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호수의 물 그냥 마실 수 있는 식수]
이번 일정에서 스위스는 덤이었다. 쮜리히공항을 통해 귀국할 수밖에 없는 항공일정 때문에 약 10시간 정도 머물면서 루체른과 알프스의 필라투스산을 다녀온 것은 행운이었다.
지구촌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를 꼽으라면 아마 스위스가 단연 1위가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살기 좋은 나라, 신이 내린 지상낙원 등 무수한 수식어가 동원되어도 모자랄 스위스,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며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다.
면적은 4만1천288㎢로 경상남북도를 합한 크기정도며 26개주가 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작은 나라이다. 인구 725만명 중 20%인 150만명이 외국인이다. 대부분이 2차대전 후 취업 노동자로 들어와 영주권을 획득한 사람들이며 지금은 이민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교민들은 1천5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스위스는 유럽 대륙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이태리,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 등 5개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다. 지리적 특성으로 외국문화가 끊임없이 유입되었고 따라서 문화가 다채롭다. 중립국이라는 지위로 많은 유럽 지식인의 도피처였으며 스위스에서 활동 한 유럽의 뛰어난 학자나 작가가 매우 많다.
스위스에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레토로만어 등 4개의 공통어가 사용되고 있다. 다라서 스위스인들은 2-3개국어를 기본적으로 구사하는 언어소통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국민들은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애국심이 강하여 국기를 사랑하며 대부분의 자동차나 건물 등에 빨간 바탕에 하얀 십자가의 국기를 장식한 것이 인상적이다.
많은 국제기구와 행사 등에 참석차 오는 고급 유동인구를 포함하면 연간 7천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스위스를 찾는다고 한다. 관광, 금융업 등 서비스 종사자가 노동인구의 35%정도에 이르고 있다.
공업과 관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농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는데 농업이 관광에 일익을 담당하도록 유도, 깨끗한 농업환경을 가꾸어왔다. 앞으로 경주의 관광정책에도 꼭 도입되어야 할 정말 모범적인 사례였다. 국민들이 자국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주기 때문에 농민들은 질 좋은 농산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GNP 3만9천850불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소득분배가 잘 되어있어 빈부격차가 적고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지상천국이다. 스위스만큼 복지제도가 잘 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어떤 병도 돈이 없어 못 고치는 병은 없다. 단지 약값의 10%만이 본인부담으로 의료보험이 아주 잘 되어있고 2년 동안 실업급여를 받는다. 교육도 공립은 무료, 예체능도 부모가 40%만 부담한다. 누구나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어 원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소하고 절약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한다.
신이 부여한 아름다운 자연과 4계절, 크고 작은 빙하와 호수, 어디를 돌아보아도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아닌 곳이 없었다.
[가장 스위스적인 도시 루체른]
쮜리히공항에서 1시간거리에 있는 낭만적인 호반의 도시 루체른은 스위스에서 가장 스위스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한다. 중세의 문화와 자연미, 20세기의 문명의 이기가 잘 결합되어 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매혹적인 도시였다. 알프스와 휘어왈츠스테터호수를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그다지 크지 않은 도시라 얼마든지 도보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호숫가에는 월동을 위해 가지를 짧게 자른 마로니에 가로수들이 늘어서 있었다.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알프스산을 배경으로 맑고 아름다운 휘어왈츠스테터 호수가 펼쳐져 있는 루체른의 정취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호수 주변으로는 전형적인 스위스풍의 건축물과 경관이 어우러져 더욱 운치를 더했다.
루체른 도심에서는 길을 건널 때 꼭 횡단보도로 건너야한다. 신호에 관계없이 횡단보도에 서있으면 차들이 무조건 정지하며 사람이 절대 우선이다. 그러나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보호받지 못한다. 특히 자전거도로가 차도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차보다는 자전거를 우선하는 정책으로 교통체증과 환경문제, 나아가 건강 문제까지도 해결하고 있었다. 경주에도 자전거도로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박수를 보낼 일이다.
[유럽 최고 최장의 나무다리 카펠교]
루체른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 카펠교는 1333년에 만든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나무다리다. 1993년 화재로 가운데 부분은 불타고 다시 건축되었다고 한다. 지붕의 들보 위에는 17세기의 화가 하인리히 베그만이 그린 111장의 널빤지 그림이 걸려 있는데 스위스 역사상 중요한 사건과 루체른 수호성인의 생애를 묘사한 것인데 화재 때 불타고 현재 59장만 남아있었다.
[용병들의 혼을 기리는 빈사의 사자상]
숲과 빙벽에 둘러싸인 암벽에 조각된 이 사자상은 1972년 프랑스 혁명당시, 루이16세 일가를 지키다 죽은 스위스 용병 786명의 혼을 기리기 위한 일종의 충혼탑이었다.
빈사(瀕死)의 사자상은 심장을 찔린 사자가 최후까지 부르봉 왕가의 문장인 흰 백합의 방패를 사수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조각한 걸작이었다. 조그만 호수의 건너편 암벽에 새겨진 사자의 지친 모습과 용사들의 피를 상징한다는 호수의 물이 낙엽 쌓인 숲속에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알프스 필라투스산]
루체른에서 가장 손쉽게 알프스를 정복할 수 있는 곳이 필라투스산이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와 궤도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케이블카는 보수공사중이라 운행하지 않았다.
톱니바퀴 괘도열차를 타고 35분간 올라가는데 최대 48%까지의 경사도를 열차를 타고 올라간다. 이 열차가 이미 100년 전에 건설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전기를 이용하지만 처음엔 증기기관차였다고 한다. 스위스의 정밀기계산업에 대하여 다시 한번 감탄했다.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맑은 날씨라 열차를 타고 산을 오르는 도중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알프스의 경치가 한 눈에 든다.
흰눈이 덮여있는 해발 2,132m의 정상은 약간의 바람이 그저 쌀쌀하게 불고 있었고 그리 춥지 않은 초겨울의 날씨였다. 호텔과 레스토랑이 갖추어진 필라투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루체른은 산과 호수 등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룬 그림 같은 도시였다. 멀리 눈을 이고 있는 알프스의 설봉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눈부시게 펼쳐져있었다.
저 만년설이 녹아 맑고 아름다운 계곡과 호수를 이루고 그 물은 모두 마실 수 있는 식수라고 한다. 수돗물이 식수이기 때문에 물을 사먹는 일이 없다는 신의 축복으로 천혜의 자연을 가진 스위스, 알프스의 비경을 보면서 자연이 주는 위대함에 끝없이 동화되었다. 한편으로 우리 경주도 주어진 환경을 활용하면서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관광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도로변의 가로수나 뒷골목 간판까지도 관광자원이 된다는 걸 인식하고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일 때 세계적인 경주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