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산책 2004-1 ‘벌거숭이 부처님’이 주는 충격 - 예배대상의 형상화(形象化)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의 불교미술 특별전의 컨셉(concept)은 “예불대상의 형상화”이다. 본디 초기의 기독교나 불교에서는 공히 예수님이나 부처님의 모습을 그림이나 조각품으로 나타내는 것을 금기(禁忌)했다. 왜냐하면 보통사람과는 다른 신적인 존경의 대상인 ‘예수님’과 ‘부처님’을 어떻게 이웃집 아저씨와 같이 ‘보통사람’으로 격하시킬 수가 있는가 하는 이유에서 였다. 그러나 다신교(多神敎)였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각자 그들이 믿는 신들을 인간이나 동물의 모습으로 조형화하는데 익숙해져 있었고, 이는 ‘믿어라! 믿어시오!’라고 아무리 외쳐도 ‘무엇을 믿어라는 말입니까?’라는 보통 인간의 물음에 가장 명쾌하게 ‘그래 이러한 모습의 신이 있다’라고 보여주어 신자를 확보하고 믿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즉 고대 그리스인들은 종교의 ‘시각적(視覺的) 기자재’를 가장 먼저 개발한 벤쳐인들이다. 초기의 기독교와 불교가 이러한 ‘예배대상(신)의 형상화’ 영향을 받아 예수님 상(像)과 불상(佛像)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교세의 급격한 확장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인도에서도 불상을 만드는 자체가 금기시 되었으나 그리스미술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북(北)인도로 유입해오면서 불상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바로 ‘간다라 미술’의 탄생이었다. 사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현대의 그리스트교와 불교는 초기의 순수(?)종교에서 ‘자신이 믿는 신을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기를 좋아했던 고대 그리스 종교’와 혼합되어 발전된 형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벌거숭이 부처님!’ 사실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불교인이던 기독교이던간에 경주에 사는 사람들은 ‘부처님’하면 우선 ‘석굴암 본존불’이 생각나거나 아니면 남산의 삼릉 계곡 곳곳에 앉아 계시는 근엄하고 자비스런 모습의 부처님이 떠오른다. 그런데 일본에서 온 ‘벌거벗은 아미타여래입상(阿彌陀如來立像)’이 주는 문화적 충격은 가히 핵폭탄급이다. 갑자기 로마 성 베드로 성당 납골소에 있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르를 거느린 그리스도’의 대리석 부조미술품이 떠 올라 자주 보던 서양미술사 책을 뒤져 펴놓고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며 생각해보았다. 그래! 이 두 작품을 불교도도 아니고 기독교인도 아닌 아프리카 사람에게 보여주었다면 과연 부처님과 예수님으로 알아볼까 궁금해진다. 흔히들 일본의 불교미술하면 ‘밀교(密敎)’를 떠올리고 자칫 정통불교에서 벗어난 ‘사이비불교’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불교는 인간의 길흉화복은 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짓는 업의 과보로 나타나는 것임을 깨우쳐 선업(善業)을 닦게 하는 업설(業說)을 교설의 기반으로 삼기에 초기 불교경전에는 기도(祈禱)나 주술(呪術)을 권장하는 가르침은 없었다. 그러나 당시 인도인들이 믿던 전통적으로 신(신)들에 대한 기도 및 주술 행위등을 수용하게 되었고, 세속적인 욕구의 충족을 바라는 재가신도들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기도나 주술적인 경향이 더 심화되어 비밀불교(秘密佛敎) 즉 밀교(密敎)가 생겼고, 이것이 한국, 일본 등으로 전래되면서 각 나라마다의 독특한 토속신앙과 습합되면서 또 다른 형태로 발전되었다. 이번에 전시된 대일여래좌상의 지권인(智拳印)은 한국의 화엄계의 비로자나불과 수인이 같은 점에서, 양자가 공통된 기원을 가지는 존격(尊格)임을 알 수가 있다. ‘예배대상의 형상화’ 즉 ‘예배의 대상은 같아도 어떻게 형상화하느냐는 나라마다 민족마다 그리고 시대마다 사람들의 의식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라는 것만 이해하면 지구촌 어떤 종교 어떤 형상이던 그 것이 지니는 심오한 종교적 예술적 진면목을 맛볼 수가 있다고 본다. 경주박물관 일본특별전은 갈수록 관람객 수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남을 보고 한국인들의 문화적 교양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사진1: 경주박물관에 전시 중인 일본의 아미타여래입상 (목조, 13세기, 국립나라박물관 소장품) 사진2: 389년경 제작된 로마 성 베드로 성당 납골소 유니우스 밧수스의 석관의 일부인 “성 베드로와 성 바오르를 거느린 그리스도” 대리석 부조품, 이것은 그리스도가 하늘 위의 왕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리스도의 두 발이 고대의 천신(天神)이 높이 떠 받치고 있는 창공의 천개 위에 놓여 있게 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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