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의 경주 박임관(신라케이블방송 부장) 세계 속의 경주 경주는 신라가 992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을 수도로 삼은 유서 깊은 지역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한 왕조가 한 도시에서 천년동안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경주는 천년 고도의 명성에 걸맞게 지역 전체에 문화유산이 고르게 분포하여 노천박물관의 별칭을 얻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 한민족을 대표할 수 있는 역사도시를 손꼽아 올린다면 주저 없이 경주를 지명할 것이다. 이미 경주의 국제적 면모는 유엔 유네스코가 지난 1995년과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불국사․석굴암과 경주역사유적지구로 더욱 확고해 졌다. 그렇다면 안으로는 우리민족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으로서의 경주를 제대로 되살리고 가꾸어 두고두고 찾고 싶은 성지와 같은 역사문화도시로 자리매김 시켜야 할 것이다. 밖으로는 세계 인류가 길이길이 후세에 물려줄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로서 신라 역사문화의 국제화와 경주라는 지명의 국제화에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인이 경주를 떠올릴 때 신비감과 경외감이 느껴져서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 때만이 인접한 중국이나 일본과의 관광경쟁력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경주라는 도시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조화로운 개발과 함께 방문자의 편의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손쉽고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경주라는 도시 이름을 제대로 재정립하여 국내외 무대에 올렸으면 한다. 관문 명칭의 모체화 경주의 면적은 서울특별시 면적의 약 2.4배에 이를 만큼 광활하다. 외부의 주요도시에서 경주로 들어오는 길목은 남으로는 울산과 언양, 북으로는 포항, 서로는 청도와 영천으로 대별할 수 있다. 국도를 기준으로 할 때 경부고속도로는 경주 나들목과 건천 나들목, 남북을 잇는 7번 국도는 외동읍 모화리와 강동면 유금리, 동서를 가르는 4번 국도는 서면 아화리, 언양 방면에서 들어오는 35번 국도는 내남면 노곡리, 청도에서 들어오는 20번 국도는 산내면 신원리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이 밖에도 동해안의 31번 국도와 14번 국도, 북부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 28번 국도가 있다. 이들 경주의 관문 경계 가운데 유일하게 울산에서 진입하는 곳에만 ‘천년고도 경주’라고 쓴 광고판이 울산시가 세운 ‘역사도시 울산’이라는 입간판과 다투듯이 마주하고 있고 그 곁에는 경주의 상징물로 작년에 세운 다보탑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른 국도의 관문에는 그저 자그마한 행정구역 표지판이 쓸쓸하게 지역경계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리고 있을 뿐이다. 적어도 국도에서 경주로 진입하는 길목인 관문에는 경주를 단박에 알리는 대형 광고판이 하나씩 세워진다면 역사의 성지를 방문하는 이들의 옷매무새부터 고쳐지지 않을까. 영어와 일어, 중국어까지 겸비한 홍보 안내판을 꿈꾸어 본다. 더욱 욕심을 내자면 아예 개선문처럼 경주를 상징하는 아치를 세워 관문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의 나들목 이름과 휴게소 이름을 바꾸었으면 한다. 즉, 경주 전체를 글로벌화 하여 읍면지역의 관문 이름을 ‘경주’라는 모체로 통일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경주의 서쪽 나들목으로 지난 1993년 12월에 개설된 건천 나들목의 이름을 ‘서경주 나들목’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사람들이 경주라는 지명을 인식할지언정 건천이라는 지명을 인식하는 예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더욱이 건천이 경주 안에 있다고 알고 있는 수는 극소수 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미 우리는 ‘경주한우’, ‘경주버섯’ 등등의 상표를 쓰고 있어서 좁은 의미인 읍면의 지명을 벗어 버리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웃 도시를 보더라도 언양 나들목을 서울산 나들목으로 칭하고 있으며, 동대구, 북대구, 서대구, 남구미, 남안동 등등 거의 대다수가 모체의 지명에 방향을 앞에 붙여 쓰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개통 예정인 대구와 포항을 잇는 20번 고속도로도 안강읍 단구리 전곡을 지난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곡에서 서쪽으로 약간 치우쳐 포항시 기계면에 ‘기계 나들목’이 개설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강으로 들어오는 68번 지방도가 바로 인접한 이곳의 나들목 이름을 ‘기계․북경주 나들목’으로 요청을 한다거나 경주시 행정구역인 단구리 전곡으로 옮겨 아예 ‘북경주 나들목’으로 해 줄 것을 요구는 것도 경주의 북부지역을 발전시키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의 상하행선에는 지난 1998년 1월에 건천휴게소가 각각 문을 열었다. 이들 두 휴게소의 이름도 ‘경주상휴게소’와 ‘경주하휴게소’로 고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중부고속도로의 낙동휴게소가 안동휴게소로, 영동고속도로의 대관령휴게소가 강릉휴게소로 탈바꿈한 것도 다 지역명의 글로벌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또, 경주 나들목 인근에 세운다는 만남의 광장도 ‘서라벌 광장’ 이나, ‘경주 광장’, ‘경주관광센터’의 예와 같이 지역을 표방하는 이름으로 현판을 단다면 좋을 듯하다. 경주 지명의 세계화 이제 경주라는 지명은 한국의 역사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몇 해 전에 로마자표기법이 바뀜에 따라 영어로 표기하는 방법이 GYEONGJU로 바뀌었다. 그동안 이 지명을 세계인에게 바르게 알리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해 왔는지 반성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도 구태를 면치 못한 도로표지판이나 관공서, 단체, 기업체의 이름에 포함된 경주의 알파벳 표기를 시급하게 바로 잡아야만 외국인들의 혼돈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도시들 가운데 그 나라의 국명보다 도시의 지명이 더 알려진 곳을 여럿 보고 있으며, 지명이 아예 상품의 가치까지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곳도 있음을 알고 있다. 앞으로 지방정부와 시민이 나서서 한국을 알리기 위해 중앙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외국에 배포하는 각종 홍보물에는 반드시 경주가 표기되도록 하는 노력도 범시민적으로 실시할 때라 생각한다. 알려진 만큼 관광객은 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울산공항이나 포항공항을 통해 경주를 방문할 수 있는 접근성의 편리함을 알리기 위하여 항공시각 안내 홍보물이나 티켓에 ‘울산(경주)’ 또는 ‘포항(경주)’로 표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요 관광지의 안내판과 유적지 안내판의 고유지명 표기라든지 해설에 있어서도 외국인의 입장에서 서술을 하고 영어, 일어, 중국어의 표기가 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 처럼 ‘경주 신화’ 또는 ‘신라 신화’ 등의 명칭으로 외국인을 위한 우리 지역의 설화를 담은 책자를 만들어 세계 각국의 여행사나 학교, 기관에 배포하는 방법도 시행해 볼만 하다. 경주 속의 세계화 지금으로부터 1천5백여 년 전, 당시의 서라벌에는 외국인들이 거리를 누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동안 고고학적 발굴이나 문화재 속에 나타나는 서방문화의 흔적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시가지 도심의 옛 무덤 속에서 쏟아진 아랍지역의 유리그릇이나 칼에서도 그러하거니와 토우에 나타난 동물 가운데 개미핥기와 같이 우리 지역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동물이 여럿이며, 괘릉의 무인석상은 영락없는 서역인 이기에 그렇다. 다시 21세기의 오늘, 우리는 경주 속에 세계인을 불러들여야 하는 숙명에 놓여 있다. 그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경주에서 조금이나마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다시 말해 예로부터의 인연의 끈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유적지에서 그들의 조상들이 쓰던 물건의 모습들을 찾는다면 이국인의 눈에 비치는 경주는 색달라 질 것이다. 경주의 어느 한켠에서 전해오는 설화 속에서 그네들의 태곳적 이야기가 묻어난다면 그들의 상상의 나래는 언제까지나 경주에 묶여져 있을 것이다. 옛 선인들이 그러 하였거니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경주 속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곁들여 놓고 그들을 초대한다면 경주가 영원히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장도 좋지만 경주의 여러 지역에 보석을 박듯이 세계문화의 이야기를 공존시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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