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내 소유의 땅 한 평 가져본 적 없지만
저 넓은 하늘밭 아름다운 별빛 데불고 꿈은 참 행복 했었다
나에게 땅 한 평이 생긴다면
일개미 한 가족 불러다 이웃하며 부지런히 살리라
메마른 땅에 오솔길 만들고
그 오솔길이 아침마다 날 귀찮게 불러내는
쑥부쟁이가 주인인 붉은 토담집을 지으리라
아, 바랭이풀이 나를 밀어내도 괜찮다
살다 길이 툭툭 털며 돌아가는 날
땅 한 평은 개미에게 물려주고
내 자식들에겐
일개미의 전설과 머리 위에 저토록
푸른 세계가 널려 있음을 기필코 일러주리라
다행히도 내 통장에는
비둘기 두 마리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끝내는 날아갈 한때의 날갯짓
이것 또한 내 소유가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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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참으로 감동적으로 읽히는 시 한 편을 소개하겠다. 삶이 진솔하게 묻어있으면서 투명하게 전율되는 한 편의 시라 하면 좋을 것 같다.
우선 이 시에서 뭉클하게 와닿는 것이 안빈낙도적 삶의 세계관인데, 즉 청빈하게 사는 마음자세가 그것이다. 활달하면서도 유창한 문장표현이 더욱 감동을 유발하는데 한몫 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오솔길이 아침마다 날 귀찮게 불러내는 / 쑥부쟁이가 주인인 붉은 토담집을 지으리라 / 아, 바랭이풀이 나를 밀어내도 괜찮다’ 라는 구절이라든가. ‘살다 길이 툭툭 털며 돌아가는 날’, ‘내 통장에는 / 비둘기 두 마리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 끝내는 날아갈 한때의 날갯짓’같은 이런 잘 구가된 문장들이 의미하는 바는 더욱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시인은 또, 부지런한 일개미를 통해서 넌지시 인간의 삶을 비춰주기도 하면서, 결국 인간이 터잡아 살아가고 있는 땅은 인간소유의 것이 아닌 일개미의 터전이라는 걸 제시해 주고 있는 대목이 예사롭지 않은 시인의 통찰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세상같이 많이 가질려고 안간힘 쓰며 투쟁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시인은 유유자적한 세계에 비켜나 있으면서 탐탁잖게 생각하는 것이다. 보라, 은행통장은 갖고 있지만, 그게 ‘비둘기 두 마리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지만 ‘끝내는 날아갈 한때의 날갯짓’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