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구곡지 일원 ‘구곡지 친수공간’이 준공했다. 경주시는 지난 10일 주낙영 시장, 이동협 시의장을 포함해 시·도의원 및 지역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졌다. <사진> ‘구곡지 친수공간’은 용강동 구곡지 일대 1만5000㎡ 부지에 습지공간, 조깅트랙, 목교, 수변산책로 등을 조성했다. 총 사업비는 24억원이 투입됐다. 이 사업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 주민설명회와 관련부서 협의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이후 2022년 9월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공사에 나섰다. 주요 시설물은 길이 176m 너비 3.6m 규모 타원형 조깅 트랙, 길이 650m 너비 2m 황토 산책로와 운동시설, 파고라 등이다. 또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주차장과 공용 화장실도 갖췄다. 주낙영 시장은 “앞으로도 구곡지 친수공간과 같은 도심속 쉼터를 추가로 조성해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도 웰빙을 누릴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경주 지역 직장에 다니면서도 인근 시군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경제 영향 등으로 서비스·판매 종사자는 줄고 단순 노무 종사자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지난달 20일 전국 228개 시군구 주요 고용지표를 분석한 ‘2024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시군구 주요고용지표’를 발표했다. 통계청 주요고용지표에는 사업체가 소재한 근무지 기준의 취업자와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지역활동인구 등 지역별 지표를 상세히 담고 있다. 이중 지역활동인구 지표는 지역별 주요 근무 시간대 활동하는 인구 비중을 살펴보기 위한 자료로 지역 거주 15세 이상 인구 대비 근무 시간대에 활동인구를 나타낸다. 즉 15세 이상 거주 인구보다 활동 인구가 많으면 지역활동인구(타지역 인구)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주시 15세 이상 인구는 22만8000명이지만 지역활동인구는 24만4000명으로 약 1만6000명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인구는 직장 및 일터가 경주지만 주거는 인근 도시가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도내에서 지역활동인구 비중은 영천시로 111%, 경주시 107%, 구미시 106% 순이었다. 지역 직장인 중 인근 도시 거주자가 많다는 것은 취업자 등의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경주 지역 경제활동인구 14만5000명 중 취업자는 14만1000명, 거주지 내 통근 취업자는 13만명, 타지역 통근 취업자 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역활동인구 중 근무지 기준 취업자(지역 일자리)가 15만7000명이다. 이는 직장을 위해 경주에 거주하며 인근지역으로 가는 인구(1만1000명)보다 타지역에 거주하면서 경주로 오는 직장인(2만7000명)이 더 많다는 것이다. 타지역 통근 취업자와 단순 노무 종사가 늘어 상반기 경주 지역 취업자는 타지역 통근 출근자와 단순 노무 종사가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거주지 내 통근 취업자는 증가하지 않고 타지역 통근 출근자만 2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별로 취업자를 살펴보면 농림어업,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감소했으나 전기·운수·통신과 개인·공공서비스 취업자는 지난해 대비 증가했다. 직업별 취업자는 서비스·판매 종사자는 감소, 조립 종사자와 단순노무 종사자는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경영업계 관계자는 “직장은 경주에 있지만 사는 곳은 울산 등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이 많다. 이는 인근 도시의 교육과 생활 여건이 뛰어나기 때문이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지역에서 살고 지역에서 일하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3년 사이 경주에서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고사하거나 피해입은 소나무가 5배 이상 증가해 대책이 절실하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양남면 수렴리에서 첫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이 현재 지역 20개 읍·면·동, 169개 리·동으로 피해 면적이 확대된 상태라고 밝혔다. 피해 면적이 경주 모든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감염되거나 고사된 피해목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2년 재선충병으로 피해를 본 소나무가 1만9736본에서 2013년 7만8270본, 2014년 9만8195본, 2015년 9만2032본으로 크게 증가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되면서 경주시는 방제를 위해 2015년 93억5100만원, 2016년 102억9400만원, 2017년 93억6300만원 등 매년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 이후 피해목은 2016년 5만8094본, 2017년 4만6028본, 2018년 4만128본, 2019년 3만2922본, 2020년 2만1692본, 2021년 2만1848본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2022년 재선충병 피해목이 8만2820본, 지난해 12만3819본으로 2년 사이에 5배 이상 증가해 자칫 대확산으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주시도 고사목 방제, 나무주사 등 연간 15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재선충병 확산 차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소나무재선충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시의회에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해 경주시의원은 지난 2일 열린 제284회 경주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소나무 재선충 방제를 위한 혼효림 육성 및 대체수종 전환’ 등 대책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소나무 재선충병 방재 예산으로 연간 150억원 이상을 투입하지만 확산일로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선도산 지구와 감포-양남 해안가 주변 지역은 그 피해가 심각하고 남산과 토함산 지구도 감염된 소나무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경주시에서 방제계획을 재수립하고 대체 수종 전환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만, 예산과 산주와의 협의 등의 난관이 있다”면서 “적극적인 소나무 솎아베기와 혼효림 조성, 우량 소나무 수종 식재 등의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경주시만이 아닌 국가적 재앙임으로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확산 방지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시도 소나무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수종 전환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주시 관계자는 “소규모 형태로 발생하던 재선충병이 최근에는 밀집 형태, 집단 피해가 발생해 기존 방제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효과적인 방제를 위해 피해 극심지역 중심으로 수종전환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종 전환은 방제약품 구입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도 커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함께 지킨 오랜 약속’의 전시 기간을 원래 예정된 이달 22일에서 내달 27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전시는 1954년에 설립된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의 역사와 교육적 의미를 강조하며, 문화유산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해온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을 조명하는 전시다. 관람객들은 전시실에서 학교의 운영과 교육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뿐만 아니라, 입학부터 수료까지의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개막 이후 48일 동안(9월 1일 기준) 12만8791명이 이 특별전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전시 기간 연장을 통해 학교 교육의 사회적 중요성이 지역 사회에 더욱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며, 향후 학교 운영과 관련된 아카이빙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박물관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국립경주박물관 웹사이트 > 전시 > 특별전 ‘함께 지킨 오랜 약속’).
삼국유사아카데미가 지난 3일 화랑마을 기파랑관에서 창립식을 가졌다. 이날 창립식에서는 2025 APEC 경주 정상회의를 맞이해 ‘왜 다시 삼국유사인가? APEC과 신라문화의 세계화’란 주제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자 고려대 최광식 명예교수를 초청해 창립특강이 진행됐다. <사진> 최광식 교수는 이날 특강에서 ‘삼국유사의 세계와 문화사적 가치’를 주제로 삼국유사를 신화, 불교, 문학, 민속, 문화사적 의의라는 5개 소주제로 분석하고 정리했다. 그는 “삼국사기는 왕명과 정치사를 중심으로 서술한 사서인데 비해, 삼국유사는 개인이 문화사를 위주로 저술한 사찬 사서인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삼국사기는 정사이고, 삼국유사는 야사라고 구분할 수는 없다”면서 “삼국유사는 삼국사기를 단순하게 보충 보완한 책이 아니라, 일연 스님이 직접 광범위하게 관련 사료들을 수집하고, 체계를 갖추어 서술한 역사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국유사는 한민족 문화의 데이터베이스이자, 우리 문화콘텐츠의 원형이고 문화유산의 보고이며 고구려, 백제, 신라뿐 아니라 고조선, 부여, 가야, 발해 등 우리 고대사를 모두 망라해 한민족의 역사를 반만년의 역사라고 말하게 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면서 “중국과 일본의 한국사 왜곡에 대응하는 논리를 제공하는 문화사적 가치와 의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삼국유사아카데미는 신라의 위대한 정신과 흥미로운 신라인의 이야기를 경주시민 및 세계인에게 전파하기 위해 지난 8월 출범했다. 삼국유사아카데미 강석근 학장은 “삼국유사아카데미는 2025 APEC에 모인 세계 정상들과 한국 국민들이 ‘삼국유사’에 실린 K-스토리에 지속적 관심과 감동을 가질 수 있도록 삼국유사 관련 이야기와 흥미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 발표하는 아카데미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경주시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24년 인문도시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은 대학과 지역사회 간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인문 자산을 발굴하고, 인문 강좌와 인문 체험, 인문 축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역민들의 인문 생활화를 장려한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국비 4억2000만원을 확보한 시는 2027년까지 동국대 WISE캠퍼스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주, 공감문화 상생플랫폼 도시’라는 주제로 인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요 프로그램은 △최부자댁의 공감정신 △동학삼경사상의 공감정신 △디지털배지와 공감시민상 등이다. 또 지역 특성과 연계한 △인문 강좌와 인문 체험 △찾아가는 인문강좌 △명사초청강연 △전시회 △심포지엄 △학술대회 등 인문 축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인문도시지원사업이 지역 정체성을 살리고 경주의 공감 정신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위해 경주 공감문화 상생플랫폼도시 구축을 통한 지역 인문학 생태계 활성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가 행정안전부 주관 재해 예방 신규사업에서 2개 사업 지구가 동시에 선정돼 역대 최고 수준의 국비를 확보했다. 주낙영 시장은 지난 9일 국·소·본부장회의를 열고, 이번 재해예방 신규사업 성과를 밝혔다. 경주시에 따르면 내년 신규사업에 ‘모아3지구 풍수해 생활권 종합정비사업’과 ‘이조지구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이 선정돼 총사업비 764억원을 확보했다. 재해예방사업은 자연재해 위험 지역 및 노후화된 급경사지, 저수지 등을 정비해 주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사업이다. 특히 풍수해 생활권 정비사업은 하수도, 하천, 펌프장 등 단위시설을 지역 중심으로 일괄 정비해 주민 불편을 줄이고 예산 절감을 목표로 한다. 경주시는 ‘모아3지구’에 2029년까지 423억원을 투입해 배수펌프장, 하천 정비, 교량 개체 등을 추진한다. 이 곳은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입었다. 또 ‘이조지구’에는 341억원을 투입해 배수펌프장, 하천 정비, 우수관로 확장 등 정비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일대는 2022년 태풍 힌남노 내습 시 농경지 및 주택 71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주낙영 시장은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더해져 경주시에서 2곳이나 재해예방 신규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다”며 “경주시를 각종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경주지역 고용률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특히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의 고용률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구 주요 고용지표’를 분석한 결과 경주시 고용률은 61.8%로, 지난해 상반기 60.4% 대비 1.4%p 증가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하반기 60.1%와 대비해서는 1.7%p 올랐다. 경제활동인구인 15~64세 고용률도 68.6%로 전년 동기 대비 1.0%p 증가했다. 실업자는 4000명, 2.4%로 전년 3000명, 1.8% 대비 각각 1000명, 0.6%p 늘었다. -15~29세 청년층 고용률 상승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의 고용률이 약진했다. 올해 상반기 연령별 취업자 및 고용률은 15~29세 사이의 청년층이 7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6000명 대비 1000명 늘었다. 고용률도 46.5%로 전년 대비 7.1%p 올랐다. 30~49세 고용률도 68.0%로 전년 대비 4.2%p 증가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 역시 전년 대비 3.6%p 증가한 34.8%를 기록했다. 반면 50~64세 중장년층의 취업자수는 올해 상반기 2만1000명, 고용률 61.5%로, 전년대비 1000명, 1.1%p 하락했다. 여자 취업률 증가세 올해 상반기 경주지역 취업자는 14만1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3만9000명 대비 2000명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자 8만2000명(58.2%), 여자 5만9000명(41.8%)으로 남자가 2만3000명 많았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남자 취업자수는 같았고, 여자는 7000명 증가했다. 성별 고용률도 여자취업자의 상승률이 남자보다 높았다. 남자 취업률은 71.0%로 전년 동기 대비 0.2%p 증가했고, 여자는 52.4%로 2.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인구 늘고 비경제활동인구 줄어 고용률이 증가하면서 경제활동인구는 늘고 비경제활동인구는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경주지역 15세 이상 인구 22만8000명 중 경제활동인구(취업자와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는 14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4000명 증가했다. 경제활동인구에서 15세 이상 인구를 나눈 ‘경제활동참가율’은 63.3%로 전년 대비 1.8%p 올랐다. 비경제활동인구(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는 8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000명 감소했다. 비경제활동 이유로는 육아, 가사가 3만8000명(4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재학, 진학준비 1만5000명(17.9%), 연로 1만3000명(15.5%)이었다. 기타 사유는 1만9000명(22.6%)이었다.
경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경주범피)는 추석을 앞두고 범죄피해가정 30세대를 방문해 1000만원 상당의 위문금품을 전달하고 위로하는 ‘한가위 사랑나누기’를 실시했다.경주지청 최명규 지청장과 경주범피 이상춘 이사장은 북한이탈주민으로 방화 피해를 당한 여성 가정과 야간 주거침입절도 피해가정을 함께 방문해 위..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392억원 규모의 신개념 미디어아트 전시관 ‘플래시백그라운드: 계림’이 내년 APEC 정상회의 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경북문화관광공사는 지난 6일 소회의실에서 ㈜덱스터스튜디오, ㈜문화유산기술연구소와 ‘플래시백그라운드: 계림’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덱스터스튜디오는 영상..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및 특별법이 발의돼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먼저 김석기 국회의원은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안’을 국회에서 대표 발의했다.
경주 코오롱호텔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으로 구성한 추석 선물이 인기를 끌며 지역 상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오롱호텔은 지역 특산품 업체인 감산다향(무우차)·경주아화전통국수(국수)·천년미인(들기름)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구성된 ‘들들 비벼 세트’ 판매에 나섰다.
모란, 일상에서 피어난 예술 우연한 심심함에서 시작됐다. 무심코 그리는 과정 속에서 모란꽃이 피어났다. 모란은 그 자체로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그 화려한 자태와 다채로운 색깔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삶의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는 힘도 숨어 있다. 매번 그리는 모란은 각기 다른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한 일상의 순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과거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해석과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화폭 위에 수만송이의 모란이 피어날 그날까지...
2024년 경주는 기록적인 열대야에 시달렸다. 지난해 열대야가 6일간 나타난 것에 비해 올해는 22일간 나타나며 기상관측 이래 ‘경주시 최장 열대야’로 기록됐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경주는 물론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탄소중립 실천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요구되는 이유다. 경주에서도 탄소중립 실천 선도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경주시의회가 지난 2일 탄소중립 실천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경주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조례안’을 의결한 것인데, 경주시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여러 방안들이 포함됐다. 이번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조례안은 시민단체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월 경주환경운동연합이 경주시청 및 시의회 소속 공무원들의 점심시간 1회용컵 사용 실태를 점검하며, 공공기관에서 솔선수범해 1회용품 근절에 앞장서기를 촉구한 것이 조속한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단지 공공기관에서만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보다 이번 조례안 의결을 시작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공공기관 청사 내에서만 1회용품을 줄이는 것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 관련된 사업 등 모든 부분에서 하나씩 불필요한 1회용품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1회용품 사용을 줄인다는 것은 개개인이 일정 부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막연했던 이상기후, 기후위기, 지구 온난화가 이제는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고 있다. 이번 경주시의회가 의결한 ‘경주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조례안’이 경주시민 모두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라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되면 어김없이 들여오는 속담이다. 말만 들어도 설레는 추석이 다가오지만 서민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전반적인 물가가 치솟아 제수 비용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추석을 앞두고 채소와 과일 등 식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전체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지만, 일반식품과 신선식품의 경우 상승 폭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서민 실생활과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와 생활물가지수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보다 5.0%, 전년대비 3.2% 상승했는데, 과일의 경우 작년 대비 9.6%나 올랐다. 일반 식품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전달보다 0.7% 올랐다. 또 한국물가협회가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4인 가족 추석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서 준비할 경우 평균 28만7100원으로 작년 추석 성수기보다 9.1% 올랐다. 대형마트 기준으론 7만7000원가량 더 많은 36만4340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추석 명절 차례상과 제수용품을 준비하려는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주시는 명절 전후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8일까지 물가 합동지도·점검반을 편성해 성수품 16종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또 지역 전통시장과 상점가 등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장보기와 물가안정 캠페인을 진행해 물가안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 농·축·수산물 특별 할인 이벤트로 농·특산물 10~20% 할인, 경주천년한우 최대 23% 할인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 유가 변동성을 예측하기 힘들고, 특히 올해 폭염과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도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의 물가안정 관리와 이벤트만으로 치솟고 있는 물가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단기적 물가 관리뿐만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장기적인 안정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무조건 아프지 말아야 해!” 최근 사람들 사이에 이처럼 절박한 격려와 다짐이 없다. 의료대란, 의료공백이 현실인 시기에 큰 병원 신세질 만큼 아프거나 다치면 큰일이라는 위기의식이 퍼져 있다. 그런 한편 이 일이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도 짙어졌다. 3차 병원의 전공의들이 90% 가깝게 사직한 마당에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방치되고 제때 진료 받아야 할 중증 환자들이 시기를 놓쳐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니 그 1차적인 책임을 의사들에게 돌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의료대란을 5년 전 문재인 정권에서 예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반성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당시 문재인 정권은 의대생 숫자를 연간 400명씩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의료계와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극렬한 반발로 이 계획이 무산되었다. 당시 대부분 방송과 언론들은 문재인 정권을 맹비난했고 그런 분위기에 내몰린 국민들도 문재인 정권의 의료정책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걷어찼다. 윤석열 정권이 뜬금없는 의대생 2000명 증원정책을 내놓음으로써 똑같은 파국을 겪게 되었다. 400명도 어림없다고 퇴짜를 놓았던 의료계에 2000명을 들이밀었으니 이것은 대놓고 싸우자는 것과 다름없었다. 의사들 입장에서 문재인 정권 때 400명 증원이 기득권을 약간 침해당하는 기분이었다면 윤석열 정권의 2000명 증원은 대놓고 밥그릇을 빼앗기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사생결단, 죽자고 거부할 것이 뻔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의료대란이 길어질수록 방송과 언론은 꾸준히 의사들을 나무라고 국민들도 의사들의 무책임만 나무라는 형국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는 심지어 ‘이번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말고 의료계의 기득권과 난맥상을 뿌리 뽑아라’고 부채질하는 사람도 있다. 5년 전 문재인 정권은 의료파업이 일어나자 현재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정책을 철회했다. 미래의 안전을 위해 지금 당장의 위험을 감수할 배짱이 없었고 사방팔방에서 터져 나오는 ‘국민적 여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윤석열 정권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2000명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어이없게도 2000명일 때는 전국의 의과대학들이 그 인원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 의료계뿐 아니라 일반의 상식이지만 이런 것을 따지지도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누가 더 센 놈이고 누가 더 만만한 놈인가를 얼핏 떠올리게 된다. 세상살이가 참 묘해서 센 놈은 자신과 멀거나 상대하기 버겁고 만만한 놈은 자신과 조금 밀접하고 관계도 좋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슨 큰일이 생기면 센 놈에게는 찍소리도 못하고 만만한 놈에게 ‘네가 참아’라고 타이르거나 윽박지르기 일쑤다. 문제는 이럴 때 그 일의 당사자가 과연 무엇이 자기에게 합당하고 유리한가를 따지지 않고 진영논리나 눈앞의 해결만 따진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때는 의사들이 센 놈이었다. 촛불로 일어선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먼저 생각했지만 의사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매달렸다. 결국 국민들은 만만한 문재인 정권을 윽박질러 의료대란을 막았다. 지금은 어떤가? 윤석열 정권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정말 센 놈은 국민이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 선거에서 이겼다고 자기 자신, 정권이 센 놈이라고 착각하는 형국이다. 그렇다 보니 만만한 놈이 이번에는 의료계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의사들의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에 따른 집단행동으로 난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5년 전 자신들이 센 놈이라는 사실을 경험한 의료계가 호락호락 물러서겠는가? 이런 것들을 다 돌아보기에 지금 닥친 상황이 가혹할 만큼 아프고 어렵다. 어쩌겠는가? 5년 전 합당한 일을 팽개치고 만만한 놈을 두들겨 팬 잘못도 이참에 돌아봐야 하고, 지금 정권을 뽑아 세운 과오 역시 결국 국민이 져야 하지 않겠나? 누굴 탓하랴!
엔터테인먼트가 흔해진 시대에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도 시선을 끌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폐막한 2024 파리 올림픽은 ‘혁신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공유’를 주제로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되, 지역 주민들의 실수요가 있을 때만 신규 시설을 건설할 것이며, 교통·식음료·에너지 분야에서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며 친환경적 솔루션을 지향하고, 올림픽 사상 최초로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기를 내세우면서 개최 전부터 주목을 모았다. 경제적으로는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시설물이 대회 종료 후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국가 재정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파리 아쿠아틱센터 경기장 단 한 곳만 건설한 경제적으로 가성비 높은 행사였다. 문화적으로는 파리시 전체를 올림픽 무대로 활용하면서 올림픽 개최 전부터 시작해 올림픽 종료 후 9월 말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패션·연극·음식·무용 등의 주제로 1000여개 행사로 구성된 문화 올림피아드를 현재도 개최 중이다. 환경적으로는 저탄소 행사 개최를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채식 위주 식단을 제공하는 등 친환경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경제·사회·문화·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한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OC 대변인 마크 애덤스는 “우리는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고 말했다. 메가 이벤트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점차 떨어지면서 젊은 층의 눈길을 끌어보려 하지만 풀기 어려운 숙제로 보고 있다. 2025 APEC 정상회의도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 이벤트’이자 ‘경제 월드컵’으로 불리는 APEC 정상회의는 11월 중 1~2일, 각료회의와 함께 1주일 정도 개최되지만, APEC 관련 회의 및 행사는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일년 내내 200회 이상 개최된다. APEC 정상회의에서 협의의 부대행사는 본 행사 기간 중 개최 국가나 도시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개최 도시의 정신이나 역사·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장소인 유니크 베뉴(unique venue)에서 개최되는 환영 만찬(reception)이나 개최지 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공연 및 이벤트, 시티투어를 포함한 연계 관광과 행사의 성격과 잘 부합되는 시찰 여행(technical tour) 등이 될 수 있다. 광의의 부대행사는 행사 개최 전부터 종료 시점까지 다양한 공연, 전시, 교육, 축제, 엔터테인먼트, 체험, 관광프로그램 등으로 도시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삼아 개최되는 문화 행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국내외 방문객은 물론 시민들의 APEC 정상회의에 대한 주목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나 대형 국제행사에서 본 행사 외 부대행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개최 국가 및 도시의 문화를 알리고 행사 개최의 경제적·비경제적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영향력 때문이다. APEC은 1989년 각료 행사로 출범하였으나,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되어 개최되고 있다. 30년 역사상 개최한 지역 중에는 휴양관광 도시로 성장하거나 소도시의 인구가 급증한 사례가 많고, 개최지 문화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드물다. 전자의 경우는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1996년 필리핀의 지방휴양 도시 수빅, 2000년 브루나이, 2002년 멕시코의 로스카보스 등의 중소규모 도시가 정상회의 개최 이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 도시인구도 급증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화를 활용한 경우는 1995년 일본 오사카성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가 일본 문화의 특성과 장점을 잘 홍보했다는 평가다. 또 2017년 다낭의 경우가 세계문화유산을 APEC과 연계하고 전통 공연과 현대 예술을 결합한 문화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는 국제회의장 겸 만찬장인 누리마루 APEC 하우스, APEC 기념공원, 정상회의장 진입로, 공항의전실 신축 등 시설 확보 외에 경축공연, 각종 기획공연, APEC 개최기념 특별공연, 특별 전시, APEC 문화행사 등과 동시에 문서 없는 친환경 회의와 범시민지원협의회, 시민봉사단, 대학생 봉사단 등의 시민참여, 시티·시외·체험투어 등 유·무료 관광을 추진해 성공적인 개최로 평가받은 바 있다. 반면, 2019년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정상회의가 행사 개최 보름여 일을 남겨두고 정치적 시위로 전면 취소된 바 있다. 또한 우리 모두는 사전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10조원이었고, 159개국 4만3000명이 참가했지만 준비 부족과 실행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실패사례가 된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기억하고 있다. 얼마 전 읽은 행복동네 일본 후쿠이현을 소개하는 「이토록 멋진 마을」이라는 책에는 인구 7만명이 안 되는 사바에라는 곳에서 세계체조대회를 2회에 걸쳐 치르는 동안 연 3만명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외지인을 극진하게 ‘대접한 이벤트’를 개최해 주목받은 사례가 있다.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경주도 국제행사를 유치해 도시에 불필요한 시설물을 세우고, 대량의 방문객들을 끌어모아 돈만 소비하게 하는 행사가 아니길 바란다. 경제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적 발전 및 우수한 정신·문화를 공유하는 포용적 측면을 강조하는 수준 높은 행사이면서 시민과 방문객 참여형 이벤트로 역사에 남을 수 있는 APEC 행사가 되길 희망하고, 위의 성공 및 실패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월지 발굴조사 과정에서 이런 유물이 출토되었다. 지금까지 고고학의 연구 대상은 대부분이 묘지에서 출토된 유물이었다. 실생활에 사용하던 유물이 대규모로 발굴되기는 월지가 처음이었다.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은 총 3닝3000여 점이나 된다. 이 유물들은 당시 왕과 군신들이 이곳에서 연회를 할 때 못 안으로 빠뜨린 것과 935년에 신라가 멸망하여 동궁이 폐허가 된 후, 홍수 등 천재(天災)로 인하여 이 못 안으로 쓸려 들어간 것, 신라가 망한 후 누군가에 의해 동궁이 의도적으로 파괴되어 못 안으로 휩쓸려 들어간 것 등이 있을 것이다. 월지 서편의 건물이 있던 지역에서는 건축 부재와 불상 등이, 동쪽과 남쪽 호안에서는 목재, 토기류, 농기구 등이 뻘 층에서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출토되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유물로는 금동가위, 금동판불, 숟가락, 벼루, 주령구, 목간, 칠기류, 토기, 짐승 뼈, 다양한 기와, 전(塼) 등이다. 이전의 유물은 고분이나 절터에서 출토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출토품을 계기로 신라시대 궁중생활을 유추해 볼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출토유물 중에서 금동가위, 금동판불 등은 일본 정창원 소유 유물과 거의 같은 것으로, 이로 미루어 볼 때 일본 왕실의 보물창고인 쏘쇼인[正倉院] 소장 유물의 상당수가 신라시대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당시 발굴된 유물은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에 전시되고 있는데 단일 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재로 박물관의 한 관을 조성한 것은 월지의 경우가 유일하다. 이곳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은 고분 출토품과는 달리 당시 왕실에서 실생활에 사용되었던 유물들이 대부분이다. 출토된 유물 중 금속공예품 중 식생활에 관계되는 그릇류로는 청동으로 만든 완(盌), 합(盒), 접시, 대접, 숟가락 등이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나 장신구로는 금동가위, 거울, 동곳, 비녀, 반지 등이 있고, 생활 장식품으로는 금동제인 용두(龍頭), 귀면 문고리(鬼面門扉鐶), 봉황장식, 발걸이 장식, 연뇌형 장식(蓮蕾形裝飾), 옷걸이 장식 등이 있다. 못 서쪽 5개소의 건물터를 중심으로 한 연못 안의 갯벌 층에서는 많은 불상들이 출토되었다. 특히 못에 접한 서쪽 건물터 가운데 제일 큰 건물이 있던 곳 주변에서 금동 광배편, 광배 장식 수정과 다량의 화불들이 출토되었다. 이처럼 월지에서 많은 불상들이 출토된 것은 당시 신라에 호국불교가 성행하였던 점과 궁궐[東宮] 안에 내불당(內佛堂)이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출토된 주요 불상과 불구류를 살펴보면, 금동 아미타삼존 판불 2구, 금동 보살 판불 8구, 금동 여래 입상 6구, 금동제 부처님 귀, 다수의 금동 광배편, 광배 등에 입체적으로 장식되었던 수많은 화불, 보주, 비천 공양상 등이 있다. 월지 출토의 삼존불상 등 판불상 10점은 조각수법이 우수하고 상들의 표현이 사실적이며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양식적으로는 7세기 말 통일신라와 중국, 일본을 포함한 국제적인 조각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특히, 도상이나 양식면에서 일본 법륭사에 있는 판불들이나 법륭사 금당 서벽 아미타정토의 본존불상과도 비교된다. 둥글고 통통한 얼굴과 자연스러운 옷주름 처리에 보이는 조각의 사실적인 표현은 중국 당나라 전성기 불상 양식을 반영하면서도 7세기 후반 통일신라 불교 조각의 뛰어난 표현력을 잘 대변해준다. 이 10점의 상들은 하나의 삼존불상과 4보살상이 한 세트로 두 종류의 소형목제 불감과 같은 구조물에 부착되어 예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조기법 및 기량이 뛰어난 10점의 월지 출토 판불상들은 7세기 말 통일신라 초기에 새로이 유입되는 국제적인 조각 양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예들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으며, 당시 한·중·일 불교 조각의 양식 비교 및 전파 과정과 영향 관계를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이다.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에 ‘R=VD’라는 공식이 있다. 생생하게(Vivid) 꿈꾸면(Dream) 현실화(Realization)된다는 것이다. 당시 삼한일통을 완수한 신라인들이 이 공식을 이곳 동궁과 월지에 적용한 것은 아닐까?
과자를 먹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장난 삼아 물어본 건데 진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 사는 14세 소년이 ‘파퀴(Paqui) 칩스’라는 매운 과자를 먹고 실제 죽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SNS에서 유행인 매운맛 챌린지를 하다가 벌어진 안타까운 사고다. 그 과자에는 리퍼 고추와 나가 바이퍼 고추가 함유되어 있다고 하는데, 리퍼(Carolina Reaper)는 기네스 세계 기록을 가진, 가장 매운 것으로 공식 인정받은 고추이다. ‘과자를 먹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아무 음료도 마시지 말고, SNS에 올려서 사람들 반응을 볼 것!’.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고추와 그 고추를 교배해 만든 고추로 만들었다는 과자 포장지에는 이런 챌린지 규칙이 적혀 있다. 아니, 아무리 챌린지도 좋고 소셜 네트워크도 좋지만, 아이부터 어른까지 접근성 좋은 과자에다가 심장에 무리가 가고 부정맥을 일으킬 정도의 고농도 캡사이신을 첨가했다면 이건 좀 다른 이야기다. 과자는 겉과 속 모두 뻔뻔한 판촉 방식과 노골적인 홍보밖에는 없어 보인다. 힘든 운동을 하다가 보면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가 온다. 숨이 턱턱 막히는 그 힘든 고비를 억지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천국의 느낌을 맛보는 순간이 온다. 외롭고 힘든 레이스를 펼치던 마라톤 선수가 무릎이든 호흡이든 고통이 정점에 이르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맛보게 되는 짜릿한 쾌감이나 도취감이라고 해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다. 문제는 이걸 한번 느끼게 되면 그 맛을 절대 잊지 못한다는 거다. 자꾸 맛보고 싶어지는 거다. 억수로 오는 비를 홀딱 맞아가며 홀로 러닝을 하고 있다거나 무릎이 아프다며 울다시피 하면서도 운동화 끈을 묶고 있다면 그는 분명 이 맛을 아는 사람일 공산이 크다. 누구는 헤로인이나 모르핀을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딱, 그 정도의 의식 상태나 행복감이라고 표현했다. 흥미로운 건 매운 걸 먹을 때도 그 지락(至樂)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름하여 스파이스 하이(Spice High)다. 중독성이 아주 강한, 매운맛 마약인 셈이다. 어른들은 흔히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 된다지만 기업은 끊임없이 맵부심(매운맛+자부심)’을 교묘하게 자극한다. 붉은 얼굴이 터져버릴 듯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 음식을 먹고 또 그 영상을 올리는 챌린지 열풍 이면에는 바로 이 전염성 강한 스파이스 하이가 작동하고 있다. 매운 라면은 식사용이라기보다는 태생부터가 재미나 챌린지용으로 소비될 여지가 다분하다. 덴마크에서 한국의 특정 매운 라면만 전량 회수한 것도 매운 것보다 중독의 위험성을 크게 본 것이다.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미국 대형 마트에서도 매운 라면이 인기 상품이다. 붉닭볶음면의 경우 한국처럼 5개들이 한 봉지가 우리 돈으로 만 오천 원 정도로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생일 선물(!)로 핑크색 붉닭면을 받아 들고 감격해 우는 미국 소녀 영상이 화제다. 꼬마 숙녀는 받은 선물로 바로 먹방 영상을 찍어 올렸더니 조회수가 무려 6200만 뷰를 기록했다고. 예상치 못한 초대박 홍보에 흥분한 라면 제조사는 소녀 집 대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자 까르보나라 붉닭볶음면이 무려 150박스가 소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화끈한 선물을 받았지만 어느 누구도 화장실에서 고통스러워할(?) 소녀의 현실적 고통엔 관심들이 없다. 핑크빛 매운맛이 심상치가 않다. 얼마나 맵고 중독성이 있는지 매울 신(辛) 자가 쓰인 라면으로 유명한, 40년간 1위를 해온 기업을 싱겁게 만들어 버렸다. 핑크색 봉지 라면을 국내에 선보인 지 12년 만이다. 이제 세상으로 그 외연을 넓히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라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다, 주 소비층이 아시아인에서 백인과 히스패닉계로 확대되었다. 게다가 〈기생충〉 같은 한국 영화(기억난다. 채끝살이 든 짜파구리)나 한국 드라마도 라면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을 위해 할랄 인증을 받았고 매운 불닭면에 ‘똠얌(태국)’, ‘마라(중국)’, ‘야키소바(일본)’를 넣는 식의 현지화도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경상도 부자(父子)의 대화다. 아버지: 라면 끄리라. 아들: 맵게 끓일까예? 아버지: 두 개! 아들: 맵게 끓일까예? 아버지: 두 개! 아들: 맵~게 끓일까예!! 아버지: 두!!개!! 귀가 어두운 게 아니다. 아버지에게 매운 건 그저 디폴트(기본)값일 뿐이다.
분멸 김소연 그녀는 성냥을 한 장 사진의 꼭짓점에 가져다 대었다 불이 붙었다 세 장의 사진을 불 속에 던졌다 열 장의 사진 스무 장의 사진 혼자서 찍은 사진 모두 함께 찍은 사진 들이 불길 속에서 그녀의 얼굴들이 불길 속에서 일그러졌다 아기였던 얼굴 청년이었던 얼굴 면사포를 쓴 얼굴 눈을 감은 얼굴 들이 불길 속에서 잠시 환했다가 금세 검은 재가 되었다 얼굴이 지워졌을 뿐인데 생애가 사라지는 것 같군 사라지는 걸 배웅하는 것 같군 불길 같은 이런 기쁨 조용하게 출렁이는 이런 기쁨 정성을 다해 추락하는 황홀한 기쁨 검정 같은 깨끗한 기쁨 불 속에서는 재가 된 것과 재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 두 가지만 남겨져 있었다 입에는 말이 들어 있지 않았으나 눈에는 불이 담겨 있었다 주문진의 바다와 노고단의 구름과 비둘기호의 창문 바깥이 차례차례 깨끗하게 타들어갔다 사진에 담아보았을 리 없는 그녀의 작은 미래가 빨간 불씨처럼 남아 있었다 그 불씨들마저 꺼졌을 때 완전한 암흑이 찾아왔다 그녀가 오래 기다려온 장면이었다 그 속에서 그 안을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온기마저 모두 사라질 때까지 혼자 남았다는 것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게 되었을 때까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남은 성냥을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다 타버린 뒤에도 남는 기름이라는 역설 분멸은 태워 없앤다[焚滅]는 말이다. 지금까지 자신을 형성해왔던 소중한 기록물인 사진을 태워 없애버리는 그녀의 행위와 장면, 표정, 심리가 강렬하게 드러나는 시편이다. 불쏘시개가 된 한 장 사진 위에 그녀는 세 장의 사진, 열 장의 사진 스무 장의 사진을 태연하게 던진다. 그녀 전 생애의 얼굴들이, 그녀가 다녔던 공간들이 잠시 환했다가 금세 검은 재가 되”는 것을 본다. 그러면서 호젓하게 중얼거린다. “얼굴이 지워졌을 뿐인데 생애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그걸 “배웅하는 것 같다”고. 독자들은 그녀가 “조용하게 출렁이는 기쁨”으로 “검정 같은 깨끗한 기쁨”의 상태가 되는 것을 쉬이 긍정하지 못한다. 시인은 왜 자신의 사진을 태우면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 추억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녀는 빨간 불씨처럼 남아 있던 “그녀의 작은 미래”마저 “꺼져버린 완전한 암흑” 속 “혼자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 앉아서. 살아온 생애는 물론 “면사포를 쓴 얼굴”로 추측되는 가족의 모든 것을 버리고 단독자로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나’를 다 태우는 의식을 통해 그녀는 단련되려 하는 건 확실하다. 그녀는 타협의 여지를 주는 “온기마저 모두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느껴지는 고독. 단호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여기서 우리는 최후의 정관(靜觀)” 다음의 “그녀는 남은 성냥을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다”는 결구에서 묘한 힘을 발견한다. 추억이나 미래의 생각이 돋아나는 족족 계속해서 태울 거라는 의지 말이다. 다만 한 가지! 그녀는 “불 속에서는 재가 된 것과 재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 두 가지만 남겨겨 있었다”고 한다. 계속 태우고 또 태우려 한다. 그녀는 진정 이러한 과정만을 반복하려 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 구절들은 묘하게도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됩니다”라는 만해의 「알 수 없어요」라는 구절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만해가 윤회와 재생이라는 종교적 구원의 역설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면, 시인은 지금까지 자신을 살게 한 과거와, 혹은 어줍잖은 미래에 대안 예기(豫期)마저도 다 태워버린 혼자라는, ‘무소의 뿔’ 같은 자유인의 의지를 갈망하고 있어 더 싱싱하고 윤기 나는 기름이 된다. 시인은 어느 글에서 “어떤 쾌락은 이전까지의 쾌락을 소멸시키며 등장한다”는 말을 썼지만, 그 지점에서 이 극명한 고독의 아름다움을 해독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