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가 형성되고 이곳에 국제적인 관광휴양지가 설계된 것은 지난 70년대 초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력한 뜻에 의해 탄생됐다. 부족한 예산 때문에 정부는 IBRD로부터 거액의 차관을 도입했고 지난해 경북관광개발공사는 이 돈을 전액 상환했다. 그러나 정부가 당시 이곳을 국제적인 관광단지로 계획하면서 그 배경으로 천혜적인 보문호를 가장 먼저 꼽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같은 계획에 따라 지금도 호수를 낀 동쪽지역은 대형 특급호텔과 각종 상가, 음식점, 위락시설 등이 잇따라 들어서 밤을 밝히고 있다. 반대편인 서쪽 지역엔 나즈막한 산을 끼고 관광도로가 생겨나 호수주변의 수목과 자연스레 어울려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를 연출하고 있다. 몇년전 경주시와 경북관광개발공사측은 호수에다 고사분수를 띄워 그 경관을 더해주고 있고 그림같은 호수위엔 하얀 백조호가 관광객을 태우고 유람하는 등 한폭 그림을 연상케 하고 있다. 이런 호수에 지난해에 이어 최근에도 붕어떼가 집단 폐사해 주변에 널려 악취를 풍기고 있는데도 정작 호수를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 경북관광개발공사측은 팔짱만 끼고 있다. 당초 경북관광개발공사가 탄생한 이유도 이같은 호수가 있었기 때문인데도 공사측은 상가분양과 관리비 등 돈 벌이에만 신경을 쏟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년전 가뭄을 틈타 시행했던 호수 준설공사 이후 이같은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보문단지내 상가에서 흘러내린 각종 오폐수가 물고기떼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호수에 물이 빠져 바닥을 드러냈을 때의 보문단지를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그만큼 호수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북관광개발공사와 농업기반공사는 이제라도 전력을 다해 물고기떼 집단 폐사에 대한 원인규명에 나서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보문호수가 없는 관광단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고 이 호수에는 살아 있는 물고기가 있어야 그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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