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탑골(塔谷) 사방불에서의 상념 - 문두루비법과 황룡사9층탑 남산의 동북쪽에 위치한 탑골마을에서 400미터 쯤 올라가면 옥룡암이 나오고, 50미터 쯤 더 오르면 갑자기 높이 9미터, 둘레 약 30미터의 큰 바위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압도한다. 천천히 둘러보면 이 바위는 사면(四面)에 여래상, 보살상, 비천상, 나한상 및 탑과 사자(괴수) 등이 새겨진 사방불임을 알 수가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 사방불의 조성시기를 삼국시대인 7세기 중엽(윤경렬,문명대)과 통일신라 이후인 9세기경(강우방)으로 보는 두 가지 견해가 있어, 추후 이 문제는 좀 더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점은 일제시대 일본인 학자 오오사카라氏가 이 부근에서 신인사(神印寺)라는 명문(名文)이 새겨진 기와를 발견했다는 사실과 이 사방불 북면(北面)에 새겨진 9층목탑과 7층목탑이다. 신인사(神印寺)라면 신인종(神印宗)의 사찰임을 의미한다. 문무왕 시절 지금의 사천왕사지에 채색 비단으로 절을 짓고, 풀로 오방신상(五方神像)을 만들어 요가명승 12인과 함께 문두루비밀법(文豆屢秘密法)을 행하여 당나라 군사를 물리친 명랑법사(明朗法師)가 바로 신인종의 종조(宗祖)로 알려져 있다. 삼국유사 권第二 문무왕 법민 편에 나오는 문두루(文豆婁)비밀법의 ‘문두루(文豆婁)’는 산스크리트어(범어:梵語)의 ‘Mudra’에서 유래되었는데, 불단을 설치하고 다라니를 독송하면 국가의 재난을 물리칠 수 있다는 비밀불교(신인종)의 비법을 말한다. 산스크리트어(梵語) ‘Mudra’를 한문으로 번역하면 신인(神印)이 되고, Mudra의 범어(梵語) 발음이 ‘문두루’이므로 이것을 신라시대 언어인 이두식(吏讀式)문자로 표기하면 문두루(文豆婁)가 된다. 즉, 이두문자(吏讀文字) ‘문두루(文豆婁)’와 한문(漢文) ‘신인(神印)’ 그리고 범어(梵語)‘Mudra’는 같은 뜻을 나타낸다. 아마 신인사(神印寺) 명문의 기와 출토로 미루어 볼 때 신인종의 종조인 명랑법사와 남산 탑골 사방불은 깊은 관련이 있었나 보다. 밀교의 한 종파인 신인종에서는 방위나 방향을 상당히 중요시 하였다. 사방불 중 하필이면 왜 북면(北面)에만 9층과 7층의 목탑이 새겨져 있을까? 문명대 교수는 ‘관불삼매해경(觀佛三昧海經)’ 경전의 사방의 특징 중 북방에는 금강탑과 기타 탑들이 많다는 설상(舌相)의 설명과 북방에는 역시 탑들이 많고 사자가 분연히 치달린다는 제상(臍相)의 설명을 인용하여 해석하고 있다. 경전의 설명대로 북면(北面)에는 9층목탑과 7층목탑이 있고 그 밑에 사자가 날뛰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경전상 해석은 그렇다치고, 북면(北面)의 목탑 조각그림은 그냥 무심코 넘기기엔 발길이 쉽사리 떨어지질 않는다. 탑골 사방불의 조성시기는 학계의 견해차(7세기중엽과 9세기)에도 불구하고 황룡사9층목탑의 완공(645년)보다는 후의 일임은 확실하다. 즉, 이 사방불의 북면에다 9층목탑과 7층목탑을 새긴 사람은 황룡사 9층탑을 수 십 번도 더 본 신라 조각예술가라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므로 남산 탑골 사방마애불 북면의 9층목탑은 황룡사 9층목탑과 형태상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10,000분의 1 축적의 경주유적지도를 놓고 정밀하게 분석해본 결과 탑골 사방불 북면에서 정북(正北)쪽으로 2,500미터 거리에 황룡사9층목탑址가 있고, 그 중간인 1,250미터 지점에는 구황동 옥다리뜰寺地 목탑址가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옥다리뜰사지의 목탑이 7층이었다면 우연의 일치치곤 너무 놀라운 사건일 것이다. 동경 129도 14분 10초의 경도선상에 남산탑골 사방불과 구황동 옥다리뜰사지 목탑터와 황룡사9층목탑터가 일직선으로 위치해 있고, 거리도 각각 1,250미터씩 떨어져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가슴이 뛸 뿐이다. 황룡사9층목탑의 복원은 경주 시민과 신라문화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의 꿈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남산 탑골 마애사방불 북면의 목탑 조각그림은 너무나 소중한 보배(고증자료)라고 생각한다. 남산 탑골 사방마애불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고 해가 지도록 발길을 붙잡는 상념을 던져 준다. 그림설명: 남산 탑골 사방불 북면(北面)의 실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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