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국전쟁’이 보수 인사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는 평가가 빗발쳤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이승만은 4가지 부분에서 제작자의 의도된 프레임으로 사실을 왜곡했다. 1. 그가 일제강점기 통털어 가장 훌륭한 독립운동가였다. 2.그는 독재자가 아니다. 3.그는 6.25 전쟁에서 혼자서 도망가지 않았다. 4.그는 위대한 교육사상가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이런 전제에서 영화는 이승만이 신탁통치를 받아들인 사실을 미화하고 반대로 김구 선생을 민족의 배신자이자 김일성과 붙어먹은 빨갱이로 몰아세웠다. 미군정하에서 실시한 초대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한 사실을 바탕으로 해방 후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였음을 역설했다. 영화를 본 가장 많은 관람객들은 65세 이후의 노년층들인데 이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역사를 바로 보아야 한다’고 역설하며 비분강개하며 영화관을 나섰다. 이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은 국내 자료와 미국을 철저히 취재했다고 역설했는데 영화에 나온 미국에서의 취재대상은 고작 하와이 거주 ‘이승만 기념사업회’ 인사들과 위안부를 매춘부라 폄훼한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교수 등 인사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승만 이외의 다른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고 김구 선생의 경우도 일본의 압박하에 상해유와 중경 등 중국을 일대를 떠도는 임시정부에서 갖은 어려움을 감내하며 독립운동을 해온 사실은 단 한 순간도 그리지 않았다. 또 윤봉길의사 등의 의거를 폭도와 테러로 일축하면서 이게 오히려 일본을 도운 바보짓쯤으로 묘사했다. 영화는 이승만이 하와이와 워싱턴 정가를 오가며 미국에 대해 외교적 노력을 해온 것을 대단한 독립운동으로 묘사했지만 해방운동 초기 상해임시정부 대통령으로 추대된 이후에는 상해로 일찌감치 옮기지도 않았고 겨우 임정에 왔을 때도 하와이에서 교민들의 정성으로 모은 활동자금을 단 한 푼도 들고 오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행위를 일삼다 결국 탄핵되어 대통령에서 쫓겨났다. 그는 하와이 중심의 교민들이 거둬주는 독립자금으로 일본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안전한 미국에서 편안하게 활동했고 미국의 승리와 동시에 한반도에서 미국과 가장 친근한 정치적 동반자로 부상했을 뿐이다. 그렇게 대통령이 되었으면 미국의 선진적 자유민주주의를 잘 따라해야 했겠지만 ‘사사오입’이라는 독재적 행태를 보임으로써 국민적 봉기하에 쫓겨났다. 영화는 교묘히 부통령 선거로 방패막이했지만 그게 다름 아닌 이승만 정권이었음을 무시했을 뿐이다.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국내에서 독립운동해온 여운형 선생과 그가 해방과 함께 진두지휘한 건국준비위원회와 그 예하의 인민위원회의 역할을 잠시도 돌아보지 않았다. 해방 후인 1945년 우익 성향의 잡지인 ‘선구’에서 실시한 ‘앞으로 조선을 이끌어갈 최고의 혁명가’를 추천하는 첫 여론 조사에서 여운형이 35%, 이승만이 21%, 김구가 18%를 얻었다. 당시는 미군정 하에서 이승만의 인기가 치솟을 때였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제주도 4.3사건은 빨갱이 소탕이라고 묘사했는데 그때 죽은 3만여 명 제주도민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보도연맹 사건은 전국적으로 일어난 국민학살이었다. 당시는 좌익이 독립의 수단이던 시절이었다. 더구나 좌익도 아닌 주변의 가족이나 이웃들이 무더기로 죽음을 맞았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은 일찌감치 서울을 떠났고 대전에서 한강철교 폭파를 명령했다. 심지어 이승만은 대전이 아닌 대구에서 서울시민을 향해 안전하다는 방송을 한 인물이다. 이 폭파를 사전에 고지하고 통행을 막았다고 했지만 정작 한강교, 광진교 2곳과 한강철교 폭파의 주범으로 죽은 아군과 민간인 수백 명이 참사를 당함으로써 최창식 대령이 희생양으로 총살당했고 1964년 다시 무죄로 복권되었다. 이승만을 교육의 선구자로 묘사했지만 조선은 동시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립학교와 사립학교가 있었다. 전국에 향교가 360개 소였고 흥선대원군 때 훼철하기 전 사립학교인 서원과 사우가 2000개 가깝게 있었다. 서당은 동네마다 있었다. 이런 교육열이 신분제가 철폐된 해방 이후 일반화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스위스보다 여성 참정권이 빨랐다고 묘사했는데 여성 참정권을 가장 먼저 주장한 이들은 다름 아닌 동학, 천도교다. 천도교는 심지어 어린이를 존중해 ‘어린이날’을 만든 종교단체다. 방정환 선생이 바로 그 선구자다. 다큐라고 무조건 믿으면 사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휘둘린다. 역사를 바로 알면 그런 어리석음은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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