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孝誠)에 근본을 둔 경주이씨 송국재(松菊齋) 이순상(李舜相,1659~1729)은 학문을 궁구하며 과거 공부에 연연하지 않았고, 후진 양성에 매진해 자희옹 최치덕 등 많은 제자를 배출하였다. 매호(梅湖) 손덕승(孫德升,1659~1725)과 교유하였고, 계림사화의 주인공 한시유(韓是愈,1670~1723) 등과 교분을 맺고, 우암 송시열의 문집을 교열한 노론계 인물이다. 여산(礪山) 송성명(宋成明,1674~1740)이 쓴 「행장」을 보면, “공(이순상)은 나면서 기이한 자질이 있었고, 총명하며 빼어났다. … 효우(孝友)의 행실은 천성(天性)에 근본하였다. … 자랄수록 학문을 닦고 글을 배워 덕업이 날로 넓어졌고, 성리(性理)의 공부에 부지런하였으며, 과거 공부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어버이의 명으로 사람을 따라 배워 과거에 응해 거듭 향시에 합격하였으나, 끝내 과거에서 물러났다. 그렇지만 그는 얻고 잃음으로써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았고, 의지와 기개가 꼿꼿하여 세속의 구차함에 구애되지 않았다. 이때 낙중(洛中)의 귀인과 교유할 때에 마음이 맞지 않는 바가 있으면 한소(寒素)하다는 것으로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서쪽과 남쪽의 이름난 고을을 두루 둘러보며 문장의 기이한 기풍에 도움이 되었으며, 돌아와서는 과거 공부를 거절하고, 숲속 깊은 곳에 종적을 감추며 살았다”기록한다. 후학 양성을 위해 일찍이 강당을 열어 사방의 학자를 맞이하였으나, 좁은 공간에 다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배움은 오로지 효제(孝悌)의 가르침이 근본이었다. 문도들 가운데 행실을 삼가고 수신을 행하며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은 자도 있었고, 문과 합격자가 6명, 성균관에 합격한 사람이 10명 등 입신양명을 이룬 자도 많았다. 사람마다 언행과 행동거지를 보면 묻지 않아도 송국재선생의 제자임을 알만하였고, 이웃 마을에서 보고 감동한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양좌동 출신 이덕록(李德祿,1677~1743)의 『東皐遺稿』「輓松菊李」 그리고 이재영(李在永,1804~1892)의 『耐軒文集』「松菊齋李公遺集跋」등을 통해 그의 행적을 유추할 수 있으며, 경주 지방에서 송국재의 가르침을 받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학문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저서 『송국재유집(松菊齋遺集)』은 동경관(東京館)에 관한 기문 등 경주학의 소중한 사료가 되고, 서문은 경주부윤 김원성(金元性), 행장은 송성명, 묘갈명은 민형수(閔亨洙,1690~1741), 묘지명은 이규일(李圭日,1826~1904), 발문은 내헌(耐軒) 이재영(李在永,1804~1892) 등 후손의 지대한 노력으로 완성되었다. 특히 「자경오잠(自警五箴)」의 1.입지(立志) 2.신독(愼獨) 3.질욕(窒慾) 4.과언(寡言) 5.독학(篤學) 등을 통해 경주선비 송국재의 인물됨을 알 수 있다. 발문을 쓴 여주이씨 이재영은 조극승(曺克承)·유주목(柳疇睦)·이능섭(李能燮) 등과 교유하였고, 조부 이정익(李鼎翊), 부친 이악상(李岳祥)의 가계를 이루며 선공감 가감역·동지돈녕부사 등을 역임하였다. 송국재 이 공 유집 발문 – 내헌 이재영 선비가 독서하여 이치를 밝히며 세상에 영달을 구하지 않고, 동굴 바위 아래에서 평생 사는 것을 비유하자면, 진주가 진흙에 빠지고, 칼을 모래사장에 묻는 것과 같다. 학식이 넓고 성품이 단아한 자가 기미를 알아 떨쳐 없애지 않는다면 비록 진주가 밝게 빛나고, 칼의 빛이 우주에 맞닿더라도 결국엔 진흙과 모래에서 생을 마칠 따름이다. 우리 고을 송국재 이 공이 진실로 ‘학문을 좋아한다(篤信好學)’라 칭송받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외로워도 세태를 원망하지 않는 은덕군자(隱德君子)이시다. 숙종년간 재량과 학문이 빼어나 세상에 나아갈 수 있었으나, 산림에 묻혀 학문에 전념하고, 유가의 본분에 힘썼다. … 공께서 돌아가신 8년 후에 행의(行誼)가 조정에 알려져 승정원좌승지(承政院左承旨)에 특별히 추증되었으니, 특별한 예우였다. 일찍이 공의 유문(遺文)이 없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하루는 공의 후손 이규목(李圭穆)이 선대의 원고를 들고 찾아와 “우리 선조의 말씀이 담긴 저서가 많다고 할 수 없지만, 후손들이 지켜내지 못하였습니다. 화재를 당해 중간중간 빠진 것이 있으며, 인심도심도설(人心道心圖說)과 경해정례(經解訂禮) 등은 전부 화재로 타버렸고, 낡고 좀 먹은 나머지를 수습한 것이 다만 약간일 뿐입니다. 불초한 저희들은 다만 남은 유문이 훗날 오래되고 또 소실될까 걱정입니다”라 하였다.
뉴욕은 마천루와 반듯한 길, 노란색 택시와 자동차의 물결 그리고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바쁘게 거리를 활보하는 ‘뉴요커’로 묘사되는 현대도시의 대표적 상징이다. 뉴욕증권거래소가 위치하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유엔본부가 있는 국제외교의 무대다. 역사적으로는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타 대륙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뉴욕항으로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진 자유와 희망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루클린 다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타임스퀘어와 같은 도시의 유명 경관과 명소는 뉴욕을 아름답고 멋지고 매력적인 도시로 소개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뉴욕을 설명하는 데는 이보다 더 많고 다양한 수식어가 붙을 수 있겠지만 이 도시가 가진 여러 가치 중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쁨 속에서도 쉼과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새로운 것 속에서도 오래된 것이 빛을 발하는 길과 공원이다. 뉴욕 맨해튼 섬의 중심부에는 남북 4.1km, 동서 0.83km의 대규모 공원인 센트럴 파크가 도심 속 허파와 같이 자리하고 있다.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 1822-1903)’는 맨해튼에 공원을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넓이만큼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의 말은 적중했고, 센트럴 파크는 마천루 숲속의 복잡함과 바쁨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자연과 휴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센트럴 파크만큼이나 뉴욕이라는 도시를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든 것이 있다면 바로 브로드웨이라는 길이다. 브로드웨이는 현재 뉴욕의 연극과 뮤지컬 중심거리인 42번가로 인해 뉴욕의 뮤지컬 분야를 일컫는 대명사로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맨해튼의 격자형 도시구조를 남북으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옛날 길을 가리킨다. 동서의 스트리트와 남북의 애비뉴로 규격화된 도시구조와 형식을 깨뜨린 옛길 브로드웨이는 반듯한 길들과 만나는 지점에서 유니온스퀘어, 타임스퀘어와 같은 매력적인 공간들을 만들어내며 지루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얼마 전 경주 황리단길 지인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내남사거리를 지나 봉황대 쪽으로 걷는데, 몇 해 전 센트럴 파크에서 본 것과 같은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봉황대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누워 쉬고 있었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뛰어다녔다. 젊은 커플들은 잔디 위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그 순간 고대 봉분의 공원과 황리단길이 뉴욕의 센트럴 파크와 브로드웨이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 같은 대도시와 한국의 중소도시가 비교될 수 있겠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들의 기본적인 습성은 같다. 사람들은 걷는 것을 좋아하고 큰 가게보다는 작은 가게에 호기심을 가진다. 그리고 도시의 복잡함 속에서도 넓은 뜰에서의 자유로움과 초록색 자연을 찾고자 한다. 이미 사람들은 황리단길과 봉황대 공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황리단길이 아기자기하고 복잡스러운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해준다면 길 끝에 있는 봉황대 지역은 여유와 휴식의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었다. 황리단길도 실은 경주읍성의 남문에서 시작하여 남쪽 지역으로 가는 유서 깊은 옛길이다. 옛길과 쉼터가 만나는 이 매듭을 잘 가꾼다면 충분히 뉴욕의 길과 공원 같은 매력적인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황리단길의 활력이 북쪽으로 뻗어가지 못하고 있다. 센트럴 파크가 주변의 박물관, 미술관, 유명 상점들과 소통하면서 사랑받는 공간이 된 것처럼 봉황대 공원 주변에도 여유와 휴식을 취하던 이들이 들릴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가게들이 다시 들어설 필요가 있다. 남쪽의 황리단길은 이제 단순한 길을 넘어 인근 골목으로까지 모세혈관처럼 젊은 기운이 퍼져나가고 있다. 철거로 휑한 땅에 다시 가게들이 들어서고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남쪽 황리단길의 활기가 북쪽으로도 전달되지 않을까?
봄이다.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 피렌체의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가 지금 한국의 남도에 있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가 그린 203 x 314cm의 대작인 ‘봄’은 오렌지 나무와 월계수를 비롯해 세심하게 그린 약 500여 종의 꽃들이 봄 잔치를 알리고 있다. 지금 주위를 돌아보면 보티첼리의 ‘봄’보다 더 화사하고 우리의 봄을 만나게 된다.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목련들이 마을과 산에 지천으로 피기 시작하면서 이래저래 움츠리고 불안한 마음들을 달래주고 있다. 땅바닥에는 노란 복수초와 새끼손톱보다 작은 노루귀, 봄까치꽃, 제비꽃들이 봄을 알리더니 사진전문가들은 연이어서 바람꽃과 얼레지, 현호색들의 소식들로 2021년의 봄을 알려주고 있다. 봄을 봄이라고 말하는 순간 봄은 이미 사라지는 것일까? 말로, 눈으로 떠드는 만큼 성큼성큼 봄은 걸음을 빨리하고 다른 꽃들이 피기를 재촉하고 있다. 조만간 경주는 벚꽃 천국이 될 것이다. 해마다, 봄마다 그 봄의 색깔이 있다. 올해의 봄빛은 유달리 더 많은 감동과 여운을 주고 있다. 지난 2020년에 우리는 우리의 봄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놀란 마음으로 무감각속에 봄이 왔고, 봄이 왔다고 만나러 갈 수도, 꽃이 피었다고 좋다고 떠들 수도 없는 시기였다. 묵언의 자세로 맞이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봄기운이 우리를 희망으로 정화해주고 있는듯하다. 사진을 배우기 위해 카메라를 새로 장만하고 처음 만난 것들이 올해 봄꽃들이다. 노루귀와 변산바람꽃을 만난 순간 숨을 멈추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면 쉽게 볼 수가 있지만, 실제로 산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작은 크기에 놀랐다. 키가 9~14cm에다가 아주 연약한 줄기를 가지고 있어서 훅하고 불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다. 그 꽃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도, 사람들도 땅에 완전히 납작 엎드려야 한다. 때로 대포만 한 크기의 렌즈를 달고 있는 카메라도 여지가 없다. 엎드려 있다가 족히 30분은 지나야 자리에서 일어선다. 경건 그 자체이다. 이것이 진정 봄을 맞이하는 태도가 아닐까 한다. 공경하는 자세로 삼가고 조심하는 것을 경건이라고 한다. 전문사진가들이 봄꽃을 맞이하는 자세, 감탄만 하고 구경하고 지나치는 수준에서 경건으로 바뀌는 것, 경건하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한다. 경건의 자세는 소중하고 귀한 것을 알기 때문에 우러나오는 태도이다. 그래야 우리의 봄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길고도 지루한 1년을 보내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함부로 소비했고, 편리하게 사용했던 것들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입을 즐겁게 하려고 사육하고 무자비하게 죽였던 많은 동물에 대해서 충분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꽃을 밟거나 꺾지 않는다고 하는 사고에서 나노의 세계 같은 작은 아름다움도 기록에 남기려고 하는 자세는 자연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가진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자연과 합일하려는 동양적 사고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봄이면 매화 한송이만 피어도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 기별하여 모여서 시를 적고 이야기를 나누는 운치가 우리에게 있었다. 그러한 정신적 DNA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수되고 있다. 자연과 동물들을 저 작고 여린 꽃들을 대하는 자세로 만난다면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백신보다 부작용이 없으면서 사랑이 충만한 완전무결한 백신이 될 것이다. 인간관계 또한 이러한 개념을 적용하여 경건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한다면 사랑을 논하지 않아도 사랑이 충만하고, 어짊과 덕을 논하지 않아도 자연히 성취될 것이다. 사후약방문격인 백신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많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자연의 가해자였기 때문에 일어난 사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 만큼, 어떤 부분들은 우리가 참고 견디며 해결해야만 한다. 봄을 맞이하는 자세로 어떤 존재도 상위가 될 수는 없다는 평등과 자유를 만끽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 때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pisode 바이칼 호수의 시리도록 하얀 자작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기찻길 옆을 지나는 장면을 떠올린다. 가장 좋은 기분일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자작이 주는 어떤 매력은 보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가 힐링이 아닐까? 구미라 작가 010-5533-2539 / rndfk019@hanmail.net 개인전 4회(서울, 대구, 경주) 경주, 봄 그리다전(솔거미술관, 2021), 경북 Art Festival(서울인사동Gallery경북, 2017), 목월, 그림으로 환생하다(경주예술의전당, 2015) 등 초대전 및 국내외 교류전, 단체전 100여회 올해 작가상(Art저널, 2012), 現 한국미술협회 회원, 경주여류작가회 회장
청소년수련시설 경주시 화랑마을은 여성가족부 주관 2020 전국 청소년수련시설 종합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을 획득했다.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일 주낙영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우수등급 시설임을 알리는 현판식도 개최했다.경주시에 따르면 청소년수련시설 종합평가는 전국 236개 수련시설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실시..
한국수력원자력은 22일 UAE원자력공사(Emirates Nuclear Energy Corporation, 이하 ENEC)와 UAE에 수출한 한국형 신형경수로(APR1400)의 연구개발 및 기술교류를 위한 ‘R&D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서면으로 체결된 양해각서를 통해 두 기관은 앞으로 3년간 원전 기자재, 방사화학 등 9개 분야의 R&..
경주시는 ‘경북도민 행복대학’ 경주캠퍼스 신입생을 모집한다. 행복대학은 유네스코의 ‘모든 이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이라는 세계 시민교육 방침에 따라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시는 이달 22일부터 4월 2일까지 평생학습포털경주 홈페이지(http://www.gye..
세계유산도시기구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처(OWHC-AP, 이하 사무처)는 2021 OWHC-AP 세계유산도시 국제사진공모전을 진행한다.‘오래된 추억, 세계유산도시(Reminiscences of World Heritage Cities)’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공모전은 세계유산도시기구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원도시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대상으로 한다.이..
해와 달의 공존 일상에서 우리는 음과 양의 혜택을 무한히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음과 양의 혜택을 깨닫고 산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최현숙 작가 / 010-5547-9866 계명대학교 예술대학원 서예과 석사 개인전1회, 한일교류전, 한중교류전 등 국제교류전 및 단체전 다수 현 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 회원
영국이라는 나라의 성향을 두고 이야기 할 때 ‘전통을 존중하는 나라, 바꾸려고 하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필자 또한 한국에서 살 때 언론이나 여러 매체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말이 바로 저 표현이다. 식자층이던지, 일반서민이든지, 관료이든지,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든지 간에 영국을 두고 이야기 할 때, ‘대영제국’이나 ‘한 때 해가 지지 않았던 나라’와 더불어 꼭 등장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과연 그럴까? 그들은 변화를 싫어할까? 그래서 아직도 구닥다리 사고방식으로 오랜 것들만 고집하고 살고 있을까? 강산이 두 번 반 정도 바뀐 세월을 살면서 필자가 경험하고 지켜 본 바, 한 때 전세계의 대부분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 살았던 이 조그만 섬나라 영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는 바이다. 오히려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먼저 변화의 동인을 제공하고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들을 앞서 시작하고 그 어떤 사람들보다 항상 두세 걸음 앞서서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바로 영국 사람들이다. 필자가 본 영국 사람들은 한 마디로 그 어떤 나라들보다 훨씬 더 진취적이고 개방적이고 혁신적이고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고는 이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문화 대부분에 전방위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폼 나고 어렵게 그리고 더 논리적으로 개진할 수도 있지만 아주 쉽게 말씀 드리자면 증기기관이 왜 나왔을 것이며 전화기가 어떻게 만들어 졌을 것이며 www로 시작하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은 또 어떻게 시작 되었을 것이냐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젊은 문화의 대 반전이라 할 수 있는 히피 문화, 펑크 음악 또한 바로 이 영국에서 시작이 된 것이고 오늘날 은행이라 부를 수 있는 금융 산업, 보험업도 영국에서 시작 되었고 TV를 만든 사람도 이 섬나라 사람이고 세계최초 방송이란 이름으로 영상을 공중으로 송출한 장본인도 바로 BBC이다. 이외에도 열거하자면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 섬나라 사람들의 이러한 진취적이고 혁신적이고 항상 앞서가는 예시력과 창의성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을까? 바로 항상 꼼꼼하게 생각하면서 철저하게 비교하고 섬세하게 분석하면서 치열하게 끈기를 가지고 결과에 도달하는 ‘열린 사고 - multi thinking’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과정에서 ‘오래된 옛 것’이 항상 출발의 말머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바로 ‘지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라는 것이다. 즉 현재의 새로운 출발선을 바로 이전 단계에서 무엇이 있었던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옛것을 존중한다. 전통을 존중한다. 오래된 것을 버리지 않는다’라는 영국 사람들의 가치는 바로 여기서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 이미 옛것이 된 것에는 수많은 과거와 시행착오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하나의 결과물이다. 우리 조상들의 ‘온고지신’을 바로 영국 사람들을 너무나도 지혜롭게 활용하고 있다. 이제 ‘고향땅 음식’ 이야기로 훌쩍 건너와 불쑥 한 말씀 드리겠다. “천년한우로 메인을 먹고 후식으로 경주빵이든 황남빵 하나 먹자” 굳이 천년한우가 아니어도 되고, 경주빵과 황남빵이 아니도 된다. 천년한우가 팔우정 해장국이 되어도 되고 경주빵과 황남빵이 교동법주가 되어도 된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경주만의 고유한 음식들을 멋지게 조합해서 이것이 trend경주로 알려지고, 결국에는 brand경주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공간전개(space management)로 진행되는 한국의 밥상 문화에서, 시간전개(time management)로 진행되는 서양의 음식문화를 접목해 보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서양 사람들이 전식이라 부를 수 있는 음식들이 어차피 식탁위에 반찬으로 깔려 있는 것이 우리 한국의 식문화이다. 여기에 ‘time management’를 살짝 지혜롭게 넣어보자는 것이다. 하는 말로 음식의 ‘추임새’가 될 수 있고 보기에 따라서 빛나는 ‘엣지’가 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타이밍도 좋다. 서양 음식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교제 – social eat/social dine’ 가 한국에서도 정착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주는 관광문화도시로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도시이다. 휴식, 관광, 여행, 삶의 재충전, 역사공부, 심지로 비즈니스로 오는 사람들조차도 경주는 ‘한 박자 쉬어 가는 삶의 재충전’이 자연스럽게 이입되는 곳이다. 쉬운 말로 경주는 무엇이든지 긴장이 해제가 되는 곳이기 때문에 ‘something social’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진행이 될 수 있는 도시이다. 이 논리가 전혀 틀리지 않다면,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는 한국에서 볼 때 ‘후식’이라는 서양 음식문화가 가장 완벽하게 적용되어 잘 정착할 수 있는 최대의 환경을 보물처럼 가진 도시이다. 아주 죄송하지만 ‘커피는 되고 경주빵은 안 되나? 아이스크림은 되고 황남빵은 안 되나?’란 질문을 필자는 드리고 싶다. 좀 더 죄송하지만, 만약에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필자가 오늘 지면의 절반을 할애한 영국 이야기를 참고하시면 근거 있는 명답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시작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시민토론회가 3월 9일 북부권 토론회까지 마쳤다. 토론회가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행정통합은 시민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역문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조차 눈여겨보지 않는 이유는 행정 분리가 지방 침체 원인으로 보는데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이 수도권 집중과 지방 위기상황 해결에 대안이 될 수 없는 탓이기도 하다. 행정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도권에 대응하고 상생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지역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집적경제 효과를 기대하는 메가시티전략은 지역 내 불균형 문제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 경상북도 도청 이전으로 지역발전을 기대했던 북부권에서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그러한 이유다. 산업집적에 의한 규모의 경제효과는 행정체계보다 교통망과 같은 산업입지 조건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16~`25)’과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1~`30)’은 대도시 교통난 해소와 철도물류 활성화를 위해 대구를 중심으로 광역철도망 구축을 추진하거나 구상하고 있다. 대구를 중심으로 편성된 광역철도망은 주변 지역과 도시 연담화를 가져와 행정통합과 관계없이 메가시티 형성의 계기가 된다. 행정통합보다 지역 내 균형발전을 위해 대구 대도시 영향권에서 소외된 지역발전 대책이 더 시급한 과제다. 행정통합이 권역과 지역 간 연계협력 강화로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연계협력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교통망 구축은 행정통합보다 정부의 계획과 재정투자로 결정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연계협력 강화를 위한 통합 형태를 대구경북통합특별시와 대구경북특별자치도로 제시하고 있다. 2가지 대안으로 제시된 통합 형태는 대구광역시 7개 구와 1개 군, 경상북도 23개 시·군 등 31개 구·시·군의 자치권을 유지하는 대구경북통합특별시(안)과 대구시 7개 구를 준자치구로 하여 24개 시·군으로 구성된 대구경북특별자치도(안)이다. 대구경북통합특별시(안)은 현재 2개의 광역자치단체를 1개로 통합하고 31개 기초자치단체는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사업은 법인체로 자율권을 지닌 기초자치단체가 사업의 주체라는 점에서 광역자치단체 통합으로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또 하나의 통합 형태는 대구광역시를 특례시로 설정하고, 대구시 7개 구를 준자치구로 편성한 대구경북특별자치도(안)이다. 대구시 7개 구를 준자치구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의회나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필수적이다. 지방자치법에서 자치단체 변경은 해당 지방의회 의결 또는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변경을 위한 과정과 결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통합 형태조차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통합의 당위성만 주장하는 논리적 모순으로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구경북특별자치도(안)은 실현 가능성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형태를 대안으로 내놓고 토론회를 진행한 셈이다. 행정통합의 장점으로 제시되고 있는 연계협력은 광역행정 통합과 관계없이 추진할 수 있다. 오히려 상생협력에 의한 지역발전은 광역자치단체 행정통합보다 기초단체 간 광역협력이 더 실질적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이미 행정협의회, 지방자치단체조합, 지방자치단체 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지자체 간 협력과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현행 법제도에서도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은 대구경북 광역자치단체 또는 기초단체 간 연합과 협력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물류와 관광객 분산을 위해 구미와 통합신공항, 포항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과 낙후지 발전을 위해 동해 중부선 역세권 개발은 광역행정통합과 관계없이 지역협력으로 중앙정부에 제안하여 추진할 수 있는 사례다. 실효성 없는 광역행정통합보다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에 부응할 수 있는 지역협력체계 구축방안 마련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하겠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창업자 자립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청년창업 지원정책을 시행해 왔으나 창업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경주시의 ‘청년창업 CEO임대료 지원 사업’의 경우 빈 점포를 활용해 창업하는 청년에게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고 청년창업자 자립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업은 시비 2억원으로 만 19세~39세의 청년들이 도심권 10곳, 비도심권 10곳 등 총 20곳의 빈 점포에서 창업을 할 경우 월 임대료의 50%, 월 최대 50만원씩 10개월간 임대료를 지원하고 업체당 최대 300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는 등 최대 8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 사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 지원으로는 창업을 하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청년창업 지원 사업으로 다양한 공모사업과 지자체 차원의 지원 사업을 해 왔다. 지난 2017년에는 경주시가 중소기업청 청년몰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북부상가시장 청년몰인 ‘욜로몰’을 진행했다. 욜로몰 조성사업에 총 15억원(국비 7억5000만원, 도비 1억2000만원, 시비 4억8000만원, 자부담 1억5000만원)이 투입됐지만 기대했던 북부상가시장 활성화와 청년창업자들의 안정적인 운영은 되지 않았다. 최근 국세청 국세통계 홈페이지에 공개된 경주지역 사업자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경주지역에서는 30대 미만 사업자가 377명이 늘어났다. 이는 황리단길이 젊은 층이나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자체 청년창업자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청년창업 장려정책도 한몫을 했다. 각 지자체마다 청년일자리 만들기는 큰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열악한 물리적, 사회적 환경은 청년들에게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주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자체들이 청년일자리 창출을 청년창업 지원으로 돌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 정부나 지자체의 청년 창업지원은 대부분 단기적인 지원책에 불과하다. 청년들이 창업을 하고 충분히 자리 잡기까지 최소한의 지원과 관리가 있어야 하지만 창업을 지원해 준 이후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예산이 많이 투입된 성건동 북부상가시장 ‘욜로몰’이 침체된 것도 주변 상가와의 공생관계 부재, 창업자의 전문성 결여, 시의 무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청년창업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최소한 중기적인 지원책이 요구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형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생적인 경제력이 취약한 경주의 경우 창업청년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세소상공인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청년창업자를 만들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청년창업자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또 청년창업자의 경우 기존 주위 상인들과 공존 공생해야 하는데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 상인들과 청년창업자 간 발전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청년창업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성건동 북부상가시장 ‘욜로몰’도 청년창업자들의 전문성 부족과 주위 상인들과의 불편한 관계, 홍보 지원 부족 등으로 인해 오래 가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주시나 경주시의회에서 나서야하지만 기존 상인들과 불편한 관계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처하곤 했다. 경쟁력 있는 청년창업자를 양성하는 다양한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청년창업자들이 능력에 따라 경쟁력 있는 업종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홍보를 지원해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경주를 떠난 인구 중에 연령대별로 20대가 가장 많았으며 대부분 인근 울산광역시도 일자리를 찾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주시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인 2~30대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경주를 떠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업종의 청년창업은 중요하다. 청년들이 아무리 좋은 경쟁력 있는 전문성을 갖고 창업을 하더라도 행정의 무관심과 지역사회의 폐쇄적인 환경에선 성장할 수 없다. 청년창업을 일자리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장려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좋은 환경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떠나는 경주는 도시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으며 미래 또한 결코 밝지 않기 때문이다.
알레르기가 이렇게 고약한 줄 몰랐다. 영국에서 9살짜리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핥고는 사망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 중이었다는데, 알레르기를 걱정한 아버지가 판매자에게 세 번이나 확인을 했다고 한다. 영국 공공의료서비스(NHS) 의사이기도 한 아빠가 놓친 것은 초콜릿 소스였다. 검시(檢屍) 보고서에 따르면 소스 속에는 땅콩과 아몬드 등 무려 다섯 종류의 견과류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가여운 소녀는 견과류 외에 달걀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당시 천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면역 질환 중 알레르기가 규모나 방식 면에서 가장 크고 다양하게 우리를 괴롭히는, 난치성 질환이다. 대부분 무해한 무엇인가에 우리 몸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게 알레르기다. 성질머리가 나빠서 그렇다고? 절대 아니다. 사람들의 약 50%가 적어도 한 가지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땅콩이나 우유일 수도 있다. 지역에 따라 알레르기 환자 비율이 10%에서 40%로 다양하다. 흥미로운 것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알레르기 환자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선진국일수록 알레르기 환자 비율이 높다는 말이다.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알레르기를 ‘깔끔병’이라는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상관관계를 한방에 설명해 줄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혹 도시화된 국가 시민들이 오염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어서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자동차 디젤 연료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난한 국가보다는 부유한 국가에서 항생제 사용량이 많으니 면역 체계에 영향이 있을 거라 의심하기도 한다. 운동 부족이나 비만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알레르기가 유전적이지는 않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유전자에 따라서는 특정 알레르기가 자녀에게 이어질 확률은 40%라고 한다. 꽤 높지만, 애매한 그 숫자 덕분에 확실하다고 볼 수는 또 없다. 한 마디로 우리는 알레르기에 대해 잘 모른다. 대부분의 알레르기는 아주 성가시다. 아침만 되면 재채기를 10분 째 하는 우리 이모를 봐도 그렇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도 있다. 미국의 경우 일 년에 700명 정도가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기도를 막을 정도의 극도의 반응’을 가리키는 아나필락시스는 주로 항생제 때문에 생기지만, 위에서 언급한 영국 여아처럼 음식을 잘못 먹어도 생긴다. 그 외에 곤충의 침이나 라텍스 침대나 베개 때문에도 생긴다고 한다. 특정한 물질에 유달리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찰스 A. 패니터낵의 『우리 안의 분자(The Molecules Within Us)』에서는 비행기에서 두 줄 떨어진 곳에 앉은 승객이 먹은 땅콩 때문에 이틀 동안 입원해야 했던 아이 사례도 있다. 과장이 심하다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숨이 막혀 죽을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그 과장 같은 현실이 점점 증가한다는 데 있다. 보고에 따르면 1999년 기준 땅콩 알레르기 아동의 비율이 0.5%였는데, 지금은 4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럼 알레르기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들 녀석의 경우 꿀이나 두유는 일부러 안 먹인 것 같다. 애 엄마나 주변에서도 아주 어릴 때는 그런 음식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한 것 같다. 땅콩도 그래서 일부러 먹이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에서는 정반대로 말한다. 어릴 때 오히려 소량을 노출시키는 것이 땅콩 알레르기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권고했다(2017년 기준). 그러자 다른 전문가들은 그건 사실상 부모가 자녀를 상대로 실험을 하는 거냐며 강력히 반대한다. 의사가 가까이서 관찰하는 환경이 아니면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알레르기, 알면 알수록 어렵다. 역시 감소나 완치에 대한 명확한 비법이나 근거는 없다. 여태 답도 없고 갈 길도 먼 알레르기 이야기였다. 박세리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그런데 햇빛 알레르기, 잔디 알레르기가 있었다고요(질문자)?” “더워서 그런가 보다, 뭘 잘못 먹었나 보다 그러고는 무시했죠. 선수 생활 끝나고 알았어요.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그렇게 최면 걸듯 살아서 그런지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지 뭔 알레르기가 있는지 몰랐죠(박세리)” 이제 접종을 시작한 코로나 백신 주사에 아나필락시스성 반응이 보고되고 있어 걱정인 요즘이다.
아주 오랫동안 안미옥 믿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내 얼굴이라는 것을 낮에는 낮 밤에는 밤의 속도로 시간이 자란다는 것을 쇠못으로 그림자를 떼어낼 수 있다는 것을* 빛을 꺾어 땅속에 묻으면 뿌리를 내린 빛으로 땅 밑이 환해진다는 것을 천사가 있다는 것을 천사의 손금은 깊고 복잡하다는 것을 크게 웃는 사람의 침대는 슬픔으로 푹신하다는 것을 계단은 발을 숨기고 싶어 하고 두껍고 무거운 문을 가진 사람일수록 문이 없단 척한다는 것을 그런 차가운 얼굴을 세상은 여름부터 시작되었고 꿈에서 힘껏 도망쳐 나온 방향에서 아침이 시작된다는 것을 거짓말이 발명되던 시기에 살던 새는 아침마다 울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벽은 새장이 열리는 소리로 가득하다는 것을 미래를 닮은 유리창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맨발로 깨진 유리 조각을 밟고 서 있다 여러 겹의 얼굴이 겹쳐 흐를 때 믿고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사람을 낫게 한다는 말을 *스티븐 킹, 『악몽과 몽상』 -‘그렇구나!’ 와 ‘그렇지만’ 사이, 숨 쉬고 물결치는 감각 재미있는 시들을 읽으면 움찔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내밀한 생각이 실은 내가 품었던 생각이었다는 실감과 인식으로부터 온다. 그러나 인식만으로 다 볼 수는 없다. 이때 감각이 개입한다. 이 시는 구절마다 ‘아! 그랬지’ 그런데 ‘지금은 아니지’ 하는 실감을 하게 만들면서 운동성의 언어로 꿈틀거린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밤의 시간이, 천사의 모습이, 뿌리를 내린 빛이 땅을 환하게 한다는 생각이 그렇다. 그러다 거짓말이 발명되던 시기에 아침마다 울던 새, 미래를 닮은 유리창에까지 나아가면 이 시는 현실과 환상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이 시에서 내가 제일 깊이 공감하는 실감은 “계단은 발을 숨기고 싶어 하고/두껍고 무거운 문을 가진 사람일수록/문이 없단 척한다는 것을”에서 읽는,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성숙된 존재의 향기다. 아직은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곧 “차가운 얼굴”로 몸을 바꿀지도 모른다.
일단 방하착을 하고 올려다보니 돌계단 위에 큰 불전이 있는데 ‘천불보전’이라는 한글 편액이 걸려 있다. 한글로 된 사찰 편액이 흔하지 않고, 주전이 천불전인 사찰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본존불의 동쪽은 관음보살, 서쪽으로는 지장보살이 시립(侍立)하고 있다.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보살이라면 주불은 아미타여래여야 한다. 그런데 법당 안에는 지권인을 한 비로자나불을 주존으로 한 삼존불과 그 주위로 빼곡히 천불을 모셨다. 작가 최명희는 ‘혼불’에서 “전상(前相)이 불여(不如) 후상(後相)이요, 후상이 불여 심상(心相)이라”고 했다. 앞모습이 아무리 좋아도 뒷모습만 못하며, 뒷모습은 마음이 훌륭한 것만 못하다는 의미이다. 현재의 원원사를 전상이라고 한다면 그 뒤에 있는 원원사지는 후상이 된 것이고 이 사찰을 조성한 당시 신라인들의 생각이 바로 심상이 될 것이다. 천불전을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높은 축대 위로 돌계단이 있는데 그 위에 탑 2기가 동서로 마주하고 있다. 양 탑 사이에는 화사석을 잃어버린 석등이 있고 그 뒤로 민묘가 있다. 이곳 원원사지뿐만 아니라 사찰 건물이나 탑이 서 있는 자리는 한눈에 보아도 명당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남산 여기저기 절이 있던 자리에는 민묘가 조성되어 있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석탑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묘를 쓰고 석탑의 부재를 상석으로 놓은 사례도 더러 있다. 이 자리에 있는 묘도 언젠가는 이장해야 할 것이다. 쌍탑 뒤는 금당지인 듯한데, 낮은 축대 위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주춧돌이 보인다. 그 뒤로 강당지인 듯한 또 하나의 건물지가 있다. 옛 기와 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그 조각을 모아 탑을 쌓아 놓았다. 금당터 좌측 뒤쪽에는 정면 2칸 측면 1칸의 자그마한 건물이 있다. 용왕전이다. 우측 방에는 용왕을 모셔놓고 좌측 방은 바닥이 샘이다. 원원사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 전기까지 밀교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이후 원원사의 법등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폐사되었고 석탑도 무너졌다. 이 절터는 1930년대에 일본 교토대 고고학교실 조수로 있던 노세 우시조(能勢丑三,1889-1954)에 의해 발굴되었다. 그리고 삼층석탑을 1931년 가을 경주고적보존회에서 복원하였다. 『삼국유사』 「신주」편 ‘명랑신인’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新羅京城東南二十餘里 有遠源寺 諺傳 安惠等四大德 與金庾信金義元金述宗等 同願所創也 四大德之遺骨 皆藏寺之東峯 因号四靈山祖師嵓云” 이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신라 서울 동남쪽 20여리에 원원사가 있다. 세간에서 전하기를 안혜 등 네 분의 큰 스님이 김유신·김의원·김술종 등과 함께 세웠다. 네 분 큰 스님 유골을 모두 이 절의 동쪽 봉우리에 묻었다. 그래서 사령산(四靈山) 조사암(祖師嵓)이라고 한다” 이 기록에 나오는 안혜 스님은 명랑 스님의 제자이다. 밀교의 한 종파인 신인종(神印宗)의 개조(開祖)인 명랑 스님은 선덕여왕 원년(632)에 당나라에 들어갔다가 정관 9년(635)에 본국으로 돌아와서, 670년 당나라가 신라를 침공해 오자 사천왕사를 건립하고 문두루비법으로 이를 물리쳤다. 명랑의 제자였던 안혜가 원원사를 창건하였는데 사천왕사와 같은 밀교 계통으로 호국불교의 성격을 가진 사찰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안혜와 함께 이 절을 세웠다는 김유신·김의원·김술종 3인 중 김술종은 김유신과 함께 『삼국유사』에 의하면 남산 우지암에서 열린 화백회의에 참석하였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절의 창건 연대는 이 두 인물이 활동하던 7세기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사진이 사물을 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진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지난 주 이 다리 하나가 페이스 북에 올라왔다. 사진작가인 이정환 씨의 페이스북이다. ‘백미러를 통해 본 아름다운 풍경’이란 제목의 사진은 폐지를 모아가던 수레에서 폐지가 흘러 길바닥에 너부러지자 지나가던 젊은이가 달려와 다시 정리해주는 모습이 잡혀있다. 그게 카메라에 바로 잡힌 게 아니고 이미 이정환씨가 지나온 길 뒤에서 일어난 일이라 자연 이정환 씨의 카메라가 백미러를 잡은 것이다. 수레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수레가 모자랄 만큼 많은 짐이 쌓여있었고 길바닥에는 꽤 많은 폐지들이 쏟아져 쉽게 치우기 힘들어 보일 정도다. 수레를 밀고 가던 노인이 혼자서 치우려면 여간 힘들지 않아 보이고 갑작스럽게 싣다 보며 또 다시 수레에서 밀려나와 같은 일이 반복될 지도 모른다. 이런 추측을 떠나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자기 일처럼 달려와 해결해 주려는 마음은 따듯함 그 자체다. 이 마음만큼 사진이 주는 깊이도 남다르다. 차는 지나갔지만 잠시 멈추고 피사체가 아닌 백미러에 주목한 순간의 이정환씨 마음도 작은 배려였을 것이다. 차를 내려 폐지 줍은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면 초상권 문제도 생길 법하고 무엇보다 이런 자연스런 모습을 담지 못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백밀러를 통해 가만히 이 장면을 찍고 흐뭇해 했을 이정환 씨의 마음까지 사진을 통해 들여다 보인다. 굳이 그가 밝힌 사진 설명을 첨가하는 것이 오히려 사족처럼 보일 정도다. “참 이뿐 모습,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 보이고 희망이 있지요?” 이정환씨는 지난 해 12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진이 주는 미학과 글이 주는 철학이 조화를 이룰 때 보다 깊은 울림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사진에 어떤 글을 담느냐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 밝힌 바 있다. 이 아름다운 컷에 실린 젊은이들의 마음과 그것을 백미러를 통해 담아낸 이정환 씨의 작품은 최고의 명작이라 할 것이다. 이정환씨의 말대로 당연히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고 희망 있다.
2015년 6월, 2개월간 유럽지역 자유 캠핑 여행을 했습니다. 우리부부와 딸 내외, 외손주 2명(초등생)등 가족 6명이 함께 했어요. 이동하기 힘든 인원에 짐 가방도 7~8개 나 되어 여간 힘들지 않았어요. 영국, 스코트란드, 아이스란드를 거쳐 동서 유럽권과 포르투칼, 스페인 등 12개국이 여행 대상지였죠. 각국의 생소한 노정과 낯선 풍물에 힘들었지만 호기심을 등불 삼아 좋은 경험을 했어요. 지금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만큼, 당시의 기행 관련사항을 참고해 주요 발자취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르투칼의 에그 타르트 빵 포르투칼 관광객이면 꼭 맛봐야한다는 ‘에그타르트’ 빵의 원조가게가 리스본 제로니무스수도원 건물 옆에 있어요. 관광객들이 가게 앞에서 도로를 따라 장사진이었고 먹고 가는 사람이 서있는 줄과 그냥 사가는 줄로 시끌벅적해요. 빵 1개 1.05유로(1430원)이며 하루 평균 1만여개가 팔린다고 합니다. 오렌지 색깔 둥근 빵으로 겉은 바삭 바삭 속은 말랑말랑, 달콤하고 부드러워요. 나이든 나도 맛이 좋은데 손자 녀석들이야 오죽하겠어요. 이 빵은 원래 이 옆 수도원에서 제조되어 온 것으로 달걀 노른자위로 만들어진다고 해요. 수도원이 번성할 때 해마다 수녀복에 풀을 먹이기 위해 수천 개의 계란 흰자위를 사용하였는데 버려지는 노른자위가 아깝고, 또 수사들의 식재를 위해 빵을 만들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수도원 근처 설탕 정제 공장으로 운영권이 넘어가 1837년부터 공장주가 가게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 후손들이 대를 이어오고 있다고 해요. 지금도 수도원에서 전수된 레스피대로 만들고 있으며 이 비법은 주인과 2~3명의 핵심요원만이 알고 있다고 합니다. 빵가게 이름은 ‘파스테이스 데 벨렘’이라고 불러요. ▲리스본의 28번 트램(전차)과 우리가족 소매치기 사건 리스본시내 일반교통수단은 주로 트램(전차)인데 그중에서도 노란색상의 28번이 고지대가 많은 리스본 중심부와 주변을 두루 관통하는 혈관 같은 교통수단입니다. 따라서 시내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이 이 노선을 즐겨 이용하고 있어요. 오랜 기간 운행된 낡은 전차이며 좁은 철로에 언덕길과 골목을 요리조리 다니다보니 복잡하고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리스본 시내모습을 제대로 보려고 하면, ‘상조르제성’까지 올라가야하는 데 이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 코스가 필수예요, 그래서 항상 이 트램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따라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주의말도 듣게 되요. 그런데 설마 하던 우리가 털렸어요. 사위가 100유로 (1유로/1365원) 1장을 소매치기 당하고 말았어요. 호주머니 한 쪽에 비상용으로 꼭꼭 접어 두었는데, 그놈들의 빼기 술법이 교묘한 모양이죠. 몇 명이 한조를 만들어 찜한 자를 밀치고, 정신을 딴 데로 홀린 다음 슬쩍한 모양이에요. 흔들리고 복잡한 차내에서 아이 둘까지 커버해야하니 자신(사위)보안에는 다소 소홀했구나 싶어요. 차비가 1회에 3유로이니, 이 전차를 30여번 더 탈 수 있는 거금인데 하필 멀리 코리아에서 찾아온 우리한테 마(魔)가 뻗혔는지 그땐 억울했어요. 그러나 가끔 이 에피소드를 끄집어내어 얘기할 땐 좋은 여행 자산이 되어 웃곤 합니다. ▲대서양의 최서단 해수욕장과 한국 해산물 식사 연일 뜨거워지는 7월의 포르투칼, 폭염을 피하기도하고 애들을 위해 해변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맑은 날씨에 해안을 따라 500번 2층 빨간 버스는 신나게 달립니다. 해변 도로는 깨끗하고 이름 모를 서양나무들이 줄을 서서 지나갑니다. 언덕에는 좋은 저택들이 바다를 향해 서있고 해안 곳곳에 요트들이 접안돼 있어 그들의 풍요로움이 부럽기도 해요. 약 한 시간 후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이 넓은 어느 해수욕장에 내렸어요. 포르투 북서쪽 근교에 있는 마토지뉴스 해수욕장이랍니다. 멀리 대서양의 확 트인 만경창파가 수평선으로 아득해지면서 우리가 대서양의 최서단 해변에 와있구나 싶어 약간 흥분되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서핑과 해수욕장으로 이름나있다고 하는데 모래벌이 넓고 길어요. 더운 여름치고 피서객들이 많지 않고 한적해서 좋았어요. 애들은 물가에서 두 형제끼리 첨벙거리며 놀았어요. 딸 내외는 저희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우리 둘은 애들의 동태를 주시하며 지냈죠. 보통 애들의 안전은 내가, 조석식사는 집사람이 주로 맡고 숙소예약과 노정 찾기는 딸 내외가 하게 되는 데 가족인데도 가끔은 의견충돌이 생겨 서로 짜증과 오해가 생겨요. 이럴 때 마음을 푸는 프리타임 시간이 필요하게 되더군요. 점심때는 뒤쪽 도시 골목 식당에 들렀어요.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도미, 청어, 오징어 등 영락없는 한국생선이 올라오더군요. 대서양에서도 우리나라 어족이 자라나 싶어 무척 반가웠어요. 그리고 큰 석쇠에다 소금을 뿌려, 생선을 굽는 모습도 우리와 똑같았어요. 그러고 보니 포르투칼이 한국 음식문화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포르투에서 멋진 시민축제행열을 보다. 도루강 주변 야경을 보기위해, 푸른색 타일로 장식된 아름다운 상벤투 기차역을 지나갔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라고 합니다. 마침 시민축제행렬이 요란한 밴드 음악소리를 앞세워 시내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뜻밖에 좋은 구경거리를 만나게 됐죠. 시내 각 지역 주민들이 지역 전통의상을 입고 특산품을 들고 밴드를 앞세워 춤을 추고 노래하며 거리를 자유스럽게 행진하는 일종의 연중 민속놀이라고 합니다. 일반시민과 관람객들은 도로가에 서서 구경하고 나중에는 그들과 같이 어울리기도 하더군요. 농어민과 상공인 등 직업 따라 자기들이 가꾼 과일, 채소, 빵, 생선, 기타 축산 및 공산물을 자랑하며 웃고 떠들며 거리를 활보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가진 것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관중들에게도 나누어 주더군요. 축제시민들의 얼굴은 모두들 즐겁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여유와 웃음과 재치로 시민들이 서로 즐겁게 소통하는 이런 축제행사쯤을 우리나라도 언제가 가질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종기 문화유산해설가&시민전문기자 leejongi2@naver.com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최근 한지협 경북협의회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올해 신축년에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로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해 경북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면서 “‘삶의 힘을 키우는 따뜻한 경북교육’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배움, 안전, 나눔, 소통으로 삶의 근육을 더욱 단단히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올해 신나는 배움으로 학습격차 해소 및 창의융합형 미래인재를 기르고 촘촘한 안전망 구축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구현, 따뜻한 나눔으로 교육복지 실현, 열린 소통으로 자율적 학교 문화 조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 교육감의 답변 내용 요지. #지난해 주요 성과는?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어려운 교육 여건 속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전국 최초로 실시간 유튜브 수업진행 등 경북형 원격수업 모델을 만들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시한 계기가 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교육가족 및 도민들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현장소통토론회, 타운홀 미팅 운영 등 교육 현장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경북교육 시책에 반영했다. 특히 초·중고 학생 대표와 온라인 소통을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했다. 이를 통해 민주적 정책 참여 경험, 학생 대표 역량 강화로 학생자치의 기초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미래교육의 기초도 닦았다. 지난해 7월 20일 구미에 경상북도교육청메이커교육관을 개관해 전국 최초 체험과 교육이 동시에 가능한 활동 중심의 메이커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육부 학교공간혁신사업 우수학교로 예천 감천초등학교가 선정되는 등 미래교육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각종 실적도 풍성했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2020 지방교육재정분석 결과 최우수 기관 선정, 포항해양과학고의 해양수산 마이스터고 지정, 기록관리 최우수기관, ‘블렌디드 직업교육박람회’정부혁신 우수기관 선정,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취업률 2년 연속 전국 1위라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는 위기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을 발휘한 학생과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헌신하고 계시는 교직원, 학교를 믿고 함께해 주신 학부모님들과 도민이 계셨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올해 경북교육의 주요정책 과제와 비전은? 올해는 ‘배움, 안전, 나눔, 소통’을 중점과제로 ‘삶의 힘을 키우는 따뜻한 경북교육’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첫째, 신나는 배움으로, 창의융합형 미래인재를 기르겠다. △학교지원센터 운영으로 교사가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 △전교실 무선망 구축, 전 교원 노트북 지급, 학생 스마트 기기 지급 △두레교사제 운영 등 3단계 학습안전망으로 기초학력 보장 △온라인 평가시스템인 ‘스스로 학업성취인증제’로 초3부터 중3까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 기본학력 보장 △경북형 블렌디드 러닝 활성화로 학습자 맞춤형 지원 △시울림 학교, 도전 성취프로그램 등 인성교육 프로그램 운영 △경북미래학교, 지자체와 함께하는 5개 지역의 경북 미래교육지구 운영 △수학체험센터, 메이커교육관·센터, 발명체험교육관 구축으로 창의융합 미래역량 함양 등을 위해 스마트 학교 기반을 구축하고 기초·기본학력 보장으로 학력 격차를 해소하여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고 성장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학생 중심 배움으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겠다. 둘째, 촘촘한 안전망 구축으로, 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겠다. △방역물품 및 보건 인력 지원 강화 △의성종합안전체험관 운영으로 체험중심 안전교육 강화 △내진 보강 대상 건물의 67%, 석면 제거 대상 면적의 67.5% 공사 추진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전개하여 미래교육에 대응하고 유연한 학교 공간을 만들어 가겠다. 촘촘한 안전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학생과 교직원이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데 전력을 다하겠다. 셋째, 따뜻한 나눔으로, 교육복지를 실현하겠다. △고교 전면 무상교육 실시 △초, 중, 고, 특수학교 전체 무상급식 조기 시행 △특수교육대상 학생 치료지원비 확대 지원 △‘경주한국어교육센터’ 설립으로 다문화 학생 통합 지원 체제 구축 △미활용 폐교를 활용한 학생·교육가족 캠핑장 3개소 조성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 초 123교, 중 20교 총 143교 확대 운영으로 모두에게 공정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따뜻한 경북교육을 펼치겠다. 넷째, 열린 소통으로, 자율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겠다. △정책 참여 등 학부모 교육 활동 참여 기회 확대 △특색 있는 학급 운영을 위한 학급 자율 운영비 확대 지원 △단위학교 책임경영 체제 보장 △학생자치 참여, 사회참여 및 정책 제안 등 함께하는 학생자치 활동 활성화를 통해 소통과 협력으로 서로 존중하는 민주적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 #올해 23개 시·군 교육지원청에 학교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한다고 하는데 학교지원센터의 역할은? 올해 1월 1일부터 23개 교육지원청에 학교지원센터를 개소하고 학교 업무 지원을 시작했다. 학교지원센터는 선생님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업무 중심에서 지원중심의 교육지원청의 역할 전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군의 규모에 따라 도시형, 도농복합형, 농촌형, 도서벽지형 등 4가지 유형이 있으며, 유형별로 장학사 1~2명, 주무관 2~4명의 인력이 배치되고, 학교 지원 업무를 전담한다. 학교지원센터에서는 교육활동지원, 현장활동 지원, 인력 채용 지원, 특색 활동 지원 등 4가지 영역에서 학교의 업무를 직접 지원한다. 교육활동 지원은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통합 지원하는 것이다.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 개발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교원의 법정 의무 연수, 원격수업 및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한다. 현장활동지원은 과학실 안전관리 및 폐수 수거, 도서관 운영 지원 등 학교를 직접 지원한다. 인력채용지원은 인력풀 관리, 강사 채용 등 학교에 필요한 인력 채용을 지원하며, 지역 특색 지원은 지역별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특색 있게 학교를 지원한다. 학교지원센터는 업무 중심에서 학교지원 중심으로 교육지원청의 역할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인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 변화 및 4차산업에 대응하는 미래지향적 스마트 교육 환경을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1조60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북도내 23개 시·군의 40년 이상 노후 학교시설 217동 약 48만6000㎡를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과거 강의 중심의 정형화된 교실 틀을 벗어나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학습 환경 속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교수학습과 휴식 및 놀이가 균형을 이루는 ‘삶 중심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저탄소 제로에너지를 지향하는 그린학교, 미래형 교수학습이 가능한 첨단 ICT기반 스마트 교실, 학생 중심의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공간혁신,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학교시설 복합화 등 4가지 기본원칙으로 ‘디지털+친환경 융합형’으로 추진한다.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해 온 학교공간혁신사업으로 예천 감천초가 전국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또한 학교 사용자가 만족하는 사람중심, 디지털전환, 공간혁신을 포괄하는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는 학교시설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코로나19로부터 아직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학교방역 준비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경북교육청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교 방역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학생수 100명이상 200명 이하 학교 115개교에 열화상 카메라를 확대 설치하고, 각종 방역물품 구입비 30억 원을 확보해 학교에 필요한 방역물품을 교육지원청에서 직접 구매해 학교로 지원한다. 신학기 진학, 진급하는 학생들의 변경된 학적을 반영한 자가진단시스템 운영으로 코로나19의 학교내 유입을 사전 차단하고, 학부모를 위한 카드뉴스 등 온라인 가정통신문을 정기적으로 발송해 가정 내 감염병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 또한 학교 구선원들은 정기적인 감염병 모의대응 훈련을 통해 상황 발생 시 대처능력을 키운다. 등교 시 발열체크, 학교생활 방역활동 지원에 필요한 학교 방역인력 예산 약 35억 632개교에 지원하고 ,보건교사가 미배치된 학생수 40명 이상인 초·중·고등학교에 보건교사를 전원 배치해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겠다. 학생 수 40명 미만 보건교사 미배치학교는 교육지원청 보건교사가 순회하면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과 보건교육 지원으로 학생의 안전과 건강권을 보호하도록 하겠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수업이 늘면서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에 대한 경북교육청의 대책은? 우리교육청은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기초학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3단계 학습 안전망으로 꼼꼼히 챙기고 있다. 먼저 1단계 안전망으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 지원을 위해 초등학교에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시행한다.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는 학습지원대상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목적으로 정규 교사를 추가 배치해 기초학습이 부족한 학생의 교육활동을 수업 내에서 담임교사와 협력하여 지원하는 제도이다. 2021학년도 지원인원은 57명이며, 이는 전국 최대 규모이다. 지난해에 시행해 큰 효과를 본 1수업 2교사제(협력강사제)를 함께 시행하며 올해 지원 규모는 약 100여명이다. 2단계 안전망으로 모든 초, 중, 고등학교에서는 학습지원대상학생 및 경계선 학생을 대상으로 희망사다리 교실을 운영한다. 아울러 초3학년에서 고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다중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기초학력 보장의 일환으로 두드림학교를 240개교로 확대 운영하며, 학습부진에 대한 선제적 예방을 목적으로 초1~2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오름학교를 신설하여 120개교 운영한다. 3단계 안전망으로 동서남북 4개의 학습종합클리닉센터에 소속된 학습코칭단 170여명이 각급 학교의 학습지원대상 학생들과 매칭되어 찾아가는 맞춤형 학습서비스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 지원내용은 학습부진 원인 진단, 학습상담, 학습동기 향상 프로그램 운영, 학습전략 코칭 등이며 2020학년도 지원학생 수는 2042명이다. 특히 올해는 지원대상 학생을 당초 초2학년~중3학년에서 초2학년~고1학년으로 확대할 예정에 있으며, 난독 학생들에 대한 지원 강화를 위해 전문기관 위탁 찾아가는 난독 치료지원 사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초학력을 공교육에서 보장하기 위한 온라인 평가시스템인 ‘스스로 학업성취인증제’로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업 성취도를 확인하고 보충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 교실 무선인프라 구축과 전 교사에게 노트북 지급, 모든 학생에게 스마트기기 연차적 지원을 통해 내실있는 원격수업과 쌍방향 교육을 실시해 학력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독도 교실을 위해 경북교육청사이버독도학교 홈페이지를 개설한다고 하는데 경과는 ?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독도 도발과 역사 왜곡을 자행하고 있는 가운데 독도에 대한 영토관과 역사관을 배우고 익혀 독도수호의지를 갖춘 미래지향적 인재 육성을 위해서 오는 4월 ‘경상북도교육청사이버독도학교 홈페이지’를 오픈한다. 온라인 독도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독도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단계별 독도교육 연수프로그램 제공으로 영토주권 의식을 고양하고 아름다운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도에 대한 사이버연수, 독도교육 자료실, 독도갤러리, 독도야놀자, 독도 Q&A, 독도문화예술자료, 커뮤니티 게시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이버 독도학교 홈페이지는 학생, 일반인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단계별 콘텐츠를 수료 또는 이수하면 소정의 증명서가 발급된다. #끝으로 한 말씀? 지난해 코로나19의 힘든 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겨내 주신 교육가족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올해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우리 모두의 삶이 더 밝고 더 행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교육정책을 펼치겠다. 그리고 미래사회를 주도할 역량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의 기본을 굳건히 해서 경북교육 새천년의 주춧돌을 놓아가겠다.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 모든 아이들이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교육비 부담은 확실히 줄이고, 도민의 말씀과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따뜻한 경북교육을 완성해 나가겠다. 한국지역신문협회 경북협의회
보사노바 풍 음악이 듣고 싶은 ‘통통’ 튀는 봄이다. 이 봄 ‘갤러리 화(龢, 경주시 원화로 344)에서는 중견 이상수(54) 작가를 ‘Beside 경주’ 전으로 초대했다. 이상수 작가는 결코 편해 보이지 않는 권좌 ‘The Throne’ 등 선인장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며 비판적, 사회참여적인 발상과 신선한 전시콘텐츠로 색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각가이자 화가다. 이번 전시에서 이상수 작가는 조각도가 아닌 펜과 연필을 사용해 경주의 친숙하지만 주목하지 않는 풍광들을 특별한 감성으로 섬세하게 재현해냈다. 그의 회화 작품 앞에 서면 작품에 스며든 작가의 치밀한 손길과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데, 조각가로서의 면모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두 점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로 이상수 작가를 평하기엔 부족하다.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은 그간의 작업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이상수 작가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해프닝적 요소, 한때의 반짝임보다는 전통적인 작가적 열정을 지니기를 꿈꾼다. 그러나 반짝임도, 포스터모던도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이상수 작가는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졌으나 작업은 그렇지 못하다고 고백한다. 쉽게 변화하지 못했고 그것에 대해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길 반복했었다는 그는, 그래서 그 악명 높은(?) 전업 작가다. 그의 눈빛엔 늘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가 하면, 진한 허기도 함께였다. 비정형에서 정형을, 정형에서 비정형을 찾으며 고향 경주에서 구현해 갈 그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덕분에 여러 차례 이상수 작가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주목하지 않았던...또 다른 비사이드(beside)적 경주 풍경, 갤러리 화(龢)에서 선보여 갤러리는 어떤 작가를 만나는가에 따라 그 분위기가 달라진다. 전시 기간 동안 각기 다른 작품들이 관람자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원화로 대로변 길거리를 지나치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카페&갤러리 화(龢)는 이상수 작가의 체취로 가득하다. 운이 좋은 날이라면 작가와의 대면을 통해 작품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다. 이번 전시는 다음달 11일까지 회화 10점과 조각 작품 2점을 선보인다. 선인장으로 표현된 조각 작품은 조각가로서의 면모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로 행인들의 시선을 단박에 뺏는다. 이 중 조각작품 ‘권좌(The Throne)’에는 관람자가 직접 앉아볼 수 있도록 했다 <오른쪽 하단 사진>. 그리고 10여 점의 회화작품은 지금껏 보아왔던 경주 풍경의 평범함에서 벗어나 있다. 관람자에겐 다소 생경한 시각으로 비쳐질수도 있을듯하다. 치장된 경주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는 작가의 시각에서 그린 작품들에선, 화장기 없는 경주의 민낯을 대하는 느낌이 든다. 태어나고 자란 경주의 풍경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경주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작품들은 작가의 시선 자체가 경주를 낯설게 보는데서 출발했다. 타자가 주목하지 않는 풍경, 즉 비사이드(beside )적인 경주의 풍경들이 대부분인 것. 우리의 시야에서 다소 비껴나 있는 경주 풍경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관찰해 그 속에서 작가만의 미감을 끌어냈다. 그의 시선을 따르다보면 어느새 경주 산야에서 오래된 흑백 사진 같은 새로운 아름다움에 주목하게 된다. 또 보편적 아카데미의 전통 즉, 표현양식이나 채색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이번 전시에서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형성을 구축해내고 있다. 주재료로는 펜과 연필을 사용했는데, 이전까지 전공한 조각 대신 펜과 연필, 목탄과 아크릴, 파스텔 등의 재료로 화선지와 하드보드지에 표현해내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한 것이다. 천북 동산리의 소나무, 금척리 작은 언덕 위 소나무, 계림숲, 서출지, 반월성, 주사암 소나무, 2월의 형산강, 선덕여왕릉 가는 길 등에서의 작품들에선 회고적인 이미지가 잔잔하게 번져 감성을 자극한다. “전 세밀한 묘사에 능한 편입니다. 그 작업을 잘할 수 있는 신체적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잘 할 수 있는 작업으로서 그림을 충분히 표현해두고 싶어요. 점진적으로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소위 ‘촌놈’ 기질의 우직함으로 크게 인정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상수 작가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 단연 뛰어났다. 1968년 황오동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경주 토박이다. 고교때 신라문화제 미술대회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그림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1987년 홍익대학교에서 조각 전공을 시작으로 동 대학원을 수료하고 안산을 거점으로 오랜 기간 조각가로서 작품 활동을 펼쳐왔으며 지금까지 조각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을 거점으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등 17년간(30대 중반의 대학원 시기 포함)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30대 전후를 보냈다. “스물아홉때 인사동의 지명도 높은 갤러리에서 신진작가 등용 공모전 작가 40명 중 당선됐죠. 그땐 다 잘 될 줄 알았어요” 그도 한 때 자신만만하고 장밋빛으로 넘쳐 패기가 넘치던 시절을 거쳤다. “마흔이 넘으니 세상이 뜻대로 안되더라구요. 주변의 다른 작가들을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대외적으로 작품 홍보도 잘할 줄 몰랐고 ‘한 방’을 노리기도 했습니다”고 고백한다. “문화 취향과 구조가 다양해진 현대인들에 저희 세대 작가가 추구해 온 전통과 가치가 혼돈스러워졌죠. 제가 쉽게 시류를 좇지 못했던 것에 비해, 숭고미를 추구하면서도 새로운 일가를 이루는 작가가 더러 있어 부러웠습니다. 제도권 모더니스트 계열의 마지막 세대로 교육 받았고 소위 ‘촌놈’ 기질의 우직함으로 30대까지는 인정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그는 12년 전, 마흔 둘에 조형작업물 의뢰로 우연하게 경주로 돌아온다. -“쉰에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다보니 조급해져요” ‘파격적인’, ‘생소한’, ‘낯선’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 “미술 경력으로는 중견이지만 그림으로만 보면 늦다고 할 수 있어서 그냥 ‘초보’라고 합니다” 요즈음 그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그는 독창성과 창의성을 구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고백한다. 다른 화가와는 차별화되는 작품 구상에 대한 부담을 솔직히 토로했다. 좀 더 ‘파격적인’, ‘생소한’, ‘낯선’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주문도 많고 어렵다는 이 작가는 그림과 조각 생각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많다고 했다. 그는 조각 작업을 했던 작업장의 한계로, 40대 후반부터는 다른 작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게 되었고 회화를 시작하게 된다. 그 출발로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재료인 펜과 목탄을 사용해 풍경화로 가볍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하루 13~14시간씩 그릴 정도로 너무 행복합니다. 그러나 점점 내가 잘 그리는 그림에서, 제 취향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차별화와 현대적 회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죠. 중압감이죠. 또 다른 재료에 대한 고민, 실험적 돌파구에 대한 중압갑이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새로운 작업장(현곡면 소재)이 완성되면 더욱 실험적인 작업을 확장해서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은 시대 반영해야”...“작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현상들을 조각으로 표현할겁니다” 이 작가는 또, 우리 사회에 만연한 권력욕과 갈등 등 메시지가 강한 조각 작업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여야 한다며 정치나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은 작가로서 사회참여와 함께 예술성이 동반되는 작업을 추구해 온 작가다.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은 작업의 성향일수도, 사조로선 현대미술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 시대에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슈를 반영한다는 의미로, 작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현상들을 작품으로 표현할겁니다” 한편, 2020년에는 ‘나도 왕이다!(2000, 170 x 85 x 80, 35kg, 합성수지에 아크릴, ‘제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작)’라는 조각 작품이 국가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했다. 날카로운 풍자를 통해 혁명의 타락과 과장을 명쾌히 그려낸 조지오웰의 대표작 ‘동물농장’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었다. 그는 또 “판매를 염두에 둔 작업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알려지고 유명해져야만 훌륭한 화가는 아닙니다. 유명하지 않아도 주목해야 할 작가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에필로그...취재 그 후 쉰을 넘긴 그는 여전히 기존의 관념에 따르기를 싫어하는 반항적 이미지를 풍긴다. ‘매너리즘’을 거부한 발로일까. 쉽게 세상에 길들여지기를 꺼려했던 그가 이제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행복해하며 고향 경주에서 ‘순둥순둥’ 살려 노력한다. 매진해왔던 조각 작업도 하고 경주의 풍광을 이곳저곳 들추며 그림도 그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작가로서 날카로운 발톱은 여전히 감춘 채다. 커다란 불덩이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있는 듯한 그의 화가로서 진가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도 자신을 마이너로 규정짓는 그는 겸손해졌다. 뒤섞여 살 수 있는 여유가 이제는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예술 전반에 대한 담론을 즐기면서 대체로 심각한 표정이었다. 무의미한 비판은 경계하면서. 이미 화화에서도 인정을 받은 터인 그에게 지역 출신임에도 ‘조각이나 하지’ 라는 곱지 않은 편견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지역의 화단에서도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 작가로서 한계치를 끌어 올리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그에게선 도전하려는 패기를 엿볼 수 있다. 성향적으로 자신을 비주류였다고 자처하는 그는 이제, 작품으로 경주 미술의 ‘주류’로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미술을 해서 생존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습니다”라는 표현에선 작은 조형물 작업도 감사하게 작업하려는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진한 고민과 실험적 도전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원로작가와 후배작가를 잇는 중간 역할자로 역할해주길 바라며 여전히 거친 야생의 작가로 남아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그런 이 작가를 많이 좋아해서 친해졌다. 가장 잘한 일로 ‘술 끊고 결혼한 것’이라는 작가의 앞날에 길이 행운 깊어라. #####이상수 작가는 서울 관훈미술관, 큐브갤러리, 갤러리그림손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북경아트살롱, 대한민국청년작가축전, 한국현대조형작가회전, 부산국제아트페어 등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평택 해군사령부 조형물 설치 외 다수의 조형물 작업에 참여했으며 정부미술은행(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벽화 작업도 다수.
서울시가 매달, 서울시 전역에 분포한 488개의 미래유산 중 3개를 선정해 ‘이달의 미래유산’으로 홍보하고 있다. 매월 후보로 6~7곳의 명소들을 올리면 시민들이 투표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3곳이 이달의 미래유산으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4월 미래유산 투표기간은 3월16일(화)부터 3월21일(일)까지. 이 선정작업은 기본적으로 서울시의 문화유산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서울시 문화유산은 특히 일반적인 유적이나 오래된 유물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목록들의 소개되고 있어 더 눈길을 끈다. 4월에 후보로 오른 문화유산은 ①1960년 4월 19일 일어난 민주운동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 4.19 민주묘지’, ②1970년 4월 15일 발매된 패티김의 앨범 ‘서울의 찬가’, ③2002년 4월 26일 개장한 ‘선유도공원’, ④1961년 4월 13일 개봉한 유현목의 영화 ‘오발탄’, ⑤1968년 4월 27일 조각가 김세중이 제작한 광화문광장의 ‘세종로 이순신 동상’, ⑥2008년 4월 개장한 ‘서울풍물시장’, ⑦1978년 4월 14일 준공 및 개관한 ‘세종문화회관’ 등이다. 투표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복수로 후보지를 선택할 수 있고 의견제출시 휴대폰 번호를 남기면 서울시가 추첨을 통해 커피쿠폰을 주기도 한다. 서울시의 미래유산 선정작업은 2020년 7월부터 시작되어 첫 선정으로 가요 ‘마포종점’, 광장시장, 서울N타워 등을 최초 선정되었고 지난 3월에는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공원 ‘삼청공원’, 서울대표하는 시장 ‘남대문 시장’이 선정됐다. 선정된 작품들은 서울시가 따로 운영하는 ‘서울의 미래유산’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어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각 유산마다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 회씩 조회될 정도로 시민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이 투표는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건 참여할 수 있다. 문화유산이 많기로는 경주도 서울에 뒤처지지 않는다. 다양한 인문학적 가치를 지닌 소재들도 많다. 그러나 많은 유산과 소재들이 시민이나 관광객들의 관심밖에 있거나 숫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벤트를 벌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