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지만, 가을의 따뜻한 색감과 정취는 여전히 우리에게 아련한 그리움을 안겨준다. 라우갤러리에서는 가을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박인숙 작가의 초대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81세의 박인숙 작가는 한국적 마티에르의 질감을 한국적 정서로 표현한 박수근 작가의 장녀로, 예술적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그녀는 자신의 깊은 명상과 기억을 새로운 색채로 생동감 있게 담아내고 있다. 그녀는 회백색 화강암의 질감을 통해 한국적 토속성과 그 기원에 집중하며, 아버지의 작품에서 느낀 견고한 추억과 서민적 감수성을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 박인숙 작가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밝은 계열의 채색 덕분에 더욱 뚜렷한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으며, 풍경과 사물에 담긴 건강한 정서를 통해 우리의 소중한 기억을 되새기고 있다. 그녀는 견고한 마티에르로 삶의 고달픔과 서민적 애환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아버지의 시대와 맞닿은 아픔 속에서 희망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작품 속에는 다양한 한국적 풍경과 정서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박수근 작가의 그림 속 어린 소녀가 이제는 성인이 돼 아버지와의 깊은 연관성을 그림을 통해 다시 확인하고 있다. 아버지를 기억하는 박인숙 작가는 박수근 작가의 가난하지만 순수한 성품을 간직했던 중년 시절을 그림에 담아내며, 그리움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박인숙 작가는 “그림이 생명력이 있다는 것은 세월의 흐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라며 “살아있다는 것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며, 이는 자신의 삶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작품 속 등장하는 소녀는 박인숙 작가가 키워온 존재로, 박수근 선생의 그림 속에서 자라난 아이가 이제 작가의 작품으로 돌아와 성숙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소녀의 감성을 잃지 않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모습이 그 나이대의 소녀와 닮았음을 이야기하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박수근 작가의 존재를 느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쓸쓸함으로 가슴을 아리게 했던 박수근 작가의 작품들이 박인숙 작가를 통해 ‘희망의 기다림’으로 지속되고 있다. 박인숙 작가는 세종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인천여중 교장으로서 정년퇴직 했다. 현재 박수근미술관의 명예 관장으로 활동하며, 예술계에 기여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40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부산 국제아트쇼 등 국내외 아트페어에 활발히 참여하며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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