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유명시인 월리엄 버틀러 예이츠(W. B. Yeats 1865-1939) 관련 학술대회가 열린다. 더블린에서 태어난 예이츠 시인은 어린 시절 대부분을 슬라이고에서 보낸 추억을 바탕으로 이니스프리의 호도(Lake Isle of Innisfree), Salley Garden 등 주옥같은 시를 썼다. 2024년 여름이 가기 전에 슬리시 숲(Slish Wood) 올레길과 데크길을 걸어 이니스프리 섬으로 가보기로 했다. 답사 코스는 킬러리 산(Killery mountain, 옥스 산맥(Ox Mountains)의 북쪽에 위치한 산으로 약 3억 년 고생대 해저지형이 융기하여 생성의 반대편 슬리시 숲(Sleagh Wood) 입구에 주차하고 5km 남짓 산 중턱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Oak tree와 편백나무, 소나무가 가득 차 하늘을 뒤덮은 올레길은 푸르름을 더해 주었고 산 정상에서 흐르는 보그워터(Bog Water)도 졸졸 흐르고 있길래 ‘탈모에 좋을 것’이라며 머리를 감았더니 상쾌함에 눈마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숲속 농가에서는 벌꿀 통이 여기저기 놓여 있고 숲이 끝나는 지점에 길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고원이 펼쳐지는 데 보랏빛 헤더꽃(Heather)이 지천으로 피었고 양치류 관목이 펼쳐진 위로 난 데크길은 마치 천국의 계단 같았다. 한 시간 남짓한 트래킹의 목적지인 이니스프리로 섬을 저만치 바라볼 수 있는 지점에 도착했다. 3~4집의 민가가 있는 마을을 지나 섬으로 가는 경사면까지 가 멀찌감치 섬을 바라볼 수 있었다.  지척에 이니스프리 섬의 보잘것없는 모습에 실망감이 들 만도 한데, 민가에서 기르는 당나귀 두 마리가 필자에게 다가와 킁킁대며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는 게 아닌가? 간식으로 먹고 난 바나나 껍질을 줬더니 맛있게 받아먹는다. 우리 말에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번에도 섬에는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예이츠 관광 10선 중 이니스프리 외에 Doorey Rock, Slish wood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트래킹 코스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렇듯 친근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별개로 19세기 중반 감자 기근을 계기로 미국, 호주 등지로 아이리쉬 디아스포라(Diaspora)가 시작되었다. 예이츠 역시 20대 초 약관의 나이로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1890년에 창작하여 2년 뒤 ‘The Countess Kathleen and Various Legends and Lylics’에 서정시 ‘이니스프리의 호도’를 발표했다. 런던의 아스팔트를 걷다가 문득 유년기의 추억을 되새겨 쓴 ‘망향의 시’라 할 수 있다. 예이츠는 노벨상 문학상 수상자로서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기여하는 등 아이리쉬 뿐 아니라 영문학을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많이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을 숭배하는 이들은 그가 마지막으로 잠든 장소까지 모여든다. 이 장소는 슬라이고 카운티의 작은 마을 드럼클리프 교회에 있다. 시인 자신이 선택한 장소이다. 그가 죽기 전 써 내려간 마지막 시 중 하나인 「벤 불벤(Benbullben)산 기슭에서」에서 그는 자신의 무덤을 묘사하는데 묘석은 대리석이 아니라 현지에서 난 석회암(limestone)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까지 정해 놓고 수수께끼 같은 유명한 비문으로 시를 끝맺는다.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 삶에 / 그리고 죽음에 / 말 탄 자여 / 지나가라!” 예이츠가 드럼클리프에 묻히고 싶어 했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개인적인 측면은 조부이신 존 예이츠가 이 지역의 교구 목사였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 교회 묘지가 아일랜드의 유명산인 벤 불벤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생 그는 고대 아일랜드의 전설에 심취해 있었으며 자신의 시에서 종종 이러한 전설을 언급하였는데, 2억 년 전 용암이 흘러내리다 형성되었다는 벤 불벤은 아일랜드의 그 어느 곳보다도 그에게 더욱 낭만적인 장소였음에 틀림이 없다. 지금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는 많은 대한민국의 청년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위해, 혹은 여행을 위해 워킹할리데이 비자를 받아 일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혐오 범죄와 폭행과 강도 사건들에 대한 보고가 끊이질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 한인 청년들에 대한 측은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며칠 전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더블린에 거주하는 한국인 학생 두세 명이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슬라이고를 방문한다고 연락이 왔다. 필자가 안내를 맡게 될 터인데 이니스프리 섬과 벤 불벤 산을 포함해 슬라이고의 ‘예이츠 관광 10선’을 최대한 돌아보기로 했다. 벌써부터 학생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떠올라 기대감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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