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2025년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경주시는 인천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쟁을 벌여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에 성공했다.
21개 나라 정상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행사 선정에서 광역자치단체를 제치고 경주시가 유치한 것은 지역발전을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유치추진위원회가 노력한 결과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유치추진위원회와 협력하여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각계각층의 지지 선언이 이어진 배경에는 지역주민들이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개최에 거는 기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지가 경주로 발표되면서 시가지 곳곳에 환영하는 현수막이 나붙는 등 축제 분위기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북도는 전국적으로 약 1조8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은 지역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알려 국제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에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주민들이 기대하는 지역발전 효과는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에도 포함된 과제다.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을 위해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현장점검 결과, 21개 나라 정상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에 걸맞은 도시 환경 정비와 정상 회의장으로 지정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를 비롯한 보문단지 시설과 공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보문단지는 조성한 기간이 50여 년 가까이 지나 정상급 손님들을 맞이하기에 낡고 미흡한 점이 많은 탓이다. 낙후된 시설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21개 나라 정상들이 머물 숙소 개선과 더불어 비어있는 보문상가와 폐업한 채로 방치된 숙박 시설, 신라밀레니엄파크 등은 시급히 정비하여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과제다. 정비와 개선할 대상이 대부분 민간 소유로 운영되고 있어서 지원을 위한 제도개선과 협력이 필요하다.
경주시는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국비지원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9월 중에 준비지원단과 지역주민 참여와 협력을 위한 민간협력조직을 구성할 예정이다. 2025 APEC 정상회의 준비에서 정상급 손님맞이 못지않게 주민 생활과 밀접한 도시 환경 정비와 개선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내실을 가져올 수 있다.
도시 환경을 정비하면서 폐철로 인해 방치된 북천철교와 같은 시설물 철거보다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보기 흉하다고 북천철교를 철거하는 것보다 보기 좋게 단장해서 북천 좌안과 우안을 연결하는 산책로 활용이 대표적이다. 머지않아 중앙선과 동해선이 완공되면 북천철교는 도심과 광역철도망을 신교통수단으로 연결하는데 활용될 수도 있어 철거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을 위해 보문단지와 도시 환경을 정비하고 개선하는 동시에 유치 효과가 실속을 거두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회의가 지역에서 개최될 수 있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APEC 의장국에서 개최되는 정상회의는 불과 2, 3일에 불과하지만, 고위관료회의, 합동각료회의와 분야별 장관회의, 경제인자문회의(ABAC) 등이 연중 분산되어 개최되고 있다.
APEC 의장국에서 연중 개최되는 회의가 지역에서 최대한 많이 열릴 때, 경제적 효과와 도시를 널리 알리는 내실을 기대할 수 있다. 2008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페루(Peru)에서 개최하는 2024 APEC 정상회의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비공식 고위관리회의(ISOM)를 시작으로 정상회의까지 이미 열렸거나 예정인 21차례 회의는 수도 리마(Lima)를 비롯한 5개 도시에 분산되어 개최되고 있다.
APEC 의장국에서 열리는 회의가 분산해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경주에서 정상회의만 열리고 연중 개최되는 회의가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진행된다면, 경주는 실속을 챙기기 어렵다. 2025 APEC 정상회의 유치 효과에서 내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최대한 많은 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되도록 추진해야 한다.
2025 APEC 의장국으로서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식회의도 가능한 많이 열려야 하고, 과학기술,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민간교류의 중심 역할을 경주가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경주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재해석하고 활용하여 세계인이 즐겨 찾는 역사문화 도시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되어, 내실 있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