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민족이었다. ‘난 감히 엄해 볼 원두조차 못 내는 여잔데(해석: 내가 감히 원해 볼 엄두조차 못 낼 수준의 여성인데)!’라거나 “찍 죽진해 주세요(쭉 직진해 주세요)!”식의 문장은 우수한 한글을 구사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챗봇이 한국인들만이 즐기는 암호문(!)을 해독해 버렸다. 원문 그대로 옮긴다. “솔히직 글배열자 이식런으로 바꾼음다에 된쇼뤠꺄쥐 츄갸해뵤리myun G들이 Auto-K 읽을 gun day”(해석: 솔직히 글자배열을 이런 식으로 바꾼 다음에 된소리까지 추가해 보면 AI들이 어떻게 읽을 건데?) 정말 큰일이다.
출토 유물 중 목선과 주령구가 특히 주목된다 출토품 가운데는 목선을 비롯하여 통일신라 건물 양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건축 부재의 파편, 당시의 글이 적힌 목간(木簡), 그 밖에 신앙이나 생활에 관계되었던 유물들이 많아 당시 생활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대 유물 중 목제품은 많지 않은데 이것은 우리나라 토양이 산성인 탓에 땅에 묻혔던 것이 오래 보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지에서는 바닥의 갯벌층 속에 많은 목제품들이 출토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외부의 공기가 차단된 뻘층에 묻혀서 부식이 크게 되지 않은 상태였다. 출토품 가운데는 목선을 비롯하여 통일신라 건물 양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목재 건축 부재의 파편들, 당시의 글이 적힌 목간(木簡)들, 그 밖에 신앙이나 생활에 관계되었던 유물들이 많아 당시 생활상을 이해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주요 유물로는 건축 부재 파편인 난간, 부연(浮椽), 첨차(檐遮), 주두(柱頭), 연목(椽木), 평교대(平交臺), 나무배(木船), 노(櫓), 물마개, 주사위[酒令具], 남근(男根), 인물상(人物像) 등이 있다. 월지에서 출토된 목재 중 가장 주목을 받고있는 것이 주령구이다. 주령구는 정사각형 면 6개와 육각형 면 8개로 이루어진 14면체로 참나무로 만든 일종의 주사위이다. 주사위는 굴렸을 때 각 면이 나올 확률이 같아야 한다. 그러려면 정다면체라야 한다. 수학적으로 정다면체는 6, 8, 12, 16, 20의 다섯 경우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신라인은 각 면의 면적이 거의 같은 14면체 주사위를 창안한 것이다. 이 14면체 주사위는 높이 4.8cm로 정사각형과 육각형의 면적의 차이가 0.01㎠로 거의 같았다. 1987년 단국대 수학교육과 이강섭 교수가 학생들과 이 주사위를 7000번 던져서 각 면이 나오는 통계치를 조사해 보았다. 그런데 각 면이 500번에 수렴하는 것을 확인했다.(7000번 / 14면 =500번) 주령구는 정삼각형의 일부를 잘라내어 육각형으로 만들고 같은 면적의 정사각형으로 14면체를 만들었는데 정다면체가 아니라서 각 면이 나올 확률이 다른데 주령구는 각 면이 나올 확률이 1/14이 나온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러한 형태의 주사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한다. 14면체 주령구 각 면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벌칙이 적혀 있어 신라인들의 풍류를 보여주고 있다. 금성작무 (禁聲作舞)- 소리내지 않고 춤을 추기, 중인정비 (衆人朾鼻)- 다른 사람 코 때리기, 음진대소 (飮盡大笑)- 크게 웃으면서 술잔 비우기, 삼잔일거 (三盞一去)- 술 석 잔 한 번에 마시기, 유범공과 (有犯空過)- 덤비는 사람이 있어도 가만히 있기, 자창자음 (自唱自飮)- 스스로 노래하고 술 마시기, 곡비즉진 (曲臂則盡)- 팔뚝을 구부린 채 다 마시기, 농면공과 (弄面孔過)- 얼굴을 간지럽게 해도 가만히 있기, 임의청가 (任意請歌)- 아무나 노래시키기, 월경일곡 (月鏡一曲)- 달을 보면서 노래 한 곡 부르기, 공영시과 (空詠詩過)- 시 한 수 읊기, 양잔즉방 (兩盞則放)- 두 잔이 되면 즉시 마시기, 추물막방 (醜物莫放)- 더러운 것도 버리지 않기, 자창괴래만 (自唱怪來晩)- 스스로 괴래만이라는 노래하기 또한 이 주령구의 전개도를 그려보면 그 형상이 거북이가 된다. 그런데 ‘용왕신심(龍王辛審)’ 또는 ‘신심용왕(辛審龍王)’ 등의 명문이 새겨진 토기들이 이곳 월지에서 출토된 바 있다. 이 토기들은 용왕전에서 제기로 사용된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주령구의 전개도와 토기의 명문과의 관계도 흥미를 끌고 있다. 주령구의 전개도인 거북과 명문 토기의 용을 조합해 보면 별주부전이 연상된다. 여기에 무슨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이 주령구 보존처리 과정에서 불에 타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출토된 주령구 속의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서 특수 제작된 전기 오븐에 넣어 건조하는 과정에서 온도조절기 고장으로 과열되면서 하룻밤 사이에 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에 전시되어 있는 주령구는 복제품이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김복희 쌀 씻는 소리 오이를 깎는 소리 수박을 베어 무는 소리 미닫이문이 드륵드륵 닫히는 소리 딱 하나면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까 앞으로 내가 듣지 못할 것 남도 듣지 말았으면 하는 것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조용히 우는 소리 틀어 놓은 텔레비전 위로 막막한 허공의 소리 손톱으로 마른 살갖을 긁는 소리 죽은 매미를 발로 밟는 소리 이것 중에 무엇이 좋을까 잠시 고민했다 이런 거 맞나요? 나는 물었고 대답은 없었다 누가 벌써 대답을 가져간 것일까 다 두고 갈 수는 없나요? 아주 조용했다 누가 벌써 가져간 게 확실했다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지지 않을 때의 기쁨 잠든 사람이 따라 하는 죽은 사람의 숨소리 죽은 다음에도 두피를 밀고 나오는 머리카락 소리 벌려 놓은 가슴을 실로 여미는 소리 세상에서 소리를 하나… 데리고 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 소리 하나 들고 우린 먼 곳으로 가는 걸까 단정한 듯 입체적인 시다. 그것은 먼저 “딱 하나면 가져갈 수 있다면/무엇을 가지고 갈까”, “세상에서 소리를 하나… 데리고 갈 수 있다면/어떻게 할래?” 유사한 듯 다른 화자의 물음을 핵심으로 시가 구성되고 있다는 점부터 그렇다. 2연 초반부와 마지막 연에서 배치된 그 물음이 나머지 구절을 끌고 가는 형식을 구사한다. 소리의 선택지는 쌀 씻고 미닫이문이 닫히는, 일상적인 소리(1연)에서, “손톱으로 마른 살갗을 긁는” 죽음에 다가가는 마른 생의 고적한 소리(3연), “벌려 놓은 가슴을 실로 여미는” 죽음 이후의 소리(7연)로 진전된다. 이런 세계를 표현하려고 시인은 이에 걸맞은 독백도, 주체와 객체가 피드백하거나 중간을 걷는 화법도 자재로 구사한다. 예컨대 소리를 하나 선택하고 “이런 것 맞나요?/나는 물었고/대답은 없었다”에서 내가 대화하는 대상은 산 자이기보다 죽은 자, 천사, 귀신에 더 가깝다. 현실과 환상, 삶의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화법이다. 그렇다면 제목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라 딴청을 피우는 이유는 무얼까? 그건 “앞으로 내가 듣지 못할 것/남도 듣지 말았으면 하는 것”(2연)이라는 전제에 합당하기 때문이다.이런 가벼움 속에 놓인 깊이, 여백이 그녀의 시에는 있다. 우리 시단의 새로운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