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6일 안강읍 육통리에서 발병한 조류독감 여파는 닭·오리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과잉기피로 이어지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극심한 경제적 손실로 시름하고 있다.
또 관련업계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자 개점휴업으로 사실상 폐업 상태다.
한우는 도내 1위, 닭은 도내 4위를 차지하는 경주의 축산 기반과 관련업계가 잇따른 악재로 흔들리고 있으나 정작 경주시는 수습에만 급급할 뿐 회생대책에는 손을 놓은 상태다.
특히 닭·오리의 경우 75℃이상에서 5분 이상 익혀서 먹으면 안전하다는 관련기관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관계기관의 무대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축산농가 위기가 지역경제 위기로◀
경주지역에서 닭·오리 관련 식당은 250여개. 여기에 닭·오리를 판매하는 업소를 따지면 600여개소에 이른다.
경주시 관계자는 “조류독감 발생이후 폐업신고를 한 곳은 없지만 개점휴업으로 사실상 폐업한 상태의 영업장이 많다”며 “올 들어 신규 닭·오리 취급 영업장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조류독감 발생으로 축산농민들에 이어 관련업계로 그 여파가 이어지면서 육류유통업체, 육계 및 계란 판매업소, 닭과 오리를 취급하는 음식점 등 닭과 오리와 관련된 모든 업체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성동시장에서 닭 도매업을 하는 한 상인은”조류독감 보도이후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개점휴업 상태여서 한동안 점포 문을 닫았다가 며칠 전부터 조금씩 팔려나가고 있으나 아직도 예전 매출의 1/3수준이다”고 한탄했다.
조류독감 여파로 계란판매가 뚝 떨어진 한 양계농가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축산농가는 닭·오리를 처분해 보상이라도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농가는 3개월여 동안 판매를 하지 못해 차라리 우리 닭도 조류독감에 걸려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고열로 조리하면 안전 발표에도 과민반응◀
현재 유통되는 닭, 오리고기는 정밀한 도축검사로 건강한 개체만 유통하고 있으며 이를 충분한 열로 가열하여 조리하면 바이러스의 감염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국립보건원은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가 발생했던 국내나 홍콩 등지의 사례에서 보듯 닭고기, 계란 등으로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는 아직까지 보고 된 적이 없으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닭고기와 계란은 엄격한 위생검사를 거쳐 공급되는 안전한 식품”라고 발표했다.
또 닭, 오리고기를 먹는 것으로 인해 사람이 감염된 경우는 없으며 가금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섭씨 7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죽기 때문에 엄격한 위생처리 과정을 거친 닭, 오리고기를 흔히 먹는 조리법으로는 감염될 가능성이 없다는게 관계기관의 주장이다.
▶조류독감을 바로 알자◀
①조류독감은 닭·오리 및 야생조류 등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호흡기를 통한 접촉이나 공기전염을 통해 감염될 수 있으나 음식 섭취를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75℃ 이상의 온도에서 30초 이상 가열하면 죽는다.
②생닭이나 오리를 먹는다고 해도 감염되지 않는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고기자체에는 없으며 분변이나 분비물 등에만 존재한다. 또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이미 죽은 닭에서 공기전염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③조류독감에 걸린 닭은 알을 낳지 못한다. 또 알에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전혀없다. 껍질에 묻어 있다 하더라도 판매전 세척과 소독을 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없어진다.
④조류독감에 걸린 닭은 3~5일 이내에 죽는다. 그 닭은 털을 뽑을 수 없을 만큼 경직되고 털을 뽑는다 해도 살색이 붉어져 상품성이 없다. 또 감염된 닭은 도살처리되며 정식 인증을 받은 도계장에서만 잡기 때문에 안전하다.
⑤1918년 스페인에서 사람이 많이 죽은 것은 그들이 조류독감에 걸린 닭을 먹고 사망한 것이 아니라 조류독감에 걸린 닭과 접촉해서 사망한 것이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닭고기·오리고기를 먹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축산물 기피현상 음식점은 찬바람◀
지난해 조류독감을 시작으로 광우병 파동, 브루셀라, 소 결핵 등 전국 최대 축산집결지인 경주에 각종 가축질병이 연이어 발생됨에 따라 육류 소비가 크게 위축.
현재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소비는 살아나고 있지만 음식점의 경기는 아직까지 찬바람만 불고 있다.
삼성 홈플러스의 경우 양계 판매는 지난달 중순 대비 30%가량 상승된 상태. 또 한우고기도 광우병과 브루셀라 발병 언론 보도 당시 보다 약 10% 가량 증가한 상태.
하지만 수입 쇠고기 판매는 한우고기 대비 20%에 불과하다.(파동 전 70:30)
주부 김모씨(52. 황성동)는 “언론에서 조류독감이 인체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판단해 지난주부터 닭을 구입하고 있다”며 “광우병 때문에 수입 쇠고기는 구입하지 않고 있으며 한우고기는 너무 비싸 구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동천동 한우고기전문점은 “광우병 파동과 브루셀라 이후 손님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지난달의 경우 하루 종일 공치는 날도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성건동에 S식당(수입 쇠고기 취급점) 관계자는 “일부 단골 손님들과 고기를 좋아하는 미식가들은 이용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발길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언론에서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시민들의 외면은 여전하다. 성건동 임모(31)씨는 “언론에서 인체와는 무관하다고 방송하고 각 단체별로 홍보하고 있지만 만약에 내가 먹고 병이 생긴다면 누구 책임질 것인가”라며 “요즘 가족들과의 외식이나 회식자리에서도 고기소비 보다는 수산물쪽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경주시 축산산업 살리기 나서야◀
경주가 축산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주시는 회생을 위한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닭·오리 고기 소비촉진을 위해 나서며 분위기 조성을 하고 있지만 경주시는 한차례 시식회를 가진 뒤에는 안전하다는 홍보에 대해서는 뒷짐이다.
따라서 경주시가 축산업계와 시민단체 등과 함께 시민들에게 조류독감에 대한 정확한 홍보를 하고 지역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