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최근 발표한 경북동해안지역 실물경제동향에 따르면 경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매매건수도 증가하며 아파트 가격 하락에서 벗어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중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각각 0.6% 오르며 최근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상승으로 전환됐다. 그동안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아파트매매가격은 2018년 11월 -10.5%에서 12월 -11.1%, 2019년 1월 -12.1%, 2월 -12.5%, 3월 -12.8%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올해는 1월 -6.1%, 2월 -5.4%, 3월 -4.6%, 4월 -2.4%, 5월 -1.4%, 6월 -1.1%, 7월 -0.2% 등으로 하락세가 점차 감소하다 8월에는 0.6%로 하락세가 멈췄다.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도 지난해 -10%대를 유지하다 올해 4월 -2.3%에서 5월 -1.4%, 6월에는 -0.7%, 7월 -0.1%로 감소하다 8월에는 0.6%로 상승했다.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상승은 거래량 증가와 맞물려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북동해안지역 부동산 거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및 주택매매건수 증가율은 4월 24%, 5월 22%, 6월 124%, 7월 123%, 8월 40%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미분양 아파트도 감소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 지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지난 2월 1781세대에서 1030세대가 줄어든 751세대로 집계됐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 2월 말 기준 1781세대에서 3월 1735세대, 4월 1682세대 등으로 한자리 수 감소하다 5월 들어서는 미분양 물량이 1416세대로 4월 대비 266세대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6월에는 미분양 아파트 계약이 급격히 증가하며 미분양 물량이 5월보다 493세대가 줄어들어 923세대가 집계됐다. 이후 미분양 물량이 8월에는 810세대, 9월 751세대로 집계됐다. 하지만 경주는 아직 미분양 관리지역이다. 지역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지만 경주는 여전히 미분양관리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8월 31일 제48차 미분양관리지역 선정에서 수도권 1곳과 지방 12곳 등 총 13개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선정했다. 수도권은 경기도 안성시가 유일했고 지방은 경북에서 경주시와 함께 김천시가 미분양 관리지역에 포함됐다. 경주는 미분양 해소 저조 등의 이유로 지난 2016년 11월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49개월 연속 관리지역으로 선정된 것이다. 경북에서 경주시, 김천시와 함께 미분양관리지역으로 남았던 영천시는 이번 48차 선정에서 제외됐다.
경주시는 아동친화예산서를 제작해 시 홈페이지(www.gyeongju.go.kr)를 통해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아동친화예산서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위한 구성요건 중 하나로 올해 예산 가운데 아동과 직·간접적 관련 있는 25개 부서, 247개 사업의 예산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예산서에는 올해 1회 추경예산을 6개 ..
보이스피싱으로 현금을 챙겨 공범에게 송금하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경주경찰서에 따르면 20일 보이스피싱 현금수금책인 대구 거주 A씨가 동부동 소재 신한은행 현금인출기에서 피해자로부터 건네받은 현금 800만원을 공범에게 송금하던 중 검거됐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후 4시경 ‘경찰서 앞 신한은행 현금인출..
오는 12월 11일부터 시행되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신라왕경특별법) 관련 사업 대상이 기존 7곳에서 14곳으로 확대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27일 신라왕경특별법에 관한 시행령을 제정해 12월 1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신라왕경특별법은 민족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루고 천년 가까이 존속한 ..
월성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 경제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놓고 지역 내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동경주지역 주민과 발전협의회 회원, 경주시민들은 27일 경주시청 현관 앞에서 성명서를 통해 일관성 없는 정부의 원전정책을 비판하며, 월성1호기 재가동과 책임자 엄중 처벌 등을 촉구했다. 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는 오는 30일, 31일 이틀간 보문호반 산책길 일원에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호반길 걷기 ‘보문렛츠워크(Let’s Walk) 언택트 이벤트’를 실시한다.비대면 이벤트로 보문호반산책길을 걸으며 산책길 일원의 사랑공원 등 지정 인증샷 포인트 7곳 중 3곳 이상을 방문해 인증샷을 찍고 문자(bomun54..
경주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대기업 등과 태풍피해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피해가구에 상하수도 요금을 감면한다. 자영업자 등의 운영난 부담 경감과 태풍 피해 가구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위해서다. 시는 올해 상반기 조례 개정을 통해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간 코로나19로..
경주시 제2기 거점소독시설이 경주톨게이트 인근에 완공됐다. 경주시는 26일 현장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시는 지난 2017년 천북면에 제1기 거점소독시설을 개소해 운영 중이다. 제2기 거점소독시설은 경부고속도로 경주TG 인근인 율동 518-10 일원 793㎡의 부지에 총 사업비 9억원을 투입해 1동, 186.74..
경주시 양북면 명칭이 ‘문무대왕면’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주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실시한 경주시 양북면 행정구역 명칭변경 주민설문조사 결과 1288세대 중 1137세대인 88.3%가 명칭 변경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 기술항목인 새 명칭 제안에는 ‘문무대왕면’이 76.5%로 압도적으로 많..
경주시내에서 감포 방면으로 넘어가는 동대봉산(옛 은점산) 절골에 위치한 황용사(黃龍寺)터에서 통일신라시대 투조 금동귀면 등 금동제 유물 20여점이 출토됐다.
경주시는 오는 31일 오후 2시 청소년수련관 강당에서 ‘독’도‘수’비‘리’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도의 날(10월 25일)을 계기로 청소년의 독도사랑 의식과 국토애를 높이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은 독도 골든벨, 독도 테라리움, 독도 북아트, 독도 사랑나무 꾸미기, 독도경비대 감사엽서 쓰기 등 체험중심의 다양한 ..
감사원이 지난 20일 난고 끝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해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야와 찬반단체들의 상반된 평가와 논쟁만 남긴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감사원이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이번 감사 범위에서 제외됐다”며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전체 판단은 유보한 것은 오히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는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낮게 평가한 부분은 있지만 조기 폐쇄에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이번 발표로 정부는 ‘탈원전’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로 장기간 논란이 됐던 월성1호기 계속운전 문제를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앞으로 정치적,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감사에서 제기된 내용을 보면 감사 내용을 발표한 감사원뿐만 아니라 산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수원 등 관련기관의 월성1호기 폐쇄를 위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역사회의 반발 또한 예상되고 있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당초 2012년 11월까지만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5600억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했고 주민들도 연장 가동에 동의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5년 월성1호기를 2022년까지 운전하도록 가동 연장을 승인했으며 그해 6월 계속운전을 재개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1호기는 상황을 고려해 폐쇄하겠다고 밝힌 후 폐쇄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했었다. 국민들은 당연이 안전성이 확보된 원전가동을 바라고 있다. 경주시민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월성1호기는 이제 더 이상 계속운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경주시민과 원전이 오랜 기간 공존해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부는 월성1호기 폐쇄에 따른 경주에 대한 보상 등 후속조치는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금과 같은 월성1호기를 처리하는 식으로 원전산업을 몰아붙인다면 탈원전 정책은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장기화로 올 상반기 경주를 찾은 방문객이 전년대비 최대 95%이상 감소하는 곳이 있는 등 그 여파로 지역 관광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특단 지원이 요구된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개한 경주시 주요관광지점 입장객 통계현황 분석결과 올해 상반기 24개 관광지점 중 16곳이 전년대비 방문객수가 절반 이상 급감했다. 매년 방문객수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불국사는 올해 상반기 64.9%, 석굴암 역시 60.5% 떨어졌다. 또 통일전 95.2%, 신라역사과학관 90.8%, 교촌한옥마을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양동마을도 전년 대비 각각 79%, 77.9%, 75.9% 감소하면서 지역 관광경기 침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 아니다 동궁원이 68.6%, 양남주상절리전망대 63.8%, 감은사지 62.6% 등 주요 관광지 10곳이 60% 이상 방문객수가 급감했다. 반면 경주 남산은 올해 상반기 3.1%, 토함산은 8.6% 늘었다. 이외에도 소금강산, 구미산, 단석산 방문객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야외를 선택한 방문객이 많았기 때문이 보여 진다. 코로나19로 올해 상반기 24개 주요관광지점 가운데 외국인 방문객이 집계되는 6개소의 외래방문객 역시 크게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심각단계였던 4월에는 6곳 모두 단 1명의 외국인도 방문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자제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발길이 끊긴 것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지역 관광업계 다수가 폐업을 하거나 타 업종으로 변경해 지역 관광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나마 10월 들어 코로나19 단계가 낮춰지면서 경주를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겨울 비수기를 앞두고 있어 내년 초까지는 지역 관광경기는 암울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여 진다. 문제는 이 같은 지역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참담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경북도와 경주시의 마땅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각종 여행 할인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혜택이 일선 관광업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은 형평성과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마다 경제자립도도, 산업구조, 정주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천편일률적인 정책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버텨낼 수 없다. 경주를 비롯한 역사문화관광도시는 관광산업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굴뚝 없는 산업인 관광산업은 정부와 지자체의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이 없다면 성장 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팬데믹 현상으로 인한 타격은 관광과 관광업에 가장 심각하다. 관광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관광학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도 더욱 조바심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매일의 확진자 수의 추이를 지켜본다. 세계적으로 보면 관광의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빗장을 풀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역사도시이지 관광도시인 경주의 피해 역시 지난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하다. 지난 봄 시작할 무렵, 대구와 경북은 중국에서 발원된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어느 지역보다 먼저 어려움을 겪었다. 그 무렵 세계적인 확진자 수의 추이를 살펴보면, 중국이 줄곧 1위, 한국이 한동안 2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곧이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미국으로 마치 올림픽 메달 순위 다툼을 하듯 하였다. 그런 추세가 10월 20일 현재, 한국은 코로나 확진자 수에서 전세계 86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간 K방역으로 대변되는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과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과 통제에 적극적으로 따라주고 참여해주는 성실한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보다 심층적으로 들여다보자. 확진자 발생비율에서 등록된 세계 216개 국가에서 한국은 165위 정도에 위치함을 볼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보다 낮은 등위에 속하는 나머지 50여 개의 국가는, 실로 확진자 검역과 방역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이다. 중국과 북한은 예외로 하자. 공교롭게도 중국의 인근 나라인 대만 베트남 태국 캄포디아 라오스 캄보디아가 발병율이 낮은 나머지 국가에 해당된다. 달리 해석하면, 비교적 코로나바이러스로 초기에 홍역을 치룬 국가들이 지금은 발병률이 낮다. 이러한 통계 수치에서, 이 코로나19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발병률로만 따져보면 바레인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와 미국과 브라질 등 남미국가가 높다.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 또한 문화적, 국가적 방심의 결과라고 하겠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의 의료기술은 이번을 계기로 세계 최고임이 증명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방역수준을 자랑하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앞서 장기간으로 이어지는 코로나와 함께하는 이 시대는, 위드(with)코로나 시대여야 한다. 우수한 의료대응으로 표현되는 K방역과 성숙한 국민의식을 바탕으로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다행히 방역1단계로 낮아진 지금도 더욱 경계해야 하고 철저한 생활방역이 되어야겠다. 이제부턴 어떤 특정 단체나 기관에 대한 집단적 금지보다 개개인이 조심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일상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오랜 역사를 통해서 한쪽 문이 닫히면 언제나 다른 문이 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통해서 상상을 넘어서는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른 한편 위생과 안전에 대한 규칙 준수를 배웠고, 환경에 대한 소중함도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한결 높아진 위생수준과 생활 전반의 어매너티의 향상은 곧 이어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삶의 질을 한결 향상 시켜줄 것으로 전망한다. 달리지 않은 차가 가장 안전한 차라고 한다. 경주 관광이라는 자동차가 힘차게 달리면서, 코로나19를 거뜬히 이겨내었으면 하고 소망한다.
코로나19의 확산, 기나긴 장마와 두 차례의 역대급 태풍을 이겨 낸 초목들도 잎 색깔을 바꾸기 시작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되면 기러기가 날아온다. 가을을 알리는 새, 소식을 전해주는 새, 정의가 두터운 새, 사랑이 지극한 새로 우리들 가슴 속에 자리 잡은 새가 기러기다. 가을은 왔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기러기는 보기 어렵고 난데없이 기레기만 판치는 세상 같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요, 곡필아세(曲筆阿世)다. 70여명, 이 숫자는 현재 경주시청에 출입(등록)하는 언론사 기자의 수이다. 신문이나 방송, 잡지, 인터넷 같은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언론’이라 하니 많을수록 좋다. 기러기처럼. “추우면 북으로부터 남형양에 그치고 더우면 남으로부터 북안문(北雁門)에 돌아가니 신(信)이요, 날면 차례가 있어 앞에서 울면 뒤에서 화답하니 예(禮)요, 짝을 잃으면 다시 짝을 얻지 않으니 절(節)이요, 밤이 되면 무리를 지어 자되 하나가 순찰을 돌고 낮이 되면 갈대를 머금어 주살(실을 매어서 쏘는 화살)을 피하니 지혜가 있기 때문에 예폐(禮幣:고마움의 뜻으로 보내는 물건)하는 데 쓴다”고 <규합총서>에 기러기를 평하고 있다. 그래서 기러기를 ‘신조(信鳥)’라고도 한다. 이 새는 암컷과 수컷이 의가 좋아서 혼례식에서 목안(木雁)을 전하는 풍습이 여기에서 유래한다. 혼인예식을 다른 이름으로 전안례(奠雁禮)라 하는 것도 이 까닭이다. 가을에 오고 봄에 돌아가는 철새이기에 기러기는 가을을 알리는 새인 동시에 소식을 전해주는 새이다. <춘향전>의 이별요(離別謠) 가운데 “새벽서리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한양 성내 가거들랑 도령님께 이내소식 전해주오”라는 구절처럼 전령사로 여겼다. 고전소설 <적성의전>에서도 어머니와 편지를 주고받는 전달 매개요, <달거리>라는 단가(短歌)에도 소식을 바라는 마음을 기러기에 기대고 있다. 소식을 전해 나르던 고마운 새가 바로 기러기였던 셈이다. 발음이 비슷한 기레기는 무엇일까?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이다. 허위 사실과 과장하여 부풀린 기사로 저널리즘의 수준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부족한 사람과 그 사회적 현상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곧 이슈가 되는 보도라면 전문성과 신뢰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도를 일삼는 기자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고 있다. 기레기라는 말은 2010년대 초 우리나라 네티즌 사이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인터넷 뉴스에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4월, 미디어스가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기능을 비판하는 기사를 올리면서부터이다. 언론사의 유형은 방송(라디오,TV 등)과 신문, 잡지(정기간행물 등), 뉴스통신, 인터넷신문,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사업자의 인·허가 등록은 그 분야에 따라 달라서 정부의 해당 부처, 방송통신위원회와 시·도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맡고 있다. 이런 언론사는 수많은 사회조직 중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소수의 공영 언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는 공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익을 쫓는다. 언론사는 시민의 알 권리를 위임받기에 표현의 자유 또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다. 그래서 시민의 알 권리를 대신하여 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사이기에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언론사에서 발로 뛰며 취재를 하고 뉴스를 생산하는 사람이 기자이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언론사는 듣도 보도 못한 상호까지 있는가 하면 그 수도 우리나라 인구 2000명 당 1명꼴이다. 금년 5월 청와대에 출입하는 내외신 언론사는 모두 181개사에 출입기자 수는 345명이었다.(내신 130개사 234명, 외신 51개사 111명) 이는 현 정부 들어 전 정부 때 보다 언론사는 27.5%, 기자는 16,9% 늘어난 것이다. 기자 천국인 오늘날 일부를 제외한 언론사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각종 이권에 손을 댄다거나 고발성 기사를 빌미삼고 갖은 꼬투리로 강권하는 기자가 양산되는 것이다. 함량미달에다 무소불위의 언론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많아지니 기레기라는 말도 등장한 것이다. ‘기자 똥은 개도 안쳐다본다’는 말이 왜 생겨났을까.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를 퍼다 나르는 기자, 거만하게 윽박지르는 기자가 있는 한 기레기라는 말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경주시 공무원들도 겉으로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으로 기자들을 대하려 한다. 하지만 현실은 상전 모시듯이 대접하며 시달리는 형편이다.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안분지족(安分知足 :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모습)의 기자가 그립다. 고마운 새, 기러기처럼 사회의 온기를 위해 고군분투 하는 기자도 무수히 많다. 경주는 그들로 하여 그나마 순기능하고 있지 않을까.
감산사 미륵보살입상과 아미타불입상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3층 조각공예관 불교조각실 정중앙에 있다. 일제강점기 제자리를 떠난 후 아직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는 본래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본연의 의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들을 박물관에서만 관리한다면 과거의 역사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재의 의미성은 살리기 어렵다. 현재의 의미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과 더불어 있을 때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갑갑한 박물관 전시실에서 먼 고향 땅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 이 불보살상을 대할 때마다 짠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 두 불보살상은 한국불교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아미타와 미륵이 한 쌍을 이루어 세트로 조합되었다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미륵존상이 금당주였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감산사가 법상종 계열의 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 상들은 세부 처리가 불명료하거나 도식적이어서 부자연스러운 곳들이 있으며, 정면에서 보면 느끼지 못하나 측면에서 볼 때 입체감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두 상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틀을 갖춘 듯하면서도, 광배와 대좌의 세부 표현은 서로 변화를 준 것이 뚜렷하다. 몸체를 대좌에 꽂는 결구 방식이 아미타상은 둥근 원형이고, 미륵보살상은 네모난 방형이다. 이는 단순히 조형상의 변화를 위한 것 또는 구조의 안정을 고려한 기능적 장치일 수도 있으나, 원형과 방형이 지닌 전통적 대비개념을 의식적으로 적용한 것일 수도 있다. 미륵보살상은 먼저 삼굴자세(三屈姿勢)가 눈에 들어온다. 몸이 세 번(목, 허리, 무릎) 꺾여져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이 자세는 중국 양나라 때 최초로 나타나 당나라에서 크게 유행했다. 당나라의 삼굴자세는 여성스러움이 더해져 관능미와 세속적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과하면 종교적 감동이 퇴색할 수 있기에 신라인들은 신체의 뒤틀림을 절제했다. 이 상은 얼굴과 팔에서는 양감이 풍부하지만, 가슴과 복부는 편편한 편이다. 머리에는 통일신라시대에 흔히 보이는 삼면관 형태의 화려한 높은 관을 쓰고 목에는 2중의 목걸이를 둘렀다. 양쪽 팔에는 팔찌를 착용하고, 가슴과 팔에 걸친 천의는 아래로 늘어져 있다. 특히 왼팔 아래로 길게 내려와 오른쪽 다리 뒤로 들어가는 구슬 띠는 서역에서 들어온 표현 형식이다. 이처럼 감산사 미륵보살상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유행하던 풍만하고 관능적이며 화려한 장신구를 걸친 보살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미륵상은 좌상으로 표현되는 일반적인 미륵상과 달리 입상이다. 그리고 보관에 화불이 있는데 이는 국내에서는 유일한 사례다. 이 화불 때문에 조상기에 미륵보살이라는 언급이 없었다면 관음보살로 생각할 정도이다. 하지만 중국에는 화불이 있는 미륵상들이 있다. 미륵상생경에도 미륵보살의 보관에 화불이 있다고 했다. 『삼국유사』에 금당의 주존이 미륵상이라고 되어 있다. 보살인 미륵상이 아미타상을 제치고 주존으로 모신 점은 불보살의 위계을 고려한다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감산사의 아미타상은 자세가 꼿꼿하여 유연한 삼굴자세인 미륵상에 비해 근엄하고 딱딱한 인상을 준다. 양 어깨에서 흘러내린 법의는 몸에 밀착되어 몸매가 확연히 드러나 관능미를 풍긴다. 복부, 허벅지, 무릎 부분의 U자형 옷 주름 모양이나 간격에 변화를 주었다. 이 아미타상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옷 주름의 형태다. 하체의 윗부분에서 Y자 형태로 갈라진 옷 주름은 두 다리에서 좌우대칭을 이루며 각기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에 Y자형이 크게 유행하는데 그 원류는 인도 굽타시대 양식이다. 구법승을 통해 당나라에 전해진 후 다시 통일신라 불교 조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광배는 미륵상에 비해 화염문 형태가 흐트러져 있고 그 수도 현저히 감소했다. 특히 손가락의 구부림이 매우 독특하게 표현되어 눈길을 끈다. 아미타불은 아미타구품인이라는 고유의 수인이 있는데, 감산사 아미타상의 수인은 구품인이 아니고 어떤 의미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知不知尙矣(지부지상의)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체하는 것은 훌륭한 태도이고 不知知病矣(부지지병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병폐이다. 광배 뒤의 명문에 의하면 김지전은 노장사상에 심취한 인물이었다. 만약 김지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도덕경의 이 구절을 들어 필자를 나무랄 것 같다.
요즘 들어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같다. 마스크를 쓴 상대의 입모양을 볼 수 없으니 내 인지력도 크게 떨어지는 모양이다. 평소에도 말귀가 좀 어둡다고 와이프가 핀잔을 주는데, 요즘처럼 죄다 마스크를 쓴 경우는 더욱 상대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자연스레 그 얼굴 방향으로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 인식 메커니즘이 공감각적(共感覺的)이기 때문이다. 가령 눈은 활짝 웃고 있어도 입꼬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하, 저 사람은 일부러 괜찮은 척하는구나’를 단박에 알 수 있다. 누구는 얼굴을 ‘얼의 꼴’이라고 했다. 팔이나 다리는 굵고 얇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 똑같다. 반면에 얼굴은 어떤가? 여태 한 사람도 똑같은 얼굴을 못 봤다. 얼이나 혼(魂)은 사람 수만큼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상대방과의 교류는 서로 얼굴을 확인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만큼 얼굴은 개개인의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다. 눈이나 코(놀라운 사실을 들었을 때 눈뿐 아니라 콧구멍이 커진다), 입은 물론이고 심지어 귀도 감정을 충분히 전하고 있다. 학창 시절 짝사랑하는 상대가 지나가면 괜히 귀가 발그스레해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다. 핸드폰이나 SNS로 소통하는 요즘은 이모티콘(emoticon:감정(emotion)+조각(icon)의 합성어)의 도움을 받아 감정을 실시간 주고받는다. 예상 못한 충격적인 뉴스를 듣고 놀랐을 때, 왠지 혼자 있고 싶을 때 보내는 이모티콘은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서양인들의 그것과 제법 다르다. 언어는 각 문화권마다 문화 속에 담긴 지리나 사회적 배경, 무엇보다 사고방식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모티콘 역시 언어의 일종이니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속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나’보다 ‘우리’라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반대로 개인의 개성과 보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중요시한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레이철 잭(Jack) 박사 연구진이 동·서양인 15명을 뽑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면서 어떤 감정을 표현한 것인지 물어봤더니, 동양인은 주로 눈을 보고 상대의 감정을 판단하고 서양인은 주로 입을 보고 감정을 읽어내더란다. 그래서일까, 이모티콘도 국적(國籍)이 있다. 가령 우리는 ^^, ㅜㅜ 등 눈 모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반면, 서양은 :)나 :(처럼 눈은 가만있고 입 모양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하기야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중요한 눈을 점 두 개로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헬로 키티는 눈과 코는 있는데 입이 없다는 사실을 서양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반면, 지금 서구 사회에서는 가뜩이나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인데 상대의 입을 볼 수 없어 대화를 하거나 감정을 읽는데 더욱 힘이 든다고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코로나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자 입 대신 눈으로 웃는 ‘스마이즈(smize:미소(smile)+응시(gaze)의 합성어)’를 소개하고 있다. 입 대신 눈으로 상대의 감정을 읽자는 취지다. 눈으로 고객의 감정이나 요구를 재깍 들어줘야 하는 호텔이나 식당 같은 서비스 업종에서 스마이즈는 매우 효과적이다. 과할 정도로 입 꼬리를 귀 밑까지 당긴 환영 인사에 익숙한 이들이 ‘눈웃음’을 연습 중이라니, 코로나 영향이 안 미치는 데가 없다. 입꼬리 근육은 아무런 감정 없이도 가짜 미소를 지을 수 있지만, 눈 주위 근육은 행복한 감정이나 친절한 마음이 있어야만 움직여진다니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눈이 되었건 입이 되었건 간에 하루빨리 얼굴 보며 이야기할 날이 오길 바란다. 평범한 것이 소중하다는 사실은 꼭 일이 터진 다음에서야 알게 된다. 목이든 팔이든 삐고 다쳐봐야 묵묵히 제 역할을 해왔음에 놀라게 된다. 마스크가, 비누로 손 씻기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걸 지금처럼 난리가 나서야 알게 되었으니 감사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제 충분히, 아니 넘치게 알았으니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품삯으로 감 껍질을 받다 하청호 어머니는 감 껍질이 가득한 등짐을 지고 늦은 밤에 돌아왔네 하루 종일 감을 깎은 품삯으로 껍질을 받아왔네, 입에 단내가 나는 힘든 품의 대가였네 어머니는 속살을 내어준 붉은 감 껍질을 안쓰러운 가을볕을 깔고 마당에 널었네 그래도 껍질에 남은 단내가 마당에 가득하네 그해 겨울, 창밖에 흰 눈이 고봉으로 쌓이는데 우리는 쫀득한 감 껍질로 긴긴 겨울의 허기를 채웠네 어머니의 고단한 사랑을 질겅질겅 씹었네 말린 감 껍질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네 텔레비전에선 붉은 감 껍질이 좋은 먹거리라고 참 물색없이 얘기하네 -감 껍질, 어머니 고단한 사랑의 단내 저 2-30년대 식민지 시절 윤복진의 「기러기」나 이원수의 「찔레꽃」에서부터 일하러 가신 어머니는 나온다.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혹은 “엄마 일 가는 길에 피는 찔레꽃”에 나오는 그 때 어머니는 공장 일을 하러 가신 것이 아니라 품삯을 벌러 가신 것일 게다. 그분들은 가사며 양육도 해야 하시는 고단한 생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아이들도 밤늦도록 돌아오시지 않은 어머니를 기다리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오늘 살펴볼 작품도 이들 동요의 정서 연장선상에 있는 시다. 아마 해방이 되고 전쟁도 끝난 50년대쯤이었을 것이다. 시적 화자는 어릴 적 감 깎으러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을 돌아본다. 눈이 빠지도록 기다린, 늦은 밤에야 돌아오신 어머니의 등짐 속에는 감 껍질만 가득하다. 당장 먹을 수도 없는 그 껍질. 3행에서 시인이 “껍질을”이라고 쓰고 한 줄을 건너 뛰어 “받아왔네, 입에 단내가 나는 힘든 품의 대가였네”라 한숨처럼 길게 쓴 것은 입에 단내가 나도록 힘들게 일한 대가가 돈도 아니고, 감도 아니고, 기껏 “속살을 내어준 감 껍질” 밖에 안 된다는 뜻, 기가 막힌다는 뜻이리라. 감 껍질은 속살이 되지 못하고, 알맹이가 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우리네 한 사람 한 사람의 객관적 상관물도 된다. 그러나 그 삶을 안쓰러워하는 ‘가을볕’ 때문에 “껍질에 남은 단내가 마당에 가득하”다. 하늘조차도 우리 삶을 위무하는 것이다. 그 감 껍질을 식구들은 온 겨우내 먹는다. “고봉으로 쌓이는” 흰 눈은 고봉으로 된 흰밥을 먹고 싶은 아이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러나 식구들은 “쫀득한 감 껍질”의 단내로 “긴긴 겨울의 허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감 껍질의 단내는 씹을 때마다 울컥하는 어머니의 고단한 사랑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 시에 쓰인 두 ‘단내’를 본다. “입에 나는 단내”와 “껍질에 남은 단내”다. 이렇게도 볼 수 있겠다. 어머니는 숨이 차도록 일한 결과로 입 안에서 나는 ‘단내’를 햇볕과도 잘 어울리는 단 냄새로 바꾸는 분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식구들 뼛속까지 스민 허기는 달랠 순 없다는 것. 시절은 많이 흘렀다. 이제 시인도 그때 어머니의 나이를 지나왔다. 그래도 아직 그 때 감 껍질의 기억은, 어머니의 기억은 몸에 남아 “말린 감 껍질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음식은 몸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래서 언론에서 “감 껍질이 좋은 먹거리”라고 하는 이야기에, 시인은 “참 물색없다”고 반응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감 수확이 한창인 계절이다. 한 상자씩 사서 막 깎아먹고 곶감도 만드는 감에 이런 사연이 깃들어 있다니,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지 끝에 매달린 붉은 감을 보는 마음이 예사롭지 않다.
▼서봉총 기념비와 한서협회 이야기 경주 서봉총에 가면 스웨덴 국왕(칼 구스타프16세)이 1994년 11월 이곳을 방문, 기념식수 한 느티나무 앞에 검은 식수비가 세워져있다. 그 비에는 다음 내용으로 「한서협회」가 세웠다고 적혀있다.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16세 께서 1994년 11월 17일 서봉총을 방문 하시고, 이를 기념하여 심으신 것입니다.-한서협회” 또한, 서봉총 무덤 앞에도 선왕(구스타프6세 아돌프, 당시 왕세자)이 1926년 10월 10일 서봉총 금관을 발굴했다는 사실을 기념하는 비가 1971년 역시 「한서협회」명의로 세워져있다. 위의 두 기념비를 세운 한서협회가 무슨 단체인가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1963년 1월, 향토사학자인 최남주씨를 중심으로 30여명의 발기인으로 창립, 출범하였고, 2003년 2. 「한국-스웨덴 협회」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 민간 친선문화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과 관련 소식 교류와 그곳의 문화, 학술 관련 인사들이 오면 지원, 협조하는 등 문화증진에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 내에서도 6.25때 서전병원 의료진, 판문점 중립국 감시단원 출신과 그 가족중심으로 한국-스웨덴 관련 단체가 구성되어 있다. 그들 간의 친목유지는 물론, 소식지 발행과 홈페이지를 통하여 한국 소식을 전하며, 한국과 스웨덴 간의 우의를 증진시키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 ▼한국전쟁과 서전병원활동에 관한 다큐 제작 상영 스웨덴은 작년에 6.25전쟁 60주년과 수교60주년을 기리기 위해 한국동란 때 부산에 주둔한 서전병원의 의료 활동에 대해 다큐를 만들어, 본국 시사회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서울, 대구, 부산 등에서 상영하였고, 올 가을 스웨덴 국영방송에서도 방영될 것이라고 한다. 그 제목이 “한국전쟁과 스웨덴 사람들”, “우리 잊지 맙시다”등이다. 이 다큐는 스웨덴내의 한-스웨덴 협회장(라로스 리스크)이 주관하는 다큐제작팀이 5년간의 제작기간을 통해 만든 것이다. 고령자로 남아있는 당시의 종사자나 그 가족들을 찾아 인터뷰를 하고, 부산에서 서전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한국 환자를 만나 그 때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료를 모으는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3년전 (2017. 9월)에는 당시 의료진들이 병원 및 부산의 모습과 의료 활동을 찍어 갖고 있던 사진을 모아, 부산 동아 대 「석당 미술관」에서 사진전을 개최하였고, 또한 병원 의료진, 가족 등 10여명을 초청하여 치료, 병상생활을 인터뷰하면서 옛정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만들었다. ▼스웨덴 왕실과 석당(최남주)선생 가문의 인연 최남주(崔南柱)선생은 스웬덴 국왕(구스타프 6세 아돌프, 당시 왕세자)이 1926년 경주에와서 서봉총금관을 발굴할 때, 조선인으로 유일하게 현장에 참여하여, 그의 발굴 작업을 도왔던 사람이다. 그 후에도 왕실과 교류하며 불교유적 탁본이나 미술품 사본 등 관련 자료를 보내면서 신라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고, 한·서간의 유대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경주 태생인 석당(1905~1980)선생은 일찍이 경주 고적보존회에 가입하여 신라문화유산 찾기와 보존에 열정적이었고, 경주 박물관 창설에 참여한 한국고고학계의 선구자이며,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문화재 지킴이로서 큰 역할을 했다. 이런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1970년)을 받았고, 또한 스웨덴 왕실 바사 훈장(1971년)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한서협회를 조직하여 한국과 스웨덴의 상호 문화·증진과 친선유지에 노력해왔었다. 그의 아들 최정필(崔禎苾·75세)세종대 명예교수는 박물관 분야 전문가로서 1994년 11월, 스웨덴 국왕(칼 구스타프 16세)이 그의 할아버지가 금관을 발굴한 서봉총에 왔을 때, 그를 안내, 설명해드린 바 있다. 그리고 아버지 뒤를 이어 신라문화유산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으며, 한국-스웨덴 문화교류에도 관여하고 있다. 2010년 스웨덴의 북극성 훈장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같이 아버지(최남주선생)는 스웨덴선왕의 서봉총 금관 발굴 작업을 도와 드렸고, 아들은 그의 손자인 현 국왕의 서봉총현장 설명을 하는 등, 두 부자가 스웨덴 두 국왕을 각각 지근에서 모셨다. 서봉총으로 기인된 왕실과의 특별한 인연이며, 또한 석당 선생가문의 영광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지난 9월 23일은 서전병원의 의료진이 부산항에 입항한지 70년이 되는 날이었다. 6.25전쟁 발발 1개월 후인 7월 말에, 스웨덴 정부가 한국전쟁에 파견할 의료진을 선발한다는 공지문에 의거 신청을 받아, 선발된 인원이 174명이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70여 년 전 페허가 된 우리 나라를 위해 도움을 준 스웨덴 정부와 왕실, 그리고 그 나라 국민, 당시의 의료진에 대해 그 은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영원히 잊지 맙시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hanmail.net
최근 경주 SNS를 중심으로 맨발 걷기가 유행이다. 발은 한의학상 인체의 각 부분과 연결되어 있어 맨발로 걸었을 때 지압효과를 준다고 믿기에 신발 신고 걷는 것보다 맨 발로 걷는 것이 건강에 훨씬 좋다고 알려져 있다. 흙이나 자연의 질감을 그대로 느끼며 힐링의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경주 SNS중 단연 맨발 걷기에 열심인 분이 지연화 씨다. 지연화 씨 페이스 북은 수시로 맨발로 걷은 포스팅이 올라오며 동시에 경주의 아름다운 모습이 페이스 북을 장식한다. 10월 17일에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시작해 동대교~옥녀봉~아파트까지 3시간의 코스를 돌며 알밤을 주웠다는 포스팅이 실렸고 18일과 19일에는 황성공원에서 맨발로 걷는 모습이 올라왔다. 196차라는 횟수도 맨발 사진과 함께 공개되었다. 지연화 씨에게 맨발 걷는 사람들이 ‘태그’ 걸기도 한다. 박귀룡씨는 숫제 발꽃이라며 함께 맨발 걷기하는 사람들의 발 사진을 찍어 올리며 1만보 걷기 98일, 맨발걷기 90일이라며 맨발 걷기를 올렸다. 그러나 맨발 걷기가 자칫 건강에 해롭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맨발이다보니 유리조각이나 나뭇가지, 돌부리 등에 다칠 위험이 많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발뒤꿈치가 태아의 머리와 연결되어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설도 있다. 맨발 걷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이런 정도의 정보는 충분히 공유되었겠지만 말이다. 지연화 씨는 맨발 걷기 뿐 아니라 자전거 매니아로도 소문 나 있다. 본지 3월 1일자 1309호같은 란에 ‘자전거 타기’로 소개된 바 있다. 역시 당시에도 아름다운 경주 사진들과 함께다. 마침 지연화씨는 맨발 걷기로 건강해진 걸음에 헌혈까지 했다는 글을 올렸다. 맨발 걷기로 건강을 챙기고 경주를 홍보하며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보살피는 마음이 아름답기 한량없다. 발바닥은 거칠어질지 몰라도 마음은 더욱 비단결이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