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가 흔해진 시대에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도 시선을 끌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폐막한 2024 파리 올림픽은 ‘혁신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공유’를 주제로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되, 지역 주민들의 실수요가 있을 때만 신규 시설을 건설할 것이며, 교통·식음료·에너지 분야에서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며 친환경적 솔루션을 지향하고, 올림픽 사상 최초로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기를 내세우면서 개최 전부터 주목을 모았다.
경제적으로는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시설물이 대회 종료 후 애물단지로 전락하며 국가 재정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파리 아쿠아틱센터 경기장 단 한 곳만 건설한 경제적으로 가성비 높은 행사였다.
문화적으로는 파리시 전체를 올림픽 무대로 활용하면서 올림픽 개최 전부터 시작해 올림픽 종료 후 9월 말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패션·연극·음식·무용 등의 주제로 1000여개 행사로 구성된 문화 올림피아드를 현재도 개최 중이다. 환경적으로는 저탄소 행사 개최를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채식 위주 식단을 제공하는 등 친환경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경제·사회·문화·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한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OC 대변인 마크 애덤스는 “우리는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고 말했다.
메가 이벤트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점차 떨어지면서 젊은 층의 눈길을 끌어보려 하지만 풀기 어려운 숙제로 보고 있다.
2025 APEC 정상회의도 같은 숙제를 안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 이벤트’이자 ‘경제 월드컵’으로 불리는 APEC 정상회의는 11월 중 1~2일, 각료회의와 함께 1주일 정도 개최되지만, APEC 관련 회의 및 행사는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일년 내내 200회 이상 개최된다.
APEC 정상회의에서 협의의 부대행사는 본 행사 기간 중 개최 국가나 도시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개최 도시의 정신이나 역사·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장소인 유니크 베뉴(unique venue)에서 개최되는 환영 만찬(reception)이나 개최지 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공연 및 이벤트, 시티투어를 포함한 연계 관광과 행사의 성격과 잘 부합되는 시찰 여행(technical tour) 등이 될 수 있다. 광의의 부대행사는 행사 개최 전부터 종료 시점까지 다양한 공연, 전시, 교육, 축제, 엔터테인먼트, 체험, 관광프로그램 등으로 도시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삼아 개최되는 문화 행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국내외 방문객은 물론 시민들의 APEC 정상회의에 대한 주목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나 대형 국제행사에서 본 행사 외 부대행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개최 국가 및 도시의 문화를 알리고 행사 개최의 경제적·비경제적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영향력 때문이다. APEC은 1989년 각료 행사로 출범하였으나,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되어 개최되고 있다. 30년 역사상 개최한 지역 중에는 휴양관광 도시로 성장하거나 소도시의 인구가 급증한 사례가 많고, 개최지 문화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드물다.
전자의 경우는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1996년 필리핀의 지방휴양 도시 수빅, 2000년 브루나이, 2002년 멕시코의 로스카보스 등의 중소규모 도시가 정상회의 개최 이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 도시인구도 급증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화를 활용한 경우는 1995년 일본 오사카성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가 일본 문화의 특성과 장점을 잘 홍보했다는 평가다. 또 2017년 다낭의 경우가 세계문화유산을 APEC과 연계하고 전통 공연과 현대 예술을 결합한 문화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는 국제회의장 겸 만찬장인 누리마루 APEC 하우스, APEC 기념공원, 정상회의장 진입로, 공항의전실 신축 등 시설 확보 외에 경축공연, 각종 기획공연, APEC 개최기념 특별공연, 특별 전시, APEC 문화행사 등과 동시에 문서 없는 친환경 회의와 범시민지원협의회, 시민봉사단, 대학생 봉사단 등의 시민참여, 시티·시외·체험투어 등 유·무료 관광을 추진해 성공적인 개최로 평가받은 바 있다. 반면, 2019년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정상회의가 행사 개최 보름여 일을 남겨두고 정치적 시위로 전면 취소된 바 있다.
또한 우리 모두는 사전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10조원이었고, 159개국 4만3000명이 참가했지만 준비 부족과 실행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실패사례가 된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기억하고 있다. 얼마 전 읽은 행복동네 일본 후쿠이현을 소개하는 「이토록 멋진 마을」이라는 책에는 인구 7만명이 안 되는 사바에라는 곳에서 세계체조대회를 2회에 걸쳐 치르는 동안 연 3만명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외지인을 극진하게 ‘대접한 이벤트’를 개최해 주목받은 사례가 있다.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경주도 국제행사를 유치해 도시에 불필요한 시설물을 세우고, 대량의 방문객들을 끌어모아 돈만 소비하게 하는 행사가 아니길 바란다. 경제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적 발전 및 우수한 정신·문화를 공유하는 포용적 측면을 강조하는 수준 높은 행사이면서 시민과 방문객 참여형 이벤트로 역사에 남을 수 있는 APEC 행사가 되길 희망하고, 위의 성공 및 실패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