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지하 관측공 등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은 증기발생기, 터빈 건물 집수조 등의 배수배관의 노후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부지 내 오염원이 주변 지역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관리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조사단은 지난 24일 양남면에서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민·관 합동조사단은 환경단체 등의 ‘월성원전 부지 내 터빈빌딩 맨홀 및 지하수에서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 관련 보도’에 따라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지난 2021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고농도 삼중수소 출현 원인은 ‘배수배관 노후’ 민·관 합동조사단은 원전부지 내 지하수 관측정에서 고농도 삼중수소의 출현 원인이 증기발생기 취출수 배수배관, 터빈건물집수조 배수배관, 물처리실중화조 배수배관의 노후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는 민·관 합동조사단이 원전부지 내 27개의 지하수 관측정과 남측, 북측 저수조를 대상으로 물시료를 분석한 결과다. 2021년 당시 WS-2 관측공의 삼중수소 농도는 ℓ당 2만8200Bq(베크렐)이었고, 조사 당시엔 ℓ당 약 2100Bq로 누설 판정 기준치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현재 안정 범위로 접근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수원이 관련 설비를 개선하자 뚜렷하게 오염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부지 내 오염원 주변지역 이동 가능성 없어 민·관 합동조사단은 또 부지 내 오염원 누출 때 주변 지역으로 이동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월성원전 및 주변지역의 지하수는 북서쪽 산지 경사를 따라 남동쪽 해안으로 이동하거나 단열대를 따라 흘러 대부분 바다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실제 지하수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관측정을 이용한 유향유속 시험, 지하수 유동모델을 이용한 입자추적시험 등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또 부지 내 시설 주변에서 지하수의 흐름은 각 호기별 자연배수 기능에 의해 터빈빌딩으로 유동체계가 형성돼있어 주변 지역으로의 유입 가능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사성 세슘 검출은 불완전한 제염이 원인 월성1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 외부 지하 9m 지점 1구역 토양에 484Bq/Kg의 방사성 세슘(Cs-137)이 검출된 것은 1997년 누수로 인한 보수 공사 당시 불완전한 제염으로 인한 것으로 확인했다. 월성1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 구조물의 시공이음부에서 미세한 틈이 발견됐고, 미량의 누수가 확인된 것. 그러나 물 시료 분석 결과 감마핵종이 검출되지 않아 벽을 관통하는 균열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또 월성1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 구조물 기초 콘크리트에서 균열이 발견돼 특정기간 하루 약 7ℓ 누수가 관측됐고, 방사성 세슘이 미량 측정된 것은 저장조 내부의 물이 누수된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단은 현재는 한수원이 보수를 완료해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2012년 월성1호기 격납건물여과배기계통 보강 파일 설치 공사 중 차수막이 손상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물은 하부의 별도 수집관인 유공관으로 수집돼 관리 배출되는 만큼 주변 유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발표했다. 주변 지역 지표·지하수 삼중수소 농도 ‘낮은 수준’ 조사단은 네 차례에 걸친 지표수·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원전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관정의 깊이가 깊을수록 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의 최대 농도는 ℓ당 13.7㏃로,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식수 기준치인 ℓ당 1만㏃에 비하면 충분히 낮은 수준이다. 주변 지역 지표·지하수와 토양 시료 감마 핵종은 검출되지 않았고, 토양 시료에는 미량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으나 국내 다른 지역보다 낮은 수준임을 확인했다. 동경주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에는 삼중수소와 감마 핵종은 대부분 검출되지 않았고, 배추에서 ㎏당 최대 40㏃의 삼중수소가 측정됐다. 또 월성원전 배수구에서 삼중수소가 최대 ℓ당 8.96㏃이 측정됐고, 양식장 어류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주변지역 주민 삼중수소 농도 자연 방사선 1만분의 2 동경주지역 주민 360명을 대상으로 요시료 측정 결과 평균 ℓ당 2.55㏃, 최대 ℓ당 39.3㏃로 확인됐다. 최댓값에 대한 연간 피폭 수준은 연간 0.0008밀리시버트로 우리나라 자연 방사선 노출 선량인 연간 5.25밀리시버트와 비교해 1만분의 2미만이다. 민·관 합동조사단 송인숙 선임분석원은 “최종 조사 결과에 따른 권고사항 이행 현황을 간사기구인 민간환경감시센터로 이관해 확인하고, 센터는 이행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안전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보호와 자연의 소중함을 어린이들에게 일깨우기 위해서다.방문한 어린이집은 중부어린이집(원장 김종순)과 선재어린이집(원장 최형경)으로 이들 어린이집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가족 나들이 또는 원생 산책 시 플로깅 챌린지를 진행하도록 해 일상에서 환경보호에 참여하는 문화를 홍보했다. 중부어린이집 김종순 원장..
경주지역 곳곳에 벚꽃이 개화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관광시즌을 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5월부터 경주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대릉원이 무료 개방될 예정이다. 대릉원 무료개방은 황리단길과 동부사적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대릉원을 통해 도심권역으로 유입돼 중심상권 활성화에 거는 기대가 높은 사업이다. 반면 대릉원 입장료 수입이 40% 감소해 연간 12억5000여만원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추산돼 우려도 나온다. 지난 21일 열린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 안건심사에서 이와 관련한 ‘경주시 사적지 공개관람료 징수 및 업무위탁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수정가결 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병역명문가증을 발급받은 자와 그 가족에 대한 관람료 면제, 천마총 유료화 등이었지만, 세수 감소를 추산한 비용추계서에 관심이 쏠렸다. 시가 제출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대릉원 무료개방 후 천마총에서만 입장료를 받을 경우 연간 12억6800여만원의 수입이 감소한다. 지난 2022년 대릉원 입장료 수입 31억7100여만에서 천마총 입장비율을 60%로 가정해 나온 수치다. 반면 대릉원 관리인부가 감소해 인건비는 연간 1770여만원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결론적으로 연간 12억5000여만원의 세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경주시가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릉원 무료개방을 추진하는 이유는 침체된 원도심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대릉원 무료개방을 위해 시는 지난 2021년부터 문화재청과 협의를 통해 정문과 북문 등 2개 출입문 외 대릉원 동편 돌담길에 삼문을 건립했다. 또 이달 내로 천마총 매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번에 관련 조례안이 시의회로부터 최종 승인받으면 준비 절차를 거쳐 5월부터 대릉원을 무료로 개방할 예정이다. 대릉원이 무료 개방되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도심으로 향하고, 금관총 및 금관총 고분정보센터, 그리고 경주읍성까지 연계돼 도심상권 활성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단순 대릉원과 도심 간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찾을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는 안 된다. 도심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조건이 갖춰져 있다면 대릉원 무료개방도 필요 없었겠지만 말이다. 마침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이 추진 2년차를 맞아 본격화된다. 경주시는 올해 2차년도 사업으로 23억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환경개선, 활성화, 조직강화 등 3개 부문 16개 사업을 중점 시행한다. 지난해 사업을 토대로 더 좋은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상권으로 ‘신라의 빛, 맛, 멋’을 재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의류·잡화 중심 구조에서 차별화된 콘셉트 투어가 가능한 상권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또 황리단길과 대릉원을 연계한 방문객들의 동선 확장과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문화적 소통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금리단 브랜드개발 사업’과 협동조합 설립지원 및 상인 공동체 역량강화, 상권활성화를 위한 공모사업도 추진한다. 시는 올해 사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5차년도까지 시너지 효과와 지속성 강화를 위한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경주시의 계획대로라면 대릉원 무료개방과 중심상권 르네상스 사업이 맞물려 침체된 원도심 활성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대릉원 무료개방에 다른 세수감소는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는 조례안 심사에서 병역명문가증을 발급받은 자 등에 대한 관람료 면제시기를 당초 올해 5월 4일에서 2024년 12월 31일로 연기해 수정 가결했다. 이는 대릉원 무료개방 이후 관광객 도심 유입과 중심상권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뒤 재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된 수정안이다. 세수 감소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유료 입장으로 전환될 천마총 내부 콘텐츠 확장이 필요해 보인다. 천마총의 의미와 격에 맞춰 남녀노소 모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 개발 및 활용을 통해 유료 입장객이 증가하면 세수 감소폭을 예상치보다 낮출 수 있다. 그리고 중심상권 활성화를 위해 행정차원에서 가능한 사업들은 한계가 있는 만큼 상인들의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인들 스스로가 도심상권의 침체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경주시청 동천동 이전과 인구감소, 지진, 코로나19 등으로 오랜 기간 침체일로를 걸어왔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주시, 상인, 시민들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사회에서 가장 화제는 인공지능 챗(Chat)GPT다. 여러 가지 어려운 질문에도 척척 답하고 시를 짓고,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이 챗GPT에게 “현재 인류의 삶을 가장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물어보니 여러 가지를 제시하였는데 그중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이 기후 변화이다. 인공지능은 지구 온난화 및 기후 변화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이며 온난화는 극지방 빙하의 녹음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극심한 날씨 변화 등을 초래하여 인류 및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이야기하였다. 인공지능도 현 인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꼽는 기후변화, 그 해결 방안은 탄소중립이라는 개념이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탄소중립은 기후 위기에 대응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자 전세계의 의지를 담은 개념이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한국은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24.4%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에 발맞춰 2022년 10월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 전략을 발표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12대 과제 중에는 국가뿐만 아니라 지방이 중심이 되는 탄소중립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탄소중립 과제를 민간, 지자체와 함께 소통을 강화하고 실행방안을 구체화하여 지역 맞춤형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을 요구한다. 탄소중립 12대 과제의 사례로 지방 정부의 조례 제정 및 지방위원회 구성과 탄소중립 사업추진 기반을 조성하라고 되어 있다. 지방 정부의 탄소중립을 위한 거시적 목표 수립하고 국토도시 차원에서 공간 기반 탄소중립 추진을 본격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의 개선을 뛰어 넘어 실제로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탄소를 발생시키는 원천 장소인 개별 필지나 도시계획 지구단위별 탄소 저장량에 대한 목표를 관리하는 공간 중심의 관리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또한, 탄소배출권을 통해 탄소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토록 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럽이나 선진국 타 지자체의 경우 탄소배출권 확보를 통해 재정상 이익을 보고 있는 사례가 존재한다. 국가에서도 탄소 배출권 할당 대상업체를 700여 곳 지정하였고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경주시에는 탄소배출권 할당 대상업체가 6곳이고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제36조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흡수량, 배출·흡수계수 등 온실가스 관련 정보와 통계의 작성·관리 의무화를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해 스마트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경주시는 주변 공업도시인 포항, 울산, 부산 등 산업 도시가 인접하여 지역에 배후 공단을 많이 가지고 있다. 또한 천년한우 사육농가 등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축산 농가에서도 탄소 배출을 많이 하고 있다. 탄소 관리나 대응은 개별 기업이나 축산농가에서 하여야 하지만 지역 차원에서 목표를 명확히 하여 멀리 바라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공간 전체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과 자연 상태에서 흡수 저장할 수 있는 탄소 생태계의 탄소저장량에 대한 파악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주시의 도시 경쟁력 제고와 탄소관련 재원 확보 측면에서 경주시에 있는 많은 기업들과 축산농가 등에 탄소배출권 관련 할당 대상업체 지정에 대한 과학적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탄소 관련 정량적 산출 기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경주시가 시민 주도의 탄소중립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 시민들이 경주시의 현황 파악이 가능하도록 정보 제공 체계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관련 플랫폼이 완성된다면 경주시는 현재 인공지능, 빅데이터, 공간정보 등을 다양하게 결합한 탄소중립 기후정책 수립의 근거로 활용하고 시민과 행정담당자들이 양방향으로 소통한다면 탄소중립 친환경 관광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을 시작한 이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해서 최종 처분장 부지확보를 위해 9차례나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엄청난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이 나오는 관계로 국민적 안전과 수용성이 정말로 중요하다. 2016년부터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까지 출범하면서 법안을 만들려고 수많은 토론회, 설명회, 간담회 등을 통해 원전소재 지역주민, 이해관계자, 전문가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고 관리정책에 대한 큰 방향성을 잡았는데도 큰 진전이 없었다. 지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논의 중에 있다. 3개 법안이 상정되어 있는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 ‘탈원전’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원전진흥과 확대’를 추진하는 국민의힘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상풍력활성화 법안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법안’과 같이 처리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여·야의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특별법안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산업부와 같은 뜻을 갖고 있지만 수산업계, 어민들,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 강국, 원전 수출, 원전 생태계 복원, 소형묘듈원자로(SMR)’ 등에 많은 관심과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저장과 처분시설이 없으면’ 용두사미(龍頭蛇尾)꼴이 되고 말 것이다.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의 조건도 원전의 신규건설과 계속운전을 하려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의 조속한 확보와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한 것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국가의 책임하에 국민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원전소재 지역주민들과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 없이는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원전 시설 내 습식저장조(사용후핵연료를 6년 정도 냉각시킨다)의 포화 시점은 한빛(영광)원전이 2030년, 한울(울진)원전 2031년, 월성 경수로 2042년, 고리원전이 2028년에 포화될 전망이다. 현재 추세로 가면 앞으로 5년 후에 고리원전부터 가동이 중단 될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임시건식저장시설을 각 원전시설 내에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와 난방비 상승, 전기료 인상 등 국민생활에 밀접한 에너지 수급 정책 문제로 정쟁이 끊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원자력 에너지가 전체 전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면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에너지믹스가 당분간 현실적인 대안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째는 원전 부지 내에 임시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면서 최종처분장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영구저장시설이 될 수 있다는 원전소재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다. 우리 경주가 대표적인 곳이다. 월성원전의 중수로 특성상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나온다. 1992년 4월부터 지금까지 31년간 임시건식저장시설에 저장된 48만 다발이 있고, 국무총리 산하 제253차(2004.12.17.) 원자력위원회 회의에서 2016년까지 경주 월성원전 내 임시보관중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의결했다. 아직까지 정부의 사과나 지난 31년간의 보관세(지역자원시설세)를 받지 못했다.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지 내 임시건식저장시설의 반대는 당연한 것이다. 최근에 경주시장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걱정해서 영구처분시설의 조속한 건설을 촉구하면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의 빠른 법제화를 촉구한 것은 조금 성급한 부분이 있다. 우리 경주는 2005년 3월 31일 법률 제7444호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8조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은 유치지역 안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25기 원전에서 나온 약 1만8000톤의 고준위핵폐기물이 원전 내 임시로 저장 중인데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고준위핵폐기물처분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국민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2016년까지 정부가 경주 월성원전에 있는 고준위핵폐기물을 다른 곳으로 가지고 나가겠다는 약속 불이행에 대한 경주시민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 둘째는 특별법에 영구처분시설의 운영 시점을 2050년으로 명시하자는 것인데 어느 정부가 책임을 질 것이며, 자칫 졸속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법으로 명확하게 못을 박아서 시한에 쫓겨 주민의견 수렴과 지역분열, 민주적 정당성 훼손 등 부작용도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누가 책임을 지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을 만들 것인가.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의 공감대와 국가의 책임, 국회의원들의 대승적 결단만 남았다.
사리(舍利)는 범어로 sarira라고 하며, 진신사리와 법신사리로 구분된다. 진신사리는 부처님의 결정체인 유골이고, 법신사리는 부처님의 정신이 깃든 불경이다. 탑을 세우는 목적은 그 내부에 있는 이 사리를 봉안하는 것이다. 『삼국유사』 「탑상」편 ‘전후소장사리’조에 의하면 진흥왕 때 중국 양나라에서 사리 몇 알을 보내왔고, 선덕여왕 때에 자장법사가 부처님의 머리뼈, 치아, 불사리 100알 등을 가져와서 황룡사와 태화사, 그리고 통도사에 안치했다고 했다. 유감스럽게도 이곳 감은사 사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라는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이 탑 안에 모신 사리가 문무대왕의 유골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감은사지 동서의 두 탑 중 서탑은 1959년 12월에 해체, 보수되었는데, 해체 당시 3층 탑신의 상면 사리공에서 사리장엄구가 창건 당시의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 사리공 속에 사리를 모시기 위한 청동제 사각함과 그 안에 있던 사리기로 구성되었다. 사리기를 넣었던 사리감은 청동으로 만들었는데, 발견 당시 몹시 부식된 상태였다. 사각형의 상자의 윗면은 완만한 원뿔모양의 뚜껑이 있는 형태로, 전체 높이가 약 31㎝ 정도 된다. 사리함의 네 옆면에는 각각 사천왕상이 1구씩 별도로 주조되어 있었고, 그 양옆에는 각각 동그란 고리가 달려 있다. 주위는 꽃무늬로 장식하였는데 이는 모두 동판에 따로 새겨 작은 못으로 고정되어 있다. 가장자리에는 꽃과 잎무늬로 가득 메운 장식판을 이용해 단을 돌렸는데, 뚜껑의 둘레에도 마찬가지로 단을 돌렸다. 네 문을 지키고 있는 사천왕상은 이국적인 얼굴과 갑옷 등의 표현에서 중앙 아시아적인 요소가 많이 확인된다. 청동으로 만든 내부의 사리기는 정사각형의 기단과 사리병을 모신 몸체, 그리고 수정으로 만들어진 보주의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리기의 기단과 몸체 부분은 비교적 보존 상태가 양호하나, 그 윗부분인 기둥과 전개 부분은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식되었다. 사리기의 기단은 안상을 새기고 신장상을 배치하였으며, 기둥을 세운 형식이다. 기단의 맨 위에는 난간을 돌리고, 중앙에 안치된 사리병을 중심으로 4구 주악상을 배치하였고, 그 사이마다 4개 동자상을 따로 끼워 놓았다. 사리병은 다리가 달린 화염보주형의 청동호 안에 안치되었다. 사리병의 뚜껑은 은제로 투조하였다. 사리함 내부에는 사리를 집을 때 사용한 작은 숟가락 집게도 함께 발견되었다. 그 위에는 수정으로 만든 보주를 올려 놓았다. 동삼층석탑은 1996년도에 해체 · 수리하면서 사리장치를 발견하였다. 서삼층석탑의 사리기와 구조가 비슷하며, 바깥을 감싸고 있는 외함과 안쪽의 사리기, 그리고 사리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함의 네 벽면에는 사리를 수호하는 사천왕상이 표현되어 있으며, 사천왕상의 주변에는 구름무늬를 새겼고 좌우에는 귀신의 얼굴 모양을 새긴 고리가 배치되어 있다. 내함은 기단부, 몸체, 천개의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단부의 네 모서리에는 별도로 만든 사자가 있으며 기단면에는 안상의 장식을 크게 투조하였다. 그 내부에는 신장상과 공양보살상이 각각 돋을새김으로 장식되어 있다. 몸체의 중앙에는 사리를 넣어둔 복발형 용기를 중심으로 사천왕과 승상을 각 4구씩 따로 만들어 배치하였으며, 외곽으로는 난간을 돌리고 네 모서리에 대나무 마디 모양의 기둥을 세워 화려한 장식의 천개를 받치고 있다. 수정으로 만든 사리병은 정교하게 금알갱이로 장식된 뚜껑과 받침, 그리고 원판 수정제 받침, 금동제 투조 받침 등과 세트를 이루고 있다. 노자 『도덕경』 45장에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이 있다. ‘큰 기교는 마치 서툰 듯하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졸은 그냥 단순히 서툰 것이 아니라 겉으로는 서툰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기교의 최고 경지에 있다는 것이다. 혹 노자가 『도덕경』을 저술할 때 훗날 이 사리장치를 예상한 것은 아닐까? 이곳 감은사의 사리장엄구는 부여 왕흥사 및 미륵사 사리장엄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리장엄’의 하나로 꼽는 걸작이다. 감은사지삼층석탑에서 나온 사리장치는 모두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서탑의 사리장치는 국립경주박물관, 동탑의 사리장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소장하고 있다.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는 건 세수하다 코 만지는 것만큼 흔하다. 하지만 카페의 유일한 존재 이유가 뜨겁고 찬 음료를 홀짝이는 건 또 아니다. 흔히 “커피 한 잔하고 갈까?” 하는 제안은 ‘어디 조용한 데 가서 뭔가 심각하게 중요한 이야기 좀 하자’라는 의미다. 커피는 그런 상징성을 가진 사회적 장치다. 그것만큼 익숙한 광경 중 하나가 악수하거나 서로 인사하는 모습 아닐까 싶다. 모든 만남의 시작이나 발전은 악수나 웃음을 머금은 가벼운 목례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서로의 손을 거머쥔다는 의미의 악수(握手)는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인사법이다. 그럼 왜 하필 손을 잡았을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일단 잡아보면 안다. 손으로 전달되는 상대의 온기는 많은 걸 이야기해 주니까. 근데 왜 우린 악수할 때 서로 손을 흔들어댈까? 알다시피 영어로 악수는 글자 그대로 손을 흔들기(shaking hands)다. 우리에게 악수는 오랜만에 잡아보는 상대 손일수록 꽉 잡는 게 일반적이다. 그간 잘 있었어? 요즘 얼굴 좋네? 이 모든 게 있는 힘껏 잡아보는 그 악력에 다 녹아있다. 서구에서의 악수는 손을 서로 흔들어 보임으로써 ‘나는 무기를 숨기고 있지 않다, 나는 당신에게 우호적이다’ 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풍습에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러던 게 사회가 점점 문명화되고 또 무기를 소매 안에 숨기는(?) 등의 폭력적인 상황이 줄어들면서 우정과 존경의 몸짓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나만 신기한가? 손을 서너 번 흔드는 행위가 두 사람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되고 신뢰감과 친숙함을 구축된다는 게 말이다. 건배(乾杯)도 아마 그런 문화적 맥락을 가진 것으로 안다. 술잔을 세게 부딪치다 보면 내 술이 상대의 잔에 들어가게 되고 같은 방식으로 넘어오면서 섞이게 된다. 다 마시기에도 아까운 술인데 왜 술을 낭비하냐고? 건배하는 동안 잔을 부딪치는 관행은 수세기 동안 이어져 왔고 그 기원과 의미에 대한 많은 이론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서로의 잔을 부딪치는 행위로 술에 독을 타지 않았음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말한 손을 힘껏 흔드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소주잔보다 생맥주잔을 들고 있을 때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더 커지는 것도 독약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겠다. 내 앞에서 웃고 있는 사람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아보려고 우리는 상대의 손을 마구 흔들어대고 내 잔의 술을 상대 잔에 뿌렸던 모양이다. 좀 어이가 없지만 오늘날의 정치한 문화는 다 그렇게 진행되어 온 것들이다. 지금 내 손에 사진 한 장이 들려 있다. 신문에서 오려낸 건데, 튀르키예의 한 아버지가 죽은 딸의 손을 꼭 쥐고 있는 사진이다. 알다시피 2022년 터키에서 국호(國號)를 ‘튀르크인의 땅’이라는 의미의 튀르키예로 바꾸었다. 지금 그곳은 지진이 흔들고 간, 가장 힘든 시간을 겪어내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에 따르면 지진이 난 지 1주일 만에 사망자만 무려 3만1643명이라고 한다. 사진 속 무너진 건물더미 밑으로 침대가 살짝 보인다. 잠자듯 누워 있는 딸의 시간은 거기서 멈추었고 죽은 소녀 곁에 있는 아빠에게는 통한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삶과 죽음이 만들어낸 이 기묘한 대조가 낯설다. 체념도 아니고 분노도 아닌,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의 아버지는 죽은 딸의 손을 놓지 못한다. 우리네 삶이 그렇듯 슬픔만이 온전히 놓여있지는 않다. 규모 7.8의 지진이 튀르키예를 할퀴고 있던 어느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마구 흔들리는 인큐베이터를 온몸으로 지켜내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진으로부터 집중치료실에 있던 신생아들을 지켜낸 것도 간호사의 위대한 두 손이었다. 어쩌면 악수는 손으로만 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있는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텐트에는 현지인들이 남긴 글로 빼곡했다. 누가 봐도 베껴서 쓴 것 같은 ‘형제 나라’, ‘고마워 형’ 이 보인다. 그 옆에는 ‘당신들은 곧 행복해질 겁니다. 힘내세요, 튀르키예!’라고도 쓰여 있다. 생존자를 구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이들에게 내민 그들의 따뜻한 손들이다. 손으로 쓰고 있는 문화인류사다.
저울의 귀환 유홍준 쇠고기 한 근을 샀다 하얀 목장갑 낀 정육점 여자의 손이 손에 익은 한 근의 무게를 베어 저울 위에 얹었다 주검의 일부를 받아 안은 저울 바늘이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저울이 내게 물었다 인간들의 약속이란 고작 이 한 근의 무게가 모자란다고 보태거나 넘친다고 떼어내는 것? 맞아 저쪽 봉우리에서 더 먼 저쪽 봉우리로 주먹만한 고깃덩어리들이 고단한 날개를 저어 날아가는 황혼녘 국거리 쇠고기 한 근 담아 들고 부스럭대는 비닐봉지 흔들며 늙은 어머니를 찾아가면 저울을 떨게 만든 이 한 뭉텅이 주검의 무게가 왜 이렇게 가벼운가 문득 저울대가 된 나의 팔이여 모든 것을 들어냈을 때 비로소 평안을 얻는 빈 저울의 침묵이여 나는 제로에서 출발한 커다란 고깃덩어리 주검을 다는 저울 위에 올라가 보고서야 겨우 제 몸뚱어리 무게를 아는 백 열 근짜리 사지 덜렁거리는 인육 -저울에 올라야 하는 인간의 불우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무게는 무엇일까? 바로 ‘두근 반 세근 반’이다. 동명의 시에서 유홍준은 그것을 “너 처음 나에게 오던 무게/나 처음 너를 만나던 무게”, “심장이 견딜 수 없는 머리가 감당할 수 없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무게”, “결코 죽지 않는 꽃눈의, 꽃향기의 무게”라고 하였다. 그러나 생이 늘 그런 화양연화의 꽃그늘 아래 있을 수만은 없는 법이다. 삶의 고단함이나 일상의 비루함을 헤쳐나가는 불모의 도시적 삶 가운데, 우리는 끊임없는 죽음의 무게를 조우한다. 시인은 정육점에서 만난 고기에서 도살된 소의 ‘토막난 죽음’을 보고, “소고기를 뒤집고 소뼈를 고아마시”는 나 역시 “토막난 존재”(「토막난 나는, 돌아다닌다」)임을 인식한다. 얼마나 기괴한가? 어머니에게 갖다 드리기 위해 산 쇠고기 한 근을 소재로 하는 이 시는 더욱 리얼하다. 인간을 무슨 고상한 존재가 아니라, 그냥 거대한 욕망 덩어리쯤으로 여긴다. 그러니 시는 ‘주체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정육점 여자가 한 근의 무게를 저울 위에 얹자, 이번에는 저울 바늘이 부르르 진저리를 치며 내게 묻는다. “인간들의 약속이란 고작 이 한 근의 무게가 모자란다고 보태거나 넘친다고 떼어내는 것?” 이런 비아냥은 내가 끊임없이 저울에 시달려야 하는 존재임을 여지없이 깨닫게 한다. 나뿐 아니다. “저쪽 봉우리에서 더 먼 저쪽 봉우리로” “고단한 날개를 저어 날아가는” 새들도 “주먹만한 고깃덩어리들”일 뿐이다. 말하자면 세상은 고깃덩어리들로 들끓고 있는 곳이다. 국거리 쇠고기 한 근을 들고 늙은 어머니를 찾아가며 시인은 문득 “저울대가 된 나의 팔”을 의식하며 “한 뭉텅이 주검의 무게가/왜 이렇게 가벼운가” 자탄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왔던 곳으로 생각을 몰고 간다.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제로에서 출발한 고깃 덩어리”이고, “모든 것을 들어냈을 때”, 빈 저울일 때 비로소 평안을 얻을 수밖에 없는, “주검을 다는 저울 위에 올라가 보고서야 겨우/제 몸뚱어리 무게를 아는 사지 덜렁거리는” 66kg짜리 고기일 뿐이라는 것. ‘저울의 귀환’은 생을 반추하는 저울이 되어 모태인 늙은 어머니를 찾아가는 모습을 넘어, 본래 있던 곳으로 귀환할 무렵에야 겨우 자신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인간의 불우를 그리고 있다.
음악이 종합예술의 밑바탕인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과 영화는 물론 각종 공연에는 반드시 음악이 들어간다. 대중음악에서 앨범을 선전하고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프로모션 필름이 ‘뮤직 비디오’라는 독자적인 이름으로 통용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라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선 1979년에 발매된 영국의 락 그룹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1965년 결성)의 ‘더 월(The Wall)’은 이미 당대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뮤직비디오로 손색이 없다. 아니, 오히려 명칭을 초월한 최고로 파격적이고 선동적인 뮤직비디오라는 평가를 들을 만한 영상음반이다.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로 경주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처용무 보급과 우리춤 알리기에 바쁜 김용목 선생은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상물로 뮤직비디오 ‘더 월’을 꼽는다. “제가 더 월을 만난 것은 대학시절 음악을 하면서였습니다. 당시 부산 경성대에서 무용을 전공하면서 락 음악에도 매료되어 있었고 가끔씩 보컬로 참석하기도 했지요. 이 무렵 음악하는 선배들이 몰래몰래 틀어놓고 보던 뮤직 비디오가 ‘더 월’이었습니다” 우습게도 더 월은 금지곡이었다. 1980년대 초의 대한민국은 아직도 군부독재의 서슬이 맹위를 떨치던 때이고 금서(禁書)와 금지곡(禁止曲)이 문화계 전반을 짓누르고 있을 때였다. ‘더 월’은 그런 사회 분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서 오히려 그런 사회를 철저히 까뒤집고 놀려대는 가사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뮤직비디오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봐도 오싹할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시대 이 정도로 대담하고 획기적인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의 인원 동원에 온갖 영상 트릭과 애니매이션이 총동원되었다. 더구나 영상들의 내용이 대담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다. 내용들은 전쟁과 군대를 비판하고 특정 집단의 잇속에 의해 정형화된 인간을 생산하는 교육을 과감히 때려 부순다. 그 교육의 주체는 학교와 가정으로 나누어지고 학교의 선생과 가정의 엄마를 어긋난 교육의 가해자로 설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거대한 벽을 구성하는 단지 하나씩의 보잘것없는 벽돌들일 뿐이다. 핑크 폴로이드는 그 벽을 과감히 깨부수라고 맹렬히 선동한다. 심지어 뮤직비디오에는 독재자들이 횡행하는 영상내용이 적나라하게 포함되었다. 세뇌교육을 통해 독재와 장기집권을 꿈꾸던 군부독재에게 이 뮤직 비디오는 눈엣가시가 아니라 마치 핵폭탄 같은 도발이었을 것이다. 독재자들에게는 금지곡 안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어려울 수준이었다. “이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창작에 대한 제 마음가짐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평범해져서 안 된다는 생각과 새로운 도전에 과감해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어요. 제가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던 것도 다분히 더 월의 영향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김용목 선생은 당시 많지 않았던 남성 무용수로서 자신의 춤을 최대한 변화시키려 노력했고 음악적으로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했다고 회고한다. 그런 그가 처용무를 이수한 것 역시 그런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의 결과였다. 처용무는 그 중요성에 비해 그것을 익히고 전수 받으려는 사람들이 흔치 않았다. “처용무는 음양오행의 원리가 들어 있는 매우 철학적인 춤입니다. 철저히 규칙적이기도 해서 반드시 이대로 추어야 하는 춤이지요. 그러나 법고창신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전통을 지켜나가는 한편 현대적으로 접목하고 적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때문에 김용목 선생은 우리춤을 이론화 하고 새롭게 연출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문화재학으로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김용목 선생은 새로운 시선을 문화재활용사업에 접목, 3년 연속 우수사업으로 선정된 배경에도 더 월에서 얻은 충격이 스며있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경주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실전(失傳)된 사자춤을 연구하는 것도 그만의 독특한 도전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다른 뮤지션들이 다룰 수 없었고 함부로 언급하지 못했던 현실에 대한 폭발적인 고발을 행한 것을 김용목 선생은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한 문화장르로 승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그 내용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젖는 김용목 선생, 그의 도전 역시 더 월처럼 파격적일 수 있다면 그 춤과 음악 역시 경주 문화사에 놀라운 획을 그을 수 있지 않을까!
옛 황남초에 들어선 경북웹툰캠퍼스가 2023년 신규 입주자를 모집한다. 모집 대상은 웹툰 콘텐츠 창작 작가 6인과 전문성 및 비전을 가진 기업 1개사로 오는 31일까지 신청 가능하다. 입주자로 선정되면 입주 보증금 및 임대료 없이 입주실을 사용할 수 있으며, 월 관리비도 한시적으로 무상지원 받는다. 또한 사무용 집기를 비롯해 캠퍼스 내 쉼터, 회의실, 휴게실 등 공용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캠퍼스는 입주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클립스튜디오가 내장된 와콤 신티크를 입주 기간 동안 무상 대여하며, 그 외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캠퍼스 입주 기간은 기본 2년이며, 입주 연장신청 및 심사를 통해 최대 4년까지 입주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경북웹툰캠퍼스는 도내 웹툰 창작자 양성의 요람이 될 것이다”면서 “웹툰 산업 진출을 꿈꾸는 도내 인재들과 기업이 많이 신청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주시 평생학습가족관은 오는 31일 오후 2시 서라벌문화회관에서 3월 행복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이번 강연은 강원석 시인을 초청해 ‘행복을 미루지 마세요’를 주제로 열린다. <사진> 강원석 강사는 ‘너에게 꽃이다’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한 시인으로 달빛경주, 천년지애 등 경주노래를 작사해 헌정한 바 있다. 행복아카데미는 이달부터 매월(연간 10회) 마지막 주에 진행되며,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방송도 함께 진행된다. 특히 시는 올해 코로나19로 멈췄던 읍면동 순회강연도 재개해 문화적으로 소외되는 시민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평생학습관 관계자는 “엔데믹 시대에 맞춰 시민들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청해 삶의 활력과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강연으로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평생학습가족관은 이달 2일부터 상반기 평생학습강좌 강좌, 평생학습대학, 경주사랑시민캠퍼스, 도민행복대학 등으로 시민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가 ‘V-컬러링북’ 도안기부자를 모집하는 신규 사업을 운영한다. <사진> ‘V-컬러링북’은 색을 칠할 수 있도록 단색으로 된 도안이나 그림을 묶어 놓은 책이다. 이 사업은 올해 센터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재능기부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하고, 선순환적 상시 일감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다. 프로그램은 컬러링북 도안 기부, 책자 제작 2개로 구성됐다. 먼저 도안 기부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추후 책자 제작 봉사활동 진행(4월 예정) 및 SNS 이벤트도 열 계획이다. 기부된 도안은 책자화돼 지역 내 어린이·어르신 관련 기관 등 수요가 있는 곳에 배부될 예정이다. 보다 자세한 프로그램 관련 사항은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버스타고 경북관광’ 사업을 지난 20일부터 시작했다. 이는 경북 방문 단체 관광객들에게 버스비를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 농·특산물 판매와 연계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이다. <사진> 지원대상은 타 시도(경북제외) 기관·단체 및 여행사 30인 이상의 관광객이 경북 고향장터 사이소에서 농산물 구매 후 경북의 관광지(전통시장 포함)를 방문해야 한다. 버스 1대당 최대 80만원과 사이소 온라인 할인쿠폰(1인당 5000원)을 지원한다. 신청방법은 먼저 참가 단체 30명 중 20명 이상이 ‘경북 고향장터 사이소’에 회원가입 후 각 2만원 이상 농산물을 구매하면 버스승차권(이미지)이 발송된다. 받은 버스승차권(이미지) 20매를 모아 ‘버스타고 경북관광’ 사전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으며, 단체 및 여행사는 행사(여행) 후 10일 이내 지원금 신청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기타 지원조건 및 자세한 참여 절차는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홈페이지(http://www.gtc.co.kr) 및 경북나드리(https://tour.gb.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사 김성조 사장은 “수도권과 경북 외 타시도 관광객들에게 경북의 우수한 문화관광자원과 다양한 축제를 주선해 경북관광 활성화뿐만 아니라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경주시가 20일부터 ‘청년 화랑캠프’ 참가자를 선착순 모집한다. <사진> 이는 10대 뉴 브랜드 사업의 일환으로 청년의 취업과 사회참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청년간의 다양한 공감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캠프는 4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총 8회) 하루 간 진행된다. 공공기관 및 현장 전문가 컨설팅, 청년 창업소 직업체험과 화랑도 체험, 공감과 소통의 토크 콘서트 등으로 펼쳐진다. 특히 지난해는 화랑마을 내에서만 활동했지만, 올해는 10여개 지역 청년창업소와 연계해 창업실무를 배우고 직업체험까지 할 수 있다. 모집인원은 회당 30명, 총 240명을 모집한다. 참가비는 무료. 대상은 지역에 거주하는 19~34세의 청소년 및 청년이다. 신청은 화랑마을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다운 받은 후 우편 또는 이메일(lovedreamer@korea.kr)로 신청하면 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화랑마을 홈페이지(알림마당/공지사항)를 참고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경주 동궁원이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2023년 상반기 식물아카데미’ 수강생을 모집한다. <사진> 식물아카데미는 식물관련 교육과정으로 이론, 실습 및 현장학습을 병행해 생활원예, 야생화 관리, 약초와 발효, 꽃누르미 등의 교육내용으로 펼쳐진다. 식물아카데미는 4월 12일부터 6월 15일까지 진행하며, 수요반과 목요반으로 나눠 주 1회 총 10회 과정으로 진행된다. 인원은 총 50명(각반 25명)을 모집하고, 동궁원 입구 종합안내소에서 선착순 방문 접수한다. 동궁원 관계자는 “이번 교육으로 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지역에서 열리는 벚꽃마라톤과 벚꽃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역 자원봉사단체들이 환경정화에 나섰다. <사진> (사)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이하 자봉센터)는 다가오는 벚꽃마라톤과 벚꽃축제를 맞이해 친절한경자씨들과 함께 오는 30일 경주시 보문단지, 황리단길 등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환경정비를 위한 줍깅챌린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줍깅챌린지’는 2023년 (사)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로서 탄소중립과 관련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세계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기후위기극복에 동참하고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줍깅’이란 ‘쓰레기 줍기’와 ‘조깅’의 합성어로 일정 장소를 달리거나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친환경 캠페인이다. 자봉센터는 자원봉사단체들을 연합해 줍깅챌린지를 통해 지역으로 방문하는 손님맞이를 제대로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재윤 이사장은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서서 동참해주심에 감사드리며, 따뜻한 봄을 맞이해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장소에 환경정화를 통해 깨끗한 경주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많은 동참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참가 희망 및 보다 자세한 프로그램 관련 사항은 전화(054-771-1365)로 문의하면 된다.
경주엑스포대공원이 오는 4월 1일에 개최하는 제30회 경주벚꽃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이용요금 할인한다. 할인행사는 크게 경주엑스포대공원 입장 할인과 인피니티 플라잉 공연 할인으로 입장 할인의 경우, 대회 전날인 31일부터 대회 다음날인 4월 2일까지 주말동안 이뤄진다. 경주엑스포대공원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온 가족이 함께 찾아 즐길 수 있는 365일 힐링테마파크로 전시와 공연, 체험을 한 곳에서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공원 내 경주솔거미술관은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한국화 작품을 연중 감상할 수 있으며, 벚꽃시즌 미술관 앞 벚꽃 터널은 경주에서도 손꼽히는 포토존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특히 4월 1일과 2일에는 벚꽃 버스킹도 열릴 예정이다. 주간입장료는 대인·소인 구분 없이 8000원이며, 야간(루미나이트) 입장료는 3000원으로 일괄 적용된다. 또한 인피니티 플라잉 공연 할인은 4월 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며, 정상가 대비 40% 할인된 1만8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 및 공연 할인대상자는 대회 참가 번호표 지참자와 동반 3인이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거나 체한 듯 가슴 갑갑한 날에는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종소리를 들으러 간다. 종소리는 복잡하고 불편한 마음을 치유해주는 법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는 곳 가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신종은 범종 가운데 가장 긴 여운을 가지고 있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맥놀이 현상으로 일어나는 공명이 사람이 가장 듣기 주파수대라고 한다. 이처럼 신종의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맑고 편안하게 해주는 한 편의 시와 같다. 그리고 신종은 소리뿐만 아니라 종합예술품이다. 거대한 종을 만든 기술이 놀랍고 연꽃 방석 위 무릎 꿇고 앉은 비천상, 바람에 날리는 옷자락과 주변의 당초문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그리고 비천상과 비천상 사이에는 총 830자의 명문(銘文)이 양각되어 있다. ‘지극한 도(道)는 형상의 바깥을 포함하므로 보아도 그 근원을 볼 수가 없으며, 큰 소리는 천지 사이에 진동하므로 들어도 그 울림을 들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가설을 열어서 삼승의 심오한 가르침을 관찰하게 하고, 신령스러운 종을 내걸어서 일승의 원음(圓音)을 깨닫게 한다. (至道包含於形象之外, 視之不能見其原. 大音震動於天地之間, 聽之不能聞其響. 是故, 憑開假說, 觀三眞之奧載. 懸擧神鍾, 悟一乘之圓音)’ 명문 속의 일승과 삼승에 대해서는 《묘법연화경》에 잘 나온다. 《묘법연화경》의 〈비유품〉과 〈방편품〉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원효(617~686)는 저서 《법화경 종요》에서 일승으로 회삼귀일(會三歸一)을 역설했다. 원효 사후 백 년쯤 뒤에 종이 만들어졌으니 원효의 철학과 사상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일승원음(一乘圓音)에 대해서도 《능엄경》에 이근원통(耳根圓通)이란 말이 나온다. 간단히 말해서 소리를 통해서 자기 품성을 보라는 뜻이다. 덧붙이자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보살피고 듣는다는 뜻의 관세음(觀世音)도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깨달음을 중요시하고 있다. 삼대의 왕위에 걸쳐 만들어진 것도 종소리의 원력을 위함일 것이다.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만들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의 아들 혜공왕 때인 771년에 완성했다. 봉덕사에 걸었다 하여 봉덕사종으로 불렀다. 북천과 가까운 현 경주세무서 자리에 있던 봉덕사는 큰 홍수로 떠내려가고, 덤불 속에 무거운 종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무렵 경주 금오산에 기거하던 김시습의 시속에 당시 종의 모습이 실감나게 잘 드러나 있다. ‘절집은 무너져서 자갈밭이 되고 종은 덤불 속에 버려졌네. 주나라 문왕의 돌북과 같으니 아이들은 두드리고 소는 뿔을 가는구나’ -김시습의 시「봉덕사종」 일부 이후 1460년 영묘사로 옮겨 매달았는데 종교적 용도보다는 주로 군사적 용도로 쓰이다가 1506년 영묘사가 화재로 소실되자 봉황대 고분 서쪽에 종각을 지어 가져왔다는 기록이 《동경잡기》에 전하고 있다. 경주 읍성의 남문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다 보니 성문을 여닫거나, 군사 소집 때 종을 쳤다는 기록이 나온다. 대사헌을 지낸 홍직필(1776~1852)은 다음과 같은 시로종소리에 대한 감상을 시로 지었다. ‘종소리가 도성 거리에 진동하여 성안에 가득하니, 저녁과 새벽 구분하려고 때맞춰 울리네. 사랑스럽도다 금경(金莖·비팀목)이 지탱하여, 아직까지 천년 고국의 소리 울리니’ 이외에도 유의건의 「봉대모종(鳳臺暮鍾)」을 비롯한 조선의 많은 시인 묵객들이 봉황대에 걸린 신종을 노래했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15년 구 경주박물관(현 경주문화원)으로 옮겨 왔다가 1975년에 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30톤에 이르는 무거운 몸에도 불구하고 네 번이나 이사를 한 세계 최고의 종의 아이러니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이사 가지 않아도 되겠구나 라는 안도감 한편에 너무 튼튼하게 시멘트로 지은 집이라 맘에 걸린다. 한옥이 잘 어울리는데 양옥집에 살고 있다. 최고에 맞는 아름다운 집 하나 지어주었으면 어떨까? 한편, 어린아이를 시주하여 ‘에밀레, 에밀레’ 하는 종소리가 난다는 인신 공양의 설화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사실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 이야기는 19세기까지 어느 기록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민담채집 과정에서 채록된 이야기라는 게 주된 설명이다. 실제 성분조사에서도 구리와 주석이 전부였으며 뼈의 성분인 인은 제로였다. 비천상 사이의 명문 내용으로 보아 종소리는 부처 목소리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도올 김용옥은 에밀레종의 인신 공양과 관련해서 도올다운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야이 미친년놈들아! 어느 얼빠진 년이 그래 지아들을 부처님 잡수라고 펄펄 끓는 황동의 불구덩이에 집어넣느냐 말이다. 과연 그것이 신앙인가? 과연 그것이 예술인가? 과연 그것이 호국인가? 야이 얼빠진 놈들아! 에밀레 에밀레 좋아하시네!’ -도올 김용옥의 저서 <나는 불교 이렇게 본다> 가운데 일부 이 정도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종은 만든 취지와 불살생을 기본으로 하는 이념으로 보아 일어날 수 없는 일임에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에밀레종 이야기는 예술적 영감과 상상력을 가져다주었으며 시와 소설, 희곡 등 문학으로 녹아들어 많은 작품이 만들어졌고 영화와 연극 그리고 대중가요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최인수 교수는 외국 생활 중에 어떤 바람결에 들려온 에밀레종 소리에 영감을 받아 작품 ‘먼 곳으로부터 오는 소리’를 만들었는데 소리가 조각 예술로 재탄생 된 것이다. ‘세상에 진리가 있는데, 그것을 표현할 길이 없어 이 종소리로 대신 한다’ 멋지고 맛깔스럽게 함축된 이 문장은 사학가 최순우 선생이 제자들에게 한 말이기도 하고, 문광 스님의 글에서도 등장한다. ‘우주 그 자체요 핵심(核心)이라는 ‘도(道)’가 무엇인지는 속인이 헤아려 알지 못할 바요, 다만 어렴풋이 현상이 보이는 외형만 바라볼 뿐 내재하는 근원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련만 신종(神鐘)이 한번 울리면 어리석은 중생들로 하여 도를 깨우치는 심안(心眼)을 뜨게 하여 마음과 눈과 귀를 밝혀 주는 듯하다. 누구나 한 번 종소리를 귀에 담으라. 그대를 위하여 영원한 복음이 되리라’ 미술사학가 소불 정양모의 글 <한국의 종> 중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그는 경주를 제대로 알려면 에밀레종 소리를 들어 보아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정식 명칭은 성덕대왕신종이지만 에밀레종으로 부르고 싶다. 꼬맹이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으며 이미 입에 베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고향 친구 만나면 이름보다 별명이 먼저 생각나듯 정감이 갈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사방백리를 간다는 에밀레종 소리가 오대양 육대주로 울려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일승원음(一乘圓音)의 둥근 종소리는 바로 붓다의 말씀이기도 하기에. 전인식 시인
경북도는 2023년도 햇살에너지농사 융자지원계획을 공고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사진> 이는 경북도가 2016년부터 전국 최초로 ‘에너지사업육성기금’을 조성해 태양광 발전사업 시설자금을 융자해주는 사업이다. 축사를 비롯한 농어촌 건축물,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전기를 생산·판매해 농외소득을 창출함으로써 탄소중립 실현에도 효과가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다. 특히 낮은 대출 금리와 안정적인 농외소득 창출 효과가 검증되면서 매년 도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도는 더 많은 농어업인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올해는 총 137억여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대상은 공고일 현재 경북도에 주소를 둔 농어업인 및 농어업인 단체다. 개인은 태양광발전 시설용량 100㎾ 기준 1억4000만원, 단체는 태양광발전 시설용량 500㎾ 기준 7억원까지로, 6개월 거치 11년 6개월 원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연리 1% 융자 지원한다. 다만, 도는 식량안보와 농지훼손 우려 등을 고려해 논·밭·과수원 등 실제 농작물 경작지로 이용되는 토지, 건축물대장 미등록 및 준공검사가 완료되지 않은 건축물 등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신청서 접수기간은 4월 14일까지다. 지원희망자는 경상북도 누리집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작성하고, 사업계획서 등 관련서류를 구비해 환동해지역본부 에너지산업과로 우편 및 방문접수하면 된다. 접수된 서류를 바탕으로 평가와 햇살에너지농사 추진단 심사위원회가 사업계획의 적정성과 설치 위치 등을 심사해 최종 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경북도가 ‘2030 경북관광 비전’을 선포하고 새로운 미래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도는 지난 16일 더케이경주호텔에서 관광업계 대표, 경북문화관광공사, 23개 시군 단체장 및 관광담당공무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30 경북관광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도는 선포식에서 ‘리얼코리아 경북, 글로벌 K-관광 선도’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관광객 1억명,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 관광수입 5조원 목표를 발표했다. 성공적인 비전 달성을 위해 △세계인이 찾는 관광매력 수도 실현 △현장과 함께 만드는 경북관광 산업화 △K-중심성 글로벌 확산 △경북주도 관광시대 등 4대 추진전략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경북관광의 새로운 도약으로 지방시대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선포식은 개회식과 관광전문가로 구성된 경북관광 홍보 서포터즈 위촉장 수여, 2030 경북관광 비전 발표, 23개 시군과 함께하는 2030 경북관광 비전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을 찾은 관광객은 4038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또 한국관광데이터랩 방문자 수 최다지역 부문에서 비수도권지역 중 1위, 전국에서는 3위에 올랐다. 도는 우수한 관광자원과 기회요인을 바탕으로 K-컬쳐 기반 경북형 매력적인 관광자원화와 일류 이색 관광콘텐츠 발굴·육성, 기술과 관광의 융복합화를 통한 고부가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비전 선포식은 ‘경북관광 1억명 시대 달성’의 마중물 역할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비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관광시장에 경북도가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