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58)
겨우살이
잎이 떨어진 황량한 겨울 숲 속의 높은 나무 가지 위에 마치 새의 둥지처럼 생긴 푸른 것들이 뭉쳐서 군데군데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겨우살이이며, 참나무·물오리나무·버드나무·팽나무·오동나무 등 많은 나무들의 줄기와 가지에 뿌리를 박고 기생하는 기생식물이다. 여름철에는 나무들의 잎이 무성하여 푸른 잎에 가리어 눈에 잘 띄지 않으나 낙엽진 겨울철에 잘 나타난다.
겨우살이는 황록색 줄기와 잎으로 Y자를 만들며 엉켜 자라는 식물이며, 양분을 숙주(기생식물이 달라붙어 양분을 빼앗기는 식물을 말함)나무에게서 빼앗아 살아가는 식물이라서‘기생목’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겨울에 푸르다고 하여‘동청(凍靑)’으로 부르기도 한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의 양분을 빼앗아 먹고 겨우 겨우 살아간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겨우살이 입장에서 보면 놀고 먹으니 팔자가 좋다고 할 수 있겠으나 기생당하는 나무의 입장으로 본다면 애써 모아둔 양분을 모조리 뺏겨 버리니 무척 얄밉고 귀찮은 존재일 것이다.
이른 봄 가지 끝에 조그마한 종모양의 노란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나면 작은 열매가 결실하고 노란빛으로 익는다. 이 열매를 새가 쪼아 먹고 다른 나무 가지 위에 똥을 누면 그 배설물 속에서 발아하여 그 나무에 기생하게 되는 것이다. 배설물 속의 열매 과육은 끈적끈적하여 나뭇가지에 잘 들러붙게 되어 있으며, 이것이 마르면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처럼 단단하게 고정되어 떨어지지 않고 열매가 발아하는 것이다.
겨우살이는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동북 아시아와 유럽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하며 우리 나라는 전국에 걸쳐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한지역에서 발견되면 그 주변의 숲에는 무리지어 자란다.
이 겨우살이는 숙주나무를 말라 죽게 하고 생장에 해를 주지만, 그 속에 루페올·아세틴콜린·올레아놀릭산 등의 약성분이 들어 있어서 가지와 잎 전체를 약재로 쓰며, 한방의 약명으로는 상기생(桑寄生)·우목(寓木)·기동수(寄童樹)·기생수(寄生樹) 라고도 한다. 눈이 밝아지고 몸이 개운해지며 머리카락과 치아를 단단하게 하여 산모에게 좋으며, 허리 아플 때나 동맥경화 등에 효과가 있어 진통제, 진정제로도 썼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중에서 특히 삼짇날(음력 3월3일)에 뽕나무에서 따낸 겨우살이가 가장 약효가 좋다고 하여 진귀하게 생각하는데, 뽕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매우 드물다.
겨우살이는 남한테서 받을 줄만 알고 베풀줄 모르는 철저하게 이기적인 기생식물이다. 우리 인간 사회에서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을 이용하여 살아가는 겨우살이와 같은 얌체족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