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55) 젓(전)나무 우리 주변에 자라는 모든 나무들은 사계절을 통하여 제각기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지만 낙엽이 다 떨어진 삭막한 공간의 겨울에는 아무래도 푸른 잎을 가진 나무들이 돋보이게 된다. 사철 푸른 잎을 가진 상록수가 많지만 그 가운데서 젓나무가 대표적인 겨울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젓나무는 전국의 깊고 높은 산에 자생하는 소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수고 30∼40m 까지 곧게 자라는 우리 나라 고유의 수종이다. 추위에 강하며 토양습도와 대기습도가 높고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어릴 때는 짙은 나무그늘 밑에서도 잘 자라는 음수인데, 7∼8년 까지는 성장이 매우 느리지만 그 이후부터는 생장속도가 빨라진다. 젓나무와 전나무는 어떻게 다른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분명히 모두 똑같은 나무이다. 젓나무는 우리 나라 식물분류학의 대가인 이창복 교수가 붙인 이름으로서 젓나무가 옳은 이름이지만 발음대로 쓰이게 되어 전나무로 불렀다고 한다. 젓나무는 여러 가지 용도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모양이 수려하고 깨끗하여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기도 하고, 조경수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관상수외에도 약으로도 쓰이는데 잎은 류머티즘을 비롯하여 요통, 요도염, 폐렴 등에 쓰며, 잎과 껍질을 달여 위궤양이나 십이지궤양의 치료에 쓴다고 한다. 젓나무의 목재는 예로부터 아주 귀중하게 여겨 왔다. 다른 나무처럼 휘거나 마디가 많지 않아서 좋고, 더위와 습기에도 잘 견디고 썩지 않는다. 그래서 가공기계가 발달하지 않은 예전에는 사찰이나 궁궐 또는 양반집 기둥으로 아주 긴요하게 이용되었다. 그 외에도 펄프원료나 건축재, 가구재 등의 고급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우리 나라 곳곳에 젓나무로 유명한 곳이 많다. 오대산 월정사와 전북 부안 내소사 입구의 젓나무 오솔길은 정말 명물이다. 유난히 겨울에 눈이 많은 이 두 지역의 젓나무에 눈이라도 내린다면 그 광경은 너무나 환상적이다. 또한 국립수목원인 경기도 광릉 수목원의 젓나무 숲과 길 양쪽에 서 있는 젓나무 길은 산책하기에 그저 그만이다. 가야산 해인사 학사대의 젓나무는 신라의 대학자 최치원 선생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떠났는데 그 지팡이가 자란 나무라고 설명판에 적혀 있으며, 현재 아름드리 노거목이 되어 잘 자라고 있다. 젓나무는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서 예전의 울창한 숲들이 차츰 사라져 가고 있어서 안타까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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