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한류와 K푸드로 들썩이고 있다. BTS에 이어 블랙핑크 등 한류 음악이 지구촌을 달구고 있고 더불어 한국음식에 열광하고 있다. K푸드를 검색하고 일부러 찾아가 먹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의당 지금 인기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 한류의 지속성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시각 청각으로 이루어지는 한류에 보다 강렬한 감각인 후각 미각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에 대한 인지는 거의 대부분(85%이상) 시각을 통해 먼저 지각하고, 나머지는 소리로, 냄새로, 미각으로 또는 촉각의 감각이 더해져 기억의 저장고에 저장한다. 눈으로 인지된 시각과 다른 감각이 더해졌을 때, 기억은 상호 연관 연상되며, 더욱 강렬하게 증폭하고 또 밀도를 드높인다. 어릴 때 먹었던 음식을 먹거나, 또 어린 시절 들었던 노래를 듣게되면, 자연스레 성장기의 고향생각이 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향기나 냄새도 마찬가지이다. 온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냉·열대의 기후대를 넘나드는 다수의 국제 관광이나 여행을 하면서,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먹고사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지구촌에 오지가 없으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을 안다. 지구촌 대부분의 사람이 모(털)나 면(가끔은 실크)으로 또는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다. 거의가 아침 점심 저녁 때에 맞춰 세 끼를 먹고 있으며, 저마다 지역에서 생산한 고기나 우유 혹은 쌀과 빵 채소와 과일류로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세계 어디를 가도 기본적으로 눈과 비, 바람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거처를 만들어 주거시설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인은 인터넷 시대를 살며 SNS를 통해, 버츄얼 트립(가상 여행)을 감행한다. 이를 통해 현지에 가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나 세밀한 풍경 혹은 항공(드론)촬영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관광은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러 가는 것뿐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이다. 현지의 멋진 풍광은 얼마든지 시청각매체를 통해 미리 감상할 수 있다. 심지어 나이아가라 폭포와 빅토리아 폭포 수의 쏟아지는 그 웅장한 소리까지 전달하고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다만, 온몸으로 뒤집어쓰는 그 폭포수와 간간이 입으로 스며드는 찝찌르한 물맛만이, 현지 관광에 나선 사람만이 오직 느낄 수 있는 차이점이다. 이제 여행은 어쩌면 현지의 독특한 향기와 냄새를 비롯한 오감을 체험하러 가는 것에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각 나라 바닷가의 비릿한 냄새, 모로코 가죽 염색공장의 역한 냄새, 중국 상차이의 꼬리한 향기, 카레의 독특한 향기, 우즈베키스탄에서 느끼던 유목민 특유의 향기, 몽골 서민 아파트에서 풍기던 발효된 우유 냄새와 양고기의 고유한 향기 등등... 저마다의 긍·부정적인 향기와 냄새가 특정지역에 대한 기억을 증폭시킨다. 이처럼 향기와 냄새를 강하게 지니고 있는 현지의 음식은 기억을 자극하고 지속하게 해준다. 그러기에 음식은 여행의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현지인이 주로 먹는 음식을 직접 맛보면서 그 나라를 이해하게 되고 그 나라에 관심을 갖게되는 것이 틀림없다. 음식이 좋았던가 혹은 현지 음식에 대한 풍미를 제대로 느꼈다면 여행의 반은 성공한 것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한류 열풍에 동반한 K푸드의 먹거리를 더욱 개발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위성에서 우리 고유의 입맛을 찾아가며 국제화 시킬 수 있는 K푸드 개발을 권장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경주의 외연을 확장해보면, 과메기의 독특한 맛, 봉계 미나리의 풍미, 참가자미 세꼬시의 입에 감기는 식감, 어릴 때 먹었던 그리 짜지 않았던 된장에 싸먹었던 호박잎과 상추쌈, 시큼한 초장에 씁쓸한 엄나무잎, 가을운동회 때 맛보던 송편, 구수한 향기의 밤과 삶은 고구마, 엉기성기 밥알이 함께 씹히는 호박절구에 찧어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인절미... 대략 이런 것들이 나에게 연상되는 고향의 맛이다. 나아가 경주의 향기와 냄새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오감체험이 더하는 맛깔난 경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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