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견편단(右肩扁袒)의 비밀열쇠 “부처님은 왜 하필이면 왼쪽 어깨에 법의를 걸치고 오른쪽 가슴과 어깨를 내 보이는 우견편단(右肩扁袒)의 모습입니까? 좌견편단(左肩扁袒)은 안됩니까?”란 질문을 던져보면 명확한 대답이 없다. “글쎄요. 인도인들은 왼손은 화장실 갈 때 사용하고 밥 먹을 때는 항상 오른 손을 쓰니까 아마 왼쪽 어깨는 드러내기가 좀 불편하지 않을까요?”“그럼 왼손잡이는 어떻게 합니까?”“글쎄요.....”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고부터 늘 마음 한 구석을 떠나지 않는 의문 덩어리였다. 경주 남산에만도 환조(丸彫),부조(浮彫),선각(線刻) 등 여러 형태로 지금까지 총 107구의 석조 불.보살상이 확인되었는데, 그 많은 불.보살상의 옷 모양새를 보면 양 어깨를 모두 덮은 통견(通肩)과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우견편단(右肩扁袒)의 두 가지 양식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우견(右肩)일까? 좌견(左肩)은 안될까? 그런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오른쪽 어깨를 가리고 왼쪽 어깨만 드러낸 좌견편단(左肩扁袒)의 불상은 볼 수가 없다. 신기하기도 하지! 그런데 고대 그리스 미술이나 서양의 기독교 미술품에도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우견편단(右肩扁袒)방식의 복장이 많은데 그 사람들도 왼손을 천하게 여겨서 그럴까? 불교나 기독교를 막론하고 동서양 문화재 작품의 공통 복장은 대개 세 가지로 압축된다. 양 어깨를 덮은 통견방식과 더운 날씨 탓에 아예 웃옷을 벗어버린 방식 그리고 한쪽 어깨만 옷을 걸치고 나머지 한쪽 어깨는 드러내는 편단(扁袒)방식으로 나뉘어 진다. 여기서 편단방식은 또 우견(右肩)과 좌견(左肩)으로 나뉘어 지는데, 아마 오른손잡이는 우견(右肩), 왼손잡이는 좌견(左肩)을 하는 것이 활동을 하기에 편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그리고 기독교 미술품에도 주로 우견편단 방식이 많으나 간혹 좌견편단의 복장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불교미술품에는 유독 우견편단(右肩扁袒)만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오른쪽(右)만을 고집할까? 십일면관음보살상에서도 왼쪽의 3面는 진상(瞋相 ,진노상)으로 악한 중생을 보고 비심(悲心)을 일으켜 그를 고통에서 구하려 함을 나타내고, 오른쪽 3面은 백아상출상(白牙上出相, 흰 이를 드러내어 미소짓는 모습)으로 이는 정업(淨業)을 행하고 있는 자를 보고는 더욱 불도를 정진하도록 권장함을 나타냄으로서 왼쪽보다는 오른쪽을 더 소중히 여겼고, 불전도를 보면 부처님이 태어나실 때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고, 열반에 드실 때에도 오른쪽으로 누우신 모습이다. 반가사유상도 반드시 오른손으로 턱을 괴거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깊은 사색에 빠져있다. 불상에 관계되어 좌우 대칭이 아닐 때는 늘 오른쪽에 중요한 의미를 둔다. 왜 그럴까? 부처님하면 광명(光明)을 뜻하고, 빛(光)은 곧 진리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빛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태양(日)과 달(月)의 빛이다. 태양과 달은 동쪽에서 떠오른다.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는 우주의 중심인 가장 높은 봉우리는 바로 인도 북쪽에 있는 히말라야산 부근의 고원지대를 의미하므로, 인도인들은 우주의 중심에서 남쪽 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우주의 중심 곧 북쪽을 바라보면서 오른(右)쪽은 바로 동(東)쪽이 되고 왼쪽은 서쪽이 된다. 동쪽은 태양과 달이 떠오르므로 광명(光明)과 자비등을 의미하고 서쪽은 곧 어둠과 악마 등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인도인들에게 동(東)쪽은 오른쪽, 서쪽은 왼쪽을 의미했다. 아울러 인도 풍습에 왼쪽보단 오른쪽이 더 귀하게 여겨졌고, 화장실 등 천한 일은 왼손을 사용했다고 본다.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중심봉우리의 이름을 수미산으로 바꾸면 이것이 곧 불교의 우주관이 된다. 사실 고대인도의 많은 신(神)들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 웃옷을 입지 않거나(날씨가 더운 탓으로) 혹은 왼쪽 어깨만 걸친 우견편단 복장임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우견편단(右肩扁袒)은 부처님의 고유특허 복장이 아니고 고대 인도인들의 우주관에서 나온 인도인들의 복장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 본다. 애초부터 불상이란 부처님 열반 수 백년 뒤부터 사람들이 형상화한 예불의 대상이지 부처님이 가르친 진리의 본질은 아니었다. 따라서 우견편단이니 좌견편단이니 하는 것 또한 불교의 본질이 아니므로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고고미술사학적으로 분류되는 양식의 한 종류일 뿐이다. 다만 우견편단(右肩扁袒)의 불상을 감상할 때는 그 속에 녹아 있는 고대 인도인들의 심오한 우주관을 음미하면 더욱 더 깊고 은근한 맛이 우러날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