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매운탕 살점 뭉텅 뜯어내 입에 넣고 급히 삼키려다 억센 가시 하나 덜컥 목에 꽂혔다 달래듯 삼키는 한 숟가락 밥알에도 연거푸 들이키는 냉수에도 빳빳하게 버티는 그는 내 들숨날숨마저 거머쥐어 버렸다 얼큰한 국물 휘저으며 숟가락 들락거릴 때마다 무슨 큰일났는 양 매운탕 냄비 속이 술렁이고 있다 누군가를 노리며 매운탕에 납작 드러누운 메기, 그 작은 가시 하나로 165센티미터 월척을 건져 올렸다 부어오르는 목 앙칼지게 물고 늘어지며 훤히 드러난 제 뼈마디, 마디 같은 내 죄 모두 고백하라 하네 아, 기억하지 못하는 언젠가 한 그루 꽃나무였던 너를 우연히 내가 꽃망울째 꺾었던 적 있던가 풀지 못한 인연으로 이 순간 꼼짝없이 만나게 되었나 날카롭게 목안으로 파고드는 고통이 눈물로 실토하라 하네 어린 잠자리 날개 같은 비늘 한 잎 마음에 품은 죄! ---------------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생겨나는 일들이 한둘이겠는가. 인생살이라는게 스스로의 행위에서 비롯되는 일들이 다반사이지만, 생각해 보면 어떤 인과 내지는 연유로 말미암은 이런게 눈에 안보이는데 있다고 보고 견해도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이 시는 바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의 인과응보로 관철하고 있다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 즉 매운탕을 먹다가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 좀처럼 삼켜지지 않는 그 고통을 고통 그 자체로 보지 않고 ‘마디 같은 / 내 죄 모두 고백하라 하네’라고 표현하고 있듯이, 시인자신의 어떤 잘잘못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우연히 내가 꽃망울째 꺾었던 적 있던가’라고 시인은 그 연유를 찾고 있는데, 살다보면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가 보다 , 대수로운 일도 인과응보가 되어 되돌아 온다는 여운을 잘 살려내고 있다. 시인의 참회의 정신도 깃들여 있으며 올곧게 살아온 삶이라 자부할 수 있는게 삶이 아니라는 각성도 내비춰 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비단 이 시를 쓴 시인에게만 극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인간사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 걸 대수롭게 생각하며 넘길 수도 있으련만 곱씹듯이 심상들을 놓치지 않고 사유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삶을 삶답게 하는 덕목이 아닐까. 배불리 먹고 배불리 생각하며 걸어가는 자에겐 무슨 삶의 의미가 자리매김 되겠는가 말이다. 남들이 나무그늘 밑에 쉬고 있을 때나 곤히 자고 있을 때 깨어나 명상하며 불고가는 바람에게도 귀 열여놓고 자신의 생(生)을 거기 투영시키는 시인의 마음은 그만큼 값지며 건강하리라 본다. 이 시에서 ‘아, 기억하지 못하는 언젠가 한 그루 꽃나무였던 너를 / 우연히 내가 꽃망울째 꺾었던 적 있던가’라는 대목이 잘 말해 주고 있듯이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면서, 세상사가 아무 연고 없이 그냥 흘러가는게 아니라는 걸 깨우쳐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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