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대형 할인점 "너무 어렵다"
안강읍에 김순경(53) 주부는 지난 12일 경주 장날을 맞아 설 재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중앙시장을 찾았다.
김씨는 구입할 품물을 꼼곰히 적어 10만원을 들고 장에 나왔지만 돈이 부족해 몇가지 물품을 구입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만했다.
"구입할려는 제수용품마다 작년에 비해 대략 20% 정도 올랐는 것 같다"며 "특히 과일류의 경우 작년 흉작 탓 인지 상품의 질도 많이 떨어졌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김씨는 말했다.
계속된 경기 불황이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설 대목 특수를 노렸던 재래시장 상인을 비롯해 대형유통할인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도 있지만 재수용품을 비롯한 생식품 가격도 예년에 비해 소폭 올라 서민들의 가계를 무겁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경주 장날, 중앙시장을 취재했다.
새벽부터 대목 장날의 영향으로 중앙시장은 상인들로 크게 분주했으며 과수용품보다는 제사상에 올릴 생선과 쌀 강정을 구입하려는 주부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하지만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이나 구입하는 주부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 많은 않은 듯 무거운 표정들이었다.
"자 두부여, 두부여"를 외치는 두부 아저씨, "조기 한 마리 5천원"을 외치는 생선 가계 아저씨, "펑이여"라고 외치는 강정 띄기는 아저씨 등.
"아저씨 좀 깍아조소"라고 흥정하는 아줌마, "돈 없다, 조기 두 마리에 5천원에 하자"라고 조르는 할머니 등.
그래도 재래시장에는 명절 장날 맛이 아직까지는 남아 있었다.
조금 색다른 풍경을 찾는다면 하루 종일 호각을 불어되는 시청 교통행정과 직원들과 공익요원.
교통지도과 직원들과 불법주차를 하면서까지 물건을 판매하려는 얌체 상인들과의 실랑이는 하루 종일 이어지다 시청 직원들도 지치고 상인들도 지치고 결국 커피 한잔으로 타협하며 세상사(?) 이야기를 나누며 말벗이 되는데...
비록 장사는 않되지만 대목 장날에는 웃음과 인정이 넘치는 모습과는 달리 대형할인점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보이는 표정.
지역의 대표 대형할인매장인 삼성홈플러스는 판촉 여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손님 몰이에 나서는데 매출은 재래시장과 마찬가지였다.
매장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올 설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 속에 다양한 판촉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작년 설 대비 매출은 줄어들 것 같다"며 "아직까지(14일 현재) 재수용품을 비롯해 선물 셋트를 구입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유통 흐름이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나 쿠폰,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도 매출 감소에 있어 한몫 차지하고 있다"며 "예년과 같은 설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고 체감 경기는 피부로 와닫는 실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