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서로 물어뜯고
나무줄기 서로 물어뜯고
나무뿌리 서로 물어뜯어
쉼없이 물어뜯고
쉼없이 다투면서
솟구치는 피 깡그리 소모해
나중에는
노오란 얼굴들만 남았다.
끊임없이 서로 다투고
끊임없이 서로 물고뜯어
노오란 얼굴마다
피를 보태지 못하고
원기를 보태지 못해
춘하추동 언제나
노랗구나 노오랗구나.
한스럽고 가탄스런 노오란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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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신년벽두에 아주 의미있게 받아들여지는 시 한 편을 소개하겠다. 다름아닌 라는 작품인데, 이 시를 쓴 시인은 한국땅에 거주하는 시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만주땅에서 한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노래해 온 대표적인 시인으로 꼽히는 남영전시인의 작품이다.
만주땅은 어떤 곳인가. 오천년 우리 민족 시원의 땅이기도 하면서 대고구려의 터전 아니던가. 바로 그 대고구려의 땅에서 민족정기와 정신을 노래해 온 조선족시인이 신라의 땅을 찾아 경주 계림을 노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을 보면, 계림의 노란 은행잎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탄식할 정도로 절실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는데 누구나 공감하리라 본다. 바로,’나뭇가지 서로 물어뜯고 / 나무줄기 서로 물어뜯고 / 나무뿌리 서로 물어뜯어/ 쉼없이 물어뜯고 / 쉼없이 다투면서 / 솟구치는 피 깡그리 소모해 / 나중에는 / 노오란 얼굴들만 남았다’는 첫연부터가 그렇다.
즉, 찬란했던 천년의 신라였지만 신라자체의 흥망성쇠를 노래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역사상황을 잘 반추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동족끼리인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피비린내 나는 분쟁이 그것인데, 과연 그게 합당한 행위였냐는 것이며 남긴 것 또한 무어냐는 말이다.
그것도 ‘끊임없이 서로 다투고 / 끊임없이 서로 물고뜯어’ 서로 ‘피를 보태지 못하고 / 원기를 보태지 못해’ 서 결국은 ‘노랗구나 노오랗구나’라고 시인은 신라의 땅에 와서 절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고! 잠시 머무른 시인의 표정 앞에 누가 냉수 한 사발이라도 건넸겠는가. 시인은 해가 지자 다시 만주땅으로 돌아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