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날씨에 어르신들이 음식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계절이다. (사)대한노인회 경주시지회 감포분회 오류1리(회장 김춘도) 경로당은 지난 11일 호박전으로 가을철 별미음식을 만들며 건강을 염원했다. 호박전 재료는 추형연 어르신이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나눔을 한 것이다. 추형연 어르신은 평소에도 경로당에 애정을 가지고 회원들과 윷놀이도 하며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이날은 한궁 수업이 열리는 날로 신체적으로 건강이 플러스되는 시간이 됐다. 경로당 한쪽에서 호박을 긁고 또 긁으며 즐거운 대화가 쏟아졌고, 방에서는 한궁 투구연습으로 응원의 소리가 넘쳐났다. 호박전을 만드는 곳에서는 옛날 한겨울에 어머니와 할머니가 쌓아 놓은 호박을 살피며 손등으로 통통 두들겨 맑은 소리 나는 것을 하나 골랐던 이야기로 경로당은 시끌벅적했다. <사진> 늙은 호박을 이용한 음식은 단호박죽, 호박범벅, 호박약과, 호박식혜, 호박나물, 호박묵, 호박지 찌개, 늙은 호박전 등이 있다. 추형연 어르신은 “많은 양은 아니어도 반겨주는 회원들이 있어 감사하고 합심해 호박을 긁고 이야기를 나누며 둘러앉아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호박전을 함께 드시던 어르신들은 “올해 무척 더운 여름인데도 밭에 자주 나갈 때 더울 때는 자제하라고 소리도 질렀다”며 “그런데 이렇게 단단하고 긁을 것 많은 호박을 가지고 오니 그때 음료수라도 한 병 줄 걸하며 박수를 치고 매우 화기애애 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정애 행복선생은 “결실의 기쁨으로 함께 나누는 모습에서 어르신들의 넉넉함을 본다”며 “호박전을 합동으로 긁으며 추억담도 나누고 회원들과 점심때 나눠드시는 모습은 행복자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경주시 행정동우회는 지난 4일, 5일 익산시 행정동우회와 2024 영·호남 화합교류행사를 열고 자매도시 간 우호 증진과 화합의 장을 열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교원드림센터에서 열린 행사에는 주낙영 시장, 이동협 시의장, 익산시 오정균 행정동우회 회장을 비롯한 회원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경주·익산시 지방행정동우회는 고도(古都) 육성 활성, 영·호남 화합과 이해증진, 양 도시 우호 증진 등 민간 차원의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해 1998년 자매결연을 맺었다. 서동축제, 영호남화합교류 등 활발한 왕래를 통해 지역사회 발전과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데 마중물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날 익산시 행정동우회는 월정교, 교촌한옥마을, 숭문대, 반월성 등 주요 명소 문화탐방을 비롯해 경주시 홍보영상 시청, 양 도시 역점사항 정보교환 등 친선교류 행사를 가졌다. 주낙영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양 도시 간 자매결연을 맺은 지 26년간 활발한 교류의 중심에 행정동우회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교류 행사를 통해 행정동우회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김정택 경주시 행정동우회장은 “2024 영·호남 화합교류행사가 상호 단합과 결속의 장이 됐다”며 “앞으로도 행정동우회가 지역사회 발전에 밀알이 되고 동서화합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시 주관 ‘2024년 전국 독후감 공모전’이 마무리됐다. <사진> 올해로 2년째를 맞이하는 공모전은 총 264편의 독후감이 접수되는 등 지난해에 이어 참여자들이 많았다. 공모전은 초등 저학년부, 초등 고학년부, 청소년부, 일반부 등 4개 부문 중 각 부문별로 대상 1명, 최우수상 2명, 우수상 3명, 장려상 5명 등 총 44명의 수상작을 선정해 상장과 상금을 수여했다. 대상은 초등 저학년부 엄시준 어린이 ‘단톡방이 남긴 숙제’, 초등 고학년부 이지헌 어린이 ‘우리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청소년부 최예준 학생 ‘경쟁에서 진정한 승리자 찾기’, 일반부 김상문 씨의 ‘삶의 문제는 남이 아니라 나야!’가 각각 선정됐다. 독후감 공모 심사위원은 “응모작들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알찼고 지난해보다 작품 수준이 높았다”며 “응모 지역도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돼 전국 독후감 공모전의 위상이 한층 더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부문별 수상 작품 목록과 대상 수상작에 대한 심사평은 경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주시평생학습가족관은 APEC 정상회의 유치 기념과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평생학습동아리 APEC 버스킹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은 19일부터 11월 23일까지 7주간 매주 금요일 또는 토요일 오후 4시 서라벌문화회관 어린이헌장비 앞에서 진행된다. 이번 버스킹은 평생학습가족관의 인적자원을 활용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APEC 정상회의 붐 조성을 위해 마련됐다. 총 15개 팀이 참여해 독창적인 공연을 펼친다. 참여 팀들은 오카리나, 하모니카, 통기타, 난타, 향비파,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와 음악을 제공한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번 APEC 버스킹이 관광객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시민들에게는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서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주시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성동시장 공영주차장 3층에서 ‘황오락X성동시장’ 야시장을 개최한다. 경주시와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사업과 성동시장이 협업해 원도심의 지역 상권 활성화와 도시재생사업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요 프로그램은 △지역상인 먹거리 △지역 예술인들의 음악 공연 △체험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 등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펼쳐진다. 야시장에서는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중 지역 상권 활성화 프로그램 사업으로 성동시장과 함께 진행됐던 먹거리 컨설팅에 따라 개발된 레시피를 활용한 상인 먹거리를 선보인다. 또 지난 8월 진행된 2024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의 수상자들이 사업화 지원을 통해 성동시장 야시장에서 시범운영 된다. 권로욱 성동시장 상인회장은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통해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야시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번 야시장은 황오동 원도심 도시재생사업과 전통시장인 성동시장과 협업해 축제를 개최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상인과 주민이 함께하는 소통과 교류의 시발점으로서 지역 상권 활성화의 상징적인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항경주공항 이용객이 경주 사적지를 방문하면 50% 관람료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경주시, 한국공항공사 포항경주공항, ㈜진에어는 포항경주공항 이용 확대와 경주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서면으로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포항경주공항 이용 항공권을 제시하면 탑승일 포함 3일간, 경주지역 사적지 등 각 9곳 장소마다 인당 관람료 반값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포석정, 김유신장군묘, 무열왕릉, 오릉 등 4곳은 2000원에서 1000원, 동궁과월지, 천마총, 황룡사 역사문화관, 금관총 및 신라고분정보센터 등 4곳은 3000원에서 1500원으로 각각 관람료가 감면된다. 동궁원은 5000원에서 2500원으로 할인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번 관람료 감면 혜택으로 지역 관광사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경주공항은 지난 2022년 7월 지방공항 활성화 및 경주 관광객 유치 증대를 위해 포항공항에서 명칭을 변경했다. 운항노선은 김포 1회 왕복, 제주 2회 왕복 편성돼 있다. 현재 공항주차장은 무료 개방 중이다. 또 경주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보문단지와 공항을 오가는 시내버스가 하루 3회 왕복 운행 중이다.
‘2024 대한민국 산림박람회’가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열린다. 산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산림 산업과 관광의 활성화를 위해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경주시를 포함해 산림청, 경북도가 공동 주최·주관한다. 박람회 기간 산림 정책 홍보관과 함께 숲과 문화 체험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주제로 한 특별 전시관,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대한민국의 숲 교류관’ 등 주제관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임산물, 목재 가공품, 숲속 캠핑 장비 등을 소개하는 기업관과 지역 임산물 홍보관도 운영되며, 산림 환경 연구원과 수목원 등 관련 기관들도 참여해 산림 복지와 미래 과학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산의 날’ 기념식, 산림 포럼, 라이브 커머스, 숲 레포츠 체험 등 시민 참여형 이벤트가 다채롭게 진행된다. 이외에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숲 체험 프로그램과 유아숲 교육 세미나도 준비돼 있다. 개막식은 18일 오후 2시 경주엑스포대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리며, 유공자 포상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선금 기탁 행사도 함께 열린다.
경주 반려견 페스티벌이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열렸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고 천연기념물 제540호 경주개 동경이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국견과 함께하는 경주 반려견 페스티벌’을 주제로 했다. 이번 행사는 △무대 프로그램 △반려견 놀이터 △부스 체험 및 경품 증정 이벤트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무대 프로그램으로는 퓨리아빠로 유명한 슬리피와 이웅종 교수의 토크 콘서트를 비롯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펫티켓 OX 퀴즈, 기다려 대회, 응급 심폐소생술 교육 등이 펼쳐졌다. 모든 반려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반려견 운동장과 놀이터는 중·소형견과 대형견으로 구분돼 안전하게 운영됐다. 넓은 운동장 내에는 다양한 어질리티 장비가 마련돼 반려동물들은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다. 반려견 놀이터 내에서는 국가대표 훈련팀 및 경주개동경이팀의 어질리티 공연이 선보였고, 독 스포츠 어질리티 체험교육도 함께 병행됐다. 체험부스는 경주시동물사랑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 입양 홍보, 무료 동물등록 및 쿠폰 증정 이벤트를 시행해 방문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 K-국견을 만나다(동경이 및 삽살개 체험), 무료 위생미용, 강아지 간식 만들기 등 다양한 부스는 축제의 흥미를 더했다. 이번 행사의 메인인 ‘댕댕아 산책하자’는 반려인과 동물이 아름다운 엑스포공원을 함께 걸으며 추억의 시간을 보냈다. 주낙영 시장은 “반려동물 관련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주 ‘황금정원나들이’가 시민과 관광객 20만명이 찾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경주시는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황남동 고분군 일원에서 ‘Welcome to 경주 APEC’을 주제로 ‘황금정원나들이’를 개최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10월 경주의 가을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10일 동안 많은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다. 지난 5일 열린 개막식에는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의 성악 공연과 시민정원 콘테스트 시상식이 진행됐다.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드론 라이트쇼로 화려한 개막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특히 개막일인 5일 하루에만 4만명이 방문해 역대 최대 관람객 기록을 세웠다. 행사 기간 2025 APEC 정상회의의 기쁨과 환영의 뜻을 담은 주제정원 꽃 조형물은 일몰 후 경관 조명과 함께 더 큰 인기를 끌었다. 또 도시농업정원은 농작물과 가을꽃으로 꾸며져 여러 분야의 도시농업을 소개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이외에도 색칠하기 체험, 풍선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SNS 이벤트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호응을 얻었다. 경주시는 행사 기간 약 20만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2019년 첫 행사 이후 누적 관람객 수는 91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주낙영 시장은 “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경주에서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황금정원나들이를 트렌드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 11일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2025 경북방문의 해 선포식’을 개최했다. 선포식에는 관광업체, 경북방문의 해 추진위원회, 세계여성한인회장협의회, 경북문화관광공사, 22개 시군 단체장 및 관광 담당공무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2025 경북방문의 해는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2025년 11월 개최됨에 따라 국제회의라는 메가 이벤트를 계기로 경북 관광매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지정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2025 경북방문의 해 슬로건인 ‘It’s time to 경북’을 공개했다. 슬로건은 ‘경북을 경험할 시간이다’라는 의미를 담아, 한국을 깊이 이해하고 체험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경북으로 오라는 점을 강조했다. 슬로건 디자인은 K-컬쳐의 발상지인 경북을 상징하는 5韓(한글, 한복, 한식, 한옥, 한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T’는 한옥의 기와에서 착안한 이미지로 경북이 ‘역사적 중심지’임을 강조하고, ‘G’는 시원하게 뻗은 한복의 소매에서 '전통'을, ‘to’는 경북에 떠오른 붉은 태양으로 한국의 ‘얼’을 표현했다. 경북도는 ‘K-컬쳐와 함께하는 글로벌 TOP 10 관광매력 도시’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2025년 관광객 1억명, 3일 이상 체류, 관광수입 5조원, 100% 재방문이라는 목표를 발표했다. 또 비전과 목표 달성을 위해 △Only one 경북관광 실현 △고부가가치 관광콘텐츠 확충 △글로벌 시장 겨냥 공격적 마케팅 △혼자서도 여행하기 좋은 스마트 관광도시 △혁신으로 도약하는 新관광산업 생태계 등 5대 추진 전략을 중점 추진키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025년은 국내 1호 관광단지인 경주 보문관광단지가 조성된 50주년으로 경북이 K-관광의 발상지”라며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관광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 경북이 글로벌 10대 관광도시로 도약해 관광산업을 대한민국의 미래산업으로 일군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지난 1992년부터 ‘孝子, 烈女碑(효자 열녀비)’를 제목으로 연재한 고 함종혁(咸鍾赫: 1935~1997) 선생의 기사를 토대로 그 현장을 다시 찾아 점검한다. 함 선생은 1963년 동아일보 특파원으로 경주에 부임해 경주의 문화재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함종혁 선생이 본지를 통해 전했던 경주지역의 효자, 열녀 이야기를 재편성해 선조들의 충효사상을 되새겨본다. 그리고 현재 효자·열녀비에 대한 관리 상황도 함께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삼효자 월성김공지비(三孝子 月城金公之碑) 경주 시내에서 오릉 주차장 입구에 이르면 도로 왼쪽에 토담으로 된 한옥 고가가 있다. 고가 앞에는 삼효각(三孝閣)이라는 안내판이 있어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목조기와의 대문을 들어서면 널따란 마당 동편에 목조와가로 된 잘 정비 보존된 비각이 있다. 이 비각이 월성김씨 삼형제의 효행을 기리는 삼효비(三孝碑)를 보호하고 있다. 안내판에는 ‘경주 김씨 문중의 육대조이며 병조판서 충암공 귀일의 손자이신 응벽·응규·응정(應壁·應奎·應井) 삼형제의 지극한 효행을 왕명으로 건립한 비각이다’고 기록돼있다. 비문에 따르면 삼형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시신을 묻은 채 자신들은 비바람과 눈서리를 피해 편안히 집으로 돌아설 수 없어 묘 옆에 움막을 짓고 3년간 꿇어 앉아 시묘(侍墓)에 비바람과 눈서리에도 중단함이 없었다. 묘에 예를 올릴 때는 항상 섬돌 위에서 곡을 하였다 한다. 그래서 삼형제가 밟고 디딘 섬돌이 뚫어져 깊이가 몇치나 되었다고 한다. 어느 여름날 저녁 뇌성우가 치며 비바람이 크게 일고 문득 소리가 나자 삼형제는 머리와 귀를 모으고 들으니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 듯했다. 깜짝 놀라 움막 밖으로 나와 보았으나 보이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조금 뒤 또다시 소리가 나서 이상히 여겨 신주(神主, 위패)를 껴안고 움막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움막의 북쪽산이 좌우로 무너져 내려 삼형제가 거처하던 움막을 덮쳤으나 삼형제는 무사했다. 이는 삼형제의 지극한 효행에 하느님과 조상이 돌봄이 있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삼형제는 신춘(神春)이라는 개를 길렀는데 집 소식을 알고 싶으면 편지를 써서 개의 목에 달아 집으로 보내면 개는 능히 그 뜻을 알고 삼형제의 집을 왕복했다. 집에서도 글을 써서 삼형제에게 소식을 전하는 등 집과 묘 사이를 왕래하는 심부름을 맡아 했다. 이 개 또한 영리함에 앞서 삼형제의 지극한 효행에 감동했으리라. 3년이 지나 상복을 벗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침저녁으로 좋은 음식과 의복을 갈아 입지 않고 계속 조상의 사당뵙기를 종신토록 했다. 이 같은 삼형제의 출중한 효행은 널리 알려졌다. 후일에 명종이 삼형제의 행적을 알게되면서 명종 16년(1561년) 효자 정려를 내렸다. 또 이들의 효행을 널리 알리고 귀감을 삼기 위해 삼효자각(三孝子閣)을 건립했다. 효자월성김공휘인학정려비(孝子月城金公諱仁學旌閭碑) 경주시 진현동 중리마을에 깨끗하게 정비·관리되고 있는 목조기와의 비각이 있다. 효자월성김공휘인학정려비(孝子月城金公諱仁學旌閭碑)다. 비문에 따르면 효자 김공(金公)은 정조 22년(1798년)에 태어나 월성최씨 재택(在擇)의 딸을 부인으로 맞이했다. 김공은 어려서부터 천성이 남달리 어질고 섬김을 알아 한시도 부모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부모님 앞에 나아가고 물러감과 말씀에 대답도 모두 부모님의 뜻을 따라 기쁘게 했다. 공은 연일군에 살았는데 자라면서 집안이 극히 어려웠다. 그렇지만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고, 시간이 날 때는 장작을 팔아 쌀·고기 등 맛있는 음식을 사서 부모님을 정성껏 봉양했다. 김공의 효행에 대한 소문은 인근 고을에까지 전해져 그를 칭송하는 일이 그치지 않아 좋은 본보기가 됐다. 하루는 아버지와 함께 집에서 키우는 소등에 나무를 싣고, 또 자신이 등짐을 지고서는 성내에 있는 장에 갔다. 나무를 팔아 부모님이 즐겨 먹는 생선과 양곡을 사서 소등에 얹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을 뒷산 고개에 이르자 난데없이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앞에 나타나 아버지를 해치려 했다. 기겁을 한 김공은 소의 코뚜레를 풀어주고 성을 내어 고함치기를 “너는 산군(山君)이니 부자의 예절을 알 것이다. 나의 부친을 해치지 말고 원컨대 내 몸으로 대신하거라”고 꾸짖었다. 이어 호랑이를 잡고 때리며 구르며 죽음을 각오하고 아버지를 구원했다. 같이 간 소도 주인이 해를 당함을 보고 怒號(노호, 성내 소리 지름)하며 범에 달려 들어 뿔로 받고 발로 차 마침내 호랑이를 물리쳤다. 그 소는 집으로 달려가 방황하며 슬피 우니 이에 놀란 집안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 보니 소가 왔던 길로 다시 달려갔다. 집안사람들이 소를 쫓아 현장에 가니 아버지는 무사하나 아들 김공은 이미 피투성이가 된 채 숨져 있더라는 것이다. 이를 들은 사람들은 ‘오호라! 비록 소가 말 못하는 무지한 미물이나 주인의 효성에 음직여 의를 본받음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로다’ 했다. 이 일이 널리 알려져 가히 특별한 글을 쓸만한 것으로 사림(士林·선비)에서 글을 써 올리니 정조 임금께서 상으로 김공에게 효자로 정려했다. 또 소에게는 먹이를 내리는 한편 소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연일군 오천에 있는 김공과 소의 무덤을 월성김씨 문중에서 1967년(丁未) 경주시 진현동 중리마을 현재 위치에 효자각을 옮겼다. 현손 김원극이 비문을 쓰고, 높이 143cm, 넓이 46cm, 두께 23cm의 비석을 세웠다. 그리고 충효각에서 200m 떨어진 토함산 서쪽에 김공과 소의 무덤을 나란히 이장해 역사에 전하게 해 무릇 세상 사람들이 이를 보게 하였다. “효는 곧 오륜의 으뜸이고 백행의 근원이니 이 어찌 중하고 크지 않겠는가?” 이 비각은 지난 2015년 후손들이 개축을 통해 현재 깨끗하게 관리되면서 김공의 효 사상이 한층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이상욱 기자 lsw8621@hanmail.net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시외국인도움센터가 주관한 제5회 경상북도 외국인근로자 축구대회가 지난 13일 황성축구공원 5·6구장에서 개최됐다. 대회는 경주를 비롯해 영천, 경산, 왜관, 칠곡 등 도내 5개 시·군에서 5개국 16개팀이 참가했다 팀은 베트남 8팀, 태국 3팀, 인도네시아 2팀, 네팔 1팀, 페루 1팀, 다국적 1팀이 참가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칠곡군의 베트남 LOCPHAT FC팀과 경주시의 베트남 SHT FC 동천팀이 결승전에 진출해 치열한 접전 끝에 칠곡군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기호 경주시 시민복지국장은 “경기의 승패를 떠나 축구라는 하나의 언어로 소통하는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여러분들이 지역 주민과 소통·공감하며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난 14일 지역 내 청년(19~39세) 45명을 대상으로 ‘청년이네 힐링캠프’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사회적 관계 형성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 캠프는 동학교육수련원과 라선재에서 진행됐다. 제철음식으로 힐링 도시락 만들기, 힐링 명상과 숲 체험 활동, 청년 정신건강 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시는 고용 불안과 실업 등으로 인한 청년들의 우울과 스트레스, 자살 위험 등 정신적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이번 캠프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재홍 경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종합검진과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불안과 우울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는 경우 경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사)가경사회서비스지원센터는 청소년 수련관 1층 대강당에서 소속 아이돌보미 173명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 집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집담회에서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아동 인권 교육과 아이돌보미간의 상호 교류를 통해 돌봄 역량을 강화하고 현장에서의 직무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마련됐다. 경북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 아동학대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실제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이해와 신고 절차에 대한 교육을 진행됐으며 돌봄 애로사항을 함께 공유하며 안전한 돌봄 환경 개선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주요 교육 내용으로 △아동 인권과 아동권리의 이해 △아동학대의 이해(사례 중심) △아동학대 발견 및 신고 △아동학대 대응체계 및 사례개입 과정 △아동학대 신고 의무와 학대 예방 교육 등으로 구성되었다. 강봉구 센터장은 “저출산 시대 속에서, 아이돌보미는 가정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경주시의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제19회 임산부의 날 기념행사가 지난 10일 보건교육장에서 열렸다. <사진> 임산부의 날은 저출산 시대를 맞아 임산부에 대한 배려와 임신·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산하기 위해 지정된 날로, 올해로 19회째다. 이번 행사는 1부 ‘부모 준비를 위한 감정코칭 강연’과 2부 ‘라탄 가방 만들기 체험’으로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내 얼굴 캐리커쳐 체험’과 육아용품 전시, 가족건강사업 안내 부스 등도 운영돼 관심을 모았다. 또 (사)한자녀더갖기운동연합 경주시지부도 이번 행사에 함께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이번 임산부의 날 기념행사가 임신과 출산의 중요성을 바르게 인식하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주시는 지난 11일부터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어르신, 면역저하자(생후 6개월 이상),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를 대상으로 2024-2025절기 코로나19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사진> 시는 대상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접종을 진행한다. 75세 이상과 면역저하자 및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는 11일, 70~74세는 15일, 65~69세는 오는 18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접종 가능하다. 이번 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에는 최근 유행하는 변이에 효과적인 JN.1백신이 사용된다. 접종을 희망하는 대상자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nip.kdca.go.kr) 또는 경주시 누리집(www.gyeongju.go.kr)을 통해 위탁의료기관을 확인하고, 신분증 등 필요서류를 지참해 가까운 지정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된다. 또 65세 이상 어르신은 접종기관 한번 방문으로 편리하게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할 수 있다. 진병철 보건소장은 “매년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군은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주시와 맘존여성병원이 24시간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에 함께 나선다. 두 기관은 지난 10일 시청 대외협력실에서 분만의료기관 지키기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주낙영 시장을 비롯해 김용탁 맘존여성병원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이 사업은 저출산과 저수가, 의료사고 부담 증가 등으로 포기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남에 따라 지역에 24시간 상시 분만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시는 맘존여성병원에 매월 산부인과 전문의 1명의 인건비 1250만원을 협약 해지 시까지 지원한다. 맘존여성병원은 전문적이고 안락한 24시간 분만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경주시는 그간 분만 취약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지난 7월 ‘경주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또 8~9월까지는 사업자 공모 절차와 지역 분만 산부인과 병원 간 간담회를 거치며 안전한 분만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한편 맘존여성병원은 2007년 개원 후 현재까지 2만5000여건의 분만과 85만여건의 진료, 미혼모 시설 업무협약, 고위험 산모·신생아 의료 서비스 협약 등 취약·위기 대상자 지원으로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해왔다. 주낙영 시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고 안전한 경주를 만들기 위해 또 한 걸음 내딛게 됐다”며 “앞으로도 낙후된 의료 서비스 분야가 무엇인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발굴해 보다 나은 보건의료 서비스 향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경주시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51회 신라문화제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부스를 운영했다. <사진> 홍보부스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고향사랑기부제의 의미와 혜택을 알리고, 경주 답례품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홍보부스는 경주시청 징수과 직원들이 참여해 경주의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전시하고, 방문객들에게 리플릿과 홍보 물품을 배부했다. 특히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2년이 지났음에도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현장에서 OX 퀴즈와 기부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에 참여한 기부자들에게는 커피 모바일 카드(2만원권) 또는 첨성이 인형을 경품으로 증정했다.
경주시가 동학교육수련원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경북도 평생학습박람회에서 적극 알렸다. <사진> 이번 박람회는 경북도와 경북교육청이 공동 주최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청도군 국민체육센터 일원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서 동학교육수련원은 ‘싱잉볼; 힐링명상’을 주제로 야외 홍보 체험 부스를 운영해 주목받았다. 싱잉볼(singing bowl)이란 ‘노래하는 그릇’이란 뜻으로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생기는 파동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체험자에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명상 도구다. 이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힐링과 치유’의 도구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싱잉볼을 체험하려는 사람들로 총 4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한편 싱잉볼 프로그램은 20명 이상일 경우 신청할 수 있으며 화랑마을 동학홍보팀으로 전화 문의 가능하다.
내가 초등학교 때 교촌에는 닥나무가 많았다. 닥나무가 심겨 있던 모습을 가늠하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진 40년 이전의 교촌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복구시킬 기억은 봇도랑이다. 지금 남천교 앞에서 요석궁으로 들어가는 교촌 외곽도로가 그때는 버스 한 대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이었고 그 길 옆으로 봇도랑이 흘렀다. 이 봇도랑은 봄이면 능수벗꽃이 만발한 반월성 서편 남천, 흔히 문디 바위라 부르는 바위 위쪽 200여 미터 지점에 만든 보막이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 봇도랑은 우리 집 앞을 질러 국당이라는 동네를 통해 지금의 남천 방앗간을 지나 계속 흘러 서천으로 통했다. 당연히 이 사이의 논이며 밭에 물을 대는 아주 중요한 수원이었다. 닥나무는 이 봇도랑이 흐르는 수변에 많이 심겨 있었다. 그때는 닥나무가 교촌에 심겨 있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고 그 이유를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다. 교촌에 심었던 닥나무는 알고 보니 꾸지나무였다. 최부자댁 괴밭의 닥나무도 꾸지나무였음이 틀림없다. 나는 닥나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방금 말했듯 우리 동네에 닥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릴 때는 닥나무가 무슨 용도로 쓰이는 나무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렴풋이 종이를 만드는 데 쓰는 나무라는 것을 얻어들은 것도 같지만 용도에 대해서 분명히 안 것은 닥나무가 우리 동네에서 거의 사라지고 없을 때인 고교시절이었다. 대신 닥나무는 아이들 장난감 칼 만드는데 기막힌 재료였다. 나무 재질이 부드러워 자르기 쉬웠고 나무껍질이 다른 나무와 달라 나무를 자른 후 한쪽 끝의 껍질을 손톱으로 잡아 죽 당기면 껍질이 훌렁훌렁 잘 벗겨져 하얀 속이 쉽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칼을 만들 경우 손잡이 부분은 껍질을 남기고 칼날 부분은 하얀 속이 드러나도록 껍질을 벗기면 얼핏 보기에 멋진 장난감 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껍질이 부드러운 만큼 속도 지나치게 물러서 몇 번 칼을 마주치면 쉬 부러지곤 했다. 그 닥나무가 교촌에 왜 그렇게 많이 심어져 있었는지를 알게 된 것은 경주최부자를 취재한 후였다. 최부자댁에서 만든 특산품 중 하나가 바로 한지였기 때문이다. 그 한지의 원료가 바로 닥나무였으니 교촌에 닥나무가 많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나의 닥나무에 대한 오해를 하나 풀고 넘어가겠다. 어릴 때부터 닥나무를 지천으로 보면서 자랐으니 나는 닥나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다. 그런데 ‘The 큰 바보 경주최부자’ 책이 나오고도 몇 년이나 지난 후 경주고도보존회에 함께 참여하는 권은민 변호사와 황병길 국장 등과 같이 모임을 하다가 닥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황병길 국장이 인터넷에서 닥나무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며 “닥나무가 다른 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런 데서 어떻게 종이 재질이 나오지요?”하며 의문을 표했다. 그때 본 닥나무에 어이가 없었다. 내가 알던 닥나무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대뜸 ‘누가 사진을 잘 못 올린 거지!’라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다시 검색해 본 황병길 국장이 무슨 소리냐며 닥나무라고 올라온 사진들을 좍 펼쳐서 보여주었다. 닥나무 전문가라고 불려도 시원치 않을 내가 전혀 엉뚱한 닥나무 사진을 보면서 기막혔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어릴 때 본 닥나무를 설명할 길도 막막해 어쨌건 간에 내가 알던 닥나무는 인터넷의 그 닥나무가 아니라고 우기며 이야기를 끝냈다. 그 자리에는 아내도 함께 있었는데 남편의 체면과 권위가 무너지는 듯해 적잖이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뒤에 다시 찬찬히 다시 알아본 바 내가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닥나무는 정확히 닥나무가 아니고 ‘꾸지나무’였다. 꾸지나무 역시 한지의 주원료로 쓰는 나무인데 경상도 지역에서는 굳이 꾸지나무라 부르지 않고 닥나무라 부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교촌에 닥나무가 많았던 이유는 당연히 최부자댁에서 생산하는 특산품 중 하나가 한지(韓紙)였기 때문이다. 최부자댁에서는 예로부터 서책을 매우 중하게 여겼다. 정무공(1568~1636)의 아들인 2대 최동량(1698~1664) 공만 해도 아버지이신 정무공의 일대기를 기록하기 위해 엄청난 편찬작업을 일으켜 ‘잠와실기(潛窩實記)의 기본을 만들어 냈다. 최부자댁은 종이를 많이 쓰는 집안이었다. 봄이 되면 집집마다 새로 창호지를 바르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비록 벼슬을 살지는 않았지만 최부자댁은 정무공 이래 6대인 최종률 공 때부터 꾸준히 생원 혹은 진사를 배출해온 선비의 집안이다. 더욱이 최언경 공은 스스로 과거를 포기하는 대신 서당을 열어 후학을 지도한 분이었다. 최언경 공의 호인 ’남강‘을 딴 남강서당에서 후손에게 남겨 준 책만 해도 700여권에 이르렀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최부자댁이 교촌으로 이사 온 8대 최기영 공 때부터는 향교를 지원하고 사마소를 증축하고 돕는 등 지방교육과 향리의 언론문화 창달에 많은 지원을 해 왔다. 또 선비의 집안답게 책을 사 모으고 필사하는 데도 남다른 공을 들였다. 대표적인 일로 일제강점기에 위당 정인보 선생과 육당 최남선 선생이 우리 집에 일 년 넘게 머물면서 경주의 역사를 집대성한 동경통지(東京通志)를 편찬했는데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간 종이의 양만 해도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영남대 도서관에 문파 선생님이 기증한 서책이 7000여권이나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약 5000권에 이른다. 이중에는 필사본도 엄청나게 섞여 있다. 책을 필사한다는 것은 단순히 필사한 만큼의 종이만 드는 것이 아니다. 쓰다가 글씨가 틀리거나 잘 못 필사하면 그 종이는 다시 써야 한다. 책 한 권 필사하려면 그보다 몇 배의 종이가 들어가야 했을 것이다. 더구나 한지는 한옥이 주된 주거문화였던 시절 집안의 벽과 방문을 바르는 벽지나 창호지 역할을 톡톡히 해 낸 중요한 생활필수품이었다. 최부자댁만 90칸의 한옥인데다 교촌에 퍼져 사는 최부자댁 권속들의 집 칸수가 모두 합해 수천 칸이 되었다. 과거에는 창호지를 일 년 주기로 한 번씩, 아예 문짝을 다 떼 내어 새로 바르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벽과 장판도 몇 년에 한 번씩은 걷어 내고 새로 깔았다. 특히 최부자댁은 바닥장판을 다른 집처럼 풀칠해서 붙여 바르지 않았다. 흙 위에 ‘초도질’이라고 해서 먼저 종이를 풀칠해 발라놓고 다음으로 창호지에 콩기름을 칠한 후 말려서 이를 두세 겹 덧댄 후에 끝자락만 바닥에 붙여 깐다. 이렇게 하면 방바닥이 쿨렁쿨렁 쿠션감이 생겨 좋기는 한데 장판용으로 들어가는 한지가 훨씬 많았다. 이 초도질은 내가 어릴 때 우리집에서도 깔았던 장판 방법이었다. 어릴 때는 무심코 봐 넘겼던 초도질이 사실은 최부자댁 장판 까는 방법을 어머니가 그대로 따라 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초도질한 장판은 며칠 동안은 비릿한 콩기름 냄새로 거북스럽기도 했는데 냄새가 빨리 사라지라고 방에 군불을 넣기도 했다. 특히 겨우내 군불을 때다 보면 아랫목 쪽은 콩기름 기운이 뜨거운 기운을 머금고 아궁이쪽일수록 거무스레하다가 윗목으로 가면서 붉으스레하게 변색되어 광택을 내곤했다. 그래서 교촌의 기와집들은 방바닥만 보아도 아랫목이 어느쪽인지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초도질도 그렇지만 매년 봄이 한창일 무렵에 교촌에만 나타나는 진풍경이 있었다. 집집마다 방문을 다 떼내고 묵은 창호지를 걷어내고 새 창호지를 바꾸는 작업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묵은 창호지는 문짝째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세워두고 물을 흠씬 뿌려 불린다. 종이가 충분히 불면 날카롭지 않은 칼이나 사금파리로 종이를 긁어낸 후 다시 말린다. 문짝이 말랐다 싶으면 풀 먹인 한지를 문짝에 맞게 다시 붙인다. 풀먹인 종이를 쓰는 것은 이렇게 해서 문짝에 한지를 붙이면 풀이 마르면서 종이가 탱탱하게 탄력을 얻기 때문이다. 마른 후의 종이가 어찌나 탄력이 좋은지 잘 마른 종이를 손톱으로 톡톡 치면 마치 쇠를 두드리는 것처럼 청아하게 ‘탱탱’ 소리가 났다. 한 해 동안 바람을 막아주던 문짝이 누르스름한 헌 옷을 벗고 하얗고 짱짱한 새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은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그런 장관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교촌의 기와집들, 열린 대문 안으로 연례행사로 되풀이되어 들려다 보였다. 이런 굉장한 기억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렇듯 생활용품으로 쓸 한지만 해도 엄청났을 것이니 최부자댁에서 가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종이를 만들 법했을 것이다. 최염 선생님의 회고에 따르면 용도에 맞게 한지의 종류도 다 달랐다. 축(祝)이나 지방(紙牓) 혹은 편지글을 쓰기 위한 한지는 최상급 종이였다. 그 외에 주로 글씨를 쓰는 질 좋은 한지를 시작으로 창호용, 장판용, 도배용 등이 모두 다르게 제작되었고 언제나 질 좋은 한지들이 풍족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한지 제작소가 있어야 했는데 지금의 내남면 박달리에 최부자댁 전용의 종이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때는 가내수공업 형태의 종이였지만 생산량은 꽤 많은 편이었다는 말씀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최부자댁이 한지를 만들었던 더 큰 이유를 쓰겠지만 나로서는 최부자댁이 한지를 생산했던 그 사실보다 닥나무를 가지고 놀았던 어린 시절과 해마다 하얀 광택을 내던 문짝들의 진풍경이 더 소중하게 남아 있다. 내가 경주최부자 책을 쓰게 된 것은 정말이지 필연으로 여겨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