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지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일본의 지역신문
경주대학교 방송언론광고학부
김 대 환
일본신문협회는 회원가맹사(加盟社)를「전국지」「블럭지」「지방지(地元紙=縣紙)」「스포츠지」「영자지」「전문지」의 6개 그룹으로 구분하고 있다. 전국지란 문자 그대로 전국에 배포되는 신문을 말하며,아사히신문(朝日新聞),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 니혼케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 일명 닛케이, 산케이신문(産經新聞)을 흔히 5대지라고 말한다.
지방지는「발행소재지가 도쿄와 오사카 이외의 지방에 있는」것으로 배포지역이 특정지방에 한정되어있는 신문을 말하며, 블록지는 배포지역이 단일지역을 넘는 신문으로 홋카이도신문(北海道新聞), 주니치신문(中日新聞), 니시니혼신문(西日本新聞)이 대표적인 신문이다.
흔히들 일본인만큼 신문을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고도 하는데, 그 발행부수는 하루에 5,285만부(정확히는 52,854,6381부 발행, 1997년도 일본신문연감, 일본신문협회통계)이다. 이 수치는 조.석간(朝.夕刊) 세트를 한 부로 하여 계산한 것으로, 별도로 하면 7,204만부로 국민 1,000명당 578부를 보는 셈이 된다. 7,204만부 안에는 스포츠 신문이 약 630만부 포함되어있다.
이 중에 5대지인 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닛케이, 산케이 신문의 조.석간 발행부수는 하루 2,494만부이다. 단순 계산으로 일본인 전체 세대의 약 60%이상이 읽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우리나라의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전국 신문시장 점유 형태와도 유사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都, 道, 府, 縣등의 행정구역별로 1,000세대당 구독률을 계산하면, 5대 신문을 그다지 읽지 않는 지방이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 전국에서 5대 신문이 점유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은 도쿄(東京)와 치바(千葉)등 10대 도시뿐이다. 즉 대도시를 제외한 일정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지역신문이나 블록신문이 우세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일본의 신문시장구조에 있어서 지역신문들은 완고하게도 지방시대를 지켜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가지 예를들면 일본과 한국이 관련된 사건, 북한관련기사나 북송선, 특히 최근의 모란봉호의 니이카타항(新潟港)입항 관련보도에 있어서는 일본의 어떤 신문보다도 호쿠리쿠지방(北陸)의 니이카타(新潟市)에서 발행되는 「니이카타닛포(新潟日報 : 조간 약 48만부, 석간 7만5천부 발행)」가 제일 권위 있는 신문으로 꼽힌다. 일본의 전국지 어느 곳보다도 정확하고 풍부한 취재기사로 그 명성이 일본 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니이카타시가 해방 후 일본에서 북한으로 귀환하는 북송선의 출발항이라는 것으로부터 연유하기도 하지만, 니이가타닛포가 자기 지역의 가장 민감한 현안을 꾸준히 심층 보도하여 지역민 들의 신뢰는 물론 전국적으로 북한관련 보도하면 니이카타닛포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 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듯 일본의 지역신문들은 우리의 지역신문과는 달리 신뢰 있는 보도로 지역민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고, 또한 지역민들은 지속적인 지역신문의 구독으로 인해 니이카타에서 이 신문이 구독율 1위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1,000세대당 654.3부).
지역신문의 발전은 지역공동체의 결속과 발전에 필수적이다. 사실 우리의 경우 지역사회란 행정구역상 함께 묶여진 단위일 뿐이지, 공동의 목표와 이념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사회를 지역공동체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공익과 공동선을 위해 지역주민의 여론을 결집하는 지역신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주민들간에 정보와 의견의 교환, 문제점 인식, 대안 및 해결책 모색 등이 활발해야 건강한 지역공동체의 형성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의 지역사회는 시-군 등의 동일한 행정구역으로 오랫동안 묶여왔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통합해줄 지역신문의 부재로 인해 지역사회 내에서의 원활한 정보와 뉴스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지역적인 동물이다.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일수록 거대 중앙신문 보다는 지역신문이 발전해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지역신문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음을 보여준다. 지역주민의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성원을 받는 지역신문이 확산되는 것은 거대자본언론으로 심하게 왜곡된 우리 언론계의 개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모든 것이 중앙집중화된 억압과 불평등의 시대를 청산하고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 진입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역신문의 미래는 지역민과 지역 언론인들의 애정과 노력 여부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