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께서는
하늘의 해와 달을 한몸에 품어시어
날아가는 새들도 모두 신라의 하늘에
거득하게 하셨고 동해의 푸른 물결도
백성의 마음으로 여기시어
늘 그 마음 몸소 지니셨나니,
마냥 푸르기만 한 소나무 위의 낮달이
내려다 보며 심심하지 않는 것 또한
조금도 섭섭지 않은 표정이거니
골기왓장을 돌아나오다가
우연히 마주친 저 여인 역시
수줍어 비껴가지만 그 귀밑머리 끝에
부는 바람, 훈훈한 바람,
전혀 먼지 일으키지 않는 발걸음 소리들.....
나는 그런 것들을 선덕여왕께서 품어신
하늘의 해와 달의 뜻으로 살아가는
증거라 여기는 것이다
보아라,
우리가 신라의 국밥을 먹고, 신라의 흙으로
집짓고 살아가고 있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닌 한솥밥 식구인 것을!
우리가 길을 가다가 거기서 만난
난데없는 빗방울,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그것 또한 신라의 하늘이 숨쉬고 있는 증거인 것을!
서 있는 탑 아래 깔리는 저 저녁어스름의
짙은 그림자 또한 지워지지 않는
우리의 마음인 것을!
-------저자 소개------
·1985년, 「심상」 및 「한국문학」신인작품상에 각각 시가 당선 되어 등단.
·2002년, 중국 「장백산 문학상」수상.
·시집 「꽃이 되었나 별이 되었나」, 「강물과 빨랫물」,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등이 있음.
·현재, 지도시인. MBC문화센터 초빙강사,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 문예창착과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