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의상대사가 부석사에서 날려보낸 종이봉황 내려앉은 곳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천등산 봉정사 앞 풍경 좋은 만세루 오른다 가만, 가만, 풍경 저 너머에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먼저 간 동생이 저기에 걸어온다 형아 하면서 손닿지 않는 네게 나는 만세루 어고(魚鼓)만 계속 두드린다 이건 풍경 이전의 일 ------------ 이 시에서 우리가 읽어내는 것은 시인의 심상(心象)인데, 흔하디 흔한 절간을 노래해 어쩌구저쩌구 하는 상투성을 벗지 못하는 시와는 아주 변별되기에 좋은 시 한 편 만난 기쁨으로 쾌히 이 지면에 소개하고자 한다. 맨날 절간 풍경이나 묘사하고 선경 같다느니 하는 현재형의 그것만을 읊은, 흔한 그런 류의 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절간을 노래할 바엔 전생이나 내생도 미당(未堂)처럼 잘 가미할 줄 알아야 시다운 시 그러니까 큰 울림이 다가올 줄로 안다. 이 시에서 보면 예사롭지 않은게 봉정사 만세루에 올라가 ‘어고(魚鼓)만 계속 두드리’는 시인 앞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먼저 간 / 동생이 저기에 걸어온다‘는 뜻밖이 아닌 기발한 착상을 대치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이건 풍경 이전의 일’이라고 적절한 문장으로 뒷받침하면서 말이다. 그래야 시가 한껏 살아나고 생명력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기도 하다. 예사로운 삶에서 빛나는 시정신이 있듯이 시인은 꿈속에서 보다, 윤회를 거듭하며 인간의 소망이기도 한 극락왕생을 꿈꾸는 절간에서 그것도 모든 생명을 제도하는 행위의 일종인 ‘어고(魚鼓)’를 두드리는‘ 속에서 피붙이인 ‘동생’을 본 것이다. 이는 ‘어고(魚鼓)’를 두드리는‘ 형의 지극정성의 한 표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가 아주 단상적 텃치방식으로 씌어졌는 듯이 보이지만, 장구하게 할 소리 안할 소리 뒤덤벅이 된 요즘 일상고백투의 시에 비하면 가히 명경지수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속에 담겨져 있는 내세관이란 바로 시인의 ‘어고(魚鼓)’를 두드리는‘소리에 감동한 ’동생‘이 이제 갈 길을 가 극락왕생했을 것으로 필자는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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