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버*킹에서는 이번에 새로운 치즈버거를 출시했다. 치즈가 자그마치 20장이나 들어간, 이름도 ‘리얼 치즈버거’다. 보통 햄버거엔 고기 패티와 그 앞뒤로 양상추와 토마토, 그리고 치즈가 들어간다. 근데 이 리얼(real:진짜) 치즈버거에는 고기 패티 없이 말 그대로 빵에 치즈만 들어있다. 회사 입장은 자못 심각하다. “재미로 만든 메뉴가 아니다. 이것은 진짜다” 그럼, 고객들 입장은 어떨까. “치즈를 좋아하지만 이건 너무 짜!”, “절반도 못 먹겠네!”, “버거는 역시 적절한 조합이다!” 치즈가 진실이라면 패티나 토마토도 진실이고, 이들의 조합도 그렇다. 그런 진실을 외면한 진실(?)은 사람들이 짜다고 외면한다. 진짜라면 누가 뭐래도 진짜다워야 한다. 혹시 ‘랩다이아’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시중에서 인조 내지 합성 다이아몬드로 잘 알려진, ‘실험실에서 만든(Lab-grown-diamonds)’ 보석이다. 사실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는 희소성에 있다. 오죽하면 ‘블러드(blood:피) 다이아몬드’라고 할까. 서로 차지하려다 보니 매장 지역은 언제나 교전 지역이 되었고, 수많은 죽음과 맞바꾼 다이아몬드는 다시 분쟁과 내란의 자금원으로 악순환된다. 그야말로 피를 부르는 다이아몬드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 귀하디 귀한 보석을 이젠 실험실에서, 그것도 3~4주 안에 만들어낸다고 한다. 피로 검붉었던 다이아몬드가 이제 그 특유의 투명감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가격도 진짜의 3분의 1 수준이란다. 실험실에서 제조되니까 채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윤리적 노동이나 환경오염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참고로 세계적으로 약 80% 이상의 다이아몬드가 인권 침해 문제가 있는 지역에서 채굴된다는 추산이다.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나 천연 다이아몬드와 100% 동일하다니, 가짜가 이젠 진짜가 된 셈이다. 진짜인데 가짜 같고 가짜인데 진짜 같은 건 또 있다. 지금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작가와 배우 양대 노동조합이 파업 중이다. 목숨을 건 파업이고 성토의 중심은 인공지능이다. 기존 영화에 등장했던 배우와 성우들의 몸동작과 목소리, 그 특유의 느낌까지 학습한 인공지능이 이제 새로운 영화를 창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유를 들자면, 고(故) 신성일 배우 주연 《맨발의 청춘(1964)》에 등장했던 인물들 그대로 2023년 버전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작고한 유명 배우들을 AI로 살려내어 은반을 누비게 한다면 인지도 없는 신인배우들은 영원히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가짜가 진짜를 압도한다니 정말 가공할 일이다. 인간은 원래 진짜 같은 가짜에 취약하다. 화장품 광고가 그 대표적인 예다. 광고의 메시지는 언제나 선명하다. “일단 이걸 한번 발라보세요. 그럼 우리 모델처럼 젊고 우아하게 될 겁니다!”하고 유혹한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이내 좌절감을 맛본다. 화장품을 아무리 발라도 그렇게 안 되는 현실을 자각하게 된 거다. 겨우 화를 참으며 이제 더 이상은 안 속는다고 마음을 다잡지만 광고는 능청스레 이런다. “전혀 변한 게 없지요? 좌절감만 가득하지요? 그럼 이걸 발라보세요. 이번에 새로 나온 건데 이걸 바르면 진짜 그 모델처럼 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이 아닌 건 누구라도 알지만 광고에 기대를 거는 건, ‘에이, 설마?’ 하는 의심을 ‘아니야, 진짜로 될 수 있어!’라고 확신해 버리기 때문이다. 가짜인 줄 알면서도 진짜라고 믿고 싶은 우리의 본능은 눈물나게 진짜다. 진짜처럼 생긴 고무손을 실험 참가자의 눈앞에다 내려놓는다. 그런 다음 그의 진짜 손은 눈에 보이지 않게 천으로 가려둔다. 이때 두 손에다 동시에 같은 자극을 주면 참가자는 흥미롭게도 눈앞의 고무손이 자기 몸 일부인 듯 착각을 하고 만다. ‘고무손 착시’라고 불리는 이 실험으로 우리는 너무 쉽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어버리는 성향이 있음을 증명해 낸다. 가상현실(VR)에서 증강현실(AR)을 거쳐 이젠 둘마저 합쳐버린 확장현실(XR) 세상이다. 이 셋 모두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융합한 기술이다. 가상현실이 영화 장면 속으로 내가 들어가는 4D 게임 식이라면, 증강현실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한강 위를 혹등고래가 유유히 날아다니는 식이다. 확장현실은 그야말로 가상과 실제 세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진짜와 가짜가 구별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거다. 가짜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 앞에 이제 진짜 같은 가짜들이 몰려오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