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양질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등 시민들의 물 복지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현관 경주시 맑은물사업본부장은 지난 19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언론브리핑을 갖고 소관 분야 성과와 향후 역점사업을 설명했다. <사진> 고 본부장은 상하수도 대규모 사업을 국가지원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민선 7기부터 올해까지 국비 사업 총 29건(4764억원)이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상수도 현대화 사업으로 수돗물 생산비용을 연간 77억원 절감하고, 2022년까지 58.2% 머물렀던 유수율은 지난해 64.6%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또 물정화기술 2호인 하수고도처리기술(GK-SBR공법)은 올해 환경부 녹색기술인증을 취득했고, 9월 베트남 하노이 띠엣홍 마을에 하루 50톤 처리 규모의 생활하수처리 장치를 준공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어 맑은물사업본부에서 추진 중인 시정현안 사업도 설명했다. 그는 상수도 분야에서 내년 1년간 2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상수도 보급률 추가 확대 방안과 유수율 제고, 정수장 현대화 방안 등을 포함하는 ‘비전 2045년, 상수도기본계획 마스터플랜’ 재수립에 나선다고 했다. 감포, 탑동정수장 등 지방정수장 2곳을 비롯해 탑동, 보문급수구역 등 상수도관망 2곳에 대해 2029년까지 총 1582억원을 들여 노후된 상수도 시설을 현대화해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산내면, 동해안 지역, 내남면 일원에 2026년까지 556억원 예산을 들여 광역·지방상수도 급수구역을 확충해 지하수 사용에 따른 먹는 물 부족으로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수도 분야에서는 오는 2028년까지 1025억원을 들여 외동, 문무대왕면, 내남공공하수처리장 증설과 강동 대촌 소규모처리장 증설, 양남 건대 소규모 하수처리장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상습 침수 구역인 서천지구를 비롯한 외동 동천지구, 충효지구를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해 2027년까지 309억원으로 도시침수 예방사업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현관 맑은물사업본부장은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깨끗한 양질의 수돗물 공급을 위해 급수구역 확장·보급 확대 및 하수처리장 확충 사업 등을 통해 경주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진행한 기획취재를 통해 일본의 문화유산 복원과 다양한 관광요소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 일본 각 마을의 전통문화와 지역 축제에서 그들만의 장인 문화를 알 수 있었다. 한국 관광이 서울 등 대도시에 한정돼있는 현실에서 지방
제16회 경주개 동경이 품평 패스티벌에서 최고 상인 신라대상에 김기원 회원의 구찌(황구, 수)가 차지했다. (사)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는 지난 16일 동경이 운동장에서제16회 경주개 동경이 품평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사진> 이 행사는 경주개 동경이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기념해 우수 동경이를 선발하고 동경이 회원들의 화합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열렸다. 이날 페스티벌에는 동경이 30마리와 동경이 가족, 대곡 1리 동경이마을 주민, 경주시 축산정책과 직원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품평회와 시상식, 동경이와 반려동물 상식으로 구성된 OX퀴즈, 어울림한마당 등이 진행됐다. 품평회는 동경이의 성품과 표준체형, 보호자와 호흡, 보행 등 심사를 거쳐 예선, 준결선, 결선을 통해 최고의 동경이인 BIS(Best In Show) 신라대상과 성골, 진골을 선발한다. 선발 결과 신라대상에는 김기원 회원의 구찌(황구, 수), 성골 민은자 회원의 엠버(백구, 수), 진골은 한연주 회원의 꼬미(백구, 암)가 각각 선정됐다. 김기원 회원의 구찌는 지난해 진골로 선발된데 이어 올해 신라 대상을 거머쥐게 됐다. 김기원 씨는 “신라대상을 받은 만큼 앞으로 명견으로 잘 키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석 이사장 직무대행은 “경주를 대표하는 천연기념물의 자긍심을 갖고, 동경이의 보호·육성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개 동경이의 이름 유래는 고려시대 ‘동경’이라는 지명으로 불렸던 경주 지역에서 많이 사육돼 붙여진 이름이다.
주낙영 시장이 2024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페루 리마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 주 시장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페루 리마 웨스틴호텔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부탁했다. 이 자리에는 김석기 국회의원과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경주시 대표단에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과 경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경주시 대표단은 2024 APEC 정상회의가 열린 리마컨벤션센터로 이동해 시설을 둘러보고, 페루 외교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행사 준비와 운영 방식을 점검했다. 또 18일에는 최종욱 주페루 대한민국 대사, 리마 시장, 그리고 APEC 페루 총괄의장을 만나 페루의 정상회의 개최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했다. 앞서 경주시는 2024 APEC 정상회의 개최장소인 리마컨벤션센터에서 페루 외무부 주선으로 APEC 회원국 참가단을 대상으로 차기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를 홍보했다. 이어 페루 외무부로 자리를 옮겨 APEC 페루 Presidency 실무그룹 의장단의 까를로스 차베즈-타푸르 의장을 접견하고, APEC 페루 정상회의 개최 노하우를 청취했다. 또 이 자리에서 안보, 물류, 자원봉사,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등 각 분야 ‘2024 APEC 페루 조정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주낙영 시장은 리마시청으로 이동해 라파엘 로페즈 알리아가 리마시장을 만나 개최도시로서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이번 페루 방문에는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과 류완하 동국대 WISE캠퍼스 총장, 이락우 APEC 정상회의 추진지원 특별위원장도 동행해 정상회의 개최 준비에 힘을 보탰다. 주낙영 시장은 “페루 APEC 정상회의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경험을 청취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이번 방문을 바탕으로 2025년 APEC 경주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안’(이하 APEC 특별법)이 지난 13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은 내년 경주에서 개최될 2025 APEC 정상회의의 준비와 운영을 원활하게 지원해 행사의 성공개최를 견인하기 위한 것이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 설치, 국가 또는 지자체의 인력·예산 등 행정·재정적 지원에 대한 근거 규정을 담고 있다. 이에 APEC이 개최되는 경주에서는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더 많은 예산확보를 통해 정상회의 성공과 지역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김 위원장의 ‘APEC 특별법’이 소관 상임위인 외통위에서 통과됨에 따라 특별법의 연내 통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특별법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으며, 법사위 문턱을 넘게 되면 본회의 최종 의결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특별법이 이번 법사위를 거쳐 연내 본회의를 최종적으로 통과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앞서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APEC 특별법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고, 다음날 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특별법을 의결한 바 있다. 특히 7일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는 대표발의자인 김석기 위원장이 제안설명에 나서기도 했다. APEC 특별법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중진의원 다수를 포함한 총 191명이 발의에 동참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석기 위원장은 “법안의 최종통과까지는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등 아직도 거쳐야 할 관문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도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개최를 위해서는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드시 특별법을 연내 통과시켜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제21회 국제소각산란컨퍼런스가 국내 최초로 오는 2030년 경주에서 열린다.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이하 PAL),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KAERI)과 공동으로 제21회 국제소각산란컨퍼런스(21st International Small Angle Scattering Conference)를 경주로 유치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국제소각산란컨퍼런스는 전 세계를 순회하며 3년마다 개최된다. 경주에서는 2030년 11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약 30개국에서 해외참석자 500명 등 70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석해 소각산란 실험과 관련 최신 기술 및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대규모 과학 컨퍼런스다. (재)경주화백컨벤션뷰로를 포함한 3개 기관은 경주시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유치단을 구성해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9회 국제소각산란컨퍼런스에서 학회 참가자와 평가위원회를 대상으로 치열한 유치 경쟁을 펼쳤다. 특히 프레젠테이션 발표시 PAL와 KAERI의 첨단 연구 실적, 혁신적인 연구 환경은 물론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가치와 뛰어난 MICE 시설 경쟁력을 부각했다. 그 결과 인도 벵갈루루를 제치고 SAS2030의 개최지로 최종 선정됐다. 주낙영 시장은 “경주는 국제회의복합지구가 형성돼 국내 최고 수준의 MICE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며 “주최자와 참가자 모두가 세계적 수준의 MICE 인프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회의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안강읍 하곡리 하곡마을회관 인근 은행나무의 잎이 노랗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경주지역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치매 노인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내 중증도 이상의 치매 노인을 맡길 치매전담병원 없어 향후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경주지역 65세 이상 치매노인수는 최근 5년간 늘어나는 노인인구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5836명에서 2020년 6120명, 2021년 6374명, 2022년 6641명, 2023년 6910명으로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매노인수가 늘면서 보호자의 상시적인 돌봄이 필요한 중증환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지역 내 중증 치매환자는 지난 2019년 905명에서 2023년 1071명으로 5년 사이 18.3% 늘어났다. 2023년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6만2969명 중 치매환자는 6910명으로 약 11.0%를 차지했다. 65세 노인 10명 중 약 1명이 치매환자인 셈이다. 그중 중증도 환자는 1776명, 중증환자는 1071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65세~74세 가운데 치매환자는 871명으로 그 비중이 2.4%인데 비해 75세 이상의 치매환자 비중은 22.1%(6039명)에 달했다. 특히 85세 이상 고령인구 7317명 중 치매환자수는 2809명으로 38.4%를 차지했다. 8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약 4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화 사회 걸맞는 치매 돌봄 체계 구축 시급 문제는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치매환자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치매 환자에게 입원 치료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매전담 병원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말 기준 치매안심병원을 전국 20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내에는 안동, 김천, 경산 등 3곳이 지정돼있고, 경주와 인접한 지자체인 울산에서 한 곳이 운영 중이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 환자 전용 병동에 치매 환자 특성을 고려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춘 곳이다. 특히 신경과 등 전문의 및 전담 간호 인력을 배치해 치매 관련 의료서비스를 전문적·체계적으로 제공한다. 치매안심병원에서 치매 환자 특성을 고려해 마련한 주요 시설은 △행동심리증상 집중치료를 위한 1인용 입원병실 △행동심리증상 완화를 위해 조명·색채 등을 이용한 환경 △모든 병상·목욕실·화장실에 통신 및 호출 장치 등이다. 이 같은 치매 전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치매환자수에 비해 병상은 턱없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또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각 지자체별로 치매안심마을·치매안심센터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중요한 돌봄 분야에서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별 돌봄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방문 요양 및 주간보호센터 등도 이용 시간이 제한돼 있어서다. 지역 내 요양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1월 현재 지역 내 요양병원 10곳에 1870여 병상을 운영 중이지만 치매 전담 요양원은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초고령사회 진입에 걸맞게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돌봄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치매환자가 있는 가구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환자 간병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경제적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고, 간병에 드는 가족들의 신체·심리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고령화는 1인 가구, 혹은 고령 부부 세대 등으로 가구 내 부양 주체의 역할이 없거나 미약한 구조로 진행되고 있어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고령 인구의 의료·요양·돌봄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일상적 생활과 함께하는 지역 기반의 통합적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체계 구축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으로 관련 시설과 인력 확보 등 재정 방안을 마련해야 증가하는 치매 환자에 대응하고 가족들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주 16개 지역아동센터 간 교류와 화합의 장인 ‘제4회 경주시 지역아동센터 어울림 축제 한마당’이 지난 9일 황성축구공원 6구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500여명의 아동들과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참가한 이날 축제 한마당은 그동안 갈고 닦은 재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센터 간 어울림 활동을 통해 ‘우리’라는 ..
한국유네스코 경주협회의 세계유산 답사 프로그램이 경주시민을 포함한 경북도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으며 순항 중에 있다.경주시와 경상북도가 지원하고 한국유네스코 경주협회가 주관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답사 프로그램’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의 가치를 직접 현장을 찾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유네스코 ..
‘2024 윈터라이트 포차 in 경주’ 축제가 22일부터 24일까지 경주문화관 1918(구 경주역)에서 열린다.이번 축제는 경주 사계(四季) 축제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마련된다.축제장에는 포장마차를 테마로 한 11개 음식 부스와 지역 대표 주류업체들이 운영하는 포차 광장 및 포차 라운지가 운영된다.또 경주법주 등 경주의 ..
행복황촌 주민들이 ‘제17회 경주시국학기공협회장배 국학기공대회’에서 우승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이비티에스 협동조합(이사장 이승원) 경주남부지점 조합원 15명은 지난 14일 흥무공원 일대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실시했다.
자라면서 늘 특별하게 느껴졌던 나의 존재가 점점 흐려지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했던 나의 삶이 어느덧 뉴스에 나오는 슬픈 청년과 닮아가고 있었다. 이 시대의 청년들은 시대의 파도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들은 또 다른 나와 우리들이다. 오롯이 나만의 생각이라고 여겼던 이상들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반적인 가치와 겹쳐져 있었다. 잃어버린 세대의 일원으로서 세태에 따라 흘러가는 비겁한 모습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살아간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사유하고, 하나의 존재로서 현실화시키며 나의 특별함을 입증해보려 한다. 이것들이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흔적이다. 나는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의 익명으로, 또한 실재하는 인물로서 담담히 버텨내고 있다. 나의 생명은 꺼지는 날까지 분투하며 삶을 이뤄나갈 것이다. 거친 돌바닥을 일구어 작물을 키운다. 우리의 엄마와 할머니처럼,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나아갔던 그들의 모습, 자라서 나이가 들어보니 삶은 다 그런가보다 한다. 거친 바닥에서 피워낸 아름다운 꽃처럼, 우리는 그렇게 실재한다. 그렇게 생명이 살아간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통칭되는 디지털 성범죄가 갈수록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전국을 흔들었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에도 근절되지 않고, 최근엔 AI(인공지능)를 악용한 딥페이크(허위영상물)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피해자들을 울리고 있다. 방송통신심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디지털 성범죄 심의 건수는 6만7102건으로, 전년 5만5287건대비 1만1815건 증가했다. 매년 디지털 성범죄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이번에 ‘경주시 디지털성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돼 곧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조례는 이경희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 8일 열린 제286회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 통과됐다. 조례는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경주시민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규정을 명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 등에 관한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토록 하고, 피해자 보호·지원에 필요한 시책 수립, 피해자 상담 및 긴급 보호와 영상삭제 지원 등을 명시했다.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보다 더 강력하고 실효적인 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벌해야 디지털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 또 누구나 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디지털 성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디지털 성범죄가 반인륜적인 범죄인 점과 그에 따른 형사적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의 첫걸음은 스스로의 인식 개선,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본격적인 준비가 가시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경주시는 경북도와 함께 지난 1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APEC성공개최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또 신축한 신라금속공예관에 APEC준비지원단 현판 제막식도 가졌다. APEC성공개최추진위원회는 경북도지사와 경주시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또 도의원과 시의원 등 지역 대표자들로 구성된 8개 분과를 조직해 분과별로 성공적인 APEC 개최를 위해 활동한다.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관광 프로그램 개발, 홍보 마케팅, 안전 대책 마련,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행사 준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경주시와 경북도가 성공적인 경주 APEC 개최를 위해 하나씩 준비해 나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모자라는 국비 지원 예산이다. 현재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국비 142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국비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에 주낙영 시장은 지난 10월 28일과 11월 5일 연거푸 국회를 찾아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APEC 정상회의 관련 사업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주 시장이 국비 지원을 요청한 사업은 보문단지 야간경관 개선 125억원, APEC 문화동행 축제 개최 50억원, 숙박시설 정비 100억원, APEC 기념공원 및 기념관 건립 108억원 등이다. 이들 사업은 APEC 성공개최를 위한 필수사업으로 국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APEC 개막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세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행사에 정부의 예산 지원 문제가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국회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조만간 있을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 관련 국비 지원 예산을 반드시 증액해야 한다. 특히 김석기 국회의원이 여야의원 191명의 공동발의를 이끌어 낸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안(APEC 특별법)’도 통과돼 APEC 개최 준비에 힘을 더해야 한다. 경주 APEC은 내년 11월초쯤에 열린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글로벌 CEO, 관계자. 내·외신 기자 등 2만여명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주시는 APEC 개최로 국가적으로는 1조9000억원, 경주·경북도는 1조원 정도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는 APEC 성공개최가 경주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위상이 걸려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반드시 국비 예산 증액과 APEC 특별법을 통과시키길 바란다.
지난 10월 전국의 어반 스케처들이 2024 경주 어반 스케치 페스타에 모였다. 어반 스케치란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그리는 그림으로 일상, 여행지 등 어느 장소에서나 현장에서의 느낌을 그대로 즉석에서 그림으로 표현하는 회화 활동이다. 어반스케쳐스(Urban Sketchers)는 2007년에 시작된 국제 미술 운동으로, 여행지나 도시를 현장에서 그려 SNS로 공유하며 해당 도시와 문화를 알린다. 현재 전 세계 70개국 477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서울, 인천, 울산, 경주, 부산 등 18개 도시가 공식 챕터로 활동 중이다. 이번에 열리는 어반스케치 페스타는 어반스케쳐스와 시민들이 함께 도시를 스케치하고 이를 전 세계에 공유하는 연례 축제로 올 해가 여섯번째다. 그들은 왜 전국에서 아니 외국에서까지 이곳 경주로 자발적으로 모여든 것일까? 취향저격이다. 즉 같은 취미와 목적으로 가지고 그들의 공유하는 가치를 옳다고 믿고 애호하며 향유하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미션과 비전이 널리 확산되기를 애쓰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취향저격 앞에 평등하다. 국가와 인종, 학연과 지연, 나이와 성별이 상관없다. 그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그것이 가지는 현장과 로컬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그것을 매개로 서로가 서로에게 말을 건다. 이러한 소통은 지역의 경계를 너머 전달되어 각기 다름속에서 차이를 극복하고 포용하여 우리(Weness)를 만들어 나아간다. 경주는 천년 전 이미 세계화하였다. 경주 토우의 모습을 보라. 인도인과 서역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미 그때 국제적으로 교류하고 새로운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당나라에 신라소와 신라방 등을 건립함으로 외국에 한류를 전파하였던 진정한 글로컬한 도시였다. 그 뿌리와 DNA가 어디가겠는가? 이번 행사에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따뜻한 손님맞이와 빈틈없는 준비가 더할 나위없이 돋보였던 행사였다. 그 뒤에 숨은 공은 자원봉사자에 있다. 정부예산 지원없이 치루는 민간의 전국단위 행사의 성공여부는 자원봉사자의 전문성과 책임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개막식에서 워크숍과 폐막식에 이르는 매 순간마다 그들의 친절한 도움과 안내를 실감하였으며 그들의 노고와 역량이 대회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자부한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 단계 더 큰 행사인 세계어반스케처스 심포지엄(International Urban Sketchers Symposium)을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다시 이곳 경주에 유치하여 또 한번 우리나라의 위상과 문화를 보여주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경주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보고 느끼고 체험했다. 우리는 이미 글로벌하며 자원봉사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그림을 매개로 전세계와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2022년 11월, 미국의 오픈AI가 챗GPT-3을 공개했습니다. 최근에는 4 Omni 버전이 출시되면서 텍스트는 물론 음성과 이미지 인식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챗GPT는 이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처럼 실시간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 언론사들은 다양한 방식과 전략으로 챗GPT 기술을 활용해 뉴스 콘텐츠를 생산,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I, 즉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AI는 지능적인 행동과 유사한 컴퓨터의 기능 집합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때 ‘지능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기술이 사용되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독일의 바이에른 공영방송(BR)에서는 AI를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훈련이 필요한 컴퓨터 시스템으로 그 정의를 제한합니다. 저널리즘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의견과 여론형성, 나아가 국가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언론인의 업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따라서 AI를 저널리즘에 활용하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저널리즘 작업을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지침은 마치 도로 위의 자율주행차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저널리즘에서 인공지능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독일 언론사들이 논의, 제안하고 있는 AI 저널리즘에 대한 지침, 즉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저널리즘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면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투명성의 의무가 강조된다. 여기서 투명성의 의무는 다시 두 가지 측면에서 확인된다. 첫째, AI가 뉴스 콘텐츠를 생산할 때, 생산자와 이용자는 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AI가 어떤 데이터 소스를 사용했는지, 어떤 자료를 사용해 훈련했는지 분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 작성된 콘텐츠가 AI 교육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원 작성자와 소통하고 보상을 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셋, 저널리즘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품질, 균형, 차별 금지, 데이터 및 출처 보호, 그리고 저작권 및 보안 측면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사회적으로 인증된 AI 시스템이 사용되어야 한다. 넷, 인공지능의 활용은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제어가 가능한 기술을 저널리즘 분야에 활용하고, EU 기반의 자체적인 인프라를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 신속하고 단호한 규제가 AI 저널리즘 분야에 필요하다. 실례로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지침(Digital Single Market Copyright Directive)이 제정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고, 그 이후 국내법으로 전환되는데 별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AI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시기적절한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 이처럼 독일 언론사들은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나름대로 인공지능에 관한 개념을 정의하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AI 지침에 관한 내용이 추상적이고, 이상적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실천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비판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원칙들이 나열되고 있는 AI 지침안을 어떻게 강제할 수 있는지, 또 다른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급변하는 AI 저널리즘 분야에서 다양한 이점과 문제들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언론사의 지침서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AI 기술이 저널리즘과 민주주의를 발전시킬지 아니면 오히려 파괴할지 미디어 정책과 규제 법안들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AI 기술을 사용해 뉴스 콘텐츠를 생산, 서비스한다면, 우리는 어떤 가이드라인을 갖고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지 자문해 봅시다. 혹은 우리가 인공지능이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이점과 문제들에 노출되어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실제로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를 생산하는 기술이 더욱 보편화되었고, 합성 콘텐츠와 인공지능을 통한 생산물을 구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넘쳐나는 가짜 뉴스와 이미지, 음성, 영상은 허위정보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진실 보도와 허위보도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보편적 신뢰가 전반적으로 상실될 수 있습니다. 한편 AI 기술은 점점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미디어 이용자는 필터버블, 즉 선별적 정보만을 접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으로 고도화되는 개인화는 일방적인 뉴스의 왜곡된 의견뿐만 아니라 사용자 자신의 의견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보도가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면, 해당 주제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뉴스 이용자는 자신의 의견이 가장 합리적이고, 유일하게 옳은 의견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공론장이 붕괴된 상태이며, 건강한 견해에서 극단적인 견해로 바뀌는 방식입니다. 그 결과 양극화된 사회적 분열과 증오가 심화할 여지가 매우 큽니다.
겨울이다. 녹음이 가득한 논밭에 바람이 불면 연둣빛 파도가 장관이었던 여름이 지나고, 노오란 황금빛 물결에 감탄을 지어내던 가을이 지나서, 싹둑 잘려 나간, 추수가 끝난 논밭은 쌀쌀한 겨울바람에 휑하다. 논밭에 부모님의 삶이 있구나, 인간의 삶이 있구나 싶다. 예전에 유행했던 것 중에, 하나가 기억이 난다. “죽음 체험” 유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관속에 직접 들어 가보고,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경험해 보는 것. 삶이 지치거나 힘든 사람도, 인생을 한번 되돌아보고 싶은 이도, 부모와 자식이 함께 서로의 장례식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고…. 그래서 당시에 모든 방송사에서 내가 죽을 때 묘비명에 어떤 글귀가 쓰여 있으면 좋을까 하는 관련된 프로그램을 다루기도 했다. 아줌마도 당시에 내 묘비명에 쓰이면 좋을 말을 한참이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고민했던 그 문구처럼 살려고 지금까지 노력하며 살아왔고,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건강 검진을 했다. 마흔이 되면 자주 아픈 곳이 한 군데 생기고, 쉰이 되면 자주 아픈 곳이 여러 군데 생긴다는데, 몸소 경험하고 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기계로 치면 50년을 썼는데 여기저기 탈이 안 나는 것이 오히려 신기한 일이려니, 자연스레 받아들이려 노력 중이다. 그래서 운동도 하고, 몸을 잘 관리하려 나름의 노력도 한다. 몸은 그렇지만 정신은 어떤가? 시간이 이만큼 흘렀으니 아줌마는 기성세대, 중장년층이다. 아직도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때의 그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대학 새내기 시절의 풋풋함과 열정이 가슴 한구석에 여전히 남아있는데, ‘라떼는~’을 말하지 않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여기저기서 많이 느낀다. 이런 것도 자연스레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그런데 아무리 받아들이려고 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도, 인생의 마지막 장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받아들인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런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별이다. 부모님과의 이별이다. 올해 초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아버지를 보냈다. 게다가 양가 어머님이 모두 편찮으시다. 시간이 지나면 양가 부모님이 돌아가시리라는 것을 결혼 초부터 인지했고,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양가 부모님을 자주 찾아뵈려 노력했다. 결혼 15년이 지나서 아버지를 여의고 편찮으신 두 어머님을 뵈면서 아줌마는 여전히 어찌할 줄 모르겠다. 어머니 앞에서는 철없는 막내딸, 막내며느리로 지내다 오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면 억장이 무너진다. 뇌출혈로 쓰러진 엄마가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아무런 신체 반응이 없을 때도 아줌마는 엄마가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의지가 됐다. 다행히 많이 좋아지셨지만, 여전히 병원에 계시는 어머니.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아줌마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결혼하면서 나에게 생긴 또 한 분의 어머니도 편찮으시다. 그 몸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이 온다고 하면 엄마 손맛으로 담근 각종 반찬을 준비하신다. 집에 갈 때 가져가라고. 별 특이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맛이 좋은 것은, 어머님이 음식을 만드실 때 좋은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만드셔서 그런 것 같다는 형님의 말이 기억난다. 두 분 다 녹록하지 않은 형편에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분들이다. 막내딸, 막내아들에게는 강한 어머니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투병 생활로 살이 빠지시고 걷지 못하시고, 강한 약 때문에 고통스러워 우시고, 혼자 있는 순간에 ‘엄마’를 부르며 홀로 아파하시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을 때 아줌마는 또 무너졌다. 아줌마는 또 어머니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하겠지만, 여전히 어머님이 안타깝고, 두 어머님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까, 두렵고 무섭다. 두렵고 무서운 나날이지만, 그런데도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영양남씨 활산(活山) 남용만(南龍萬,1709~1784)은 부친 남국형(南國衡)과 모친 여주이씨 이덕함(李德咸) 사이에서 출생하였고, 어려서 이름은 해만(海萬)이었다. 14세에 종조숙부 남국선(南國先)의 양자가 되었고, 훗날 모친상을 탈상한 후에 식솔을 이끌고 경주 명활산(明活山) 아래로 이거해 살며 평생을 학문을 궁구하였다. 풍천임씨 임간세(任榦世)의 따님을 만나 남경채(南景采,1736~1811) 낳고, 서산류씨 화계(花溪) 류의건(柳宜健,1687~1760)의 따님을 만나 치암(癡庵) 남경희(南景羲,1748~1812), 남경화(南景和)를 낳았으니, 아들 역시 뛰어난 문장가였다. 그가 남긴 『활산집』은 원집(原集) 7권, 부록(附錄) 합 5책으로, 1790년 해좌(海左) 정범조(丁範祖,1723~1801), 1793년 이계(耳溪) 홍양호(洪良浩,1724~1802)가 지은 서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문집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집안에서 많은 노력 등이 있었고, 특히 그의 둘째 아들 남경희의 정성이 특출하였으며, 차남 남경희가 「어록(語錄)」을, 장남 남경채가 「행장」을 지어 부친의 행적을 기록하였다. 이계 홍양호는 1760년 7월부터 1762년 6월까지 경주부윤으로 재임하며 학교의 부흥과 문화발굴에 지대한 공을 들인 인물이다. 그가 부윤으로 있으면서 활산과 교유하였고, 물러난 뒤에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학문적 교유를 이어갔으며, 남겨진 많은 시작품이 이를 대변한다. 특히 활산의 만사(輓詞)에서 “옛적 내가 이 지방을 다스렸을 때, 민풍을 살피러 옛 수도를 방문했네. … 명활산에 처사가 있으니, 고상한 걸음으로 그윽한 지조를 보존하였네. … 신령의 바람 말은 어디로 돌아갔는가, 남휘정(覽輝亭)을 찾아갔겠지.”라고 그를 추억하였다. 남휘정은 1771년 명활산 덕계에 지은 행랑채의 이름으로, 초봉암(招鳳菴)의 동편에 있었다. 활산은 「초봉암기(招鳳庵記)」에서 “나는 진정 세상을 벗어난 은자(隱者)로, 이곳에 집을 지었으니 진짜 봉황은 쉽게 볼 수 없음을 안다. 사람 가운데 봉황의 자질이 있는 사람 얻기를 구하였기에 그와 비슷한 지명을 따라 편액을 걸고 그들을 불러들였다. 지금 나를 따라 노니는 자는 모두 자주 날갯짓하려 하지만, 날개가 아직 다 자라지 않아서, 바야흐로 멀고 가까운 거리를 막론하고, 모두가 날개를 나란히 하여 이른다면 그 가운데 무리 중 빼어난 자가 없을 것이라 어찌 알겠는가?”라고, 보기 드문 봉황의 출현과 은둔한 자신의 처지 그리고 봉황처럼 성군의 출현과 태평성대를 기대하는 그의 마음을 글로 대변하였다. 앞서 활산은 풍기군수로 있던 정범조를 찾아가 선조의 글을 받은 적이 있었고, 그의 아들 남경희 역시 부친의 유집을 갖고 그에게 서문을 부탁하였으니, 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긴요하다. 아들 남경희는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1711~1781)의 문인으로, 이만운(李萬運)·손병로(孫秉魯)·송전(宋銓) 등과 교유하였고, 증광시에 합격 그리고 1777년 진사에 올라 승문원박사·성균관전적·사헌부감찰·병조좌랑·사간원정언 등을 역임하였으며, 1791년에 사직하고 고향 경주 보문마을리로 돌아온 뒤 스스로 은거하였다. 듣기에 『활산집』이 국역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경주의 선비 활산 선생에 대한 자료를 다시 넘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문집의 서문을 소개한다. 활산선생문집 서문 - 이계 홍양호 계림은 신라의 옛 도읍으로, 삼한(三韓)을 통일하여 천 년 동안 나라를 누렸다. 산천이 빼어나고, 신령이 돌보아 동방의 으뜸이 되었기에 이름난 신하와 큰 선비가 성대하게 배출되었다. 하지만 근세 이래로 차츰차츰 떨쳐 일어나지 못하였으니, 논하는 사람들이 개탄해하였다. 경진년(1760) 내[홍양호]가 동도의 부윤이 되어 학교를 일으키고 선비를 양성하는 일에 뜻을 두었다. 듣기에 진사 남붕로(南鵬路)가 온 고을의 존경을 받고 영남 좌도가 모두 그를 경모하였기에, 이에 예를 갖춰 그를 학교로 초청하였다. 많은 선비의 스승이 되어 문예(文藝)를 강론하고, 경술(經術)을 가르치니, 1년 만에 문장의 재목이 되었다. 배우는 자들이 명활산 아래 덕계(德谿) 가에 나아가 서당을 짓고, 무리를 이뤄 학업을 익혔는데, 내가 그 편액을 쓰고 서문도 지어주었다. 내가 조정으로 돌아오자 남붕로 역시 도백(道伯)의 천거를 받아 침랑(寢郞)으로 부름을 받았으나 나아가지 않고, 거문고 연주하고 책 저술하면서 노년을 마쳤다. 매번 마음에 드는 시문이 있으면 번번이 천 리나 떨어진 나에게 부쳐 보여주었으며, 나 역시 그렇게 하였으니, 깊이 서로 인정함이 이와 같았다. 군의 둘째 아들 남경희가 젊어서 과거에 급제해 서울로 와서 나를 찾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붕로가 세상을 떠났는데, 나는 만시(輓詩)를 부쳐 그를 애도하였다. 남경희가 이미 탈상을 하고 『활산유고(活山遺稿)』네 권을 가지고 와서는 나에게 서문을 구하였다. 내가 다 읽어보니 … 질박(質樸)하나 속되지 않고, 심오하나 교묘에 빠지지 않았으니 … 말세의 소리가 아니었다. … 계축년(1793) 단오에 풍산인 홍양호 서문을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