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여행이나 답사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방문한 나라나 도시에서 경주가 배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곤 한다. 경주발전협의회 회원이어서 특히 그런 것인지 자문해 본다.
한편 국내외 각 기관이나 학교를 방문하면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과 비교하면서 배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작년에 경주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휴대폰 활용수업’ 중급을 수강한 적이 있다. 수업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잔잔한 기쁨이 있었다.
노인종합복지관을 출입하면서 이곳이 노인들의 요람이며 자아실현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회원들은 거기서 강의를 듣고 당구·탁구를 치거나 바둑을 둘 수 있다. 라인 댄스, 기타, 노래를 배우기도 한다. 구내 식당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노인 친화도시이기도 한 경주에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실버타운도 필요하다. 경주에는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수련관, 근로자를 위한 근로자종합복지관, 국가유공자와 유족을 위한 보훈회관 등이 있다. 경주시는 다른 회관이나 체육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대학생 복지회관 역할은 지금껏 대학 캠퍼스 내의 학생회관이 맡아왔다.
그런데 동국대 WISE캠퍼스를 예로 든다면, 대학의 재정난으로 교내 학생식당이나 카페의 건물 및 인테리어가 학교 밖의 그것에 크게 못 미쳐 대학생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지만 지역대학이 처한 현실이다.
지방이 살려면 양질의 일자리는 기본이고 교육·의료·문화 환경도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생이 특히 아쉬워하는 것은 경주시의 부족한 문화·학생복지 시설이다. 경주시나 지역 정치인은 요구가 더 강력한 지역과 분야에 관심이 쏠려 ‘아동청소년복지센터’ 건립은 거론하여도 대학생 복지나 대학촌 조성에 열의가 적다.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것에 시민 대부분이 공감하면서 대학마저 시가 도와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역 대학생은 졸업하면 경주를 떠날 생각을 하고 개선 요구도 이제 더는 하지 않는다. 여러 번 요구해도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의 문화와 복지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대학생 친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경주시가 대학생 복지회관 건립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추진해 주길 제안한다. 한수원이 지역상생 차원에서 건립을 돕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복지회관의 명칭은 가칭 ‘글로컬 아카데미센터’나 ‘대학생문화복지센터’로 하고 그 안에 들어설 시설은 대·중·소 세미나실, 소공연장, 전시실, 북 카페, 휘트니센터, 탁구장, 스터디룸, 컴퓨터실 등이면 좋을 듯하다.
시내권에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회의실이나 강의실이 부족하다. 아카데미센터가 건립되면 이곳은 유학생 및 지역 대학생의 교류장소 및 요람이 될 뿐 아니라 시민이나 타 지역 대학생의 모임·세미나 장소로 잘 활용될 수 있다. 글로컬 아카데미센터는 대학도시이며 글로벌도시인 경주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대학생이 학교 다니기 좋은 도시, 대학생이 만족하며 생활할 수 있는 경주시가 되기 위해서는 경주시와 경주시민이 지역대학과 대학생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 대학생의 문화와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대학만의 힘으로 역부족이다. 지역대학이 무너지면 지역 사회의 큰 축이 무너진다. 경주에 1978년 대학이 처음 설립된 후 한때 대학이 4개나 있어 지역대학의 소중함을 잊기도 했다. 대학도시인 경주는 어느새 대학도시를 내세울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경주시와 시민들은 지역대학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에 내 일처럼 나서주길 희망한다.
‘글로컬 아카데미센터’가 대학 캠퍼스 가까이 자리 잡으면 대학과 글로컬 아카데미센터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아카데미센터 건립에 지역대학이 캠퍼스 밖 부지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재학하는 학교와 머무르는 도시가 마음에 들어야 입시경쟁력이 강화되고 대학 재학생의 중도 탈락률이 감소하고 졸업 후 그 지역에 머무르고 싶어진다.
지역 대학생의 졸업 후 정주률을 높이고 대학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 마련 뿐 아니라 여러 방도를 대학당국과 경주시는 좀 더 심도 있게 협의하길 희망한다. 경주시는 아동·여성·장애인·노인·대학생 친화도시 경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컬 아카데미센터’ 건립은 경주시의 인구정책·미래정책·대학정책·글로벌정책·도심활성화 정책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