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문화의 발달로 어쩌면 지구촌은 이미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가는 거대한 흐름을 타고 있는지도 모른다. 통합세계시장이라는 당위성 앞에 이데올로기나 국경은 빛바랜 낡은 역사적 유산에 지나지 않는 구시대 산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러한 대세에 힘입어 한국과 칠레간 자유무역협정 FTA 비준안이 지난 16일 농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국회를 통과 했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로서는 이를 외면한 채 세계시장에서 고립을 자초했을 경우 고관세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국가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FTA 비준안의 국회통과는 처음부터 시간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국가신인도를 볼모로 그들의 명분을 축적하면서 시간허비를 해 왔고 그 사이 애꿎은 농민들과 기업인들만 아픔을 맛보아야했었다.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은 국가경제발전이라는 미명아래 늘 착한 희생양의 역할을 도맡아 해왔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농업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보유한 경주는 역사문화도시이면서 농업도시이다. 전체 인구의 약 18%인 5만2천여명이 농업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농가인구비율로는 전국 2위, 한우사육두수 전국 1위, 양송이, 젖소, 토마토, 단감, 보리재배는 도내 1위이다. 모 전문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칠레 FTA로 과수분야에 향후 10년간 5천86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FTA가 경주지역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성과가 없어 정확한 피해규모는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적잖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주시가 농정종합대책 수립으로 발 빠르게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경주시의회에서도 지역농민들의 경쟁력향상을 위해 `경주시농산물인증입법조례`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소 안도되는 마음이다. 경주시나 시의회가 차제에 경주농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국제경쟁력을 고려한 농업정책의 수립에 힘을 써줄 것을 당부한다. 아울러 각계 전문가들로 하여금 고유브랜드개발과 품질향상을 통한 경쟁력확보와 관광과 농업을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연구를 통한 지역특색에 알맞은 농업정책수립으로 농민들도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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