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전국 농민들의 반발로 연기됐던 한·칠레 FTA 비준안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재적의원 162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4월부터 FTA가 발효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칠레산 염장 어류 등의 관세는 즉시, 포도주는 5년 이내, 복숭아 토마토 살구 딸기 등은 10년 이내 관세가 철폐되며 포도는 현재 45%인 관세가 10년간 매년 4.5%포인트씩 낮아져 10년 뒤에는 무관세로 수입된다.
정부는 이번 한·칠레 FTA 비준안이 통과 됨에 따라 당초 계획대로 ‘4대 특별법’을 통해 농업·농촌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경주시 역시 포도농가를 비롯해 과수농가에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한·칠레 FTA협정체결 농정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는 우선 피해를 받게 될 과수분야 특히 시설포도와 복숭아 및 단감의 경쟁력제고에 주력하고 고품질 안전생산 및 정적 규모화를 유도하고 수급안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농작물 재해보험료를 시비를 포함해 92.3%를 보조하고 농업과 관련해 예산을 집중 투자하고 농작물 재해보험을 확대, 과실가격 하락시 소득보전, 폐업희망농가, 폐업자금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를 비롯해 경주시가 FTA 체결과 관련 정책을 제시했지만 그 동안 체결을 반대해온 농민들은 망연자실하는 표정이다.
건천읍 포도농가 이모씨는 “농산물 문호가 개방된 이때 그 어떤 정책이라도 농민들의 민심을 달래기는 어렵다”며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우리 농민 스스로가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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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투쟁해 반드시 막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한국과 칠레 양국간 국가를 원산지로 하는 상품에 대해 관세를 원칙적으로 철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FTA 비준안이 지난 16일 국회를 통과하자 지역 농민들의 반응이었다.
한·칠레 양국은 조만간 국내비준 완료 문서를 교환한 뒤 이르면 4월부터 FTA가 정식 발효된다.
국회는 이날 FTA 비준안 표결에서 재적 의원 271명 중 234명이 표결에 참가, 찬성 162명, 반대 71명, 기권 1명으로 가결 처리하고 이와 동시에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호금융자금 금리 인하를 담은 `‘농어업인 부채경감 특별법 수정안’과 `‘농어민 삶의 질 향상 특별법안’, ‘ FTA 이행을 위한 관세특례법안’ 등 관련법도 병행 처리됐다.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칠레산 염장 어류 등의 관세는 즉시, 포도주는 5년 이내, 복숭아 토마토 살구 딸기 등은 10년 이내 관세가 철폐된다.
그러나 칠레산 쌀 사과 배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되며 포도는 계절관세가 적용된다.
문제는 한·칠레 FTA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한·일, 한·싱가포르 FTA를 협상 중에 있고 거대한 중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한·칠레 FTA 비준안 통과로 커피, 배합사료, 종우, 양털 등 일부 품목은 FTA 발효 즉시 무관세로 수입되고 쌀과 사과, 배 등 칠레산 농산물 394개 품목은 FTA 대상에서 제외돼 현재와 같은 관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포도, 복숭아 등 과일품목이 관세가 철폐돼 싼값으로 연중 수입 될 경우 사과, 배 역시 국내 수요가 줄어들어 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16일 FTA 비준안 국회 통과에 앞서 농업경영인회 경주시지부 회원 및 지역 농민들은 한나라당 경주시지부 사무실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지만 비준안이 통과되자 허탈한 마음을 안고 자진 해산했다.
◆지역 농민 반응=(사)한국농업경영인 경주시연합회 김혁연 회장은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같습니다. 전국의 농민들이 결사 항쟁으로 막으려 했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만큼 이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우리 농민들도 수입 농산물에 맞서 농사를 지어야 겠지요”라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한·칠레 FTA 비준안 통과에 따라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농가가 포도 농가.
경주지역에서 포도 재배가 가장 많은 건천 지역은 침울한 분위기다.
비가림 재배로 1천평 가량 포도 농사를 짖고 있는 건천읍 이모씨는 “이제는 다시 한번 생각(포도 농사)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농민들을 죽이려고 정부가 칠레와 FTA를 체결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농사를 짓는 힘없는 농민 입장으로서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 밖에는 없고 농사를 지을 희망이 없습니다”며 “포도 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작목으로 대처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노지 재배로 1천500평 가량 포도 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씨는 “계절 관세로 포도가 들어 온다 해도 분명 피해는 있을 것이다”라며 “정부의 막연한 대책보다는 경주시에서 지역 농민들을 위해 다양한 대책 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주지역의 경우 포도재배 농가는 992농가에 338ha로 지난 한해 동안 7천381t을 생산 122억원의 농가 소득을 올렸다.
이중 90%가 비가림 재배로 건천지역이 주요 생산지이며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망이 형성되고 있어 외부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는 관망이지만 11월에서 4월까지 계절관세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경우 이제는 저장 판매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국내산 포도가 10년 넘게 포도 값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포도재배 농가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저장 판매가 어려워짐에 따라 포도 출하시기에 과잉 출하 될 경우 국내산 포도 거래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포도 재배농가는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경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FTA보다 더 시급한 것은 농민간의 과잉생산을 막는 방법”이라며 “이번 겨울에는 MBA저장포도가 과잉생산으로 생산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5kg당 2천∼3천원에 산지 가격이 형성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과는 관계없이 이미 포도 값이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에 포도 재배 농민들은 “국내 과수농가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과수 값이 일정액 이하로 떨어지면 이를 정부가 보상해 주는 직불제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수농가 지원 대책=최근 경상북도는 한양대학교 용역결과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으로 농업 피해는 전국적으로는 앞으로 10년 간 5천860억원,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천740억원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99년 12월부터 FTA공식협상을 추진하면서 쌀·사과·배 등 3개품목은 완전 제외시켰고 신선 포도는 계절관세만 부과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주장해 왔지만 결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시설포도의 경우 칠레와 유통시기가 같고 가격경쟁력도 약해 직접 피해가 예상되고 있으며 특히 칠레산 포도는 운송기간과 저장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당도가 국내산보다 높다는 점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북도 ‘WTO/FTA 대책팀’은 앞으로 10년 간 포도는 2천286억원, 키위 347억원, 복숭아 273억원과 과일주스 가공품 등 개방에 따른 피해예상액인 간접피해 2천954억원 등 총 5천860억원으로 피해액을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피해를 받게 될 과수분야 특히 시설포도와 복숭아 및 단감의 경쟁력제고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들 재배 개별농가에는 경영안정을 위한 고품질 안정생산 및 규모화를 유도하고 생산자조직은 수급안정 및 유통개선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한·칠레 FTA협정체결 이후 지역 과수재배농가의 어려움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하여 농정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시에 따르면 농가에 대한 영농안정망을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과수재배농가(사과, 배, 단감, 포도, 복숭아)에 농작물 재해보험료를 시비포함 92.3%를 보조하고 벼 재배 농가에는 쌀소득 보전 직접지불제 등으로 시비 1억2천2백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지식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하여 14억2천7백만원으로 우수농업인 해외연수, 농업인 최고경영자과정교육, 농어촌 컴퓨터지원, 농업경영컨설팅사업 등을 추진하고, 고품질 쌀생산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1백10억6천7백만원으로 벼육묘공장을 확대 설치하고, 친환경 쌀 단지를 조성하며, 논농업직접지불제 최대면적을 3ha에서 4ha로 확대하고 ha당 지급기준도 43만2천원에서 53만2천원으로 상향했다.
이밖에 농촌의 노동력 부족에 대한 농기계 종합대책사업으로 13억8천4백만원으로 병충해 항공방제 대용기종인 광역방제기 3대를 구입하여 안강, 강동, 불국동에 시범적으로 우선 공급할 계획이며 중소형 농기계지원사업으로는 곡물건조기, 논두렁 조성기, 퇴비살포기 등 7개 기종 534대를 희망농가에 전량 공급하여 기계화 영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직접 피해를 받게될 과수분야 경쟁력제고에 중점 지원하기 위해 개별경영체의 시설현대화 생산기반 정비와 고품질 안정기반 구축을 위해 키낮은 사과원조성, 과수품질 고급화 사업, 시설원예 자동화시설, 우수농산물 포장재지원, 저온저장고 건립 등에 우선 14억8백만원을 투자하고 생산자조직의 수출경쟁력 강화와 개방대응력 제고를 위해 78억원으로 광역산지유통센타를 건립하여 생산유통 계열화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정부투자계획과 연계 경쟁력 향상을 위해 피해농가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농작물 재해보험 확대, 과실가격 하락시 소득보전, 폐업희망농가, 폐업자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업기반조성 사업에도 64억원을 들여 85개 수리시설물을 정비하고 배수개선사업과 경지정리를 추진하며 새로운 농업기술사업에도 28억7천4백만원으로 과수방충벽 50개소를 설치하고 양송이 재배사 시설을 현대화할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 농정과 손문익 과장은 “지난해 농림부로부터 농정평가 우수 시군으로 선정돼 상사업비 5천6백만원을 확보하여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여 지원할 계획이다”며 “특히 내년 상반기에 중앙정부에 국비예산을 7개분야 48개사업에 585억원의 예산을 요구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식 산업환경국장은 “여러가지 어려운 재정에도 불구하고 경주시에서는 농민과 함께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자 전 행정력을 동원 농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겨내자 ‘FTA’=현재 경주지역은 문화관광도시라고 불리고 있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농촌도시이다.
2003년 12월 말 현재 1만9천61호에 5만2천938명이 농업인으로 농가인구만 전국 2위에 해당된다.
한우 사육두수 전국 1위, 양송이 재배 전국 2위, 젖소 재배 전국 3위, 시설토마토, 단감, 보리재배 도내 1위, 벼, 양동 재배 도내 2위.
지난 한해동안 지역에서는 농업분야에서만 5천539억원의 생산액을 올렸다.
이는 경주시 전체 소득액에 15%에 해당될 만큼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이제 한·칠레 FTA 체결 이후 지역 농업은 제2의 변신을 하지 않으면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경주시의회 안진수 의원(강동면)은 “현재 경주 농업은 영농 규모 면에서만 전국 1·2위이지 시 정책이나 예산은 농촌 후진 도시이다”며 “FTA마저 체결된 이때 지금 이 상태로 계속 흘러간다면 지역 농업인들은 경주를 떠날 것이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시 전체 예산에 농업 예산은 10%에 지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시 행정이 농업분야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알 수 있다”며 “형식적인 농기계보조나 각 작목별 단위 사업 보조에 예산을 투자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곳에 예산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주지역의 경우 농업 분야에 전문 연구 인력은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며 “농업에 관한 전문 연구 인력을 충원해 신기술 및 각 작목별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야하며 비인기 작목이나 채산성이 맞지 않은 작목은 과감히 포기하고 대체 품목을 개발해 경주만의 특색 있는 농산물을 개발·생산해야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안 의원은 강조했다.
또 김원헌 시의원(건천읍)은 “지금 농업은 경쟁력을 갖추어야 만이 글로벌시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고품질의 농산물을 개발해 브랜드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경주시의회 차원에서 ‘경주농산물인증입법조례’를 준비중에 있다”며 “이 조례가 통과 될 경우 경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이나 고품질의 농산물에 대해 경주시가 인증하고 경주시의회가 품질을 보증해 주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게 돼 판매망 확대는 물론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경주시농산물로 탄생할 것이다”고 말했다.
경주시 농업기술센터 김종걸 소장은 “현재 경주시에서는 농업분야와 관련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는 만큼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지역 농민들이 자신감을 상실하고 있어 가장 안타깝다”며 “분명 농업도 변하면 살아날 수 있고 그 어떠한 산업보다 고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제 농업도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며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대폭 확대해 브랜드화하고 농산물에 대해서도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 거래 가격을 낮추는 한편 리콜제를 생산자부터 실시해 신뢰도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가공산업을 비롯해 꿀 곶감, 쌀엿, 참기름 같은 고부가가치농업을 집중 육성하고 경주의 특색을 살려 농업을 관광과 연계한 농업관광테마를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들의 자신감인 만큼 희망을 갖고 세계의 농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