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분황사 동편 외곽의 ‘황룡사지 전시관’ 건립부지내에서 안압지(雁鴨池), 용강동원지(龍江洞園池)에 이어 3번째로 통일신라시대 원지(苑池)가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윤광진)는 경주 분황사(芬皇寺) 동편 외곽의 ‘황룡사지 전시관’ 건립부지내 유적에 대한 발굴과정(1999년 11월 착수)에서 지난 2001년 그 일부가 확인된 바 있는 ‘원지’유적에 대해 최근까지 발굴조사를 실시하여, 원지(苑池)의 규모와 축조방법, 관련 시설 등 ‘원지’유적의 전반적인 조사성과를 4일 발표했다.
발굴조사결과 유적이 분포하는 지역은 자연지형의 고저(南高北低)에 따라 원지를 조성하기 위한 축대를 중심으로 남쪽은 자연풍화토 위에 청동기시대 주거지, 폐와(廢瓦)무지, ‘원지’ 관련 전각(殿閣) 등 건물부지가 남아 있었고 북쪽은 북천(北川)의 하상퇴적토(河床堆積土, 1.5~5m) 위에 원지, 배수로, 건물지 등이 조성되어 부지를 활용하는 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조사된 유구는 2개의 인공섬을 갖는 원지(苑池)를 중심으로 축대, 계단, 입·출수구, 수로(水路), 전각(殿閣)부지, 담장, 육각형유구 등 다양한 정원부대시설과 ‘원지’담장 외곽 북서편에서 대·소형 건물지, 우물, 보도, 담장 등 생활공간시설이 확인됐다.
‘원지’는 동북쪽의 모서리가 줄어든 장방형(長方形)으로 남북 46.3m, 동서 26.1m 둘레길이 193m, 면적 1,049㎡(약317평) 규모이며, 2개의 섬과 서편에 ‘Γ’형 돌출부를 갖고 있다. 규모면에서 안압지의 1/15 정도며 2개의 섬은 크기와 축조방법에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남쪽 작은 섬은 평면상 방형(方形)에 가까우며 둘레 43m, 면적 118㎡(36평)으로 연못부지를 굴착한 후 성토(盛土)과정을 통해 축조되었으며, 북쪽의 큰 섬은 평면상 부정형으로 둘레 70m, 면적 301㎡(91평)으로 원지반을 이용, 물이 담수되는 지역만을 굴토(掘土)한 후 축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원지’에 대한 정밀조사에서 원지 호안(湖岸) 석축의 천석(川石)을 이용한 바른층 쌓기와 천석 및 할석(割石)을 이용한 허튼층 쌓기로 대별되는 축조양상과 배수로 유구 아래에서 또 다른 수로(水路) 유구의 확인 및 선후가 구별되는 2개의 축대가 확인됨으로써 동 ‘원지’유적은 최소 1회 이상의 획기적인 변형 또는 대대적인 보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출토된 유물은 와전류(瓦塼類), 토·자기류, 금속류 등 1천330여 점이며 특별히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솜씨가 돋보이는 문양을 가진 기와와 벽돌, 중국제 자기, 금동판보살좌상(金銅板菩薩坐像), 금동신장상(金銅神將像), 생동감있는 오리와 학, 그리고 여러 가지 문양을 빈틈없이 채운 압수배(鴨首杯, 오리머리손잡이 잔) 등의 출토는 이 유적의 격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한편 이번에 확인된 유적은 신라왕경내에서 안압지(雁鴨池), 용강동원지(龍江洞園池)에 이어 세 번째로 확인된 ‘정원(庭苑)’유적으로 신라 정원사(庭苑史)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안압지가 왕궁의 정원이었다면, 동 유적은 신라 왕실 사찰이었던 분황사와 관련이 깊은 정원일 가능성도 있어 신라사원건축 연구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5일 지금까지 조사결과를 종합하여 관계전문가들을 초빙 지도·자문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6일에는 경주시 일반시민과, 학생, 지역 언론을 대상으로 한 현장 공개설명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